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우유 노동자가 폭로하는 불법파견 구조의 바닥: 건국우유 불법파견/간접고용 철폐를 위해 함께 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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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신문

건국우유 노동자가 폭로하는 불법파견 구조의 바닥: 건국우유 불법파견/간접고용 철폐를 위해 함께 싸우자!

  • 양동민
  • 등록 2024.07.17 18:09
  • 조회수 1,333

 

(글쓴이는 투쟁의 미디어 '스튜디오 알'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스튜디오 알에 게시된 영상을 공유한다.)

 

7월 17일 건국대학교 상허문 앞에서 ‘건국우유 불법파견/간접고용 철폐를 위한 공동행동’이 출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충북 음성군 대소면 대풍산단에 위치한 건국유업·건국햄(이하 ‘건국우유’)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법파견/간접고용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고 출범 이유를 밝혔다. 기자회견과 이후 건국대학교 학생들과 함께 진행한 간담회를 통해 건국우유 불법파견 문제를 보다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중소제조업체, 고령, 이주노동자가 많은 충북 음성군

충북 음성군은 내국인 인구만 따지면 10만이 조금 안 되고, 이주노동자까지 합치면 10만이 조금 넘는 군이다. 음성군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024년 6월 25.8%로 다른 비수도권처럼 고령화가 심각하게 진행되었다.

 

음성군은 30년 전에는 전형적인 농촌지역이었는데, 중부고속도로 개통과 함께 산업단지가 많이 생기고 기업유치를 열심히 했어요. 그 결과로 2천개 넘는 제조업체가 있고 산업단지가 20곳이 넘는 지역이 됐습니다. 그중 대소면 대풍산업단지에 건국우유 공장이 있는 거죠.

건국우유는 99년에 음성지역에 내려왔어요 처음에 여기서 공장을 시작했고, 20년 넘게 경영을 하고 있습니다. 충북우유라고, 오랫동안 지역에 토착화돼 경영중입니다. 지역민도 많이 알고있는 공장이고요. - 윤자(음성노동인권센터 활동가)

 

100명 이상 고용하는 공장이 많지 않은 음성 지역에서 건국우유는 150여 명을 고용하는, ‘그나마 큰 편’에 속하는 기업이었다.

 

공장 안은 늘 영하 3도, 퇴근버스 1시간 대기 … 건국우유의 노동실태

이날 기자회견과 간담회를 통해, 건국우유에서 10개월 동안 불법파견 당사자로 일하다 해고된 L씨로부터, 건국우유의 노동실태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L씨는 대소면에 있는 ‘돼지인력’이란 직업소개소를 통해, 건국우유의 하청업체인 ‘(주)제이앤비맨파워’가 운영하는 대풍산업단지의 건국우유 제조공장에 파견됐다. 이 공장에선 냉장·살균 처리한 우유를 우유갑에 넣는 작업, 우유를 박스에 담는 작업, 상자 세척, 분류 및 상차 작업 등이 이뤄졌다. L씨처럼 직업소개소를 통해 파견나온 일용직 노동자들은 원·하청 노동자들과 함께 일했다. 식품제조업체의 많은 공정이 자동화됐지만, 여전히 수작업이 필요한 공정들에 L씨 같은 일용직 노동자가 동원됐다. L씨는 우유갑을 담는 초록색 플라스틱 상자를 세척하는 일을 했다.

 

L씨는 직업소개소에서 운영하는 통근버스를 타고 건국우유 공장으로 출근했다. 직업소개소에서 버스로 8시 반까지 공장에 데려다주면, 담배 한 대 피고 9시부터 근무에 들어갔다. 근무는 저녁 6시까지였지만, 잔업이 있는 날도 많았다. 잔업을 할 때는 보통 10시까지 하는데, L씨와 동료들은 잔업하고 싶지 않은 날에도, 일용직 노동자 신분으로 잔업을 거부하면 잘릴 수 있어 어쩔 수 없이 잔업을 하곤 했다. 퇴근을 하기 위해선 퇴근버스를 다시 타야했는데, 퇴근버스가 늘 시간 맞춰 오지는 않았다. 늦을 때는 1시간씩 공장 밖에서 퇴근버스가 오기를 기다리기도 했다.

 

공장에서 생산하는 우유는 온도에 민감하기 때문에, 공장 안 온도는 늘 ‘마이너스 3도’에 맞춰져 있었다. 여름이나 겨울이나 L씨는 ‘마이너스 3도’인 공장에서 일했다. 추위를 피할 수 있는 휴게실은 없었고, 휴게시간은 2시간에 10분씩 주어졌다. 난로 같은 건 없었다. 여름엔 그래도 추울 땐 점심시간이나 휴게시간에 바깥에 나가면 체온을 회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겨울엔 오히려 바깥이 더 추웠기에, 영하 3도의 공장 안에서 잔업이 있는 날이면 밤 10시까지 버텨야했다.

 

그러다 L씨는 한창 추위가 극심하던 지난 1월, 기존에 하던 주간근무가 아닌 야간에 일을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잘리고 싶지 않아 어쩔 수 없이 한달에 20일 정도 야간에 근무를 하다 몸살감기에 걸렸다. 야간근무로 평소와 패턴이 달라진데다, 극심한 추위가 겹쳐 몸살이 난 L씨는 병원에서 일곱 번 수액을 맞으면서도 쉬지 못하고 계속 일을 했다. 병가 같은 건 없었다.

 

그렇게 힘겹게 일을 했는데, 건국우유가 2월 말 용역업체를 ‘제이앤비맨파워’로 교체하면서, 9개월 넘게 근무하던 L씨는 하청업체 관리자로부터 하루 아침에 해고당했다. 해고 사유에 대해 물어보며 항의를 하자, ‘제이앤비맨파워’ 소장이 나와 “나가라면 나가지 무슨 말이 많냐”고 했다. 억울함을 호소하려던 L씨는 지역신문사와 음성노동인권센터를 찾아갔고, 그렇게 건국우유를 상대로 한 투쟁이 시작됐다.

 

‘사람장사’만 했던 돼지인력, 건국우유의 명백한 불법파견

L씨의 임금은 직업소개소인 ‘돼지인력’을 통해 지급됐다. 하지만 L씨는 업무 기간 동안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급여명세서를 단 한 번도 받지 못했다. 주 40시간 똑같이 근무하여도 주휴수당도 지급되지 않았고, 4대 보험 가입, 연차휴가 역시 없었다.

 

돼지인력은 L씨가 받는 일당 10만원에서 매일 5천원의 수수료를 떼어갔다. L씨는 그냥 일당이 9만 5천원인 줄로만 알았지, 직업소개소에서 수수료를 얼마나 떼어가는지도 알지 못했다. 

 

지난 5월, 음성노동인권센터가 건국우유, 제이앤비맨파워, 돼지인력을 ‘파견법’, ‘근로기준법’, ‘직업안정법’ 위반으로 근로감독을 요청했고, 근로감독 결과에 따라 고용노동부는 지난 7월 1일, 건국우유의 불법파견 및 노동법 위반 사실을 적발했다.

 

돼지인력은 L씨를 건국우유 공장에 데려다주기만 한 전형적인 ‘불법파견업체’였다. ‘정상적인’ 도급 관계라면 도급을 받은 직업소개소가 2차 하도급 업체로서 자체적인 지휘, 관리 하에 공정을 수행해야 하나, 돼지인력은 건국우유에 노동력만 보내고 지휘, 관리는 1차 하도급업체인 ‘제이앤비맨파워’에서 수행했다. 명백한 위장도급이었다.

 

7년 전 이미 음성에서 제기된 불법파견, 이득을 보는 원청은 책임을 피해간다

음성지역에는 이런 직업소개소가 200곳 가까이 존재하는데, 행정당국의 감독과 적발을 회피하기 위해 폐업과 재개업을 반복하고, 일부는 무등록 상태로 운영되고 있다. 이런 불법파견 구조 속에서 L씨 같은 노동자들은 열악하고 위험한 노동조건에서 일하다 쉽게 해고된다. 하지만 원청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다.

 

이미 7년 전에 음성노동인권센터는 음성지역에서 신세계푸드 - 삼구FS - 직업소개소로 이어지는 불법파견/간접고용 문제를 공론화했었다. 긴 세월에 걸친 법적 투쟁에 승소했지만, 무노조 상태에서 불법파견의 구조는 바뀌지 않았다. 직업소개소 사업주는 형사처벌을 받고, 도급업체인 삼구FS는 직접고용을 해야 한다는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불법파견 구조를 설계하고, 이 구조로부터 갖은 이득을 보는 원청인 신세계푸드는 어떤 법적 책임도 지지 않고 빠져나갔다.

 

건국우유도 마찬가지다. 건국우유 - 제이앤비맨파워 - 돼지인력으로 이어지는 불법파견/간접고용 구조 속에서 건국우유는 음성군의 이주노동자, 고령노동자를 극도의 저임금으로 착취하며 이윤을 챙겨왔다. 하지만 이번에도 법적 투쟁을 통해 불법파견 판결을 받아내더라도, 건국우유는 (1년마다 갈아치우는) 도급업체인 ‘제이앤비맨파워’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책임을 피해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지난 6월 24일 아리셀 참사는 에스코넥 - 아리셀 - 메이셀로 이어지는 불법파견 구조 속에서 노동자들이 안전교육도 받지 못한 채로 위험한 공정에 방치되어 발생한 참사였다. L씨의 증언에 따르면 건국우유 공장에서도 안전교육이 전무했다. 하지만 안전교육을 하지 않아도 건국우유는 도급업체를 1년마다 ‘갈아끼우기’ 때문에, 그다지 처벌받지 않는다. 도급업체가 새로 바뀌면 일정기간이 될 때까지는 안전교육에 대한 책임이 면제되기 때문이다.

 

도급업체를 ‘갈아끼우는’ 이익은 또 있다. L씨가 투쟁을 결심한 이후 5월에 근로감독이 실시됐지만, L씨는 2월 말부터 약 3개월치의 체불임금만 청구할 수 있었다. 고용노동부 자체 판단에 따라 특별근로감독을 진행한다면 3년 기간에 대한 체불임금 내역을 조사할 수 있지만 건국우유 근로감독의 경우 조사 대상 기간이 2월부터 5월까지 3개월에 불과했다. 2월 말부터 기존 도급업체가 ‘제이앤비맨파워’로 바뀌었고, 돼지인력 등 파견사업주들이 기존 도급업체 간에 있었던 근태내역 등 기록을 보관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3개월치 체불임금밖에 청구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 이전 체불임금을 책임져야 하는 기존 도급업체는 문서를 ‘털고’ 사라져버렸다.

 

그런데 L씨를 포함한 노동자들에게 제이앤비맨파워에서 지급해야 하는 ‘겨우’ 3개월치 체불임금만 해도 2천만원이 넘었다. 그렇다면 이런 불법파견을 통해 20년 동안 건국우유는 도대체 얼마를 ‘절약’할 수 있었을까?

 

불평등은 이주노동자를 향해 흐른다

아리셀 참사 때 다수의 희생자가 이주노동자로 드러났는데, 불법파견이 횡행한 음성군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음성군은 이주민 비율이 16% 이상으로, 전국 240여 지자체 중 가장 이주민 비율이 높은 도시다. 음성군에는 이주 배경을 갖고 있는 1만 6천 명 정도의 주민이 살고있다.

 

음성군은 대공장 밀집지역에서 밀려나온 중소기업이 밀집한 이른바 ‘저부가가치 제조산업’ 도시인데, 유해화학물질을 다루는 곳도 많고, 노동조건이 열악하고, 중소도시라 주거기반이나 교육인프라 등 공공부문도 취약하다보니 선주민이나 청년들은 잘 일하러 오지 않는다. 그래서 생기는 만성적 구인난을 메꿔주는 게 이주노동자, 고령노동자, 혹은 이른바 ‘신용불량자’이다. 이번에 건국우유에서 적발된 불법파견 대상 노동자들 서른 명 중에서 스무 명의 신원이 확인됐는데 그 중 대부분도 이주노동자였다.

 

음성군 200여 개의 직업소개소 중 상당수가 이주노동자를 상대로 ‘원룸장사’도 겸한다. 이주노동자들에게 ‘기숙사를 제공한다’며, 한 방에 10명씩 사람을 밀어넣으며 높은 기숙사비를 받아 이익을 취한다.

 

음성군은 이주노동자들의 이런 문제를 방치한 채, 그저 인구를 10만 이상으로 늘려 ‘음성시’가 되기 위해 이주노동자를 받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있다. 충북의 ‘K-유학생’ 유치 정책 등 이주민을 유입하는 데 골몰하지만, 그렇게 들어온 이주노동자들은 불법파견/간접고용 구조 속에서 L씨와 같은 고령노동자들과 함께 최소한의 법적 권리도 누리지 못하고, 질병과 위험에 취약한 환경에서 일하다 필요 없어지면 ‘쓰다 버리는’ 조건에 놓인다.

 

진짜사장 건국우유가 책임지도록 하는 것이 민주노조 운동의 역할

이 모든 부당함을 참을 수 없어 투쟁에 나선 L씨의 용기로부터 이 모든 사실이 알려질 수 있었다. 건국우유 불법파견/간접고용 실태는 단지 음성 건국우유 공장에서 일하는 일용직 노동자들뿐 아니라, 음성지역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무권리 상태에 놓여있는 제조업 노동자들의 처지를 보여주는 창이다.

 

 

L씨의 정당한 투쟁에 함께하기 위해 17개 단체가 ‘건국우유 불법파견/간접고용 철폐를 위한 공동행동’에 동참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서울지역대학 인권연합동아리 건국대지부 소속 학생들도 “건국우유에서 나온 수익금은 학생들의 장학금으로 사용된다. 건국우유가 불법파견 구조로 노동자를 착취해 만들어낸 수익금이 장학금으로 사용된다는 사실에 문제의식을 느낀다”며, 공동행동에 참여해 함께 투쟁하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무권리 상태에 놓여있는 L씨와 같은 노동자들, 그리고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운동을 건설하는 것이 민주노조 운동의 역할이다. 그래야만 민주노조 운동은 조합주의적 한계에 갇혀 미조직 노동자들로부터 외면받는 현재 상태에서 벗어나 계급적 단결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건국우유 불법파견/간접고용 철폐를 위한 공동행동’에 민주노조 운동도 함께 참여해, 무권리 상태의 영세제조업 노동자들과 함께 싸움을 조직하자. 그리고 계급적 단결을 위한 수단으로서 ‘노조할 권리’를 위한 노조법 2조,3조 투쟁, 최저임금 투쟁을 적극 펼쳐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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