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에도 현장은 찜통” 쿠팡물류센터지회 정성용 지회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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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신문

“장마철에도 현장은 찜통” 쿠팡물류센터지회 정성용 지회장 인터뷰

  • 양동민
  • 등록 2024.07.22 10:51
  • 조회수 1,059

 

 

지난 7월 18일(목), 쿠팡 고양물류센터 앞에서 온도감시단 출장소를 차리고 선전전을 진행하던 쿠팡물류센터지회 정성용 지회장과 이창율 대구분회장을 만났다.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와중에도 두 사람은 ‘휴게시간’과 ‘냉난방장치’ ‘8월 1일 하루파업’ ‘체감온도’ ‘고용노동부 가이드라인’ 같은 단어가 적힌 피켓을 들고 점심시간에 오가는 노동자들을 향해 쿠팡의 ‘아이스크림 차별’을 이야기했다. 정성용 지회장으로부터 현장상황과 올해 노동조합의 투쟁계획에 대해 들었다.

 

Q: 고양센터 3층, 3.5층을 비롯해 여러 센터에 에어컨이 생겼다고 하는데, 작년부터 노동조합이 온도감시단 활동을 하며 투쟁을 이어온 성과인 것 같다.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변화된 것에 어떤 것이 있는지 궁금하다.

 

정성용: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쿠팡물류센터지회의 제일 중요한 요구는 폭염대책과 관련된 요구다. 작년에 ▲휴게시간 보장, ▲냉난방장치 설치를 얘기했었다. 올해 투쟁의 성과로 현장이 좀 바뀌었다. 일단 에어컨이 여러 군데 설치됐다. 작년에 제일 뜨겁게 투쟁했던 인천 4센터, 인천 14센터에 에어컨이 설치됐다. 대구 2센터에도 설치됐다. 시흥에도 에어컨이 설치됐단 제보가 있는데 아직 직접 확인은 못 했다. 아무튼 이렇게 에어컨이 여러 곳에 설치되었다는 걸 확인하고 있고, 이 에어컨은 휴게실이 아니라, 예전에 쿠팡이 ‘물류센터 구조 상 절대 안 된다’고 했던 일하는 공간에 설치된 것이다.

 

물류센터 안에서도 특정 공간에만, 예컨대 인천 같은 경우는 다섯 개의 층 중에 한 층에만 설치된 거라 한계는 있지만, 그리고 비록 80여개 쿠팡 물류센터 전체에 비하면 적은 숫자이지만, 작년에 이미 설치됐던 동탄센터와 고양센터의 에어컨까지 더하면 여러 센터에 에어컨이 설치되는 성과가 있었다.

 

또 올해 회사가 냉방대책으로 마련한 것 중 하나가 열피난처이다. 우리가 이전부터 요구해온 것이다. 물류센터 대부분 현장 안에 휴게실이 없다. 그래서 휴게실을 만들고, 그 안에 에어컨을 설치하라는 것이다. 적어도 그 작은 휴게실 안이라도 좀 시원하게 해서, 일하다가 중간에 들어가 열기를 식힐 수 있게 하자는 게 열피난처의 의미다. 올해 우리가 파악할 수 있는 한에서 적어도 10개 이상의 물류센터에 열피난처가 설치됐다.

 

물론 열피난처는 한계가 있다. 많은 경우 공식적인 휴게시간이 없다보니 거기 들어가 쉬는 게 눈치가 엄청 보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심지어 그 열피난처를 비닐로 만들어놨다. 그래서 바깥에서 안에 누가 쉬고있는지 다 보인다. 쉬는 사람은 바깥 눈치를 안 볼 수가 없다. 안 그래도 바쁜 마감시간인데, 누군가 들어와 쉬고 있으면 관리자는 말할 것도 없고 노동자들끼리도 약간 눈치를 주게 된다. 이런 한계가 있고, 또 최근엔 관리자가 열피난처에서 쉬는 노동자에게 ‘왜 쉬고 있냐’라는 식의 지적을 했다는 제보가 들어와 그에 대해 사측에게 “휴게시간이 없는데 열피난처 만들면 뭐하냐” 항의했다. 휴게시간을 보장하고, 열피난처에서 쉬는 사람들을 건드릴 수 없게 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이곳은 말 그대로 ‘피난처’이기에, 더워서 쓰러질 것 같은 사람들이 열을 식혀서 온열질환을 피하자는 취지에서 만든 것이다. 그 취지에 맞게 운영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아무튼 부족하지만 에어컨이 설치된 것, 열피난처가 생긴 것이 올해 생긴 변화로 파악하고 있다.

 

 

Q: 분명 의미있는 성과다. 하지만 여전히 냉난방장치가 모든 곳에 설치돼있지는 않고, 휴게시간도 부족한 것 같다. 올해 노동조합의 주요 요구는 무엇인가?

 

정성용: 올해에는 이런 성과도 반영하고, 한계를 극복하는 게 노동조합의 과제이고 역할이다. 그래서 두 가지 요구를 핵심적으로 걸고 있다. 적어도 폭염시기인 6~8월 동안에, (물론 가능하면 더 길게 보장되는 게 맞지만) 2시간마다 20분의 휴게시간을 공식화하라는 것이 첫 번째 요구다. 공식적인 휴게시간이 보장되면 열피난처를 둘러싼 통제 문제도 줄어들 수 있다.

 

두 번째는 모든 센터와 모든 층에 에어컨을 설치하라는 것이다.  예컨대 인천 4센터는 1층에 에어컨이 설치돼있다. 그런데 여기가 제일 더운 곳이 아니다. 회사는 설치의 편리성 등을 고려해 1층에 우선 설치한 것 같은데, 물론 이 자체로 성과지만, 사실 제일 더운 곳은 꼭대기인 4층과, 메자닌(복층) 구조가 있는 3.5층이다. 제일 더운 이곳에 대한 대책은 전혀 마련하고 있지 않다.

 

이렇게 ▲폭염시기 2시간마다 20분 휴게시간 보장 ▲모든 센터 모든 층에 에어컨 설치를 요구하며 올해에도 온도감시단 활동과 더불어 8월 1일 하루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Q. 온도감시단과 하루파업에 대한 현장의 반응은 어떠한가?

 

정성용: 작년 온도감시단 활동은 인천 4센터 앞에서만 진행했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조합원이 있는 센터가 작년만 해도 10개 정도 됐는데, 준비가 늦고 처음 해보는 거라 인천 4센터에서만 진행했었다.

 

올해에는 조합원들이 있는 모든 센터에서 온도감시단 활동과 하루파업 홍보를 진행해보는 게 목표다. 그래서 돌아가며 총 8개 센터에서 온도감시단 출장소를 설치하려 한다. 8월 1일 전에는 지난주에 대구, 이번주에 고양, 다음주에 동탄, 그리고 8월 1일 직전에는 작년에 설치했던 인천 4센터에서 일주일씩 온도감시단 출장소를 진행할 계획이다.

 

작년 온습도 측정결과를 보면 현장은 9월 중순까지 덥다. 회사도 9월 중순까지 얼음물을 제공한다. 그래서 우리도 8월 1일 하루파업 이후에도 계속 온도감시단 활동을 이어간다. 8월에는 신규분회가 설립된 여주, 4개의 물류센터가 모여있는 창원, 안성 4센터, 안성 5센터에서 출장소 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Q: 아까 선전전 때 들었는데, 고양센터에서 아이스크림을 가지고도 차별을 한다고 들었다. 무슨 얘기인가?

 

정성용: 쿠팡물류센터가 워낙 큰 현장이고, 그 안의 고용구조도 다양하다. 일부 관리자들만 정규직으로 고용이 돼있고,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계약직, 일용직 노동자다. 이런 조건에서 일용직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이 다양하게 발생한다.

 

‘쿠팡풀필먼트서비스’가 물류센터 노동자를 고용하는 쿠팡의 자회사다. 그런데 여기에도 고용되지 않은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있다. 식당노동자들, 파지노동자들(물류작업에서 나오는 박스를 처리하는 일), 청소노동자들, 보안노동자들(쿠팡이 휴대폰 반입을 다 금지시키려다 보니 보안게이트가 많이 설치돼있고 그만큼 보안노동자가 많다), 시설관리노동자들(레일을 수리하거나 전기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모두 다 협력업체에 외주화돼 있다.

 

이 노동자들도 물류노동자와 마찬가지로 똑같이 푹푹 찌는 무더운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이다. 쿠팡은 얼음물과 아이스크림을 쿠팡풀필먼트서비스 소속 계약직과 일용직에게 모두 제공한다. 그런데 협력업체 노동자들에겐 이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정책이 고양센터에서 시행되고 있어서, 모든 쿠팡노동자들의 대표로서 우리는 이에 대해 항의하고 시정을 요구하고 있다. 어제 출장소 활동을 하며 선전물을 나눠드렸는데, 그 선전물을 보고 이런 내용을 현장에서 제보해주셨다.

 

(현장의 아이스크림 냉동고에 '쿠팡풀필먼트서비스 임직원 외 취식 금지' 문구가 적혀있다. 사진=쿠팡물류센터지회 제공)

 

Q. 지금은 장마기간인데, 장마철에 현장은 어떤가? 그리고 장마가 끝나면 본격적인 무더위가 올 텐데 그 때 특히 일하는 게 더욱 힘들 것 같다.

 

정성용: 일단 장마철에도 현장은 찜통이다. 무엇보다 습도 문제가 엄청 커진다. 밖이 워낙 습하다보니 현장 내부도 습해진다. 어떤 물류센터는 심지어 물도 샌다. 물류센터는 기본적으로 환기가 잘 안 되는 구조다. 더군다나 메자닌(복층) 구조를 다각도로 설치해놓아서 환기가 더 안 된다. 그래서 습도는 올라가는데 열은 빠지지 않으면서, 오늘도 인천 4센터의 체감온도는 33도를 넘었다.

 

바깥 기온은 장마로 인해 20도 가까이로 떨어졌지만, 현장은 지금도 무더위 시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더군다나 비가 들이칠 때는 상품이 젖는다고 안 그래도 적은 창문까지 다 닫아버린다. 환기가 더 안 되면서 현장은 더 찜통 같은 공간이 된다. 고용노동부 고양지청장과 어제 면담을 하면서도 “(무더위 시기만이 아니라) 지금도 가봐야 한다”고 요구했다.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찾아올 때 기온이 과연 몇 도까지 올라갈지 걱정된다. 작년에 고양센터에서는 40도까지 찍었다. 대구센터는 장마철인 지난 주에 갔을 때도 체감온도가 이미 35도를 넘었다. 회사도 공식적으로 이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고 휴게시간을 약간 부여했다.

 

8월이 되면 얼마나 더 더울지 감이 안 잡힌다. 그래서 그럴 때 고용노동부가 직접 현장을 방문하게 해서, 찜통 같은 현장을 피부로 느껴보고, 고용노동부 가이드라인대로 휴게시간을 제공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체감온도 33도 이상일 때 매 시간 10분, 체감온도 35도 이상일 때 매 시간 15분의 휴게시간을 부여하라는 것이 고용노동부 가이드라인이다. 그러니 고용노동부가 체감온도만 측정하고 땡치는 게 아니라, 고용노동부 가이드라인을 쿠팡이 왜 지키지 않고 있는지를 감독해야 한다.

 

작년 같은 경우 쿠팡은 체감온도 33도일 때 하루에 15분, 또는 하루에 20분, 이런 식으로 휴게시간을 부여했다. 너무 부족하다. 그런데 올해 보니 그 15분, 20분의 휴게시간도 쪼개기 시작했다. 10분씩 두 번 쉬게 하는 등으로 말이다.

 

이런 방식은 물류센터 현장에는 안 맞다. 휴게실까지 갔다 오는 데만 10분 정도 걸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장노동자들은 쉬는 시간이 10분밖에 없으면 나가지 않는다. 그냥 찜통 같은 현장에서 선풍기 바람 쐬며, ‘일을 안 하는 게 쉬는 거지’라고 체념하며 그 자리에서 쉬고 있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2시간마다 20분 정도의 휴게시간은 제공돼야 제대로 휴게실에 가서 찬바람 쐬고 올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고, 이를 요구하고 있다.

 

 

Q. 얼마 전 전국결집 불안정노동위원회에서 ‘쿠팡에 작업중지권이 필요하다’는 논평을 낸 것을 봤다. 쿠팡 카플렉서로 일하던 분이 폭우 속에 배송을 하다 사망한 뒤 나온 논평이다. 이런 배송기사들이 오늘 같은 폭우에는 작업을 하지 않을 수 있는 작업중지권이 필요해보인다. 한편 얼마 전 고 장덕준 노동자의 죽음에 대해 쿠팡 사측이 골프를 쳐도 그만큼은 걷는다고 해 분노를 자아냈다. CCTV화면을 보면 가슴을 움켜잡고 움직이지 못하는 장면이 나온다. 배송기사만이 아니라 물류센터 노동자에게도 작업중지권이 필요한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하시나?

 

정성용: 결국 로켓배송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보고 있다. 죽었다 깨어나도 로켓배송을 실현해야 한다는 게 쿠팡의 철학이자 원칙이다. 로켓배송의 시작점은 물류센터고, 캠프를 거쳐 택배노동자들이 집까지 가는 이 연결고리가 언제나 돌아가야 한다는 거다. 무리하게 하루만에 배송을 실현시키려다 보니까 각각의 과정에서 노동자들에 대한 강압적인 조치들,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모습이 나타난다. 작업중지권이 보장돼야 하는 심각한 상황 속에서도 노동자들은 그러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결국 자기도 모르게 과로를 하게 돼서 과로사로 돌아가시는 故 정슬기님도 있었고, 지난주에 폭우가 쏟아지고 하천이 넘쳐흐르는데도 배송을 하시다가 안타깝게 돌아가신 경산 카플렉서 쿠팡노동자도 있었다.

 

물류센터도 배송기사와 마찬가지다. 물건이 화물차로 나가는 것이 ‘마감’인데, ‘죽었다 깨도’ 마감은 쳐야 한다. 그러다보니 노동자들이 막판에 엄청 쪼이고 무리해서 일을 하게 된다. 그러다 산재사고가 발생하고, 폭염시기에 무리하다 쓰러져서 앰뷸런스에 실려간다. 얼마 전 故 장덕준님 영상에도 뛰어다니는 모습이 나왔다. 아니 왜 일을 하는데 뛰어다녀야 하나? 쿠팡은 로켓배송을 실현하고 싶고, 하지만 그 과정에서 비용은 최소화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노동자들을 최소한으로 고용한다. 그러니 노동강도는 올라가고, 과로사와 산재사고로 이어진다.

 

그래서 근본적으로 로켓배송의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인력을 확충해 노동강도를 낮춰야 하고, 또 자연재해나 각종 문제로 인해 실제로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지 않을 때 노동자가 작업중지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아직 쿠팡물류센터에서 작업중지권은 꿈도 꿀 수 없는 얘기이긴 하다. 레일에 보면 비상정지 스위치가 있다. 그런데 늘 우리는 “이건 절대로 누르면 안 된다”고 교육받는다. 물류센터 노동자에게 작업중지권은 아직 요원한 얘기인 것 같고, 투쟁으로 쟁취해야 할 권리인 것 같다.

 

정성용: 올해엔 쿠팡 블랙리스트가 MBC뉴스데스크 보도를 통해 알려졌고, 또 쿠팡의 노동환경 문제도 널리 알려졌다. 그런데 벌써 많이 묻힌 상황이다. 쿠팡은 블랙리스트가 ‘인사평가 자료’라며 퉁치려 하고, 사회적으로는 “그거 모르고 쿠팡물류센터 다녔냐”라는 식으로, ‘회사가 그렇게 하는 건 당연하지’라는 식의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블랙리스트 문제는 정말 심각한 법 위반 문제다. 노조활동을 방해하고, 개인의 취업도 방해하고, 여러 가지 권리도 제한하는 자유로운 해고의 과정이다. 그러나 사회적으로는 그 심각성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던 것 같다. 오히려 블랙리스트 제보자들이 압수수색을 당했고, 쿠팡은 면피하려는 상황이다.

 

이 와중에 과로사와 산재사고 등 쿠팡의 노동현실을 드러내주는 여러 사건이 발생했다. 그런데 쿠팡은 이것 또한 물타기하고 묻으려 했다. 폭염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도 변호사들을 고용하고 자신들이 장악한 언론을 이용해 다 묻으려고 할 거 같은데, 쿠팡의 현실이 잘 알려진 상황에서 이 현실을 바꿔내지 않으면 또 이전으로 돌아갈까봐 걱정이 많이 된다.

 

그래서 지금 8월 1일 하루파업도 준비하고 출장소도 운영하고 있다. 이 힘이 일시적인 힘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로켓배송으로 인한 과로사, 노동강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인권이 존중되지 않는 현장을 바꿀 수 있으면 좋겠다.

 

쿠팡물류센터 노동자들의 힘만으로는 아직 좀 부족한 것 같다. 워낙 쿠팡이 노동현장을 분절화시키고 불안정하게 만들어서 뭉치기 어렵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사회적 관심과 힘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게끔 잘 싸워보자는 고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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