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 안창호 위원장 사퇴 투쟁은 노동자 민중의 민주적 권리를 지키기 위한 투쟁이다. 안창호 퇴진, 차별금지법 쟁취를 비롯한 민주적 기본권 쟁취투쟁과 함께, 구조적 불평등을 낳는 체제에 맞선 투쟁으로 나아가자.
탄핵당한 윤석열은 재판장에 섰지만, 그가 임명한 국가인권위원회 안창호 위원장은 아직 내려가지 않았다. 노동자들은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최저 기준, ‘보루’를 상징하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안창호 위원장 사퇴를 위해 계속 투쟁하고 있다.
최근 노동자들은 과장 보직을 내려놓는 방식으로 인권위의 책무를 저버린 안창호 사퇴 목소리를 키웠다. 그러자 국민의힘 이종배 전 서울시의원이 29일 인권위 과장급 간부 6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국가공무원법상 집단행위 금지’를 운운하며, 공무원이 시키는 대로 일하지 않고 저항한다는 이유로 말이다.
파시스트
공무원 노동자들은 2024년 안창호 위원장 지명 당시부터 ‘차별이 정당하다’는 안창호 후보자 지명 철회를 요구하며 싸워왔다. 선임 후에도 현장에서 극우보수 이데올로기를 설파하며 인권위를 파행으로 내모는 행태를 맞서며 부당 인사를 비롯한 현장탄압을 견뎌왔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여러 노동·시민·사회운동 또한 차별금지법 제정과 안창호 사퇴 등을 요구했다. 자본가를 위해 운영되는 국가에서, 국가인권위원회가 노동자 민중, 사회적 약자의 민주적 권리를 최소한으로나마 대변하는 보루로 역할할 수 있도록 극우적 수장을 쫓아내려 했다.
노동현장에서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방어선을 지키는 노동자들은, 극우 이데올로기가 관철되는 과정과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자본주의 계급 착취를 유지하기 위해 노동자계급 내부를 분열시키고 사회적 약자, 여성, 소수자에게 불평등의 책임을 전가하는 혐오 공세를 현장에서 겪고 있다. 노동자들이 양심과 자신의 노동에 대한 사명감으로 부당한 권력에 맞서는 정당한 투쟁은 인권위에 한정되지 않는다.
“차별금지법이 도입되면 맑시스트와 파시스트가 우리 사회에 활개 치면서 공산주의 혁명에 이용될 수 있다”고 말한 안창호. 그들의 조직적 세력은 ‘파시스트’다운 목소리로 인권위를 무너뜨리고, 현장에서 불평등에 맞서는 노동자의 목소리를 억압한다. 그런데 이들은 단지 현장 노동자를 겨냥하는 게 아니다. 파시스트적 방식으로 자본주의 체제를 수호하기 위해 법과 공권력은 물론 폭력까지 동원해 노동자 민중의 입을 틀어막으려는 것이다.
구조적 불평등을 낳는 체제에 맞선 투쟁으로
인권위 현장에서 자본과 극우 논리에 맞서는 노동자 투쟁은 중요한 ‘자정작용’이다. 하지만 국가인권위 파행도 자본주의 억압체제의 단면임을 인식하고 ‘민주주의인 척’하는 민주당식 자유주의 이데올로기와도 단절하는 투쟁으로 나아가야 한다.
안창호 위원장을 몰아낸다고 노동자, 소수자들의 인권이 가파르게 개선되지는 않을 것이다. 노동자 민중이 겪는 불평등을 양산하는 구조가 그대로라면, 피해 구제를 위해 인권위 문을 두드리는 것만으로 평등한 사회를 구축할 수는 없다. 이는 개별 사업장 노동조합의 노력만으로도 해결되지 않는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시작으로, 구조적 불평등을 낳는 체제를 피억압 계급의 힘으로 바꾸는 투쟁이 필요하다.
특히 자본가 살리기에 목맨 이재명 정부에 대항해 노동자의 독자적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면, 국힘, 파시스트가 노동자 투쟁을 절멸시키려는 탄압에 맞닥뜨릴 가능성이 크다. 노동자 민중이 내쫓은 윤석열을 대신해 대통령 자리를 차지한 이재명 정부는 이미 취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는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내까지 좁혀지는 결과도 나타난다. 해당 여론조사에 따르면 18세부터 29세까지 양당 지지율은 국민의힘 56.3% 민주당 23.2%였고, 30대의 경우 국민의힘 43.2%, 민주당 34.3%였다. 이는 극우 보수세력이 소외된 청년 노동자들의 불만을 흡수하며 다시 확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폭염처럼 쏟아지는 불평등에 맞서는 노동자 투쟁
이재명 정부는 노동, 주거, 인권, 복지, 에너지, 기후 등 전반적 정책이 모두 자본의 이윤 극대화를 우선하고 있다. 정부 말대로 한국은 “소득불평등은 주요국 대비 여전히 높고, 자산격차는 최고 수준”인 나라다. 노동자 민중은 비정규직 나쁜 일자리도 제대로 구하지 못하고 이중삼중의 차별에 노출되어 있다. 통계 역시 이를 드러낸다. 2024년 처분가능소득 기준 소득 5분위 배율은 5.78배로 전년(5.72배)보다 확대됐고, 상대적 빈곤율도 15.3%로 전년(14.9%)보다 높아졌다. 소득격차와 빈곤 모두 악화되는 양상이다(국가데이터처,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
그런데도 정부는 자산시장 부양에 골몰할 뿐, 불평등 해소에는 하등의 실질적 조치가 없다. 최저임금은 최저 수준의 인상을 거듭한다. 이주노동자를 포함해 노동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일하다 죽어가고 있다. 그런데도 이주,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특수고용·플랫폼·프리랜서, 비정규직, 작은 사업장, 청년, 고령자. 빈민, 장애인, 사회적 약자 권리 보장을 위한 실행은 없다. 정부는 노동자 민중의 생존을 위협하는 기후재앙에 불을 붙이며 3대 메가 프로젝트를 강행해 자본에게 돈벼락을 선사하면서도, 독점 대기업이 원청으로서의 교섭 의무를 걷어차도 아무 강제도 하지 않는다. 여기에 평등은 눈을 씻고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다.
폭염처럼 쏟아지는 불평등에 수많은 이들이 쓰러지는데도, 민주노총은 이재명 정부에 맞선 투쟁 대신 이재명 정부와의 대화 테이블 마련에 나섰다. 노동자 운동이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전체 노동자 민중을 위한 독자적 투쟁을 벌이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진다면, ‘차별에 대한 분노’는 극우·보수세력의 혐오선동 연료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안창호 위원장의 횡포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노동자 민중이 온전히 단결할 수 있도록, 불평등 체제에 맞서는 노동자 투쟁을 조직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