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계속되는 페미사이드, “여성폭력 방치국가 규탄한다”
신림동 등산로에서 너클로 폭행당한 뒤 성폭행 피해를 당한 여성이 19일 끝내 목숨을 잃었다. 작년 7월 인하대 성폭력 사망사건과 9월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그리고 올해 5월 금천구 데이트폭력 살해사건, 지난 17일 신림동 성폭력 살인사건에 이르기까지 여성폭력은 끊이지 않고 있다.
24일 오전 10시 신림동 등산로에 한국성폭력상담소를 비롯한 90개 여성인권시민단체가 모여 ‘공원 여성살해사건 피해자 추모 및 여성폭력 방치국가 규탄 긴급행동 - 성평등해야 안전하다’ 집회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검은 옷을 입고 ‘성평등이 안전이다’, ‘여성폭력 방치국가 규탄한다’, ‘STOP FEMICIDE(여성살해 멈춰라)’ 피켓을 들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20년 19,000여 건이었던 데이트폭력이 2021년 57,000건으로 늘었는데도, ‘반의사불벌죄’가 적용돼 피의자 구속비율은 한 자리수에 머물고 있다. 관련 법안은 2년째 법원에 계류 중이다. 대검찰청의 ‘2022 범죄분석’ 자료를 보면, 2021년 흉악범죄사건 32,242건 중 피해자가 여성인 사건이 87.6%, 28,228건에 달한다.
여성들은 여전히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학교, 직장, 집, 길거리에서 언제든지 폭력을 당하고 살해될 위험에 노출돼 있다.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는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기조하에 최소한에 불과했던 성평등 정책마저 축소하고 있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문화체육부는 작년 성인지 교육 관련 영상제작 용역사업을 진행하면서 ‘성평등’, ‘여성혐오’ 등 특정 단어를 “사용하지 말라”고 검열하기까지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여가부장관은 여성을 대상으로 한 강간살인 범죄에 대해 그 어떠한 입장도 없다.
<참조 기사>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308251032001
2. 일방적 임금체계 개편에 파업으로 맞선 노블랜드 노동자
한국 의류업체 노블랜드 베트남(Nobland Vietnam) 노동자 수백 명이 일방적인 임금체계 개편과 해고에 항의하며 파업을 벌였다. 이 투쟁으로 끝내 사측의 해고계획을 철회시켰다.
노블랜드 베트남은 코로나19 팬데믹과 세계경제위기에 따른 경영위기를 핑계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그러나 사측이 노리는 것은 숙련 노동자 임금 삭감이었다. 해고 명단에 오른 뒤 임금체계 개편에 동의한 노동자들은 계속 일할 수 있었고, 해고를 통보 받은 611명은 전부 새로운 임금체계(생산성에 따른 임금, 성과급제)에 동의하지 않은 장기근속 노동자들이었던 것이다.
노동자들은 임금체계 개편에 찬성할 수 없었다. 17년 동안 일한 여성노동자의 경우 현재 기본급 900만 동(약 49만 원, 기본급이 매년 5% 증가)을 받고 있지만, 임금체계가 바뀌면 기본급이 500만 동(약 27만 원)으로 반토막 나기 때문이다.
노블랜드의 이런 시도는 처음이 아니다. 이미 2021년 12월에도 임금체계 변경을 시도했다가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철회한 바 있다.
<참조 기사>
3. 신입생 모집에서 여학생 배제한 마이스터고 … 인권위 “여성의 교육․훈련 기회 박탈한 성차별”
기업이 채용을 꺼린다는 이유로 마이스터고 신입생 선발 과정에서 여학생을 배제한 것은 성차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 판단이 나왔다.
8월 24일 인권위에 따르면 2022년 당시 중학교 3학년 학생이던 진정인 A씨는 B고등학교 진학을 희망했지만, 해당 학교에서 신입생 모집 시 여학생을 배제해 지원할 수 없었다. A씨는 이것이 성별을 이유로 한 차별이고 교육권 침해라며 진정을 제기했다. 부산의 자동차 분야 마이스터고인 B학교 측은 기업들이 장기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인력을 선호하는 데다 여학생 기숙사 시설이 부족하다고 해명했다. 해당 학교 교육감도 “학교의 설립 목적과 특성에 부합하는 학생 선발이 가능하며, 입학전형 요강에 입학 배제 조건이 있으면 이를 명시할 수 있다”며 학교 측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인권위는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자동차산업에 만연한 성차별 채용 관행은 오히려 공립학교인 A학교가 적극적으로 시정해야 할 사안이라는 것이다. 여학생을 신입생 선발에서 배제한 것은 합리적 이유 없이 성별을 이유로 교육시설 이용에서 특정인을 배제하는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인권위는 보았다.
<참조 기사>
https://www.asiatoday.co.kr/view.php?key=20230824010012751
4. 자본주의 젠더불평등 학습한 AI
AI가 차별의식을 습득하고 있다는 사실이 수많은 사례에서 입증되고 있다. 2019년 구글의 AI는 권총모양의 체온계를 흑인이 들면 ‘권총’으로, 백인이 들면 ‘체온계’로 인식했다. 한국 KT가 출시한 인공지능 스피커 기가지니는 자동차를 좋아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여자라서 그런지 자동차에 관심이 없어요’라고 답해, 자동차는 남성의 전유물이라는 성차별 고정관념을 드러냈다. 스타트업 ‘스케터랩’이 2020년 12월 정식 서비스를 출시한 인공지능 챗봇 ‘이루다’는 초창기에 여성과 성소수자, 장애인에 대해 차별과 혐오 발언을 쏟아내 서비스가 잠정 중단되기도 했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수집하며 AI의 학습이 이뤄지는데, 그 데이터 자체에 이미 사회적으로 누적된 차별의식이 깔려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지난해 7월 미국 뉴욕에서는 기업에서 채용과 승진을 결정할 때 AI의 성차별 가능성을 차단하는 법이 발효됐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런 최소한의 규제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21대 국회 출범 이후 현재까지 AI 관련 법안이 12개 발의됐다. 그중 법안 7개를 합친 일명 ‘AI산업법’(AI산업 육성 및 신뢰 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이 지난 2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통과됐으나, 이 법안에서 AI의 젠더 편향을 극복하기 위한 조항은 보이지 않는다.
<참조 기사>
https://www.ytn.co.kr/_ln/0105_202308201046025330
5. 성인지 교육영상 만들면서 ‘성평등’, ‘여성혐오’ 등 금지어 설정한 문체부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성인지 교육 관련 영상제작 용역사업을 진행하면서 ‘성평등’, ‘여성혐오’ 등 특정 단어를 사용하지 말라고 금지어를 설정한 것으로 밝혀졌다.
작년 문체부는 ‘문화콘텐츠 제작인력 대상 성인지 교육 영상’ 제작을 진행했는데, 당시 제작방향에 “성평등 교육 기본내용 및 문화콘텐츠 제작과정 내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공감 사례 중심”으로 진행한다고 적시돼 있었다. 그러나 이후 기획단계에서는 “영상 속에 ‘성평등’과 ‘여성혐오’ 단어를 안 썼으면 좋겠다. 피해 달라”고 지시했다. 문체부가 직접 작성한 제안요청서의 ‘추진배경 및 필요성’에는 ‘성평등’을 명시하고 있는데도 단어 사용 자체를 금지한 것이다. 제작영상 가편집 과정에도 사전검열이 있었다. 문체부는 당시 제작팀이 인용한 기사에 ‘혐오’라는 표현이 들어 있는 것을 문제 삼았다.
문체부는 한 언론사가 제기한 개입 의혹에 대해 “양성평등기본법에 근거해 ‘양성평등’ 단어를 사용하고 있어서 그에 따라 표현을 써달라고 요청한 사항”일 뿐 검열이 아니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여성혐오 사건이 실재하는 상황에서 이를 ‘톤다운’(순화)하는 것이 오히려 현실 왜곡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주관하는 영상콘텐츠 용역사업에 금지어까지 지정하면서 자초한 검열 논란은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던 정부 기조를 문체부가 충실히 이행한 결과에 다름 아니다. 이는 또한 표현과 사상의 자유를 명백히 침해하는 것이기도 하다.
<참조 기사>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308241406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