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정세와 과제4] 2023년 정부 예산안, 자본가 부담은 줄이고 노동자 민중의 부담은 늘리는 ‘균형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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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신문

[2023년 정세와 과제4] 2023년 정부 예산안, 자본가 부담은 줄이고 노동자 민중의 부담은 늘리는 ‘균형재정’

  • 양동민
  • 등록 2023.01.12 14:13
  • 조회수 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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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연합뉴스

 

2023년 정부 예산안이 지난 12월 24일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자본가에게는 덜 걷고 더 퍼주고, 노동자 민중에게는 더 걷고 덜 주겠다는 것이 2023년 예산안에 담긴 윤석열 정부의 방향이다. 윤석열 정부는 노동자민중에겐 한없이 ‘작은 정부’, 자본가들에겐 ‘큰 정부’가 되겠다고 공언했다. 결국 윤석열 정부가 표방하는 ‘균형재정’은 노동자 민중을 위해 쓰일 예산을 자본가에게 넘겨주어 만드는 균형재정이다. 그 주요 내용을 살펴보자. 


자본가에게는 ‘크고 든든한 정부’


법인세율 인하, 반도체산업 지원


법인세율을 1%p씩 낮춘다. 2023년도 예산안과 함께 국회를 통과한 법인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연간 영업이익 3,000억 원 이상 대기업에 적용되는 최고세율(25%→24%)을 포함해 과표구간 세율을 1%포인트씩 낮추는 내용이 담겨있다. 2021년 기준 최고세율을 적용받는 3,000억 원 이상 과표구간에는 약 103개 기업이 포함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2023~2027년 법인세 감세액은 24조4천억 원에 달한다.** 대기업 세액공제도 늘린다. 정부는 반도체·배터리·바이오 등 국가첨단전략산업 시설에 투자하는 대기업 세액공제를 6%에서 8%로 늘렸다. 


정부는 산업지원을 위해 돈을 아끼지 않는다. 반도체에는 1조 원의 재정을 지원하는데, 이를 통해 반도체 인력양성을 2만6천 명으로 확대하고 반도체 관련 유망기술 R&D 지원을 3,900억원으로 늘린다. 차세대 전지 기술력 선점과 기술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해 배터리 R&D에도 2030년까지 1조 원 이상을 투입한다. 


자본가 고충처리에 전광석화 같은 정부


그런데도 자본가들은 불만족스러운 모양새다. 세계가 ‘조국이 먼저다’라며 자국우선주의, 보호주의를 강화하는데, 왜 한국은 그 흐름에 뒤쳐지냐는 것이다. 11월 30일, 한국무역협회는 ‘8%의 세액공제는 글로벌 트렌드에 한참 뒤쳐진다’는 불만을 토로한다.


“미국에서는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자국 내 반도체 설비투자 기업에 25%의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한다. 일본 정부는 반도체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7,740억 엔(7조 5,000여 억 원) 규모의 보조금을 편성했다.”

“대만 정부는 최근 자국에 본사를 둔 반도체 기업의 연구·개발(R&D) 및 설비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비율을 15%에서 25%로 높이는 '산업혁신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유럽연합(EU)도 움직이고 있다. EU는 최근 430억 유로(약 60조 원)가 투입되는 '유럽반도체법'(ECA)에 합의했다.”

“25% 세액 공제를 추진하는 미국·대만 사이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어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


전경련은 12월 22일 “법인세제 개편안 여야합의에 대한 입장”에서 법인세율 인하폭이 충분하지 못해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안타까움을 토로하더니, 이틀 뒤인 12월 24일에는 ‘반도체특별법 관련 조세특례제한법 국회통과에 대한 코멘트’에서 세액공제를 8%까지밖에 안 올렸다며 다시 한참 불만을 터뜨렸다. 그런데 일주일여가 지난 2023년 1월 3일에는 반색하며 새로운 입장을 발표했다.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시설투자에 대한 투자세액공제율을 대기업은 최대 25%, 중소기업은 최대 35%까지 상향하도록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마련하겠다는 정부의 결단을 환영한다.”


아니, 세액공제를 8%로 상향하는 개정안을 발표한 게 일주일 전이다. 그 사이 또 개정안을 낸다니, 정부가 언제 그런 결단을 했던가? 기사를 찾아보니 2023년 1월 10일, 기재부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반도체·이차전지 등 국가전략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기업·중견기업의 사업시설 투자에 대한 기본공제율을 8%에서 15%로 올린다고 한다. 임시투자세액공제까지 합치면 전경련이 말하는 ‘최대 25%’ 투자세액공제율을 대기업에게 안길 수 있는 내용이다. ‘반대의견이 있는 기관과 단체, 개인은 1월 12일까지 반대의견을 제출할 수 있고 반드시 구체적 이유를 명시하라’고 한다. 10일 발표한 예고안에 대해 12일까지 반대의견을 구체적 이유와 함께 제출하라니, 제출하란 건지 말란 건지 잘 모르겠다. 전경련의 아쉬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불과 일주일 만에 법을 또 바꿀 수 있는 성실한 정부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 밖에도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12월 22일 ▲금융투자소득세 2년 유예와 증권거래세 단계적 인하 ▲종합부동산세 공제한도 9억원으로 상향과 1세대 1주택 과세기준 12억 원으로 상향 ▲가업상속공제한도 대상 기업 연 매출액 4,000억 원 미만에서 5,000억 원 미만으로 인상 ▲가업상속공제한도 500억 원에서 600억 원으로 인상 등에 합의하며 자본가들의 세금 부담을 다방면으로 완화해주었다.


노동자민중에게는 ‘작은 정부’


공공요금 인상: “위기 비용은 노동자민중이 감당하라”


기업들이 내야 하는 각종 세금은 깎는 반면에, 정부는 내년도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을 대폭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전기요금은 2022년 인상된 것보다 3배가량 더 오른다. 2022년 전기요금 인상액은 1킬로와트시(kWh)당 19.3원이었는데, 정부가 발표한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 담긴 내년 인상액은 kWh당 51.6원으로 작년보다 2.7배 높다. 가스요금도 작년보다 1.5배~1.9배 오를 예정이다. 산업부와 가스공사는 2023년 가스요금을 메가줄(MJ)당 최소 8.4원(2.1원씩 네 분기) 혹은 최대 10.4원(2.6원씩 네 분기) 인상하는 방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미 2022년 주택용 가스요금은 네 차례(4·5·7·10월)에 걸쳐 5.47원 올랐는데, 2023년 가스요금은 작년보다 최소 1.5배에서 최대 1.9배 더 오르는 셈이다.***** 


전기, 가스요금 인상 명분은 한전과 가스공사의 적자와 미수금 해소다. 작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LNG 가격이 급등해 전력도매가격 또한 2배 이상 올랐다. 한전이 발전사에서 사오는 전력구매 단가가 전기요금을 넘어서기 때문에 한전 적자는 계속해서 증가해 2022년 영업적자는 34조 원에 이르렀다. 한전이 적자를 메꾸기 위해 발행한 회사채 규모도 13조9,900억 원에 이른다. 가스공사 미수금도 2022년 말 기준 1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전쟁으로 LNG 가격 자체가 높은 가운데다 ‘킹달러’로 수입물가가 더 오른 결과다.


한전과 가스공사 적자가 전쟁위기와 에너지위기로 빠르게 늘어나고 있고, 이를 누군가 감당해야 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리고 윤석열 정부는 그 부담을 오롯이 노동자 민중에게 지우려 한다. 전기·가스요금 뿐 아니라 지하철과 버스요금도 대폭 오를 예정이다. 서울시 지하철과 시내버스 기본요금은 올해 4월 말부터 각각 1,550원과 1,500원으로 오른다. 이 또한 서울교통공사의 매년 9,200억 원 적자, 시내버스 65개 업체의 5,400억 원 적자운영을 막는다는 명분이 따라붙는다. 서울교통공사 적자는 70%가량이 노인 등 무임승차에서 발생한다는 점에서 응당 국가가 책임져야 하며, 그 필요는 지금과 같은 고물가 시기 더욱 절실하다. 시내버스 적자는 그 본질이 ‘준공영제’, 즉 버스회사는 자본이 소유하고 그 운영비용은 국가가 책임지는 기형적 제도에 기인한다는 점에서 버스의 완전공영화로 풀어야 할 문제다. 서울시에 버스운영 적자가 쌓여도, 버스 자본은 수백억 원대 배당을 받아간다. 사모펀드 자본이 버스회사들을 인수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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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지출 축소

한편 주거빈민, 노인 등 복지지출 예산은 대폭 삭감됐다. 공공임대주택 예산은 2022년 20조8천억 원에서 2023년 15조7천 억으로 약 5조원(24.2%) 감소했다. 반면 공공분양주택 예산은 전년 대비 1조1,138억 원이나 늘었다. 주거취약층을 위한 ‘임대주택’ 예산을 줄이고, 이를 집을 살 수 있는 중간소득계층을 위한 ‘분양주택’으로 돌린 것이다. 

공공 노인일자리도 6만 개가량 줄었다. 보건복지부가 제공하는 ‘공공형 노인일자리’는 60만8천 개에서 54만7천 개로 6만1천 개(10%) 감소한다. 안 그래도 노인빈곤이 심각한 나라에서 일자리를 더 줄인다는 비난을 피하고자, 기재부는 ‘사회서비스형·민간형 노인일자리’를 3만8천 개(올해 23만7천 개 → 내년 27만5천 개) 늘리고, 고용노동부의 ‘고령자 고용장려금’ 예산까지 포함하면 2023년 노인일자리는 2만9천 개, 관련 예산은 720 억원 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고용장려금 사업은 정년연장 사업장 등 법적 노인 기준인 65살보다 젊은 60살 내외를 주로 지원하는데다, 사회서비스형·민간형 노인일자리는 소득 외에도 자격증·경력 등을 요구해 저소득·저학력 노인 빈곤을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장애인의 이동권·교육권·탈시설권리 예산은 전혀 늘지 않았다. 전장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은 1조 3,044억 원을 요구했으나, 국회 상임위는 절반을 삭감해 6,653억 원이 의결됐다. 그러나 기재부는 이조차 거부해 단 106억 원을 증액했다. 장애인들이 요구하는 인상액의 0.8%에 불과하다. 이 106억 원 중 장애계 요구안은 사실상 예산에 반영되지도 않았다. 장애인콜택시 등 특별교통수단 확대, 활동지원서비스, 탈시설 및 주간활동서비스 예산 증액분은 ‘0원’이다. 106억 원은 근로지원인 지원사업 증액분으로 전장연이 요구했던 1,490억 원의 7%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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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참여연대


위기비용은 자본가가 책임져야


윤석열 정부는 공공요금 인상, 복지축소, 기업감세로 경제위기의 부담을 노동자 민중에게 지우려 한다. ‘균형재정’과 한전·가스공사·서울교통공사 등 적자 규모를 강조하며 복지축소와 요금 인상이 어쩔 수 없는 것인 양 말한다. 그러나 모든 문제가 그렇듯 ‘위기의 부담을 누가 질 것이냐’는 결국 계급투쟁이 결정한다. 노동자 민중이 아니라 자본가들이 위기의 부담을 지도록 만들어야 한다. 예컨대 한전과 가스공사 적자는 노동자 민중의 전기·가스요금 인상이 아니라, 막대한 이윤을 쌓는 민간 발전사와 정유사의 이윤과 특혜를 환수하는 것이어야 한다. 


한전과 가스공사의 기록적인 적자 맞은편에서, 민간 발전사와 정유사는 전쟁특수로 기록적인 영업이익을 쌓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GS·포스코·삼천리 등 4개 대기업 계열 6개 민간 발전사 영업이익은 2022년 3분기까지만 해도 1조5,233억 원에 달했다. 2021년 같은 기간 영업이익의 두 배에 가까운 사상 최대의 이익이다. 정유사 영업이익은 더 크다. 2022년 상반기 정유 4사 영업이익은 12조3,203억 원이었다. 기존 4대 정유사 연간 영업이익 최대치는 7조8,736억 원으로, 상반기 실적만으로도 연간 영업이익 최대 기록을 훨씬 웃돌았다.


대중이 고물가에 고통받는 지금, 에너지 자본은 전례 없는 이윤을 쌓고 있다. △전기·가스 등 필수공공서비스 가격통제 △에너지 자본 이윤환수 △국가책임 에너지전환을 요구할 때다. 전쟁과 팬데믹으로 쌓은 에너지 자본의 이윤을 환수하고, 경부하 요금특혜와 값싼 산업용 전기요금 등 그간 대기업이 누렸던 전기요금 특혜부터 폐지해야 한다. 그리고 2023년 4월, 다가오는 세종기후정의행진은 에너지 생산-유통-소비체계의 모순을 드러내고 노동자 민중이 주도하는 산업전환운동을 확대할 계기다. 


[각주]

* https://m.khan.co.kr/politics/politics-general/article/202301020830021#c2b 

**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072989.html

*** https://www.kita.net/cmmrcInfo/cmmrcNews/cmmrcNews/cmmrcNewsDetail.do?pageIndex=1&nIndex=71854&sSiteid=1

**** https://www.intn.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26782 

***** https://www.yna.co.kr/view/AKR2022122106070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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