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차 쓰겠다니 해고! 울산 워릭-덕스 영어강사 이주노동자들의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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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신문

연차 쓰겠다니 해고! 울산 워릭-덕스 영어강사 이주노동자들의 투쟁

  • 배예주
  • 등록 2026.03.13 22:00
  • 조회수 483

울산의 영어학원 워릭프랭클린, 덕스어학원에서 일하던 이주노동자 영어강사들이 연차 사용, 노조 가입, 노동조건 개선 요구를 이유로 계약만료 해고와 협박, 비자 통제 등 탄압에 시달리고 있다. 이는 개별 사업주의 일탈이 아니라, 국가와 자본이 이주노동자를 무권리 상태로 내모는 구조적 차별의 결과다. 정주노동자와 이주노동자의 공동투쟁을 확대하자.

 

사진: 전국민주일반노조 부산본부

 

“연차를 자유롭게 쓰고 싶었다. 그러나 사측이 이를 인정하지 않아 원하는 날짜에 휴가를 갈 수 없었다”, “노조에 가입했다”, “돌아온 것은 해고였다” 수십 년 전부터 노동자에게 익숙한 이 이야기가 2026년에도 반복되고 있다. 바로 ‘울산의 대치동’이라 불리는 옥동에 위치한 워릭프랭클린과 덕스어학원 울산캠퍼스 영어강사 이주노동자들의 이야기다.

 

2026년 3월 11일 오전 고용노동부 울산지청 앞 기자회견장에는 고용노동부를 규탄하는 영어 발언과 구호가 울려 퍼졌다. 정주, 이주노동자들이 “워릭! 덕스! 위아 피플 투!(우리도 인간이다!) 투쟁”을 함께 외쳤다.

 

이주노동자 중 회화지도(E-2) 비자로 한국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은 일터에서 사용자의 일방적 노동통제에 시달렸다. 연차를 원하는 대로 쓰지 못하고, 노동시간과 일하는 학원이 일방적으로 변경되었다. 평가기준을 알 수 없이 계약갱신 거부에 시달렸다. 그러다 법대로 연차를 쓰고 싶어 노조에 가입했더니, 사용자는 “노조에 가입한 것에 대해 대가를 치르겠다”고 협박했다. 결국 단체교섭이 결렬되자 2026년 3월 1일부로 워릭에서 일하는 조합원 4명을 계약만료로 해고했다. 덕스어학원 분회장도 5월 1일부로 계약만료를 통보했다. 이렇게 노조에 가입한 이주노동자를 모두 부당하게 해고하고 있다.

 

기자회견에 참가하며 2003년 굴지의 대기업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에서 월차를 쓰고 싶다던 비정규직 노동자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 소망을 말했다가 폭행당하고, 식칼테러까지 당해야 했던 현장. 23년이 지났는데 현장은 똑같다. 이주노동자들 중에 그나마 노동조건이 낫다는 영어강사 이주노동자들조차 ‘원하는 날짜에 연차를 쓰고 싶다’는 이유로 해고당하고 있다. 이 얼마나 허울 좋은 K-민주주의 대한민국인가!

 

이주노동자에게 철저히 배제된 노동권, 노동탄압 백화점

 

워릭프랭클린 옥동원 리아 밀러 해고노동자는 “해고 통보 후 지난달 다시 일을 하라고 계약서를 받아 서명했지만, 아무런 설명도 없이 그 계약서는 다시 회수되고 취소됐다”며, “나는 일을 못한 것도 아니고 학생들을 실망시킨 것도 아니며 우리의 책임을 회피한 것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결국 이유는 단 하나, 우리가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더 나은 노동조건을 요구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주노동자에게 연차 사용권도 노조할 권리도 없는 것인가?

 

덕스어학원 울산캠퍼스에서 5월 1일부 해고 통보를 받은 강사 루시 라워레스는 “우리가 목격한 차별은 조직적이고 잔인하다”며 사측이 “주변 지인과 가족들에게 연락해 노조 탈퇴를 종용하는 파렴치한 짓까지 저질렀”고, “미디어 계정을 샅샅이 뒤져 비자 위반이라는 거짓 주장을 만들어내기 위해 사진들을 왜곡”한 사실을 폭로했다. “계약서는 무기화됐고 노동자들에게 불리한 새 서류에 서명하게 하려고 출입국사무소 신고나 거액의 벌금을 언급하며 협박을 서슴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뿐 아니다. 사측은 정주노동자를 모아 어용노조 설립을 추동했다. 이주노동자들의 정당한 노조 활동을 공격하는 복수노조 탄압까지 자행하고 있다.

 

이주노동자에게 노조할 권리, 노동기본권을 차별하는 탄압은 사용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차별이기도 하다. 한국 자본가계급은 이주노동자를 고용노동부(고용허가제), 법무부 소관으로 구분하고 인권과 노동권 보장 없이 시시때때로 자본이 원하는 인력공급 필요에 따라 주먹구구식으로 ‘사람’을 ‘사용’하고 있다. 기간제법도 취업을 목적으로 하는 이주노동자는 2년을 초과해도 무기계약 노동자로 전환하지 않는다고 서울지방법원이 판정한 것을 대부분 적용하고 있다.

 

잭 민주일반노조 외국어교육지회 지회장은 이주노동자들에게 고용불안과 사측의 통제를 구조화한 이 점을 비판했다. “2년 넘게 일한 이주노동자들이 있는데, 취업비자 노동자를 ‘소모품’ 취급할 명분은 어디에 있는가” 물으며 “이 판례는 ‘기간제’ 굴레의 법적 필연이 아니라 탐욕스러운 사측이 만든 차별의 산물이라는 증거”라고 꼬집었다.

 

배성민 민주일반노조 부산본부부장은 “지방노동위원회가 부당해고를 인정하더라도 이주노동자들은 사용자에게 이적동의서를 받아야 퇴사와 복직이 가능하다”며 이주노동자들이 실제로 복직하기 어려운 구조를 비판하며 “기간제법 차별 철폐와 이적동의서 폐지도 함께 싸워야 할 우리의 과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계열 비자를 가진 이주노동자들은 사업장 변경의 자유가 없다. E-2비자 노동자의 경우, 기존 사업주에게 이적동의서를 받도록 강제당하는데 그 과정에서 절반 정도가 작성 대가로 임금삭감, 퇴직금 포기, 금품지급 등의 권리 침해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답게 살고 싶다! 위아 피플 투!

 

울산이주민센터 김현주 센터장은 20여년 전과 다르지 않은 현실을 개탄하며 “이주노동자들의 부당한 노동 문제는 한국인들이 똑같이 겪는 억울한 일”이라며 “고용노동부는 법무부 소관(E-2비자) 이주노동자라고 회피하지 말고 책임있게 나서라”고 요구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영어강사 이주노동자들의 임금체불과 부당해고 등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 실시와 워릭 덕스 사측의 노조탄압 중단과 부당해고 철회를 요구했다. 아울러 이주노동자에게 비자 차별 없는 기간제법 적용을 요구했다. 제조업 현장이든 서비스업 현장이든 교육현장이든 이주노동자는 ‘이주노동자’라는 이유로 차별당하고 있다. ‘글로벌 K’를 강조하는 한국 일터의 이주노동자 차별은 오직 정주노동자와 이주노동자의 단결로만 극복될 수 있다. “위아 피플 투(We are people too)”는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노동자의 오랜 구호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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