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 기초학습#11] 오늘날 세계정세: 위기·파시즘·제국주의·전쟁에 맞선 노동자 국제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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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신문

[사회주의 기초학습#11] 오늘날 세계정세: 위기·파시즘·제국주의·전쟁에 맞선 노동자 국제주의

  • 돌멩
  • 등록 2026.03.02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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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와 전쟁의 시대, 국경과 인종, 성정체성 등으로 노동자를 갈라쳐 지배하는 극우와 민족주의의 광풍 앞에서 노동조합을 혁명적 기관으로 재편하는 것. 그래서 폭발적으로 터져나오는 계급투쟁을 조직된 노동자운동과 유기적으로 결합시키는 것, 그래서 계급투쟁을 혁명으로 전진시키는 것, 이것이 오늘날 혁명적 사회주의자의 과제이며, 자본주의를 철폐하고 인간해방을 이루고자 하는 모든 투사들에게 제안하는 혁명적 사회주의 전략이다.

 

 

※아래 글은 2025년 10월 9일 강연을 위해 작성되어, 그 이후 전개된 사건들을 포함하지 않고 있다.

서론: 위기, 전쟁, 혁명의 시대가 돌아왔다

 

1. 위기: 만성화된 자본주의의 장기불황

 

2. 극우와 파시즘의 성장

오늘날 극우세력의 특징

극우세력이 대안으로 부상하게 된 과정

‘민주’정권과의 주고받기를 통해 성장하는 극우세력

 

3. 제국주의 패권대결, 전쟁과 학살

충돌하는 두 제국주의 국가: 미중 관계의 재편과정

위기, 전쟁, 혁명의 시대를 열어젖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제국주의 진영 간 충돌

팔레스타인 집단학살: 제국주의가 벌이는 가장 끔찍한 만행

트럼프 2기, 제국의 쇠퇴를 드러내는 강도적 패권행위

 

4. 폭발하는 저항: 계급투쟁의 시대가 돌아오다

계급투쟁의 귀환

계급투쟁의 시대를 혁명의 시대로 전진시키기 위한 사회주의자의 과제

 

서론: 위기, 전쟁, 혁명의 시대가 돌아왔다

 

11강은 오늘날의 세계정세를 다루는 시간이다. 그 전에 우리는 지난 9강과 10강을 통해, 자본주의 태동기부터 2021년까지의 시간을 살펴보았다. 9강과 10강을 통해 알 수 있었던 것은, 한편으로는 자본주의가 어떤 시기이든 자본의 이윤축적을 지상목표로 한다는 점에서는 본질적으로 동일하다는 것, 그러나 그 구체적인 작동양상은 계급투쟁의 성숙도, 착취와 수탈의 결합방식, 이윤율의 장기적 하락 등 여러 요인들이 영향을 미치면서 끊임없이 달라져왔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런 자본주의의 작동양상 변화는 자본주의의 모순의 축적 정도와 연결된 일정한 패턴을 갖고 있는데, 이를 이해하기 위해 다시 한 번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자본주의가 어떤 시대변화를 거쳐왔는지를 빠르게 훑어보자.

 

[성장기: 자유경쟁과 부르주아 혁명의 시대]

봉건제로부터 출발해, 산업혁명 및 부르주아 정치혁명과 함께 태동한 자본주의는 역동성을 갖고 자신을 확장해왔고, 이는 자본가들의 자유경쟁과 주기적인 공황으로 표현됐다. 이 시기 아직 형성기에 있던 노동자계급은 거의 자기조직화하지 못했고, 따라서 하루 16시간 노동과 같은 무제한적인 자본의 착취가 벌어졌다.

 

[모순 축적기: 독점과 제국주의 전면화의 시대]

19세기에 접어들며 노동자운동이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이와 함께 노동자계급의 사상인 마르크스주의도 정립됐다. 19세기는 자본주의의 축적의 주된 모순 표현형태가 주기적 공황에서 식민지 확장이란 형태로 바뀌어간 세기이기도 하다. 주기적 공황을 되풀이하며 자본의 집적과 집중이 심화될수록 유휴자본이 늘어났고, 이에 자본주의는 국내에서 낮아지는 이윤율을 회복하기 위해 제국주의 정책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19세기 말 무렵에는 전 세계가 자본주의 강대국의 식민지로 뒤덮였고, 더 큰 팽창으로 나아가야하는 자본주의 국가들은 다른 강대국의 식민지를 빼앗는 ‘식민지 쟁탈전’에 돌입했다.

 

[모순 폭발기: 세계전쟁, 대공황, 노동자혁명의 시대]

식민지 쟁탈전의 끝은 결국 전쟁이었다. 그것도 자본주의 이전의 국지적 전쟁과 비교할 수 없는, 자본주의가 발전시켜놓은 생산력과 연결망을 토대로 한 광범위한 파괴가 가능해진 세계전쟁이었다. 1914년 1차 세계대전은 오스트리아 황태자에 대한 어느 세르비아인의 암살 시도를 계기로 시작됐지만, 그 사건은 이미 넘치는 화약을 터뜨린 성냥개비였을 뿐, 세계대전으로 치닫게 한 근본적인 동력은 전쟁이 아니고서는 더 큰 이윤축적을 달성할 수 없는 자본주의 모순의 축적이었다.

 

제국주의 패권대결로 세계가 조만간 전쟁의 소용돌이로 빨려들어갈 것이란 건 단지 사회주의자들만이 아니라 세계정세를 분석하는 많은 이들에게 뻔히 보이는 사실이었다. 사회주의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어떻게 이 반동적인 전쟁을 막을 것이냐, 막지 못한다면 혁명으로 뒤집을 것이냐였다. 각국의 사회주의자들은 1907년 제2인터내셔널 대회(슈투트가르트 대회)에서 “전쟁을 막기위해 최선을 다하고, 전쟁이 터지면 계급투쟁으로 자본주의 체제를 전복하기 위해 투쟁한다”고 함께 결의했다.

 

그러나 막상 1914년 전쟁이 터졌을 때, 제2인터내셔널의 가장 중요한 당이었던 독일 사회민주당은 전쟁공채 발행에 찬성하며 무기력하게 민족주의 광풍에 휩쓸려버렸다. 로자 룩셈부르크 등을 비롯한 독일과 이탈리아 사회주의자 일부, 그리고 러시아 볼셰비키만이 이런 제2인터내셔널의 패배를 딛고 분명한 제국주의 전쟁 반대 구호를 내걸었다. “제국주의 전쟁을 혁명으로 뒤집자”는 구호 아래 실천을 조직했던 볼셰비키는 결국 1917년 러시아혁명을 성공으로 이끌며 세계 최초의 노동자국가를 세웠다.

 

그러나 뒤이은 1919년 독일혁명과 이탈리아혁명이 패배하면서, 노동자국가는 러시아 일국으로 고립되어 버렸다. 독일 사회민주당으로 대표되는 개량주의 노선은 이러한 혁명들을 패배로 이끄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로자 룩셈부르크 같은 혁명가들은 뒤늦게 독일공산당을 만들며 계급투쟁을 혁명으로 전진시키려 했지만, 결국 패배하고 독일 사회민주당이 보낸 자유군단에 의해 살해됐다. 인류 최초의 노동자국가 러시아는 내전과 고립이라는 혹독한 조건에서 온갖 어려움을 겪다가, 결국 스탈린의 반혁명에 의해 1930년대 후반 파괴되고, 이후 소련은 ‘사회주의’라는 외피를 쓴 국가자본주의로 변모했다.

 

소련 내 스탈린주의 노선의 오류는 이후 등장한 혁명적 기회들을 패배로 이끄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1926년 영국 삼각동맹 총파업의 패배, 1927년 중국혁명의 패배, 1930년대 초 독일 파시즘의 승리, 1936년 프랑스 혁명과 스페인 혁명의 좌절 등 주요한 혁명적 기회들이 차례대로 유실된 것은 코민테른의 ‘사회파시즘론’과 ‘인민전선’이라는 궤멸적 정책의 결과였다. 그리고 코민테른의 궤멸적 노선은 ‘소련의 일국적 생존’만을 우선시한 스탈린주의의 결과였다.

 

혁명이 분쇄된 자리에는 파시즘이 도래했다. 1933년 히틀러의 집권으로 결정적 기회를 얻은 파시즘은 노동자운동을 철저히 분쇄했다. 파시즘으로 노동자운동을 무력화시킨 자본주의의 다음 경로는 거침없는 대량파괴와 학살이었다. 자본주의는 1939년부터 1945년까지 진행된 2차 세계대전은 전세계적으로 8천만 명에 가까운 사망자를 낳았다. 끔찍한 학살과 파괴를 통해 자본주의는 그간 누적된 모순을 털어버리고, 청춘의 몸으로 돌아가 다시 이윤축적을 시작하게 되었다.

 

[새로운 성장기: 전후호황과 개량주의의 시대]

세계대전과 대량학살을 통해 다시 청춘의 몸으로 돌아간 자본주의는 약 20여년 간 활기찬 성장(전후호황)의 시대를 구가했다. 그러나 축적된 기술을 바탕으로 훨씬 더 집중된 성장을 수행한 만큼, 이윤율 위기는 훨씬 더 빠르게 찾아왔다. 이는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불황과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운 모순 축적기: 신자유주의, 세계화, 금융화 시대]

이에 대한 자본의 대응은 착취와 수탈을 획기적으로 강화해 이윤율을 회복하는 것이었다. 즉, 신자유주의, 세계화, 금융화였다.[1] 하지만 신자유주의, 세계화, 금융화로 착취와 수탈을 강화한지도 40여년이 지난 오늘날, 더 이상 신자유주의로도 해결하지 못하게 된 축적의 위기가 오늘날 위기와 전쟁의 시대를 다시 열어젖히게 됐다.

 

[새로운 모순 폭발기: 위기, 전쟁, 혁명의 시대]

오늘날 세계정세의 특징은 무엇인가? 자본주의가 태동하던 자유경쟁 자본주의 시절부터 독점과 제국주의 시기를 지나 세계대전을 벌일 때까지, 자본주의가 모순을 축적하고 대량파괴로 이를 털어버리는 첫 번째 순환을 지나왔다면, 그 이후에 펼쳐진 두 번째 순환이 이제 폭발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는 마치 1차 세계대전 이전, 더 이상 개척할 식민지를 찾지 못해 서로의 식민지를 두고 쟁탈전을 벌이던 제국주의 패권대결의 시기와 그 어느 때보다 유사해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을 핵심 축으로 하는 제국주의 패권국들은 세계에 대한 자기 영향력을 넓히기 위해 경쟁하고 있고, 이는 보호무역 확대, 기술전쟁, 관세전쟁과 같은 경제적 경쟁은 물론, 군비증강, 대리전, 식민지·약소국 지배개입 강화와 같은 정치군사적 경쟁으로도 터져나오고 있다. 각국에서는 이 냉혹한 경쟁의 시대에 더욱 노골적으로 ‘자국의 이익’을 지킬 수 있다고 맹세하는 극우세력들이 대중적 지지를 얻으며 성장해가고 있다. 동시에 자본주의가 그간 약속했던 안정적 질서가 깨지면서 노동자민중은 더욱 가혹한 생활조건의 하락과 생존의 위기를 강요받고 있고, 이는 각국에서 계급투쟁이 폭발하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

 

이번 장에서는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 ‘위기, 전쟁, 혁명의 시대’의 면면을 살펴보고, 이 야만의 시대를 바꿔내기 위한 우리의 과제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1. 위기: 만성화된 자본주의의 장기불황

 

오늘날 자본주의는 거대한 위기에 빠졌다. 자본주의가 위기라는 건 무슨 뜻인가? 자본주의는 이윤 축적을 지상목표로 하는 체제다. 자본주의가 위기라는 건, 근원적으로 이윤 축적에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자본주의는 왜 이윤 축적에 큰 문제가 발생했는가? 역설적으로 이는 자본주의가 너무 많이 성장했기 때문이다. 오늘날 엄청난 속도의 대량생산이 가능한 자본주의는, 이전만큼 빠른 속도로 더 성장하는데 큰 어려움에 봉착했다. 잇따른 기술혁신으로 생산성은 엄청나게 높아졌는데, 그 결과 왠만한 기술혁신으로는 더 이상 이윤율이 충분히 올라가지 않는다.

 

사실 이런 어려움에 봉착한지는 꽤 오래되었다. 이미 20여 년의 전후호황을 끝내던 무렵인 1970년대에 자본주의는 같은 이유로 근본적인 이윤율 하락 문제에 부딪혔다. 그 때 자본주의가 택한 해법이 신자유주의, 세계화, 금융화인데, 이 해법의 본질은 기술혁신이라기 보다는 노동자에 대한 착취와 수탈을 강화하는 것이었고, 그런 점에서 하락하는 이윤율에 대한 근본적 처방이 될 수 없었다.

 

경제적 측면에서 자본주의가 봉착한 막다른 길은, 40여년 간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과 세계화를 통해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수준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이윤율은 충분히 올라가지 않는 오늘날의 현실을 통해 입증되고 있다.[2]

 

지난 40여년 간의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노동자계급에 대한 착취와 수탈의 정도가 임계선까지 다가왔다는 것은 세계 곳곳에서 생존권 위기에 맞서 폭발하고 있는 계급투쟁의 존재를 통해서 드러난다. 착취와 수탈을 지금보다 더 강화시켰다가는 피지배계급이 혁명을 하겠다고 들고 일어날 수 있다. 그렇다면 기술혁신을 통한 생산성 증대로 이윤율을 높이는 방법을 찾아야하는데, 이것도 큰 어려움에 봉착해있다. 이것이 오늘날 자본주의 위기의 본질이다.

 

이 위기 앞에서 자본가계급은 어떤 선택을 하고 있는가? 자본가계급은 사회적 위기가 얼마나 심각하건, 자기 이윤을 획득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존재다. 세상이 멸망하기 직전까지도 자본가들은 이윤을 벌어들일 수 있는 수단을 찾는다.

 

그래서 오늘날 자본가계급이 하고있는 주요한 선택 중 하나는 금융수탈의 지속이다. 이미 2008년 금융위기를 통해, 금융수탈이 어떤 파괴적인 위기를 불러올 수 있는지 다시 한 번 전세계에 입증됐다. 그러나 자본가는 당장의 이윤을 포기할 수 없고, 생산적 투자에 돈을 쓰기보다는 상대적으로 높은 이윤율을 쉽게 보장해주는 금융투기에 열을 올린다. 금융위기가 대공황으로 이어지는 걸 막기 위해 취했던 양적완화와 초저금리 정책도 이를 부추겼다. 그 결과는,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더욱 심각해진 주식, 부동산, 가상화폐 등 금융시장의 거품이다.

 

금융시장의 어마어마한 거품 반대편에는 만성화된 장기불황이 있다. 금융수탈의 파괴적 속성이 2008년 금융위기로 터져나왔을 때, 자본주의는 초저금리와 양적완화를 통해 금융위기가 대공황으로 치닫는 것은 가까스로 막아냈다. 하지만 대공황 대신, 이전 시기와 같은 성장률을 회복하지 못하는 대불황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는 자본주의의 본질적인 성장동력이 꺼져가고 있음을 드러낸다. 더군다나 전쟁, 기후위기, 보호무역 등 경제위기가 야기한 정치, 사회 위기는 공급망에 충격을 주며 더 큰 경제위기를 부른다. 공급망 교란과 (금융화로 인한) 화폐가치 하락 등으로 발생한 인플레이션은 노동자민중의 생활조건을 하락시키고, 이는 계급투쟁을 촉발시키며 자본주의를 한층 더 위기로 내몬다. 악순환의 반복이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금융화로는 타개가 불가능해진, 만성적인 자본주의의 장기불황이 오늘날 위기와 전쟁의 시대를 규정하는 근원적 토대다.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 마이클 로버츠는 오늘날 세계경제의 만성적 장기불황 상태를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3]

미국 경제 전망조차도 많은 미국 측의 낙관론에도 불구하고 특별히 주목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코메리카 은행의 수석 경제학자 빌 애덤스는 “금리가 하락 추세에 있고, 휘발유 가격이 작년보다 낮으며, 소득이 인플레이션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1년 내 경기 침체 가능성은 2023년 초보다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경제학자들이 평균적으로 “2024년 미국 경제 성장률이 1%에 그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는 “장기 평균 성장률의 절반 수준이며, 2023년 예상치인 2.6% 대비 상당한 둔화”라고 인정했다. 따라서 최상의 시나리오에서도 경기 침체는 아니지만, 2024년에는 사실상 정체 상태에 머무를 전망이다. 조지아 주립대 경제학자 라지브 다완은 “이는 경기 침체(Recession)라기보다 성장 정지(Growth Stop)에 가깝다”고 말했다.

G7 나머지 국가들은 상황이 더 나쁘다. 독일 경제는 2023년 0.3% 감소했으며, 제조업이 전년 대비 6~7% 위축되면서 올해 더 큰 하락을 보일 수 있다. 프랑스와 영국 경제는 2023년 4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캐나다와 일본도 마찬가지이며, 이탈리아는 정체 상태다. 네덜란드, 스웨덴, 오스트리아, 노르웨이 등 여러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은 이미 경기 침체에 빠져 있다. 소위 신흥 경제국들 역시 2020년 팬데믹 침체 이후 2022년 회복세를 보였으나, 현재 상당수 국가에서 성장세가 크게 둔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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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 자본주의 국가 대다수 국민에게 물가는 팬데믹 종료 이후 평균 20% 상승했으며(현재도 상승 중) 아르헨티나(150%), 터키(50%) 등 많은 빈곤국 및 중소득국에서는 상황이 더욱 악화되었다. 그 결과 평균 가구의 실질 소득은 2019년 이후 감소했으며, 이는 사실상 수십 년 만에 가장 큰 생활 수준 하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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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은행은 최신 보고서에서 이를 요약했다. 미국에는 경기 침체가 없을지 모르지만, “세계 경제는 30년 만에 최악의 5년간 성장세를 기록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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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세계 무역 성장률은 팬데믹 이전 10년 평균의 절반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세계 상품 무역은 2023년 위축되며 지난 20년간 글로벌 경기 침체기를 제외한 첫 연간 감소세를 기록했다. 2021-24년 세계 무역 회복세는 지난 반세기 동안 글로벌 경기 침체 이후 가장 약한 수준으로 전망된다.

선진국 경제는 2023년 1.5%에서 1.2%로 성장률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많은 개발도상국 경제는 “5천억 달러가 넘는 부채 부담”과 축소되는 ‘재정 여력’(즉, 정부가 사회 복지 수요에 지출할 수 있는 능력)으로 여전히 발목이 잡혀 있다. 식량 불안정은 2022년 급증했으며 2023년에도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4]

역사적으로 노동자에 대한 착취율을 끌어올리는 것보다 더 결정적인 자본주의의 성장동력은 기술혁신으로부터 나왔다. 자본가들은 노동자의 착취율 강화는 절대적 한계가 명확하지만, 기술혁신을 통해 노동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통해 이윤율 하락을 만회했다. 그러나 2강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기술혁신은 유기적 구성의 고도화를 부르고, 이는 결국 장기적인 이윤율 하락으로 이어진다. 오늘날 AI기술이나 5G, 전기차 등 이른바 ‘미래 먹거리 산업’에 대해 4차 산업혁명이니 하는 과장된 담론이 오가지만, 실제 이러한 기술혁신이 개선할 수 있는 이윤율 회복은 제한적이다.

“소위 '위대한 7사'라 불리는 하이테크·소셜미디어 기업들과 에너지 거물, 은행들이 막대한 이익을 보고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머지 경제 부문은 매우 낮은 이윤율을 경험하고 있다. 동시에 기업 부채는 매우 높고, 가계(모기지)와 기업(대출) 모두 차입 금리가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기업들은 가위날 두 개(낮은 이윤, 높은 금리) 사이에 끼인 상태다. 이윤과 금리라는 가위날은 경기 침체와 신용 경색의 위험을 내포한다. 특히 부채 수준이 은행 계좌가 아닌 소위 사모펀드와 '그림자 금융'에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5]

만성적 장기불황을 생산성 증대가 아니라 수탈로 만회하려는 흐름은 사회적 불평등의 확대로도 표현된다.

옥스팜은 극단적 부와 극단적 빈곤이 25년 만에 처음으로 동시에 증가했다고 지적한다. “일반인들이 식량 같은 필수품에 매일 희생하는 동안, 초부자들은 자신들의 가장 과감한 꿈조차 뛰어넘었습니다. 불과 2년 만에 이번 10년은 억만장자들에게 역대 최고의 시기가 될 전망입니다—세계 최상위 부자들을 위한 '20년대 번영기'가 도래한 셈이죠,”라고 옥스팜 인터내셔널의 가브리엘라 부허 사무총장은 말했다.

2020년 이후 팬데믹과 생활비 위기 속에서 새로 창출된 부의 63%(26조 달러)는 상위 1%가 독점한 반면, 나머지 37%(16조 달러)는 전 세계 나머지 인구가 나눠 가졌다. 하위 90%가 1달러의 부를 창출할 때마다 억만장자는 약 170만 달러를 벌어들인 셈이다.

억만장자들의 재산은 하루에 27억 달러씩 증가했다! 이는 지난 10년간 억만장자의 수와 재산이 두 배로 증가하는 등 역사적인 증가세를 보인 데 이어 발생한 현상이다.

동시에 현재 최소 17억 명의 노동자가 임금보다 물가 상승률이 더 높은 국가에서 살고 있으며, 8억 2천만 명 이상(지구 인구의 약 10분의 1)이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 여성과 소녀들은 종종 가장 적게, 가장 늦게 식사를 하며 전 세계 기아 인구의 거의 60%를 차지한다. 옥스팜은 세계은행의 말을 인용해 “우리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규모의 글로벌 불평등과 빈곤 증가를 목격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6]

대불황에 대응하는 자본가들의 또 다른 반응은 노동개악, 긴축정책, 구조조정 등 신자유주의 시기에 이어온 정책을 한층 더 공세적으로 펼치는 것이다. 연금개악, 복지축소 등 프랑스나 독일, 영국과 같은 기존 제국주의 국가에서는 개량의 성과들을 빼앗기 위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한편 올해 네팔,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에서 벌어진 부패와 불평등에 맞선 시위가 드러내듯, 지난 시기 개량의 성과를 공유하지 못했던 주변부 노동자민중은 대불황 아래 훨씬 더 큰 생존권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

... 최빈국들은 현재 부유한 채권국에 대한 부채 상환에 의료비보다 4배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전 세계 정부의 4분의 3이 향후 5년간 7조 8천억 달러 규모의 긴축 정책에 따른 공공 부문 지출 삭감(의료 및 교육 포함)을 계획하고 있다.[7]

[네팔의 경제상황]

정치 계급이 부유해지는 동안, 일반 시민들의 삶은 끊임없는 투쟁이다. 실업과 불완전고용은 특히 젊은 층에서 만연하다. 추정치에 따르면 실업률은 20~30%에 달한다. 정규 경제는 매년 졸업하는 수십만 명의 학생들을 흡수할 능력이 없다. 수백만 네팔인에게 유일한 탈출구는 이주이다. 네 가구 중 한 가구는 카타르, 말레이시아, 아랍에미리트, 인도 등에서 종종 불안정한 조건에서 일하는 친척들이 보내는 송금에 의존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재능과 젊은 에너지의 지속적인 유출이다. 지난해만 해도, 약 74만 명의 노동자가 일자리를 찾아 국외로 떠났다.

...

현대 국가의 기둥이라 여겨지는 교육과 보건은 많은 이들에게 접근 불가능한 사치품이다. 공교육이 열악한 탓에 가족들은 질 좋은 사립교육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빚을 진다. 공공 의료 서비스는 불충분하며, 의료 비상사태는 가정을 영원히 파산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

...

이러한 불안정한 현실은 정치 계급과 그 추종자들의 사치스러운 삶과 극명히 대비된다. 여기서 네포베이비(영어로 ‘nepo-baby’, 즉 '친인척 우대주의의 산물(Nepotism)'이라는 용어에서 차용)라는 개념이 등장하는데, 네팔에서는 특히 마음을 상하게 하는 의미를 가진다. 이는 명백한 능력 없이도 의회 의석, 정당 지도부 자리, 국가 계약, 대사관 직위를 물려받는 권력 정치인의 자녀들을 가리킨다. 평범한 청년이 도하에서 경비원으로 일하기 위해 이민을 가야 하는 반면, 네포베이비들은 혈통만으로 특권과 권력의 삶을 누리며, 옛 체제 못지않게 특궈적인 현대적 정치 카스트 체제를 영속화한다.[8]

오늘날 자본주의가 노동자민중에게 얼마나 큰 위기를 전가하고 있는지는 한국의 현실을 통해서도 명징하게 알 수 있다. 한국은 1997년 IMF 위기를 기점으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이 선도적으로 관철된 나라 중 하나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의 노동자계급의 분절은 전 세계 자본주의에서 배우고 싶어하는 훌륭한 초과착취 체제이다. 비정규직 제도가 30여년 간 지속되어온 결과는, 극단적으로 낮은 출생률로 표현되는 극심한 재생산 위기다. 자본주의가 체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사용한 해법이 또 다른 위기를 낳은 것이다.

 

2. 극우와 파시즘의 성장

 

앞서 살펴본 자본주의의 만성적 장기불황이 근원이 되어, 오늘날 여러 반동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정치적 측면에서는 위기관리에 실패한 기존 자본가 정치세력들을 대신해 새로운 대안으로서 극우세력이 부상하고 있다.

 

오늘날 극우세력의 특징

 

우선 오늘날의 극우가 현상적으로 어떤 특징들을 갖고 있는지 살펴보자.

 

본질적으로 극우는 기존의 자본주의 위기를 훨씬 더 급진적인 방식으로 해결하길 원한다. 노동자민중에 대한 착취와 수탈을 훨씬 강화하고자 하고, 이를 위해 안티 페미니즘, 기후위기 부정 등 자본의 착취, 수탈 강화에 도움이 되는 문화전쟁, 이데올로기전쟁을 수행한다. 극우마다 양상은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극우는 트럼프와 같이 민족주의, 국수주의 이데올로기를 갖고 자국의 위기비용을 타국에게 전가하려고 하며, 군사력을 통해 이를 뒷받침하고자 하기 때문에 군비증강과 재무장을 추구한다.

 

노동자의 자유를 극단적으로 억압하며 자본의 자유를 극단적으로 추구하는 특징은 스스로를 ‘무정부자본주의자’라고 호칭하는 아르헨티나 극우 밀레이에게서 대표적으로 드러난다.

밀레이는 집권과 함께 △공공지출 대폭 축소 △공공사업 전면 유보 △에너지·교통보조금 삭감 △연방예산 동결 등 ‘경제비상조치’를 발표하고, 노동권, 임대차, 가격규제, 민영화, 교육, 연금, 관광, 위성인터넷 서비스, 의약품 판매, 무역, 외국인 토지매입 등 다방면에 걸친 대규모 규제완화를 위해 수백 개의 법률을 무력화하는 366개 조항의 ‘메가 대통령령’을 발표했다. 뒤이어 △공기업 사유화 △시위제한 명령권 △불법시위 처벌 강화 △환경규제 완화 △세금·연금·에너지·안보 관련 의회 권한의 대통령 양도 등이 포함된 664개 조항의 ‘옴니버스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특히 노동권과 관련해 ‘메가 대통령령’은 △미등록 고용에 대한 벌금·처벌 폐지 △수습기간을 3개월에서 8개월로 연장 △업무시간 중 노조활동 금지 △필수부문(의료·교육·수도·가스·전기·항공·통신 등)은 파업시 75% 업무유지 △중요부문(운송·식품가공·물류·광산·우편 등)은 파업시 50% 업무유지 △파업 도중 작업장점거·출입봉쇄·기물파손하면 해고 △사업장 단위 조합비 자동공제를 개별 동의로 변경 △기존에 노조가 운영하던 조합원 의료보험에 보험사 진입 허용 등을 포함하고 있다. 임대차 관련해서는 △2020년부터 시행돼 오던 임대차 기간 3년 보장과 임대료 인상 제한 폐지 △미국 달러로 임대료 납부 요구 허용 등을 포함하고 있다. 모든 가격통제와 가격규제도 폐지했다. 리튬채굴 등을 위한 외국인 토지매입도 전면 허용했다.[9]

이러한 급진적 초과착취 계획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노동자계급의 분열과 원자화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한 효과적인 수단은 노동자계급의 여러 정체성을 활용한 차별과 갈라치기다.

 

미국과 유럽에서 이는 주로 이민자 혐오와 추방 정책 등으로 나타난다. 이는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인한 삶의 조건의 후퇴를 이민자 탓으로 돌림으로써, 노동자계급을 분절시키고 백인 노동자계급의 지지를 획득하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때로 극우는 이민자들을 공격하기 위해 페미니즘의 언어를 차용하는 등 ‘유연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유럽에서 이탈리아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종교와 가족과 모성의 복원을 얘기하며 임신중지권을 부정하는 철저한 가부장제 옹호자인데, 여성의 권리를 위협하는 이슬람 이민자들을 내쫒아야한다는 식의 주장을 펼친다. 앨리스 바이델 독일 AfD(독일을위한대안. 급부상한 극우파 정당) 대표는 스스로 여성이며 여성과 동거를 하면서도, ‘LGBT사상’을 부정하고 이민자들을 내쫒아야한다고 주장한다. 국민전선 대표 마린 르펜은 무슬림 여성이 쓰는 히잡을 ‘가부장제의 상징’으로 몰아세우고, 이민자들은 ‘여성과 동성애자에 대한 무슬림의 공격’이라며 반이민정책을 펼친다. 이렇듯 페미니즘의 외피를 쓴 민족주의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제3세계 여성과 퀴어 노동자들이다.

 

이렇듯 때때로 페미니즘의 외피를 두르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안티페미니즘, 안티LGBT가 오늘날 극우의 중요한 슬로건이다. 극우가 성장할수록 반페미니즘 경향 또한 노골적으로 나타난다. 이는 가부장제를 강화하고 노동자의 분절된 상태를 공고히할 뿐더러, 특히 젊은 남성들을 극우정치로 인입시키는 문화적 수단이 되고 있다. 여성파업이 특히 강렬하게 벌어졌던 스페인에서도 안티페미니즘과 마초이즘이 극우의 핵심 슬로건이 되었다.

 

미국에선 보수 기독교의 문화전쟁과 연결된 극우파 운동의 성장과 함께, 트럼프가 임명한 대법관에 의해 (임신중지를 합법화했던)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뒤집어졌고, 여러 주에서 임신중지권이 불법화되었다. 트럼프는 2기 행정부 집권 즉시 트랜스젠더의 스포츠 출전을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가 수많은 반(反)트랜스 행정명령에 서명하여 트랜스 여성들을 남성 교도소에 수감하도록 강요하고, 트랜스 여성들의 여성 스포츠 참여를 금지하며, 성정체성 확인 치료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했다. 주 정부들은 트랜스젠더가 자신의 성정체성에 맞는 화장실 사용을 금지하거나, 의사가 동성애자와 트랜스젠더를 차별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 등 자체적인 반트랜스 법안을 제정하고 있다. 최근 미국 연방 대법원은 테네시주의 미성년자 성정체성 확인 치료 금지법을 합헌으로 판결했다. 현재 의회에 상정된 예산 조정 법안(일명 ‘빅 뷰티풀 법안’)은 메디케어 기금으로 성정체성 확인 수술 및 호르몬 대체 요법(HRT)을 금지할 수 있어, 월 수백 달러의 비용을 스스로 부담하지 않는 한 27만 5천 명의 미국 트랜스젠더들이 사실상 성전환을 포기해야 할 위기에 처했다.[10]

기후위기 부정도 극우들의 중요한 공통점이다. 트럼프가 얼마 전 유엔 연설에서 기후위기를 전면 부정하면서 내세운 수사는 이들의 논리를 잘 보여준다. “탄소중립이니 하는 정책들은 국가경쟁력을 도태시킬 뿐이다. 어차피 다른 나라들은 화석연료를 쓰고 있고, 기후위기는 사기에 불과하고, 우리에겐 자국 경쟁력 강화가 우선이다”. 독일 AfD는 탄소중립 정책이 엘리트의 강요라 선동하며 파리협정 탈퇴를 주장한다. 브라질 보우소나루는 집권 이후 1년 만에 아마존 삼림 벌채를 22% 증가시켰고, 아르헨티나 밀레이는 “기후위기는 사회주의적 거짓말”이라 주장한다.

 

극우세력이 대안으로 부상하게 된 과정

 

다음으로 이런 극우세력들이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부상해온 과정을 살펴보자.

 

국가마다 편차는 있지만 큰 틀에서 2차 세계대전 이후 노동자계급이 일정한 계급투쟁으로 부르주아 민주주의와 일정한 개량을 쟁취했던 강대국들에서는, 중도우파와 중도좌파가 번갈아 집권을 이어왔다. 그런데 1970년대 위기를 겪은 뒤 신자유주의가 본격화 된 뒤에는, 보수주의/자유주의 우파가 집권하든, 개량주의 좌파가 집권하든, 집권세력들은 모두 하나같이 신자유주의의 집행자 역할을 해왔다. 신자유주의를 집행한 정치세력은 노동자민중의 신뢰를 잃으면서 상대편 정당에게 권력을 넘겨주었다. 그런 권력 주고받기를 몇십년 간 반복해오는 동안, 노동자민중은 누가 집권하든 신자유주의의 집행자 역할을 하는 기존의 정치세력 전반에 대한 분노와 환멸을 쌓아왔다. 그러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와 그 대응과정이 결정적으로 노동자민중의 삶을 망가뜨렸고, 그 결과 자본주의를 관리하던 집권세력들은 중대한 정치적 위기에 봉착했다.

 

보수주의, 자유주의, 개량주의로 대표되는 우파/중도우파/중도좌파 정치세력이 모두 인기를 잃어버리면서, 그 자리를 대체하는 새로운 정치세력들이 부상했다. 2010년대 이후 이른바 정치적 양극화가 일어난 것이다.

 

정치적 양극화는 왼쪽으로도, 오른쪽으로도 진행됐다. 사실 극우파의 성장보다 더 빨랐던 건 왼쪽으로의 급진화였다. 2010년 프랑스 연금개악 반대파업, 2011년 아랍의 봄, 2011년 스페인 ‘분노한 자들’ 운동, 2011년 미국 월가점령운동, 2012년 그리스 긴축반대 총파업 등 2010년대 초반 1차 계급투쟁의 ‘귀환’을 타고, 기존의 집권블록 왼쪽에서 이른바 ‘신개량주의’ 좌파들이 성장했다. 이는 기존의 개량주의가 개량마저 포기하고 박탈하는 것에 맞서 개량이라는 목표를 복원하려는 시도였다. 독일의 좌파당, 프랑스의 불복프랑스, 스페인의 포데모스, 그리스의 시리자, 영국 노동당의 코빈, 미국 민주당의 샌더스 등이 이 범주에 포괄될 수 있었다. 라틴아메리카에서는 연성 좌파정권 물결을 뜻하는 핑크타이드로 나타났다.

 

그러나 신개량주의는 노동자계급이 아닌 고학력 지식인층이라는 소부르주아 대중을 기반으로 했고, 자본주의 철폐를 추구하지 않는 등 이념적 지향도 매우 소심했다. 특히 신개량주의의 대표격이던 그리스의 시리자가 2015년 집권한 뒤 이른바 트로이카(유럽연합·유럽중앙은행·국제통화기금)[11]의 압력에 굴복하여 긴축정책을 전면적으로 실행하면서, 세계적 차원에서 신개량주의의 기세가 결정적으로 꺾였다.

 

2010년대 계급투쟁의 물결과 함께 부상한 신개량주의 정치노선이 막다른 길을 보여준 것은 계급투쟁의 전진에 제동을 걸었고, 이후에는 정치적 양극화 중 오른쪽으로의 성장이 훨씬 두드러지게 됐다. 2010년대 중반부터 지난 10여 년 세계 정치를 뒤흔든 것은 집권블록의 오른쪽에서 등장한 극우 세력이었다. 2016년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과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는 결정적인 신호였다. 세계적으로 극우 세력의 핵심 구호는 보호주의와 이민자 추방이었다.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혐오, 기후위기 부정, 부정선거 음모론도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말도 안 되는 거짓 대안을 내밀면서도, 많은 나라에서 극우 세력은 삶의 고통에 시달리는 노동자·민중들 속에서 상당한 기반을 구축해 왔고, 희망을 잃어버린 청년들 속에서도 기반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극우의 부상은 해를 거듭할수록 여러 지표에서 새로운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2010년대 중후반에 정치의 새로운 ‘돌풍’이라 소개되었던 여러 극우정당들이, 오늘날 제1당이 되며 권력을 쥐었거나, 권력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마린 르펜은 2014년부터 유럽연합 선거에서 세 번 연속 최다 의석을 확보했습니다. 그래서 큰 영향력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선거적 성공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국민연합은 지역적 존재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국민연합은 영향력 있는 주류 속으로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자본가들도 국민연합에 거리를 두었습니다. 국민연합은 2017년 대선 결선투표에서 800만 표를 얻었지만 이어진 총선에서는 8명의 의원만을 당선시켰습니다. 기존 주류 정당에 유리한 프랑스의 비민주적인 선거 시스템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2년 전에 바뀌었습니다. 이제 장벽은 무너졌고 국민연합은 2022년 총선에서 의원 89명을 당선시킨 정당으로 성장했습니다. 올해 6월에 치러진 유럽연합 선거에서 국민연합은 프랑스의 100개 주 가운데 96개 주에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지역에 깊이 뿌리내린 정당이 되었음을 보여준 것입니다.

의회 해산 후 7월에 치러진 총선에서는 국민연합이 126명의 의원을 확보했습니다. 공화당 출신 동조세력을 포함할 경우 142명의 의원을 확보했습니다. 국민연합의 부상은 마크롱에 대한 엄청난 증오의 결과입니다. 마크롱은 르펜을 자신의 적, 자신의 맞수로 만들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르펜은 마크롱에 대한 차악이었습니다. 그렇게 되자 자본가들의 일부가 이제 르펜을 하나의 가능성으로 보기 시작했습니다.[12]

아래는 최근 유럽 주요국가들에서 약진하는 극우 정당들의 성장세를 정리한 표이다.[13]

<최근 유럽 주요국에서 약진하는 극우 정당들>

 

대표 극우정당

현황

이탈리아

이탈리아의 형제들 (FdI)

22년 9월 총선 1위(26.0%)로 집권: 멜로니(총리)

스웨덴

민주당 (SD)

22년 9월 총선 2위(20.5%)

스페인

목소리 (Vox)

23년 7월 총선 3위(12.4%)

네덜란드

자유당 (PVV)

23년 11월 총선 1위(23.5%): 연정배제

프랑스

국민연합 (RN)

24년 6월 총선 1차 1위(33.2%), 2차 3위(의석)

독일

독일을 위한 대안 (AfD)

25년 2월 총선 2위(20.8%)

영국

개혁당 (Reform UK)

25년 6월 여론조사 1위(29%)

 

‘민주’정권과의 주고받기를 통해 성장하는 극우세력

 

그런데 오늘날 극우세력은 ‘민주정권과의 주고받기’를 통해 자신을 강화해간다는 특징이 있다. 이 점을 좀 더 살펴보자.

 

아래는 최근 극우세력이 집권한 주요 국가들의 정권 변화 흐름이다.

 

<미국의 정권 변화>

중도우파

우파

중도우파

극우파

오바마

(민주당)

2009~2017

트럼프

(공화당)

2017~2021

바이든

(민주당)

2021~2025

트럼프

(공화당)

2025~2029

 

 

<아르헨티나의 정권 변화>

중도좌파

중도좌파

우파

중도좌파

극우파

키르치네르(남)

(정의당)

2003~2007

키르치네르(여)

(정의당)

2007~2015

마크리

(공화당)

2015~2019

페르난데스

(정의당)

2019~2023

밀레이

(자유지상당)

2023~2027

 

 

<브라질의 정권 변화>

중도좌파

중도좌파

우파

극우파

중도좌파

룰라

(노동자당)

2003~2010

후세프

(노동자당)

2011~2016

테메르

(민주운동당)

2016~2018

보우소나루

(사회자유당)

2019~2022

룰라

(노동자당)

2023~2026

 

 

<한국의 정권 변화>

우파

우파

중도우파

극우파

중도우파

이명박

(한나라당)

2008~2013

박근혜

(새누리당)

2013~2016

문재인

(민주당)

2017~2022

윤석열

(국민의힘)

2022~2024

이재명

(민주당)

2025~2030

 

이를 보면 분명한 경향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른바 중도우파/중도좌파(‘민주’정권)가 집권한 뒤에는 우파가 집권하고, 서로 몇 차례 권력을 주고받는 과정을 거치며 극우파가 집권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은 큰 틀에서 이렇게 전개된다. ‘민주’정권은 권력을 쥐고서 노동자민중의 고통을 전혀 해결하지 못하고, 이에 실망한 민중들이 우파에게 표를 던진다. 그러나 우파도 노동자민중의 고통을 해결하지 못하기는 매한가지이고, 민중들은 다시 ‘민주’정권에 희망을 걸며 표를 던진다. 그러나 다시 ‘민주’정권에 실망한 민중들은 그 다음에는 더 화끈한 해결책을 약속하는 극우파에게 표를 던진다.[14]

 

다시 말하면, 인간의 얼굴을 앞세우지만 노동자·민중의 고통을 전혀 해결하지 못한 채 오히려 가중시키는 부르주아 민주주의 세력의 속성이 극우정권을 성장시키는 핵심 고리다.

 

한국의 사례에서 우리는 이 메커니즘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우경화된 정치지형으로 인해 중도좌파가 당선된 적은 없었지만, 87년 제한된 부르주아 민주주의를 쟁취한 이후, 우파(국민의 힘)와 중도우파(민주당)가 번갈아가며 권력을 주고받았다. 노태우, 김영상 정부는 주로 노동자들을 강경하게 탄압함으로서 노동개악이나 민영화 등의 조치를 통과시키려다가 격렬한 저항에 부딪쳐 그 시도가 좌절됐다. 반면, 김대중과 노무현은 노동자와의 ‘노사정 협의’와 같은 방식을 사용해가며 더 효과적으로 위기의 비용을 노동자민중에게 전가해왔다. 김대중 정부 때 정리해고제와 파견법 도입, 노무현 정부 때 비정규직의 제도화가 그 대표적인 성과다. 이른바 ‘민주정부’ 10년의 결과인 신자유주의 전면화와 비정규직 양산에 환멸을 느낀 민중들은, 경제성장을 약속하는 이명박 정부에게 표를 던진다. 그러나 이명박, 박근혜 시기 실상 재벌들을 위한 특혜와 민영화, 민주주의 탄압과 노동개악, 부정부패 등을 경험한 민중들은 박근혜 정부를 타도하고 다시 문재인 정부를 당선시켰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사상 최대의 부동산 폭등, 조국사태로 드러난 위선,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악과 특별연장근로 무제한 허용 등으로 다시 한 번 민중의 환멸과 분노를 불러일으켰고, 이는 윤석열 당선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특히 여기서, 극우정권과 ‘민주’정권이 실제 집행하는 정책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점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사실 극우 정권이든, 그와 정권을 주고받는 중도좌파-중도우파-우파의 ‘민주’ 정권이든, 그들이 시행하는 정책은 크게 다르지 않다. 세계화와 관련해서는 일정한 차이가 존재하지만, 신자유주의와 긴축의 결합이 결국 그들 모두의 핵심 정책이다. 당연히 노동자·민중의 고통은 해결될 수 없고, 따라서 강한 환멸이 뒤따른다. 상대적으로 극우 정권에게는 파시즘 가능성에 대한 반발이 집중된다면, ‘민주’ 정권에게는 사회경제적 박탈에 대한 분노가 집중된다. 과거 부르주아 민주주의 안에서 중도좌파-중도우파와 우파가 서로 경쟁하고 대립하며 정권을 주고받던 것과 매우 비슷하게 이제 중도좌파-중도우파-우파와 극우가 서로 경쟁하고 대립하며 정권을 주고받는다.[15]

실상 트럼프 1기 이후 바이든의 집권도 ‘극우와 민주정권의 주고받기’를 한차례 더 진행하며 트럼프에게 더 큰 힘을 실어준 과정이었다. 바이든은 대중국 견제에 있어 트럼프의 제국주의적 정책기조와 다를바 없었고, 이민자와 유색인종을 향한 경찰폭력과 단속, 철도파업 금지령 발동 등 국내적으로도 위기의 비용을 노동자민중에게 떠넘긴다는 점에서 동일했다. 무엇보다 2023년 10월 7일 이후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이 본격화되었을 때, 바이든 정부는 학살을 옹호하고 지원하는 제국주의 패권국으로서의 본질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바이든은 미국 노동자계급의 삶을 전혀 개선하지 못했고, 민주당의 ‘진보적’ 외피는 ‘학살자 조’라는 정당한 비난과 함께 끝장났다. 바이든의 이민정책, 기후정책, 트랜스젠더 권리를 둘러싼 몇가지 예를 살펴보자.

국토안보부는 미국-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세우기 위해 26개의 환경 보호법을 무력화했다. 트럼프 시대의 가장 악명 높고 상징적인 악행이 바이든 정부 아래서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바이든이 무시한 법들 중 일부는 이 프로젝트를 위해 행정부가 어떤 환경 보호와 인권을 희생하려 하는지 매우 명백히 보여준다. 여기에는 청정 공기법, 청정 음용수법, 아메리카 원주민 종교 자유법이 포함된다. “청정 공기”, “청정 음용수”, “종교 자유”는 바이든이 트럼프의 국경 장벽 건설을 계속하기 위해 무시한 보호 조치들 중 일부에 불과하다.

바이든은 또한 국경에 도착한 베네수엘라인들을 대상으로 한 직접 추방 비행편을 재개하고 있으며, 동시에 정권 교체 노력의 일환으로 트럼프가 베네수엘라에 부과한 제재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에 대한 이러한 공격적 정책은 양당 모두의 지지를 받았으며, 알렉산드라 오카시오 코르테즈 같은 진보적 민주당원들조차도 지지했다.

...

사실 이건 놀랄 일도 아니다. 아이들을 우리에 가두고 가족을 갈라놓는 것부터, 망명권 금지 조치를 유지하고 확대하는 것까지, 바이든은 꾸준히 트럼프의 이민 정책에 동의해왔다. 그는 소셜미디어에서 국경 순찰대 예산 증액을 지지한다고 자랑했으며, 미국-멕시코 국경 횡단 사상 최다 사망자가 발생한 해는 바로 그의 행정부 아래인 지난해였다.[16]

바이든 행정부는 현재 트럼프 행정부가 같은 시점에 발급한 것보다 더 많은 가스·석유 시추 허가를 승인했다. 취임 2년 차 기준 수백 건을 넘어선 수치다. 최근 바이든이 화석 연료 산업을 위해 취한 두 가지 조치—알래스카의 윌로우 프로젝트 승인 및 멕시코만 시추권 경매—는 대통령이 기후 공약을 결코 이행하지 않을 것임을 확인시켜준다.[17]

4월 6일 바이든 행정부는 트랜스 청소년의 스포츠 참여와 관련된 타이틀 IX 규정 변경안을 제안했다. 이 규정 변경안은 공공 자금을 받는 모든 학교나 대학이 “전면 금지” — 모든 트랜스 청소년의 모든 스포츠 참여를 금지하는 조치 — 를 시행하는 것을 금지하지만, 학교가 종목별로 트랜스젠더 학생의 스포츠 활동을 금지하는 것은 허용할 것이다. 민주당이 이를 트랜스젠더 권리 승리라고 선전하고 있지만, 이는 소위 ‘진보적’ 정당이 트랜스젠더 친화적으로 보이려는 움직임을 제안하면서도 트랜스젠더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 또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다.

...

트랜스젠더, 특히 트랜스젠더 아동에 대한 전례 없는 공격이 벌어지는 와중에도 민주당은 의미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트랜스젠더 권리 보호를 위한 확고한 입장을 취하기보다는, 바이든과 민주당은 뉴욕 타임스를 비롯한 다른 언론 매체들과 함께 트랜스젠더의 존재를 인정한다는 모호한 발언을 하는 한편, 반(反)트랜스 발언과 입법이 무분별하게 통과되도록 방치해왔다. 이번 개정안 제안은 또 하나의 사례다: 바이든과 민주당은 반트랜스 스포츠 입법에 대응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주장하며 좌파 성향 유권자들의 표를 모을 수 있지만, 실제로는 어떤 실질적인 변화도 만들어내지 않는다. 선거 시즌이 코앞으로 다가온 만큼, 대통령은 공화당에 비해 포용성과 도덕적 우위를 유지하는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관심이 크다. 동시에 소위 ‘젠더 회의론자’ 성향의 중도층이나 민주당 유권자들의 표를 잃지 않도록, 이러한 반트랜스 공격에 대해 너무 강한 반대 입장을 취하지 않으려 한다. 트랜스젠더를 지지하는 발언을 하면서도 반(反) 트랜스젠더 행동을 취하는 이 섬세한 균형은 특히 스포츠 분야에서 바이든에게 중요하다. 전국이 스포츠 경기에 열광하는 가운데, 스포츠에서의 트랜스젠더 권리를 옹호하는 입장으로 중도 또는 우파 성향 유권자들을 소외시키는 것은 바이든의 득표율에 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18]

지난해 12월 트랜스젠더 문제에 대한 여론이 우경화되자 조 바이든은 트랜스젠더 운동선수 보호 계획을 폐기하고 군인 자녀의 성정체성 확인 치료를 박탈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선거 운동 중 카말라 해리스는 트랜스젠더 권리 옹호 기회를 여러 차례 거절하며 단순히 “우리는 법을 따라야 한다”고 답변했다.[19]

이번엔 독일의 사례를 보자. AfD가 이번 총선에서 두 개의 주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이들은 자랑스럽게 “AfD는 효과가 있다”는 슬로건을 치켜들었다. 이는 ‘민주’정권인 기독교민주당, 사회민주당 등이AfD에서 내세우는 반이민, 재군사화 정책 등과 별반 차이가 없는 정책을 집행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구호다. 즉 오른쪽에서 AfD가 강력하게 ‘옳은’ 주장을 하고 있기 때문에, 중도세력들이 그 쪽으로 끌려오고 있다는 점에서 ‘AfD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민주’세력은 소심하고 부끄럽게 집행하는 정책들을, 극우세력은 대담하고 당당하게 한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선거 당일 밤 공영 TV 토론회에서 AfD의 베른트 바우만(Bernd Baumann) 의회 사무총장은 “AfD wirkt!”라고 선언했다. 이는 “AfD가 효과적이다”는 뜻으로, “BSW[20]와 CDU[21]가 이민 문제에 관한 우리의 핵심 요구를 채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사실이다: 모든 정당이 AfD의 정책을 받아들였다. 보수 정당인 기민당과 “좌파 보수” 성향의 BSW뿐만 아니라, 연방 정부 역시 추방을 더 많이 요구하며 AfD와 목소리를 맞추고 있다. 스스로를 “진보 연정”이라 칭하는 SPD[22], 녹색당, 자유민주당(FDP)[23]으로 구성된 연방 정부 역시 추방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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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모든 정당이 망명법 개정과 심지어 헌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졸링겐 공격[24]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식에서 독일 연방 대통령은 이민 감소가 “앞으로 몇 년간 최우선 과제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다른 솅겐 국가[25](즉, 거의 모든 국가)를 통해 입국한 망명 신청자에 대한 모든 지원금 지급을 중단하고 “침대-빵-비누” 이상의 것을 제공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이미 이 조치가 독일 헌법 제1조(인간의 존엄성 불가침)를 위반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헌법적·인도적 원칙들은 과시적 잔혹성에 대한 요구 앞에 희생되고 있다. CDU의 프리드리히 메르츠는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 출신 모든 망명 신청자를 거부하겠다고 밝혔고, CSU[26]의 마르쿠스 쇠더는 헌법에서 망명권을 완전히 삭제하겠다고 주장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범죄 외국인” 추방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독일 정치의 변방에 있는 네오나치 정당 NPD에 국한되었다. 오늘날에는 녹색당조차 추방 시스템을 강화하기 위해 수십억 유로를 추가로 지출하려 한다.

“민주 정당”에 투표하고 “극단주의”에 반대하라는 끝없는 호소는 효과가 없었다. 스스로를 민주주의자라 칭하는 모든 세력이 AfD의 극단적 제안들을 모두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다른 정당들이 AfD의 인종차별적 제안들을 모두 채택했다면, AfD가 대체 얼마나 나쁠 수 있겠는가? 많은 유권자들이 의문을 품었을 것이다.[27]

그런데 극우정권과 ‘민주’정권이 선거를 통해 권력을 주고받는 이러한 현상은, 다른 한편으로 1930년대 파시즘이 완연히 성장했을 때에는 아직 미치지 못한, 그러나 이를 향해 성장하고 있는 오늘날 극우의 상태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오늘날의 극우 세력은 독일 나치당 같은 고전적인 파시즘 세력과 마찬가지로 자본주의 위기가 극심해진 결과물이며, 몰락하는 대중의 광적인 지지를 바탕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그런데 오늘날 극우 세력이 위기와 고통의 주범이라고 지목하는 대상은 외국, 이민자, 자유무역, 세계화, 국제기구, 좌파, 주류 언론, 기성 정치인 등 상당히 혼란스럽다. 나라마다 편차도 크다. 노동자운동을 핵심적으로 겨냥했던 고전적인 파시즘과 크게 대비되는 지점이다. 오늘날 세계적으로 노동자운동이 상당히 취약한 상태에 있다는 점의 반영이기도 하다.

또한 오늘날의 극우 세력은 고전적인 파시즘 세력과 달리 무장 돌격대를 체계적으로 구축해 내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자본주의 위기 전개가 국가의 총력 개입 때문에 1930년대 대공황과 달리 대불황이라는 슬로우모션의 형태를 띠는 것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자본주의 위기에 따른 노동자·민중의 고통이 극심하지만 일거에 파산하는 대신 장기화된 불안정에 시달리는 양상을 띠는 것이다. 갈 곳 없는 퇴역군인들이 별로 없다는 점도 중요한 변수다. 극우 세력이 아직까지는 노동자운동을 핵심적으로 겨냥하지 않는 점과도 연결돼 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오늘날의 극우 세력은 부르주아 민주주의를 부분적으로 부정하고 위협하는 지점까지는 나아가지만, 정권을 잡아도 부르주아 민주주의를 끝장내지 못한다. 부르주아 민주주의 선거로 집권했다가 그 선거로 정권을 잃고 다시 그 선거로 정권을 되찾는다.

그런데 이와 같은 쳇바퀴는 극우 세력에게 걸맞지 않다. 극우 세력은 ‘화끈한 해결’을 대중에게 약속했고, 실제로도 뭐가 됐든 화끈하게 저질러보려고 한다. 그러나 고전적인 파시즘 세력에게 ‘화끈한 해결’을 가능하게 했던 무장 돌격대가 오늘날의 극우 세력에게는 없다.

여기서 친위쿠데타를 통한 군사파시즘 도입이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한 수단으로 시도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친위쿠데타를 정당화하기 위한 이데올로기적 밑자락으로 부정선거 음모론을 활용하면서 말이다. 2021년 1월 미국의 의사당 폭동을 사주할 때 트럼프는 군부를 동원하지 못했다. 하지만 2023년 1월 브라질에서의 폭동은 쿠데타 요구 시위와 노골적으로 결합됐으며, 실제로 보우소나루-국방부장관-해군총사령관의 지휘 아래 쿠데타를 단행하려 했으나 육군총사령관의 거부로 실패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2025년 미국에서는 트럼프의 친위쿠데타 가능성에 대한 경고가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으며, 특히 6월 로스엔젤레스의 이민자단속 항의시위에 주방위군과 해병대가 투입됐을 때는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친위쿠데타 자락 깔기로 인식했다. 2024년 한국에서 발생한 12·3 친위쿠데타도 이러한 세계적 맥락에서 재조명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어쨌든 2023년 브라질의 친위쿠데타도 2024년 한국의 친위쿠데타도 실패했다. 트럼프가 친위쿠데타에 나설 경우 성공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2025년 6월 로스엔젤레스 군대 투입 직후 미국에서 500만 명이 반트럼프 시위에 나설 정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이 있다. 세계적으로 극우 세력이 파시즘으로 진화할 방안을 찾기 위해 무척 애를 쓰고 있다는 점이다. 친위쿠데타가 여의치 않으면, 극우 세력은 무장 돌격대를 부활시킬 방법이라도 찾아내려 할 수 있다.

극우 정권과 ‘민주’ 정권의 권력 주고받기는 단순한 반복이 아니다. ‘민주’ 정권이 노동자·민중의 고통을 강화하는 만큼 극우 세력을 더욱 성장시키기 때문이다. 또한 파시즘으로 진화하려는 극우 세력의 시도가 점점 더 강화될 것이기 때문이다.[28]

또한 한 곳에서 극우의 성공은 다른 곳의 극우를 자극한다. 예컨대 이스라엘 극우 네타냐후의 집단학살은 모로코 군주, 인도 모디 총리, 프랑스 군부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명백한 사례 중 하나는 모로코 군주국으로, 이스라엘이 서안 지구를 언급하는 방식과 거의 동일하게 서사하라를 논한다. 학살을 자행하는 이스라엘 국방군(IDF)과의 공동 군사 훈련을 조직하는 것 외에도, 텔아비브와 라바트 간의 경제적 유대, 특히 무기 계약이 번창하고 있다. 10월 7일 직전, 이스라엘은 사하라위 민족의 등 뒤에서 라바트와 스페인 제국주의 간 합의에 따라 1975년 병합된 전 식민지에 대한 모로코의 주권을 인정했다. 시온주의 정권의 급진화는 이로 인해 모로코 정권의 급진화를 더욱 부추겼으며, 왕정은 서사하라를 산업 및 에너지 허브로 만들려는 프랑스 제국주의의 전례 없는 지원을 계속 누리고 있다. 왕정은 따라서 사하라 난민들을 알제리나 모리타니로 되돌려보내는 방식으로 장벽 너머 영토의 20%에 대한 통제권을 확립하기 위해 잔혹한 작전을 벌일 유혹에 빠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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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방법”을 찬양하는 또 다른 국가는 물론 모디의 인도다. 시온주의는 힌두 우월주의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V.D. 사바르카르와 M.S. 골왈카르 같은 초기 이론가들의 사상과도 연관된다. 이들은 시온주의 식민화를 찬양하며 동남아시아 전역을 통치하에 통합할 “아칸드 바라트(분할되지 않은 인도)”를 구상했다. 이 힌두식 '대이스라엘'의 지지자인 모디는 식민 국가의 방식을 꾸준히 적용해 카슈미르 주민들을 탄압해 왔으며, 더 넓게는 국내 무슬림 소수민족을 억압해 왔다. 베린트 시스템즈 같은 대량 감시 전문 이스라엘 기업들과의 협력부터 2019년 8월 카슈미르 자치권 중단에 이르기까지, 인도는 체계적으로 “이스라엘 모델”을 식민지화된 영토에 적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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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이스라엘과의 연대는 이슬람 혐오와 팔레스타인 지지자 탄압을 결합하는 것을 넘어선다. 이는 모디의 인도와 또 다른 공통점이다. 이 연대는 군대에도 스며들어, 특히 카낙 지역 청년들이 정착민 식민주의에 반기를 든 뉴칼레도니아 식민지에서 군부 내 반발에 직면하고 있다. 초군국주의 잡지 르 그랑 콘티넨에 익명으로 기고한 한 프랑스 군 장교는 군사화 경쟁에 돌입한 프랑스 군이 이스라엘 군을 본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훨씬 열악한 장비의 군대들도 현장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상대적으로 작은 국가들(핀란드, 이스라엘)은 제한된 국방 예산으로 많은 유럽 군대보다 더 큰 전시 군대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성과를 가능케 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는 전시 시 대규모 예비군 동원[29]과 군대 및 민간 사회 전반 간의 긴밀한 협력이다.

프랑스 식민지 문제에 집착하는 한 군 장교에게, 이스라엘 내 만연한 인종주의로 인해 열 배로 증폭된 '현장에서의 가시적 효과'를 가진 이 학살적 군대의 위력은 의심할 여지없이 인상적이다.[30]

얼마 전 보우소나루는 쿠데타를 모의한 죄로 대법원에서 27년 형을 받았는데, 트럼프는 즉시 이 판결에 이의를 제기하며 보우소나루의 편을 들었다. 영국에서 얼마 전 벌어진 대규모 극우 집회에는 각국의 극우인사들이 참여했는데, 이처럼 미국과 서방의 극우파들은 일국적 단결을 넘어서 자신들의 인터내셔널을 구축하고 있다.

 

3. 제국주의 패권대결, 전쟁과 학살

 

지금까지 오늘날 자본주의 위기의 특징인 극우와 파시즘의 성장에 대해 살펴보았다. 자본주의 위기가 일국적 관계에서 드러나는 표현이 극우와 파시즘의 성장이라면, 국제관계에서는 제국주의 패권대결과 약탈, 전쟁과 학살이란 형태로 표현된다.

 

위기 앞에 놓인 자본주의 국가들은 자국의 노동자계급에 대한 공격만이 아니라, 타국의 자본가들에게 손실을 떠넘기기 위한 시도에도 골몰한다. 오늘날에는 이것이 미국과 중국이라는 양대 제국주의 국가의 패권대결 아래, 지역적 패권국들이 자신의 이해관계를 따라 각축전을 벌이는 국제질서의 재편을 통해 나타나고 있다.

 

충돌하는 두 제국주의 국가: 미중 관계의 재편과정

 

먼저 오늘날 지정학적 경쟁의 핵심인 미중의 관계가 지난 40년 간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간략히 살펴보자.

 

신자유주의와 함께 미국의 헤게모니가 아직 굳건하던 1980~2000년대에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 미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다. 미중 파트너십은 냉전시기 소련을 고립시키기 위한 미국의 전략적 결정 아래 진행됐고, 미국과 중국 모두 이 관계에서 이득을 보았다. ‘차이메리카’라는 용어는 중국의 생산과 미국의 소비가 긴밀하게 연결된 하나의 구조로서 움직이던 당시 세계 자본주의 지형을 표현한다.

 

그러나 2000년대에 중국이 광폭성장을 하고, 2008년 금융위기로 미국이 휘청하면서 지형이 바뀌기 시작했다. 2010년대를 거치며 중국은 미국을 위협하는 명실상부한 세계 제2의 제국주의 강대국으로 부상했다. 이와 함께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시도 또한 본격화했다. 2009년 오바마 정부가 들어서고 2011년 “Pivot to Asia(아시아중심전략)”를 천명한 것을 시작으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추진, 미 군사전력의 아시아 집중 및 동맹 강화 등 중국에 대한 견제를 시작했다.

 

2017년 트럼프 집권 이후에는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하고, 훨씬 더 노골적이고 강경한 대중국 정책을 펼쳐왔다. 2018년에는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보조금, 무역 불균형을 문제 삼아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무역분쟁’을 시작했다. 이어 화웨이, ZTE 등 중국의 5G와 통신인프라 기업을 미국 시장에서 배제하고, 중국 기업에 대한 반도체 장비와 소프트웨어 수출을 통제하고, 데이터안보 위협을 이유로 틱톡와 위챗 사용을 제한하는 등 ‘기술전쟁’을 벌였다.

 

경제적 견제와 함께 정치군사적 견제도 본격화했다. 오바마 시절에는 중국을 “파트너이자 경쟁자”로 호명했다면, 트럼프는 “전략적 경쟁자”라는 표현을 쓰며 오바마의 애매한 기조와 단절했다. 또 기존에 사용하던 ‘아시아-태평양(Asia-pacific)’이란 개념 대신 ‘인도-태평양(Indo-pacific)’이란 표현을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일본, 인도, 호주와의 쿼드(Quads) 재활성화와 함께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노골적으로 담긴 표현이다.

 

그런데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달성한다는 목표는 바이든이 트럼프와 핵심적으로 공유하던 목표였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가 해오던 반도체와 첨단기술에 대한 통제 정책을 이어갔고, 미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하고 10년 동안 중국투자를 포기해야 보조금을 지급하는 반도체지원법, 전기차-배터리 생산시설을 북미지역으로 이전해야 보조금을 지급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실행했다. 트럼프 1기 때 부과한 관세도 대부분 그대로 유지했다. 정치군사적으로도 쿼드 강화, (미국, 영국, 호주의 안보협력기구인) AUKUS 출범, (2023년 캠프 데이비드협정 등을 통한) 미일한 동맹 강화, 나토 강화 등 미국의 동맹국들과의 관계를 강화하며 그 목표가 중국의 성장에 대한 대응임을 분명히 천명했다.

 

중국 또한 지난 십수년 간, 더욱 노골적으로 미국에 대한 도전의지를 드러내왔다. 중국의 핵심 슬로건 변화로 이를 확인할 수 있는데, 1980~90년대 ‘도광양회’(“빛을 감추고 힘을 기른다”, 자신의 힘을 드러내지 말고 조용히 국력을 축적하라는 전략)로부터 2000년대 “화평굴기(중국의 부상은 타국을 위협하지 않고 평화롭게 상호이익을 중시하며 성장한다는 뜻. 중국의 2001년 WTO 가입과 맞물리는 슬로건)”와 “조화세계”(내부적으로도 대외적으로도 조화로운 세계를 강조. 다자주의와 유엔 중심 질서에 대한 강조)를 지나, 2013년 시진핑 집권 이후 “중국몽”(과거 세계의 중심 역할을 했던 중국의 영광을 21세기에 되살리겠다는 것)과 “중국특색대국외교”(중국이 단지 ‘떠오르는 나라’가 아니라, 이제 ‘대국’으로서의 역할을 적극적을 수행하겠다는 것) “신형대국관계”(대국과 대국 사이의 새로운 형태의 관계, 즉 미국에게 협력적이면서도 대등한 대우를 요구하는 것)와 같은 슬로건으로, 그리고 시진핑 2기 이후 이제는 일대일로 정책과 함께 “인류운명공동체”(미국의 우선주의 정책들과 차별화하며, 국제사회에서 헤게모니적 리더십을 발휘하겠다는 뜻)와 같은 슬로건을 사용하는 등 점차 노골적으로 미국의 패권을 넘보는 위치로 성장해왔다.

 

특히 그 과정에서 중국은 희토류 공급망 확보와 전기차, 재생에너지 등 미래 산업에 대한 공격적 투자로 미국에 대한 일정한 산업적 우위를 확보해왔다. 특히 중국은 십수년 간 남미와 아프리카에서 대규모 투자를 통해 핵심광물에 대한 통제권을 늘려왔고, 오늘날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약 60%를 차지하고, 천연자원의 가공산업에서는 거의 90%의 점유율을 차지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관세를 부과한 지 며칠 후 중국 정부가 흑연과 텅스텐을 포함한 20개 이상의 핵심 광물에 대한 수출 규제로 반격한 것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중국의 천연자원에 대한 우위가 얼마나 중요한 위협인지를 잘 보여준다.

 

아직 중국의 국방예산은 미국의 4분의 1 규모이지만, 중국의 해군력, 그리고 해군을 보강하는 조선 능력은 미국을 넘어섰다. 중국은 매년 7%이상 국방예산을 빠른 속도로 증액하고 있다. 미국도 이에 대응해 조선업 재건에 나서고 있는데, 특히 한국과의 관세협상에서 부각된 MASGA(“미국의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구호로 드러나듯, 한국과 일본을 조선업 재건과정의 주요한 파트너로 삼고 있다.[31]

 

위기, 전쟁, 혁명의 시대를 열어젖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지금까지 미중 간 관계변화에 대해 살펴보았다. 그런데 미중 간 제국주의 패권대결은 단지 두 제국주의 강대국만의 대결이 아니다. 제국주의 패권대결은 세계를 진영으로 가르고, 세계 곳곳에서 이와 연결된 충돌을 심화시키고 대리전을 발생시키고 있다. 이를 대표적으로 드러내는 사건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다.

 

우선 러우전쟁은 제국주의적 팽창 야욕을 가진 서방과 러시아가 부딪히며 발생한 반동적 전쟁이다. 이 반동적인 대리전은 그 자체가 지난 시기 제국주의 팽창의 결과이다.

 

한 측면에서, 러시아의 반동적인 군사적 대응을 만든 건 NATO의 동진정책이었다. 1990년에 미국 국무장관 제임스 베이커는 통일 독일에 나토군을 주둔시키며 “NATO는 동쪽으로 1인치도 더 나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공문구에 불과했고, NATO는 지속적으로 새로운 회원구을 받으며 동진을 이어왔다. 1999년 폴란드, 헝가리, 체코가 NATO에 가입했고, 불가리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가 2002년 공식 가입 초청을 받았으며 2년 후 가입 절차를 완료했다. 알바니아와 크로아티아는 2009년 가입했으며, 마케도니아는 2020년에 가입했다. 러시아와의 거대한 물리적 경계선인 우크라이나는 2008년 NATO 가입 과정인 Membership Action Plan(MAP)을 신청했으며, 유로마이단 이후인 2014년 가입 의사를 공식 목표화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연설에서도 제임스 베이커의 말을 인용하며, NATO의 지속적인 동진 위협을 자신의 침략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활용했다. 실제로 NATO는 소련 해체 이후에도 동진을 거듭했고, 러시아를 상대로 한 군사적 위협을 증대시켜왔다. 그렇다고 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정당화될 순 없으나, NATO의 지속적인 동진이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푸틴의 반동적 반응을 낳은 것은 분명하다.

 

나토는 회원국을 잠재적 침략으로부터 방어하는 것을 유일한 목적으로 하는 ‘방어적’ 동맹이라는 수사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그간 미국 제국주의의 이익을 확대하기 위해 ‘인도적 지원’과 ‘민간인 보호’등을 명목으로 적극적인 ‘공격적 역할’을 수행해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1999년 코소보 전쟁, 2001~202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 2011년 리비아 내전 개입이다. 이는 결국 미국과 유럽이 세계에 대한 제국주의적 팽창의 도구로서 나토를 활용했음을 드러낸다. 즉 신자유주의 시기 동안 이어진 미국의 제국주의 전략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일으킨 한 축이다.

 

그런데 러우전쟁을 발발시킨 다른 한 측면은 러시아의 팽창 야욕이다. 특히 우크라이나는 대러시아 제국 시기 오랫동안 러시아제정에 의해 억압받아온 민족억압의 역사를 가진 지역이다. 그래서 러시아혁명을 통해 제정러시아를 타도하고 노동자국가를 수립한 뒤 볼셰비키는 우크라이나의 민족자결권을 철저히 옹호했다. 그러나 스탈린 반혁명 과정과 그 이후 국가자본주의 소련에 의해, 우크라이나는 민족문화와 언어의 박탈, 수탈로 인한 대기근, 정치적 숙청 등 체계적 민족억압을 경험했다. 푸틴은 이러한 역사를 잇는 대러시아 민족주의의 계승자로, 우크라이나를 자결권을 가진 국가가 아니라 ‘수복해야할 대러시아의 영토’로 규정하고 우크라이나를 침략했다.

 

러우전쟁은 이전 시기 제국주의적 패권대결의 결과인 동시에, 제국주의 진영의 형성을 훨씬 더 가속화하는 촉매제로 기능했다.

 

러우전쟁의 결과의 한 측면은 나토의 부활과 강화였다. 트럼프 1기를 거치며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미국과 유럽의 전통적 동맹 관계가 느슨해졌고, 이에 따라 나토의 역할 또한 상당히 약화되었다. 그러나 러우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 그리고 러시아와 연결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바이든 행정부의 동맹강화 전략에 따라 나토는 다시 중요한 군사기구로 부활했다. 기존 유럽 동맹국과의 관계가 중심이던 나토에 한국, 일본, 호주 등 아시아 태평양 국가들을 포함하여 중국을 포위한다는 구상이 노골적으로 전개됐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선 뒤 미국 우선주의 기조의 강화로 미국-서방 진영 동맹 내부의 갈등 또한 심화되고 있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트럼프가 동맹국들에게 나토방위비 분담을 노골적으로 요구하면서 각국의 재군사화가 더욱 촉진되고 있다. 얼마 전 나토의 GDP 5%로의 방위비 인상 결정은 이를 대표적으로 표현한다. 트럼프는 이제 나토에 이어 아시아 동맹국들에게도 GDP의 5%까지 국방비를 인상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한때 유명무실해질 것처럼 보였던 나토는 다시 미국과 서방진영을 대표하는 군사기구로서 작동하며, 각국의 군사화를 추동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러우전쟁 결과의 다른 한 측면은 (북한이 하위파트너로 포괄되는 과정을 포함한) 러시아와 중국 사이 확고한 동맹의 형성이다.

 

본래 러시아와 중국은 이른바 같은 ‘공산권’ 국가이지만, 두 국가의 관계가 마냥 굳건하지는 않았다. 1949년 중국혁명 이전에 스탈린의 소련은 마오쩌둥의 농민주도 혁명론을 무시했고, 오히려 국민당 정부와 더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왔기에, 그 때부터 마오쩌둥 주도의 중국공산당과 소련공산당 사이에는 긴장이 존재했다. 이 긴장은 중국공산당이 1949년 혁명으로 집권한 뒤, 1960년대 중소분쟁이 본격화되는 계기가 되었다.[32] 이후 1970년대에 들어서 중국은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과 먼저 손을 잡는 선택을 하게 된다.

 

중국이 미국과 손을 잡았는데, 소련과 관계가 좋을 수는 없었다. 그 뒤로 중소는 한동안 냉랭한 관계를 이어갔다. 그러다 1985년 고르바초프 집권 후 소련이 개혁개방 노선을 취하면서, 1989년 고르바초프의 베이징 방문을 계기로 중소관계를 정상화하게 된다. 이후 1990년대 소련이 해체된 후 러시아와 중국은 ‘건설적 파트너십’ 관계를 이어갔고, 2000년대에는 2001년 ‘중러 선린우호협력조약’을 체결하고 상하이협력기구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며 협력을 점차 심화해갔다. 그러다 2010년 들어서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이후 서방제재를 받기 시작한 러시아가 중국과 경제, 외교적으로 더욱 밀착했고, 대규모 에너지 계약(‘시베리아의 힘 가스관’)과 군사협력 확대를 진행했다. 그리고 2022년 2월 베이징 올림픽 개막 직전에 시진핑과 푸틴은 공동성명을 내어 “중러 관계는 한계가 없다”고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공동성명 직후 벌어진 러우전쟁은 중러관계를 훨씬 더 밀착시켰다. “3일 만에 수도를 점령한다”던 러시아의 예측과 달리 전쟁은 장기화된 소모전이 되었다. 서방의 강력한 경제제재를 견디고 러시아가 지금까지 전쟁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은 중국의 지원으로부터 나왔다. 경제제재로 서방과의 무역로가 막힌 대신, 중국이 러시아의 가스와 원유를 사주고, 반도체칩 등 군사행동에 필요한 장비와 물자를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우전쟁 발발 이전에도 러시아와 중국의 관계는 점점 밀착해가고 있었지만,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는 중국의 지원 없이는 독자 생존이 어려워졌고, 러시아와 중국의 관계를 질적으로 도약시켰다.

 

한편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카드로 오랫동안 핵개발을 추진해왔지만, 2019년 트럼프와의 ‘하노이 노딜’을 계기로,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에 편입됨으로써 생존을 도모하는 전망이 결정적으로 불투명해지게 되었다. 그 뒤 북한이 찾은 생존전략은 중러동맹의 하위파트너가 되는 것이었다. 러우전쟁을 계기로 러시아로부터 각종 군사무기와 병력 등 ‘쓸모’를 인정받은 북한은 이 반동적 전쟁에 깊이 개입하며 자신의 생존을 도모하고 있다. 얼마전 5월 러시아의 전승절에 푸틴과 시진핑은 굳건한 동맹관계를 과시했고, 9월에 열린 중국 전승절에는 김정은과 푸틴이 각각 시진핑의 좌우에서 열병식을 관람하며, 북중러 삼각동맹이 굳건히 형성됐음을 과시했다. 이것이 러우전쟁이 가져온 사태의 다른 측면이다.

 

이 두 가지 사태전개가 서로 대립하며,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보다 훨씬 더 격화된, 제국주의 패권대결의 양상이 벌어지게 되었다. 한 축에서는 미국이 서방 및 아시아 동맹국과 동맹을 강화하고 있고, 다른 한편에선 중국이 러시아 및 북한 등과의 동맹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진영의 재편은 이들이 맞닿는 동아시아 지역을 위험한 화약고로 만들고 있다. 다시 말해 동아시아는 미중 간 패권대결 격화에 따른 열전의 중심지가 될 가능성이 높고, 그 핵심적인 격전지가 한반도가 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제국주의 진영 간 충돌

 

러우전쟁 만이 아니다. 미국서방진영과 중국러시아진영 사이의 충돌이 세계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영향력 급증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영향력 퇴조와 맞물리며 아프리카 대륙에서 제국주의 세력관계가 재편되는 상황을 초래했다. 재작년 니제르에서는 군부 쿠데타로 친러정권이 수립됐는데, 이를 두고 서방제국주의를 대변하는 서아프리카 경제공동체와 친러 군부세력이 장악한 말리와 부르키나파소가 대립하면서 군사적 충돌로 나아갈 뻔 했다.

 

올해 6월에는 이스라엘과 이란이 ‘12일 전쟁’을 진행했는데, 결국 트럼프의 휴전 압박 제스쳐에 일단 전쟁을 중단했지만, 이러한 사건들이 언제 우발적인 계기를 통해 또 다른 전쟁으로 나아갈지 모른다. 만약 중동에서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터진다면, 이는 중동의 지역패권을 둘러싼 반동적 전쟁이자, 미중 간 제국주의 패권대결을 등에 업은 또 하나의 대리전이 될 것이다.

 

트럼프가 최근 ‘마약과의 전쟁’을 핑계로 라틴아메리카에 대규모 군사력을 배치하며 위협하는 것도 미중대결과 무관하지 않다. 미국은 최근 십여년 간 라틴아메리카에서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고, 표면 상의 이유는 ‘마약과의 전쟁’이지만, 실제로는 베네수엘라나 브라질 등 자기 말을 듣지 않는 정권에는 여차하면 군대를 보낼 수 있다는 위협을 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집단학살: 제국주의가 벌이는 가장 끔찍한 만행

 

제국주의 국가들이 서로에게 세계 곳곳에서 충돌하는 것이 제국주의 국가 간 모순이 격화된 표현이라면,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는 집단학살은 제국주의와 식민지 국가 간 모순이 격화된 표현이다.

 

2020년 집권한 네타냐후 정부는 서안지구를 합병하고 이스라엘 영토를 확장하기 위해 매우 잔인한 방법을 채택하는 극우세력이다. 이들은 2020년부터 서안지구에서 학살을 저지르기 시작했다. 제닌 난민캠프를 공격하고, 알-아크사 모스크를 여러차례 공격했다. 2020년부터 이런 야만적인 행위가 극우 정부에 의해 매우 난폭하게 확대됐다.

 

물론 이스라엘의 식민점령은 1948년부터 77년 간 이어져오고 있고, 이스라엘 극우정부든 ‘좌파’정부든 변함없이 식민정책을 유지해왔다. 즉 이스라엘이란 식민국가 자체가 문제의 근원이다. 그러나 2020년 네타냐후 극우정부의 출현으로 이스라엘은 더욱 ‘과격한’ 점령정책으로 나아갔다. 2023년 10월 7일의 공격은 2020년부터 이어진 이 모든 잔인한 폭력에 대한 대응이었다.

 

오늘날 가자에서는 매일같이 파괴와 폭격, 인위적 기근으로 인한 살해 소식이 실시간으로 이어진다. 네타냐후 정부는 가자학살을 멈출 계획이 없으며, 팔레스타인인의 절멸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네타냐후 정부는 서안지구를 완전히 병합하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으며, 전례없는 속도로 정착촌을 확대하는 중이다.

 

이스라엘이 가자와 서안지구를 병합하고 ‘그레이터 이스라엘’을 향한 제국주의 팽창을 할 수 있는 것은 미국과 서방제국주의의 열렬한 지원 덕분이다. 특히 미국은 이스라엘에 대한 막대한 군사적 지원과 더불어, 집권세력에 관계없이 이스라엘의 자위권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를 보냄으로써 그들의 학살을 정당화해주고 있다.

 

트럼프 2기, 제국의 쇠퇴를 드러내는 강도적 패권행위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선 뒤, 트럼프는 강력한 ‘미국우선주의’를 내세우며, 동맹국들을 향해서도 깡패같은 약탈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것이 극적으로 드러난 하나의 사건은 올해 2월 트럼프와 우크라이나 대통령 젤렌스키와의 회담이다. 이 회담에서 트럼프는 노골적으로 젤렌스키에게 모욕을 주었다. 출입기자와 부통령 J.D.밴스는 젤렌스키에게 정장을 입고 오지 않았다느니, 미국에 대해 충분히 고마워하지 않았다느니 무례한 말을 쏟아냈고, 트럼프는 젤렌스키에게 “너는 (협상할) 카드가 없다”는 말을 반복하며 미국에 대한 굴종을 노골적으로 요구했다.

 

젤렌스키는 이날 화난 표정으로 광물협정에 서명하지 않고 회담장을 빠져나갔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미국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5월 결국 광물협정을 통해 미국은 우크라이나와 50%씩 출자해 ‘미국, 우크라이나 투자 재건펀드’를 만들어, 우크라이나의 광물과 에너지 자원 투자에 관여할 수 있게 됐다. 10년 간 광물산업 투자를 통해 얻은 순이익은 반반씩 나누되, 우크라이나의 재건을 위해 쓰기로 한다는 단서조항이 있지만, 실제 기반시설을 확충하고 광물산업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려면 10년 이상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이 광물협정에 따라 앞으로 많은 이익을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래에 미국의 미래 군사지원을 펀드 기여금으로 간주하자는 내용도 담겼다.

 

이어 지난 몇 달간 트럼프는 관세협정에서 이른바 동맹국들에게 무리한 조건을 강요하고 있다. 일본과의 협정에서 트럼프는 관세를 15%로 낮추는 대신, 5500억 달러의 대미투자를 강요했다. 이 내용에 따르면 일본은 2029년까지 미국 측에서 일방적으로 추천하는 프로젝트에 무조건 투자해야한다. 일본이 원금을 회수하는 시점까진 미국과 일본이 50%씩 이익을 배분하고, 그 이후에는 미국이 90%를 갖는다. 프로젝트가 실패하면 일본이 그 비용을 치러야하지만, 프로젝트가 성공을 거두더라도 돈을 댄 일본의 이익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트럼프는 현재 한국에도 일본과 동일한 투자조건으로 3500억 달러의 투자를 강요하는 중이다.

 

트럼프의 강도적 패권행위는 미국 제국주의의 쇠퇴를 반영한다. 위기에 빠진 군주는 폭군으로 변한다. 동맹국들을 향해 엄혹한 조건을 강요하는 것은 세계의 경찰을 자임했던 미국 제국주의가 더 이상 그런 헤게모니를 발휘할 수 없는 조건이 되었음을 뜻한다.

 

4. 폭발하는 저항: 계급투쟁의 시대가 돌아오다

 

계급투쟁의 귀환

 

지금까지 ‘위기와 전쟁의 시대’를 보여주는 현상들로서 자본주의의 만성적 장기불황, 극우와 파시즘의 성장, 제국주의 패권대결 격화와 이에 따른 약탈, 전쟁과 학살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았다. 여성, 소수자를 향한 전면적인 공격과 기후위기에 대한 무책임과 무능력 또한 오늘날 위기에 빠진 자본주의를 드러내는 중요한 요소들이나, 분량을 고려해 이번 교육자료에선 위에 짤막하게 언급한 정도로 넘어가고자 한다.

 

자본주의의 심화된 모순은 노동자민중의 생존권을 다양한 형태로 맹렬히 공격하고 있고, 이에 맞선 저항도 다양한 형태로, 종종 폭발적인 봉기의 형태로 벌어진다. 그래서 ‘위기와 전쟁의 시대’는 다른 한편 계급투쟁의 시대이기도 하다. 이 글에서 오늘날 주요한 계급투쟁의 전개양상을 모두 포착하기엔 너무 광범위하나, 주요한 몇가지 사건들과 함께 그 특징을 살펴보려 한다.

 

이미 위기와 전쟁의 시대가 시작되기 전인 2018~19년 무렵부터, 신자유주의에 맞선 칠레 봉기, 홍콩의 민주주의 투쟁, 프랑스의 노란조끼 운동 등으로 대표되는 ‘2차 계급투쟁의 물결’이 시작됐다. 이는 공히 신자유주의가 강요한 생존권위기에 맞선 폭발적인 투쟁이었다.[33]

 

이와 함께 여성파업 운동, 인종차별 반대운동, 기후정의운동 등 좁은 의미의 경제적 생존권을 넘어 사회적 차별과 억압에 맞서고, 사회 전체의 미래를 둘러싼 대중운동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이러한 대중운동은 특히 수많은 청년들이 사회적 차별과 억압, 기후위기의 원인인 자본주의 체제 그 자체에 대한 물음을 던지도록 했다.

 

곳곳에서 터져나오던 계급투쟁의 물결을 코로나 팬데믹으로 잠시 주춤하는 듯 했지만, 곧이어 팬데믹이 강요한 위기에 맞서 다시 폭발했다. 2020년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을 계기로 터져나온 미국의 인종정의 운동, 2022년 신장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시에서 발생한 아파트 화재사고[34]로 시작된 중국의 백지시위 등이 대표적인 사례였다.

 

2010년대 초반 계급투쟁의 물결은 폭발적으로 진행됐으나, 시위대는 대체로 미조직된 상태에 남아있었고, 노동운동의 주도권이 그다지 발휘되지 않았다. 노동자계급 대신 ‘분노한 자들’ ‘1%에 맞서는 99%’ 같은 모호한 개념들이 이를 대신한 것은 이러한 사태전개의 반영이었다.

 

반면 최근 몇 년동안 이어진 물결에서는 노동자들이 조직된 주체로서 보다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투쟁에 나섰던 민중들도 계급으로 자신을 조직화하는 점이 특징적이다. 예컨대 미국에서의 급진적 투쟁의 물결은 광범위한 노조가입 운동과 맞물리고 있다. 페미니즘, 기후정의운동, 인종정의운동으로 급진화된 미국의 청년들이 노동조합에 대규모로 가입하며 ‘Gen-U(노조세대)’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35] 2018~19년의 교사파업 물결부터 이어진 노조운동의 부활 이후 2021년에는 스트라이크토버(Striketober)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졌다. 2022년에는 철도파업이 벌어져고, 2023년에는 오랫동안 잠들어있던 UAW(전미자동차노조)와 팀스터스 노조를 중심으로 한 파업투쟁이 벌어졌다.

 

라틴아메리카에서는 2019년 칠레, 콜롬비아, 볼리비아 등의 격렬한 시위에 이어 2024년 아르헨티나에서 밀레이 정권에 맞선 총파업이 벌어졌고, 파나마에서는 2025년 트럼프의 노골적인 제국주의 개입에 맞선 총파업이 벌어졌다.

 

2020년 태국, 2022년 스리랑카, 2024년 방글라데시, 2025년 인도네시아, 네팔, 필리핀 등으로 이어진 아시아의 민중투쟁도 이러한 계급투쟁 물결의 연장선에 있다. 이는 부정부패로 얼룩진 권위주의 정권에 맞선 민주주의 투쟁이자, 오랫동안 주변부 국가들에게 전가되어온 심각한 생존권 위기에 맞선 투쟁의 성격을 가진다. 한국에서 2024년 말에 벌어진 내란 쿠데타에 맞선 민주주의 투쟁도 이와 유사한 성격을 갖고 있다.

 

또한 2023년 10월 7일 이후로 세계적으로 팔레스타인 집단학살에 맞선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집단학살이 시작된 직후부터 세계 곳곳에서 “즉각 휴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고, 지난 2년 간 이어진 학살은 전세계 수많은 사람들에게 제국주의의 위선과 본질을 폭로하며, 이들을 급진화시켰다. 기후정의운동의 아이콘이었던 그레타 툰베리는 오늘날 가자로 향하는 선단에 몸을 싣고 팔레스타인 집단학살에 맞선다. 현재는 44개국에서 조직된 글로벌 수무드 함대가 구호품을 싣고 가자로 향하고 있고, 이와 함께 이탈리아에서는 80개 이상의 도시에서 파업과 시위가 벌어졌다.

 

앞선 사례들은 지난 몇 년간 벌어진 수많은 사건들을 축약한 일부에 불과하다. 생존권 위기, 극우화와 독재, 부정부패, 사회적 차별과 억압, 기후위기, 전쟁과 학살, 한마디로 오늘날 자본주의가 썩어가면서 만들어내는 온갖 야만적 행위에 맞선 투쟁이 전 세계에서 연이어 벌어지고 있다. 이 위기와 전쟁, 계급투쟁의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앞으로도 자본주의 위기가 심화되는 한, 분노한 노동자민중의 산발적인 봉기는 계속 터져나올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질문은, 이런 봉기의 물결이 일회적으로 끝나지 않도록 조직하는 것이다. 조직되지 않은 운동은 일순간 폭발적으로 터져나올 순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사그라든다. 우리는 이러한 폭발적 순간들이 연결될 수 있도록, 다음의 폭발을 위한 진지를 적극적으로 조직해야한다.

 

계급투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한 과제를 두 가지로 나누어 강조하고 싶다.

 

계급투쟁의 시대를 혁명의 시대로 전진시키기 위한 사회주의자의 과제

 

첫 번째는 계급투쟁의 전진을 위하여 조직노동자운동을 ‘민중의 호민관’으로 재편하는 활동이다. 위기에 맞선 즉자적인 미조직된 노동자민중의 저항은 때때로 강렬하게 불타오르지만, 조직된 구심점이 없으면 금방 방향을 잃고 사그라든다. 거리에서 시작된 투쟁은 처음에는 지배계급은 국가권력을 향한 중대한 도전이 되지만, 거리에만 머무는 투쟁은 얼마 지나지 않아 진압될 수밖에 없다. 파업투쟁, 즉 거리에서 시작되곤 하는 격렬한 계급투쟁의 열기를 현장으로 전이시키는 것, 그래서 자본주의의 일상적 작동을 멈추는 것은 폭발하는 민중봉기를 승리로 나아가게 하는 핵심적인 전략이다.

 

지난 몇 년간 계급투쟁의 경험을 돌아보면, 조직노동자운동이 이러한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하는 경우에는, 운동이 훨씬 더 힘을 갖고 멀리 뻗어 나갔다. 반면 거리에서의 저항에 머무는 경우에는 당장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진압되는 경우가 더 컸다. 물론 그런 경우에도, 저항의 정신은 죽지않고 살아 봉기에 참여했던 민중을 급진화시킨다. 그리고 급진화된 민중이 계급으로 스스로를 자기조직화한다면, 다음 번 투쟁에서는 더 멀리 나아갈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조직노동자운동이 민중봉기와 결합하여 ‘민중의 호민관’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조직하는 것은 계급투쟁의 발전에 핵심적이다.

 

지난 몇 년간의 계급투쟁에서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은 이를 실천하고자 분투해왔다. 폭발적으로 터져나왔던 지난 경험들 중 몇 가지를 살펴보자.

 

[프랑스]

 

프랑스에서는 2023년 연금개악에 맞선 투쟁이 폭발적으로 벌어졌다. 연금개악의 핵심은 연금수령 개시연령을 62세에서 (2030년까지) 64세로 2년 상향하는 것이었다. 연금을 100% 수령하기 위한 기여 기간을 현행 42년에서 (2027년까지) 43년으로 연장하는 것도 포함돼 있다. 연금개악은 프랑스 노동자들이 쟁취해온 개량에 대한 공격을 상징했다. 이에 맞서 1980년대 이후 최대 규모의 총파업 시위가 벌어졌다.

 

그러나 아래로부터의 엄청난 동력과 달리, 8개의 노총 지도부는 총파업의 힘으로 마크롱 정부를 타도하는 게 아니라, 의회에서 야당들이 마크롱과 협상하는 데 힘을 싣어주는 전략에 골몰했다. 그래서 노총연대가 주도하는 총파업 시위들은 대규모이긴 하되 과격하지는 않게 노동자들의 불만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방향으로 전개됐다. 그리고 노총 지도부 연합은 연속적인 총파업이 아니라 2주 마다 하루씩 일정한 간격을 두고 진행했다. 이는 마치 한국에서 민주노총이 1996~97년 총파업을 ‘수요파업’으로 전환하면서 동력이 끊어졌던 역사를 상기시킨다. 거리에서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는 ‘과격해진 자본가들’에 대적하려면 경제를 마비시키는 게 필요했고, 즉 (하루짜리가 아닌) 총파업을 해야 했다.

 

프랑스 사회주의 조직 ‘연속혁명’은 ‘총파업 네트워크’를 조직해 연금개악 반대투쟁을 더 멀리 전진시키고자 했다. 총파업 네트워크는 (노총 지도부가 제기하는 하루짜리 단발성 파업을 넘어) 무기한 총파업에 동의하는 노조원과 활동가들을 최대한 모아내서, 무기한 총파업을 향해 각 부문의 투쟁을 조율하고, 최대한 많은 부문으로 무기한 총파업을 확산시키는 걸 목표로 한 조직이었다.

 

아래는 총파업 네트워크가 어떻게 운영되었는지에 대해, 사회주의를향한전진 2023년 정치캠프에서 프랑스 사회주의자 아르뚜르가 발제한 내용의 일부이다.[36]

 

첫 번째로 총파업 네트워크는 요구의 확장(주로 임금과 연금문제의 결합)을 주된 목표로 내걸었다. 이주노동자, 저임금노동자, 청년노동자 등은 상대적으로 연금의 혜택을 덜 받는 처지에 놓여있는 노동자들과의 단결을 어떻게 실현할지에 관한 문제였다.

화이트칼라 노조, 계급화해적 노조까지 포함하고 있는 노총연합은 오직 연금개악안 반대라는 단일 의제로만 단결했다. 그 외에 다른 요구나 의제가 없었다. 문제는 연금개악이 노동자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정도는 동일하지 않다는 점이다. 많은 노동자들은 연금개악에 오직 최소한도로만 그 영향을 받았다.

게다가 임금 문제는 노동자계급의 핵심이지만, 노총연합은 6월 전에는 임금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한 적이 없었다. 노총연합 지도부는 “너무 많은 요구 사항으로 운동을 분산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수백만 명의 노동자들을 무기한 파업으로 이끌 수 있는 것은 정확히 저임금 문제였다.

그래서 총파업 네트워크는 요구를 확장하는 것을 투쟁의 우선사항 중 하나로 설정했다. 특히 철도 노동자와 쓰레기수거 노동자가 임금인상과 연금개악 반대를 동시에 걸고 무기한 파업을 진행했는데, 우리는 이를 지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임금과 연금, 이 두 가지 요구의 결합이 무기한 파업의 핵심이었다.

두 번째로 총파업 네트워크는 탄압에 맞선 연대를 조직했다. 정부에 맞선 투쟁에서 송곳처럼 먼저 뚫고나오는 조직들은 정부의 집중적인 공격 대상이 되었다. 마치 윤석열 정부가 안전운임제를 걸고 파업에 나선 화물연대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리고, 조선소 도크를 점거하는 파업에 나선 거통고조선하청지회에 군대 투입을 요구했듯 말이다. 당시 프랑스에서는 파리의 쓰레기 수거노동자들, 그리고 정유공장 노동자들이 그런 탄압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파리에서 쓰레기 수거 노동자의 파업으로 쓰레기가 쌓이자,[37] 정부는 파업노동자들에게 업무복귀명령을 내렸다.[38] 징역형으로 위협하며 일에 복귀할 것을 강제했단 뜻이다.[39]

정유 노동자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정유공장 파업은 파리 공항에 오직 이틀치의 등유만 남길 정도로 큰 타격을 입혔다.[40] 공항이 폐쇄되는 걸 막기 위해 정부는 파업중인 정유 노동자에게 업무복귀명령을 내렸다. 경찰은 노동자의 집에 찾아가 노동자를 일터로 데려갔다.

이 모든 탄압은 운동을 급진화시키는 요소였다. 그러나 현장과 거리에서 이 모든 탄압을 겪으면서도, 노총연합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업무복귀명령'은 국가가 무기한 파업을 무너뜨릴 수 있는 수단이었다. 그러나 노총연합은 "업무복귀명령"(Requisition) 이라는 말을, 말 그대로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매일 라디오나 TV에 나와 말할 기회가 있었지만 한 번도 그 단어를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노총연합 지도부에 끌려다니지 않고) 탄압에 대항할 조직화가 필요했고, 총파업 네트워크를 통해 이를 실행했다. 우리는 경찰서 바깥에서 시위를 조직했고, 집회 중 체포된 이들을 석방하라는 요구를 했다. 파리, 툴루즈, 보르도 등 중요한 도시들에서 이런 시위를 많이 벌였다.[41]

또한 업무복귀명령에 맞서, 총파업 네트워크를 활용해 우리는 프랑스에서 가장 큰 정유공장에 250명을 집결시켰다. 그날 경찰의 업무복귀명령을 막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경찰이 밤새 치워버린 파업 대오를 다시 세웠다. 물질적 패배였지만, 도덕적 승리였다. 정유노동자들은 이 투쟁 덕분에 또 다른 15일 동안 파업을 이어나갔다.

세 번째로 총파업 네트워크는 파업노동자들의 총회를 통해 노동자 민주주의를 재건하려고 했다. 총회를 통해 조합원들 스스로의 토론을 통해 투쟁의 방향과 전략을 결정할 기회를 갖는 것은 관료적 지도부의 일방적인 결정에 맞서는데 사활적으로 중요했다.

총파업 네트워크는 파업노동자의 자기조직화의 기반을 다지려 시도했다. 자기조직화에 기반한 파업투쟁의 전통은 프랑스에서 1990년대 이후 사라졌고, 파업중인 노동자들을 한데 모은 총회를 개최하는 것은 매우 어려웠다. 파업노동자들 다수가 노총연합을 신뢰한 것도 자기조직화가 어려웠던 이유 중 하나였다.

하루씩 고립된 파업을 하는 노총연합의 전략은 파업노동자들의 어떤 총회도 효과적이지 않게 만들었다. 총회를 해도 노동자들이 투쟁일정에 대해 결정할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철도와 정유산업에서 일하는 우리 동지들을 바탕으로, 총파업 네트워크를 통해 자기조직화의 예시를 제공하려 했다. 이와 함께 노총연합 지도부의 방침에 동의하지 않는 많은 노동조합 지도부와 활동가들을 결집시켰다.[42]

총파업 네트워크 조직화를 위해, 우리는 수 백명의 노동조합 활동가들이 연서명한 두 개의 글을 주요 신문에 발행했다.[43] 그리고 여러 노조 대의원이 무기한 파업을 지지하도록 안내했으며, 파업을 지속하기 위해 파업 기금을 마련했고, 탄압에 맞서는 시위와 집회를 수없이 조직했다.

무엇보다 서로 다른 여러 부문의 파업노동자들이 전략적 토론에 함께 참여했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 총파업 네트워크는 150~200여 명의 사람들을 전국총회에 소집했다.[44] 그 중 대다수는 노동자들로, 정유, 철도, 쓰레기수거, 교사, 자동차, 화학, 금속, 파리 공항, 항공우주 산업, 원자력 발전소, 전력, 가스운송 부문이 참여했다.

관료주의에 의해 엄격히 통제되는 항만 노동자들을 제외하고, 무기한 파업에 참여한 모든 분야가 대표단을 보냈다. 그 중에는 (무려) 5,000명이 일하는 회사의 노동조합을 이끄는 노조 지도부도 참여했다.[45]

다수는 노동자들이었지만, 학생들과 활동가들도 많이 왔다. 2016년의 대중 운동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던 한 철학자도 네트워크를 지지했다. 아델 에넬이라는 배우도 총파업 네트워크를 지지했다. 아델 에넬은 영화 산업의 성폭력에 맞서 싸운 것으로 프랑스 페미니스트 운동에서 매우 유명한 배우이다.[46]

2023년 프랑스의 사회주의자들은 이렇게 연금개악 반대투쟁에서 관료적 노조 지도부의 한계를 뛰어넘어 무기한 총파업을 건설하기 위해 분투했다. 그러나 관료적 지도부의 영향력을 결정적으로 뛰어넘지는 못했고, 당시 연금개악안은 마크롱이 의회를 무시하고 대통령의 ‘긴급명령권’을 발동해 통과시키는 것으로 관철됐다. 그러나 당시 ‘총파업 네트워크’를 통해 분투하고 대안을 만들어내고자 실천한 만큼, 계급투쟁의 열기는 완전히 가라앉지 않았고, 많은 이들이 전망을 잃고 좌절하는 대신 새로운 운동의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2025년 9월 현재 프랑스에선 다시 마크롱의 긴축정책에 맞서 백만명이 거리로 쏟아져나왔고, 계급투쟁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

 

다음으로 한국의 사례를 살펴보자. 윤석열의 집권과 극우화는 세계적으로 진전되는 극우세력 확산의 한 표현이었다. 한국 극우는 마가의 ‘부정선거론’과 ‘반중 담론’을 수용해 한국식으로 재구성했고, 이를 마가 쪽과 주거니 받거니 하며 키워왔다.[47] 윤석열 쿠데타는 그런 점에서 한 개인의 일탈적 행위라기보다 브라질 보우소나루 쿠데타와 이어지는 전세계 극우확산의 흐름에서 진행된 사건이었다.

 

이에 맞서 민주노총은 내란사태 초기 중요한 역할을 했다. 2월 24일, 전진에서 발표한 아래의 기사는 12.3내란에 대응하는 투쟁에서 조직노동자운동의 대표체로서 민주노총이 보여준 가능성과 한계, 과제에 대해 말하고 있다.

12·3 이후 지금까지 투쟁에서 민주노총의 역할은 모순적이었다. 한편으로는 상당한 역할을 해왔지만, 자신의 잠재력에 비해서는 매우 제한된 수준에 그쳤다.

민주노총은 12월 4일 새벽 3시를 기해 ‘윤석열 퇴진시까지 무기한 총파업’을 선언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5일, 6일, 11일 세 번에 걸쳐 금속노조와 공공운수노조를 중심으로 5만에서 10만 정도가 참여하는 제한된 총파업에 그쳤다.

민주노총은 주말 집회에서 주도적 역할을 맡았고 초기에는 상당수 조합원들이 주말 집회에 참여했다. 민주노총이 주말 집회에서 경찰 바리케이드를 밀어내고 길을 열어낸 모습은 광범한 미조직 대중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농민투쟁단이 남태령을 넘는 순간에도 길을 여는 역할을 했다. 1월 3~5일 한강진의 내란수괴 윤석열 체포·구속 투쟁에서도 민주노총 확대 간부와 조합원이 광장 대중과 함께 투쟁했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자신의 진정한 잠재력을 끌어내지 못했다. 민주노총이 위력적인 총파업을 조직해 냈다면, 폭발적인 광장투쟁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었을 텐데, 민주노총은 그런 역할을 회피했다. 민주노총은 광장 청년대오의 환호에 자족할 뿐 총파업을 조직하려는 진지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광장에 참여하는 조합원의 대오도 크게 줄어들었다.

반면 12·3 이후 광장에 쏟아져 나온 청년 미조직 노동자들은 계엄과 내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역사의 주인으로 발돋움해 왔다.

윤석열의 계엄령 선포와 섬뜩한 포고령은 대중을 심각한 충격과 공포에 떨게 했다. 그러나 대중은 잠시 위축됐던 감정과 불안을 금세 떨쳐냈다. 거듭되는 집회와 거리 투쟁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뿜어내며 심리적 불안과 공포를 저항으로 승화했다. 계엄과 내란을 처음 경험한 청년 대중은 수천수만 노동자의 참여를 보며 심리적 안정감을 느꼈고 사회적 소수자와의 연대를 넓혀가며 자신감을 쌓아갔다. 저항의 날들이 더해질수록 지금껏 의심하지 않았던 자유민주주의 이념, 기존 보수정치가 쥐락펴락해 온 국가에 대한 의문을 싹 틔우며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세계에 대한 본능적 갈망을 분출했다.

광장의 청년 대중 다수는 미조직 비정규직 노동자와 실업자들이다. 이들은 한국 자본주의 체제에서 처음으로 부모 세대보다 가난해진 세대다. 온갖 형태의 비정규직과 실업의 굴레에 묶여 미래의 안정적 삶을 꿈꾸지 못하고 절망했다. 그러나 계엄과 내란 정세에서 역사의 무대로 뛰어나와 지금까지의 고통과 절망을 딛고 새로운 삶과 희망을 찾는 용기를 내고 있다.

광장의 청년 대중은 조직노동자에 대한 과거의 불신을 뒤로 하고 민주노총 조직노동자들에게 환호를 보냈다. 구사대와 용역깡패를 동원한 한화오션의 악랄한 노동탄압에 맞선 거통고 조선하청노동자들의 투쟁에, 1년 넘게 먹튀자본 닛토덴코에 맞서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불탄 공장을 지키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노동자들의 투쟁에, 어처구니없는 대법원 패소에도 불구하고 정리해고에 맞서 장기투쟁을 벌이는 세종호텔 노동자들의 투쟁에, A학교에서 벌어진 성폭력 축소은폐에 맞서다 학교에서 쫓겨나고 해임당한 지혜복 교사의 투쟁에 ‘말벌 동지들’의 지지와 연대가 쇄도하고 있다.

극우세력의 부상과 준동을 멈춰 세우고 분쇄하기 위한 확실한 방법은 여전히 노동자계급의 위력적인 총파업이고 그에 기초한 폭발적인 광장투쟁이다.[48]

 지난 내란사태 때 사회주의를향한전진은 총파업공동행동을 구성하고, 민주노총이 헌재를 기다리지 말고 총파업으로 윤석열을 타도해야한다고 선전선동했다. 그리고 그 방향으로 단 하나의 현장에서라도 실질적인 파업을 조직하기 위해 분투했다. 하지만 2월 말까지 이러한 주장은 민주노총 내에서도 큰 동의를 얻지 못했다.

“내란·극우세력 청산! 사회대변혁! 노동자세상 총파업 조직화 공동행동”(이하, 총파업 공동행동)에 모인 민주노총 대의원들은 2025년 사업계획에 대한 수정동의안을 발의했다. 민주노총 대의원 34명이 수정동의안에 연명했고, 현장조합원 91명이 지지 연명했다.

...

[수정동의안]

1. 민주노총은 윤석열 즉각 파면, 국민의힘 해체, 내란·극우세력 청산, 사회대변혁을 위해 3월 경고파업을 광장의 미조직 대중과 함께하는 사회적 총파업으로 전개한다. 이를 위해 2월 하순까지 민주노총 가맹 산하 전 사업장 교육을 진행하고, 임시총회 등의 방법으로 파업을 결의한다. 만약 헌법재판소 탄핵 기각 시 즉각 총파업에 돌입한다.

첫 번째 수정동의안은 민주노총 대의원 다수의 반대에 부딪혔다. 특히, ‘헌법재판소 탄핵 이전 경고파업, 탄핵 기각 시 총파업’을 금속노조 정기대의원대회 준비 토론자료에 싣고 현장토론을 조직한 금속노조 중앙집행위 성원들이, 앞장서서 ‘현장이 움직이지 않아서 파업할 수 없다’고 핑계 대며 수정동의안을 적극 반대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탄핵 이전 경고파업을 추진한다면서도, ‘헌법재판소 탄핵 전후로 더 강력한 총파업을 조직하자’는 수정동의안을 반대하는 금속노조의 진정성을 그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 이토록 엄중한 정세에서, 민주노총이 3월 사회적 총파업에 나서야 한다는 수정동의안에 재석 985명 중 178명 대의원이 찬성했다. 부결![49]

그러나 3월 중순에 들어서 헌재선고가 기약이 늘어지면서, 총파업공동행동의 주장은 대중적 반향과 논쟁을 일으켰다. 결국 3월 27일 민주노총 총파업이 결정되었다.

승리의 열쇠는 우리 손에 있다

탄핵조차 위태로운 상황을 끝낼 수 있는 힘, 나아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은 여전히 광장에 나선 노동자 민중에게서 나온다. 윤석열 일당의 계엄 문건 어디에도 노동자 민중의 저항을 예상한 대목은 없었다. 화물연대, 건설노조 등을 악랄하게 탄압하며 자신감을 가졌던 윤석열의 머릿속에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미조직 노동자들의 저항은 들어있지 않았다. 제거 대상은 이재명, 한동훈 등 의회 테두리 내에 있는 반대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들만 제거하면 끝난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윤석열의 예상과는 달리 의회 바깥에서 노동자 민중의 힘이 번갯불처럼 나타나 내란 세력을 위협했다. 그 힘이 탄핵 가결을 이끌어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헌법재판소 일정을 쫓아다니지 말고 노동자 민중의 압도적 힘을 조직해야만 윤석열을 파면시키고 중단없이 사회대변혁을 밀어나갈 수 있다.

...

필사적인 도약은 가능하다!

민주노총은 3월 27일 총파업·총력투쟁을 선포했다. 금속노조는 전 조합원 2시간 이상 총파업을 결의했다. 헌재 판결이 지연되는 지금, 헌재를 지켜보고만 있어서는 안된다는 절박함이 모이고 있으며, 우리는 이를 더 확대해야 한다. 물론, 어느 현장에서나 총파업을 조직하기 쉽지 않다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관료주의가 넓게 퍼져 있고 임금인상, 고용안정 등을 위한 경제파업에서도 밀리고 있는 수많은 현장에서 윤석열 퇴진을 위한 정치파업이 쉬운 일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엄청난 격변을 마주하고 있다. 이 격변에서 밀리면 지금까지 쌓아온 노동자 민중의 모든 권리와 성과가 사라진다. 그래서 수많은 노동자가 절박한 마음으로 윤석열 퇴진을 열망한다.

너무나도 위급한 역사적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다른 측면으론 너무나도 소중한 역사적 기회를 움켜쥐기 위해 우리 모두 가장 적극적인 방식으로 현장을 조직하자. 3월 27일 하루 총파업을 도약의 계기로 만들자. 위로부터의 총파업 선언에 그치지 않기 위해, 실질적인 총파업 실현을 위해 현장 안팎에서 즉각적인 토론, 선전, 조직화 활동을 전개하자. 각 단위사업장 총회를 열고, 노동자 민중의 사회적 총파업으로 윤석열 타도를 결의하자.[50]

그러나 3월 27일 총파업은 힘있게 조직되지 못했고, 총파업공동행동도 관료적인 지도부를 뛰어넘어 현장에서 파업투쟁을 조직해가는 주도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했다. 이후 4월 4일 헌재선고가 잡힌 뒤, 민주노총은 4월 3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헌재 기각 시 즉각 총파업’을 통과시켰다.

 

결국 4월 4일 헌재 선고 결과 윤석열은 탄핵되었다. 하지만 민주노총이 내란투쟁 전반에 걸쳐 주도권을 발휘하지 못함에 따라, 민주당이 이후 정세의 주도권을 잡았다. 대선시기 전투적이고 계급적인 노동자 후보가 등장하지 못했을뿐더러[51], 민주노총 집행부는 선거기간에도 민주당 지지방침을 고집하며 ‘민주’적 자본가계급과 연합하는 인민전선 전략에 깊이 빠져들었다. 그 결과 이재명 당선 이후 노동자운동 전반에 이재명 정부에 대한 환상과 의존성이 자라났다.

 

윤석열이 정치적 세력관계를 오판하여 무리한 쿠데타를 벌였고, 이에 맞선 격렬한 민중항쟁이 벌어지면서, 내란에 맞선 투쟁의 결과로 윤석열은 감옥으로 갔고 민주당이 다시 집권했다. 허나 더욱 격렬한 계급투쟁은 잠시 유예되었을 뿐이다. 그런데 지금과 같이 노동자운동이 이재명 정부에 의존적인 상황을 계속 극복하지 못한다면, 노동자계급은 독자적 정치세력으로 성장할 수 없으며, ‘민주’정권의 위선에 환멸을 느낀 민중들에게 ‘유일한 대안’처럼 보이는 더 성장한 극우파가 집권하게 될 것이다.

 

광장에 나왔던 수많은 미조직 노동자들은 본능적으로 조직된 노동자의 힘을 느끼고, “민주노총이 길을 연다” “금속노조가 선봉에 선다”는 구호에 환호하며 함께 했다. 다시 모순이 격화되어 그 다음 전면전이 벌어질 때까지, 노동자계급의 자기조직화를 얼마나 전진시키느냐에 따라 그 다음 한국의 계급투쟁의 향방이 결정될 것이다.

 

이상 계급투쟁이 격렬히 벌어지던 순간에 조직노동자운동의 재편을 위해 분투했던 프랑스와 한국의 사례를 잠시 살펴보았다. 프랑스와 한국 뿐 아니라, 미국, 칠레, 아르헨티나 등 많은 최근의 계급투쟁의 사례에서 비슷한 패턴을 관찰할 수 있다.

 

자본주의 국가의 위기 전가로 특정한 계기를 따라 폭발적인 민중봉기와 계급투쟁이 발생한다. 하지만 개량주의적 전망에 갇혀있는 노동조합 지도부, 그리고 개량주의 정치세력은 대정부투쟁에서 조직노동운동의 주도적 역할을 스스로 포기하거나 제한하고, (민주당 같은) 자본가 정당 혹은 개량주의 정당을 통한 의회에서의 협상에 의존한다. 이를 위한 협상카드로 조직노동자운동의 힘을 일부 동원하기도 하지만, 이러한 전망의 한계 때문에 부분적인 동원에 그치며, 폭발하는 계급투쟁을 가라앉히는 역할을 한다.

 

혁명적 사회주의 운동은 이러한 개량주의 노조관료에 맞서 아래로부터의 자기조직화를 활성화하고, 노동자 민주주의를 재건하고, 폭발적으로 분출하는 미조직 노동자들의 운동과 결합시키기 위해 분투한다. 이를 얼마나 전진시키느냐에 따라, 계급의 세력관계가 달라진다. 조직노동자운동을 계급투쟁을 이끄는 기관으로 재편하는 것은, 당면한 계급투쟁에서의 승리를 위한 사회주의자의 첫 번째 과제다.

 

다음으로는 첫 번째 과제와 긴밀히 결합된 사회주의자의 두 번째 과제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

 

첫 번째 과제와 결합된 두 번째 과제는, 계급투쟁이 발전과정에서 전망을 잃지 않도록, 분명한 혁명적 사회주의 정치를 세우는 것이다. 혁명적 사회주의 정치의 정수는 무엇인가? 마르크스는 ‘공산당선언’에서 아래와 같이 정리한 바 있다.

공산주의자들은 프롤레타리아 일반과 어떤 관계에 있는가? ... 그들은 전체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이해관계와 동떨어진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어떤 특별한 원칙을 세우고 거기에 따라 프롤레타리아 운동을 짜 맞추려 하지 않는다. ... 그들은 프롤레타리아들이 각각 전개하는 다양한 국내 투쟁에서 국적과는 무관한 전체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공동 이해관계를 강조하고 관철하는 한편, 프롤레타리아 계급과 부르주아지 간의 투쟁이 거쳐온 여러 발전 과정에서 항상 전체 운동의 이해관계를 대변한다.[52]

사회주의자는 서로 다른 국가에서, 또 서로 다른 쟁점을 갖고 시작한 운동이, 실은 자본주의 체제라는 동일한 뿌리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분명하게 이해하고, 이를 자본주의 체제에 맞선 공동의 투쟁으로 연결하고자 한다.

 

예컨대 여성파업 운동은 여성들이 당면한 차별과 억압에 맞선 투쟁이고, 기후정의운동은 기후위기에 맞선 투쟁이며, 팔레스타인 해방투쟁은 제국주의가 만든 식민억압과 학살에 맞선 투쟁이다. 윤석열의 내란에 맞선 투쟁은 극우정권의 민주주의 파괴에 맞선 투쟁이고, “이대로 살 수 없다”며 임금 30% 회복을 요구한 조선하청노동자의 파업투쟁은 생존권 투쟁이다. 그러나 가부장제, 기후위기, 제국주의, 극우파시즘, 비정규직 제도는 모두 자본주의라는 동일한 뿌리로부터 나온 위기의 표현들이다. 이 투쟁들을 하나의 투쟁으로 묶어내고 자본주의 체제를 향한 공동의 투쟁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우리의 전략이다.

 

이렇듯 모든 부분적, 단계적 투쟁에서 늘 ‘전체 운동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건 왜 중요한가? 자본주의가 계급투쟁을 완전히 뿌리뽑을 수 없을 때, 대신 일정한 틀에 계급투쟁을 가두고 종국에는 좌절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핵심적인 전략이 부분적 투쟁을 부분에 머물도록 제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포섭전략은 이에 순응하는 포섭된 노동계급의 일부에게는 일정한 ‘당근’을 제공하면서, 가부장제, 인종차별, 민족억압 등과 결합하여 더 주변화된 성과 인종, 민족을 우선적으로 공격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사회주의자가 전체 운동의 이해관계를 대변한다는 것은, 모든 종류의 이러한 분열전략에 맞서 ‘모든 노동자의 이해관계’, 따라서 주변화되고 더욱 차별과 억압에 시달리는 노동자의 이해관계를 대변한다는 뜻이다.

 

특히 마르크스는 공산당 선언에서, 노동자들이 전개하는 다양한 투쟁에서 ‘국적과는 무관한’ 전체 노동자계급의 공동의 이해관계를 강조하고 관철해야한다고, 즉 다시 말하면 ‘노동자 국제주의’를 강조하는데, 이는 특히 오늘날 제국주의가 전쟁으로 치닫고 있는 현실에서 사활적인 중요성을 지닌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전쟁은 극우의 성장과 함께 엄청난 민족주의의 광풍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혁명적 정치의 여러 측면들 중 노동자 국제주의 관점의 중요성을 이번 글에서 좀 더 살펴보려 한다.

 

얼마 전 조지아의 현대차 공장 건설현장에서 벌어진 이주노동자 단속 사례로부터 노동자 국제주의의 중요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 미국 이민단속국(ICE)은 지난 9월 4일 조지아의 현대차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한국인 노동자 300명을 포함한 475명을 체포, 구금했다. 이는 LA등지에서 벌인 잔혹한 인간사냥에 이어 트럼프가 지속하고 있는 이주노동자에게 대한 공격의 한 사례였다.

 

그런데 조직노동운동의 지도부는 이런 반이민정책에 맞서 싸우기는 커녕, 트럼프식 민족주의에 포섭된 한계를 드러냈다. 노동운동 내 일부 세력들은 트럼프 정부와 더 나은 조건을 협상하려는 의도로, 이민자가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으며 공공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우파의 허위 논리를 받아들였다. 팀스터스 노조(Teamsters, 미국 트럭운송노동조합)의 위원장 숀 오브라이언(Sean O’Brien)은 트럼프가 이민자들을 공격하는 동안 침묵을 지켰다. 그리고 반이민 정책과 노동개악, 미국우선주의 관세정책을 옹호하는 새 노동부 장관을 열렬히 지지했다. 전미자동차노조(UAW)의 위원장 숀 페인은 트럼프의 관세정책으로 미국에 공장이 신설되고 일자리가 늘어남을 찬양하며, 미등록 노동자들이 범죄자로 낙인찍히고 추방당하는 동안 침묵을 지켰다.

 

그 결과는 무엇인가? 노동자들 간의 단결이란 허울좋은 공문구에 불과하니, 그런 있지도 않은 것에 힘빼지 말고, 자국 산업의 경쟁력을 키워서 ‘우리 이익’을 지켜야한다는 실리주의 정서의 확산이다. 자국 산업을 지켜내기 위한 수단으로서 ‘국방력의 강화’ 또한 중요히 여겨진다. 위기의 시대에 전쟁으로향하는 민족주의 광풍은 그렇게 불어오는 것이다. 아래는 전국금속노조 한국GM지부 자유게시판의 ‘UAW 전미 자동차 숀 페인 위원장의 이중성’이란 글과 거기 달린 댓글 중 일부이다.[53]

[UAW 전미 자동차 숀 페인 위원장의 이중성]

글쓴이: 노동자 세상 2025-07-11 (금) 23:37 조회 : 1448

한국에온 UAW숀페인 위원장 일행은 금속노조와 한국지엠지부를 방문하여 연대를 표시했다.

그러나 그는 자국인 미국의 트럼프가 시장주의를 표방하는 자유무역체제를 붕괴를 시키면서까지 깡패처럼 관세폭탄을 때린것을 UAW의 승리라고 떠들며 오프 쇼어링(해외생산기지)를 중단할것이다.며 미국 노동자들의 일자리확보를 UAW의 승리라고 떠벌였다.

그래놓고 정작 한국에 와서는 지엠의 정비 폐쇄,부지매각 투쟁을 하는 한국지엠노조에는 연대의 제스처를 벌이는 아주 추잡한 노조 관료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것도 모르고 금속노조와 한국지엠지부는 대단한 우군을 맞이한것처럼 환대를 하는 모습이 참으로 우려스럽다.

 

ID: 정신차리자 2025-07-12 (토) 07:48

UAW는 절대 연대 할 수 없는 경쟁상대일뿐이다. UAW가 한국에 오는 목적은 연대가 아닌 전기차,하이브리드 중,소형차생산을 어떻게하면 미국에 설치 할 수 있을까 빼앗기위해 생각하러오는 견학일뿐 그 이상도 이하도 없다는것.. 미국놈들이 얼마나 잔인한가? 전쟁을 유도하고 무기 팔아먹고 재건사업들어가서 이득챙기고,. 미국 국력강하다고 관세때리며 힘없는 국가들에게 깡패놈들처럼 뚜두려패며 돈뺏고 있다. UAW도 미국 국민일 뿐이며 얼굴에 가면하나 걸치고 한국지엠에 견학온것 뿐이란을.. 노동조합은 정신차리길 바란다.

 

ID: 초청? 2025-07-12 (토) 08:37

글내용처럼 이미 많은 언론이나 조합원들도 알고있는 팩트입니다. 협력이아닌 경쟁 상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청?? 좀 아이러니 한 경우죠. 제조공장에 일감에 대해서는 양보란 없습니다. 결국 먹고사는 문제이고 존폐의 문제죠.

 

ID: 오호 2025-07-12 (토) 16:14

UAW 는 미국노동자들을 위한 노동조합입니다. 자국이 우선시 되는거죠... 그걸 몰랐을리가 없을겁니다. 몰랐다먼 순진하게 당한거죠...미국노동자들을 위한 노조에 확실한 답을 준겁니다. 얘네는 한국GM 이 어떻게 되든 관심없습니다. 오로지 자국 노동자들만 관심있죠... 헥터나 브라이언에게 힘만 더 실어준 격이 된 듯 합니다.

미국이 관세정책과 반이민정책으로 전 세계에 미치는 악영향을 고려할 때, 이에 대한 미국 노조관료들의 투항은 이미 노동자 국제주의에 매우 중대한 해악을 끼치고 있다.

 

특히 UAW 숀 페인 위원장의 사례는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그는 2023년에 이른바 ‘빅3(크라이슬러, 포드, GM)라 불리는 UAW의 대규모 자동차 공장에서 조합원들 사이의 민주주의를 활성화하고, 이중임금제 타파[54]를 주요 요구로 내걸고, 전투적으로 파업을 이끌면서 리더십을 인정받은 인물이다. 그는 UAW의 오랜 어용관료들의 지배를 타파하기 위해 만들어진 현장조직 “UAWD”[55]의 지지를 받았다. 빅3를 넘어 노동조합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현대차, 폭스바겐, 혼다 등 무노조 사업장을 조직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이런 전투적인 노조 지도자가 왜 트럼프의 관세정책을 지지하는가?[56] 그의 시야가 ‘미국 노동자계급의 단결’, 또는 ‘미국 자동차산업 노동자의 단결’에 머물러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오늘날과 같이 전세계를 상대로 강도적 패권행위를 벌이지 않는 시기에는, 협소한 조합주의를 넘어선 숀 페인의 ‘전투적 조합주의’ 전망만으로도 진보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자본주의가 쇠퇴하며 온갖 위기가 분출하는 시기에 국제주의 관점을 갖지 못한 노동운동은 반동적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페인과 넬슨 같은 진보적 노동 지도자들조차 샌더스나 바이든 같은 민주당 정치인들을 지지하고 미국 제국주의에 찬사와 지지를 보내며 이러한 쇼비니스트적 정치를 재생산하고 있다. 넬슨이 2019년 정부 셧다운 종식을 위해 공항 노동자 파업 조직을 돕겠다고 위협하며 대중의 주목을 받았을 때, 그녀는 마치 미군이 노동자 계급의 이익을 위해 싸울 수 있는 것처럼, 지금 당장 우리 나라를 위해 싸우고 있는 수많은 군인들이 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열변을 토했다. 마찬가지로, 바이든 방문 당일 연설에서 페인은 미 공군 B-24 폭격기 생산 공장을 “민주주의의 무기고”라고 칭했다. 페인은 또한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가까운 동맹이었던 UAW 지도자 월터 루터를 본보기로 삼았다. 루터는 1940년 미군을 위해 UAW가 하루 500대의 항공기를 생산하는 계획을 자랑스럽게 감독했으며, 전쟁 중 파업 금지 조항을 옹호하여 무단 파업을 억제하고 전쟁 기계로부터 기업 이익이 계속 흘러들도록 했다. 따라서 루터를 지지했던 모든 노조 활동가들은 의도치 않게 5년 후 보잉이 제조한 다른 종류의 폭격기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수십만 일본 민간인을 학살한 바로 그 제국주의 국가의 안정성과 화력 증강에 기여한 셈이었다.[57]

숀 페인의 입장이 노동조합 내 전투적 조합주의의 한계를 보여준다면, DSA의 주요 정치인들이 보여준 한계는 개량주의 정치의 한계를 드러낸다. DSA의 버니샌더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AOC)같은 정치인들은 ‘민주 사회주의’라는 슬로건 아래 지난 십여년 간 성장하면서, 미국 민주당 내에서 ‘사회주의자’의 영향력을 키워야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몇 년간의 계급투쟁 물결에서 성장한 개량주의 정치는 여러 측면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그 중 이번 강의의 주제와 연관하여 살펴볼 결정적인 한계는 국제주의의 결여다.

AOC와 샌더스 모두 팔레스타인에서의 학살을 위한 추가 자금 지원에 찬성표를 던졌다. 샌더스는 인권 단체들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치명적인 국경인 미국-멕시코 국경의 군사화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트럼프와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샌더스와 AOC는 전국 공급망을 마비시킬 수 있었던 2023년 12월 잠재적 철도 파업을 무산시키는 데 일조했다. 몇 달 전 샌더스는 극우 성향의 전쟁광 정치인 마르코 루비오의 인준에 찬성표를 던졌다. “과두정권과 협력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어떻게 “과두정권과 싸울” 수 있겠는가?[58]

 노동자 국제주의의 정신을 지키기 위해, 미국의 정주노동자들은 현대차 사례를 포함해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주노동자 단속에 강력하게 맞서 싸워야한다. 비록 조직노동운동 지도부를 장악한 노조관료들은 위와 같이 트럼프에게 투항해버렸지만, 미국 내에서도 사회주의자들은 노동자 국제주의를 지켜내기 위한 내부투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실제 LA 대규모 이민단속 때에는 지역민과 노조원들이 이주노동자 납치와 추방을 막기 위해 자경단을 꾸리고 지역사회 단체 네트워크를 조직했다. 아래는 혁명적 사회주의자이자 SEIU(미국서비스노조) 조합원인 줄리아 월리스가 쓴 글과 발언의 일부이다.

하지만 주말 내내 눈에 띄지 않았던 것은 노동운동의 가시적 존재감이었다. 사람들은 “데이비드 후에르타를 석방하라”고 외쳤고, 내 SEIU 721 셔츠를 보자 주먹을 들어 올렸다. 군중 속 많은 이들이 노동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그러나 다른 SEIU 회원들은 현수막도 노조 셔츠도 없이 왔다. 우리는 파업 최전선에서 경찰과 맞서왔다. 이제 동료들을 집회로 이끌고 ICE로부터 방어하는 일도 우리 몫이다. 한 사람의 상처는 모두의 상처다.[59]

지역사회 단체들은 이민 단속 현장에 떼로 몰려가 추방을 저지했다. 오하이오에서 나치들이 시위를 시도했으나 무장한 흑인 커뮤니티가 그들을 경찰 뒤에 숨어 도망가게 만들었다. 심지어 전 트럼프 지지자들로부터도 반발이 일고 있다. 이는 트럼프에 맞선 다양한 계층과 분야의 저항이 시작되었음을 의미한다. 트럼프는 정당성을 상실했고, 이로 인해 속도를 늦추고 있다. 예를 들어 트럼프는 1,500명의 유학생 이민자에 대한 비자 취소 명령을 철회했다. 트럼프의 초기 위협에 그는 어느 정도 후퇴할 수밖에 없었지만, 싸움은 계속되고 있다.

...

혁명적 좌파는 경제적 제국주의 통제 시도에 대한 가장 강력한 반대 세력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어떤 국가 부르주아지에게도 정치적으로 굴복할 수 없다. 멕시코의 셰인바움 대통령처럼 트럼프에 대한 강력한 수사(修辭)를 펼치는 세력조차도 예외가 아니다.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 중국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충성은 노동자 계급에 있으며, 유럽과 전 세계에서의 군사화 시도에 맞서는 데 있다.[60]

이러한 관점 아래 우리도 한국에서 할 일이 많다. 당장 얼마 전인 9월 16일, 울산에서 현대자동차 모듈화 단지 내 자동차부품업체 공장 안에서 대규모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이 벌어졌다. 태국 국적 노동자 42명 등 이주노동자들은 미란다원칙 고지도 받지 못한 채 사복경찰과 출입국관리소 단속 인력에게 체포되었고, 줄줄이 묶여 호송되었다. 한국에서 벌어지는 이와 같은 인간사냥에 분노하며, 이주노동자들을 향한 단속과 추방에 맞서야 한다.

 

또한 지난 관세협상 과정에서 이재명 정부는 ‘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슬로건을 핵심적으로 내세웠다. 즉 한국의 조선산업 노동자들이 앞으로 미군의 해군력 증강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하게된다는 뜻이다. 이미 HD현대는 미국 ‘팔란티어’ 기업과의 방산협력을 논의하고 있는데, 팔란티어는 AI전쟁기술을 갖고 이스라엘 방위군(IDF)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있는 기업이다. MASGA 딜이 실현되는 과정은 미국이 강화된 해군력으로 중국과의 전쟁위기를 가속화하고, 팔레스타인 집단학살에 한국의 자본가들이 더욱 깊이 연루되어 이윤을 버는 과정이 될 것이다.

 

2차 세계대전이 시작된지 얼마 되지 않은 1940년, 트로츠키는 ‘제국주의 쇠퇴 시대의 노동조합’이란 글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스탈린이 보낸 자객에 의해 암살됐다. 그가 쓰던 초고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있다.

현시대의 노동조합은 자유 자본주의 시대처럼 단순히 민주주의의 기관이 될 수 없으며, 더 이상 정치적 중립을 유지할 수 없다. 즉, 노동계급의 일상적 요구를 충족시키는 데 그칠 수 없다. 그들은 더 이상 무정부주의적일 수 없다. 즉, 국가가 민족과 계급의 삶에 미치는 결정적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그들은 더 이상 개혁주의적일 수도 없다. 왜냐하면 객관적 조건이 진지하고 지속적인 개혁을 위한 여지를 전혀 남기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시대의 노동조합은 제국주의 자본주의의 하위 도구로서 노동자들을 종속시키고 통제하며 혁명을 방해하는 데 이용되거나, 반대로 프롤레타리아 혁명 운동의 도구로 변모할 수 있다.

...

노동조합의 중립성은 자유 부르주아 민주주의와 함께 완전히 그리고 돌이킬 수 없이 과거의 유물이 되었다.

...

지금까지 말한 바에서 분명히 알 수 있듯이, 노동조합의 점진적 퇴화와 제국주의 국가와의 유착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 내에서의 활동은 그 중요성을 조금도 잃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여전히 모든 혁명 정당에게 이전과 마찬가지로, 어떤 의미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중요한 과업으로 남아 있다. 핵심 쟁점은 본질적으로 노동자 계급에 대한 영향력 쟁탈전이다.[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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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와 전쟁의 시대, 국경과 인종, 성정체성 등으로 노동자를 갈라쳐 지배하는 극우와 민족주의의 광풍 앞에서 노동조합을 혁명적 기관으로 재편하는 것. 그래서 폭발적으로 터져나오는 계급투쟁을 조직된 노동자운동과 유기적으로 결합시키는 것, 그래서 계급투쟁을 혁명으로 전진시키는 것, 이것이 오늘날 혁명적 사회주의자의 과제이며, 자본주의를 철폐하고 인간해방을 이루고자 하는 모든 투사들에게 제안하는 혁명적 사회주의 전략이다.

 

끝.

 

[미주]

[1] 1979년 영국 마거릿 대처의 집권, 1981년 미국 로널드 레이건의 집권, 1983년 칠레 피노체트 군부 쿠데타 등은 신자유주의 시대의 도래를 상징하는 장면들이다. 자세한 내용은 10강을 참조.

[2] 그런데 사실 생산성이 더 이상 획기적으로 증대될 수 없다는 것, 그래서 이윤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없다는 것은 자본의 입장에서는 절망적인 사실일지 모르나, 사회적 필요의 관점에서는 하등 문제가 될 것이 없다. 8강(기후위기와 민주적 계획경제)에서 논하였듯이, 우리에겐 급속한 탈성장이 필요한 부문과, 급속한 성장이 필요한 부문(그러나 자본주의에서는 이윤에 도움이 별로 되지 않기 때문에 투자되지 않는 산업, 예컨대 돌봄과 의료산업 등)이 있다. 이윤의 축적이라는 목표로부터 자유롭게, 인류의 필요에 따라, 자연과의 공존을 고려한 계획적 생산체계를 구축하는 게 오늘날 경제의 핵심과제다. 이를 수행하기 위한 필요조건은 자본가계급의 모든 권력을 박탈하는 것이다.

[3] 정확히 말하면 이는 마이클 로버츠의 주장이 아니라, 다보스포럼, 세계은행 등 자본가계급 경제엘리트들의 분석을 요약한 것이다.

[4] Michael Roberts, 2024, Davos and the melting world economyhttps://thenextrecession.wordpress.com/2024/01/16/davos-and-the-melting-world-economy/

[5] Michael Roberts and Jason Koslowski, 2025, Is a Major Slump on the Way? An Interview with Marxist Economist Michael Roberts, Left Voice, https://www.leftvoice.org/is-a-major-slump-on-the-way-an-interview-with-marxist-economist-michael-roberts/

[6] Michael Roberts, 2024, Davos and the melting world economyhttps://thenextrecession.wordpress.com/2024/01/16/davos-and-the-melting-world-economy/

[7] 같은 글.

[8] Redacción internacional, 2025, La rebelión de una generación contra la corrupción en Nepal, La Izquierda Diario, 양동민 역, 「네팔: 부패에 맞선 한 세대의 반란」, 사회주의를향한전진, https://socialism.jinbo.net/bbs/board.php?bo_table=news&wr_id=1269

[9] 양준석, 2024, 「아르헨티나, 극우정권의 초긴축 실험에 맞서 노동자의 반격이 시작되다!」, 사회주의를향한전진, https://socialism.jinbo.net/bbs/board.php?bo_table=news&wr_id=702

[10] Ben Marenlensky and Hilda Frost, 2025, Why Are Trans Rights Under Attack and What Can We Do About It?, Left Voice, https://www.leftvoice.org/why-are-trans-rights-under-attack-and-what-can-we-do-about-it/

[11] IMF,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을 뜻한다. 그리스가 2001년 유로존에 가입한 뒤 그리스는 독일의 가격경쟁에 밀려 제조업이 붕괴하였고, 그 대신 관광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유로화 부채를 빌려 건설업 과잉투자가 벌어졌는데,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트로이카는 그리스에 유로화 부채를 상환하라며 구제금융을 지원하는 댓가로 긴축정책을 요구했다. 이는 자본주의로 인해 발생한 금융위기의 비용을 그리스 노동자민중에게 전가하는 것으로, 이 긴축요구를 받을 것이냐, 거부할 것이냐가 급진좌파연합(시리자) 집권 이후 가장 중요한 쟁점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10강 참조)

[12] Joa Kim, 2024, 양준석 역, 「극우파 저지에 매몰돼 신인민전선을 지지한 프랑스노총(CGT) - 계급적 원칙을 저버린 잘못된 사례」, 사회주의를향한전진, https://socialism.jinbo.net/bbs/board.php?bo_table=news&wr_id=1003

[13] 양준석, 2025, 「세계적인 극우 정권과 '민주' 정권의 주고받기, 어떻게 깨부술 것인가?」, 사회주의를향한전진, https://socialism.jinbo.net/bbs/board.php?bo_table=news&wr_id=1248

[14] 그런데 다른 대륙과 달리 아시아의 여러 나라에선 이런 극우와 민주정권의 주고받기가 잘 관찰되지 않는다. 이는 이미 아시아 여러 나라들에서 오랫동안 극우 정권이 집권하며 계급투쟁을 강력하게 억눌러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제국주의 제2의 강대국인 중국에서 부르주아 민주주의는 심각하게 제약돼있고, 노동자들은 자주적인 노동조합 결성권도 없다. 이들 국가에서는 노동자들의 취약한 조직화 수준 때문에 심각한 착취와 수탈에도 불구하고 정치세력이 집권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중국에서 코로나 봉쇄 당시 억압적인 정책에 맞선 백지시위, 최근 몇 년 간 아시아 여러 국가들에서 연이은 민중투쟁은 아시아의 권위적 극우 정권들을 위기로 몰고 갈 가능성을 드러낸다.

[15] 같은 글.

[16] Samuel Karlin, 2023, Joe Biden Is Building Trump’s Border Wall, Left Voice, https://www.leftvoice.org/joe-biden-is-building-trumps-border-wall/

[17] M. Carlstad, 2023, Biden Won’t Stop Climate Change, Left Voice, https://www.leftvoice.org/biden-wont-stop-climate-change/

[18] Charlotte White, 2023, Biden’s New Title IX Proposal Is a Move to Whip Votes, Not Protect Trans Kids, Left Voice, https://www.leftvoice.org/bidens-new-title-ix-proposal-is-a-move-to-whip-votes-not-protect-trans-kids/

[19] Ben Marenlensky and Hilda Frost, 2025, Why Are Trans Rights Under Attack and What Can We Do About It?, Left Voice, https://www.leftvoice.org/why-are-trans-rights-under-attack-and-what-can-we-do-about-it/

[20] ‘자라 바겐크네히트 동맹(Bündnis Sahra Wagenknecht)’이라는 정당으로, 독일 좌파당(Die Linke)에서 2023년 갈라져나왔다. 이른바 ‘좌파’로 분류되지만, 이민자를 반대하며 실상 독일 노동자계급‘만’의 권리를 옹호하는 반동적 민족주의 노선을 취하고 있다.

[21] 독일 기독교민주연합(Christlich Demokratische Union Deutschlands), 혹은 ‘기독교민주당’으로 불리는 우파 성향의 정당이다.

[22] 독일 사회민주당(Sozialdemokratische Partei Deutschlands), 전통적 개량주의 중도좌파 성향의 정당이며, 2차 인터내셔널 당시 전쟁공채 발행에 찬성한 바로 그 사회민주당이다.

[23] 독일 자유민주당(Freie Demokratische Partei), 자유주의를 내세우는 중도우파 정당이다.

[24] 2024년 8월 23일, 시리아 난민이 서독 졸링겐 지역의 공공 축제장에서 칼로 3명을 살해한 사건이다.

[25] 1985년 솅겐 협정(Schengen Agreement)을 통해 유럽 각국은 공통의 출입국 관리 정책을 사용하여 국경 시스템을 최소화해 국가 간의 통행에 제한이 없게 한다는 내용을 담은 협정을 체결했다. 솅겐국가는 이 조약이 적용되는 국가들을 의미한다. 즉, 독일로의 이동이 자유로운 인접 국가들을 의미한다.

[26] 바이에른 기독교사회연합(Christlich-Soziale Union). 바이에른 주 지역정당으로, 기독교민주연합(CDU)과 유사한 정치성향을 가진 자매정당이다.

[27] Nathaniel Flakin, 2024, Germany’s Center-Left Government Prepared the Victory of the Far-Right AfD, Left Voice, https://www.leftvoice.org/germanys-center-left-government-prepared-the-victory-of-the-far-right-afd/

[28] 양준석, 2025, 「세계적인 극우 정권과 '민주' 정권의 주고받기, 어떻게 깨부술 것인가?」, 사회주의를향한전진, https://socialism.jinbo.net/bbs/board.php?bo_table=news&wr_id=1248

[29] 필자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윤석열 정부 시기 예비군 훈련 교육영상에서도 ‘힘에 의한 평화’ 슬로건과 함께 이스라엘의 ‘전국민 군사화’에 따른 대규모 예비군 동원력을 본받아야할 점으로 강조했다.

[30] Enzo Tresso, 2025, Israël, pointe avancée de la contre-révolution, Revolution Permanente, Translated by James Dennis Hoff, Left Voice, https://www.leftvoice.org/israels-genocide-is-fueling-reactionary-politics-around-the-world/

[31] 추격국인 중국이 미국의 쇠퇴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있지만, 중국 자본주의 또한 여러 위기에 봉착해있음을 지적하는 것 또한 필요하겠다. 즉 미국의 헤게모니가 추락하고 중국이 상대적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중국 또한 이미 쇠퇴적 양상을 여러 측면에서 보이고 있다. 오늘날 중국의 상황과 관련해서는 다른 기회를 통해 자세히 이야기하고자 한다.

[32] 1953년 스탈린 사망 후 소련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미국과의 평화공존론을 내세우자 중국에서도 탈마오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꼈고, 1956년 폴란드와 헝가리의 대중봉기를 소련이 탱크로 진압하는 걸 보면서는 더욱 큰 위협을 느꼈다. 소련은 중국으로 하여금 농업생산에 집중하며 소련에게 종속된 하위파트너로서의 역할을 요구했다. 마오쩌둥은 대약진운동으로 소련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 중국 자체의 독자적인 공업발전의 의지를 표명했다. 1964년 첫 번째 원자폭탄 실험, 1970년대까지 지속된 삼선건설 프로젝트 등도 소련으로부터 독립적인 ‘일국사회주의’를 추구하려는 시도였다.

[33] 아래는 2019년 당시 폭발하던 계급투쟁을 묘사한 글의 일부다.
“알제리와 수단에서 수십만 명, 어쩌면 수백만 명이 제국주의 지배자들에게 봉사하는 끝없는 독재에 맞서 들고 일어나, ‘아랍의 봄’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었다. 15년간의 전쟁과 미국의 점령으로 황폐해진 이라크에서는 실업과 궁핍한 생활조건에 항의하는 대중시위가 벌어졌다. 백 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할 정도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이 시위는 나흘간 이어졌다. 레바논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분노한 사람들이 하리리 정부의 퇴진을 요구했다.
지구의 반대편에서는, 홍콩에서 수천 명이 몇 달째 시위를 이어왔다. 홍콩은 비즈니스 천국이지만, 인구의 압도 다수가 느끼는 사회적 불평등은 견디기 힘든 수준에 이르렀다.
스페인의 카탈루냐 독립운동도 다시 활성화됐다. 거기서는 스페인의 반동적인 군주정에 맞서는 진정한 반란이 진행 중이다. 스페인 정부는 카탈루냐 독립운동 지도자들을 처벌하기 위해 10년 이상의 징역형을 부과하려 한다.
이런 저항의 물결이 라틴아메리카에 당도했다. 이는 정세의 변화를 보여주는 신호다. 푸에르토리코에서는 대중이 반란을 일으켜 정부를 무너뜨렸고, 미국의 식민지배에 도전했다. 서반구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인 아이티에선 조베넬 모이즈 정부에 대항한 반란이 일어나 몇 달째 지속됐다.”
Claudia Cinatti, 2019, The Return of the Class Struggle, Left Voice, 오연홍 역, 2019, 「번역 | 계급투쟁의 귀환」, 노동해방투쟁연대(준), https://nht.jinbo.net/bbs/board.php?bo_table=online1&wr_id=499.

[34] 희생자들은 중국의 엄격한 코로나19 제한조치로 인해 화재현장을 탈출하지 못했다.

[35] Sybil Davis, 2022, Social Justice Unionism: How ‘Generation U’ Is Building Class Solidarity

, Left Voice, 양준석 역, 2022, 「번역 I 사회정의 노동조합주의: ‘U세대’가 계급적 연대를 구축하는 방법」, 노동해방투쟁연대(준), https://nht.jinbo.net/bbs/board.php?bo_table=online1&wr_id=1143

[36] Arthur, 2023, 사회주의를향한전진, 양동민 역, 「프랑스 사회주의자에게 직접 듣는 연금개악 반대 투쟁」, 2023 정치캠프 '위기·전쟁·혁명’ 자료집, 55p~83p, https://socialism.jinbo.net/bbs/board.php?bo_table=news&wr_id=513

[37] 3월 6일부터 수도권(일-드-프랑스, Île-de-France)에서 쓰레기 수거, 하수처리, 쓰레기 소각을 담당하는 청소노동자들이 갱신파업에 돌입했다. 3월 12일, 파리 시청은 수거되지 않은 쓰레기만 5,400톤이라고 발표했다.

[38] (연금개악에 반대해 온)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대표 마린 르펜도 쓰레기수거 업무복귀명령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이에 학생, 은퇴자, 철도, 에너지 등 광범한 연대세력이 파업거점에 합류해 쓰레기수거 노동자들을 방어했다.

[39] 업무복귀명령을 위반시 6개월 징역과 10만 유로 벌금(약 1억 4천만원)에 처해진다.

[40] 3월 중하순, 정유공장 파업으로 공항의 연료가 2일치밖에 안 남아서 비행편 30%가 취소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41] 1월부터 3월까지 열린 많은 집회에서는 탄압이 크지 않았다. 집회는 대중적이면서, 매우 조직적이고, 또 매우 조용했다. 그러나 무기한 파업을 시작한 후, 특히 긴급명령권을 발동한 이후에 집회는 급진화했고, 탄압도 덩달아 심해졌다. 그래서 체포된 사람들의 석방을 위해 많은 시위를 벌이는 게 중요해졌다.

[42] 연속혁명은 2차 총파업이 1월 31일(화)로 잡힌 상황에서 정유·철도·교사 등 핵심 부문들에서 31일부터 이틀짜리로 파업을 시작하되 매일 총회에서 연장 여부를 결정하는 파업방식(갱신파업)을 제안했다. 또 모든 노동자들을 모아낸 총회 또는 기업간·부문간 연합총회(총파업 네트워크)를 통해 아래로부터 주도성을 건설해 파업과 시위를 급진화하기 위한 실천들을 제안했다. 아울러 핵심 부문들의 적극적인 역할 속에서 조직력이 취약한 부문의 노동자들을 투쟁에 끌어들일 방안도 모색할 것을 제안했다.

[43] 1월 28일, 연속혁명 주도로 노조원들·활동가들·개인들 300여 명이 연서명하여 무기한 파업 준비를 호소하는 칼럼을 르 저널 드 디망쉬(Le Journal du dimanche)에 발표했다. https://www.lejdd.fr/politique/tribune-retraites-300-syndicalistes-intellectuels-et-militants-appellent-generaliser-la-greve-132085

[44] 3월 2일 파리에서 150~200여명이 모인 총파업 네트워크 미팅이 진행됐다.

[45] 이후 3월 13일 총파업 네트워크 주최로 정유·에너지·항만·철도 등의 갱신파업을 전체 총파업으로 발전시킬 긴급한 필요성에 응답하기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정유, 공항, 철도, 청소, 학생 등 600여 명이 참여했고, 파업 중인 부문의 대표자들이 다수 참석해 강력한 투쟁 분위기를 형성했다.
3월 21일에는 총파업 네트워크 주최 3차 토론회가 개최됐다. 파리교통공단, 국영철도, 청소, 핵발전소, 전기, 공항, 교육, 제조업(에어버스, 사이델, 사프란, 스텔란티스, 사노피, 생고뱅 등), 학생 등 300여 명이 참여했다. 이 토론회에서 △탄압에 맞서기 위한 광범한 연대망 구축 △연행자 발생시 경찰서 앞에서 대중적 항의 조직 △업무복귀명령 강제하려는 경찰 침탈에 맞서 수많은 대중들로 입구 틀어막기 등 강화되는 탄압에 맞설 방안들이 토론됐고, △승리의 가능성이 열렸다 △연금개악 철회를 넘어 불안정노동 철폐로 나아가야 한다 △이주민 정책 개악에 맞서야 한다 등의 주장들이 제기됐다. 토론자들은 △파업의 확산 △탄압에 맞선 방어전선 구축 △전면적인 총파업을 위한 행동위원회 건설 호소를 결의했다.

[46] 아델 에넬은 13세 때 《악마들》로 데뷔하였고, 《라폴로니드: 관용의 집》, 《수잔》, 《싸우는 사람들》, 다르덴 형제의 《언노운 걸》, 셀린 시아마 감독의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에 출연하였다. 아델 에넬은 현재 가자로 향하는 글로벌 수무드 함대에 승선해있다.

[47]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america/1215620.html

[48] 양준석, 2025, 「12·3 이후 극우세력의 준동과 노동자계급의 대응방향」, 사회주의를향한전진, https://socialism.jinbo.net/bbs/board.php?bo_table=news&wr_id=1137

[49] 김미옥, 2025, 「민주노총 82차 정기대의원대회 후기 - 수정동의안에 담긴 정신을 실천하기 위해 싸워나갈 것이다」, 사회주의를향한전진, https://socialism.jinbo.net/bbs/board.php?bo_table=news&wr_id=1135

[50] 내란-극우세력 청산! 사회대변혁! 노동자세상 총파업 조직화 공동행동에서 2025년 3월 22일 발행한 「3월 27일 하루 총파업을 시작으로, 4월부터는 전면적인 사회적 총파업으로 윤석열 정권을 끝장내자!」 유인물 내용 중 일부이다. https://general-strike-network-korea.notion.site/3-22-1bda4691f4488057b28fe336047b5750?source=copy_link

[51] “이번 대선에서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정의당보다 왼편의 세력, 즉 사회대전환연대회의 소속으로 출마해 완주했고, 34만 4,150표를 얻었다. 사회대전환연대회의가 민주당으로부터 독립적인 정치세력화를 표방했다는 점, 노동권 확대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등 권영국 후보가 제시한 공약이 큰 틀에서 진보적이라는 점, 권영국 후보가 투쟁현장을 찾으며 노동자계급과의 연대 의지를 드러낸 점은 노동자 계급정치 확대의 측면에서도 분명 의미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권영국 후보의 한계 또한 분명했다. 과거 정의당의 민주당 종속성과 함께, 사회대전환연대회의 내 일부 세력의 민주당 종속성 역시 문제였다. 노동자의 희생을 통한 기업살리기에 민주노총을 동원하려는 시도였던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안'을 문재인 정부와 손잡고 민주노총에 관철하고자 했던 세력이 버젓이 사회대전환연대회의에 포함된 상황은, ‘민주당과 독립적인 정치세력화’라는 후보의 의미를 퇴색시키기도 했다.
사회대전환연대회의 권영국 후보가 제시하는 공약 전반은 자본주의 안에서의 개혁, 그것도 불충분한 개혁에 머무르고 있으며 심화하는 자본주의 위기에 대한 인식 또한 결여하고 있었다. 그 결과, 최저 출생률과 최대 자살률이 상징하는 삶의 위기 앞에서도 자본주의 그 자체에 맞선 투쟁이 아니라 증세와 제도개혁을 통한 분배 확대를 요구하고 있을 뿐이다.
자본주의 자체에 문제제기 하지 않는 권영국 후보의 한계는, 노골적인 민족주의와 반생태적 내용으로 채워진 국방·통일·외교통상 공약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대중에게 무엇인가를 분배하기 위해서는 자본의 지불능력이 존재해야 한다는 사민주의의 본질적 한계가 반동적으로까지 드러난 대목이다.
석유·가스·희토류 등 러시아 극동 자원개발에 참여한다는 공약은 노골적 추출주의(extractivism)의 표현이라는 점에서 기후정의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특히 '러시아 북극항로 개척'으로 조선·물류산업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은, 북극항로 자체가 기후위기로 인한 해빙으로 열렸다는 점에서 기후재난을 이윤축적의 기회로 삼겠다는 반생태적 발상이다. 나아가 북극항로는 미·중·러 열강이 격돌하는 지정학적 투쟁 공간이라는 점에서, 제국주의 열강투쟁 격화라는 시대인식 자체를 결여하고 있다.
이런 시대인식의 부재는 ‘한국형 모병제 도입으로 30만 정예 강군 달성’이라는 공약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모병제는 전쟁의 시장화다. 필요한 것은 대대적 군축이지 모병제 도입이 아니며, 그 목적 또한 ‘정예 강군’ 육성이 아니다. 이것도 모자라 박근혜 정부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신경제구상'을 계승하겠다는 공약은 황당하기까지 하다.
민주당으로부터의 독립성은 노동자계급 정치세력화의 출발이나, 노동자계급 정치세력화의 충분조건이 될 수는 없다.”
백종성, 2025, 「죽어야 할 것들이 살아남아 현실을 짓누른다 - 21대 대선이 드러낸 노동자계급의 과제」, 사회주의를향한전진, https://socialism.jinbo.net/bbs/board.php?bo_table=news&wr_id=1211.

[52] 카를 마르크스&프리드리히 엥겔스, 1948, 『공산당 선언』, 2018, 책세상, 이진우 역.

[53] 「UAW 전미 자동차 숀 페인 위원장의 이중성」,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 자유게시판, https://gmno.or.kr/bbs/board.php?bo_table=new2_03_1&wr_id=57549&sca=&sfl=&stx=&sst=&sod=&spt=0&page=30

[54] 일종의 미국식 비정규직 제도인데, 특정 시점 이후 입사자의 임금수준을 달리 책정하는 것이다. 실제 빅3 공장에는 여러 가지 요인에 따라 노동자들이 여러 개의 등급(tier)으로 나뉘어져있고, 차등적인 임금을 지급받는다고 한다. 이중임금제는 UAW가 2007년 합의한 결과에 따라 도입되었는데, 숀 페인 집행부는 이를 핵심 문제로 내걸고, 실제로 일정하게 차별을 완화한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55] “Unite All Workers for Democracy”(민주주의를 위한 모든 노동자의 단결)의 약자이다. UAWD는 지난 2025년 4월, 조직 내 좁혀지지 않는 이견으로 인해 해산을 결정했다. 아마도 이러한 결정은 숀 페인 위원장의 트럼프 민족주의 지지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56] “전미자동차노조 위원장 숀 페인은 3월 26일 트럼프가 미국 시장에 들어오는 승용차와 트럭에 대한 주요 관세를 발표하자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수십 년간 노동자 공동체를 파괴해 온 자유무역 재앙을 끝내기 위해 행동에 나선 트럼프 행정부를 환영한다.”
전미자동차노조는 자동차 관세가 ‘미국 내 생산 회귀를 이끄는 가운데, 일자리를 해외로 이전하고 지역 경제를 황폐화한 정책으로부터 손해 입은 블루칼라 지역사회를 회복시키는 조치’라 주장한다. 숀 페인은 북미에서 판매되는 폭스바겐 자동차의 75%가 멕시코에서 생산된다며 고율 관세로 매우 짧은 시간에 이 생산을 다시 미국으로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용덕, 2025, 「애국주의 물결에 휩쓸리는 금속노조 - 지배자들과 한배를 타고 노동자의 생존권을 지킬 순 없다!」, 사회주의를향한전진, https://socialism.jinbo.net/bbs/board.php?bo_table=news&wr_id=1234

[57] James Dennis Hoff, 2024, Beyond Reform: The Limits of the New Labor Bureaucracy, Left Voice Magazine, April 2024, https://www.leftvoice.org/beyond-reform-the-limits-of-the-new-labor-bureaucracy/

[58] Julia Wallace, 2025, Julia Wallace: “Class Collaboration Is Working-Class Submission., Left Voice, https://www.leftvoice.org/julia-wallace-class-collaboration-is-working-class-submission/

[59] Julia Wallace, 2025, “Selena Would Be Right Here with Us”: Dispatches from Los Angeles, Left Voice, https://www.leftvoice.org/selena-would-be-right-here-with-us-dispatches-from-los-angeles/

[60] Julia Wallace, 2025, Julia Wallace: “Class Collaboration Is Working-Class Submission., Left Voice, https://www.leftvoice.org/julia-wallace-class-collaboration-is-working-class-submission/

[61] Trotsky, 1940, Trade Unions in the Epoch of Imperialist Decay, Fourth International Vol.2, 1941, https://www.marxists.org/archive/trotsky/1940/xx/tu.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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