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7일 스페인 정부는 50만 명이 넘는 미등록 이주민에 대한 합법화 계획을 발표했다. 2025년 12월 31일 이전에 스페인에 도착했고, 최소 5개월 이상 스페인에 실제로 거주했으며 범죄 경력이 없는 이주민이 합법화 대상에 포함된다. 4월 15일 칙령이 승인됐고, 합법화 신청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사회주의를향한전진은 ‘연속혁명경향-제4인터내셔널’(CRP) 소속의 스페인 혁명적 사회주의 조직 ‘혁명적노동자경향’(CRT) 동지들에게 합법화 정책의 배경을 들었다. 사회당 주도 연립정부가 다음 선거에서 우파가 승리할 가능성에 대응하여, 좌파 내 ‘선거 기반’을 공고히 하려는 의도가 작용했다. 다른 측면으로 이 정책은 ‘이민자 단체들과 좌파 사회운동의 승리’라는 의미를 갖는데, 이민자 단체들과 좌파 사회운동은 ‘지금 당장 합법화(Regularización Ya)’ 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쳤다. 2021년부터 합법화 ‘입법 발의안’을 위해 약 70만 명의 서명과 900여 개 단체의 지지를 끌어냈다.
현재 ‘혁명적노동자경향’ 동지들은 합법화를 가로막는 수많은 장애물을 걷어내기 위해 투쟁하고 있다. 서류 제출 기한 연장, 범죄경력 조회 면제, 그리고 서류 처리를 위한 인력 확충을 요구하며 노동자 시위를 조직하고 있다.
스페인 상황은 이주민에 대한 강력한 단속추방과 통제 정책이 시행되고 있는 여러 나라에 시사하는 점이 크다. 스페인 ‘혁명적노동자경향’의 기관지 <일간좌파>의 글 두 개를 소개한다. 이 동지들은 “권리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쟁취하는 것”임을 강조한다. 합법화 정책의 의미와 한계, 최근 상황을 알 수 있는 글이다.
특별 합법화: 수년간의 배제 정책 끝에 이주민 운동이 쟁취한 성과
(2026년 1월 28일)
수천 명의 이주민이 수년 동안 거리에서, 동네에서, 일터에서 요구해 온 끝에 스페인 정부가 한 걸음을 내딛었다. 행정상 미등록 상태인 약 70만 명에게 효력이 미칠 특별 합법화 조치가 예고되었다. 외국인법 시행령 개정에 관한 칙령을 국무회의에서 승인함으로써 시행될 이 정책은 하늘에서 떨어진 것도 아니고, 제도권의 관대한 시혜도 아니다. 이는 조직된 이주민 운동의 지속적 투쟁의 성과이며, 사람들을 비가시화하여 불안정 상태로 내모는 이주민 관리 체제에 맞선 오랜 투쟁이 직접 만들어 낸 성취다.
스페인사회노동당(PSOE)과 포데모스(Podemos) 사이의 합의가 수십 년 동안 쌓아 온 장벽에 생긴 하나의 균열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국경을 폐쇄하고, 이주 통제를 외주화하며, 이주민을 체계적으로 범죄자 취급하는 유럽의 분위기를 감안하면, 이미 이곳에서 생활하고 노동하고 경제의 모든 부문을 떠받치는 사람들을 행정적으로 인정한다는 결정은 늦었지만, 희망을 엿보게 해 준다.
‘지금 당장 합법화(Regularización Ya)’ 운동은 분명하게 주장한다. “합법화는 자선이 아니라 사회 정의다.” 이들은 오늘의 진전이 지금까지 회합과 제안과 조직화를 통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 온 활동의 직접적 결실이라고 자축한다. 이들의 활동은 수년간의 제도적 봉쇄를 무너뜨리는 데 성공했다. ‘지금 당장 합법화’ 운동은 “합법화는 충분히 실현가능한 일이었고, 마침내 현실이 되었다”라고 강조하면서, 불확실하기만 한 의회의 셈법을 기다리지 않고 정부의 행동을 이끌어낸 것은 바로 민중의 압력이었음을 상기시킨다.
그러나 정치적 논쟁이란 얼마나 잔혹한 것인지 칙령 승인 과정에서 다시 한번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우파인 인민당(PP)과 극우 정당 복스(Vox)는 경고하고 낙인 찍는 담론을 펴면서 반응했고, 인종주의라는 낡은 망령을 자극하면서 합법화는 커다란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놀랍지는 않다. 두 정당 모두 수년간 이주민을 표적으로 삼아 정치적 자본을 축적했으며, 이주민을 추방하고 구금 시설에 감금하고 기본권까지 체계적으로 부정하는 징벌적 정책을 옹호해 왔다. 그들의 목표는 정주민과 이주민이 공존하도록 환경을 개선하거나 이주민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1등 시민과 2등 시민을 가르는 사회적 국경을 강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런 설명 없이 오늘의 성취를 역사적 전환점이라 주장한다면 이 또한 오류일 것이다. PSOE 정부마저도 오랫동안 “강경 노선”을 고수한 이력이 있다. 즉각적 강제 송환(약식 추방), 입국을 막기 위한 제3국과의 협정, 구금 시설 유지, 체류 자격 및 권리를 얻는 과정을 더욱 가혹하게 만든 법 개정 등이 그것이다.
여전히 심각하게 부당한 이주민 관리 체제가 특별 합법화와 공존하고 있으며, 생명과 존엄보다 통제와 안보를 우선시하는 유럽의 정책도 변하지 않았다. 정치적 권리나 노동권 같은 권리들은 얼마든지 박탈당할 수 있고, 합법화가 이 같은 권리를 자동으로 부여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주민이야말로 불안정화와 비정규 노동 때문에 가장 큰 타격을 입는 이들이다.
따라서 오늘의 한 걸음은 중요하지만 그만큼 불충분하다. 중요한 이유는,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행정의 그늘에서 벗어나 노동 계약과 의료를 보장받고 덜 두려운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불충분한 이유는, 미등록 이주민을 구조적으로 양산하는 체제는 해체되지 않았으며, 동일한 배제의 악순환이 반복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이 합법화의 역사는 분명한 교훈을 준다. 권리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쟁취하는 것이다. 조직된 이주민 운동이 없었다면, 운동이 영향력을 행사하고 제도적 무관심에 끈질기게 저항하지 않았다면 이 칙령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직 갈 길은 멀다. 규율을 목적으로 고안된 외국인법을 폐지하고, 구금 시설을 폐쇄하고, 인종주의적인 단속을 끝내고, 안전한 합법적 경로를 보장하고, 이미 우리 사회의 일부인 사람들을 온전히 인정하는 일이 남아 있다.
오늘, 부분적 승리를 축하한다. 내일, 투쟁은 계속된다. 다른 곳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단죄당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한 정의는 미완의 과제로 남기 때문이다.
50만 이주민 특별 합법화의 첫걸음이 관료적 장애물에 가로막히다
(2026년 4월 23일)
지난 4월 15일, 페드로 산체스 정부는 인종주의적인 제도로 인해 미등록 상태에 놓인 50만 명 이상의 이주민을 합법화하는 출발점이 되어야 할 칙령을 승인했다. 신청서 제출 기한은 6월 30일로 빠듯하고, 혼란스러운 가운데 신청 절차가 시작되었다. 관청 앞에 늘어선 줄, 밤샘 대기, 방해물을 세우거나 아예 협조를 거부하는 시청, 무엇보다 이주민 운동이 막아내기 위해 투쟁해 온 문서, 바로 “취약성 증명서”가 혼란을 가중한다. 이번 조치는 위대한 사회적 진전으로 포장되었지만, 국가의 이주 관리 체제에 스며든 제도적 인종주의 때문에 또 하나의 장애물로 변질될 위기에 처했다.
신청서 제출이 시작된 4월 16일 이후 언론을 통해 퍼진 사진들은 거리에서 잠을 자는 사람들과 카스텔로·발렌시아·만레사·세비야·팔마 데 마요르카 등 전국의 도시에 늘어선 줄을 보여준다. 이전의 칙령 초안 중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았던 “취약성 증명서”를 구하는 줄이다. ‘지금 당장 합법화(Regularización Ya)’ 운동의 연대 단위들은 증명서 요건을 칙령에서 삭제하기 위해 투쟁했지만, 결국 정부가 포함시켰다.
칙령 본문 초안은 미등록 지위에 놓인 모든 사람이 취약한 상태에 있다고 추정했지만, 국가평의회가 이러한 추정에 반대하는 권고안을 내놓았고, 결국 증명서 제출 요건이 삽입되었다. 그 결과, 합법적 지위를 얻기 위해 수년간 기다려 온 사람들을 정면으로 강타하는 관료적 병목이 생겨났다.
사회 복지 담당 부서들은 마비 상태다. 사회복지사들은 취약성 보고서를 발급해야 한다는 사실을 4월 15일 칙령 공표 전까지 알지 못했으며, 아침에 출근하고 보니 이미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고 비판한다. 이메일로 하달되는 지침은 분 단위로 바뀌었고, 직원들은 몰려드는 민원인들에게 무어라 답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
이를테면 지난 4월 21일 수요일 오전, 바르셀로나의 이민자·이주자·난민 지원 서비스(SAIER)는 기나긴 줄에 압도되었고 사회 복지 제도가 구조적으로 붕괴했음을 다시 한번 여실히 드러냈다. 수백 명의 군중이 새벽부터 기다렸고, 몇몇 돌발 상황 때문에 몇 시간 동안 민원 접수가 중단되어 대기자의 상당수를 응대하지 못했다. 이것은 예외적인 사태가 전혀 아니며, 일상적으로 포화 상태인 사회 복지 현실을 반영한다. 절차를 예측 가능했음에도 시청의 인력 보강 등은 분명 불충분했고, 이주민들이 그 자체로 이미 겪고 있는 장벽과 제도적 폭력은 이렇게 지속된다.
한편, 마드리드에서는 칙령이 승인되기 한참 전에도 사회복지사 면담 예약은 6월부터나 가능했고, 이렇게 대기 명단이 길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정부가 정한 두 달 반 이내에 증명서를 발급받는 것이 불가능하다. 제도적 인종주의라는 말은 은유가 아니다. 그것은 잘못된 정보, 정치적 의지의 부재, (그리고 일부 경우에는) 행정 당국의 노골적인 인종주의적 태도와 마주하는 수천 명 이주민의 일상적 삶이라고 활동가들은 고발한다.
마드리드 시장 호세 루이스 마르티네스–알메이다는 벌써 이 기회를 틈타 정부를 공격했다. 그는 정부가 “엉터리 짓”을 하고 있다며 비난하고, 시 당국은 그 대가를 치를 생각이 없다고 경고했으며, 이주민을 범죄자 취급하는 메시지를 퍼뜨렸다. 명백한 위선이다. 그는 수년간 사회 복지 제도를 해체하여 최저 수준으로 방치해 온 장본인이면서, 이제 자신이 일조한 그 혼란의 뒤편에 숨어 있는 것이다. ‘온두라스 이주 여성 네트워크’의 카렌 로드리게스는 이토록 적대적인 정치 환경에서 취약성 증명서를 요구하는 것은, 합법화 정책 자체를 훼손하며, 수년 전부터 기다려 온 이주민들의 정신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한다.
‘지금 당장 합법화’ 운동의 일원이자 ‘능동적 가사노동자 협회(SEDOAC)’ 활동가인 실바나 카브레라는 들쭉날쭉한 기준과 신청 절차 지원을 거부하는 일부 지역 관청이 전진의 실질적 장애물이 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담은 협력 단체들에게 떠넘겨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 모든 혼란스러운 상황은 70만 명 넘는 서명에 힘입은 시민 사회의 압력과 투쟁에도 불구하고 심층 원인을 문제 삼지 않는 합법화 조치의 구조적 한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그것은 바로 외국인법이다. 외국인법은 수천 명을 미등록으로 단죄하여 끌고 가서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정 감옥인 이주민 수용소를 매년 가득 채운다.
정부가 “성공적인 절차”와 기록적인 신청 건수를 이야기하는 동안, 활동가들은 미등록이라는 사실 자체가 이미 취약성의 한 형태임을, 그리고 그 어떤 관료적 절차도 한 사람이 자신의 삶을 일구기로 결정한 곳에서 권리를 지니고 생활하고 일하지 못하도록 막아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외국인법을 폐지하지 않고 이주민 수용소를 해체하지 않는 한 스페인은 언제까지나 이주민에게 적대적인 땅으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