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기후정의를 위해 투쟁하는 쿠팡물류센터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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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신문

[인터뷰] 기후정의를 위해 투쟁하는 쿠팡물류센터지회

지난 9월 27일, 광화문에서 기후정의행진이 진행됐다. 이날 참가자들은 기후정의에 입각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전환 계획 수립, 탈핵·탈화석연료,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로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실행, 성장과 대기업을 위한 반도체·AI 산업 육성 재검토, 생태계 파괴 사업 중단, 비인간 동물을 포함한 모든 생명의 안전하고 존엄한 삶과 기본권 보장, 사회공공성 강화, 농민권리와 생태친환경농업 전환, 먹거리 기본권 보장, 전쟁과 학살 종식, 방위산업 육성과 무기수출 중단 등을 요구하며 서울 도심을 행진했다.

 

한편 쿠팡은 물류센터 산업을 대폭 팽창시키는 과정에서 과잉생산과 낭비를 유발하고, 24시간 물류센터를 가동하며 노동자들을 야간노동과 과로에 시달리게 하면서 기후위기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러한 물류센터 내 노동자의 삶을 바꾸고, 나아가 물류센터 산업에서의 기후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투쟁해온 쿠팡물류센터지회도 이날 기후정의행진에 함께 참여했다. 민주노조를 깨우는 소리 호각과 스튜디오 알이 함께 준비하여, 쿠팡물류센터지회 정동헌 지회장과 최효 사무장으로부터 쿠팡에서의 기후정의운동을 주제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스튜디오 알 영상인터뷰 내용을 지면기사로 함께 전합니다.

 

고태은(민주노조를 깨우는 소리 호각): 반갑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정동헌(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 지회장): 저는 공공수노조 전국물류센터 지부 쿠팡물류센터 지회장 맡고 있는 정동헌이라고 하고요. 지금은 쿠팡 동탄센터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한 4년 4개월 정도 일한 것 같네요.

 

최효(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 사무장): 저는 쿠팡물류센터 지회 사무장 최효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고태은: 기후악당 쿠팡에 맞서서 싸우고 있는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 동지들을 모셨는데요. 쿠팡과 기후위기는 어떤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좀 들어볼 수 있을까요?

 

최효: 일단 쿠팡의 목표가 전국민이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나'라는 의문을 갖게 하는 건데요. 그렇게 하려면 더 많은 상품을 로켓 배송 품목으로 만들고, 전국적으로 촘촘한 물류망을 만들어서 국민들이 더 많은 소비를 하게 하는 건데요.

 

이를 위해서 물류센터도 공격적으로 많이 짓고, 물류센터에서도 자동화 시스템을 많이 도입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이윤을 많이 축적하려면 물류센터를 쉬지 않고 24시간 돌려야 하기 때문에 쿠팡에는 야간노동이 굉장히 활성화가 돼 있어요.

 

소비자에게도 빠르고 저렴한 그리고 간편한 소비가 가능하다고 어필하고 있기 때문에 저는 사실 불필요한 소비도 많이 촉진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과잉생산과 쿠팡은 뗄래야 뗄 수가 없기 때문에 기후 위기와 직결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고태은: 쿠팡물류센터 노동자들의 노동 현실은 어떤지 좀 들어볼 수 있을까요?

 

정동헌: 우리 시민들이 쓰시는 로켓 배송을 위해서 거진 뭐 주야 나눠가지고 밤낮 없이 돌아가는 물류센터 현장이고요. 언론을 통해 많이 알려졌겠지만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운 현장입니다. 휴게 시간도 제대로 없는 현장이고, 그런 곳에서 로켓 배송을 위해 무거운 물건들도 나르고, 고강도의 노동도 하고 그런 현장이라고 설명드릴 수 있겠네요.

 

고태은: 아무래도 그런 현장에서 일하시다 보면 기후변화나 이런 것들을 크게 체감하실 것 같아요.

 

정동헌: 네, 그렇죠. 제가 21년도 4월에 입사를 했는데 그때가 코로나 때였어요. 그래서 센터에서 확진자들 여럿 발생하면 실제로 센터 셧다운되는 것도 몇 번 경험을 했었고, 그때 한여름에 마스크 끼고 더위에 쩔어가면서 일을 했었고, 그 즈음에서 노조가 만들어졌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저희가 매년 여름에 제일 처음으로 했던 게 현장에 에어컨이 없었거든요. 지금도 일부 센터만 있고 하니까 선풍기만 돌아가는 그런 곳이었으니까, 제일 처음으로 했던 게 "에어컨 설치해라", "냉방장치 설치해라"를 요구했던 것 같은데, 그러면서 22년도에 저희가 에어컨 끌고 잠실 본사에서 동탄센터까지 행진도 했었던 것 같아요.

 

그해 여름에, 그 전에 산업안전보건규칙의 폭염 가이드라인이 실외 노동자들한테만 적용이 됐던 게 실내 노동자들한테도 적용될 수 있게 개정이 되는 성과도 있었고, 그러면서 저희가 계속 매년 여름마다 여름 집중투쟁이라 해서 폭염 때마다 열심히 투쟁을 해왔는데요, 그리고 건설 노동자들, 급식실에서 일하시는 노동자들, 그런 폭염의 현장에서 일하시는 노동자들이 함께 투쟁해서 만들어낸 성과로 작년 9월에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이 되어가지고, 폭염, 혹한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위해 사업장, 사업주들의 보건조치 의무가 의무화되는 그런 성과도 있었고, 올해 여름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산업안전보건규칙이 개정이 됐어요. 현장에서 갑자기 시행이 되다 보니까 덜거덕거리는 그런 것도 많았던 것 같은데, 그래도 폭염의 현장에서 한 번, 두 번이라도 더 쉴 수 있는, 그런 성과들도 만들어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실제 기후 위기로 인해 매년 점점 더 더워지고 있는데, 그런 환경 속에서 더더욱 물류센터에서 일하면서 그 현장을 바꿔내는 투쟁, 저희는 처음에 그게 저희 노동 환경 개선이라고만 생각을 했는데 보니까, 기후위기의 피해 당사자로서, 그리고 24시간 돌아가는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로서, 그러니까 저희도 기후위기에 책임 있는 사람이니까 그런 고민이 좀 들긴 들더라고요.

 

 

고태은: 물류센터 노동자들이 사실 현장을 바꾸는 운동들을 굉장히 많이 해오셨잖아요. 동헌 동지가 앞에서 설명을 좀 해주셨었는데, 이러한 물류센터 노동자들의 운동이 기후정의에 어떻게 닿아 있는지 궁금합니다.

 

최효: 일단 쿠팡의 기만적인 그린워싱에 대해서 하나를 말씀드리고 싶어요. 쿠팡이 아마존을 벤치마킹한 회사인데 아마존처럼 똑같이 하려고 로켓 배송을 많이 하는 게 목표라고 그랬잖아요. 그래서 물류 과정을 압축한 시스템을 만들었어요. 근데 이게 쿠팡은 "생태계를 위한 것이다"라고 홍보를 하고 있어요. 그런데 쿠팡은 과잉생산을 부추기고, 물류센터 노동자들이 매년 여름 온열 질환으로 쓰러지고, 사실 작년에도 폭우 속에서 배송하시다가 급류에 휩쓸려서 돌아가신 노동자가 계셨는데...그것에 대해서는 꼭꼭 감추고 있습니다. 저는 그래서 전형적인 그린워싱이라고 보고 있고, 또 24시간 쉬지 않고 돌아가는 물류센터, 그리고 야간 노동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도 은폐한 채, "우리는 물류 과정을 압축했기 때문에 친환경적인 기업이다"라고 말을 하고 있어서, 이 또한 역시 전형적인 그린워싱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작년 여름에 쿠팡에서만 6명의 노동자가 돌아가셨는데, 이 중 3분이 캠프 물류센터에서 한여름에 일하시다가 사망하셨고, 나머지 한 분이 아까 말씀드린 경북 경산에서, 일용직 배송노동자였어요. 그분이 급류에 휩쓸려서 돌아가셨는데 산재보험도 적용받지 못하셨다고 해요. 이 공통점은 폭염과 폭우에 노출된 노동자들이 작업중지권 자체가 법적으로 부재했다는 점이에요. 폭염과 폭우를 무릅쓰고, 그리고 2급 발암물질이라고 불리는 야간 노동을 무릅쓰고, 이렇게 노동자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일을 하는 이유는 다 먹고 살기 위해서인데요. 건강한 일자리가 없고,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에, 사실 저임금 고강도 노동사회와 이 기후위기가 서로 악영향을 주고 있고, 서로를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덜 일하더라도 먹고 살 수 있는 사회가 기후정의라고 생각합니다.

 

(사진=쿠팡물류센터지회)

 

고태은: 오늘 9.27 기후정의 행진이 있었잖아요. 이 행진 발언 섭외 과정에서의 문제가 있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떤 상황이었는지요?

 

(※쿠팡물류센터지회는 기후정의행진 본대회에서 한국노총 전국연대노조 택배산업본부 쿠팡풀필먼트 지부가 발언자로 섭외된 것을 비판하는 입장을 낸바 있다. 쿠팡물류센터지회의 문제의식은 크게 두 가지였는데, 첫째는 기후악당 기업인 쿠팡과 타협해 적극적인 친자본적 행보를 보이는 한국노총 택배산업본부 소속의 지부를 본대회 발언에 세우는 것은 쿠팡의 그린워싱에 면죄부를 주는 꼴이라는 점이었다. 실제 한국노총 택배산업본부장은 지난 7월 11일, 한 기자회견에서 쿠팡을 언급하며 “주7일 배송 사업을 하면서도 충분한 인력 충원, 백업 시스템, 분류 전담 인력 직고용으로 노동자 휴식권을 보장하고 있다”, “기업의 의지와 사회적 책임감이 있다면 노동자 생명을 희생시키지 않고도 지속 가능한 배송 시스템이 가능하다는 것이 명백히 증명됐다”고 말했다. 둘째는 한국노총 쿠팡풀필먼트지부가 쿠팡물류센터 현장에서 조직적 실체가 불분명하고, 해당 조직의 기후정의 관련 실천은 올해 폭염 시기를 포함하여 전혀 없다는 점, 이러한 조건에서 폭염 시기 고통받는 전체 물류노동자를 대표하는 발언의 위상을 갖는 927 기후정의행진 본대회 발언을 한국노총 쿠팡풀필먼트지부가 한다면, 자본과 권력에 맞선 기후정의운동의 실현이라는 927 기후정의행진의 정신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었다.)

 

정동헌: 한국노총 소속의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가 발언자로 섭외가 되는 과정 속에서 저희가 인지를 하고 지회 차원의 입장을 제출을 했어요. 기후정의행진의 목적에 맞는 발언자 섭외가 돼야 되지 않느냐, 그러니까 단순히 피해 당사자가 아닌 기후정의운동을 위한 활동, 이런 것들을 같이 공유하는 자리가 됐었어야 되는데, 그런 취지에서 좀 벗어난 발언자 섭외가 아니었냐라는 저희는, 조직위에 그런 문제 제기를 했었고요.

 

이후에 입장에서도 밝혔지만, 이후 조직위 평가 과정, 그 다음에 내년에도 기후정의행진이 있을 거니까, 내년에 발언자 섭외 과정에서는 그런 부분들이 고려가 돼서 기후정의운동의 취지에 맞는 발언자 섭외가 되어야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입니다.

 

고태은: 저는 물류센터, 특히나 쿠팡에서 일하시는 동지들께서 어떤, 기후위기의 최전선에서 기후악당 쿠팡에 맞서서 열심히 싸우고 계신데, 올해 행진의 발언에 서지 못한 것은 너무나도 아쉽지만, 또 한편으로는 발언의 대표성을 갖지 못하더라도, 저는 충분히 동지들의 운동으로서 기후운동을 계속 해오셨고 앞으로도 해나갈 수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그런 면들이 잘 드러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아요.

 

최효: 쿠팡과의 투쟁이 사실 폭염과의 투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노조 설립 이후부터 계속 여름에 굉장히 바쁘게 보냈고, 폭염에 노출된 노동자들의 권리를 세우는 일이 사실 쿠팡 투쟁의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었는데, 그런 현장의 노력과 실천들이 있었기 때문에 발언대에 오르지 못한 것은 아쉬운 일이었지만,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이런 행진 같은 행사에서 어떤 사람에게 대표성을 줄 것인가에 대한 최소한의 원칙과 기준이 생겼으면 좋겠고, 이번에 저희가 낸 이런 입장문 등을 통해서 내부에서도 진지하게 토론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고, 그 논의에 저희도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2024년 907기후정의행진 때 쿠팡물류센터지회에서 폭우 때 무리한 작업지시로 사망한 경산의 쿠팡배송노동자를 추모하며, 작업중지권의 필요성을 얘기했다.)

 

고태은: 잘 마무리가 됐으면 좋겠네요. 오늘 기후정의행진에 여러... 사전에 일들도 있었지만 어쨌든 무사히 기후정의행진 같이 하셨는데 소감이 어떤지 좀 여쭤보고 싶어요.

 

최효: 행진을 하다가 이스라엘 총리인 네타냐후 총리 사진에 신발을 던지는 퍼포먼스가 있었어요. 그런데 경찰들이 그 네타냐후 사진을 적극적으로 감싸면서 신발을 던지지 못하게 퍼포먼스를 방해하고 있는 거예요. 그걸 보고 너무나 화가 났는데, 권력의 질서에 분열을 내는 거는 그만큼 참 어려운 일이구나. 하지만 우리가 자본을 상대하는 일을 하려면 이 어려운 일을 해내야 하는 거고, 폭염과 폭우 속에서 목숨 걸고 일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더 선명하게 드러내지 않으면, 나도 모르게 이 권력의 질서에 순응하기 굉장히 쉽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고태은: 앞으로 기후정의를 위한 물류센터 노동자들의 투쟁의 의지 같은 걸 좀 듣고 싶은데요.

 

정동헌: 올해 어떻게든 산업안전보건규칙 바뀌면서 그나마 폭염에 일하는 노동자들이 한 번, 두 번 더 쉴 수 있었지만은, 그래도 현장에서 많은 꼼수들이 있었거든요. 제가 기사 보니까 건설 현장에서 안 지켜지는 경우도 많았다. 그 다음에 쿠팡 같은 경우는 온도계를 냉풍기 밑에 놔두는 그런 갖가지 꼼수들이 나왔는데, 저는 내년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쿠팡물류센터 내 온도계 위치를 향해 냉풍기가 틀어져있다.)

 

내년에 어찌 됐든 법 시행된 지 1년 넘어가는 시기니까, 내년 여름은 확실하게 현장에서 체감온도 33도 이상 넘어가면 휴게 시간이 의무적으로 부여될 수 있게 좀 더 확실하게 현장에서 투쟁해 볼 생각이고... 그런 질문 많이 받았어요. "35도 넘으면은 (그 이상 온도가 올라가도 법정 휴게시간은) 똑같지 않냐." 아 그러니까 이게 또 보니까 (법의) 빈틈이 보이기 시작을 해가지고, 진짜 뭐 35도 심하면은 뭐 대구 같은데 현장 내 체감온도가 37도도 찍히고 하거든요.

 

진짜 뭐 작업중지권이나 그런 이제 폭염, 진짜 사람이 죽을 그런 폭염의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위한 작업중지권, 요런 것들이 포함된 새로운 산안법, 더 강화된 산안법 개정투쟁을 준비해야 될 시기가 아닐까, 개인적인 고민입니다.

 

고태은: 앞으로 1년간도 또 기후위기에 최전선에 있는 물류센터 노동자들의 투쟁을 기대해보고 같이 연대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최효: 결국에는 이 사회를 바꾸려면 힘이 필요한데, 모순적이게도 이 사회의 모순을 더 크게 느끼는 사람들, 더 열악한 사람들은 자기 목소리를 내기가 어렵고, 이 사람들과 함께하기 어렵다는 점이 있는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더 함께하기 힘든 사람들과 함께하는 법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그 사람들의 목소리를 더 선명하게 드러내는 방법에 대해서 다 같이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내년 기후 행진 때에도 또 1년 열심히 보낸 투쟁의 성과를 가지고 또 다시 만나면 좋겠습니다. 아마 이 기후위기가 지속되는 이상 저희는 내년에도 그 후년에도 계속 기후위기와의 전쟁을 치를 것 같은데요. 변함없는 자세로 현장에서 기후위기와 맞서는 노동자들을 선명하게 대변하고, 그 사람들의 목소리가 더 힘을 가질 수 있도록 모아내는 역할을 쿠팡지회가 하겠습니다.

 

고태은: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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