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뉴라이트에 세뇌되다 : 노동자계급은 어떤 역사관으로 맞설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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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신문

윤석열, 뉴라이트에 세뇌되다 : 노동자계급은 어떤 역사관으로 맞설 것인가?

  • 김요한
  • 등록 2024.08.29 17:01
  • 조회수 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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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고백의 진실성

 

“다들 노무현 팔이를 많이 해서 저흰 되도록 안 하려 해요. … 오히려 저희 남편이 2011년에 봉하마을 권 여사 만나고 왔어요. … <변호인> 영화 보고 얼마나 울던지… 노통의 연설을 외울 정도로 늘 틀어놓아요.”, “전 자유한국당이 마귀라고 생각할 정도로 너무 싫어했어요. 솔직히 지금도 그래요. … 지금 국힘이 너무 싫지만 민주당이 더 싫은 거죠.”, “윤 후보는 의리를 생명처럼 생각해 여기까지 온 사람이에요. 그런 사람이 왜 대통령을 상대로 배신을 하나요. … 문 정권과 운명을 같이하고 있는 사람이었는데 저희는 조국 따위하곤 달랐어요. 문통이 실패하면 저희가 가장 먼저 제거될 운명이었죠. 간절한 맘으로 지킨 거죠.”

 

2022년 2월 21일, 김건희가 최재영 목사에게 보낸 카톡 내용이다. 김건희 왈, “문통에게는 가장 충신이 윤후보”였는데 특정 세력들에 의해 윤석열이 밀려난 거라고. 부르주아 정치판의 부박(浮薄)함을 이보다 더 잘 드러낼 수는 없다. 경쟁자를 딛고 내가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겠다는 탐욕만 넘쳐날 뿐, 정책도, 이념도, 철학의 차이도 없다. 저들에게 정치란 부르주아 계급독재 체제 속에서, 최고 권력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권모술수의 경연장일 뿐이다. 김건희 말대로, 윤석열도 운때가 맞아떨어졌으면 민주당 소속의 대통령이 되었을지 모른다.

 

뉴라이트에 세뇌된 윤석열

 

그러나 이런저런 이유로 국힘 소속으로 대통령이 되었으니, 이제 윤석열도 무언가 민주당과 맞설 논리로 무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윤석열의 인문‧사회학적 인식 수준이 고등학교 윤리 교과서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고등학교 전교 1등 수재들이 대학에서는 법률‧의학 전공 지식만 들입다 파고 그에 대한 과도한 사회적 보상을 받게 되었을 때, 사회문제에는 황당할 정도의 무식함과 자신감을 동시에 드러내는 건 자연스럽기까지 하다. 이런 의미에서 29일 윤석열이 “저는 솔직히 뉴라이트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고 발언한 것은 딱히 틀리지 않다.)

 

정치‧이념‧철학적으로 백지상태에 가까웠고, 제도권 교육에서 반공반북 이데올로기를 주입 받았을 뿐인 윤석열이 대권을 장악하며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정치 이념은 뉴라이트였다. 특히 뉴라이트의 서구 중심 문명론이, 북한‧중국‧러시아라는 야만의 동맹에 맞서 한미일 삼각동맹의 강화를 주창 중인 윤석열의 구미에 잘 들어맞았던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은 2023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독립운동은 국민이 주인인 나라, 자유와 인권, 법치가 존중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만들기 위한 건국 운동”이라고 정의했다. 이것은 소위 뉴라이트의 ‘건국절’ 주장을 그대로 차용, 승계한 것이다.

 

그간 윤석열은 김낙년 한국학중앙연구원장, 김주성 한국학중앙연구원 이사장, 허동현 국사편찬위원장,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김광동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장, 이배용 국가교육위원장 등 뉴라이트 인사들을 이데올로기 국가기구에 임명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이 중 김광동 같은 인물은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유족과 면담하는 자리에서 “전시에는 재판 없이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망언을 내뱉고, 5‧18 광주항쟁에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것이 자기 소신이라고 밝히는 광인이다.

 

윤석열의 뉴라이트 요직 등용은 얼마 전 김형석을 독립기념관장에 임명하며 절정에 이르렀다. 김형석은 26일 국회에서 “1945년에 광복이 되었느냐”는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독립기념관장 자격으로는 코멘트하지 않겠다”고 답변한 인물이다. 뉴라이트 인사들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일까?

 

뉴라이트 사관은 무엇인가?

 

역사는 현재의 시원이다. 따라서 모든 역사는 현대의 관점에서 재해석된 역사다. 그런데 한국의 주류 지배계급은 역사적 정통성이라는 관점에서 대단히 취약할 수밖에 없는데, 주지하다시피 1945년 해방 공간에서 미군정은 소련에 맞선 반공 기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 친일 부역 세력을 등용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한국의 주류 지배계급은 해방과 분단 이전 일제에 부역했던 과거 대신, 건국 이후 자본주의적 산업화와 민주화의 성공에서 자기 지배의 정당성을 발견하려 든다. 즉 “평화적으로 민주화를 이룩하고, 가난을 극복하여 세계 제10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어떤 기준으로 가늠해 보아도” “미션 임파서블을 이룩한 대한민국”의 역사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뉴라이트의 핵심 역사관은 다음의 몇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첫째, 서구중심적 문명론이다. 뉴라이트 논자들에게 중국, 조선 등의 대륙 문명은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억압했던 후진적 체제로, 자본주의 문명을 달성한 서구 해양 문명과 구별된다. 뉴라이트 논자 이영훈이 조선 노비의 역사적 특수성을 일체 간과한 채, ‘조선은 인구의 40%가 노비였던 노예제 사회’ 운운하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아이러니하게도 뉴라이트 이영훈이 이런 서구중심적 역사인식을 갖게 된 근저에는, 그가 ‘마르크스주의자’이던 시절 받아들인 스탈린의 역사발전 5단계론이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따라서 조선과 같은 수준이 낮은 문화권에서 역사의 발전을 위한 노력이란, 보다 우월한 문명을 알아채는 혜안과 그것을 신속하고 원활하게 수용하려는 노력으로 치환된다.

 

둘째, 바로 그래서 식민지 근대화론이 부각된다. 일본은 동아시아에서 서구 문명을 가장 빨리 수용한 선구자가 되며, 일본 제국주의가 수행한 일련의 근대화 프로젝트는 한반도에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건설할 기틀을 다진 것으로 평가된다. 조선의 3대 천재 중 하나인 이광수가 “민족을 위하여 친일을 했다”고 말했던 것처럼, 일제하 제국주의 식민 지배에 협조했던 것은 반민족 행위가 아니라 자유민주주의 국가 건설을 예비한 애국적 활동이 된다. 더 나아가 한국인의 근대화와 독립에 기여한 외국인들, 특히 미국 선교사들의 공로가 인정되어야 한다는 것도 뉴라이트들의 주장에서 빠지지 않는 얘기다.

 

셋째, 일제에 의한 식민지 근대화를 긍정하는 데 방해가 되는 요소, 즉 민족주의는 철저히 배격된다. 이영훈에 따르면 ‘민족은 쉽게 선동되고 오도되는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항일투쟁에 나섰다 하더라도, 그가 자유민주주의 국가 건설에 어긋나는 좌익활동을 했다면 역사적으로 결코 긍정될 수 없다. 홍범도 흉상의 철거는 그런 맥락이다.

 

넷째, 뉴라이트는 1987년 이전에는 서구를 따라잡기 위해 “‘일정 수준’을 넘어서는 국가권력의 남용과 심각한 인권침해”가 있었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지만, 1987년 절차적 민주주의를 달성하면서 민주주의의 여정은 완전히 종료됐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안병직은 1987년 민주화를 통해 민주주의는 완전히 확립됐으며, 이제 그 이상의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것은 “좌익적 민주주의에 대한 욕구”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민주당의 ‘반일 몰이’는 뉴라이트에 대한 올바른 반론일까?

 

역사의 기억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이미 몇 세대가 흘렀지만, 일제 식민지 시기 조선의 노동자 민중이 겪어야 했던 착취와 수탈의 기억은 기록과 구전으로 계승된다. 뉴라이트의 일제하 독립운동 부정과 건국절 타령에 한국민 대다수가 본능적 반감을 갖는 이유다. 민주당 세력은 기회를 만난 듯이 윤석열 정부를 맹공격하고 있다.

 

예컨대 조국은 “뉴라이트들은 보수도 우파도 밀정도 아닌 대놓고 일본을 위해 복무하는 자들”이라며 “그런 자들을 주요 직위에 올린 자는 밀정 왕초”라며 윤석열을 비난했다. 민주당은 28일 ‘헌법부정 및 역사왜곡행위자 공직임용금지 등에 관한 특별법’을 당론으로 발의하기도 했다. 일제 침략과 식민지 지배를 두둔하거나 친일·반민족 행위를 미화하고 정당화한 자는 공직에 임명되지 못하도록 하는 법이다. (역사학자들이 올바로 지적한 대로, 이는 물론 터무니없는 과잉 입법이다.)

 

그러나 민주당의 ‘반일 몰이’ 역시 제대로 된 역사 인식이라 볼 수 없다. 무엇보다도 이들은 독립운동의 정통성을 헌법 전문에 기재된 대로 “3ㆍ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에서 찾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역사를 살피면, 1920년대 초반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분열 이후 ‘임정’은 김구 등 소수 우익 독립운동세력의 근거지에 지나지 않았다.

 

특히 일본 제국주의가 1930년대 이르러 군국주의적 파시즘 체제를 강화하고 우익 진영 대다수가 변절하자, 민족해방운동의 주도권은 완연하게 좌익 진영으로 넘어가 있었다. 조선공산당은 일제의 가혹한 탄압으로 여러 차례 지도부가 검거되며 조직이 와해됐지만, 해방 직전까지도 국내에서 당 재건을 위해 노동자들 사이에서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또 한반도에 인접한 중국 동북 지방에서 중국 공산당과 연계해 빨치산 투쟁을 벌였던 무장투쟁 세력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독립운동에서 오로지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정통성만을 좇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들 역시 작금의 자본주의 체제가 역사의 종착점이라 보는 점에서는 여타의 자본가 정치세력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독점자본의 눈부신 성장은 한국을 제국주의 국가의 일원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욕망으로까지 뻗어나가고 있다. 민주당이 내세우는 반일 논리는 바로 이런 정서를 표현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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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MBC

 

노동자계급의 대중투쟁으로 뉴라이트의 헛소리를 분쇄해야

 

뉴라이트 논리는 노동자계급 의식과 절대 양립할 수 없다. 일찍이 2000년대 초반부터 한국의 뉴라이트는 ‘선진화’란 명목 아래 일련의 감세, 작은 정부, 차별의 정당화 등을 주문해 왔다. 이들은 자본주의의 무한 경쟁 질서를 인간의 자유가 온전히 실현된 역사의 궁극적 상태로 보기 때문이다.

 

예컨대 2006년 어느 뉴라이트 논자는 “사유재산과 경제적 자유가 보장될 때 인류사회는 궁극적으로 공정한 분배(실질적 평등)에 가장 근접한 결과”를 얻었다고 강변했다. 이렇게 떠들었던 자를 잡아 와서 눈앞에 오늘날의 저출생, 기후재난, 불평등 심화 데이터를 들이대야 한다. 출생률이 0.72명(2023년 기준)에 그치는 사회가 “공정한 분배(실질적 평등)에 가장 근접”한 사회란 말인가? 개소리도 정도껏 해야지!

 

오늘날의 자본주의는 이윤 논리로는 절대 해결할 수 없는 3대 위기에 부닥쳤다고 평가할 수 있다. 기후위기, 사회재생산 위기, 불평등 위기가 그것이다. 자본의 탐욕과 무분별한 착취를 제어하지 않고서는 자본주의 체제의 존속 자체도 불가능한 지경에 이른 상황이다. 공동체의 존속을 위협하는 반사회적 자본을 통제하는 것은 노동자계급의 대중투쟁이 다시 솟구쳐 오를 때만 가능하다. 

 

이를 위해 노동자계급은 뉴라이트는 물론, 민주당과 같은 자본가 정치세력의 논리를 단호히 배격하고 자신의 역사관으로 튼튼히 무장해야 한다. 계급투쟁의 역사를 통해 인류는 생산력의 발전을 향유하고 인간의 자유와 평등이 확대되는 사회를 건설해 왔다. 역사는 소수의 선각자들이 아니라 아래로부터 대중이 만든다는 것, 이것이 바로 노동자계급이 확고히 견지해야 할 역사관이다. 더 나아가 제국주의 진영 간 대립이 격화되며, 한국의 제국주의적 속성이 강화되는 현실에서는 노동자 국제연대의 역사를 계승‧발전시키는 것이 또한 중요하다. 무분별한 반일 몰이에 부화뇌동할 것이 아니라, 일제 식민지 시기 조선인 사회주의자들과 헌신적으로 연대했던 일본 사회주의자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자기 집 바닥에 토굴을 파고 경성콤그룹의 이재유를 한 달 넘게 은신시켰던 경성제대 미야케 시카노스케 교수를 되새기는 것이 오늘날 노동자계급에게 필요한 역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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