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여자대학교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여대분회 (이하 서울여대분회)는 지난 여름부터 이어졌던 청소용역업체 태가BM 퇴출 (재계약 반대) 투쟁을 16일간의 천막농성까지 감행하며 승리를 거두었다. 태가BM은 연세 세브란스병원 등에서 의도적인 노조파괴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고, 서울여대 내에서도 청소노동자들에게 폭언을 하는 등의 ‘악덕’ 용역업체였다. 투쟁 과정에서 대학본부 측의 갈등 조장 (갈라치기 등), 타 노조 (서울여대는 복수노조 상황이다) 의 논점 흐리기 등 많은 방해 시도가 있었지만, 2천여 명이 넘는 학생들이 서명으로 증명했듯 태가BM을 반대하는 학내 구성원들에 의해 용역 재계약은 결렬될 수 있었다.
필자는 이번 2025년 태가BM 퇴출투쟁에 ‘노학연대준비위원회 청소노동자와 연대하는 슈니들 (이하 청연슈)’를 만들고 대표를 맡았다. 또한 학생들을 모아 서울여대분회와 연대하고, 행동하였다.
흐릿한 9년 전의 자취를 재구성하는 투쟁
서울여대분회는 9년 전, 타 업체의 재계약 반대 투쟁을 승리를 마지막으로, 이후에는 다른 본격적인 활동을 펼치지 않았다. 교섭대표노조 권한을 잃어버린 탓도 있었지만 가장 큰 것은 아마도 학내 구성원, 특히 학생들의 무관심 때문일 것이다. 투쟁을 하면서 느꼈지만, 많은 학생들은 캠퍼스 내 노동 문제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일시적 연대로 큰 것을 이루어내기는 어렵다.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으면 이리저리 치이고 마땅히 가져야 할 권리를 잃어버리기 십상이다. 그렇기에 이번 태가BM 퇴출 투쟁은 타인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으로 시작하지 않았다. 내부에서 서로를 의지하는 것이 중요했다. 9년 전의 이야기를 다시 소환해서 우리의 이야기로 바꿔내는 작업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처음 가보는 노학연대의 길. 어떻게 연대해야 할까?
대응을 위해 생각해낸 것은 노학연대였다. 그동안 타 대학의 노학연대를 보면서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나도 저렇게 연대활동을 적극적으로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그렇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 지, 누구와 이야기해야 할 지 등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었다.
여름방학이 한창인 어느 날, 학교를 잠시 들렸더니 곳곳에 ‘태가BM 퇴출 투쟁’을 외치는 현수막이 붙어있었다. 학교 지인들에게 연락을 돌려 수소문해보니 청소 용역업체 태가BM의 재계약 문제가 있고, 태가BM 재계약이 노동자에게 부당한 상황임을 알 수 있었다. 학생들이 무언가 할 수 있는 건 없을까? 라고 고민하다가 두 가지 안을 생각했다. 우선 TF팀을 만들어서 이번 투쟁이 마무리될 때 까지만 어떻게든 (정말 말 그대로 어떻게라도) 연대하는 것, 그리고 노학연대 운동기구를 만들어서 이번 투쟁 뿐만 아니라 학내/외 다양한 노동/사회의제에 연대하는 것이었다. 필자는 직감적으로 이번이 노학연대 운동을 만들어야만 하는 때임을 느꼈다. 현재의 운동에서 출발해 더 넓은 범위를 포괄하는 운동을 추동하자고 판단했고, 그렇게 청연슈가 만들어졌다.
처음이다 보니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는 것이 많아서 행동하고 연대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었다. 매주 화, 목요일에 있는 서울여대분회 주최의 피켓팅과 오프라인 연서명 요청 활동에 내가 아니더라도, 학생 단 한 명이라도 나갈 수 있도록 했다. 기자회견이나 행정관 내 시위, 집회에도 늦더라도 되도록 참석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투쟁 현장에 의제의 당사자(노동자)가 아닌 연대하는 다른 누군가(학생)가 있다는 것 자체로 힘이 되었을 것이라 짐작한다. 개인적인 경험에서,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이 투쟁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이 된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 싸움이 외롭지 않다는 것, ‘우리’가 ‘우리’이기에 결국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다짐이 현실이 되려면 연대가 필요하다. 청연슈는 그 연대를 하고 싶었고, 어느정도 성공적으로 해냈다고 생각한다.
이미 타오른 불은 쉽게 꺼지지 않는다, 재가 되더라도
2025년 12월 16일, 천막농성 16일차는 청소용역업체 입찰 결정이 있는 날이었다. 아침부터 선전전을 진행하고 회의실 앞에서 우리의 투쟁이 승리로 끝나기를, 모두가 간절히 바랐다. 그리고 마침내 승리할 수 있었다. 다사다난했지만 그랬기에 더 소중했던 승리였다.
투쟁으로부터 한 달이 조금 넘게 지난 지금은 겨울방학을 이용하여 ‘노학연대준비위원회’였던 청연슈를 <노학연대 청새치>로 정식 출범할 수 있도록 준비 중에 있다. 느리더라도 우리가 우리의 언어로 하고싶은 말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내는 작업은 필자가 이 대학을 다니며 계속 시도할 목표이자 가치이다. 서울여대분회는 대학 집단교섭을 진행 중이다. 또한 다시 교섭대표노조로서 활동하게 될 것이다. 현재 청새치 회원들과의 인연도 일회성 만남이 되지 않도록 고민 중에 있기도 하다.
필자는 9년 전의 투쟁을 청소노동자분들을 통해 어렴풋이 들었을 뿐이다. 그리고 지금의 이 투쟁도 필자의 졸업 이후에 한참이 지나서라도 또 다시 우리가 들고 일어서야 할 때 안내 책자가 되어줄 것이다. 이번 투쟁에서,는 영상을 전공하는 서울여자대학교 학생들이 싸움의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남기기도 했다. 우리가 여기에 있었다는 외침은 더 이상 사라지는 메아리가 아니다. 목소리는 쌓아지며 커지고 있다.
이 투쟁의 불씨는 아직 꺼지지 않았다. 하지만 언젠가, 모두 재가 되어버렸다고 생각되더라도 재 위에 남은 발자국을 통해 새로운 길을 걸어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운동은 그렇게 진보해왔다. 필자 또한 잿더미 위에서 불꽃을, 불꽃 이후에 발자국을 남길 수 있도록 계속 걸어갈 것이다, 노학연대 청새치(준)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