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상세페이지

[성명]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그렇다면 노조법 2‧3조를 즉각 개정하라!

CJ대한통운 판결을 환영하며

사회주의를향한전진 mtosocialism@gmail.com
기사입력 2023.01.13 16:40 | 조회 841

SNS 공유하기

fa tw
  • ba
  • ka ks url


    성명서 템플릿(16_9).png

     

    하청 노동자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자가 원청 자본가라는 것은 현실이 수만 번 증명한 일이다. 하청 노동자가 하청 바지사장에게 처우개선을 요구한다고 해도, ‘우리는 권한이 없다, 원청에게 물어봐라, 원청이 안 된다고 했다’는 말이 돌아올 뿐이다. 이런 하청 바지사장들에게 무슨 사업상 독자성이 있는가? 하청 사장들은 원청 대신 노동법상 사용자 책임을 짊어지는 대가로 부스러기 이윤을 나눠 받을 뿐이다.


    반면 원청 자본가는 도급‧용역‧파견 등 각종 간접고용 구조에서 하청 노동자에 대한 모든 권한을 유감없이 행사하면서도 아무런 법률상 책임도 지지 않는다. 원청 자본가가 노조에 가입한 하청 노동자를 법률적 위험 없이 해고하는 일은 손 안 대고 코 풀기처럼 간단하다. 하청업체와의 도급‧용역 계약을 해지하면 그만이다. 하청 노동자들이 야만적 탄압에 항의해도 우리는 너희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적이 없다고 뻗대면 그만이다. 모든 간접고용 구조는 노동자들이 오랜 투쟁을 통해 쟁취한 노동법의 기초 원칙, 즉 노동자들로부터 이익을 얻는 자가 노동법상 책임도 부담해야 한다는 원칙을 흔적도 없이 지워버리는 제도다.


    지난 11일 윤석열은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현대 문명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것은 “노노(勞勞) 간 착취구조”라고 같잖게 지껄였다. 자본가들과 한 몸이 된 윤석열 정부는 입만 벌리면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운운하지만, 이는 조직 노동자들을 공격하려는 정치공세에 불과할 뿐 정작 열악한 노동자들을 가장 가혹하게 공격하는 장본인은 자본가 정부다. 어용학자들을 내세워 1주 80시간 노동을 합법화하겠다며 노조 없는 사업장의 노동자들에게 죽음의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려는 자들이 누구인가? 30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연장노동 1주 12시간 한도를 위반해도 사용자를 처벌하지 않겠다는 초헌법적 발상을 대놓고 발표했던 자들이 누구인가?


    자본가 정부에게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진정성이 단 0.01g만큼이라도 있었다면, 저들은 진작에 하청 노동자들의 진짜 사장은 원청 자본가들이라고 확인했어야 한다. 하청 노동자들이 원청 자본가를 상대로 노조할 권리가 있다고 인정했어야 한다. 물론 자본가 정부는 정반대로 나아갔다. 지난해 12월 30일, 윤석열이 임명한 중앙노동위원회장 김태기는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들이 원청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는 있지만 단체협약 체결권과 단체행동권은 행사할 수 없다는 해괴망측, 기상천외한 판정까지 내놓았다.


    1월 12일 서울행정법원이 중앙노동위원회의 말 같지도 않은 궤변에 철퇴를 후려치는 의미 있는 판결을 내놨다(서울행법 2023. 1. 12. 선고, 2021구합71748). 하청 노동자들로 조직된 택배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에 원청 CJ대한통운이 응해야 한다고 본 2021년 중노위 판정이 정당하다고 확인한 것이다. 법원은 “하청 근로자의 노무에 대하여 실질적인 지배·결정권을 보유하는 원청 사업주의 우월적 지위를 고려하면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한 지배·결정의 범위는 원청 사업주의 의사결정에 따라 좌우될 수밖에” 없으므로, “근로조건에 대한 실질적 지배·결정권을 갖는 원청 사업주를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로 해석”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하청 노조가 원청 자본가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으며, 단체협약을 체결하기 위해 쟁의행위를 할 수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국가와 자본의 야만적인 탄압에 굴하지 않고 지난 십수 년 하청 노동자들의 노동3권 쟁취를 위해 싸워왔던 수많은 노동자 투사들이 얻어낸 소중한 성과다. 물론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자본가 정부는 단지 하급심 판결에 불과하다며 애써 판결의 의미를 무시할 것이고, 자본가들은 장기간 소송으로 나가떨어질 사람은 우리가 아니라 너희들이라며 넘치는 돈을 퍼부을 것이다. 더 나아가 자본가 정부는 합법 파견의 범위를 확대해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더욱 넘치게 사용하겠다는 법 개악 구상까지 드러내고 있다.


    따라서 이번 법원 판결의 의미를 공고히 하는 노동자 투쟁, 특히 노조법 2‧3조 개정 투쟁이 절실히 필요하다. 노조법 2조의 ‘사용자’ 정의에 ‘근로조건에 사실상 영향력 또는 지배력을 미치는 자’를 포함해서 원청 자본가들이 더 이상 하청 바지사장 뒤로 숨지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 정권의 기만적이고 위선적인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타령을 짓뭉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피해 당사자들이 투쟁으로 떨쳐 일어서는 것이다. 한 번도 제대로 된 노동3권을 행사하지 못했던 하청 노동자들이, 플랫폼 노동자들이,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노동조합의 깃발을 높이 세워야 한다. 그래서 모든 노동자에게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는 것이야말로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진정 개선하는 첩경이라고, 이것을 가로막는 자본가 정부야말로 저임금 장시간 노동을 강요당하는 모든 비정규 불안정노동자의 적이라고 선언해야 한다.


    전진 역시 그 길에 함께할 것이다.


    2023년 1월 13일

    사회주의를향한전진

    backward top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