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여성 출산율, 비정규직이 대기업 정규직보다 4배 낮아
지난 15일 오후, 부산에서 개최된 <노동정책포럼 주제 발표>에서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의 출산율이 대기업 정규직 여성 노동자의 출산율보다 4배 낮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날 발표를 맡은 문영만 지역노동사회연구소장은 연구 결과를 통해 저출생 개선 대책은 비정규직 위주의 노동시장 구조 완화여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문 소장은 “지난 14년간 15세에서 49세까지의 여성 노동자 출산율 차이를 분석한 결과 일용직 여성의 출산율이 정규직 여성의 출산율보다 4배 낮았다”며 “고용 불안정성과 소득 격차가 출산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는 “가구별 자녀 수 차이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지난 17년간 임시‧일용직 여성 출산율 감소 폭은 0.42명으로 대기업 여성 노동자의 출산율 감소폭(0.18명)과 중소기업 정규직 여성 노동자의 감소폭(0.29명)보다 훨씬 컸다”고 설명했다. 또한 “자가 주택 보유자나 고학력자일수록 출산율이 높고 저소득, 신혼 가구일수록 출산율이 낮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같은 연구 결과는 여성 출산에 대한 구조적 문제 진단이 없는 정책 남발 속에서 진정 집중해야 할 문제점이 어디인지를 명확히 해석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성 노동자의 고용 불안정과 저임금, 장시간 노동 문제가 격화되는 지금, 저출생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비정규직 철폐와 최저임금 인상을 통한 여성 노동자의 생존권 보장, 노동권 보장이 시급하다.
<참조 기사>
https://www.yna.co.kr/view/AKR20240315123300051?input=1195m
2. 삼성반도체 노동자 ‘태아산재’ 첫 인정 … 근로복지공단 업무상 질병판정
임신 중 유해 환경에 노출된 반도체 공장 노동자 자녀의 선천성 질환이 산업재해로 인정됐다. 태아산재법(개정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지난해 1월 시행된 후, 전자산업에서 나온 첫 인정 사례다. 기나긴 역학조사, 까다로운 인정 요건 탓에 그동안 ‘희망고문법’이란 평가도 받았지만, 조금씩 인정 사례가 쌓이는 분위기다.
22일 고용노동부 산하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공단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했던 여성 노동자 3명의 자녀에게 발생한 선천성 질환을 같은 날 업무상 재해로 승인했다. 공단은 “자녀의 질환과 여성 노동자가 수행했던 업무의 인과관계를 인정해 업무상 재해로 판정한다”고 했다. 노동자들이 2021년 5월 시민단체 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 반올림(약칭 ‘반올림’)을 통해 태아산재를 신청한 지 1,037일 만이다.
이번에 태아산재가 인정된 3명의 여성 노동자는 출산 전까지 10여 년간 삼성반도체 생산라인에서 일하다 벤젠, 아세트알데히드, 전리방사선 등의 유해 물질에 노출됐다. 이들의 자녀는 선천성 거대결장증, 무신장증, 발달장애 등의 질병을 안고 태어났다. 질병판정위원회는 여성 노동자들이 △여러 유해 물질에 노출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점 △반도체 업종 여성 근로자에게서 유산의 증거가 확인된 점 등을 산재 인정 배경으로 꼽았다.
반올림은 “이번 산재 인정은 별다른 이름 없이 반복되는 반도체 노동자들의 생식독성 피해에 대해 ‘업무상 재해’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환영했다. 그러면서 “이미 업무상 질병이 인정된 간호사, 전자산업 분야 노동자뿐만 아니라 생식독성 피해를 겪고 있는 다양한 노동자들을 확인하고 안전한 사업장을 만들고자 하는 노력이 전 산업에 걸쳐 진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참조 기사>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32217060003791?did=NA
3. 뉴욕시 재가 요양보호사, 24시간 노동제 중단을 위해 시청 앞 단식농성
미국 뉴욕에서 재가 요양 돌봄노동자들이 뉴욕만 허용하고 있는 하루 24시간 노동제 폐지를 위해 수백 명 규모의 집회를 열고 25명이 넘게 단식하는 파업에 돌입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No more 24!”를 힘차게 외쳤다. 환자의 집에서 24시간 온종일 일하는 이들은 대부분 유색인종 여성이다. 이들은 시의회가 24시간 노동제 폐지와 2교대를 도입하는 법안(No More 24법안, 인트로615)을 여전히 거부하는 행태는 성차별적이고 인종차별적인 살인적 노동착취라 규탄했고 관련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요구하고 있다.
뉴욕은 미국에서 24시간 살인적 노동착취가 허용되는 유일한 곳이다. 노동자가 24시간 재가 돌봄을 해도 임금은 13시간에 대해서만 받을 수 있다. 단식에 참여한 중국 이주 노동자 송귀하는 “오랜 시간 하루 24시간 일하면서 우리 몸은 혹사당하고, 망가지고 아픔과 통증으로 가득 찼다. 자녀와 가족을 돌볼 수 없다. 많은 자매의 건강이 나빠져 우리 역시 환자가 되었다”고 발언했다.
단식 중인 루즈 에스트렐라는 “지난 12년 동안 24시간 교대근무를 했고 때로는 14시간 연속해서 일하기도 했다”며 “가족과 함께 크리스마스나 새해를 보낸 적이 한 번도 없다. 저들은 임금뿐 아니라 건강과 삶까지 훔쳐갔다”고 단식 투쟁의 결의를 밝혔다. 노동착취 반대 청년 단체(Youth Against Sweatshops)의 릴리 랜달은 “내가 아는 가장 용감하고 결단력 있는 여성들과 함께 싸울 수 있어 자랑스럽다. 지금이 우리의 미래를 위해 싸울 때다. 더 이상 24시간은 없다!”고 외치며 동조단식 소감을 밝혔다.
이 투쟁에는 중국노동자협회(the Chinese Staff and Workers’ Association), 여성단체 나는여자가아닌가(the Ain’t I a Woman), 가브리엘라 뉴욕(GABRIELA New York), 노동착취 반대 청년(Youth Against Sweatshops), 뉴욕택시노동자연합(NY Taxi Workers’ Alliance), 뉴욕법률서비스지회(LSSA 2320), 쉬울프베어커리노조(She Wolf Bakery Union), 아마존노조(Amazon Labor Union), 뉴욕대학연구재단교직원지회(Professional Staff Congress), 레드카나리송(Red Canary Song), 아파르트헤이트에는 기술이 없다(No Tech for Apartheid), 비영리법률단체 정의를 위한 동원(MFJ)의 파업 노동자, 자유의길 사회주의조직(Freedom Road Socialist Organization) 등이 함께했다. 자신의 투쟁과 연결해 공동투쟁의 필요성을 밝히는 노동자들의 연대사도 가득했다.
<참조 기사>
4. 정부, 첫해 ‘성평등지수’ 산출 끝내고도 석 달째 비공개
정부가 윤석열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22년 한국 성평등 수준을 보여주는 ‘국가성평등지수’ 산출을 지난해 말 끝내고도 석 달여가 지난 현재까지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간 정부가 해마다 국가성평등지수 산출을 위한 연구를 진행해 그해 연말 또는 이듬해 초 그 결과를 발표한 일에 비춰보면 매우 이례적이다.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는 2022년 국가성평등지수 산출을 위해 지난해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을 통해 <2023년 국가성평등보고서> 연구용역을 진행했다. 2022년 기준 각 분야 통계를 활용한 이 연구는 지난해 12월 20일 종료됐다. 그러나 여가부는 지난해 1월 ‘2021년 국가성평등지수’(75.4점)를 공표한 이후 지금껏 2022년 국가성평등지수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국가성평등지수란 2009년에 국가의 성평등 수준을 계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도록 개발된 지수로, 양성평등기본법에 따라 여가부는 성불평등이 심각한 분야를 진단하고 개선하기 위해 해마다 국가성평등지수를 조사·공표해야 한다. 경제활동(성별임금격차, 경제활동참가율 등), 의사결정(국회의원, 4급 이상 공무원 비율 등), 교육·직업훈련(고등교육기관 진학률 등), 안전(강력범죄 피해자 비율 등), 가족(가사노동시간, 육아휴직자 등) 등 8개 분야를 살펴 점수를 매긴다.
사회 각 분야 성불평등 실태를 드러내는 성평등지수는 국가 차원의 정책을 평가하는 근거가 되는 만큼 지수 발표가 이례적으로 늦어지는 건 그만큼 윤석열 정부가 성평등 정책에 무관심한 결과라는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참조 기사>
https://www.hani.co.kr/arti/society/women/1132933.html
5. 경제문제로 비혼을 선택하는 중국 여성들
중국에서 젊은 여성이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현상이 강화되고 있다. 프리랜서 카피라이터 차이 완러우는 많은 청년 여성과 마찬가지로 결혼이 불공평한 제도라고 생각한다. “이전 세대에 결혼한 많은 사람, 특히 여성들은 자신과 경력 개발을 위해 희생하고 약속된 행복한 삶을 얻지 못했다. 요즘은 내 삶을 사는 것도 충분히 어렵다”고 말한다.
중국은 경기침체로 일자리가 줄어들며 낮은 임금에 청년실업률은 20%대를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실제 청년실업률은 40% 전후라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청년 여성은 결혼을 미루고 있다. 2021년 공산청년동맹이 약 2,900명의 미혼 도시 청년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여성의 44%가 결혼 계획이 없다고 답했고, 평균 초혼연령도 10년 만에 4세 정도 높아졌다.
2020년 출산율은 1.28명으로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며 저출생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었다. 하지만 정부는 최근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의무교육을 단축시키고 혼인 가능 연령을 만 18세로 낮추는 등 현실에 맞지 않는 대책들을 제안하며 가부장적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에 사는 중국 페미니스트 활동가 루 핀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페미니스트 활동은 중국에서 허용되지 않지만, 결혼과 출산을 거부하는 것은 가부장적 국가에 대한 비폭력적 불복종의 한 형태”라고 말했다.
<참조 기사>
https://www.japantimes.co.jp/news/2024/03/07/asia-pacific/society/china-economy-women-singledom/
https://www.etnews.com/20240307000250
6. 일본 고법, 동성결혼 불인정은 위헌
일본 삿포로고등법원이 최근 3월 14일 동성결혼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일본 고등법원의 동성결혼 금지에 대한 위헌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모두의 혼인평등을 위해 활동하는 시민단체 ‘메리지포재팬(marriage for all japan)’ 소속의 동성커플들이 2019년 2월부터 삿포로와 도쿄, 나고야, 오사카, 후쿠오카 등 5곳 지방재판소에 제소한 동성혼 불인정 위헌소송 중 가장 앞선 판결이다.
삿포로고등법원은 판결문에서 “동성커플에게 결혼을 불허하는 것은 합리성이 결여된 차별”이라고 밝히며 동성결혼을 허용한다고 해서 누구에게도 불이익이나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원고 중 한 명인 타카시는 “꿈을 꾸는 줄 알았다”며 판결 결과에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같은 날 1심 법원인 도쿄지방재판소는 헌법 제14조(평등권), 제24조(결혼의 자유) 등을 근거로 동성혼을 인정하지 않는 민법 등의 법률 규정을 ‘위헌 상태’라고 했다. 그러나 두 법원은 국가가 법률을 개정하지 않은 데 따른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했다. 한편 오사카지방법원은 ‘합헌’이라고 판정했다.
일본은 G7국가 중 동성결혼을 인정하지 않는 유일한 국가다. 가시다 총리가 이끄는 일본 정부는 헌법이 이성애자 부부간의 결혼만 인정한다고 주장하면서 혼인법을 개정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동성결혼에 대한 대중적 지지는 꾸준히 상승해 지난해 여론조사에서 72%가 동성결혼 합법화에 찬성했다.
<참조 기사>
https://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46458
https://www.japantimes.co.jp/news/2024/03/14/japan/crime-legal/same-sex-marriage-ruling/
7. 뉴욕 나소 카운티 공화당, 트랜스젠더 운동선수를 표적으로 삼아 우위를 노리다
나소 카운티의 집행관인 브루스 블레이크먼이 나소 카운티 소유의 공공 스포츠 시설에서는 트랜스젠더 여성(MTF)과 여성 청소년이 소속된 스포츠팀의 시설 이용을 금지한다는 행정 명령을 내려 논란이다. 나소 카운티는 뉴욕주에 포함된 지역으로 미국 내 민주당 권력의 중심지였으나, 블레이크먼이 문화 정치(culture war issues) 측면에서 선동을 거듭하며 지역 공화당원을 빠르게 양성해왔다. 2021년 COVID 유행 당시 마스크 의무에 대한 반대 담론을 부상시킨 것은 블레이크먼 식 정치의 일례다.
지난 18일 블레이크먼은 트랜스젠더 올림픽 선수로 큰 인기를 얻었던 케이틀린 제너와 함께 대중 앞에 나섰다. 이날 케이틀린 제너는 트랜스젠더 스포츠 선수의 공공 스포츠 시설 이용을 금한다는 제한적 정책에 대한 지지를 표방했다. 이어 그는 “블레이크와 함께 여성과 여성 청소년들을 보호할 것이며, ‘깨어 있는 의제’를 전면적으로 물리치겠다”면서도 LGBTQ 커뮤니티에 대한 여전한 연대를 언급하기도 했다.
과거 올림픽 선수이자 현 방송 노동자로서 잘 알려진 케이틀린 제너를 대동한 것은 트랜스젠더 혐오 이슈에서 젊은 지지층을 모으려는 공화당의 정치적 선택으로 보인다. 실제 미국 내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화당의 이러한 정치적 행보는 미 대중들에게 일정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조사에 의하면 2021년에는 ‘트랜스젠더’라는 개념을 이해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응답자 중 40%가 트랜스젠더가 원하는 스포츠팀에서 뛰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답했지만, 2023년에는 그 수치가 10%p 하락한 30%에 불과했다. 심지어 트랜스젠더를 알지 못하는 응답자 중 트랜스젠더 운동선수에 대한 지지도는 같은 기간 8%p 하락한 23%로 나타났다.
LGBTQ 인권 단체들의 비판이 예상되는 가운데, 블레이크의 행정 명령이 이대로 실시될 경우 앞으로 공공 시설을 사용하는 모든 스포츠 단체는 회원의 법적 성별에 따라 팀을 남성/여성 또는 혼성으로 명시적 기재해야 한다. 한편 레티샤 제임스 주 법무장관은 이러한 움직임이 “트랜스 혐오적인 모습이고, 매우 위험하다”고 공식 비판했다. 그러나 분리주의에 기반한 우파적 여성 정책이 유럽에서 대두되는 흐름을 고려할 때, 나소군에서 시작된 트랜스젠더 혐오 정치의 불씨는 쉽게 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참조 기사>
https://www.nytimes.com/2024/03/20/nyregion/nassau-trans-women-sports.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