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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노동조합의 호소에 응답하려는 각국의 노동자들10월 7일 이후 126일이 지난 오늘까지, 이스라엘의 대량학살로 가자지구에서 최소한 2만 8천여명이 살해됐다. 이 중 12,150명이 아동이고, 8,300명이 여성이다. 현재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대량학살을 멈추기 위해, 나아가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식민지배와 강제점령을 종식시키기 위해 팔레스타인 노동조합이 전세계 노동자민중에게 이스라엘의 무장을 중단시켜달라는 요청을 보냈다. 이 요청에 응답해왔고, 응답하고 있는 전세계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10월 7일 이후 전 세계에서 이스라엘의 대량학살에 맞선 팔레스타인 연대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1월 중순 이후에도 국제사법재판소가 있는 네덜란드 헤이그와 로테르담, 미국 뉴욕, 이탈리아 밀라노, 독일 베를린을 포함한 여러 도시, 이탈리아 로마, 그리스 아테네, 프랑스 마르세유, 뉴질랜드, 캐나다 오타와, 요르단 암만, 바레인 등 세계 곳곳에서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을 끝내라는 거리시위가 벌어졌다. 거리시위만이 아니다. 2023년 10월 16일 팔레스타인의 노동자들이 긴급요청을 보낸 이후, 이에 응답하기 위해 세계 곳곳에서 노동자들이 파업과 봉쇄 행동, 집회 등 행동에 나서고 있다. 스페인에서는 14개 노조와 200개 시민사회단체가 정부에 이스라엘과의 무기 거래 중단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바르셀로나의 항만노동자들, 유럽 항만노동자 협의회(EDC)와 연계된 항만노동자들도 무기운반을 중단했다. 벨기에에선 운송노조가 조합원들에게 무기를 항공기로 운송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탈리아의 항만노동자들은 이스라엘 운송회사 Zim의 선박화물 이동을 봉쇄했다. 영국에서는 노동자들이 BAE 시스템즈 공장 입구를 막았고, 카탈루냐 노동자들은 백린탄 생산에 연계된 ICL-Iberia에 항의했다. 캐나다에서는 노동자와 지역사회 활동가들이 해밀턴, 토론토, 몬트리올, 오타와의 무기공장 4곳을 폐쇄했다. 1억 명의 노동자를 대표하는 인도의 12개 노조 연맹은 팔레스타인 연대 선언과 함께, 이스라엘이 노동 허가를 취소한 팔레스타인 노동자들을 대체하기 위해 10만 명의 건설 노동자를 파견하는 협상에 강력히 반대했다. 100s of dockworkers & human rights activists block the port of Genoa, Italy, with a march to offices of Israeli shipping company ZIM, pledging to block arms shipments and calling to stop Israel's #GazaGenocide.#CeasefireNow#StopArmingIsrael#DismantleApartheid pic.twitter.com/WVlb41lGNs — BDS movement (@BDSmovement) November 10, 2023 (11월 10일, 항만노동자들과 인권운동가들이 이탈리아 제노아 항구를 봉쇄하는 시위를 벌였다.) "Israel assassina, @ICLiberia patrocina!" Com a resposta a @WorkersinPales1 ens hem concentrat amb la Taula Sindical de Catalunya fora les oficines de ICL-Iberia al Port de BCN per denunciar el rol de l'empresa en el genocidi contra el poble palestí a Gaza!#StopArmingIsrael pic.twitter.com/4HwrN5i8zv — ProuComplicitat #AturemElGenocidi (@proucomplicitat) November 9, 2023 (11월 9일, 카탈루냐 노동자들이 항만에 있는 ICL-Iberia 사무실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특히 미국에서는 전통적으로 민주당 바이든 정부를 지지했고, 노사협조주의적이던 전미자동차노조(UAW)가 미국 자동차 빅3 자본에 맞서 파업을 하면서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2월 1일, UAW는 휴전을 공식적으로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미국에서 휴전을 요구한 가장 큰 노동조합이 됐다. 나아가 집행부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역사, 이스라엘과 노동조합의 경제적 관계를 연구하고, 미국 노동자들이 전쟁에서 평화로 정의로운 전환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투자 철회 및 정의로운 전환 실무 그룹’을 구성할 것을 결의했다. 또 현장활동가들로 구성된 UAWD라는 현장조직은 이스라엘의 학살을 반대하고 팔레스타인과 연대해야 할 이유를 조합원들에게 교육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그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다. UAWD는 팔레스타인 해방과 BDS(*팔레스타인 억압에 대한 연루를 없애기 위한 비폭력 운동)를 조직적으로 지지하고, BDS를 UAW의 공식 입장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을 결의한다. ... 또한 UAWD는 UAW 조합원과 지도부들을 위한 철저한 대중 교육 활동을 조직할 것이다. 이는 BDS, 팔레스타인 해방, UAW의 반-아파르트헤이트 활동의 역사, UAW 집행부의 공모에 대한 아랍 및 흑인 노동자들의 오랜 저항의 역사를 다루는 하나 이상의 교육 행사가 포함되어야 한다. … 교육 행사 및 기타 조직화를 위한 홍보를 통해 UAWD는 제조업 노동자, 특히 영향을 받는 무기 제조업체 노동자들의 이해관계(interest)을 분석하여 작업 현장에서 BDS와 팔레스타인 해방을 중심으로 조직을 확대할 것을 결의한다. … UAWD는 ‘투자철회 및 정의로운 전환 실무그룹 설립’을 위한 UAW의 선언을 지지하며, UAW 지도부가 ‘팔레스타인 노동자와의 연대 구축을 위해 노력하는 노동자들을 포함한 일반 조합원들’을 실무그룹에 초대할 것을 촉구한다. 그러나 UAW 지도부는 이후 2024년 1월 25일 바이든의 재선을 공식적으로 지지했다. 즉각적인 휴전과 집단학살 중단을 요구하면서, 집단학살을 가능케 하고 있는 바이든을 지지하는 것은 화해할 수 없는 모순이다. 이에 대의원대회와 비슷한 위상을 지닌 CAP라는 행사에서 바이든이 연설을 할 때 이에 항의하는 조합원들의 시위가 있었다. 현장조직 UAW labor for palestine(‘팔레스타인을 위한 UAW 노동자’)을 비롯한 평조합원들은 UAW지도부의 바이든 지지선언 철회를 요구하며 내부투쟁을 진행중이다. 한국에서도 민주노총은 2023년 11월 8일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집단학살을 멈추고 즉각 휴전을 수용하라”는 성명을 발표하고, 2024년 1월 7일 금속노조 위원장이 팔레스타인 긴급행동 집회에 참여해 “현장에서부터 실천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또 작년 12월 1일 출판노조에서는 팔레스타인 연대 성명서를 발표하여, “이스라엘의 지원을 받거나 이스라엘 기관과 연루된 책을 만들지 않겠다” “책을 통해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식민, 제국주의의 피해를 알리고 평등과 평화에 대한 의식을 고취하겠다” 등 구체적인 결의를 밝혔다. 1월 7일에 언론노조 조합원으로서 한국의 편향적인 언론보도의 문제에 대해 지적한 노동자도 있었다. 한편 울산에서는 지난 11월 13일, 사회주의를향한전진을 비롯해 여러 지역활동가들이 함께 팔레스타인평화연대를 초청해 강연회를 개최했다. 또 강연회 당일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와 함께 이스라엘 굴착기 수출로 전쟁범죄에 공모하고 있는 현대건설기계 앞에서 선전전을 벌였다. 이후 민주노총 울산본부와 지역 노동, 사회단체들이 합세하여 울산에서는 2주마다 울산 시내 중심가에서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선전전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한편 세종호텔 해고노동자들도 지난 1월 18일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투쟁문화제를 진행했다. 투쟁문화제에 참여한 고진수 지부장은 “팔레스타인의 해방을 향한 운동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다가올 동아시아 전쟁위기 앞에서도 노동자들은 무력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 지적했다. 이청우 세종호텔 공동집행위원장은 “아직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노동자들의 실천이 부족한 것 같다. 하지만 오늘부터 우리가, 함께 그 운동을 조직해나가자”고 결의를 밝혔다. 이 모든 활동은 매우 고무적이고 소중한 한걸음이다. 하지만 아직 민주노총이나 각 산별노조의 주요한 공식 사업으로서 힘을 동원하는 팔레스타인 연대행동은 조직되지 않고 있다. Labor for Palestine이라는 캐나다 노동단체 활동가는, “노동자 대 노동자 연대: 이스라엘 아파르트헤이트에 맞서 싸우는 노조의 역할” 웨비나 행사에서 “북미 지역에서 노동자운동은 이제 성명 발표를 넘어 성명을 실제 행동으로 조직해야 한다”라고 현재의 과제를 밝혔다. 이와 비교한다면 아직 한국은 팔레스타인의 상황과 이스라엘 강제점령의 역사가 노동자들에게 많이 알려져있지 않다.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 강제점령의 역사, 노동자들이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해 나서야 하는 이유, 오늘날 전세계 노동자들의 연대투쟁 등에 대한 각 단위노조의 간담회와 교육에서부터 시작해, 조합원들의 동의에 기반한 성명서와 작은 캠페인부터 조직해야 하는 상황이다. 사실 전세계 모든 노동자가 국제연대를 실천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단지 노동조합을 지키고, 임금과 고용을 지키는 것조차 자본가들과 치열한 싸움을 필요로 하는데, 얼핏 내 문제와 상관없는 것처럼 보이는 문제로 실천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그렇기에, 지속적이고 목적의식적으로 국제연대의 필요성을 노동자들과 이야기하고 조직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른 나라의 사례에서도 쉬운 지름길은 없어보였지만, 고무적인 변화가 감자처럼 땅에서 갑자기 생긴 게 아니라, 활동가들이 최대한 많은 노동자에게, 최대한 정기적으로, 직접적으로 말을 건넬지를 고민하고 노력한 결과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다음 기사에서는 항만노동자들과의 연대를 조직했던 미국 ‘Blcok the Boat 운동’ 사례에 대해 자세히 다뤄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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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투쟁] 팔레스타인 6차 울산긴급행동Instagram에서 이 게시물 보기 사회주의를 향한 전진(@marchtosocialism)님의 공유 게시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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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노동과 고용승계를 인정받고 3.8 여성파업 집회에 함께하기를 고대합니다![편집자 주] 지난 1월 12일 서울 명동에 위치한 세종호텔 농성장 앞에서 3.8 여성파업 오픈마이크 행사가 열렸다. 이어서 두 여성 노동자가 한 달째 고공농성을 벌이던 2월 3일,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이하 한국옵티칼)에서 또 한 번 오픈마이크가 진행되었다. 고공농성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한국옵티칼 박정혜 수석부지회장과 소현숙 조직2부장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두 번째 오픈마이크가 열렸던 당시 고공에서 발언한 박정혜 수석부지회장의 발언문을 전한다. 처음 이곳을 올라올 때는 철거를 막아야 한다는 생각만 했고, 개인적으로 상황이 나은 제가 고공농성을 해야지 싶어 올라왔습니다. 1월 8일 새벽 6시 40분에 올라왔는데 그날이 구미에서 가장 추운 날이었습니다. 핫팩을 몸에 감싸고 동지들을 기다렸습니다. 생각해 보면 아래에 있으나 위에 있으나 다를 게 없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사랑하는 동지들을 가까이서 못 본다는 것 정도입니다. 2024 3.8여성파업조직위가 구미 한국옵티칼 농성장에서 오픈마이크를 진행한다고 해서 참 고마웠고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고민했습니다. 제가 일했던 외관검사부서에는 여성 노동자들이 주로 있어선지 그동안 그리 성차별을 겪었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곰곰이 돌아보고 주변에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사진출처: 은재) 그랬더니 역시나 차별이 있었습니다. 생산라인에서는 여성에게는 기계작동을 시키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여성이 하기 어렵다는 것이었죠. 왜 어려운지, 정말 여성이 작업하기에는 어려운지 알 수는 없지만 그로 인해 여성들은 두 가지 불이익을 받았습니다. 하나는 남성 노동자는 기계를 돌린다는 이유로 임금이 더 많았습니다. 기계를 돌리면서 인사고과 평가를 잘 받고 그로 인해 승급 대상이 되기 때문입니다. 다른 하나는 기계를 익힐 기회, 전문역량을 늘릴 기회를 여성 노동자는 아예 차단당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어떤 여성들은 기계를 돌리기가 싫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왜 성별을 떠나서 각자에게 묻지 않고 여성들은 처음부터 배제합니까? 그리고 다른 사업장에도 많이 있을 차별이 있었습니다. 여성은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입사하는 데 반해 남성은 군대 갔다 왔다고 처음부터 호봉을 두 단계 높게 받았습니다. 물론 그게 나이에 대한 인정인지, 군대 경력에 대한 인정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무엇이든 간에 근거가 명확하지 않았단 것이지요. 나이 든 여성이 들어온다고 호봉을 높여주지 않았으니 아마도 군 경력이 이유일 텐데요. 그렇다면 여성들의 경험을 경력으로 인정해 주는 제도는 왜 없는 것일까요? 물론 한국옵티칼은 KEC처럼 노골적인 성차별이 있지는 않았습니다. 그렇다 보니 이런 성차별을 저도 모르게 당연하게 여기거나 세상이 원래 남성에게 유리하지 하는 정도로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여성파업조직위가 온다고 하니 저도 성차별에 대해 생각할 기회가 생겨 좋습니다. 다른 어떤 성차별을 겪었나 또 생각해 보았습니다. 20대 때의 첫 사회생활이 생각났습니다. 관광학과를 졸업하고 호텔에서 잠시 근무했습니다. 한식당에서 서빙을 맡았는데 커피숍 업무까지 배워야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남성 노동자와 여성 노동자의 역할이 나뉘어 있었습니다. 같은 부서지만 여성은 커피숍 일을 배워야 하는데 남성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남성은 테이블을 옮기거나 무거운 것을 들기는 했지만, 담배를 피운다며 자리를 비우면 여성들이 다른 모든 일을 해야 했습니다. 당시 모두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회식 자리에 가면 항상 상사들과 손을 잡고 춤을 췄던 기억이 있습니다. 첫 사회생활이라서 원래 이렇게 해야 하는 건가 싶었고, 싫어도 싫다는 티를 낼 수 없었습니다. 분명 저에게도 사회생활을 하면서 성희롱, 성차별이 있었지만 인지하지 못하고 있거나 당연하다고 여긴 것 같고 최근에야 비로소 알게 되어 후회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여성파업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여성파업은 성차별과 자본주의에 맞서 싸우는 멈춤이라고 들었습니다. 저에게 여성파업은 간악한 일본자본 닛토덴코에 맞서 싸우는 저의 투쟁과도 맞닿아 있지 않을까요. 여성들이 남성과 동등한 존재로 여겨지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은 노동자를 자신들과 동등한 존재로 보지 않고, 노동자가 일해서 번 이윤으로 6조 넘게 벌고도 노동자의 노동과 고용승계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닛토덴코는 돈이 있고 물량이 있고 돌아갈 공장이 있는데도 고용승계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마도 민주노조가 있는 우리가 부담스러워서이겠지요. 그러나 이는 너무 부당하지 않습니까. 자본이 마음대로 노동자를 버려도 되는 세상은 정말 불편하고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노조 활동은 노동자의 권리이고, 고용승계는 회사의 의무입니다. 노동자는 쓰다 버리는 일회용품이 아닙니다. 그래서 올라왔습니다. 제 12년의 공장생활을 인정받고, 저의 노동을 인정받기 위해 왔습니다. (사진출처: 은재) 2월 16일에 강제집행 철거가 들어올지 모른다고 합니다. 솔직히 두렵고 무섭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우리가 이겨내야 하는 투쟁입니다. 많은 분들이 연대해 주셨으면 합니다. 당일에 못 오더라도 sns에 많이 올려주세요. 3.8 여성파업 전에 반드시 승리해서 3.8 여성파업 집회에 함께 하기를 기대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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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정세와 노동자계급의 과제 2] 제국주의 열강투쟁 격화, 불확실성 확대로 치닫는 세계 자본주의[편집자 주] 지난 1월 27일 사회주의를향한전진을 포함한 6개 단위가 함께 개최한 신년 정세토론회에 제출한 <2024년 정세와 노동자계급의 과제>를 나누어 연재한다. 이 글은 조직적 토론을 통해 제출되었다. ᅠ Ⅰ. 자본주의 위기 지속, 심화하는 노동자계급 생존권 위기 Ⅱ. 제국주의 열강투쟁 격화, 불확실성 확대로 치닫는 세계 자본주의 Ⅲ. 세계 각지 극우세력 부상 Ⅳ. 전쟁위기 확산 Ⅴ. 위기 확대, 한국자본주의 정치경제 정세 Ⅵ. 노동자계급 생존권 위기 심화와 노동탄압 강화 Ⅶ. 노동자 계급운동 대응방향 1. 미국 주도 공급망 재구축 시도와 러우전쟁, 미국의 호황과 유럽의 침체 2023년 12월 발표된 미국 3분기 GDP성장률 확정치는 전기 대비 연율환산 4.9%(전 분기 대비 약 1.2%) 성장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성장률 구성요소를 분해하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정부지출 확대, 이에 상응하는 민간투자 확대 등이 중요 요소로 드러난다. 즉, 보호주의 산업정책이 미국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1) 1) 미국 3분기 성장률의 가장 큰 요소는 소비지출인데, 저축액이 감소하고 있음에도 신용카드 부채가 이를 상쇄했다. 아래 그래프가 드러내듯, 미국 제조업 설비투자는 2022년 인플레이션감축법 발효 이후 급증했다. 미국으로 향하는 해외직접투자(FDI) 역시 급증했다. 인플레이션감축법이 발효된 2022년 8월부터 2023년 말까지, 총 980억 달러에 달하는 142개 프로젝트가 발표되었다(이 중 가장 많은 수가 한국 기업이다). 유럽연합은 미국의 보호주의 산업정책에 분노하고 있다. 2023년 6월 독일 경제부장관 로베르트 하벡의 말을 잠시 옮겨 보자. “이는 선전포고와 같다”, “미국인들은 반도체를 원하고, 태양광산업을 원하고, 수소산업을 원하고, 전기분해장치를 원한다”, “우리가 따라잡지 못하면 핵심 산업은 그들이 가지게 되고 우리는 가지지 못할 것이다. 이것이 잔인한 현실이다.” 유럽 자본이 자국을 떠나 미국으로 유입되는 현실 앞에, 유럽 각국은 그들 역시 보조금으로 대응하거나, 여력이 없으면 이를 용인할 수밖에 없다. 2022년 인플레이션감축법 발효 후 미국 제조업설비투자 급증 추이(좌)는 주요국과 비교해도 독보적이다(우) G7 국가 2023년 성장률 전망치에서 드러나듯, 미국은 ‘나 홀로 호황’이다. 보호주의 산업정책 확대와 함께 주요국 성장률 격차가 심화하는 양상이며, 특히 유럽의 정체가 뚜렷하다. 유로존 3분기 GDP는 0.1% 감소해 코로나19 유행이 본격화한 2020년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했다. 영국도 3분기 실질성장률 0%, 2023년 성장률 전망치 0.5%로 겨우 역성장을 면하는 수준이다. G7 국가 2023년 실질성장률 전망 (OECD. 2023.11.29.) 미국 2.4% 일본 1.7% 캐나다 1.2% 프랑스 0.9% 이탈리아 0.7% 유로존 평균 0.6% 영국 0.5% 독일 - 0.1% 유럽의 침체 뒤에, 미국의 보호주의와 장기화하는 러우전쟁이 있다. 유럽 에너지 가격은 치솟았고, 유럽 산업자본은 미국 경쟁사보다 에너지 비용을 서너 배 더 많이 지불하고 있다. 특히, 독일경제의 추락은 극적이다. 독일은 2분기 성장률 0%, 3분기 성장률 -0.1% 등 침체를 거듭하고 있다. 그간 유로존에서 러시아, 중국경제 의존도가 가장 높았던 독일경제의 침체는 신자유주의가 만든 세계자본주의 체제의 통합이 얼마나 강력한 것이었는지를, 또한 이를 재구축하는 과정이 얼마나 험난할지를 드러낸다. 반면, 미국은 전쟁특수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 대러시아 제재와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파괴에 따라, 유럽은 미국산 에너지 의존도를 늘리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에너지 수출이 급증했고, 급기야 사상 최초로 석유가 2023년 미국 수출액 1위 품목이 될 전망이다. (2023년 9월 기준 원유 생산량 국가별 순위는 미국,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캐나다, 이라크, 중국, 브라질, 아랍에미리트, 이란, 쿠웨이트다. 미국의 석유는 OPEC+ 감산에 따른 물가상승 동인을 상쇄하는 핵심 요인이다.) 미국 원유수출 급증 추이 (출처: 미 에너지정보국) 이렇듯, 미국의 보호주의와 장기화하는 전쟁의 피로감은 미국과 유럽의 균열을 부르는 주요 갈등 축이다. 러우전쟁은 미국의 보호주의에 대한 유럽의 불만을 ‘지금은 전시’라는 명분으로 억누르는 기제이나, 유럽의 침체가 길어질 경우 미국의 수탈적 행보에 대한 불만이 폭발할 수 있다. 2. 미중 투쟁과 미국 주도 공급망 재구축 난항 많은 기관은 공급망 병목 완화와 인플레이션의 추세적 하락을 미국 경기 ‘연착륙’ 주요 근거로 든다. 실제로 팬데믹 정점이 지나며 물류비용은 일정히 하락했으나, 이를 전체 공급망 안정화로 보기는 어렵다. 통계에 따르면, 2023년 11월 중국의 유럽연합과 미국 등 대 서방 수출량은 중국 전체 수출량의 45%에 불과했다. 이는 2022년 초의 약 54%에 비해서도 급격히 하락한 수치다. 대신 미국이 베트남, 멕시코 등으로부터 수입하는 물량은 급증했다. 그렇다면 이는 다변화되고 안정적인 공급망의 형성을 뜻하는가? 그렇지 않다. 공급망은 더 복잡해졌고, 불투명해졌으며, 비싸지고 있다. 중국 자본은 역시 미국의 공급망 이전 시도에 조응해 동남아 등 해외진출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국제결제은행(BIS)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 네트워크 데이터상 글로벌가치사슬(GVC)이 길어지고 있다. 기업 간 평균 거리는 2021년 9.67개에서 2023년 10.03로 증가했다. 이는 중국 공급업체와 미국 고객사를 잇는 공급망에서 보다 분명하게 드러나는데, 9.18에서 10.11개로 증가했다. 그러나 공급관계 다변화를 함의하는 ‘네트워크 밀도’는 상승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각 공급업체 평균 고객기업 수를 나타내는 Out-degree는 2021년 2.49에서 2023년 2.45로 소폭 하락했으며, 각 기업이 물품을 받는 평균 공급업체 수를 측정하는 in-degree 역시 2021년 2.25개에서 2023년 2.23개로 하락했다. 공급자기업과 수요자기업 사이의 거리가 길어졌다 (BIS.2023.10.) 이렇듯 세계 자본주의 공급망은 길어지고 있으나, 미국 의도대로 다변화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소수 공급업체 의존도가 이전보다 높아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미국 진영 기업들이 중국을 제외한 비상공급경로를 구축하는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이 말뿐임을 시사한다. 열강은 믿을 수 있는 동맹으로 공급망을 재구축하고자 하나, 그 결과는 길어졌을 뿐 다각화되지 못한 공급망이다. 이는 그 자체가 물가인상의 동인이자, 생산의 파열로 이어질 수 있는 위협요인이다. 미국은 공급망 재구축에 성공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 과정은 자국 기업의 피해와 미국 인민의 생존권 악화로 귀결해 바이든 정부 재선 실패로 이어질 공산이 높다.2) 디커플링이건 디리스킹이건, 공급망 재구축은 쉬운 과정이 아니다. 2) 그 단면이 2023년 11월 중국 공급망 엑스포였다. 테슬라, 인텔, 퀄컴, HP, 엑슨모빌, 비자 등 참여 기업 면면은 미국의 난항을 드러낸다. "세계경제가 훨씬 더 복잡하고 위험해졌지만, 이를 이해하고 관리하는 미국의 능력은 약해졌다. 냉전 시대 미국은 적국과의 경제교류를 제한하려 했고, 세계화에 초점을 맞춘 미국은 이를 촉진하려 했다. 이제 정책 입안자들은 과거 미국 관리들이 직면했던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한 과제인 상호의존성과 씨름해야 한다. 냉전 시대에는 제조 물류는 정부가 아닌 민간 산업의 영역이었다. 오늘날 미국 정부는 글로벌 공급망이 경제 안보에 매우 중요함에도, 여전히 글로벌 공급망에 대해 거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4개 영역에 걸쳐 공급망 검토를 시행했으며 정부 부서가 관련 공급망에 대한 위험을 검토하도록 의무화했다. 그러나 이는 불완전한 상업 데이터베이스와 민간기업이 공개를 매우 꺼리는 불완전하고 비표준화된 정보에 의존해야 한다. 기업 자체적으로도 공급망 취약점을 파악하는 데 한계적인 경우가 많다. 공급업체가 무엇을 하는지 안다고 하더라도, 명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원문 링크) 3. 중국자본주의의 현재 1) 부채위기 중국은 리오프닝에 따른 초기 추진력이 사라지고 최근 부동산 부문에서 위기가 터져 나오는 등, 위기가 확대되고 있다. 중국경제의 25-30%가량을 차지해온 건설·부동산업이 과잉축적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자본주의 세계경제 속에서, 현 중국 부채위기 심화는 미국 주도 금리인상을 제외하고 설명할 수 없다. 즉, 미국의 금리인상에는 중국의 부채위기 폭발을 유도하고자 하는 의도 역시 포함되어 있다.3) 이에, 중국 역시 미국의 금리인상을 다음과 같이 비판한다. 3) 중국외환관리국(SAFE)에 따르면 2023년 6월 기준 달러와 유로 등 외화표시 미결제 대외부채는 총 9조 7,766억 위안(1조 3,530억 달러 상당)으로 미결제 대외부채의 56%를 차지한다. 물론 이는 LGVF 등 위기 진원지에 대한 집계를 포함하지 않는다. "미국 금리의 급격한 상승과 이에 따른 달러화 가치 상승은 신흥시장 및 개발도상국의 차입비용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가져왔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이러한 파급효과는 부채부담을 크게 악화시켜 부채상환을 위한 자금 조달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으며, 일부 신흥개발도상국의 부채 문제와 금융위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에 비해 중국의 개발도상국에 대한 금융정책은 유엔의 지속가능한 개발목표와 매우 일치하며, 글로벌 개발 금융시스템을 보완하는 새로운 중요 동력이다." (원문 링크) 성장률 저하, 청년실업 확대, 지방정부 부채위기 등에 더해 최근 중국 경제의 뇌관을 구성하는 부동산 부문 부채위기의 대표적인 사례는 헝다와 비구이위안 사태다.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에버그란데)는 3,250억 달러 이상의 빚을 지고 있으며 이는 러시아 국가부채보다 많은 금액이다. 컨트리가든(비구이위안)의 부채는 1,900억 달러로 부채 규모는 에버그란데가 훨씬 크나, 컨트리가든이 개입한 지역 부동산 개발사업이 더 많아, 컨트리가든의 파산은 지방정부 부채위기 폭발로 이어질 공산이 있다. 또한, 중국은 10년 전 원대하게 착수한 자본수출 계획, 즉 일대일로의 후과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은 남미, 아시아, 아프리카에서 철도와 공항 등 거대 인프라사업에 1조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그러나 거대한 자본수출이 이윤을 남기기는커녕 화려하나 실익이 없는 사업, 소위 ‘흰코끼리 프로젝트’에 불과하다는 진단이 있다. ‘흰코끼리 프로젝트’가 집약하는 중국경제의 심각한 불균형은 중국공산당 통치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다. "서방 일부 관리들은 "중국이 '부채의 함정'을 설치해, 별생각 없이 중국 자금을 지원받아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진행한 개도국들을 함정에 빠뜨렸다"고 비난했다. 대출을 받은 국가가 채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중국이 해당 국가의 주요 기반 시설에 대한 소유권 등 중국 측에 유리한 양보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불만이다. 실제로, 스리랑카의 경우 부채 문제로 어려움을 겪은 후 중국 자금으로 건설된 함반토타 항구에 대한 운영권을 중국 기업에 넘기는 사례가 있었다. 하지만 중국이 고의로 그런 함정을 설치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중국은행들은 리스크에 대한 적절한 평가 없이 대출해 줌으로써 스스로를 함정에 빠뜨린 것으로 보인다. 이제 그들은 대출받은 국가들이 침몰하게 놔두기보다는 그들을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미국의 리서치 그룹인 에이드데이터의 보고서에 의하면, 중국의 은행들은 2016년부터 2021년까지 1,850억 달러의 구제금융 대출을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보고서는 2010년에는 중국의 해외 대출금 총액 중 구제금융 대출액 비율이 5% 미만이었지만, 2022년에는 그 비율이 60%까지 상승했다고 밝혔다." (원문링크) 2) 중국을 떠나는 서방, 자본유출 위험 2023년 1월부터 10월까지 중국으로 유입된 해외직접투자는 전년 동기보다 9.4% 줄었다. 심지어 3분기에는 유출액이 유입액보다 많았는데, 11월 초 공개된 3분기 중국 국제수지 잠정치에 따르면 FDI는 118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해외직접투자 순유출은 중국이 관련 데이터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8년 이후 최초의 일이다. 패권투쟁 격화에 더해, 미중 금리차에 따른 자본이탈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해 벌어진 일이다. 해외직접투자 감소와 유출에 더해, 외환유출 징조도 있다. 2023년 9월, 10월 모두 외환유출을 기록했는데, 9월 유출액은 2016년 이후 7년 만에 최대폭이었다. 물론 중국은 3조 달러 이상의 외환을 보유하고 있기에 단기간에 외환위기가 닥칠 공산은 낮으나, 자본유출 지속가능성은 분명한 위험으로 남아있다. 3) 공급망 전쟁에 대한 중국의 대응과 부상하는 브릭스 블록 그러나 중국경제가 붕괴 위험에 처한 것은 아니다. 중국의 GDP 대비 중앙정부 부채비율은 약 22%로 G7국가 평균 중앙정부 부채비율의 약 1/8에 불과하다. 중국 지방정부 부채위기, 대략 60조 위안(약 1경 1천조 원)으로 추정되는 지방정부자금조달기구(LGFV) 부채위기4)가 가중되고 있으나, 최근 달러 표시 LGFV 채권가격 급등은 중국정부가 위기를 일정히 관리해내고 있음을 뜻한다. IMF는 2023년 중국 실질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5.0%에서 5.4%로 상향 조정했고, 주택시장 부채위기가 심화하고 있음에도 산업생산은 확대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 산업부가가치 생산량은 2023년 12월에 전년 동월 대비 6.8%, 전월 대비 0.52% 늘었다. 설비가동률은 4분기 75.9%로 3분기 75.6%, 2분기 74.5%, 1분기 74.3%로 추세적으로 늘었다. 4) 중국 지방정부 자산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해 사업을 벌이는 ‘지방정부자금조달기구(LGFV)’ 파산 위기 중국은 미국의 공급망 봉쇄 압박에 대응해 소위 ‘홍색공급망’ 구축에 나서고 있으며, 동남아로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제품에 대한 고율관세를 피하고, 애플ᅠ등 대자본의 공급망 이전에 조응해 현지 생산기지를 구축하며, 중국의 새로운 시장과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시도다. 특히, 중국은 최근 ‘중국 대체제’로 부각되는 베트남에 대한 투자를 급격히 늘리고 있고, 중국의 대베트남 수출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2015년 베트남 수입시장 점유율 27.67%를 기록한 중국은 2022년 35.1%를 기록하며 무역전쟁ᅠ전보다 10%p가량ᅠ점유율을 높였다. 2023년 11월 누계 중국의 베트남 투자액은 83억 달러로, 1년 전보다 두 배가량으로 늘어, 유입된 외국자본의 30%를 점했다. 2023년 8월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인 BYD(비야디) 역시 1억 4,400만 달러 규모 베트남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중국은 브릭스를 통해 우방을 규합하고 있다. 2023년 8월 브릭스는 기존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에 더해, 사우디·UAE·이집트·이란·에티오피아·아르헨티나를 가입국으로 초청했다(아르헨티나는 밀레이 집권 이후 가입을 철회했고, 사우디는 가입을 저울질하는 중이다). 위안화 국제화 시도 역시 추진하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과 상무부 통계에 따르면, 중국 상품무역 시 위안화 결제액은 2020년 중반 이후 매월 두 배 이상 늘었다. 특히 2023년 위안화 결제비중 성장세는 가파른데, 2023년 1월 1.9%에서 10월 3.6%로 증가했다. 아직 달러(47.25%)와 유로(23.36%)에 비할 바는 아니나, 이미 중국은 자국 상품·서비스 무역액의 거의 30%를 위안화로 결제하고 있다. 최근 사우디와 첫 위안화 대출 협정을 맺고, 중국-브라질 교역 시 위안화-헤알화 거래에 합의하는 등, 미국 주도 세계질서에 맞선 중국 행보가 확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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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번째 책읽기모임 "파묻힌 여성" 발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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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여성뉴스 브리핑] 빚 탕감해 줄 테니 아이 낳아라? 현금성 지원을 매개로 한 민주당의 출산 장려 정책1. 빚 탕감해 줄 테니 아이 낳아라? 현금성 지원을 매개로 한 민주당의 출산 장려 정책 여야가 나란히 총선 공약으로 저출생 대책을 발표했다. 국민의힘은 주요 공약으로 한 달간 남성의 육아휴직을 의무화하는 등 육아휴직 확대에 초점을, 더불어민주당은 셋째를 낳으면 대출 1억 원을 탕감하는 등 현금 지원 확대에 중점을 뒀다. 저출생 대응 콘트롤타워 신설, 부모 육아‧출산휴가 보장제도 확대 대책에 있어서는 양당이 서로 엇비슷한 공약을 내놨다. 다만, 국민의힘은 여성가족부를 폐지하는 대신 여가부 등 여러 부처에 흩어진 저출생 정책을 총괄할 부총리급 인구부를 신설한다는 계획을 내놓은 반면, 민주당은 여가부와 별도로 ‘인구위기대응부’ 신설을 계획하고 있다. 양당의 저출생 대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그 실효성이 의문스럽다고 제기했다. “저출생 대책이라기보다 육아휴직 확대 대책”이며 현금성 급여 확대에만 매몰된 ‘매표 행위’로밖에 안 보인다는 것이다. 특히 민주당은 이번 총선 공약에서 ‘모든 신혼부부 가구당 10년 만기 1억 원 대출’(첫째를 낳으면 무이자 전환, 둘째를 낳으면 원금 절반을 탕감해 주고, 셋째를 낳으면 원금 전액을 탕감하겠다는 내용) 등 보편적으로 보장돼야 할 권리인 주거권을 여성의 출산 여부와 결부시켜 조건부 지원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한마디로 “돈 주고, 이자 탕감해 줄 테니 아이를 낳으라는 것”이다. 민주당의 이 같은 정책에 대해 한 전문가는 “주택 정책은 저출생 정책이 아니다”라며 “주거 문제는 노동이나 아파트 분양가상한제 등으로 조정해야지 출생과 연동시키면 안 된다. 우리의 삶을 물질과 현금으로 생각하는 것이 문제적”이라고 짚었다. 양당의 저출생 대책은 사실상 국가의 인구정책으로 제기될 뿐 여성의 생애주기에 대한 고려도, 삶의 재생산을 위해 존엄하게 살아갈 사회 환경을 만들려는 노력도 전혀 없어 보인다. 양당의 인구부 신설 구상 역시 “여성이 처한 환경과 조건을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인구를 늘리는 것을 지상과제로 삼겠다는 발상이다. 이러한 정책은 국가의 인구정책에 따라 여성의 몸을 도구화할 뿐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상가족 중심의 인구정책이 아니라 성평등, 삶의 질, 가족 형태의 다양성 등을 총체적으로 고려한 보편적 권리체계의 확립이다. <참조 기사> https://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44737 2. “우리를 그만 죽여라” 케냐, 여성살해 반대 시위 1월 27일 케냐의 도시 전역에서 여성살해와 젠더 폭력에 반대하는 1만 명 규모의 시위가 일어났다. 최근 에어비앤비 숙소에서 두 여성이 끔찍하게 살해당하는 등 1월에만 최소 14명의 여성 살해가 잇따르자 가장 큰 규모의 젠더 폭력 반대 시위가 일어난 것이다. 시위 참가자들은 피해자들의 이름이 적힌 옷을 입고 “우리를 그만 죽여라”, “여성살해는 부당하다”는 피켓을 흔들고 소리치며 도로를 막았다. 수도 나이로비에서는 국회의사당과 대법원으로 행진이 이어졌다. 페미사이드 카운트 케냐(Femicide Count Kenya) 공동창립자인 무게니는 “이 문제는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지만 어느 누구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우리는 분노한다. 이제 우리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시위에 참여한 여성과 페미니스트들은 2016년부터 2023년까지 케냐 여성 546명이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게 살해당했지만, 정치 관료와 경찰이 오히려 여성 피해자를 비난한다고 비판했다. 최근 타비사 무틴다 상원의원은 “젊은 여성들이 돈에 대한 집착 때문에 생활비를 줄 것으로 보이는 낯선 사람을 만나 살해당한다”고 말했고, 사비나 체게 의원도 같은 말을 하며 “여자들은 열심히 일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얘기해 큰 분노를 일으켰다. 법원과 경찰이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아 가해자를 대변해 온 점도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시위를 조직한 단체 중 하나인 우시키미예(Usikimye) 대표는 경찰서에 시위를 허가받을 때 경찰들이 여성 시위에 대해 “에어비앤비에 간다”며 비아냥거린 점도 규탄했다. 그런데 시위대 앞에 여성살해에 침묵으로 일관한 여성의원 에스더 파사리스가 발언자로 나서려 했다. 시위대는 이를 수용할 수 없었다. 곧바로 “어디 있었어?”, “집에 가라!”는 구호를 외치고 에스더 파사리스 의원을 끌어내렸다. 비영리 여성단체 아킬리 다다는 “지금이 바로 국가가 행동을 취할 때”라고 외쳤다. 한편 시위에 참여한 보니페이스 므왕이는 여성살해의 끔찍한 현실에 대해 말하며 “이것이 남성이 여성살해에 대해 대담하고 큰 소리로 함께해야 하는 이유”라며 동참을 촉구했다. 이날 시위에는 남성들도 참여했다. <참조 기사> https://www.aljazeera.com/gallery/2024/1/27/stop-killing-us-thousands-march-to-protest-against-femicide-in-kenya https://www.cbc.ca/radio/asithappens/kenya-anti-femicide-protests-1.7098148 3. 예산 깎여 잘려나간 ‘약자 도우미’ … 사각지대 그늘, 더 짙어져만 간다 2024년도 예산 삭감 방침에 따라 여성/청소년/이주민/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는 민간위탁기관들의 예산이 대폭 삭감됐다. 경북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근로보호 담당자로 일하던 김은영 씨는 지난해 12월 28일을 끝으로 계약을 통보받았다. 청소년을 상대로 노동상담과 노동인권교육을 해 오다 일자리를 잃은 상담사는 전국에 통틀어 총 35명이다. 이들이 계약 종료를 통보받은 이유는 모두 같다. 여성가족부의 청소년 근로권익보호 사업 예산 전액이 삭감되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노동인권 교육을 할 때마다 학교 교사들과 학생들 사이에서 반응이 좋았다"며 "2022년 11월 사업 시작 후 성과 통계나 의미를 도출하기도 전에 사업을 종료한다고 해 더는 국가가 하는 정책에 신뢰가 생기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노동부와 복지부 방침에서도 이러한 취약 계층 예산 삭감의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고용노동부 이주노동자지원센터 예산 삭감으로 인해 인천센터를 포함한 전국 지원센터가 전부 운영을 종료했고, '중증장애인 동료지원가'로 장애인 노동자의 취업을 돕던 활동가들도 사업 주무부처가 예고 없이 보건복지부로 변경되며 일자리를 잃었다. 정부는 올해 예산 집행 계획에 따라 사업이 이어지고 있으므로 사회적 약자 보호에 빈틈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예산에 따라 해고된 민간위탁 사업기관 활동가들의 자리가 대체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참조 기사>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2010600015 4. 인도, 여성 청소노동자 묻지마 폭행 피해에 연대파업 인도 자발푸르 지역에서 지방자치단체 비정규직으로 청소 업무를 하던 여성 노동자가 상점 주인 부자에게 ‘묻지마 폭행’을 당하자 동료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여 경찰이 피의자를 체포하도록 만들었다. 여성 노동자는 자발푸르 바다파타르 지역에서 아침 청소업무를 하다가 사이 트레이더스(Sai Traders) 상점 운영자들에게 불려 들어가 무차별적으로 폭행당했다. 이 상황을 파악하고 말리려던 관리자까지 폭행을 당했다. 동료 청소노동자들에게 이 사실이 알려지자 노동자들은 일손을 놓고 경찰서로 달려갔다. 노동자들은 연대를 결심하고 피고인에 대한 조치가 있기 전까지 청소하지 않겠다며 파업을 선언했다. 경찰은 어쩔 수 없이 노동자들의 요구대로 최초 범죄신고정보(FIR)를 등록해 노동자들을 해산하게 했는데, 체포와 같은 가시적 조치가 뒤따르지 않자 청소노동자들이 다시 파업했다. 이번에는 란지 지역 모든 구의 청소노동자들이 경찰서에 모였다. 청소노동자 파업으로 인해 모든 구의 청소와 쓰레기 수거가 중단됐다. 노동자들은 동료 여성 청소노동자가 폭행당한 것에 대한 분노를 숨기지 않았고 경찰서장은 그제야 사건의 심각성을 인식해 피고인 2명을 체포함으로써 파업을 멈추게 했다. <참조 기사> https://en.themooknayak.com/dalit-news/female-sanitation-worker-assaulted-in-jabalpur-colleagues-gherao-police-station 5. ‘낙태죄 폐지’ 2년, 여전히 안전한 임신중지는 어디서?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보장 네트워크(모임넷)’가 1일 ‘2021년 이후 임신중지 경험조사 결과보고서’를 발표했다. 모임넷은 지난해 12월 한 달간 2021년 이후 임신중지 경험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20~30대 여성 6명이 응답했다. 응답자들은 임신중지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정보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또한 임신중지가 가능한 병원을 찾기도 어려우며, 병원마다 수술 비용 역시 격차가 커 임신중지를 어렵게 한다고 답했다. 모임넷은 “정부와 보건당국은 임신중지를 건강권으로 공식적으로 보장하고 안전한 임신중지에 관한 포괄적 정보와 의료기관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건강보험 등 의료보장체계 구축과 임신중지 시술 의료수가의 정상화가 필요하다”며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의 승인과 공식 의료시스템을 통한 제공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참조 기사>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2011816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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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정세와 노동자계급의 과제 1] 자본주의 위기 지속, 심화하는 노동자계급 생존권 위기[편집자 주] 지난 1월 27일 사회주의를향한전진을 포함한 6개 단위가 함께 개최한 신년 정세토론회에 제출한 <2024년 정세와 노동자계급의 과제>를 나누어 연재한다. 이 글은 조직적 토론을 통해 제출되었다. Ⅰ. 자본주의 위기 지속, 심화하는 노동자계급 생존권 위기 Ⅱ. 제국주의 열강투쟁 격화, 불확실성 확대로 치닫는 세계 자본주의 Ⅲ. 세계 각지 극우세력 부상 Ⅳ. 전쟁위기 확산 Ⅴ. 위기 확대, 한국자본주의 정치경제 정세 Ⅵ. 노동자계급 생존권 위기 심화와 노동탄압 강화 Ⅶ. 노동자 계급운동 대응방향 1. 고물가 지속 2023년 10월 IMF에 따르면, 세계경제 성장률은 2022년 3.5%에서 2023년 3%, 2024년 2.9%로 둔화할 전망이다. 11월 OECD 역시 2023년 2.9%, 2024년 2.7%를 예측했다. 미국의 경우 소비자 물가의 추세적 하락, 낮은 실업률과 함께 '연착륙' 시나리오가 대두하나 유로존은 독일과 영국 등 위기가 뚜렷하다.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상대적 하락은 상당 부분 에너지와 식량가격 하락에 근거한다. 물론 식량가격지수는 10월 기준 120 이상으로 여전히 높으며 쌀가격은 지속적 상승세다. 2022년 폭등세에 비해 진정되기는 했으나, 에너지가도 여전히 높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가 높았던 유럽의 경우 2023년 상반기까지 7,850억 유로(약 1,100조원)에 달하는 재정을 기업과 가계에 투입하는 등 이미 막대한 출혈을 치렀다. 가스 의존도가 높던 네덜란드 전기료는 무려 953% 폭등하기도 했다.1) 원유생산 1위국이자 LNG 수출 1위국으로 뛰어오른 미국 주도 공급확대로 에너지 가격은 일정하게 하락했으나, 전쟁과 지정학적 충돌이 확산하는 현 정세 속에서 에너지 가격은 언제든 폭등할 수 있다. 2023년 6월 이후 OPEC+의 감산 역시 잠재하는 에너지 가격 불안의 한 조건을 구성한다. 최근 중동지역 위기 심화와 함께 홍해와 호르무즈 해협 운송에 차질이 계속될 경우, 에너지 가격 상승과 함께 유럽의 에너지위기가 재점화될 가능성도 있다. 1) EU는 2022년 에너지 공동구매 등을 위해 ‘유럽에너지플랫폼’을 출범하고 2023년 말 4회차 거래를 진행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상대적 하락에도, 미국을 포함한 주요국 근원물가 상승률은 여전히 높거나 더디게 하락하는 추세다. 유로존과 일본에서는 높은 근원물가의 유지, 혹은 지속적 상승추세를 확인할 수 있다. 이는 고물가의 장기지속적 성격을 드러낸다. IMF 역시 높은 근원물가로 물가안정목표 달성에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입장이며, OECD 역시 마찬가지 입장이다. 현 국면 인플레이션은 생산과정 자체의 차질에서 비롯되기에 쉽게 진정시키기 어렵다. 이를 보다 명확히 드러내는 지표가 소비자물가에 선행하는 생산자물가다. 아래는 2015년부터 2023년까지 미국과 유럽 산업생산자 물가지수 추이다. 자본가들은 몇 년 전보다 상품을 훨씬 비싸게 생산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독과점 기업, 가격 결정력을 행사할 수 있는 대자본의 공급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는 구조적 원인이다. 미국(좌)과 유럽(우) 산업생산자 물가지수 추이 (2015-2023) 2. 과잉축적과 과잉생산으로 이어지는 보호주의 심화 고물가를 지속시키는 중요 요인, 보호주의는 날로 심화하고 있다. 세계무역 성장률은 2022년 5.1%에서 2023년 0.9%로 하락 후 2024년 3.5%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나, 이는 2000-19년 평균성장률 4.9%를 훨씬 밑도는 수치다. 무역장벽은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데, 2022년 세계 각국은 3천 개에 달하는 새로운 무역제한조치를 부과했다. 이런 조치는 2019년 당시 1천개 미만이었다(2023.10. IMF 경제전망). 보호주의는 이전보다 싸게 만들 수도 없는 상품이 쌓이는 상황, 구조적 공급과잉으로 이어진다. 아래 미국 제조업 재고자산 추이에서 드러나듯, 주요국 재고자산이 쌓이고 있다. 공급망 위기에 따른 원자재와 부품재고 확보 시도 역시 재고 축적의 원인이며, 이는 자본회전율 하락으로 이어진다. 2023년 12월 닛케이신문에 따르면, 2023년 9월 말 기준 글로벌 대형 제조업체 4,353곳 재고자산 규모는 2조 1,237억달러(약 2,788조원)에 달해, 2019년 12월 말보다 28% 늘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을 비롯한 보호주의 입법, 유럽의회의 핵심원자재법(CRMA)의 승인에 이어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승인 등 열강의 보호주의는 날로 강화되고 있다. 전기차 산업의 경우, 미국에서는 전기차 한 대당 7,500달러의 보조금을, EU에서는 2022년부터 대당 평균 6,000유로를 지급한다. 이러한 보호주의는 과잉생산과 중복투자, 곧 과잉축적의 원인이자 그 해소를 둘러싼 제국주의 투쟁 격화의 원인이다. 2007-2023년 미국 제조업 재고자산 추이 3. 고금리의 후과: 늘어나는 기업파산과 부채부담 상대적 호조에도, 미국 경제는 불안하다. 2023년 10월 26일 미국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기업파산은 9월 말까지 연 17,051건으로 늘어 작년보다 30% 증가했다. 특히 중소기업 파산이 증가했으며, 대기업 파산 건수도 증가하고 있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장기 저금리 국면에 빚을 내고, 팬데믹 시기 막대한 정부지원을 받을 수 있었던 기업들의 호시절이 끝나가고 있음을, 쉬운 자금조달 시기가 끝나가고 있음을 뜻한다. 기준금리 인상 전인 2021년 기준, 미국 중소기업은 전체 수입 6%를 부채상환에 사용하는 반면, 대기업은 2% 정도로 알려졌다(골드만삭스). 고금리에 따라 중소기업부터 벌어지는 기업파산 증가는 당연하다. 유럽에서도 파산이 증가하고 있다. 2023년 1월부터 9월까지 독일 기업파산은 전년 동기 대비 25% 늘었다. 그 주요 원인으로 부채상환 비용 증가, 팬데믹 지원 축소, 그리고 높은 에너지 비용이 꼽힌다. 프랑스, 네덜란드, 일본에서는 10월 파산 건수가 전년 동월 대비 30% 이상 늘었다. 덴마크, 스웨덴, 영국, 스페인, 핀란드, 노르웨이 기업파산율은 2008-2009년 금융위기 직후 파산율보다 높다. 또한, 고금리 장기화에 따라 미국 포함 주요국 정부의 부채 관리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미국 정부가 지출하는 이자비용은 2020년 3,450억 달러에서 2023년 6,590억 달러(약 900조 원)로 3년 동안 거의 두 배로 증가했다. 현재 국채이자 지급비용보다 더 큰 정부지출 영역은 사회보장, 메디케어, 국방뿐이다. 유럽연합도 마찬가지다. 2022년 초까지 EU 각국은 매우 낮은 금리로 빚을 냈고, 심지어 10년 미만 만기에는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기도 했다. 당시 금융시장은 저금리 지속을 예상했기에, 유럽연합 집행위가 추정한 2021~27년 장기예산계획 전체에 대한 누적 이자비용은 149억 유로에 불과했다. 값싼 자금조달 시기는 지나갔다. 미 국채 이자비용은 2023년 6,590억 달러에 달하며(좌), 이는 메디케이드, 아동복지 지출, 퇴역군인 복지지출보다 높다(우). 4. 실질임금 감소 일반화, 심화하는 노동자계급 생존권 위기 미국 물가상승률은 2022년 여름 최고치에서 상당히 낮아졌으나 물가하락을 체감할 수 없다는 대중의 불만은 광범위하다. 물가상승률 하락이 물가하락을 뜻하지 않기 때문이다. 식품가격 상승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와 미시간대 경영대학원 여론조사에 따르면 76%가 미국 경제상황을 부정적으로 평가했으며, 74%는 식품가격 상승이 가계재정에 가장 큰 영향을 준다고 답했다. 오직 14%만이 바이든 정부 집권 후 더 잘 살게 되었다고 답했다. 바이든 정부에 대한 대중의 분노는 넓으며, 그 핵심에 지속되는 고물가, 그리고 공급망 문제가 있다. 2023년 11월 27일 바이든 정부는 ‘공급망 회복위원회’를 출범하고, 공급망 강화를 위한 30여 개 행동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필수의약품 생산 확대를 위한 국방물자생산법 활용(미국은 심각한 의약품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관계부처 공급망 데이터 공유 등을 포함한다. 위원회 출범과 함께, 바이든은 ‘부당하게 가격을 올리는 기업들’에 경고했는데, 이는 인플레이션의 주원인으로 기업폭리(mark-up)를 짚은 것으로 재선 전망이 어두운 바이든의 선거운동이기도 하다. 바이든이 UAW 파업을 지지한 맥락도 이에 있다. 통계가 드러내듯, 주요 권역에서 실질임금 감소가 일반화하고 있다. 미국 실질임금은 2020년 이후 감소 추이가 뚜렷하며, 2022년 1분기에서 2023년 1분기 사이, 유럽 24개국 중 22개국에서 시간당 실질임금이 감소했다. OECD 주요국도 마찬가지다. 이는 생존권 쟁취 투쟁이 2024년 주요 과제가 될 것임을 뜻한다. 미국 실질중위임금 추이(좌). 주요국 실질임금 감소 일반화(우) [유럽 시간당 실질임금 변화율 (2022년 1분기-2023년 1분기)] 헝가리 -15.6% 리투아니아 -4.9% 프랑스 -1.8% 라트비아 -13.4% 덴마크 -4.4% 스위스 -1.4% 체코 -10.4% 오스트리아 -4.3% 스페인 -1.2% 스웨덴 -8.4% 포르투갈 -3.5% 그리스 -1.2% 핀란드 -7.8% 독일 -3.3% 룩셈부르크 -0.8% 슬로바키아 -7.6% 영국 -2.9% 네델란드 +0.4% 이탈리아 -7.3% 아이슬란드 -2.9% 벨기에 +2.9% 폴란드 -7% 슬로베니아 -2.8% 에스토니아 -5.8% 노르웨이 -2.4% 치솟는 생활비와 불평등이 각국 계급투쟁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2023년 10월 기준 미국 파업손실일수는 740만일 이상으로 25년 만에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된다. 노동자 임금과 경영진 보수 사이의 격차가 커지는 가운데 미국 노동운동이 확대되고 있으며, 노동운동 지지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이를 드러내는 대표적인 사례가 전미자동차노조 파업이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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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저희 이대로 못 가요!”_해고 1년, 평택 니토옵티칼 앞 절박한 해고노동자평택 니토옵티칼, 첫 금속 집회 2024년 2월 1일, 금속노조 결의대회가 평택 니토옵티칼 공장 앞에서 열렸다.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이하 옵티칼) 노동자의 고용승계를 요구하는 집회였다. 2022년 11월 4일 구미 옵티칼은 공장 청산 선언을 했고 약 210명의 노동자를 모두 희망퇴직시키려 했다. 대부분은 이를 받아들였으나 11명의 노동자는 고용승계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의 요구는 구미 공장과 ‘쌍둥이’ 회사인 평택 회사로 보내달라는 것이다. 1월 8일, 두 여성 조합원이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사진제공: 김건희 손꼽아 기다렸고 기를 쓰고 싸웠다 옵티칼지회의 이지영 사무장은 약 열흘 전부터 이 집회를 기다렸다. 담을 넘어서라도 니토옵티칼의 책임자를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 해고된 지 1년, 고공농성 25일 차, 조합원 모두의 마음은 비슷했다. 오늘은 조합원들의 결의와 의지를 모두 보여주는 날이라고 생각했다. 조합원들은 상황에 따라 연행도 각오할 마음이었다. 이 사무장은 ‘어쩌면 유치장에 갈 수도 있겠지’라고 생각했다. 14시, 집회가 시작됐고 고용승계를 촉구하는 발언과 투쟁 열기를 더하는 문화 공연이 이어졌다. 15시 무렵, 면담 요구서를 전달하기 위해 대오 전체가 정문으로 향했다. 이 사무장도 맨 앞에서 경찰과 격하게 몸싸움을 벌였다. 간절함이었다. 이 사무장은 꼭 경찰을 뚫고 회사로 들어가서 책임자를 만나야 한다는 간절함이 있었다. 이 사무장은 ‘아, 내가 좀만 더 키가 크고 힘이 세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앞뒤에서 힘을 쓰니, 몸이 점점 위로 떴고 발이 땅에 안 닿기 시작했다. 조금 무섭기도 했다. 하지만 이 사무장은 계속 경찰에게 들어가야 한다고 소리를 지르며 싸웠다. 사진제공: 김건희 절박함에 공감해주길 약 20분쯤 싸웠을 무렵, 사회자는 일단 뒤로 빠져서 대오를 정리하겠다고 했다. 이 사무장은 대오가 집회 장소로 돌아옴에 따라 경찰이 펜스 전체로 흩어지는 걸 봤다. 곧 펜스 한쪽이 부서져서 진입할 뻔했으나 이미 막고 있던 경찰이 가로막았다. 진입 실패 후 사회자는 마이크를 잡았다. “동지들, 오늘 투쟁이 끝이 아닙니다.” 집회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이 사무장은 당황해서 주변을 살폈다. 금속노조 중앙집행부와 최현환 옵티칼 지회장이 모여서 얘기하고 있었다. 최 지회장은 흥분한 상태로 찢어진 면담요청서를 손에 들고 있었다. “그만하면 안 됩니다. 더 해야 합니다!”라고 최 지회장이 소리치는 소리가 들렸다. 이 사무장은 중앙집행부에게 여기서 돌아가면 안 된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끼어들었다가 금속 체계가 있고 중집 결정이라며 거부당할까 망설였다. 그때 누군가 “사무장님, 저기 가보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라고 했다. 이 사무장은 듣자마자 바로 달렸다. “저희 이대로 못 가요!” 금속노조 장창열 위원장에게 절박하게 말했다. 억울하고 분했다. 이 투쟁이 절박하고 필요했다. 물론 금속노조 전체가 당사자 11명과 똑같이 절박할 수는 없지만 우리의 절박함에 공감해주길 바랐다. 중앙집행부가 고공농성자의 간절함을 이해해주길 바랐다. 그렇게 2차 면담 투쟁이 시작됐다. 후회가 남았으나, 그건 이미 과거 이미 사회자의 마무리 멘트를 듣고 전체 대오의 약 30%는 사라졌다. 경찰은 남은 대오 사이로 끼어들어 오면서 인원을 조각냈다. 장창열 위원장에게 ‘위원장님 이제 종결하시죠’라며 다소 비아냥대듯 말을 걸기도 했다. 경찰에게 음향 장비도 빼앗겼다. 그러나 이 사무장은 끝까지 싸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경찰이 ‘집회 장소를 벗어났습니다’, ‘해산 명령을 하겠습니다.’라고 경고해도 “시끄럽다! 꺼져라!”고 소리를 질렀다. 공장 오전조 퇴근 시간이 17시쯤일 테니 그때까지만이라도 버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16시 40분경, 금속노조는 전체 참가자에게 이제 해산하라고 했다. 이 사무장은 버스를 타러 돌아가는 길에 자꾸 고개가 떨어졌다. 후회가 남았다. ‘내가 더 싸웠어야 했는데’, ‘내가 아까 더 세게 말했어야 했는데’하고 자책이 들었다. “만약 다시 그날로 돌아가면 다르게 하실 거 같으세요?”라는 질문에 이 사무장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들어갈 거예요. 들어간 다음에 강제로 끌려 나와도. 우리 조합원들만 소수로 들어가게 되더라도. 반드시 들어갈 거예요”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 사무장은 “지금도 후회되긴 하는데 뭐 이미 지났으니까요. 앞으로 잘해야죠”라며 의외의 모습을 보였다. 마치 옷에 묻은 먼지 털 듯, 이 사무장은 후회와 미련을 툭툭 털고 있었다. “한번 해봤으니까. 이제 2월 16일엔 정말로 잘 싸워야죠”라고 했다. 2월 16일 오전 10시, 법원은 가처분 강제 집행을 위해 찾아올 예정이다. ‘노동조합 사무실 인도’를 하기 위해 온다. 사무실 집기를 모두 가져가고 조합원을 강제로 끌어낼 것이다. 그리고 사무실을 사측에게 넘길 것이다. 어쩌면 고공농성자도 제압해서 끌어낼지 모른다. 그걸 막아야 한다. 이 거친 투쟁을 이지영 사무장은 담담하게 기다린다. 전국에서 한걸음에 달려와 줄 많은 시민과 함께 막아낼 것을 기대하며. 사진제공: 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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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투쟁] "현대차 아산공장에서 팔레스타인의 참상을 알리고 연대를 조직하겠습니다"Instagram에서 이 게시물 보기 사회주의를 향한 전진(@marchtosocialism)님의 공유 게시물 Instagram에서 이 게시물 보기 사회주의를 향한 전진(@marchtosocialism)님의 공유 게시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