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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스트’ 자본주의 체제가 낳은 독일 극우의 부상

이주민이 아니라 자본에 맞선 계급투쟁을

기사입력 2026.10.04 15:11 | 조회 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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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좌파당이 역사상 처음으로 베를린 주의회에서 제1당이 됐다. 심화하는 생존권 위기에 대한 대중의 분노와 진보적 대안에 대한 기대가 뉴욕에 이어 다시 한번 확인된 결과다. 하지만 좌파당이 주도하는 중도좌파 연립정부가 자본주의 위기를 온몸으로 겪어 온 기층의 요구에 부응할지는 미지수다. 극우 독일대안당(AfD)의 전국적 약진까지 고려하면, 현 상황은 기대만큼이나 큰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좌파당의 약진, 그리고 AfD의 약진

     

    지난 20일 베를린 주의회 선거에서 좌파당은 25.7%를 기록하며 제1당이 됐다. 좌파당은 18.0%를 기록한 기독민주당(CDU)를 크게 앞섰으며, AfD는 16.3%로 3위를, 녹색당과 사민당(SPD)은 각각 14.3%와 12.1%를 얻었다. 

     

    좌파당은 이번 선거에서 반 AfD의 보루로 자신을 내세우며 부상하는 극우의 ‘방어벽’을 찾는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또 CDU 출신의 현 메르츠 총리나 베를린 전 시장의 반대자로서 역할했다. 뿐만 아니라 부동산 기업 국유화, 임대료 인하, 저렴한 대중교통 등은 경제적으로 고통받는 유권자들의 동의를 이끌어냈다.

     

    이렇듯 베를린에서는 좌파당이 선전했지만, 나머지 2개 주의회 선거에서는 AfD가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과거 동독 지역으로 폴란드와 국경을 맞닿은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주에서는 AfD가 38.2%를 득표해 중도진보 사회민주당(SPD·35.5%), 좌파당(6.5%), 녹색당(5.7%)을 제치고 제1당에 올랐다. 앞서 독일 작센안할트 주 선거에서도 독일대안당(AfD)이 43.8%를 득표했다. 예상을 뒤엎고 주 의회에 진출한 독일사회당(BSW, 바겐크네히트 동맹)을 제외하면, 작센안할트에서 독일대안당이 획득한 의석수는 39석으로 기민/기사당·사민당·녹색당·좌파당 4개 정당이 득한 의석수와 같다.

     

    사실 AfD는 작센안할트 주뿐만 아니라 독일의 여러 주에서 자체 최고 득표율을 달성하고 있다. 특히 작센안할트 주에서 기록한 43.8%는 1990년 이후 어떤 정당도 기록하지 못한 최고 득표율이기도 하다. AfD는 2013년 창당 후 2019년까지 독일 동부에서는 약 20%의 득표율을 기록했고, 서부에서는 5%를 넘어섰다. 그러나 AfD의 성장이 줄곧 이어진 것은 아니다. AfD가 처음으로 연방의회에 진출한 2017년 뒤에는 다소 하락세였고, 2020년 함부르크 주 선거부터 2022년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 선거까지, 9번의 주 선거에서 연속으로 직전 선거보다 득표율이 하락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2년 니더작센 주 선거에서 11%를 득표하며 약진한 후, AfD의 상승세는 더욱 뚜렷해졌다. 이제 Afd는 독일 동부에서 40% 안팎의 득표율을 기록했고, 서부에서도 20% 가량의 득표율을 달성하고 있다. 동서부 격차는 여전히 크지만, 이제 AfD의 세력 확대는 동부에만 한정된 현상이 아니다. AfD는 이제 독일 여러 주에서 AfD를 배제한 주 연립정부 구성을 어렵게 만들며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극우 키워낸 자본주의 체제

     

    이러한 AfD의 부상은 자본주의 체제의 위기를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독일은 1990년대 말 사민당과 녹색당 연립정부를 이끈 슈뢰더 시절 ‘제3의 길’이라는 이름으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밀어붙였다. 이는 다른 대부분의 지역에서처럼 노동자의 실질임금을 떨어뜨렸고, 특히 미숙련 노동자의 임금에 가장 큰 악영향을 미쳤다.

     

    구동독 지역에서 이 영향은 더욱 심각했다. 2024년 기준 구동독 지역 전일제 노동자 임금은, 2024년 구서독 지역보다 17% 낮았다. 선거 관련 설문조사에 따르면, 작센안할트 주 독일대안당(AfD) 지지자 중  89%가 생활비를 감당하지 못할까 우려한다고 답했다. 2021년 이후 식료품 가격은 34.7% 상승한 반면, 임금은 14.8% 상승하는 데 그쳤다.

     

    독일 내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다. 5년 째 지속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미국-이란 전쟁에 따른 물가폭등은 실질임금을 깎아내리고 있다. 이에 더해 독일 재무장을 위한 급격한 군비 증강에 따른 사회복지비 지출 축소는 교육예산 삭감, 어린이·고령자 지원금 삭감 등 노동자 민중의 생활고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노동자 민중의 인내심은 기후위기에 바닥을 드러난 라인강처럼 말라붙었다.

     

    독일 극우세력은 이 분노를 생활고를 낳은 정부와 자본이 아니라 난민과 이주민에게 돌리며 몸집을 불려왔다. 또한, 난민과 이주민에 대한 혐오 조장을 통한 극우의 세력 확대는 독일만의 상황도 아니다. 2016년 미국 ‘러스트 벨트(Rust Belt)’를 토대로 집권한 트럼프, 이탈리아 멜로니에 이어 2026년 5월 지방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킨 영국 개혁당, 그리고 프랑스 국민연합까지 이주민에 대한 탄압은 극우의 공통 전략이었다. 2026년 7월 말 스페인령 세우타 난민 입국 사건에 대해서도, 스페인 극우 정당 복스는 이를 ‘침공’으로 규정하며 이주민 혐오를 부추겼다.

     

    각국 극우가 이주민을 짓밟으며 진격하는 사이, 극우세력 확대의 토대를 만든 자본은 극우를 전폭 지원하며 노동자 민중의 허리띠를 더욱 죄고 있다. 주지하듯, 세계 1위 부자인 일론 머스크는 트럼프에 이어 각국 극우를 공개적으로 지지했고, 부동산 자본으로부터 수백만 유로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AfD나 암호화폐 자본가에게 수천만 파운드를 받은 영국 개혁당처럼 거대 자본과 억만장자들이 각국 극우를 지원하고 있다.

     

    이주민이 아니라 자본에 맞선 계급투쟁을

     

    미국에서 민주적사회주의자들(DSA)의 선전이나 독일 좌파당의 부상은 진보적 대안에 대한 대중의 욕구를 드러낸다. 그러나 선거에서 더 많은 표를 얻고 의석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극우와 자본에 맞선 싸움에서 승리할 수는 없다. 결국 중요한 것은 대중적 계급투쟁이다.

     

    바로 몇 년 전 독일 좌파당이 집권했던 튀링엔주의 사례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2019년 튀링엔 주 선거에서 좌파당이 31%라는 놀라운 득표율을 기록했지만, 보도 라멜로프를 주지사로 세우며 사민당·녹색당과 함께 ‘적적녹 연립정부’를 구성한 좌파당의 2024년 득표는 13.1%로 급락했다. 같은 기간 AfD의 득표율은 23.4%에서 32.8%로 상승하며 강력한 정당으로 자리잡았다. 당시 연립정부는 AfD의 성장을 억제하기는커녕, 오히려 AfD 약진의 발판을 마련해 준 셈이다.

     

    극우 부상에 관해, 최근 나오미 클라인과 아스트라 테일러는 《종말론적 파시즘과 살아있는 세계를 위한 투쟁》에서 기후위기와 불평등 속에서 부유한 엘리트와 극우세력이 인류의 미래를 포기한 채 소수만의 생존을 도모한다고 진단하며, 이런 정치를 ‘종말론적 파시즘’이라고 규정한다. 그리고 ‘보편적 휴머니즘과 대중적 연대’만이 대안이라고 한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문제는 파국으로 치닫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보편적 휴머니즘과 대중적 연대’가 어떻게 가능한가다. ‘파시즘’이 자본주의를 지키려는 힘이라면, 그에 맞서는 힘은 결국 계급투쟁이다. 대안은 러스트 자본주의 체제가 촉발하는 계급투쟁과 이를 체제 자체의 변혁으로 이끌기 위한 운동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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