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온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스타벅스의 이른바 ‘탱크데이’ 사태는 단순한 기업 마케팅 부서의 실무적 일탈이나 ‘윤리적 감수성 부재’로 치부될 수 없는 중대한 사회적 징후다.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 당일에 ‘탱크’라는 단어를 전면에 내세운 텀블러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1987년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조롱하는 “책상을 탁 치니 억”이라는 망언을 마케팅 카피로 사용한 것은 우리 사회의 역사적 합의(노동자·민중의 역사적 투쟁성과)에 대한 도발이다.
이 사태는 단순히 자본이 돈벌이를 위해 선을 넘은 것을 뛰어넘는다.
첫째, 온라인 커뮤니티의 음지에 머물던 극우적 혐오 밈이 주류 사회와 일상으로 깊숙이 침투했다는 점. 둘째, 이러한 일상화의 배경에는 ‘멸공’ 등을 부르짖어 온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그간 행보가 만들어낸 조직 문화적 토양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 셋째, 이 참담한 비극을 오직 다가올 선거와 진영 결집을 위한 정쟁의 도구로 전락시킨 부르주아 정치권의 위선이다.
극우적 밈의 일상화와 주류화
과거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북한군의 폭동으로 매도하거나, 국가 폭력에 의한 희생자를 조롱하는 행위는 일베와 같은 극우 성향 커뮤니티 내부에서나 통용되는 그들만의 놀이(?)였다. 그러나 스타벅스 사태는 이러한 극우적 문화가 ‘트렌디한 밈’이라는 외피를 두르고 대기업의 공식적인 업무까지도 침투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신세계그룹의 자체 진상조사 결과에서 “고의성을 입증할 명확한 근거를 찾지 못했다.”거나 “AI에 물어본 문구”라는 식의 해명이 흘러나오는 것은 사태의 심각성을 더욱 잘 보여준다. 만약 이것이 일부 직원의 의도적인 ‘도그휘슬(Dog-whistling, 특정 집단만 알아들을 수 있는 은밀한 메시지)’이었다면 기업 내부에 극우적 가치관이 중심을 잡고 있다는 증거이며, 반대로 아무런 의도 없이 이루어진 일이라면 행사가 진행되기까지 여러 단계의 검토 과정에서 역사적 비극을 희화화하는 폭력성을 인지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는 뜻이 된다. 그게 어느 것이든 둘 다 노동자계급의 가치기준과는 거리가 먼 것일 뿐이다.
정용진 회장의 이념적 행보와 그 결과일 뿐이다
이러한 극우적 일상화가 대기업 내부에서 버젓이 통과될 수 있었던 배경은 신세계그룹 정용진 회장이 가지고 있는 극우적 사고방식 때문이다. 정 회장은 5월 26일 대국민 사과를 통해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며 고개를 숙였으나 과연 그 말을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해당 부서 5명 중에 3명이 핸드폰을 제출하지 않았는데 저 조사가 사실인지는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오히려 제출한 2명의 핸드폰이 이후 경찰조사에서 문제되지 않도록 손봐 준 것은 아닐까?
정용진 회장이 이번 사태에 그나마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자본의 이윤 앞에 선 자본가의 모습을 보여줄 뿐이다. 스타벅스코리아는 미국 스타벅스 본사와 콜옵션 조항이 있는데, 현재 이마트가 가지고 있는 지분 67.5%를 이마트(스타벅스 코리아)의 귀책사유로 인한 브랜드 명성의 훼손이 있을 경우 스타벅스 본사가 35%할인된 금액으로 이마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항이 있다.
정용진의 사과는 거센 불매운동과 주가 하락이라는 자본의 ‘손익계산’에 따른 위기탈출용 사과라는 것이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그래서 사과 발표에도 대중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그는 과거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멸공’ 논란을 일으키며 낡은 색깔론을 자극했고, 특정 정치적 진영에 편향된 행보를 가져갔다. 기업의 총수가 공공연하게 우편향적이고 배타적인 정치적 의사표현을 즐기는 상황에서, 그룹 산하 조직의 문화 역시 알게 모르게 그 눈높이에 맞춰지거나 보수화·우경화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최고 경영자가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는 발언을 가볍게 사용하거나 표현의 자유 정도로 취급하는 조직에서, 실무진들이 민주화 역사를 다루는 태도 역시 가벼워지는 것은 필연적일 것이다. 그래서 이번 사태는 실무진뿐만 아니라 그러한 조직문화를 만든 정용진에게 최대의 책임이 있는 것이다.
역사적 상흔을 정쟁의 도구로만 보는 부르주아 정치
우리를 더욱 분노하게 하는 것은, 이 사태를 대하는 정치권의 위선적인 태도다. 다가올 2026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여야 정치권은 사태의 본질적인 원인인 ‘사회의 극우화’를 진단하고 치유하기보다는, 이를 상대 진영을 공격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삼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 진영은 이번 사태를 맹폭하며 자신들이 민주주의와 역사의 유일한 수호자인 양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심지어 7년 전 무신사의 유사한 광고 사태까지 다시 소환하며 여론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분노는 선택적이다. 현실에서 하청 노동자들이 죽어 나가고 노란봉투법이 유명무실하게 되고 있는 상황 앞에서는 자본의 편을 들면서, 선거판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는 과거의 역사적 상징 앞에서는 투사로 돌변한다. 이들에게 광주와 87년의 피는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정치적 수단일 뿐인 것이다. 이와 상반되는 자세로 국민의 힘은 스타벅스 불매운동에 맞서 오히려 스타벅스 구매운동을 벌이며 극우와 결합하는 방식으로 나아가고 있다.
5월 26일 사과발표가 나자마자 민주당은 이를 진정성있는 사과라고 포장을 하고, 국민의 힘은 민주당의 공세에 어쩔 수 없이 한 사과라고 하고 있다. 그러나 오월단체(5·18민주유공자유족회,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5·18민주화운동공로자회, 5·18기념재단)에선 “정용진의 사과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진정한 반성과 책임 없는 형식적 사과는 상처받은 시민과 오월 영령들에 대한 또 다른 모욕이며 기만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5.18을 제대로 기리는 것은 노동자의 힘으로만 가능하다.
결론적으로 스타벅스 ‘탱크데이’ 사태는 이윤 창출이라는 명목 아래 극우적 혐오와 역사 왜곡마저 ‘노이즈 마케팅’으로 승인해 버리는 자본의 야만성, 그리고 총수의 그릇된 이념적 편향이 기업 문화를 어떻게 만들어 가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또한 이를 구조적으로 바로잡을 의지와 능력 없이 정치적 계산에만 몰두하는 부르주아 정치권의 현실을 보여준다.
우리는 이 사태를 특정 기업의 제품을 불매하고 경영진을 해임하는 선에서 마무리 지어서는 안 된다. 온라인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이러한 혐오의 언어가 오프라인의 일상과 자본의 권력을 타고 번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이러한 문제에 노동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노동자·민중의 숭고한 민주화 투쟁의 역사가 자본의 이윤을 위한 상품이나 정치인들의 선거용 도구로 모욕당하지 않도록 그에 맞서는 노동자들의 투쟁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