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2030 청년학생이 바라는 것은 거대양당을 향한 압도적 굴종이 아니라 독자적 노동자 정치세력화다
  • 해당된 기사를 공유합니다

온라인신문

[기고] 2030 청년학생이 바라는 것은 거대양당을 향한 압도적 굴종이 아니라 독자적 노동자 정치세력화다

2025년 2월 21일 민주노총 15층 교육장에서 열린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 현장 간담회 

 

[편집자 주]

“대선관련 논의 건 심의·의결 결과 : 결론 없이 종결.” 5월 20일, 민주노총 중집은 끝내 대선방침을 결정하지 못했다. 사실상 이재명을 지지하자는 안건이 제출된 5월 15일 중집에 이어, 다시 이재명을 지지하자는 주장과 권영국 후보를 지지하자는 주장이 격돌했다. 대선방침을 표결로 결정할지조차 표결에 부친 끝에, 재석 33명 중 14명의 표결 찬성으로 표결은 무산되었다. 노동자계급 정치세력화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 5월 20일 게재된 학생사회주의자연대 곽소현 유지원 동지들을 글을, 동의를 얻어 게재한다.

 

 

자본가계급 정당을 견인하겠다는 양경수 집행부, ‘압도적 정권교체’가 아니라 ‘압도적 굴종’일 뿐이다

 

지난 4월 29일 민주노총은 임시 중앙집행위원회(이하 중집)을 열었다. 지난 정기 중집 때 제출되지 않은 대선방침에 대한 단일 안건이 논의에 부쳐졌다. 21대 대선 후보방침 제출안의 마지막 단락에는 ‘진보정당의 후보 및 진보정당과 연대연합을 실현한 후보를 지지한다.’는 문장이 쓰여 있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진보정당과 연대연합을 실현한 후보가 민주당 후보를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우리는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실현하고”라는 민주노총 강령 2호 내용을 정면으로 부정하며 거대 보수양당에 대한 지지를 공식화 시도한 것이다.

 

이날 “민주노총 77차 대의원대회 정치방침을 위반하며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문제”라며 “내란수괴를 파면시킨 광장투쟁을 이어가는 것은 ‘민주노총이 주체적이고 독자적인 목소리를 낼 진보정당 후보를 적극 지지하며 지형을 넓혀가는 것”이라고 지적한 현장 의견에 대해 양 위원장은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자는 것이 아니라 민주당을 견인할 방안으로 제안하는 것”이라는 궤변으로 답하기도 했다. 다행히 임원들과 현장 간부들의 반대로 지난 15일 중집을 통해 전체 총연맹 차원에서의 민주당과 정책협약 시도는 중단되었지만, 위원장이 제출한 해당 정책협약안에 노동3권 보장을 제외한 다른 사회대개혁 요구안(포괄적 차별금지법 포함)이 누락된 사실이 밝혀지면서 다시 파란이 일었다. 한편 가맹 노조 중에서는 건설기업노조가 최초로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했고(같은 15일), 사무금융노조에서는 지도부가 국회에서의 이재명 후보 지지 선언을 추동하려다 현장 간부들의 반대에 부딪혀 선언 계획 일체를 철회하는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졌다.

 

21대 대선 선거방침을 둘러싼 이번 논란은 진보당의 김재연 후보가 대선 후보 등록도 전에 이재명 후보 및 민주당에 대한 단일화를 선언하며 물러난 것과도 궤를 같이한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압도적 승리가 필요하다는 김재연 후보, 민주당이 노동자운동의 정치적 견인 대상이라는 양경수 위원장, 내란세력 청산과 민주주의 회복에 매진하기 위해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건설기업노조 박명호 위원장까지. 이들의 입장은 하나의 커다란 맥락에 맞닿아 있다. 바로 압도적인 민주당으로의 정권 교체를 통한 내란세력 청산이 작금의 최우선 과제라는 주장이다. 이 말은 물론 겉보기엔 크게 틀린 점이 없어 보인다. 초유의 퇴보적인 계엄 포고로 노동자 민중의 목숨을 위협한 내란 세력은 청산되어 마땅하다. 그러나 노동자계급이 파시스트 내란세력 국민의힘과 윤석열에 맞서기 위해 민주당과도 기꺼이 연합해야 한다는 주장은 또한 그 속내에 엄청난 진의를 은닉하고 있다. 민주당으로의 압도적인 정권교체는 정말 파시스트 내란세력에 맞서는 유일한 길일까? 정말 민주당과 이재명은 광장에 나온 노동자 민중의 연대연합 대상일까?

 

민주당과의 협업을 추동한 집행부가 조직 노동자 운동의 역사상 양 위원장이 처음은 아니다. 대표적으로는 코로나19 시기 문재인 정부와 노사정 합의를 강행하려다 ‘경영위기에 직면한 기업에서 근로시간 단축, 휴업 등 고용유지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경우 이에 적극 협력한다’ 등 퇴행적 합의안으로 인한 현장 조합원들의 거센 반발에 사퇴까지 이르렀던 김명환 집행부가 있고, 보다 과거로 거슬러서는 1998년 1월 김대중 정부 아래 조성된 노사정 위원회에서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간의 공정한 고통 분담, 정리해고제와 근로자파견제에 대한 노측의 수용’과 같은 내용을 합의했다가 극심한 반대로 1기 지도부 사퇴라는 진통을 겪게 된 역사가 있었다. 전례를 따져보면, 민주당과의 협업이 모의될 때는 언제나 ‘사회적 합의’나 ‘제한적인 수준에서라도 합의를 통해 얻게 될 성과’ 따위의 표현이 쓰였다. 그러나 과거의 시도들 속에서 발견 가능한 유일한 진실은 이 표현들이 모두 기회주의적인 관료층 지도부를 변명하는 비굴한 말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2023년 민주노총 제11기 임원 선거 양경수 후보조 홍보 포스터

 

‘민주주의 사수’가 더 시급하다는 민주당, 무엇을 은닉하고 있는가

 

자본주의 체제 하에 부르주아 민주주의란 영구한 가치가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의 쇠락과 노화 정도에 따라 유동적으로 후퇴와 진전을 반복한다. 노동자계급과 피억압민중의 투쟁이 자본가계급과의 싸움에서 힘으로 승리하면 부르주아 민주주의는 어느 정도의 진보를 쟁취하며 발전하지만, 전체 투쟁이 퇴보할 때는 과거 나치당의 등장이나 지난 12월 3일 충격적인 윤석열 정부의 계엄 포고와 같은 파시즘의 모습으로 철저히 퇴보하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특정한 시기나 국가의 문제라기보다 자본주의 체제가 쇠퇴할 때 자본가계급이 더는 “빵도 평화도” 노동자 민중에게 보장할 수 없게 되면서, 결국 통치를 지속하기 위해 무력을 동원해야 하는 상황이 역사적 주기를 두고 반복하는 까닭에 있다. 2025년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윤석열 전 정부 취임 이래 자영업자 연체율과 폐업률은 역대 최고치를 갱신했고 경제 성장률은 2022년 이후 연속적인 저성장세였다. 윤석열 전 정부에 들어 경제 불황의 그림자가 얼마나 강하게 한국을 강타했는지는 한국은행의 다급한 전망 수정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그러나, 경기 부진이 이어지자 한국은행은 2월 25일, 2025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존 1.9%에서 1.5%로 대폭 낮추는 방향으로 수정했다. 한은이 연간 성장률 전망을 이번처럼 0.4% 이상 조정한 것은 윤 정부 초기인 2022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

한국은행은 동시에 물가의 고공행진이 이어지면서 스태그플래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냈다. 거시지표의 대표 격인 경제성장률을 보면 저성장 국면이 열렸음을 알 수 있다. 한 술 더 떠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우리나라에 대한 관세 정책을 볼 때 1.5% 성장률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한국갤럽 조사에 의하면 22년도 5월 2주차에 52%라는 지지율을 유지하던 윤석열 전 정부가 계엄 포고 거의 한 달 전인 24년도 11월 1주차에 17%라는 암담한 지지율을 받아들게 된 배경에는 이 같은 한국 자본주의 체제 쇠락의 맥락이 있었다. 즉 군대와 경찰을 등에 업은 윤석열 정부의 충격적인 계엄 포고는 위기를 직면한 자본가계급 극우 정당의 자충수로서 일정 부분 예견할 수 있는 파국이었다.

 

윤석열과 국민의힘의 내란이 일정 부분 예견할 수 있는 수순이었던 만큼 민주당이 자본가계급 정당으로서 이와 같은 내란 사태에 적절히 맞서다가 결정적 순간에 사실상의 양당제 파트너인 국민의힘과 적절한 합의를 취할 것이라는 사실 또한 예견할 수 있는 수순이었다. 실제로 민주당은 12·3 내란사태 이후로도 내란세력에 대한 전면적인 해체와 퇴진을 요구하는 대신 꾸준히 여야정협의체의 추동을 시도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이후로도 박범계 민주당 의원이 "(최 부총리는) 비상계엄에 가장 먼저 가장 강하게 반대하고, 국무회의장을 뛰쳐나온 사람 아니냐", "경제 신인도 회의를 주재하는 등 국정 공백 상태에서 적극적으로 임하는 게 한 권한대행보단 좀 낫지 않느냐"고 발언하는 등 입맛에 맞는 파트너로 최상목 전 대통령 권한대행을 길들이려는 시도를 이어갔다. 최상목 대행이 내란세력의 주축으로서 윤석열 체포를 적극적으로 방해할 때도 민주당은 이재명 당시 원내대표를 통해 그와 같은 최상목 전 권한대행의 행태를 비판할 뿐 실질적인 최상목 대행의 탄핵을 전면화하지는 않았다. 끝내 마은혁 임명을 두고 최상목 대행이 철저히 내란세력의 입장을 대변하는 임명안을 발표했을 때도 민주당은 국정 혼란을 이유로 그를 탄핵하지 않았고, 상식을 벗어나는 판결로 내란세력의 주축이었던 한덕수가 멀쩡히 복귀할 때까지도 최상목에 대한 그 어떠한 탄핵시도도 시도하지 않았다. 결국 최상목은 5월이 다 되어서야 아무 의미 없는 탄핵안이 발의된 직후 직접 사의를 표명하며 유유히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심판 바깥으로 달아났다. 민주당의 암묵적이며 적극적인 용인이 있었기에 가능한 도주였다. 하지만 딱히 놀라운 일은 아니다. 심지어 헌법재판소에서의 윤석열 파면이 불투명화의 극치에 다다랐던 3월 말에도 민주당은 여야정협의체의 복원 및 재가동을 절실히 호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란수괴 윤석열의 탄핵소추안에서 형법상 내란죄를 제외한 것은 누구였는가? 바로 민주당이었다. 민주당을 두고 광장연대의 더욱 너른 조직화를 논하는 관료적 지도부의 태도가 섭섭할 정도로 이들은 지난 몇 달간 암묵적이며 적극적인 내란 세력의 파트너였다. 물론 이는 당연한 결과다. 자본가계급 정당이라는 본질을 존속하는 이상 민주당은 아무리 ‘진보적’일지언정 스스로의 목숨이 걸린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심각한 퇴보에만 겨우 반응할 뿐, 촌각을 다투는 순간이 지나면 바로 자본주의 체제의 수호를 위해 안정적인 선에서 내란세력과의 공존을 꾀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압도적 정권교체’라는 그럴듯한 변명은 민주당의 정권 집권을 거치지 않더라도 단결한 노동자 민중의 힘으로 극우 파시즘을 돌파할 수 있는 길이 있다는 사실, 나아가 보수양당과 독립된 노동자 민중의 정치세력화야말로 진정한 민주주의에 한발 다가서는 길이라는 사실을 은닉한다.

 

애초부터 민주당이 주장하는 ‘민주주의’의 개념에는 단 한 번도 노동자와 억압받는 민중 –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등이 포괄된 적이 없었다. 민주당은 지속적으로 반노동 정치를 펼쳐 왔다. 건설노조 공안탄압과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악, 역대 최저의 최저임금 인상률을 남긴 것은 바로 촛불정부를 참칭한 문재인 정권이었다. 정리해고법과 근로자파견제를 입법한 것은 무려 노벨평화상을 받은 김대중 정권이었고, 2003년 대대적인 열사정국 직후에도 철면수심의 작태로 비정규직 양산을 재촉하는 비정규직 보호법을 입법시킨 정권이 노무현 정권이었다. 또한 국민의힘이 극단적 여성혐오 행보로 비판받을 때, 민주당도 그와 별다르지 않았다. 구조적 불평등에 시달리는 여성 노동자 및 여성 청년의 요구에 민주당이 응답한 방식은 조건부 현금성 지원과도 같은 눈가리개 정책이었다. 신혼부부에게 10년 만기로 1억 원을 대출해 주고, 첫 자녀 출산 시 무이자, 둘째 출산 시 원금 50% 감면, 셋째 출산 시 원금 전액 감면, 월 20만 원의 아동수당 제공과 같은 공약은 민주당이 여성 문제를 얼마나 편협하게 인식하고 있는지 잘 보여주었다. 성소수자를 비롯한 피억압민중의 생존권을 담보하는 최소한의 마지노선인 차별금지법은 1997년 최초로 주장된 이후 2002년에는 노무현의 대선 공약집에도 포함되어있었지만 2025년에도 민주당은 ‘사회적 합의’만 반복하며 누군가의 생존을 뒤로 밀어두었다.

 

압도적 정권 교체 실현 위한 '광장대선연합정치시민연대' 제안 기자회견 사진

 

이재명의 ‘우클릭’은 전략이 아니라 본질이다 – 파시스트 극우정당 해체는 민주당의 집권이 아니라 노동자 민중과 청년학생의 총력 투쟁으로만 이루어질 것이다

 

이재명은 조기 대선 국면이 열리기 전부터 반도체특별법 제정과 ‘희망하는’ ‘고소득’ 노동자에 한한 주 52시간 노동제 유연화를 운운하며 문재인 정부보다 훨씬 반동적인 정부의 집권을 예고했다. 민주당이야말로 진정한 ‘보수정당’이라는 자가 진단이 아니나 다를까, 이재명은 대선 후보 자리를 꿰차자마자 극우 인사를 대거 영입하며 스스로를 ‘합리적 보수’로 셀링하기 시작했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이석연 전 법제처장, 권오을 전 한나라당 의원, 이인기 전 한나라당 의원, 심지어는 홍준표 지지자들까지 이재명 선거 캠프에 포괄되었다. 이중 용산 참사를 자살테러라고 말한 이인기 전 법제처장을 영입한 문제에 대한 질문에도 이재명은 “순수하거나 아무 흠 없는 사람들만 모아서 하면 가장 좋겠지만, 국민들의 다양한 의사나 이해를 제대로 반영하기 어려워서 저희로선 최선을 다했다는 말씀”이라는 어이없는 대답으로 일축했다. 심지어 권오을 전 한나라당 의원은 이재명 선거 캠프 영입 이후 “박정희 각하께서 이재명을 말씀”하셨다는 궤변을 늘어놓았지만, 이에 대한 제지는 전혀 없었다. ‘진보 5당’이라는 허무한 이름을 자기들끼리 정답게 부르며 이재명 단일화를 선언한 진보당, 사회민주당, 기본소득당, 조국혁신당은 어땠는가? 같은 선거 진영에 이러한 극우 인사들이 대거 영입되는 문제에 대해 일말의 지적이라도 내놓았는가? 한때나마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후보와 함께 유일하게 차별금지법 제정을 말하는 진보정당 예비 후보로 각광 받았던 김재연은 “혐오와 차별이 극복되고 사회적 통합이 실현되는 성숙한 선진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과제”라는 공동선언문의 관념적인 문구에도 웃음이 만개한 얼굴로 자화자찬을 이어갔다. 진보당 당내에서 비민주적인 후보 미등록과 일방적 단일화에 대한 문제 제기가 치솟는데도 이들은 어떤 개선 조치나 토론조차 추동하지 않았다. 진보당 내 다수의 실로 기회주의적인 태도가 내란 세력 청산과 압도적 정권교체라는 그럴듯한 핑계 앞에 마침내 빛을 발한 것이다.

 

퇴진 광장이 닫히자마자 노동자 민중의 요구는 바로 그 소년공 이재명과 페미니스트 후보 김재연에 의해 땅바닥에 버려졌다. 그렇다면 남은 문제는 어떻게 떨쳐 일어서 민주당과 독립적인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과제를 이어갈 것이냐의 지점 – 다시 말해 파시스트 극우 정당과 맞서는 노동자 민중의 태도가 될 것이다. 12·3 내란 직후에 열린 광장은 지난 박근혜 퇴진 국면에서보다 더욱 예각화된 민중 투쟁의 정치적 요구들을 여실히 반영했다. 이번 광장을 선도적으로 이끈 것은 단연 2030 여성과 성소수자들이었다. 이들은 세종호텔지부,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주얼리분회,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처럼 누구보다 민주노조의 선봉에서 싸우고 있는 투쟁사업장 노동자들과 집중 연대하며 자신들을 정치적 주체로 부상시켰다. “저항하라, 금속노조는 선봉에 선다”나 “민주노총이 길을 열겠습니다”라는 문장에 2030 청년학생이 열광했던 것은 자본가계급 정당으로서 민주당이 가질 수밖에 없는 절대적인 한계를 넘어, 자본주의 체제 아래 필연적으로 벌어질 수밖에 없는 착취와 억압에 진짜 맞서는 투쟁을 조직된 노동자운동 (민주노총)은 이미 오래전부터 해왔다는 이유였다. 실제로 민주노총 산하 민주일반노조가 모집한 민주노총 누구나지회의 경우에는 정 조합원이 아닌 준 조합원의 자격인데도 불구하고 가입 신청 폼을 연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몇백 명의 신규 가입자가 쇄도할 지경이었다. 2030 청년학생은 자본과 권력에 맞서는 민주노조의 양식을 원했고 나아가 자본주의 체제의 근본적 모순들을 변혁하는 조직된 노동자운동의 내용에 환호했다. SNS에서는 윤석열 퇴진 이후로도 민주노총이 계속해서 교체된 정권에 맞서 싸울 수 있으며, 그것은 당연한 일이므로 그때에도 지금과 같이 지지하고 연대해야 한다는 내용의 게시물이 엄청난 공유 수와 함께 퍼지기도 했다. 광장의 2030 청년학생이 원한 것은 무엇보다도 계급정신에 기초한 노동자운동의 투쟁, 그리고 독자적 정치세력화였다. 양 위원장이 4월 29일 임시중집에서 이재명에 대한 지지 사유랍시고 꺼내든 “민주노총의 사회정치적 영향력, 진보정당의 강화(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실질적 실현)”를 위한 기초적인 토대는 이미 광장에서 입증되었다. 오히려 지난 몇 년간 각종 선거에서 고질적으로 나타난 2030 청년학생 사이의 무당층 확대는 이들이 사실상의 양당제 형식에 얼마나 지쳤는지, 새로운 정치세력을 기다리고 있는지만을 입증한다.

 

비록 임원과 현장 간부들의 반대에 의해 다행스럽게도 양경수 지도부의 민주당-민주노총 간 정책협약이 중단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부재하는 대선방침과 중집에서 드러난 양경수 지도부의 무책임한 태도, 진보정당으로서 사표를 내던지고 굴종의 단일화 반열에 끼어든 진보당의 행보는 오늘날 노동자운동과 그에 기반한 진보정당운동의 핵심에 도사린 기회주의, 사회적 합의주의, 소위 ‘반파쇼 인민전선’ 형태를 지향하는 관료적 지도부의 문제를 그대로 까발린다.

 

민주당은 ‘정권교체’만을 위해 대선에 참여한다. 이재명 후보는 유세 중에 계속해서 ‘압도적 정권교체’를 언급해 왔다. 그러나 광장의 대중과 청년학생은 정권교체가 아닌 완전히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고자 한다. 탄핵 광장에서 4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절박하게 부르짖었다. 민주당이 정권을 잡는 것으로 노동자 민중을 위한 새로운 사회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미 오랜 역사가 증명했다. 억압받는 민중과 청년학생이 원하는 것은 노동자계급이 강력한 정치세력으로서 나서 허울만 그럴 듯 할 뿐 진정한 개혁을 만들어낼 수 없는 자본가계급 정당에 맞서 싸우는 것이다. 가식적인 진보 정책과 껍데기뿐인 공약으로 대중의 경멸을 자아내는 보수양당 대신, 진짜 청년학생과 억압받는 민중의 삶과 맞닿는 알짜배기 구호들이 현실에서 실현될 수 있음을 노동자계급의 독자적인 역량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자본주의 체제 존속이라는 근본적 제약에 갇힌 민주당은 당연하게도 노동자 민중의 대안이 될 수 없다. 심지어는 차선책조차 될 수 없다. 외려 진정 국민의힘 해체와 내란세력 청산을 윈한다면, 노동조합,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등에 대한 혐오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며 집권세력에 오른 윤석열과 그의 뒷배인 내란공범 국민의힘에 맞서는 진정한 활로는 ‘반파쇼’ 기조에 의한 민주당과의 야합이 아니라 노동자계급과 피억압민중의 사람다운 삶을 담보하는 정치세력화에 있다.

 

내란 세력 청산이라는 핑계로 민주당과 손을 잡겠다는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의 궤변은 광장에 대한 배반이다. 민주노총이 길을 열겠다는 선언에 환호했던 2030 청년학생은 21대 대선을 둘러싸고 양 위원장이 주도한 퇴보적 논의를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광장에서 투쟁하는 민주노총의 조합원들과 미조직 노동자들, 장애인, 성소수자, 여성, 이주민, 2030 청년학생이 열어둔 새로운 미래로의 길을 양경수 위원장의 마음대로 퇴보하게 둘 수는 없다. 양 위원장은 최근 중집에서 민주노총의 정상화를 사유로 사퇴한 고미경 전 사무처장의 정확한 사퇴 사유를 묻는 질문에 대해 “자세히 모르겠다”는 황당무계한 유체이탈 답변을 내놓은 바 있다. 양경수 위원장은 자세히 모르겠는 그 이유를 찾을 때까지 광장에서 당신에게 열광했던 2030 청년학생 연대자들의 기대 어린 얼굴을 면면이 곱씹어야만 할 것이다. 그리고 노동자계급의 독자적 정치세력화로 나아가는 담대한 방향을, 책임회피가 아니라 계급정신에 의거한 21대 대선의 대선 방침 수립으로부터 열어가야 할 것이다.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