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및 정리 : 이환태(금속노조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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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교섭 투쟁이 한창 진행 중이지만, 대부분의 원청은 사용자성을 거부하고, 교섭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금속노조 자료에 따르면 8월 3일 기준, 금속노조 교섭요구를 받은 재벌 대기업 25곳 중 단 한 곳도 아직 교섭장에 나오지 않았다.
전진이 기획한 원청교섭투쟁 인터뷰 다섯번째 순서로,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 이상규 전 지회장을 만났다.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는 2021년부터 원청에 단체교섭을 요구해 왔지만, 현대제철은 지금껏 무시로 일관했다. 노조법 개정 후 원청교섭 원년인 올해에도, 현대제철은 내화조업정비지회 참여 거부, 상급조직(지부) 참여 거부 등 교섭해태를 지속하고 있다. 원청교섭은 노사정대화가 아니라 투쟁 조직화를 통해 뚫어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 현대제철의 사례를 통해 더욱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이상규 전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장과 만나 현 상황과 과제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사진=2025년 1월 17일 비정규직 이제그만 주최 "내란정당 국민의 힘 해체! 노예제도 비정규직 철폐! 내 삶을 바꾸는 민주주의 대행진"에 참여해 발언하는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 이상규 지회장
Q : 본인을 소개해 주십시오
A : 저는 현대제철 당진공장 사내하청업체에서 일하고 있고,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금속노조 충남지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의 대의원 및 교섭위원으로 활동했습니다. 2020년부터 전임 법규부장 역할을 하면서 2021년에 현대제철이 불법파견을 은폐하려고 설립한 자회사 반대 총파업, 53일간의 통제센터 점거투쟁을 했습니다. 그 투쟁은 제가 그동안 갖고 있던 조합활동에 대한 인식이나 마음가짐이 달라지는 계기였습니다.
2022년부터 2025년까지 12기, 13기 지회장 역할을 맡았습니다. 그 기간 동안 안으로는 ‘정규직 전환은 소송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의 투쟁으로 쟁취해야 한다’는 점을 조합원들과 함께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했고, 밖으로는 ‘공장 담벼락을 넘어 전국의 동지들과 함께해야 승리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활동했습니다. 지금은 임기를 마치고 현장에서 조합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Q : 금속노조는 올해 ‘원청교섭 쟁취 원년’을 선언했습니다. 금속노조의 원청교섭쟁취 투쟁계획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 금속노조가 올해를 원청교섭 쟁취 원년으로 선언하고 총파업까지 계획하고 있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선언과 계획만으로 자본과 정권을 압박할 만한 위력적인 투쟁을 만들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듭니다.
금속노조가 앞장서서 투쟁을 만들겠다는 지점엔 공감합니다. 다만, 당사자인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정규직 노동자들의 연대와 투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자본이 위협을 느끼지 못할 것이고, 총파업은 공염불이 될 것입니다. 최소한 개별 사업장에서라도 자본을 압박하는 원하청 노동자들의 공동투쟁, 나아가 금속노조 총파업에 함께 복무할 수 있도록 만들어 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 조합원들이 원청교섭을 하청교섭과 다르게 생각하고 있나요?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A : 분명히 다르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은 십여 년간 하청업체와 교섭을 했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임금, 고용, 노동환경, 안전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현대제철의 결정에 좌우되어왔습니다. 그래서, 하청교섭을 진행하면서도 어떤 쟁점이 생기면 원청을 상대로 투쟁했습니다.
우리 조합원들에게 원청교섭은 단순히 교섭 상대가 바뀌는 문제가 아닙니다. 단순히 무늬만 사용자인 하청 사장들과 교섭하는 게 아니라 우리의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진짜 사장과 마주 앉는 문제이고, 조합원들의 핵심 요구인 ‘직접고용’을 결정하는 당사자와 교섭하는 것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Q :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는 올해 투쟁의 핵심인 원청교섭쟁취 투쟁을 어떻게 진행하고 있습니까? 그리고 투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현재까지 아쉬운 지점이 있었다면 어떤 것입니까?
A :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는 노조법 개정 이전부터 원청교섭을 요구하며 투쟁해 왔고, 법적 판단에서도 어느 정도 성과를 만들어 왔습니다. 하지만, 법 개정이나 법률적 성과만으로는 원청교섭이 성사되지 않는다는 것도 분명히 확인했습니다. 그래서, 투쟁뿐만 아니라 조합원들의 인식을 높이는 것도 병행해 왔습니다.
올해 3월 개정노조법이 시행되면서 지회가 움직일 수 있는 여건이 확장되었습니다. 그동안 지회가 원청교섭을 뚫으려 했던 노력을 가시화해야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한발 앞서 치고 나가야 했습니다. 민주노총이나 금속노조의 방침과는 거리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지회가 가고자 했던 길을 과감히 걸어야 했습니다. 그 길이 험난하리란 걸 조합원들도 본능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 지도집행부는 굼뜨기만 했습니다. 2천 조직의 단결투쟁으로, 연대의 힘으로 뚫어내기가 만만치 않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국회의원, 노동부, 지방정부의 역할을 촉구하는 데에 더 힘을 쏟았습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한 건 아닙니다. 전 조합원 하루 파업도 했고, 금속노조 1차 총파업에 총량 8시간 파업도 했습니다. 하지만 노사교섭에 고용노동부가 개입하는 노사정회의를 받아들인 일은 중대한 실수로 여겨집니다. 실제로 노동부가 개입한 노사정회의에서 교섭 성사가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고 시간만 허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장의 많은 조합원들이 불법파견 소송에서 법원의 판단만 기다리려 하고, 원청교섭이 온전하게 이루어질지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도집행부는 그것이 부담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지도집행부가 전적으로 조합원대중의 힘에 기대지 않고 시선을 주변으로 돌린 건 아쉽습니다.
사진=2026년 6월 24일, 현대차 본사 앞 현대제철 비정규직 원청교섭 결의대회
Q : 현대제철 자본이 교섭을 거부하거나 해태한다면 어떻게 돌파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A : 현대제철 자본의 교섭 거부는 자신들이 사용자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습니다. 이런 내용은 법적 논쟁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법적 논쟁에 매몰되는 순간, 대공장 불법파견 투쟁이 그랬던 것처럼 현장투쟁이 축소되거나 사라지고 십수 년을 기다려 법원의 판단에 의해 정리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개정 노조법 시행 초창기에 돌파하지 못하면 끌려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자본이 교섭을 거부한다면 현장을 멈추고 생산에 타격을 주는 과감한 투쟁으로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Q : 마지막으로 전국의 원청교섭쟁취 투쟁에 나선 사업장들을 향해 특별하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십니까?
A : 수십 년 동안 하청노동자들은 진짜 사용자인 원청과 교섭은 커녕 대화조차 하기 힘들었습니다. 이제 법이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자본은 순순히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시간을 끌기 위해 법적 다툼을 이어가며 사용자성을 부정할 것입니다. 결국 원청교섭을 성사시킬 수 있는 힘은 법이 아니라 단결투쟁입니다. 연대입니다.
누군가는 길을 열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길은 전국의 원청교섭 투쟁 사업장들이 함께 열어야 합니다. 원청 교섭은 선언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투쟁과 연대로 만들어집니다. 함께 싸워서 함께 승리합시다. 투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