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한 학교로의 길, 동지들과 함께 승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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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신문

성평등한 학교로의 길, 동지들과 함께 승리하겠습니다

[인터뷰] 지혜복 A학교 성폭력 사안·교과운영 부조리 공익제보 교사 당사자

  • 조건희
  • 등록 2025.11.11 19:37
  • 조회수 517

교육 노동자 지혜복 동지가 서울특별시 교육청 앞에서 거리 투쟁에 나선 지 어느새 700일을 향해 가고 있다. 교육청 앞 천막 농성은 200일이 다 되어 간다. 하지만 교육청은 여전히 책임 있는 답변을 내놓고 있지 않다.

 

몽니를 부리는 정근식 교육감과는 다르게, 지난 2년 동안 지혜복 교육 노동자의 투쟁은 수많은 노동자의 투쟁이 되었다. “A학교 성폭력 사안·교과운영 부조리 공익제보 교사 부당전보철회 공대위”(이하 A학교 공대위)에는 여러 노동, 사회단체가 함께하고 있다. 윤석열 퇴진 투쟁을 통해 거리에 나온 수많은 동지의 연대가 교육청으로, 농성장으로 이어지고 있기도 하다. 지혜복 동지는 교육청 앞 선전전과 집회를 이어가면서도 수많은 노동자의 투쟁에도 연대하고 있다. 부당전보 무효 소송 결심을 앞둔 현재, 지혜복 동지의 투쟁을 돌아본다. 

 

[사진| 이온화] 거리 투쟁 600일 행진 중
 

A학교 투쟁이 어느새 600일이 넘었습니다. 현재 상황은 어떠한가요?

 

A학교 투쟁과 연대가 성장하는 것과는 다르게 서울시교육청은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조희연 전 서울시 교육감, 정근식 현 서울시 교육감이 책임지고 A학교 성폭력 사안을 해결하라고 싸우고 있습니다. 또한 학교 내 성희롱, 성폭력의 문제는 A학교만의 사안이 아니기에 △서울시 학교에 대한 전수조사 실시 △전문가·교사·학부모 등이 참여한 TF를 구성하여 성폭력 해결 대책 마련 역시 내걸고 싸우고 있습니다. 저는 A학교 상황을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부당 전보와 부당 해임, 형사고발을 당했는데요, 공익 제보를 인정하고 A학교로 돌려보내라는 요구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근식 현 서울시 교육감은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기는커녕, 사안 해결을 촉구하며 평화적으로 시위했던 23명의 시민을 폭력적으로 연행했습니다. 이에 대해 사과하기는커녕 책임이 저에게 있다는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있습니다. 교육감은 이에 대해 책임지고 직에서 물러나야 합니다.

 



학교는 성폭력이나 성차별이 발생했을 때, 공적으로 문제를 다루고 피해자를 지원해야 하는 위치에 있습니다. 하지만 A학교 상황은 그렇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공익 제보 과정에서는 어땠나요?

 

학교 안에서는 여학생에 대한 성희롱, 성추행이 지속적,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A학교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요, 학교는 조사 과정에서 신고한 피해 학생의 신원을 노출했고, 이로 인한 2차 가해가 심각하게 발생했습니다. 성희롱, 성폭력이란 특수한 상황을 다른 양상의 폭력과 구분하지 않은 채, 기본적인 성인지감수성을 갖추지 못한 단 한 명의 담당자를 정해놓고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결과입니다. 성폭력이나 성희롱의 경우 학교폭력심의위원회에서도 감수성을 갖춘 별도의 담당자와 심의 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제기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이후 교육청에 이 사안을 상담했고, 교육청은 특별감사를 시행하겠다고 했지만 2개월이 넘도록 약속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결과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전달받았고요.

 

이는 교육적 관점에서도 굉장히 잘못된 사례였습니다. 이 사안에 대한 신고를 계기로 제대로 된 예방 프로그램과 피해자 회복 프로그램이 시행되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교육청은 큰 문제가 없다며 사안을 축소, 은폐하고자 했습니다. 이 때문에 8개월 동안 교육청과 싸워 2023년 말 권고 조치를 끌어 냈을 정도로 상황은 심각했습니다. 권고 조치에는 성폭력 예방 프로그램과 피해자 회복 프로그램 실시, 피해 학생 회복 조치, 학교장과 조사 담당 교사가 피해 학생과 학부모에게 사과하라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당시 저는 A학교가 이 조치를 제대로 이행하는지 감시하고 지켜보기 위해서 준비하고 있었는데요, 2024년 다른 학교로 부당 전보되었습니다. 이는 공익 제보자에 대한 부당한 조치였고,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권고 조치를 제대로 이행해 피해 학생들을 보호하고 성평등한 학교 문화를 만들어야 했는데, 대신 공익제보 교사를 내쫓은 것이었습니다. 더구나 저는 부당 전보된 학교로 가지 않았다는 이유로 부당해고를 당했고, 보복 조치로 형사고발까지 당한 상황입니다. A학교 처리 과정은 학내 성폭력 해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사건이었을 뿐 아니라 학교 책임자와 교육청이 맺고 있는 권력 카르텔도 적나라하게 드러냈습니다.

 

학교가 피해자 관점에서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는 역량 자체가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학교나 사회는 어떤 역량을 더 갖춰야 할까요?

 

비슷한 상황에 처한 학교들이 너무 많습니다. 우선 학교에서 시행하는 성평등 교육에 문제가 있습니다. 생물학적 성교육은 부분적으로 시행하고 있으나, 포괄적 성평등 교육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러한 교육이 정규 교육과정으로 편입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입시 경쟁에 모든 관심이 쏠린 교육 현실 속에서, 성평등 교육은 여전히 부차적인 문제로 취급되고 있습니다. 많은 학교가 성교육을 중앙 방송으로 진행하지만, 학생들은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대체로 집중하지 못하고 형식적으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대로 된 성평등 인식을 배울 수 없는 구조입니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가 A학교에서 드러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학생들은 성폭력 사안 처리 과정을 보면서 학습하게 됩니다. 하지만 지금의 사건 처리 과정은 어떤 이야기와 행위를 하면 안 되는지, 무엇이 옳은지 배울 수 없게 만들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제대로 해결 과정을 거치는 것 자체가 학생에게 학습 과정이 된다는 것을 주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A학교의 경우 학교장의 성인지 감수성이 굉장히 낮았습니다. A학교 사건 발생 이후 교사 대상 성평등 교육이 권고되었는데요, 단지 경찰을 불러서 신고 절차를 안내하는 수준으로만 진행되었습니다. 성폭력 사안을 담당하는 교사와 관리자의 인식을 바꾸기 위한, 성평등 교육도 필요합니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는 공교육 제도 전반에 퍼져 있습니다. 이를테면, 기간제 교사를 포함해 현장 교사의 대부분은 여성이지만 관리직은 남성이 다수입니다. 또 급식이나 청소, 돌봄 노동 등 학내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도 주로 여성이 수행합니다. 교과서에서 성별 이분법에 기초해 고정된 성역할을 재생산하는 문제나, 가정이나 사회에 만연한 성차별을 바로 잡기 위해 필요한 성평등 교육은 부족합니다. 그래서 지정 성별 남성 중심의 교과과정이 운영되고, 여성은 주변화되며 다양한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도 다뤄지지 못합니다. 대신 오로지 자본주의적 경쟁만 중요한 상황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러한 현실을 함께 바꿔가야 하는 전교조가 이번 투쟁에 함께하지 않은 것은 참 안타깝습니다.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고 성평등한 학교와 사회를 만드는 것은, 그동안 ‘참교육’을 외쳐온 전교조가 반드시 중심 과제로 삼아야 할 일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이를 그렇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수많은 학교에서 여전히 성희롱과 성폭력 사건이 축소되거나 은폐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교조는 성평등한 학교를 만드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합니다.

 

또한 진보 교육감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전교조 출신 인사들이 교육감 후보로 많이 나왔다는 점에서, 관계 설정이 더욱 명확히 이루어져야 합니다. 여러 활동가들이 교육청을 지원하는 형태로 들어가면서 주체적 힘이 약화되었고, 주체와 교육청 사이의 ‘견제’ 역할 또한 상당 부분 상실되었습니다. A학교 투쟁에 전교조가 조직적으로 결합하지 못한 것 역시, 진보 교육감과의 관계 설정이 잘못된 결과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이라도 진보 교육감 운동과 그 시대를 냉정히 평가하고, 올바른 관계를 재정립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성폭력 해결을 위해 싸우는 조합원을 보호하지 않는 것은 민주노조로서의 책무를 저버리는 일입니다. 전교조가 조속히 민주노조다운 모습을 회복하길 바랍니다.

 

수많은 연대동지들이 교육청에서 함께 투쟁하고 있습니다. 함께하는 동지들께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교육청 앞에서 오랜 기간 투쟁을 이어오며 정말 많은 동지들을 만났습니다. 이 투쟁이 성평등한 학교와 사회를 향한 희망의 길을 열어갈 것이라는 믿음으로, 자신의 일처럼 함께 싸우는 동지들입니다. 단순히 고맙다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적극적으로 투쟁에 결합하는 모습에 큰 감동을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자발적인 힘이야말로, 이 투쟁을 승리로 이끄는 결정적인 동력이라 믿습니다.


[사진| 이온화] 거리 투쟁 600일 집회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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