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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원 김정남 동지에게 들어본 여성노동 _워크숍 ‘찾아가는 여성파업’(2)2024년 3‧8 여성파업조직위원회는 여러 사업장의 현장 노동자들과 함께 워크숍 ‘찾아가는 여성파업’을 진행했다. 이번 회차부터는 ‘찾아가는 여성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들을 인터뷰한 글을 소개한다. _편집자 주 2024년 3‧8 여성파업조직위원회에 참가하고 있는 공공운수노조 서울사회서비스원지부 김정남 사무국장을 만났다. 서사원에서 파트타임 정규직으로 일하는 김정남 동지는 13년 차 장애활동지원사다. 서사원 1기로 입사해서 지금은 노조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그는 자기소개를 할 때 ‘여자 사람’이라 끝맺는다. 이름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 때문에 남성으로 오해받는 일이 잦아서다. 5년도 안 돼 서사원 존폐 위기 서울사회서비스원(이하 서사원)은 2019년에 문을 열었다. 든든어린이집, 모두돌봄센터(재가돌봄), 장애인활동지원 등 서울 시민을 위해 공공돌봄을 제공하는 기관이다. 그러나 설립한 지 5년도 안 되어 존폐 위기에 놓였다. 서울시의회에서 서사원 관련 조례 폐지안이 발의되었기 때문이다. 이미 7개의 어린이집 가운데 하나는 문을 닫았고 남은 어린이집도 6월 말까지만 운영하고 민간위탁으로 넘기겠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그나마도 지난해 문 닫겠다는 걸 노조가 파업투쟁해서 겨우 미뤄둔 상태다. 모두돌봄센터는 12개에서 5개(장기요양 4개+장애인활동지원기관 1개)로 줄었다. 회사가 없어진다는 불안감으로 매달 퇴사자가 늘어 돌봄 인력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서사원 안에 있는 4개 노조 가운데 공공노조 서사원지부는 조례 폐지에 맞서 돌봄 공공성을 지켜내기 위해 투쟁하고 있다. 조례 폐지 이야기가 나오기 훨씬 전부터 서울시에서는 서사원 ‘혁신안’이라는 이름으로 인력 감축, 노동조건 후퇴 등을 노동자들에게 강요하며 혁신안을 받지 않으면 문 닫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노동자들은 지금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중”이다. 서사원지부는 교섭을 거듭하고 있지만 김정남 동지 눈에는 서울시가 서사원을 폐지하고 싶어서 안달 난 것처럼 보인다. “말로는 공공돌봄이라지만 돌봄 대상자를 만나기 위해 당연히 필요한 이동시간을 이젠 노동시간으로 안 쳐주려 하는 걸 보니 그동안 나간 돈이 아까웠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센터 수가 줄어 요양보호사의 이동거리는 훨씬 더 길어졌다. 그는 또 이렇게 지적했다. (가운데가 김정남 동지, 출처: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 “코로나19 같은 감염병 주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는데 지금은 이런 걸 대비하는 시기라 봐요. 서울시는 그걸 못 기다리는 건지……. 오히려 민간업자들이 난리를 치고 있어요. 서사원 역할이 분명히 있어요. 표준화된 서비스를 만드는 걸 서사원이 해야 해요. 거기까지 가기 전에 이런 상황 돼서 속상해요.” 공공돌봄, 실험으로 끝날까 걱정돼요 김정남 동지는 3‧8 여성파업조직위원회에서 내건 다섯 가지 요구(성별임금격차 해소, 돌봄 공공성 강화, 일하는 모두의 노동권 보장, 임신중지에 건강보험 적용/유산유도제 도입, 최저임금 인상) 모두가 중요하지만 특히 성별임금격차 해소와 돌봄 공공성 강화 요구에 제일 마음이 간다. 서사원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와 장애활동지원사는 전문서비스직이지만 서울시생활임금만 받는다. 그런데 행정직은 공공기관임금인상가이드라인을 적용받는다. 애초에 설계가 그렇게 되어 있다고 한다. “만일 돌봄노동이 남성이 주로 하는 업무였다면 이렇게 했을까요? 중장년 여성이 주로 하는 업무이다 보니 저임금을 못 벗어나는 것 같아요. 서울시의회에서 자꾸 우리 노동조건을 낮추려고 혁신안을 강요하는 것에도 이런 인식이 깔려 있다고 봐요. ‘여성, 아줌마’가 하는 일, 아무나 데려다 할 수 있는 일 정도로 생각하는 거 말예요.” 물론 현장 조합원 다수도 평생 저임금 불안정/여성 노동자로 살다 보니 “여성 일자리는 원래 그래” 하는 의식이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돌봄 공공성 강화 요구는 서사원 노동자 모두의 관심사다. “지금처럼 기관 존립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엔 굉장히 중요한 의제예요. 앞으로 어르신 비중이 더 높아지기 때문에 장애인, 어린이 못지않게 장기요양 문제가 특히 중요한 돌봄이거든요. 재가돌봄이나 장애인돌봄은, 노동자가 가진 역량에 따라 서비스 질이 달라져요. 정말 천차만별이에요. 민간에선 부정수급과 같은 문제도 많아 도저히 표준화를 못해요. 그런 걸 만들어 내고 사회서비스원을 확대하면서 공공돌봄으로 가야 하는 거죠. 돌봄을 공공으로 끌고 와서 시민에게 혜택을 돌려줘야 해요. 서사원이 공공돌봄을 끌어가고 사회 전체가 보편적으로 누릴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걸 많이 알려야 하는데 이렇게 실험하다 끝날까 봐 걱정이에요. 공공돌봄이 유지, 확대돼야 우리 일자리도 살고 시민도 행복한데 말이죠.” 노동자안전 VS 효율성 돌봄노동은 대면서비스이다 보니 감정노동 부분이 정말 힘들다. 성비불균형으로 어쩔 수 없이 남성 이용자를 서비스해야 하는 경우엔 어려움이 더 크다. 서사원은 남성활동지원사가 민간보다는 많지만 30% 수준에 그친다. 반면 이용자는 남성 비율이 더 높다. 성희롱성 발언은 흔한 일이다. 목욕 등을 도울 때 간접적으로 성기 부위를 처리해달라고 요구받으면 헷갈린다. 진짜 필요해서 그런 건지 즐기는 건지. 기관에 어려움, 개선점 얘기하면 돌아오는 답변은 이렇다. “아들도 키워봤고 남자랑 살아 봤잖아요. 그게 뭐가 문제가 돼요? 너무 유난스러운 것 아녜요? 역량 부족 아녜요?” 요양보호사들도 마찬가지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씩씩한 사람, 멘탈 강한 사람’은 좀 유리하다. 대부분 여성이다 보니 어르신들이 ‘나랑 차나 한 잔 하러 가자, 나랑 연애하자’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한다. 그래도 융통성을 발휘해 대처한다. 무서우니 2명씩 보내달라고 하면 이용자가 ‘안 된다, 집이 좁다, 둘이 오면 정신 사납다’라고 하기도 한다. 더구나 서울시가 ‘효율성’을 강조하니까 기관에서도 서울시 눈치 보느라 1명만 보내려고 한다. 요양보호사가 치매 어르신에게 성추행당하면 기관에선 ‘치매시잖아요’라고 할 뿐이다. “노동자가 갖고 있는 트라우마나 감정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것 같아요. 꾀병 식으로 취급하는 거죠. 심지어 동료들도 그렇게 보는 경우가 있어요. 내놓고 심리치료 받는 건 나은 경우고, 못 버티고 퇴사하는 분들도 있어요.” 어르신 혼자 사는 집에 화장실 문이 아예 없는 경우가 많아 요양보호사들은 주변 공중화장실 위치부터 확인해야 하고 이로 인해 꽤 많은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아줌마, 50대 여자, 살림해 본 사람’이라는 고정관념 장애인이 못하는 일상생활을 지원하는 게 활동지원사의 역할인데 “다른 건 됐고 ‘집안일’만 해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딱 그 용도로 장애활동지원사를 원하면 정말 화가 나요. 그런 분이 생각보다 많거든요. 파출부나 가사도우미 일이 우리 업무는 아니잖아요. 우리가 여자라서 ‘그냥 해 주면 되지’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관리자와 싸워도 시원하게 답이 안 나온다. 보건복지부에 질의하니 고작 ‘지침에 따르고 적절한 협의를 통해서 하라’는 두루뭉술한 답변이 돌아왔다. “저는 음식솜씨가 좋진 않아도 노력은 해요. 이용자를 위해서요. 요리를 잘 못하면 ‘아니 안 해 봤어요? 못한다고요? 여태껏 반찬도 안 만들어봤어요? 일을 너무 못하네. 살림도 제대로 못 해서야 밥 먹고 살겠어요?’ 하며 화를 내요. 많은 이용자가 저희를 ‘아줌마, 50대 여자, 살림해 본 사람’이라 여기고 그러면 당연히 요리를 잘할 거라고 생각해요. 전 손재주가 없어요. 한 번은 머리 땋는 걸 좋아하는 여성 이용자를 만났어요. ‘아이 키워봤으니 머리 잘 땋지 않아요? 딸 있다면서요?’라고 하더군요. 이 일을 남성이 했어도 저런 생각을 했을까? 그렇진 않을 거잖아요. 이런 일은 여자가 더 잘한다, 이 정도는 하겠지 하는 고정관념이 있는 거죠.” 전신마비 장애인 이용자에게 여성, 남성 지원사 둘이 가면 남성 지원사는 힘쓰는 일만 하고 여성 지원사는 밥 차리고 청소한다. 남성 지원사 혼자 가면 목욕 정도만 도와달라고 한다. 그 남성 지원사도 청소, 요리 다 할 줄 아는데 그런 건 안 시킨다. 어르신들은 장애인들보다 더 성별분업 고정관념이 심하다. “‘여성의 일’이라고 판단되는 것, 정말 싫어요.” 김정남 동지는 “이용자님도 장애에 대해 고정관념 갖는 것 싫어하시잖아요? 제가 고정관념 안 갖듯 이용자님도 저에 대해 그래 주세요”라고 말하지만 잘 먹히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렇게 토로했다. “이 일에 대한 사회의 고정관념이 있어요. 돌봄노동=여성이 하는 일. 진입장벽이 낮아서도 그렇고요. 잘하려고 들면 정말 어려운 일인데!” 여성노동이 가치를 인정받았으면 좋겠어요 3‧8 여성파업에 참가하면서 바라는 점이 있는지 물었다. “여성일자리는 급여도 적고 사회적 인식도 낮아요. 여자라서 그럴까요? 전문화되지 않아서 그런 것도 같고. 일하는 여성의 권리가 높아질 수 있었으면 해요. 이 일 하면서, 의미 있고 좋아요. 여성의 일이라 생각해서 하는 건 아녜요. 적성에 맞아서 하는 거지. 3‧8 여성파업이 일하는 여성들에게 ‘일에 대한 권리의식을 가져라’라는 메시지를 줬으면 좋겠어요. 안타까운 게, 요양보호사 가운데도 ‘서사원 없어지면 다른 일 하지 뭐’라고 말씀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럼 전 그래요. ‘왜 그렇게 생각하냐. 대한민국에서 월급제로 일하는 요양보호사, 서사원이 유일하다. 자부심을 가져라. 우리 일에 대한 권리의식을 가져라. 전문화해야 가치를 인정받는다’라고요. 우리 일의 가치를 인정받았으면 좋겠어요.” 그러면서 지금껏 돌봄노동이 돌봄 노동자의 희생으로 이뤄졌지만 앞으로는 사회가 돌봄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성노동, 공공돌봄에 응원이 필요해요! 김정남 동지는 많은 노동자에게, 특히 여성 노동자에게 이 말을 하고 싶다고 했다. “여성의 노동은 일하는 여성을 자립적으로 만들어요. 우리 사회의 여성들이 자신을 위해 당당히 일하고 우리의 권리 요구했으면 해요. 내 일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일한 만큼 사회가 인정해주길 요구하자고요.” 그리고 여성노동, 공공돌봄에 대한 응원을 당부했다. “조합원들이 사실 많이 지쳐있어요. ‘공공돌봄 좋은 거 알겠고 우리가 바로미터인 것도 알지만 2년 넘게 불안정한 상태가 계속되니 힘들다’라고 말하는 분도 있거든요. 여러분의 응원이 필요해요. 시민들이 조금만 더 관심을 갖고 사회서비스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 줬으면 좋겠어요.” 서사원을 지켜내지 못하면 우리 사회의 돌봄이 지금보다 더 무너질 수 있다. 이미 민간 손해보험사에서 요양 분야 쪽을 치고 들어오고 있다. 수명이 늘수록 장기요양보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전망인 상황에서 돌봄 서비스가 민간으로 넘어갈 경우 돌봄 서비스의 양극화가 극심해지고 질이 떨어지기 쉬우며 관련 노동자들의 처우도 훨씬 열악해질 것이다. (출처: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김정남 동지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요양보호사들이 내년이면 40% 정도는 촉탁직으로 넘어가요. 그럼, 다음에 또 누가 들어와야 해요. 노조활동을 하는 이유가 그거거든요. 내 뒤에 오는 누군가는 좀 더 편하게 일했으면 하는 생각에서 이 자리를 지키고 있어요. 돌봄노동뿐 아니라 여성들의 노동에 좀 더 관심 가져 줬으면 해요. 우리 사회에서 여성으로 일하며 살아가려면 정말 많은 게 요구되잖아요. 사회가 이 많은 걸 좀 나눠 가졌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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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대자보] 1호: 모든 현장에서 민주당과 연대하는 ‘진보정당’ 지지철회 운동에 나서자모든 현장에서 민주당과 연대하는 ‘진보정당’ 지지철회 운동에 나서자 - 진보당과 녹색정의당은 자본가들의 손을 잡고 노동자계급의 지지를 구걸하지 마라 2월 13일, 진보당은 민주당과 함께 위성정당을 창당하겠다고 발표했다. 자본가 정당과 함께 당을 만들고, 강령과 공약을 만들고, 후보를 세워 노동자 민중의 지지를 구걸하겠다는 것이다. 진보당 행보는 예견되어 왔다. 작년 4월 전주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진보당은 '고맙습니다 민주당' 슬로건을 걸었고, 당선 이후로도 민주당과의 연대를 노골적으로 표명해왔다. 더욱 참담한 것은 진보당 강성희 의원이 민주노총 조합원 신분으로, '민주노총 후보' 자격으로 당선되었다는 것이고 민주노총은 어떤 제재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2월 17일, 녹색정의당은 민주당 주도 위성정당에는 불참을 결정했으나 민주당과의 정책연합 및 지역구 후보 연대 등을 폭넓게 추진한다고 결정했다. 눈 가리고 아웅이다. 위성정당에 불참하겠다면서도 민주당과 함께 정책을 만들고, 지역구 후보를 세우겠다는 것은 결국 민주당과 연대하겠다는 입장일 뿐이다. '윤석열 정권 심판', 진보당과 녹색정의당이 민주당과 연대하는 명분이다. 그렇다면 윤석열 정권을 심판해야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윤석열 정권이 노동자 민중을 탄압하는 자본가 정치세력이기 때문이다. 자본가 정치세력을 심판하기 위해, 또 다른 자본가 정치세력과 연대한다는 결정이 가당키나 하는가? 심지어 숱한 반노동 공세와 실정으로 윤석열 정권을 만든 일등공신이 바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지 않은가?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와 전혀 다르지 않은 자본가 정치세력일 뿐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건설노조 탄압을 보자. 2021년 10월, "건설노조가 조합원 채용을 강요해왔다"며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 태스크포스>를 출범시켜 건설노조 탄압을 시작한 것은 문재인 정부였다. 윤석열 정부의 건폭몰이는 이를 이어받은 것이다. 화물노동자 탄압은 어떠한가. 민주당은 압도적 국회 다수당으로서 얼마든지 안전운임제를 상시화할 수 있었지만, 여당시절에도, 야당이 된 후에도, 그리고 화물연대 파업 와중에도 화주 자본가들의 편에서 윤석열 정권의 노동탄압을 부추겼다. 자본가 정치세력과의 연대는 계급투쟁의 무덤이다. 이를 용인하지 않기 위한 연대행동은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를 위해 분투해온 모든 이들의 의무다. 다음 요구로 함께 행동하자. 첫째, 민주노총을 비롯한 모든 산별연맹-지역본부-단위노조는 진보당과 녹색정의당 지지철회 입장을 밝혀야 한다. 불과 5개월 전 민주노총은 '노동자 직접정치, 광장정치를 통한 노동정치세력화', '친자본 보수양당 지지를 위한 조직적 결정 금지는 물론 전·현직 간부의 친자본 보수양당 지지행위 금지'를 결정했다. 민주당과의 연대는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쓰레기통에 처박는 행위다. 진보당과 녹색정의당의 행보는 민주노총 정치·총선방침에 대한 노골적 위반이다. 둘째, 3월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민주당 주도 위성정당 창당과 후보·정책연대방침에 동참한 모든 정당과 후보에 대한 지지철회를 요구하는 연대행동을 조직하자. 쓰레기통에 처박힌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현장으로부터 다시 구축하자 2024년 2월 25일 사회주의를향한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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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정세와 노동자계급의 과제 5] 위기 확대, 한국자본주의 정치경제 정세[편집자 주] 지난 1월 27일 사회주의를향한전진을 포함한 6개 단위가 함께 개최한 신년 정세토론회에 제출한 <2024년 정세와 노동자계급의 과제>를 나누어 연재한다. 이 글은 조직적 토론을 통해 제출되었다. ᅠ Ⅰ. 자본주의 위기 지속, 심화하는 노동자계급 생존권 위기 Ⅱ. 제국주의 열강투쟁 격화, 불확실성 확대로 치닫는 세계 자본주의 Ⅲ. 세계 각지 극우세력 부상 Ⅳ. 전쟁위기 확산 Ⅴ. 위기 확대, 한국자본주의 정치경제 정세 Ⅵ. 노동자계급 생존권 위기 심화와 노동탄압 강화 Ⅶ. 노동자 계급운동 대응방향 사진: 뉴스1 1. 한미일-북중러 동맹의 투쟁 격화, 고조하는 한반도 전쟁위기 1월 1일, 윤석열 신년사는 다음과 같다.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3국 협력체계를 구축하여 인태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주도해 나가고 있습니다. 한미 워싱턴 선언에 따라 핵협의그룹(NCG)을 신설하고, 핵 기반의 한미 군사동맹을 새롭게 구축하였습니다. …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에 대비해 한국형 3축 체계를 더욱 강력히 구축하는 데 속도를 낼 것입니다. 올해 상반기까지 증강된 한미 확장억제 체제를 완성하여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을 원천 봉쇄할 것입니다. … 안보의 기반 위에 글로벌 경제안보 네트워크를 촘촘히 구축함과 아울러, 핵심산업과 민생에 직결된 광물, 소재, 부품의 공급망 교란에 대한 대응력을 확실하게 갖추겠습니다. … 방위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하여 수출 대상국과 품목을 다변화하고 2027년까지 대한민국을 방산 수출 4대 강국으로 도약시키겠습니다.” 새해 벽두부터 ‘핵 기반 군사동맹’을 입에 담은 윤석열의 신년사처럼, 전쟁위기가 고조하고 있다. 2023년 8월 캠프데이비드 협정은 ‘인도·태평양 수역 현상변경 반대’를 명시한 사실상의 한미일 군사동맹이며, 오커스와 쿼드에 이은 또 하나의 대중국 포위망이다. 협정문이 명시한 ‘한미일 군사훈련 정례화’ 결의에 따른 북중러와의 군사 대립 확대는 자명하며, 이는 동북아 군비경쟁을 강화하는 핵심 축이다.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열강의 대리전과 마찬가지로, 한반도를 무대로 미중의 대리전 가능성이 높아가는 정세다. 한국 자본주의는 격화하는 열강의 투쟁 속으로 깊이 들어가고 있다. 2023년 12월 21일 국방부에 따르면, 2023년 방위산업 수출계약액은 140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2022년 폴란드 등 4개국이었던 수출 대상국은 2023년 12개로 늘었다(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핀란드, 에스토니아, 노르웨이 등). 2023년 12월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한국은 전체 유럽보다 더 많은 포탄을 우크라이나에 공급했다. 미국의 의도에 따라, 한국이라는 국가 자체가 전쟁기지화 되어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제이크 설리번이 선택지를 제시했다. 한국법은 교전지역 무기수출을 금지한다. 미 국방부는 한국을 설득할 수 있다면, 41일 안에 155mm 포탄 약 33만 발을 항공과 해상으로 수송할 수 있다고 계산했다. … 한국 측은 간접지원이라면 수용 가능하다는 태도를 취했다. 연초부터 포탄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결국 한국은 모든 유럽 국가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포탄을 우크라이나에 공급하는 국가가 되었다.” 한미의 ‘확장억제체제 완성’ 입장에 따라, 억제력을 제공할 무기, 즉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가 확대될 전망이다. 전략폭격기와 전략핵잠수함이 한반도를 감쌀 것이고, 사드 등 대 북중러 미사일 방어체계 확대가 추진될 가능성도 크다. 미국 전략자산은 42년 만의 핵탑재 전략핵잠수함(SSBN)의 부산항 입항을 비롯해 2023년에만 17번이나 전개되었다. 2022년 전략자산 전개 횟수가 5번이었음을 감안하면, 한반도 전쟁위기는 실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전쟁위기가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북한은 2023년 7월 한미핵협의그룹(NCG) 출범에 대해 담화문 발표는 물론, 연이은 미사일 발사로 답했다. 7월 27일 한국전쟁 정전협정일에 강순남 국방상의 발언은 다음과 같다. "이제는 조선반도에서 핵전쟁이 일어나느냐 마느냐 하는 것이 아니라 누가 언제 어떻게 핵전쟁을 일으키겠는가 하는 것이 문제다." 마찬가지로, 7월 20일 미 전략핵잠수함(SSBN) 부산 기항에 대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조건"에 부합한다고 언급했다. 북중러 동맹 강화는 이런 상황을 배경으로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급격히 진전된 중러 경제공조와 마찬가지로, 2023년 9월 북러 정상회담 이후 양국 공조가 빠르게 진척되고 있다. 10월부터 북한에서 러시아로 가는 화물열차 통행량이 급증한 것으로 관측되었는데, 이는 북한의 러시아에 대한 군수물자 공급을 시사한다. 북러 정상회담에서 발표되었듯, 북은 군수물자 공급의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위성개발 협력’, 즉 핵능력 고도화를 달성하고자 한다. 이런 과정에서 2023년 12월 31일, 북은 ‘적대적 두 국가관계’를 공표했다. 12월 30일 노동당 전원회의 5일 차 김정은의 발언은 다음과 같다. “우리가 동족이라는 수사적 표현 때문에 미국의 식민지 졸개에 불과한 괴이한 족속들과 통일 문제를 논한다는 것이 우리의 국격과 지위에 어울리지 않는다”, “북남관계는 더 이상 동족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전쟁 중인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됐다.” 2. 구조적 위기 심화 1) 미중 투쟁 한복판, 위기의 한국경제 2023년 한국 무역수지는 99조 8천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경상수지는 500억 달러 흑자). 상품수출은 6,327억 달러로 전년보다 7.4% 줄었고, 수입은 전년보다 12% 줄어 6,427억 달러로 집계됐다. 특히 중국 수출이 급감해 180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는데, 대 중국 무역적자는 1992년 한·중 수교 이래 처음이다. 이에 반해 미국 수출은 2023년 5.4% 상승해 45억 달러(약 60조 원) 흑자를 기록했다. 제국주의 투쟁 격화에 따라, 안보와 경제가 직결되는 상황이다. 앞서 밝혔듯, 각국 보호주의 산업정책과 공급망 재구축 시도에 따른 공급과잉은 구조적이며, 이는 무역의존도 높은 한국경제를 잠식하고 있다. 한국 주요 산업으로 부상한 배터리 산업에서도, 이미 중국과의 경쟁 격화에 따른 공급과잉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제조업 재고율은 2008-2009년 국면보다 훨씬 높음은 물론 IMF 위기 국면과 비슷한 수준으로 높게 유지되고 있으며 이는 자산회전율의 추세적 저하로 드러나고 있다. 한국 제조업 재고율(1996-2023, 좌). 한국 제조업 총자산회전율(2015-2023, 우) 한국 생산자물가지수(2007-2023, 좌). 한국 공급물가지수(2007-2023, 우) 한국 자본은 곤혹스럽다. 기존 시장이 막혀 재고율이 올라가고 자본회수도 어려운 와중에, 자재와 부품수급 비용이 높은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 세계 자본과 마찬가지로, 한국 자본은 이전보다 잘 팔리지도 않는 상품을 더 비싸게 만들어내야 하는 처지다. 이윤축적의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 2) 기업파산 급증과 PF 부채위기 수출 감소에 더해 기업 파산도 급증 추세다. 2023년 11월까지 법인파산 신청건수는 1,508건, 파산비율은 0.18%로 파산건수와 비율 모두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고금리에 따라 기업 이윤창출능력이 떨어지는 상황을 말하는데, '2022년 연간 기업경영 분석'(2023년 10월 25일 발표)에 따르면 2022년 전산업 평균 이자보상비율(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은 348.57%로 전년(487.9%)보다 139.3%포인트 떨어졌다.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기업 비중은 42.3%로, 전년보다 1.8% 늘어 한은이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금리 지속에 따른 금융비용이 급증했고, 이것이 기업파산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현 부동산 PF 위기는 이를 집약해 드러낸다. 1월 15일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2023년 3분기 말 기준 전체 금융권의 건설·부동산업 대출 잔액은 608조 5천억 원으로 집계됐다. 2023년 3분기 비은행권의 건설·부동산업 기업대출 연체율은 각각 5.51%, 3.99%로 2015년 집계 이래 가장 높고, 2022년 동기 연체율(건설업 1.77%, 부동산업 1.55%)과 비교해 3배 안팎으로 뛰었다. 지속되는 건설·부동산산업 위기는 건설노조 공안탄압의 중요 토대이며, 위기 지속에 따라 타 산업 노동조합으로도 확대될 공산이 높다. 회사채와 어음 금리는 2022년 말 레고랜드 사태 직후 급등해 지금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자본의 자금융통이 어려워지고 있으나, 미국 고금리가 유지되는 한 한국 자본주의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이윤축적의 위기 앞에, 한국 자본주의는 노동자 민중에게 더 큰 고통을 강요하고 있다. 어음금리(2022-2024년 초, 좌). 회사채금리(2022-2024년 초, 우) 2024년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정부는 85조 원 수준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시장상황에 맞춰 조속히 집행하고, 필요시 유동성 공급을 추가 확대한다고 한다. 레고랜드 사태에 심하게 덴 정부는, 총선을 앞두고 위기 확대를 막기 위해 고심이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수용에서 드러난 이렇다 할 대주주 책임도 없는 자본 구제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요구하는 ‘피해자 선 구제’에 대한 정권의 단호한 거부와 그 자체로 대비된다. 정권이 말하는 ‘공정성’이 허구에 지나지 않음을 제반 조치가 드러내고 있다. 3. 2024년 정부 경제정책 방향, 반공투사 윤석열 정부의 총체적 무능 정부는 한미일 동맹 강화와 함께 이념전쟁에 열 올리고 있을 뿐,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는 구조적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현 상황에서 총선 결과를 예단하기 어려우나, 여당이 총선에서 패배할 경우 정권은 급속한 권력누수에 직면할 수도 있다. 역으로, 이런 정권의 정당성 위기가 급격한 공안통치 확대로 이어질 공산도 높다. 정부가 1월 4일 발표한 2024년 경제정책방향은 현 위기에 대응하는 정부의 무능과 난관을 그대로 드러낸다. 정부가 내놓은 R&D 세액공제 확대, 비수도권 개발 부담금 완화, 소비증가분 추가 소득공제, 국외 과일 30만 톤 신속 수입, 영세소상공인 전기료 감면 등은 죄다 단기 정책들일 뿐이다. 이런저런 규제완화 등 판에 박은 자본 지원조치 이외, 정부에게 이렇다 할 대책은 없다. 윤석열 정부의 ‘긴축재정’ 역시 모순 그 자체다. 2023년 60조에 가까운 세수부족 사태에도 불구하고 법인세율 인하에 이어 금융투자소득세와 상속세 인하 등 부자감세를 추진하고 있고, 태영건설 워크아웃 수용 등 자본구제에 앞장서고 있으나 노동자 민중에게는 사회복지예산 감축 등 궁핍을 강요하고 있다. 특히, 서이초 사건에도 불구하고 교육예산 7조 원을 감축하는 등 모순적인 행보는 정권에 대한 노동자 민중의 분노를 높이고 있다.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정권은 ‘지속가능한 국민연금’ 등 모호하나 분명한 방향을 담아 국민연금 개악을 예고했는데, 이 역시 생존권 위기에 고통받는 노동자 민중의 분노를 촉발할 공산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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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소심해서 투쟁합니다_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박재정 동지 인터뷰경상북도 구미의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투쟁을 보고 많은 사람이 대단하다고 한다. 외국 자본에 맞서 고작 11명의 조합원이 가압류와 가처분을 이겨내며 싸우고 있다. 언제 공권력이 투입될지 아슬아슬하고 하루가 멀다 하고 사측이 찾아온다. 당사자의 절박함은 전국의 동지를 끌어모으고 옵티칼 투쟁을 굴러가게 한다. 11명의 조합원 중 박재정 조직1부장을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했다. 비정규직의 서러움 재정 씨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이하 옵티칼)에 입사하기 전, 공장 세 곳에서 일하며 경험을 쌓아왔다. 옵티칼 직전에 다녔던 공장은 정규직 자리인 줄 알고 입사했는데, 알고 보니 협력업체 소속이었다.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는 ‘단정해야 한다’며 두발 규정이 있었다. 머리를 기르거나 염색하면 안 됐다. 공장 안에선 휴대전화 사용도 금지됐다. 어느 날, 고등학교 동창을 공장 안에서 만났다. 반가웠다. 알고 보니 같은 공장에서 일하고 있던 거였다. 그런데 이상했다. 동창은 긴 염색 머리를 하고 있었다. 손에 휴대전화도 쥐고 있었다. “00아, 핸드폰 쓰면 안 되는 거 아냐? 머리는 또 왜 그래?” “아, 괜찮아. 우리한텐 아무도 뭐라고 안 해.” 동창은 정규직이었다. ‘우리한텐’이라니, 재정 씨는 감정이 상했다. 차별이었다. 월급이 많은 곳이었지만 오래 다니고 싶진 않았다. 재정 씨는 딱 1년을 채운 후 그만두었다. 첫인상은 좋았는데… 2011년 5월 9일, 재정 씨는 정식으로 옵티칼에 입사했다. 면접을 보러 와서 받은 첫인상은 ‘와, 엄청 깨끗하다’였다. 외벽은 유리벽이 많았고 내부도 깔끔했다. 주차장도 컸고 ‘면접비’라며 하얀 봉투에 2만 원을 넣어서 주었다. 입사 후 재정 씨는 쭉 한 공정에서 일했는데, ‘단면 포장’ 공정이었다. 필요한 크기로 잘린 원단은 테두리가 거친데, 그걸 약 400장 쌓아서 기계로 깔끔하게 잘라 내는 게 재정 씨의 일이었다. 하루 12시간, 3조 2교대 근무는 힘들었고 방진복 속에서 마구 흐르는 땀은 티셔츠에 소금꽃을 피웠다. 한 달 정도 지나서야 적응되었다. 2019년, 회사는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당시 회사는 물량이 줄었다며 직원들에게 근무시간 중 반은 원래 일을, 나머지 반은 청소만 시키고 있었다. 너도나도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망해 버릴 것만 같은 회사에서 미래를 찾기 어렵다고 생각한 듯했다. 재정 씨도 휩쓸렸다.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그런데 고민이 들었다. 아내의 배 속엔 첫째 아이가 있었다. 아내가 만삭인데 희망퇴직을 한다는 건 너무 불안한 일이었다. 담당자에게 전화해서 희망퇴직 신청을 취소하겠다고 했다. 2020년, 1년 만에 회사는 또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만약 목표한 숫자만큼 희망퇴직하지 않으면 해고도 하겠다고 했다. 재정 씨는 화가 났다. 재정 씨는 근속연수도 많고 부양가족도 많아서 해고 대상자가 될 일은 없었지만, 회사의 무책임함은 재정 씨를 분노하게 했다. 노동조합을 찾았다. “저희 다 조합원이고 다들 조합비도 내는데 왜 노조가 우릴 지켜주지 않습니까?” 돌아온 대답은 예상 밖이었다. “싸웠다가 회사가 다 접고 일본으로 가겠다고 하면 어떡해.” 그렇게 노동조합은 싸우지 못했고 700여 명의 노동자 중 약 57명이 남았다. 그 후, 코로나19로 중국 공장이 폐쇄되면서 구미 공장의 물량이 엄청나게 늘자 100명을 새로 뽑았다. 새로 들어온 사람 중 대다수는 이전 희망퇴직으로 나갔던 사람이기에, 알려 주지 않아도 다들 알아서 척척 일했다. 물량은 많고 반가운 얼굴도 잔뜩 돌아오니, 회사가 잘될 것 같은 분위기였다. “박서방 어떡해!” 2022년 10월 4일, 장인어른과 장모님이 집에 오셨다. 다 같이 저녁을 먹고 있었다. TV엔 뉴스가 나오고 있었는데 화면 아래쪽에 속보가 나왔다. 구미 옵티칼 공장에 큰 화재가 발생했다는 거였다. 직원 단체방에서 화재 사진과 영상이 쉴 새 없이 올라왔다. 곧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방송이 나왔다. “관리사무소에서 알려드립니다. 현재 구미4공단에서 큰 화재가 발생하여 연기와 재가 아파트 방향으로 날아오고 있습니다. 주민분들께선 건강과 청결을 위해 창문을 닫으시길 바랍니다.” 급히 뉴스를 검색하니 공장이 엄청난 불에 휩싸여 있었다. “박서방 어떡해!” 가족 모두가 얼어붙었다. 재정 씨는 몸과 생각이 모두 멈춰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2022년 11월 4일, 회사는 청산을 문자로 통보하며 희망퇴직할 기회를 준다고 했다. 만약 희망퇴직하지 않으면 해고라고 했다. 재정 씨네는 아이가 둘이다. 당시 첫째는 2살, 둘째는 고작 7개월이었다. 아내가 돈을 버는 것도 아니었다. 막막했다. 재정 씨는 노동조합 설명회를 찾았다. 금속노조의 간부들이 회사가 ‘먹튀’를 했다며, 이길 수 있는 투쟁이라고 했다. 자신감 있어 보였다. 장인어른도 찾아갔다. 재정 씨의 장인어른은 한국노총 사업장에서 위원장을 15년이나 한 경험이 있었다. “아버님, 제 상황이 이런데, 투쟁이 고민됩니다.” “박서방, 한번 해 봐. 안 하는 것보다 좀 나을 거야.” 재정 씨는 고민 끝에 투쟁하기로 마음먹었다. 희망퇴직 신청 마지막 날인 12월 16일, 재정 씨가 투쟁에 합류했다. 탄압과 고공농성, 절박함과 홀가분함 그 후로 많은 일이 있었다. 노동조합이 유의미한 활동을 못 한 8개월과 굴착기를 맨몸으로 막아서던 날, 전세 보증금이 가압류되었음을 확인한 날, 단전(斷電), 단수(斷水)를 아등바등 버텨내는 날이 이어졌다. 건강도 안 좋아졌다. 원래 재정 씨는 약을 자주 먹으면 몸에 내성이 생긴다며 감기약도 안 먹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젠 매일 약을 15개나 먹는다. 회사의 탄압은 재정 씨에게 많은 스트레스를 주었고 고지혈증, 고혈압, 협심증, 신경불안, 역류성 식도염 등이 생기게 했다. 2024년 1월, 회사는 청산의 마지막 절차로 공장 건물 철거를 원했다. 절차상 구미시청의 승인이 필요한데, 구미시청은 곧 승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만약 전부 철거하면 청산은 빠르게 마무리될 거고 노조의 투쟁은 더 어려워진다. 조합원들은 걱정이 많았다. 1월 8일 아침, 재정 씨가 평소처럼 노동조합 사무실로 왔다. 뭔가 이상했다. 박정혜 수석부지회장과 소현숙 조직2부장이 공장 건물 옥상에 있었다. 분위기도 무거웠다. 이지영 사무장에게 물었다. “지영아, 현숙이 누나랑 정혜 누나 왜 저깄어?” “고공농성... 시작이야.” “그게 뭔데?” 재정 씨는 고공농성이 뭔지도 잘 몰랐다. ‘누나들이 왜 안 내려오는 거냐고. 얼른 내려오라 하라고’ 지영 씨를 붙들고 말했다. 2024년 2월 16일 오전 10시, 법원집행관이 ‘공장철거방해금지가처분’ 중 일부를 집행하겠다고 찾아왔다. 경찰들도 함께했다. 노조 사무실을 회사에 넘기겠다는 거였다. 정혜 누나와 현숙이 누나가 고공농성에 돌입한 지 40일 차였다. 전국에서 약 1,000명의 동지가 모여 주었다. 다 같이 공장을 둘러싸고 법원 집행관과 사측에게 ‘돌아가라’고 외쳐댔다. 그날 재정 씨와 조합원 대부분은 약 4M 높이의 틀비계에 올랐다. 온몸에 쇠사슬을 감은 채였다. 재정 씨는 처음엔 겁이 났지만 조합원들과 다 같이 그 위에 앉으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목숨을 걸어서라도 막아내겠다는 절박함 속에서 이상하게 홀가분함이 동시에 느껴졌다. 아내는 투쟁이 격해지는 걸 볼 때면 재정 씨를 말렸다. “오빠, 이렇게까지 해야 돼? 이제 그만하면 안 될까?” 아내의 걱정과 만류는 재정 씨를 고민하게 했으나, 재정 씨는 아내를 설득했다. 여기까지 온 게 아깝다고. 회사는 가압류 풀고 싶으면 반성문 쓰라는데 그럴 수는 없다고. 날 조금만 더 믿어달라고. 그때마다 아내는 재정 씨의 설득에 기꺼이 넘어가 주었고 그때마다 재정 씨는 아내가 많이 고마웠다. 집을 나설 때, 아내와 서로 ‘투쟁!’이라고 인사를 주고받기도 한다. 소심해서 투쟁을 포기할 수가 없습니다 재정 씨는 성격이 소심하다. 작은 거 하나라도 꽂히면 헤어나오질 못한다. 계속 생각하고 고민한다. 가끔 “재정 동지, 생각 좀 그만해요. 어떻게 그러고 살아요”라며 조합원들에게 잔소리도 듣는다. 전세 보증금이 가압류된 후 재정 씨는 꽤 오랫동안 혼자만의 시간에 빠져들었다. 아이들 교육 때문에 이사 가야 하는데 보증금을 못 받으니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소심함이 재정 씨를 포기하지 못하게 한다. 그만두고 다른 직장을 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재정 씨는 알고 있다. 만약 포기하고 떠나면 계속 눈앞에 조합원들이 아른거릴 것을. 고공에 누나들을 두고 왔음에 괴로울 것이다. 재정 씨의 소심함은 재정 씨가 매일 ‘투쟁!’을 외치게 하는 동력이다. 서로에게 미안함 없이 마음 편하게 함께 살 방법을 재정 씨는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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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정세와 노동자계급의 과제 4] 전쟁위기 확산[편집자 주] 지난 1월 27일 사회주의를향한전진을 포함한 6개 단위가 함께 개최한 신년 정세토론회에 제출한 <2024년 정세와 노동자계급의 과제>를 나누어 연재한다. 이 글은 조직적 토론을 통해 제출되었다. ᅠ Ⅰ. 자본주의 위기 지속, 심화하는 노동자계급 생존권 위기 Ⅱ. 제국주의 열강투쟁 격화, 불확실성 확대로 치닫는 세계 자본주의 Ⅲ. 세계 각지 극우세력 부상 Ⅳ. 전쟁위기 확산 Ⅴ. 위기 확대, 한국자본주의 정치경제 정세 Ⅵ. 노동자계급 생존권 위기 심화와 노동탄압 강화 Ⅶ. 노동자 계급운동 대응방향 24.02.17.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파괴된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알발라 (사진: getty images) 오슬로 평화연구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진행 중인 분쟁은 55건이며, 평균 8-11년 정도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0년 전 평균 7년간 지속된 33건의 분쟁에 비해 많이 증가한 수치다. 세계 인구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20억 명이 분쟁의 영향을 받는 지역에 거주하며, 2023년 초까지 전 세계적으로 강제로 이주당한 사람들의 수는 1억 8천만 명에 달했다. 세계 곳곳에서 전쟁과 분쟁이 확산하고 있다. 1. 장기화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열강의 균열 장기화하는 러우전쟁 앞에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던 유럽과 미국의 피로도가 커지고 있다. 바이든은 10월 20일 우크라이나 610억 달러, 이스라엘 143억 달러 지원을 포함한 안보예산 1,050억 달러 승인을 의회에 요청했으나 공화당 반대로 이스라엘 지원 예산만 우선 처리되었다(이는 결국 2월 13일 처리되었다). 유럽연합은 우크라이나에 500억 유로를 지원하기로 약속했지만, 헝가리의 반대와 독일의 예산 전용에 대한 위헌 판정 문제로 2023년 12월 현재 보류 상태다(이후 2월 1일 500억 유로 지원에 합의했다). 이에 반해 러시아는 미국과 유럽의 제재를 버티고 있다. 러시아는 2023년 2분기 4.9%, 3분기에는 5.5% 성장률을 기록했다. IMF는 2023년 러시아 경제성장률을 2.2%, 2024년 성장률을 1.1%로 전망하고 있다. 장기화하는 전쟁으로 미국과 유럽의 피로감이 누적된 가운데, 중동 분쟁으로 서방의 전선이 확대되고 있는데, 유가 60불 가격상한제 등 제재조차 온전히 관철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은 트럼프의 부상으로도 이어지고 있는바,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지원 거부와 당선 시 24시간 내 종전을 공언했다. 심지어 트럼프 집권 시 나토 탈퇴설까지 불거지는 상황은, 그 자체로 미국 헤게모니의 심대한 균열을 드러낸다. 중국은 러시아를 지탱하는 핵심축이다. 그간 중국이 북러 정상회담에 대외적으로 이렇다 할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으나, 우크라이나 전쟁에 있어 사실상 러시아 지지 입장 등을 밝혀온 경과에서 볼 때 북중러 블록화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 이를 증명하듯, 러시아가 중국에 공급하는 가스는 2022년보다 46% 이상 늘어 사상 최고치에 달할 전망이다. 서방의 러시아 금융제재 이후 러-중 위안화 결제 비율은 급증해, 양국 무역거래 시 위안화 결제비율은 80%, 러시아 외환거래 중 위안화 비중은 2023년 7월 기준 44%에 달한다. 2.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학살이 불러온 중동위기 극우파 네타냐후, 네타냐후보다 더한 극우파에 잠식된 이스라엘 정부는 2만을 훌쩍 넘는 사망자를 내고서도 팔레스타인 학살을 지속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둘러싼 역학으로 볼 때, 현 사태는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다. 네타냐후 정부는 행정부의 사법부 통제 강화 방안이 담긴 사법재편에 대한 이스라엘 내 대중적 저항을 무력화하기 위해서라도 미국의 권고조차 무시한 채 학살을 지속하고 있다. 대선을 앞둔 바이든 정부는 우크라이나에서 중동으로 확대된 전선을 제어하지 못한 채 무력한 모습을 비치고 있다. 부패한 팔레스타인 정부는 대표성은커녕 존재감조차 없다. 이란은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확전을 원치 않는다는 입장이나, 중동 위기가 확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상존한다. 하마스의 공격과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학살로, 2020년 아브라함 협정에 기반해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가 목전에 두던 관계정상화 협정은 무력화되었다. 2018년 트럼프 정부가 일방 파기한 이란과의 핵합의 복원도 불가능해졌다. 2023년 3월 중국 중재로 이루어진 이란과 사우디 관계정상화 전망 역시 불투명하다. 이스라엘의 학살과 함께, 중동 전역에서 전쟁 위기가 커지고 있다. 최근 홍해(아랍과 아프리카 사이)와 호르무즈해협(이란과 오만 및 아랍에미리트 사이)에서 위기가 고조하고 있다. 이란이 지원하는 시아파 예멘반군 ‘후티’는 이스라엘로 향하는 모든 선박을 표적으로 삼겠다는 경고와 함께 2023년 11월부터 홍해를 경유하는 상선을 30여 차례 공격했고, 이란은 1월 11일 미국 유조선을 나포했다. 미국은 20여 개 국가를 모아 다국적 함대를 결성했고, 1월 11일에는 예멘 30여 곳을 폭격했다. 홍해는 수에즈 운하를 통해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핵심 수송로인바, 해상 컨테이너 물동량 3할을 포함한 세계 해상 상품무역량 12%가 이 경로를 통과한다(홍해 좌남단 지부티에는 미국과 중국의 해군기지가 10km도 되지 않은 거리를 두고 들어서 있다). 수에즈 운하를 거쳐 유럽-아시아-미국을 연결하는 무역로가 차단되었고, 희망봉 우회로로 컨테이너를 운송함에 따라 해상물류비가 급증했다. 마찬가지로 이란 앞바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원유 수송로다. 세계 석유 소비량 20%와 LNG 소비량 20%가 매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사우디·이란·아랍에미리트·쿠웨이트·이라크가 생산하는 원유 대부분, 최대 LNG 수출국 카타르가 생산하는 천연가스 대부분이 호르무즈해협을 거쳐 수출된다. 현 사태는 원유가격과 물류비 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3. 폭증하는 군비와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 억압 심화 러우전쟁 발발 이후 전 세계적으로 군비가 급증하고 있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2022년 세계 군비 지출이 8년 연속 증가해 사상 최고치인 2조 2,400억 달러로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중 유럽 군비 증가율은 13%로 가장 급격히 증가했다. 아래는 2014년(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점령한 해) 당시 GDP 대비 국방비 지출 2% 가이드라인을 지키는 나토국가가 3개에 불과했음에 반해, 2023년에는 가이드라인 이상으로 지출하는 국가가 11개로 급증했음을 드러낸다. 국방비 증가는 사회복지예산 비중 축소를 동반한다. 2022년 키프로스, 불가리아, 룩셈부르크를 제외한 모든 EU국가에서 GDP 대비 사회보장지출이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군비증강과 재도입된 EU재정준칙 아래1), 사회보장예산 비중 축소 추세는 지속될 공산이 높다. 1) GDP 대비 부채비율이 90%를 넘는 국가는 연 1%, 부채비율 60-90%인 국가는 0.5%씩 부채비율을 줄여야 한다. 국방예산 GDP 2% 가이드라인을 넘긴 나토회원국이 급증했다(좌). GDP 대비 사회보장지출 비중은 거의 모든 유럽국가에서 감소했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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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여성뉴스 브리핑] 미국 노동운동의 새로운 주도자, 흑인과 라틴계 여성 노동자1. 노동시장에서 밀려난 2030 여성의 절망, 자살률 증가에 영향 노동시장의 여성 소외가 젊은 청년 여성층의 자살률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민아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지난 12일 논문 ‘노동시장에서의 위기 심화와 청년 여성 자살률’(한국여성학)을 통해 이 같은 분석을 밝혔다. 논문에서 인용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청년 여성의 자살률은 2011년부터 2017년까지 계속해서 줄어드는 추세였으나, 2018년 반등한 후 꾸준히 증가했다. 이 교수는 청년 여성의 자살률이 실업률보다는 비정규직, 시간제 노동 비중과 양적 상관관계를 보인다고 밝혔다. 청년 여성 노동자의 비정규직 비율은 2011년부터 2018년까지 정체되었다가 2019년을 기점으로 급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20년 코로나19가 발생했고 더 많은 여성이 고용의 양적, 질적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이 교수는 부연했다. 또 그는 ○ 청년 여성 중 구직단념자의 비율 증가 ○ 노동시장에서 여성의 주변화와 배제 ○ 생활의 어려움, 미래 불확실성이 겹치는 아노미 상황 등을 자살률 증가의 추가 요인으로 꼽았다. 이 교수에 의하면 청년 여성의 자살률 증가는 단순 정신병리학 차원이 아니라 좀 더 세밀한 노동시장 내 차별의 문제로 분석되어야 한다. 이 교수는 “여성의 노동시장 주변화와 배제는 결혼-출산 규범이 아닌 노동 중심의 생애 계획을 갖고 있는 여성에게 미래 전망을 어둡게 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참조 기사> https://m.yna.co.kr/view/AKR20240211028800004?input=1195m 2.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이주여성 노동자 임금은 10년이 넘어도 최저임금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사회복지지부가 16일 여성가족부 앞에서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족센터에 재직 중인 결혼이주여성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과 차별철폐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족센터는 ‘다문화가족지원법’에 근거해 세워진 여성가족부의 다문화가족 적응과 안정적 사회 정착을 돕는 기관이다. 이주여성 노동자들은 이곳에서 주로 ‘결혼이민자 통·번역 서비스 사업’을 담당하는 통·번역사와 ‘이중언어교육지원’을 담당하는 이중언어 코치로 일한다. 사회복지지부가 지난 8일부터 ‘가족센터 및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이중언어코치, 통·번역사 노동환경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이에 따르면, 전체 131명의 응답자 중 84.7%(111명)가 호봉 기준표에 따른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선주민 노동자에게 적용하는 호봉 기준표를 결혼이주여성 노동자에게 적용하지 않는 불합리한 차별이 벌어져 온 것이다. 이러한 차별은 수당과 명절휴가비에서도 나타나는데, 전체 응답자 중 16.0%(21명)가 경력 수당을 적게 받거나 전혀 받지 못했고, 51.9%(68명)가 가족수당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또한, 전체 응답자 중 58.8%(77명)가 시간외 근무수당을 적게 받거나 전혀 받지 못했고, 16.0%(21명)가 명절휴가비를 제대로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이중언어 코치로 일하고 있는 A씨는 12년째 재직 중이지만 여전히 최저임금을 받는다. A씨는 “임신 후 근로시간 단축 등의 선주민 종사자들이 받는 혜택을 전혀 받지 못했다”며 “결혼이주여성 노동자는 육아휴직도 제대로 쓰지 못하고, 모유 수유조차 보장받지 못해 눈물을 흘리고 있다”고 폭로했다. <참조 기사> https://worknworld.kctu.org/news/articleView.html?idxno=504058 3. 미국 노동운동의 새로운 주도자로 나선 흑인과 라틴계 여성 미국 노동조합에서 흑인 여성 노동자의 비율이 2023년 현재 기존 10.3%에서 10.5%로 증가했다. 라틴계 여성 노동자의 경우 기존 8.5%에서 8.8%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얼핏 보기에 미미한 증가지만, 미국 비노조 일자리가 무서운 추세로 늘어나는 점을 고려하면 무척 인상적인 수치로 평가된다. 미국 내 노동조합 활동을 보장받는 일자리의 비율은 2023년 10%까지 떨어졌다. 이는 미국 노동부가 1983년 데이터 수집을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폭스바겐 공장 조립 부문에서 일하는 노동조합 활동가 욜란다 피플스(Yolanda Peoples)는 최근 노동조합의 조직 경과가 지난 어떤 때보다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아프리카계 여성 노동자를 중심으로 현장 노동조합 활동이 고양되고 있으며, 제너럴모터스(GM), 포드, 스텔란티스를 상대로 한 3사 노조 동시 파업 승리의 경험이 흑인 여성 노동자들에게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캘리포니아주 베이(Bay) 지역의 공공부문 노조 부대표인 셸시 배스(Shelsy Bass) 역시 지난 8개월 간의 협상에서 유색인종 여성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큰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셸시 부대표에 따르면 유색인종 여성 노동자들은 육아휴직 연장 등을 요구하며 노동조합이 훨씬 강력한 승리를 얻어 내는 데에 일조했다. 이는 미국 노동조합의 여성들이 임금 외에도 유연한 일정, 유급휴가, 건강보험과 같은 혜택을 더 많이 받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와도 일치한다. 한편, 아프리카계와 라틴계 미국 여성 노동자들이 운동의 주체로 나아가는 와중에도 노동법은 유색인종 여성의 노동조합 가입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아시아계 미국인 여성 노동자의 노동조합 가입률은 2022년 9.1%에서 2023년 7.8%로 더욱 가파르게 감소했다. <참조 기사> https://www.npr.org/2024/02/05/1228933397/union-membership-black-and-latina-women-2023 4. 유명무실한 육아휴직제도 … 대안은 유연근무 활성화? 유연근무제는 시차출퇴근제(자율출퇴근제)부터 재택근무제도까지 형태가 다양하다. 전통적인 근무시간이나 장소에 구속되지 않고, 노동자의 생활패턴, 업무량, 일의 성격 등을 고려하여 탄력적으로 근무시간을 조절하는 게 유연근무제의 도입 취지다. 고용노동부는 유연근무제가 직장과 가정생활 양립에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보고, 관련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이에 따라 재택과 원격근무를 넘어 시차와 선택근무를 포함하는 유연근무 전반에 걸친 컨설팅과 인프라 구축 지원 등을 확대하기로 하고 관련 예산 153억 원을 편성했다. 정부가 발표한 유연근무제 확산 지원 계획이 일과 육아 병행에 도움이 될지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린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과도한 모성보호제도 확대가 오히려 근로자의 경력 단절을 심화시킬 우려”를 강조하는 한편 “시간선택제와 탄력근무제 등 폭넓은 유연근무제를 확산시켜 휴가·휴직에 편중된 제도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며 “유연근무제는 계속근로를 전제로 하므로 경력 단절 우려와 대체인력 확보에 대한 부담이 적고, 적절히 활용할 경우 생산성 향상도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일‧육아 병행을 위한 노동자 직접 지원보다는 노동시간 제도 개편에 힘을 더 실어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자들의 생각은 어떨까.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2022년도 한국 가구와 개인의 경제활동’ 보고서에 따르면, 유연근무제에 대해 부정적으로 답한 비율보다 긍정적으로 답한 비율이 높았다. 유형별로 살펴보면 시차출퇴근제가 생산적이라는 응답이 53.1%로 가장 높았고, 선택근무제(41.8%), 원격근무제(34.7%), 재택근무제(25.7%) 순이었다. 문제는 아직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기업의 비율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은 같은 보고서에서 2022년 기준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사업장이 불과 8.8%라고 밝혔다. 정부는 유연근무제 확대 지원 방침을 밝히면서 노동자의 ‘시간선택권’을 강조하고 있지만, 유연근무제 활용 실태를 보면 노동시간과 장소에 대한 사용자의 재량권 강화로 이어지는 사례가 허다하다. 유연한 노동시간과 근무형태는 사용자 입장에서는 생산성 향상을 기대할 수 있는 반면, 노동자 입장에서는 노동시간 불규칙성 및 불확실성을 증대해 신체 및 정신건강 악화, 산업재해 유발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유연근무제 등 노동시간 제도 개편에서 핵심은 노동자에게 시간 주권이 있느냐(노동시간에 대한 노동자의 재량권 확보 여부)일 것이다. <참조 기사> https://www.newsis.com/view/?id=NISX20240209_0002622814&cID=10221&pID=10200 5. 스리랑카, 기후위기가 증가시키는 가정 폭력 스리랑카의 많은 여성은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가족 소유의 작은 땅에서 농작물을 재배하거나 농장 노동자로 일한다. 그런데 기후위기로 인해 홍수와 가뭄이 빈번해지고 기온과 강수 패턴이 변하며 농작물 피해가 주기적으로 생기면서 농촌 지역 여성의 가정 폭력이 악화되고 있다. 외딴 지역에 사는 카루나라트나는 수년간의 가뭄으로 농사에 실패하면서 수입이 줄자 자신에게 화풀이하는 남편에게 맞아 병원에 입원했다. 보복이 두려워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여성 농부는 “경제적 문제가 생기면 결국 두들겨 맞게 되죠. 돈 문제를 이야기하다 보면 싸움으로 번집니다”라고 말했다. 스리랑카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21년 스리랑카인의 4분의 1 이상이 농업에 종사하고, 그중 약 3분의 1이 여성이다. 연구자들은 농사 실패, 소득 감소로 경제적 어려움에 빠지면 남성이 가족 구성원에게 좌절감을 표출하기도 하면서 여성의 가정 폭력 피해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스리랑카는 기후위기로 인한 기상재해를 가장 크게 입은 국가 중 하나다. 최근 10년 동안 기후로 인한 재해와 위험이 1973~1983년에 비해 20배나 증가했다. 2019년 스리랑카 통계청이 처음으로 실시한 여성폭력에 관한 설문조사에서 여성의 40%가 파트너로부터 신체적, 성적, 경제적, 정서적 폭력을 당했다고 답했다. 가정 폭력은 잘 연구되지 않은 기후위기의 부작용이다. 특히 빈번해지는 폭염, 가뭄, 홍수, 폭풍으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이 악화하고 이것이 분노와 폭력을 유발할 수 있는 가난한 나라에서 더욱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참조 기사> https://www.japantimes.co.jp/news/2024/02/15/world/society/domestic-violence-climate-change-sri-lanka/ 6. 미세플라스틱, 여성 건강에 더 치명적 생수 1리터당 플라스틱 입자 24만 개가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나왔다. 심지어 생수병 뚜껑을 여닫는 과정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생수뿐만 아니라 화장품이나 세안제, 치약, 의약품, 세탁세제 등에 사용하는 작은 플라스틱 알갱이인 마이크로비드(microbead)는 이제 통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러한 제품들은 하수구로 버려져 해양오염의 원인이 되고, 물고기를 통해 돌고 돌아 다시 인간의 몸속으로 들어온다. 미국 컬럼비아대학 연구팀에서 분석한 플라스틱 입자 24만 개 중 나노 플라스틱은 무려 90%에 달했다. 김영아 일산백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상대적으로 입자가 큰 미세플라스틱은 몸속에 들어오기 전에 걸러지거나 몸 밖으로 배출될 가능성이 있지만, 나노 플라스틱은 DNA 크기 정도로 작으므로 우리 몸 어디든지 침투해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여러 연구에서 입자가 작은 미세플라스틱은 혈관을 통해 전달되면서 폐와 뇌, 태반, 모유, 고환(정자)에서도 검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여성의 경우 “혈관이 많은 자궁이나 난소 같은 생식기관에 미세 플라스틱이 침투해 생식기능이 약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단 바다로 흘러 들어간 플라스틱 쓰레기는 회수하기 매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미세플라스틱의 농도는 꾸준히 증가할 전망이다. 이처럼 여성과 아이(태아 포함)뿐만 아니라 전 인류와 지구상 모든 생물종이 플라스틱의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플라스틱 사용량과 생산량의 절감 노력, 오염 유발 기업에 대한 강력한 책임 부여가 뒤따라야 한다. 지구 공동체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 위기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정부와 기업에 즉각적인 행동을 촉구해야 한다. <참조 기사> https://www.mygoyang.com/news/articleView.html?idxno=77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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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로부터 이끌어 내는 3‧8 여성파업 _워크숍 ‘찾아가는 여성파업’(1)2024년 3‧8 여성파업조직위원회는 여러 사업장의 현장 노동자들과 함께 워크숍 ‘찾아가는 여성파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여성파업조직위원회의 활동과 여성파업의 의미, ‘찾아가는 여성파업’의 진행 취지와 내용을 살핀다. 이어서 다음 회차부터는 ‘찾아가는 여성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들을 인터뷰한 글을 소개하려 한다. _편집자 주 역행하는 시대, 돌파하는 우리의 투쟁, 2024년 3‧8 여성파업 2024년 3‧8 여성파업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가 지난해 11월 발족되었다. 2월 현재, 변혁적여성운동네트워크 빵과장미와 사회주의를향한전진 등 총 30여 개의 단체들이 조직위에 결합해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조직위는 그동안 더욱 많은 지지와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해 ‘여성파업 첫발떼기 토론회’, ‘오픈 마이크’, ‘찾아가는 여성파업 워크숍’ 등을 진행해 왔다. 조직위에는 공공돌봄, 반도체, 고속도로 관리 등 여성이 다수인 여러 사업장 노동조합과 여성단체, 인권단체들이 함께하고 있으며, 오는 3월 8일 국제여성의 날 여성파업대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3월 8일 여성파업대회는 오후 12시 20분부터 서울 보신각 앞에서 열린다. “여성이 멈추면, 세상도 멈춘다!”는 구호를 외치며 여성해방, 노동해방의 날에 성큼 다가가려 준비하고 있다. 2024년 3‧8 여성파업은 무엇이 다른가? 그동안 세계 각국에서 여성파업이 여러 차례 진행되었다. 세계 첫 여성파업은 아이슬란드에서 열렸다. 1975년 10월 24일 오후 2시 5분, 아이슬란드 전체 여성의 90%가 파업을 벌였다. ‘2시 5분’은 남성 노동자와 동일한 임금을 적용했을 때 당시 여성 노동자의 임금 수준이 2시 5분까지 수준밖에 안 되었던 것에서 착안했다. 첫 여성파업에 여성들은 임금노동과 무급 가사노동, 돌봄노동을 모두 거부하고 거리로 뛰쳐나왔다. 그리고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 광장에서 열린 파업 집회에는 당시 아이슬란드 전체 인구의 10%가 넘는 2만 5,000~3만 명의 여성이 참여했다. 여성들은 “우리가 멈추면 세상이 멈춘다!”, “유치원을 늘려라!”, “임금을 평등하게 지급하라!”, “성폭력을 멈춰라!” 등 평등과 권리를 외쳤다. 이후 독일, 폴란드, 아르헨티나, 스페인, 아일랜드, 스위스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여성파업이 일어났다. 그러나 19세기 중반 뉴욕의 직물공장에서 일어난 파업을 비롯해 여성 노동자들은 초기 자본주의 시기부터 파업투쟁의 오랜 전통을 만들어 왔다. 이러한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을 기념하기 위해 1910년 8월 제2인터내셔널 사회주의자 여성대회에서 여성 사회주의자들이 매년 3월 ‘국제여성의 날’ 행사를 개최하자고 제안하면서 시작했고, 1917년 3월 8일, 러시아에서 여성 노동자들이 ‘빵과 평화’를 요구하며 벌인 대규모 파업 시위는 러시아 노동자계급 혁명의 도화선이 됐다. 한국에서도 여성 노동자들이 집단적으로 파업한 사례가 있다. 아이슬란드에서보다 더 일찍 1923년 7월 3일에 경성에서 여성파업이 일어났다. 경성 여성 노동자들의 파업이 대대적으로 일어난 것은 아니지만, 당시 경성의 4개 고무공장에서 100명이 넘는 여성 노동자가 임금 삭감 중단과 무례한 일본인 감독 해고를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다. 이후에도 여성 노동자들의 고공 농성이나 여성 노동자들이 주도한 크고 작은 파업과 투쟁이 있었다. 3월 8일 국제 여성의 날을 맞이해 집회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1975년 아이슬란드에서 ‘2시 5분’에 여성파업을 벌인 것처럼 한국에서는 2017년에는 ‘3시 STOP 조기퇴근시위’가 일어났다. 이는 2020년부터 2021년까지 ‘3시 STOP 여성파업’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여성 노동자들의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오프라인 시위가 어려워지면서 ‘3시 STOP’ 투쟁은 휴식기를 갖게 되었다. 이러한 여러 여성파업과 2024년 3‧8 여성파업의 가장 큰 차이점은 개별 노동자들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자발적이며 실제적인 파업을 이끌어 내려 한다는 점이다. 중앙 단체의 지침에 따른 집회 참여에 그치는 여성파업이 아니라 여성파업의 의미를 새기며 왜 여성파업을 벌여야 하는지, 각각의 노동자들이 여성파업에 참여해야 하는지를 깊이 고민하며 만들어 가려 하는 것이 큰 차이점이다. 이러한 차이를 더욱 널리 퍼트리고 뿌리 내리게 하기 위해 조직위는 3월 8일 이전에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워크숍 ‘찾아가는 여성파업’이 그중 하나다. 톨게이트지부와 함께한 ‘찾아가는 여성파업’ 톨게이트지부의 ‘찾아가는 여성파업’은 2월 3일에 진행되었다. 톨게이트지부 노동자들은 여성파업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일상에서의 여성차별, 사회적으로 만연해 있는 여성차별을 지적했다. 2019년, 7개월 동안 직접고용 투쟁을 벌인 톨게이트지부는 전체의 80%가 조금 넘는 수가 여성 노동자다. 톨게이트지부 노동자들은 투쟁을 하며 고용불안과 지독한 차별에 맞서 싸워 왔다. 때문에 자신들이 일터와 가정, 사회에서 겪는 차별과 그 문제점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투쟁을 하면서 그동안 여성차별을 스스로도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여 온 점을 알게 되었고, 투쟁 후 지부 외의 주변 노동자들이 여전히 여성차별을 차별로 인지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안타까웠다고 했다. 워크숍에 참여한 한 노동자들은 “여성차별을 인식하고 여성차별을 타파할 힘을 기르게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노동자 스스로가 주변 노동자들에게 이에 대해 더욱 알려야 한다”고 했다. “차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끌어내야 대대적인 여성파업도 조직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 노동자도 있었다. 더불어 한 노동자는 “차별과 차이가 다름을 알고 차이에 대해서는 서로 인정하고 지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워크숍에서는 3월 8일 당일 여성파업대회에 참여하지 못할 경우 개별 노동자들이 할 수 있는 투쟁 방식에 대한 여러 이야기도 오고 갔다. 각자 일하는 공간에서 일손을 일정 시간 동안 놓거나 외출을 하지 않는다던가 하는 작지만 대대적인 활동을 벌일 수 있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KEC지회와 함께한 ‘찾아가는 여성파업’ 2월 13일 진행된 KEC지회의 ‘찾아가는 여성파업’은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은 왜 여성 동지들만의 것인지 부채의식이 평소 있었다”는 남성 노동자의 이야기로 시작되었다. KEC지회는 2010년 파업 이후 계속해서 노조탄압에 맞서고 있으며 악명 높은 ‘승격 성차별’에 여성 노동자, 남성 노동자가 함께 저항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의 남녀 차별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여전히 퍼져 있는 남녀 고정 관념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어 그에 대한 답답함과 해결 방안에 대한 고민들이 오고 갔다. 특히 얼핏 보기에는 KEC 사업장 내 ‘승격 성차별’이 투쟁을 통해 해소된 듯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워크숍에 참여한 한 노동자는 투쟁 이후 “승진, 승급에서 여성 노동자와 남성 노동자의 갭은 줄었지만 최근에는 아예 승진, 승급 자체가 전체적으로 멈췄다”고 지적했다. 또한 “월급 수준이 최저임금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라는 점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한 노동자는 “세상이 내일 아침 당장 바뀌리라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본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소수라 하더라도 깨어 있는 사람이 되어 그 물결을 계속 퍼트려 나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조직이나 사업장이라는 틀을 벗어나 같은 대한민국에서 같은 노동을 하는 계급으로서, 남녀를 떠나서 활동 영역을 넓혀 가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고 말했다. KEC지회에서는 2019년부터 매년 3월 8일 어용노조 여성 조합원을 포함한 여성 노동자들에게 빵과 장미 그리고 핸드크림과 같은 선물을 나누며 국제 여성의 날의 의미를 되새긴다. 워크숍에 참여한 노동자들은 당시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어용노조 조합원들과 하나로 힘을 모을 수 있는 기대를 비치기도 했다. 워크숍 ‘찾아가는 여성파업’은 크게 취지 발언, 국제 여성파업 사례 소개, 토론, 깃발 만들기 순서로 진행되었다. 깃발 만들기 시간에는 각 사업장의 구호가 적힌 깃발 여백에 워크숍에 참여한 해당 사업장 노동자들이 여성파업에 대한 각오, 다짐, 의미 등을 직접 적었다. 2월 19일 현재까지 조직위와 함께 변혁적여성운동네트워크 빵과장미는 톨게이트지부와 KEC지회 이외에도 서울교통공사(이하 서교공) 책읽는여성노동자모임,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확대간부회의), 비정규직이제그만 부산울산경남모임, 공공운수노조 울산본부 상근간부와 교육공무직지부 노동자들과 함께 워크숍 ‘찾아가는 여성파업’을 진행했다. 서교공 책읽는여성노동자모임에서 진행한 ‘찾아가는 여성파업’ 토론 시간에는 “민주노총이 진행하는 파업과 어떻게 다르냐?”는 질문이 제기되었고, 여성파업이 진정한 의미를 가지려면 현장에서부터 토론하고 실천하고 조직해야 한다는 점을 이야기했다.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확대간부회의에서 진행한 ‘찾아가는 여성파업’에는 참가자들이 대부분 남성 노동자였다. 참가 노동자들은 다소 낯설 수 있는 내용을 진지하게 함께했다. ‘찾아가는 여성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들이 공통적으로 느낀 점은 여성해방이 여성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여성해방을 이루기 위해서는 여성 노동자, 남성 노동자, 성소수자 노동자, 장애 노동자, 이주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정규직 노동자가 노동계급, 노동자라는 이름으로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2024년 3‧8 여성파업은 그 시작이 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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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쓰레기통에 처넣은 진보당에 분노한다2월 13일, 진보당은 민주당과 함께 위성정당을 창당하겠다고 발표했다. 자본가 정당과 함께 당을 만들고, 강령과 공약을 만들고, 후보를 세워 노동자 민중의 지지를 구걸하겠다는 것이다. 진보당의 행보는 예견되어 왔다. 작년 4월 전주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진보당은 ‘고맙습니다 민주당’ 슬로건을 걸었고, 당선 이후로도 민주당과의 연대를 노골적으로 표명해왔다. 더욱 참담한 것은 진보당 강성희 의원이 민주노총 조합원 신분으로, ‘민주노총 후보’ 자격으로 당선되었다는 것이고 민주노총은 어떤 제재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권 심판’, 진보당을 포함한 위성정당 창당세력이 민주당과 연대하는 명분이다. 그렇다면 윤석열 정권을 심판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윤석열 정권이 노동자 민중을 탄압하는 자본가 정치세력이기 때문이다. 자본가 정치세력을 심판하기 위해, 또 다른 자본가 정치세력과 연대한다는 결정이 가당키나 한가? 심지어 숱한 반노동 공세와 실정으로 윤석열 정권을 만든 일등공신이 바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지 않은가?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와 전혀 다르지 않은 자본가 정치세력일 뿐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건설노조 탄압을 보자. 2021년 10월, “건설노조가 조합원 채용을 강요해왔다”며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 태스크포스>를 출범시켜 건설노조 탄압을 시작한 것은 문재인 정부였다. 윤석열 정부의 건폭몰이는 이를 이어받은 것이다. 화물노동자 탄압은 어떠한가. 민주당은 압도적 국회 다수당으로서 얼마든지 안전운임제를 상시화할 수 있었지만, 여당시절에도, 야당이 된 후에도, 그리고 화물연대 파업 와중에도 화주 자본가들의 편에서 윤석열 정권의 노동탄압을 부추겼다. 자본가 정치세력과의 연대는 계급투쟁의 무덤이다. 이를 용인하지 않기 위한 연대행동은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를 위해 분투해온 모든 이들의 의무다. 다음 요구로 함께 행동하자. 첫째, 일터와 지역에서 민주당과의 연대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히고 토론을 조직하자. 총선은 물론 모든 사안에서 민주당과 독립적인 노동운동이 필요함을, 자본가 정치세력과 독립적인 노동자계급운동이 필요함을 토론하자. 둘째, 진보당 행보는 민주노총 정치·총선방침에 대한 노골적인 위반인바, 민주노총을 비롯한 모든 산별연맹-지역본부-단위노조는 진보당 및 진보당 후보에 지지철회 입장을 밝혀야 한다. 불과 5개월 전 민주노총은 ‘노동자 직접정치, 광장정치를 통한 노동정치세력화’, ‘친자본 보수양당 지지를 위한 조직적 결정 금지는 물론 전·현직 간부의 친자본 보수양당 지지행위 금지’를 결정했다. 민주당과의 위성정당 창당은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쓰레기통에 처박는 행위다. 셋째, 오는 3월 25일 전국 16개 권역에서 열리는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민주당 주도 위성정당 창당에 동참한 모든 정당과 후보에 대한 지지철회를 요구하는 연대행동을 조직하자. 2024년 2월 15일 사회주의를향한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