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27에서 확인된 것 : 자본가들은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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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신문

COP27에서 확인된 것 : 자본가들은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

  • 김요한
  • 등록 2022.12.05 17:00
  • 조회수 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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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Le monde

 

지난달 6일부터 20일까지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열렸다.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이하 ‘COP’)는 1992년 유엔 환경개발회의에서 체결한 기후변화협약의 구체적 이행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개최되는 회의다. COP는 2020년 코로나19로 한 해 거른 걸 빼고는 매년 개최되고 있다.


지금까지 제출된 계획대로라면, 금세기 말 지구 온도는 2.4~2.6℃ 상승


올해 COP27이 개최되기 1년 전에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최됐던 COP26에서는 2022년까지 모든 국가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이하 ‘NDC’)를 의무 제출하도록 했다. 한국의 경우, 2030년에 온실가스 감축량을 2018년 대비 40% 줄이고 2050년에 탄소중립에 도달하겠다는 NDC를 2021년 문재인 정부 때 발표한 바 있다.


문제는 기후재난이 닥쳐오는 속도가 각국이 제출한 NDC가 이행될 속도보다 훨씬 빠르다는 것이다. 현재 각국이 자발적으로 내놓은 NDC가 모두 이행되더라도 금세기 말엔 지구 온도가 2.6℃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COP27 개최에 앞서 10월 27일 유엔환경계획(UNEP)이 발표한 ‘2022년 (온실가스) 배출 갭 보고서(Emissions Gap Report)’의 결론이다. 잉거 안데르센 유엔환경계획 사무총장은 “이제 점진적 변화를 말하던 시기는 지났다”며 “이번 보고서는 자연이 일 년 내내 치명적 홍수, 폭풍 등 자연현상으로 말하고 있는 것을 우리에게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급진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실 파리협정이 목표로 한 1.5℃는 자본주의 산업화 이후 이미 1.2℃의 기온 상승이 이뤄진 상황에서 그나마 지구 생태계에 영향을 덜 미치는 수준으로 기온 상승 폭을 최대한 제한해 보자는 취지의 목표 설정에 불과하다. 만약 유엔환경계획의 예측대로 2100년 지구 온도가 2.6℃ 상승할 경우 기후재난의 양상은 상상 이상으로 참혹할 것이다. 2021년 IPCC 6차 보고서에서 기후과학자들은 지구 기온이 2℃만 올라도 자본주의 산업화 이전에 비해 극단적 폭염은 13.9배, 폭우는 1.7배, 가뭄은 2.4배 더 빈번해진다고 예측한 바 있다. 기습 폭우로 인한 반지하 가족 사망 사건과 같이, 기후재난의 피해는 가장 열악한 처지의 노동자민중에게 전가될 것이다.


자본가들의 무능‧무책임을 증명한 COP27


COP27은 이처럼 세계 곳곳에서 임박한 기후재난에 대한 긴급 경고가 터져 나오는 가운데 개최됐다. 심지어는 자본가단체 IMF마저 전 세계 국가들이 현재 발표한 정책들을 모두 지킨다고 해도 탄소 배출이 21세기 중반까지 줄어들 가능성은 11%에 불과하다며 긴급 재난 경보를 내놓는 실정이다. (물론 IMF는 자본가단체답게, 각국이 탄소 배출에 매기는 가격을 톤당 75달러까지 대폭 올려야 한다는 시장주의적 정책을 급진적 대안으로 제시한다.)


그러나 COP27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이행하는 데서 각국의 자본가 정부가 얼마나 무능하고 무책임한지를 다시금 만천하에 드러냈을 뿐이다. COP27 결정문은 지구 온도 상승 1.5℃ 억제를 위해서는 2030년까지 2019년 대비 43%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이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하고 있을 뿐, 2025년에 탄소배출 정점(peak)을 찍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는 기후과학자들의 요구를 묵살했다. 1.5℃ 목표를 달성하려면 각국의 부족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가 실질적으로 상향됐어야 하는데, 각국의 자본가 정치인 모두 이 문제에 침묵으로 일관한 것이다. COP27 결정문은 온실가스 ‘감축 작업프로그램’을 2023년부터 착수하여 2026년까지 운영하며, 별도 대화체(dialogue)를 구성하여 △부문 및 주제별 감축 방안, △기술, △정의로운 전환 등에 의견을 공유하기로 했을 뿐이다. 한마디로 아무런 강제력 없는, 하나 마나 한, 한가하기 짝이 없는 소리들이다.


COP27에서 주요 의제가 되었던 기후변화로 인한 ‘손실과 피해’ 대응을 위한 재원 마련 문제도 마찬가지다. 이번에 개발도상국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한 ‘손실과 피해’ 대응을 전담하는 재정기구(financial facility)를 신설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지금껏 막대한 탄소를 배출해 온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들이 겪고 있는 기후재난의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이다. 그러나 선진국들은 자기 돈이 들어가는 ‘재정기구’ 대신 ‘인도적 지원(humanitarian assistance)’만을 고집했다. 결국 COP27은 ‘손실과 피해 복구를 위한 기금(fund)’을 설립하는 선에서 논의를 봉합했을 뿐이다.


198개 당사국 정부대표 등 모두 3만여 명이 참여했다는, 겉보기엔 떠들썩했던 COP27이 내놓은 결과물은 이게 전부다. COP는 이제 ‘그린워싱’용 사진찍기 행사로 전락한 것이다. 특히 이번 총회에는 화석연료 자본을 대변하는 총 636명의 로비스트 역시 참석했다. 이 숫자는 기후위기에 가장 취약한 10개 나라(푸에르토리코, 미얀마, 아이티, 필리핀, 모잠비크, 바하마,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태국, 네팔)의 이번 총회 협상대표단을 합친 것보다 많다고 한다.


노골적으로 자본의 이해를 대변한 이들 로비스트들이 아니더라도, 각국의 자본가 정치인들은 전 세계 모든 자본가계급이 결사옹위하는 투철한 계급적 신념을 지키는 데서 한 치도 물러섬이 없었다. 우리 모두가 언젠가 함께 망할 수 있다 하더라도, 지금 당장 내 이윤 획득에 손해 보는 일은 절대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자본은 인류는 장차 퇴화할 것이라든가 인류는 결국 사멸해버릴 것이라는 예상에 의해서는 그 실천적 활동에 조금도 영향을 받지 않는데, 그것은 마치 지구가 태양에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예상에 의해서는 자본이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 뒷일은 될 대로 되라지! 이것이 모든 자본가와 모든 자본주의국의 표어이다.” (마르크스, <자본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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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Sean Gallup/Getty Images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노동자들의 역사적 전진이 지금 당장 필요하다!


최근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공급난으로 각국에서 석탄발전이 재가동되는 등 기후위기 대응에서 전 세계적인 후퇴 현상이 목격되고 있다. 이 점은 자본의 이윤 질서를 놔두고서는 기후위기 대응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임박한 기후재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본의 이윤이 아니라 사회적 필요를 위한 생산체제, 지구의 생태환경을 보존하는 지속가능한 생산체제로 전환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에너지산업에서 단지 발전원을 변경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 통제를 실현해내는 것, 공공대중교통의 전면 확대를 통해 교통수단에서 탄소 배출을 급격히 줄이는 것, 노동시간 단축으로 불필요한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 등이 지금 당장 긴박하게 실현돼야 할 과제다.


이윤욕에 사로잡힌 자본가들에게 더 이상 우리의 미래를 내맡겨서는 안 된다. COP27처럼 아무 내용도 없는 무의미한 사진찍기 행사만을 반복하는 저들에게서, 이제 노동자가 사회의 운영권을 되찾아 올 때다. 금세기 말 인류와 지구생명체가 지구에서 생존 가능하기 위해서는, 노동자계급이 사회의 운영권을 틀어쥐는 시기가 기후재앙에 도달하는 시기보다 빨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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