‘남편이 일하다 다치면, 도울 수 없다는 사실’ 영남권도 혼인평등소송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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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신문

‘남편이 일하다 다치면, 도울 수 없다는 사실’ 영남권도 혼인평등소송 시작!

“노동자 도시 울산, 사랑도 평등하게!”

  • 배예주
  • 등록 2026.04.18 13:57
  • 조회수 17,164

 

조선소에 다니는 이현중(가명) 노동자와 오승재 공무원 노동자는 부부다. 울산 남구청에 ‘혼인신고서’를 접수했는데 ‘불수리처분’을 받았다. 동성이라는 이유다. 19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민주노조는 일터와 사회에서 노동자를 향한 차별에 대항하며 조금씩 ‘평등세상’을 향해 나아갔다. 하지만 아직 바꾸지 못한 게 태반이다. 그중 하나가 인구 20명 중 1명으로 존재하는 성소수자가 여느 부부들처럼 사랑하고 생활공동체로 사는 삶이 차별당하는 문제다.

 

이현중 조선소노동자와 오승재 공무원노동자가 이에 불복해 혼인평등소송을 제기하는 기자회견이 4월 8일 울산가정법원 앞에서 열렸다. ‘노동자 도시 울산, 사랑도 평등하게’라는 제목으로 무지개행동과 민주노총 등 총 23개 단위[1]가 공동주최로 나섰다. 참가자들은 “헌법이 요구한다. 혼인평등 실현하라!”, “동성부부 혼인신고 지금당장 수리하라”를 외치며 부산과 대구, 울산 영남권 세 곳에서 동성부부 혼인을 인정할 것을 요구했다.

 

남편이 일하다 다치면, 도울 수 없다는 사실

 

OECD 국가의 2/3가 동성혼을 인정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오로지 성별이분법에 근거해 주민등록번호 ‘1’번 남성과 ‘2’번 여성의 혼인만 인정된다. 이러한 차별을 없애고자 한국에서 지난 2024년 10월 처음으로 동성부부 11쌍이 헌법이 보장하는 혼인의 권리를 성소수자에게도 보장하라는 동성혼 법제화에 나섰다. 2025년 2월에는 서울북부지방법원의 동성결혼 불인정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 기각에 따른 헌법소원심판도 제기했다. 이제 보수적이라는 울산, 부산, 대구에서도 성소수자 동성부부들이 나선 것이다.

 

울산 혼인평등소송의 원고인 ‘오승재’ 공무원 노동자는 당당히 마이크를 잡았다. “보수적인 분위기에서 냉대와 혐오를 당할까 걱정이 많았다. 그러나 제가 만난 울산 사람들은 우리 부부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받아들였다. 공직사회 특성상 커밍아웃하고 결혼 사실을 알리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동료를 믿었고 그 믿음을 틀리지 않았다. 어떤 동료 직원은 기꺼이 혼인신고의 증인을 자처했고, 상사로부터는 축하와 응원의 편지를 받았다. 세상은 우리 부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남편이 일하는 조선소에서는 자주 산업재해가 발생한다. 저를 만나기 전 남편도 산업재해를 경험한 적이 있다. 앞으로 일하다 다치는 일은 없어야 하겠지만, 법적으로 배우자 자격을 인정받지 못한다면 도울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사실은 마음을 아프고 시리게 한다. 우리는 이미 부부이고, 서로의 배우자다. 이 당연한 사실을 확인해달라. 우리 부부가 지역 사회에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차별의 마침표를 찍어달라”

 

불평등한 혼인이 어찌 작은 차별일까.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은 겨우 산 하나를 넘었다. 하지만 가족수당, 경조사휴가, 세제 혜택, 각종 제도와 지원정책, 병원 입원과 수술, 임신과 출산, 입양, 양육 그리고 장례와 상속 절차에 이르기까지 ‘혼인’에서 제외되는 불평등은 성소수자 부부의 실존과 삶을 직접적으로 타격한다. 그러기에 ‘남편이 조선소에서 산재를 당할 때 배우자로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동성부부의 호소는 끔찍한 차별의 고통일 수밖에 없다.

 

혼인평등소송과 민주노조

 

울산에서 열린 혼인평등소송 기자회견에 민주노총은 임원과 상근자,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 노동자 정도만 참가했다. 대부분은 사회단체 활동가들이었다. 대구와 부산의 사진을 봐도 기자회견 사진에 노동조합 조끼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영남권 혼인평등소송 원고의 대부분이 노동자인데도 말이다.

 

성소수자는 TV와 유튜브에 나오는 연예인으로만 살지 않는다. 노동자로, 노인으로, 청년으로 이웃으로 똑같이 살아간다. 성별 정체성과 성적 지향은 태어날 때부터 얼굴 생김새가 다른 것처럼 다양하다. 그러나 남성은 이렇고 여성은 이래야 하며, 남녀가 결혼해서 정상적 가족을 꾸려야 한다는 가부장적 이데올로기는 노동자민중에게 커다란 관념을 주입해왔다. 가부장적 자본주의가 더 착취하기 쉬운 노동력과 노동력 재생산을 위해 성차별을 구조화하며 성소수자를 혐오, 배격, 차별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동성혼 합법화는 있는 그대로 애정에 기반한 생활공동체 부부를 인정하라는 요구이자, 가부장적 자본주의 사회의 가족제도에 변화를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노동자가 처음 노동자국가를 만들었던 1917년, 제정 러시아의 법률을 폐지해 동성애가 비범죄화됐다. 이후 1922년 동성애를 합법화했다. 1923년~1930년 동성애자였던 게오르기 치체린이 인민외무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당시 모스크바 사회위생연구소 소장은 '러시아의 성혁명' 보고서를 발표하며, "동성애는 완전히 자연스러운 것"이고 "법적, 사회적 존중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1930년대로 접어들며 스탈린에 의해 혁명이 질식당하며, 성소수자의 권리 또한 질식됐다. 스탈린 치하 소련은 1934년 동성애를 다시 금지시키고, 성매매를 범죄화했다.

 

사회주의 혁명이 패배한 조건 위에서도, 자본주의가 강제하는 차별과 억압에 맞선 투쟁은 멈추지 않고 이어졌다. 1960년대 후반 인종차별 반대, 페미니즘 운동, 반전운동과 함께 등장한 1969년 스톤월 항쟁을 비롯해, 성소수자의 권리를 향한 투쟁이 줄기차게 이어졌다. 이러한 투쟁의 결과로 동성혼 합법화가 2001년 네덜란드에서 다시 시작되었다. 동성혼 합법화는 유럽, 북미, 남미 등으로 나아갔고 아시아에서는 2019년 대만, 2024년 태국을 포함해 현재 39개 나라에서 동성혼을 보장하고 있다.

 

한국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편견은 지난 30년간 인권운동과 성소수자운동의 영향으로 줄고 있다. 40~47%가 동성혼 합법화를 찬성한다고 한다. 민주노조 운동도 사회적 차별과 억압, 착취에 맞서며 부족하나마 성소수자 운동과 노동운동을 연결하고 있다. 민주노총 내 성소수자 조합원 모임, 성소수자를 포용한 단체협약, 노동조합 기구로서 성소수자위원회 등도 있다. 하지만 학교, 일터, 사회의 다양한 차별 중 혼인에 대한 차별조차 아직 무너뜨리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내란에 맞선 한강진 투쟁에서 휘날리던 금속노조 무지개 깃발 (사진: 금속노조)

 

혼인평등도 차별금지법도 모든 차별에 맞서는 노동자투쟁

 

노동조합의 단체협약에 동성부부도 결혼축하금을 받고 결혼휴가를 적용받는 조항이 있나? 거의 없다. 이유는 법이 없어서? 아니다. 민주노조는 법을 만들어지기 전에 현장 노동대중의 힘으로 투쟁하고 단협을 만들고 법을 만드는 투쟁을 해왔다. 성소수자 노동자의 차별에 대해 노조에서 토론하고 교육하고, 사측과 싸운 적이 있나? 이 역시 거의 없을 것이다.

 

노동조합도 사회에서 ‘배운대로’가 익숙해서다. 낯선 것에 대한 거리감, 다름에 대한 경계, 부지불식간의 차별, 감염된 혐오. 여기에 더해 '생각해보지 않았다'며 성소수자가 겪는 차별의 문제를 뒤로 미루거나 부차적으로 치부한 한계가 겹치며 소수자의 권리를 등한시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민주노조가 자본가계급과 이제껏 싸우면서 깨달은 건 저들의 분열책동에 맞서 ‘흩어지면 죽는다’, ‘우리의 무기는 단결'이라는 원칙이다. 성소수자, 여성, 이주민,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노동자민중과 단결할 때 노동자계급은 더 큰 힘으로 자본에 맞서 세상을 바꿀 수 있다.

 

더 미룰 수 없다. 이재명 정부는 광장의 제1요구인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말도 꺼내지 않는다. 그러면서 자본을 향한 규제완화와 세금 퍼주기에 이전 정부와 다르지 않은 노동정책을 밀고 있다. 최근에는 기간제법 운운하며 비정규직 사용을 늘리려 한다. 정부의 말잔치와 자본의 탐욕, 혐오정치에 협의가 아닌 투쟁이 필요하다. ‘성명서 정치’가 아닌 실질적 투쟁으로 모든 노동자를 포괄하는 노동기본권, 모든 사회적 소수자를 포괄하는 인권 보장을 위해 단결하자.

 

영남권 혼인평등소송 소식을 현장에 전하고 내부를 돌아보며 인식강화부터 시작해보자. 민주노조가 성소수자에게 안전한 공간인지, 성소수자가 학교와 사회 일터에서 차별받지 않게 얼마나 싸워왔는지 돌아보고 혼인평등을 단체협약 등 현장투쟁과 연결하자. 인종, 국적, 고용형태, 장애, 성별, 성별 정체성과 성적지향 등 모든 차별을 없앨 수 있도록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투쟁 역시 사회와 현장을 연결해 앞장서자. 착취와 차별 없는 세상은 우리 손으로 만들어진다.

 

(사진: 노동과세계)

 

 

[1] 한국성소수자인권단체연합 무지개행동 · 모두의 결혼 · 사단법인 울산인권운동연대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 ·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울산지부 · 노동당울산시당 · 변혁적여성운동네트워크 빵과장미 · 사단법인 성평등 · 사단법인 울산장애인부모회 · 사단법인 울산여성의전화 · 사단법인 울산여성회 · 사회주의를향한전진 울산지역위원회 · 울산민족예술인총연합 · 울산새생명교회 · 울산시민연대 · 울산진보연대 · 울산환경운동연합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울산지역본부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법률원 울산사무소 · 정의당 울산시당 · 정책과비전포럼 · 진보당 울산시당 · 평화통일교육센터 (총 23개 단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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