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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항만노동자들이 쏘아올린 ‘팔레스타인 연대총파업’ - 이스라엘의 집단학살 저지투쟁에서 획기적인 돌파구가 열리고 있다!

기사입력 2025.10.05 12:47 | 조회 3,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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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10월 이후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상대로 이스라엘이 지속해 온 집단학살은 전 세계를 끝없는 충격과 경악으로 몰아넣었다. 지난 2년 동안 이스라엘 시온주의 국가가 저질러 온 전쟁범죄는 1948년 이후 77년째 계속되는 불법점령과 강탈의 역사 속에서도 차원을 달리하는 잔인무도함을 보여주었다.

     

    따라서 지난 2년 동안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을 규탄하는 집회와 시위가 세계 곳곳에서 수도 없이 열렸다. 많은 나라에서 수만에서 수십만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시위가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여러 나라의 대학생들이 캠퍼스 점거운동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운동들만으로는 이스라엘을 멈춰 세울 수 없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제국주의 국가들이 이스라엘의 전쟁범죄를 군사적·경제적·정치적으로 옹호하는 현실도 바꿀 수 없었다.

     

    유엔도 무기력했다. 여러 차례의 휴전 요구에 덧붙여 2024년 9월 18일에는 이스라엘에게 팔레스타인 불법점령을 1년 이내에 중단하라는 결의까지 유엔총회에서 통과됐지만, 이스라엘은 가볍게 무시할 수 있었다. 유엔총회 결의와 상관없이 미국을 비롯한 주요 제국주의 국가들의 이스라엘 지원이 지속되고, 또한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한 강제력 있는 결의는 미국이 거부권을 거듭 행사하며 차단하는 까닭이었다.

     

    물론 이스라엘의 집단학살 전쟁범죄에 대한 세계 여론이 워낙 악화되면서 각국 정부의 대응에 일정한 변화가 생기기는 했다. 이를테면 9월 21일에는 영국, 캐나다, 호주, 포르투갈이, 9월 22일에는 프랑스, 벨기에, 룩셈부르크가 팔레스타인을 주권국가로 승인했다. 이로써 유엔에 가입한 193개 국가 가운데 154개국이 팔레스타인을 인정하게 됐다.[1]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스라엘 시온주의 국가의 존재다. 이스라엘 총리 네타냐후는 9월 26일 유엔 연설에서도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다시 한 번 분명히 했다. 팔레스타인을 불법점령하고 강탈하며 집단학살하는 이스라엘 시온주의 국가를 그대로 놔둔 채 외교적으로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만을 말하는 것, 즉 이른바 ‘두 국가 해법’은 현실에서 아무 것도 바꾸지 못하는 공허한 해법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2]

     

    지금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을 멈춰 세우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세계 각국의 이스라엘에 대한 모든 연계와 지원을 차단함으로써 이스라엘을 철저히 고립·약화시키는 것이다. 이것을 각국 정부에 강제하고 나아가 실력으로 관철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유일한 세력은 바로 조직된 노동자계급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세계 각국의 노동자운동 전반이 오랜 침체와 후퇴에 시달려 온 까닭에 지난 2년 동안 팔레스타인 연대운동에서 주목할 만한 역할을 하지 못해 왔다. 그런데 최근 큰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을 규탄하고 중단시키기 위한 국제 팔레스타인 연대투쟁에서 획기적인 돌파구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이탈리아의 항만노동자들이 그 진원지가 됐다.

     

    ‘수무드 선단을 공격한다면 유럽 전체를 봉쇄하겠다’ - 제노바 항만노동자들이 불붙인 9/22 팔레스타인 연대총파업

     

    8월 31일 이스라엘의 불법적인 해안봉쇄를 뚫고 가자지구에 인도적 지원물품을 전달하기 위한 ‘글로벌 수무드 선단’ 출항식이 스페인, 그리스, 이탈리아 등 지중해를 둘러싼 여러 나라에서 열렸다. ‘글로벌 수무드 선단’은 지난 6월 마들린 호가 공해상에서 이스라엘 군에게 나포되면서 이루지 못한 과제를 더 거대한 규모에서 실현하기 위해 추진된 국제 프로젝트였다.[3]

     

    수무드 선단의 주된 출발지는 지중해 반대편에 자리한 스페인 바르셀로나였다. 44개국에서 온 350여 명이 20척의 배를 타고 (날씨 때문에 다음날) 출항했다. 같은 날 이탈리아 제노바에서도 4척의 배가 출항했다.[4]

     

    수무드 선단의 출항을 보기 위해 제노바 항구에 4만 명이 집결한 자리에서 풀뿌리 노동조합 결집체인 USB에 소속된 제노바 항만노동자 대표가 이렇게 말했다. “만일 수무드 선단 동지들과 연락이 20분이라도 끊기면 유럽 전체를 봉쇄하겠다. 제노바 항구에서 이스라엘로 가는 컨테이너가 매년 1만 3천에서 1만 4천 개씩 선적되는데, 수무드 선단이 가자에 도착하지 못한다면 못 하나도 이스라엘로 가지 못하게 막겠다."[5]

     

    9월 8일부터 공해상을 지나는 수무드 선단에 대한 이스라엘의 드론 공격이 시작됐다. 이에 USB 소속 항만노동자들은 9월 22일 이탈리아 주요 항구를 모두 봉쇄하는 ‘팔레스타인 연대총파업’을 단행하기로 결의하고 이탈리아 전체 노동자·민중에게 동참을 호소했다. 이탈리아 멜로니 정부가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에 대한 지원을 지속하고 있고 ‘유럽의 재무장’에 앞장서고 있기 때문에, 이탈리아 자체를 마비시키는 게 투쟁의 목표가 됐다.

     

    9월 22일 ‘모든 것을 봉쇄하라’(Blocchiamo Tutto)는 슬로건 아래 제노바, 베네치아, 트리에스테, 리보르노, 라벤나, 살레르노, 라스페치아 등 이탈리아의 모든 주요 항구가 봉쇄됐다.[6] 대중교통의 90%, 철도의 50%가 마비됐다. 교사들도 대거 파업에 동참해 일부 지역에선 파업참가자가 70%에 이르렀다. 총파업과 함께, 65개 도시에서 50만 명이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를 벌였다. USB는 조합원 25만에 불과한 작은 노총이지만, 520만 조합원을 가진 이탈리아 최대 노총 CGIL의 평조합원 상당수가 총파업에 동참한 까닭이었다.[7] 학생들도 대거 동참했다.

     

     

     

     

    이날 로마에서는 10만 명이 거리행진을 갖고 테르미니 기차역을 봉쇄했다. 동부 외곽순환도로를 점거해 모든 도시교통을 마비시켰다. 라사피엔자 대학에서는 학생들이 이스라엘 대학과의 교류협력 중단을 요구하며 점거투쟁에 돌입했다.

     

    밀라노에서는 5만 명의 시위대가 기차역과 지하철역을 점거하려고 하면서 경찰과 격렬하게 대치했다. M4 지하철노선이 한동안 중단됐다. 나폴리에서는 1만 명이 중앙 기차역을 봉쇄했다. 시위대가 출입통제선을 돌파하여 승강장까지 점거했다. 토리노에서는 1만 명이 기차역과 철로를 점거했다. 이탈리아 멜로니 총리와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의 사진을 불태웠다.

     

    항구가 봉쇄된 제노바에서는 2만 명이 팔레스타인 깃발 수백 개를 앞세우고 항구부터 도심까지 행진했다. 피렌체에서는 1만 명이 고속도로 출입구를 봉쇄한 뒤 항공군수업체 레오나르도 본사 앞으로 행진했다. 볼로냐에서는 1만 명이 고속도로 입구와 시내 중심가 도로를 점거한 뒤 미국 영사관 앞으로 행진했다. 일부 시위대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볼로냐 대학의 강의를 중단시켰다.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가는 팔레스타인 연대총파업의 불길

     

    이탈리아 노동자들도 지난 수십 년 동안 패배와 후퇴만을 거듭해 왔고, 패배적인 타협에 갇히면서 자신의 힘을 잊고 있었다. 그러나 항만노동자들이 파업과 계급투쟁의 전통을 되살려내자 그 파장이 이탈리아와 유럽을 뒤흔들고 있다.

     

    9월 22일 이후 매일같이 이탈리아 전역 수십 개 도시에서 팔레스타인 집단학살과 이탈리아 정부의 이스라엘 지원을 규탄하는 집회, 도로봉쇄, 대학점거 등이 계속됐다. 군비증강 반대, 긴축 반대도 중요한 이슈로 제기됐다.

     

    9월 23일 밤 10여 척의 수무드 선단을 상대로 이스라엘 드론이 섬광탄 공격을 가했다. 24일 USB는 “수무드 선단 공격에 맞서 26일부터 전국 100개 광장에 대한 무기한 점거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발표했다. CGIL도 “수무드 선단에 대한 추가 공격이 발생할 경우 총파업 단행”을 선언했다. 멜로니 정부조차 수무드 선단에 승선 중인 이탈리아 시민을 보호하겠다며 구축함 파견을 지시했다.[8]


    9월 22일 이탈리아 항만노동자들이 벌인 총파업의 충격파는 지중해를 접한 다른 나라 항만노동자들에게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9월 27일 제노바 항구에서는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그리스, 키프로스 등 지중해를 둘러싼 각국의 항만노동자들이 모여 국제적인 공동파업을 추진하기 위한 국제회의를 열었다. “집단학살과 전쟁에 반대하고, 긴축을 강요하는 유럽 재무장에 반대한다”, “다가오는 유럽의 전쟁을 멈춰 세우기 위해 팔레스타인 집단학살을 반드시 중단시켜야 한다.” 참가자들은 팔레스타인 집단학살을 중단시키기 위해 국제 공동파업을 추진하자는 결의안을 우레와 같은 함성으로 통과시켰다. 대회에 직접 참여하지 못한 모로코와 튀르키예 항만노동자들도 결의안에 동참할 뜻을 밝혔다.

     

    국제 공동파업을 벌일 날짜는 각 국가 노조별로 결의안에 대한 승인절차를 거친 뒤에 정하기로 했다. 2023년 10월 가자지구 집단학살이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팔레스타인 연대총파업이 국제 공동파업으로 추진되기에 이른 것이다.

     

    국제회의 이후 제노바 항구에서 5만 명이 결집한 시위가 열렸다. 항만노동자들은 ‘이스라엘로 가는 어떤 것도 선적을 차단하고 있다’면서 ‘항만 상황을 모니터하면서 필요하면 언제든 돌아가 도크를 봉쇄하겠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이렇게 외쳤다. “항만노동자들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었다. 무기운송을 차단하는 것은 범죄가 아니다.” 한 18세 학생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노동자계급이 경제를 마비시킬 힘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이번에 깨달았다. 나는 지금 고등학생이지만 미래의 노동자로서 이것을 확실하게 배웠다.”

     

    이날 제노바 항구 시위에는 어린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 단위 참가자들도 많았다. 주변 아파트 창가에서는 시위를 지지하며 외치는 소리가 계속 들려 왔고, 발코니에 팔레스타인 깃발을 내건 사람들도 있었다. 언론은 ‘27일 밤 제노바 항구 전체가 팔레스타인 깃발 색깔로 뒤덮였다’고 묘사했다.

     

    <9월 27일 제노바 항구 앞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연대시위>

     

    한편 스페인 노동총동맹(CGT) 소속 마드리드 금속노조는 팔레스타인을 지지하고 제노바 항만노동자들과 연대하기 위해 10월 6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1일 선언했다. 이것은 10월 15일 스페인 전역에서 팔레스타인 연대총파업을 단행하자는 운동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나왔다. 많은 노조들이 15일 총파업 동참을 선언하고 있는데, 대규모 노조들 중심으로 2시간 총파업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바스크 지역 노조들은 24시간 총파업을, 갈리시아, 카탈루냐, 안달루시아 등의 지역 노조들은 4시간 총파업을 선언하고 있다.

     

    독일에서도 역대 최대 규모 팔레스타인 연대집회

     

    이탈리아 총파업의 파장과 연결된 또 하나의 사건은 9월 27일 독일 베를린의 팔레스타인 연대집회였다. 그동안 독일에서는 모든 기성 정당과 언론이 이스라엘을 엄호해야 한다는 목소리만 되풀이했다. 여론조사에서는 80%가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이 정당하지 않고 이스라엘로 가는 무기운송을 축소 또는 중단해야 한다고 응답하는 상황임에도,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를 하면 유럽 어느 나라보다 심하게 탄압받았다. 그러나 이날 ‘가자를 위해 함께’ 시위에 10만 명이 참여하면서 독일 역사상 최대 규모로 팔레스타인 연대행동이 전개됐다.

     

    <9월 27일 베를린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연대집회>

     

    그동안 독일에서는 ‘From the river to the sea, Palestine will be free’ 구호를 외치면 경찰이 ‘불법’이라며 무조건 체포했지만, 이날은 거대한 참가자들이 함께 구호를 외치자 경찰이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했다. 그동안 시위대를 일방적으로 비난하던 언론들도 이날은 시위대의 목소리를 내보내며 한결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이날 베를린 집회가 5만 명이 모였던 6월 집회보다 훨씬 커질 수 있었던 데에는 좌파당의 입장 선회 또한 중요한 변수가 됐다. 원래 좌파당은 다른 기성 정당들과 마찬가지로 친이스라엘 입장을 견지하고 있었다. 불과 1년 전 팔레스타인 활동가를 당에서 추방하기도 했다. 그런데 올 2월 총선을 전후해서 극우 부상에 위기의식을 느끼며 좌파당에 몰려든 수만 명의 청년세대 신입당원들이 지도부에게 강력한 압력을 행사했다. 좌파당 지도부는 물가문제에만 집중하면서 팔레스타인이나 재무장 등의 이슈를 회피하려고 했지만, 아래로부터 청년세대가 가하는 압력에 밀려 결국 이번 베를린 집회를 공동 주최하게 됐다. 좌파당 지도부는 연단에 올라 쏟아지는 야유를 받은 뒤 ‘너무 오래 침묵한 것’에 대해 사과해야 했다. 평조합원 교사들과 보건의료 노동자들도 자신의 노조들(교육과학노조 GEW와 공공서비스노조 ver.di)이 시위에 함께하도록 만들었다.

     

    독일에 거주하는 이스라엘인들도 이날 집회에 적극 참여하고 발언했다. 한 18세 이스라엘 청년은 징집을 거부했다고 한 달 동안 독방에 갇힌 경험을 이야기하며 집단학살을 멈추기 위해 파업·봉쇄·제재를 조직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스라엘 출신 작가와 바이올린 연주자도 집회의 공동 조직자에 포함됐다.

     

    글로벌 수무드 선단 나포에 항의하는 긴급 시위와 총파업

     

    한편 10월 1일 저녁부터 3일 오전까지 글로벌 수무드 선단 42척이 모두 이스라엘 군에 의해 나포되면서 유럽과 세계 곳곳으로 투쟁이 뜨겁게 확산됐다.

     

    1일 저녁 이탈리아에서는 수무드 선단 나포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CGIL과 USB가 3일 총파업 단행을 선언했다. 로마의 테르미니 기차역에서 긴급 집회가 열려 역과 주변 도로가 마비됐다. 지하철역도 여러 개 폐쇄됐다. 제노바에서는 항구 앞에서 밤 10시에 긴급 집회가 열렸다. 나폴리에서는 중앙기차역이 점거됐다. 토리노에서는 밤 9시 30분에 긴급 집회가 열려 기차역이 봉쇄됐다.

     

    <10월 1일 저녁 로마 테르미니 기차역을 점거한 시위대>

    <10월 1일 밤 제노바 항구 앞에서 열린 긴급집회>

     

    2일 프랑스에서는 노동조합들이 주도하는 긴축 반대 총파업과 시위가 40만 명의 참여 속에 열렸는데, 글로벌 수무드 선단 나포 소식이 전해지면서 팔레스타인 연대와 이스라엘 규탄이 특히 대학생과 고등학생들 사이에서 핵심 이슈가 됐다. 파리 북역의 철도노동자들이 총회를 열고 역을 봉쇄했고, 집단학살을 지원하고 있는 기업들의 본사 앞에서 항의시위가 벌어졌다.

     

    2일 오전 아일랜드에서는 더블린의 항만노동자들이 수무드 선단 나포에 항의하며 항구 일부를 마비시켰는데, 이 과정에서 최소 11명이 체포됐다. 2일 오후 터키에서는 수무드 선단 나포에 항의하며 45척의 배가 가자를 향해 새로 출발했다. 2일 오후와 저녁에 스페인, 독일, 스웨덴, 튀니지, 캐나다, 미국, 멕시코, 아르헨티나, 칠레 등에서도 다양한 항의 집회와 시위가 전개됐다.

     

    3일 이탈리아에서는 CGIL과 USB가 주도하는 총파업이 전개되어 교통과 학교를 포함한 대부분의 주요 서비스가 마비됐다. 100개가 넘는 도시들에서 200만 명 이상이 시위에 나섰다. 로마에서만 30만 명이 시위에 참가했다.

     

    <10월 3일 로마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연대집회 (사진-AP)>

     

    이스라엘의 가자 불법 봉쇄를 뚫고 인도적 지원물품을 직접 전달하려는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글로벌 수무드 선단’ 프로젝트에 이어 ‘천 개의 마들린’ 프로젝트가 가동되면서 9월 27일부터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 등에서 새로운 배들이 출항했는데, 10월 4일 현재 11척이 가자 해안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약탈과 전쟁·학살로 폭주하는 자본주의를 멈춰 세우기 위해 한국에서도 ‘팔레스타인 연대총파업’ 운동으로 나아가자!

     

    끝없이 심화하는 자본주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세계 자본가계급은 약탈과 전쟁·학살을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세계 각국의 경쟁적인 군비확장은 이미 직접적으로 노동자·민중의 삶을 공격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작은 시작에 불과하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집단학살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더불어) 앞으로 전체 인류가 겪게 될 미래를 보여준다. 약탈과 전쟁·학살로 폭주하는 자본주의를 필사적으로 멈춰 세워야 한다. 그 출발점은 전 세계 노동자·민중이 함께 만들어가고 있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집단학살 저지투쟁’에 동참하는 것이다. 특히 이탈리아 항만노동자들이 쏘아올린 ‘팔레스타인 연대총파업’이라는 획기적인 돌파구를 이곳 한국에서도 함께 열어가는 것이다.

     

    한국은 이스라엘에 여덟 번째로 많은 무기를 수출하는 국가이며, 특히 한화시스템즈는 이스라엘 무기업체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HD현대건설기계가 생산하는 굴착기는 오랜 시간 서안지구 등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가옥을 파괴하는 수단으로 사용돼 왔다. 한국석유공사는 가자지구 앞바다를 약탈하는 이스라엘의 가스유전 개발에 영국계 자회사를 통해 동참하고 있다. 한국의 많은 대학들은 이스라엘 대학들과 교류협력 관계를 지속하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을 중단시키기 위해, 한국의 노동자계급 또한 ‘팔레스타인 연대총파업’의 깃발을 치켜올리고 팔레스타인 해방을 향한 전 세계 노동자·민중의 투쟁에 합류해야 할 마땅한 책임이 있다.

     

    물론 ‘팔레스타인 연대총파업’은 민주노총을 비롯한 한국 노동자운동의 현 상황에서는 엄두도 나지 않을 만큼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이탈리아 항만노동자들로부터 시작된, 팔레스타인에 연대하는 세계 노동자투쟁의 확산은 한국에서도 현 상황을 타개해 나갈 수 있는 새로운 조건을 마련해 줄 수 있다. 또한 지난 2년 가까이 울산에서 민주노총 울산본부의 공식 결의를 바탕으로 글로비스울산지회, 현중하청지회, 현대차비정규직 이수기업, 현대차 열사회 등 여러 사업장 노동자들과 노동정치단체들의 꾸준한 참여 속에 격주 팔레스타인 연대집회를 지속해 온 것은 한국 노동자들 속에서도 팔레스타인 연대운동을 확산시켜 갈 수 있다는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한편으로는 전국 곳곳의 단위 현장에서, 다른 한편으로는 각급 노조의 공식기구에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집단학살에 대한 토론을 조직하고 규탄 입장을 발표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 보자. 팔레스타인 연대집회에 참여하고,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을 규탄하는 선전전을 조직해 보자. 팔레스타인 연대총파업에 떨쳐나선 다른 나라 노동자들의 투쟁 소식도 공유해 나가자. 이스라엘의 저 잔인무도한 집단학살을 멈춰 세우지 못한 2년을 맞이하면서, 팔레스타인에 연대하는 한국 노동자운동을 새롭게 결의해 보자.

    [후주] 

     

    [1] G7 국가들은 그동안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을 완고하게 거부해 왔지만, 이번에 영국, 캐나다, 프랑스가 입장을 바꾼 것이다. 아직 미국, 독일, 이탈리아, 일본은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G20 국가들 가운데 아직 팔레스타인을 인정하지 않은 국가는 위 4개국과 한국의 5개국만 남았다. 한편 9월 12일 유엔총회는 팔레스타인 문제의 평화적 해결방안으로서 ‘두 국가 해법’의 이행을 지지하는 결의를 채택했다. 압도적 다수인 142개국이 찬성했고 한국도 찬성표를 던졌다. 미국과 이스라엘 등 10개국만이 반대했다. 12개국은 기권했다.

    [2] 결국 팔레스타인의 해방은 이스라엘 시온주의 국가 대신 무슬림·유대인·기독교인·무신론자 모두가 평등하게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국가를 요르단 강과 지중해 사이에 수립함으로써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스라엘 시온주의 국가가 미국을 비롯한 제국주의 국가들의 이익을 중동 지역에 관철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점에서 이스라엘 시온주의 국가를 극복하는 전망은 사실상 자본주의 세계질서를 극복하는 전망과 분리될 수 없을 것이다.

    [3] 스웨덴의 기후 활동가 그레타 툰베리 등 7개국 12명이 승선한 마들린 호는 분유, 밀가루, 쌀, 기저귀, 의료키트, 목발 등 가자지구에 전달할 인도적 지원물품을 싣고 6월 1일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에서 출항했으나 9일 공해상에서 이스라엘 군에게 나포됨으로써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

    [4] 지중해를 둘러싼 여러 나라에서 출발한 수무드 선단은 최종적으로 57개국 462명을 태운 42척의 배로 구성됐다.

    [5] 제노바 항만노동자들은 이전에도 제국주의와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에 맞서 싸운 역사가 있었다. 2019년에는 전쟁 중인 예멘으로 가는 무기 선적을 거부했다. 2021년에는 이스라엘로 무기를 운반한다고 의심되는 모든 선박에 대한 선적 거부를 선언했다. 2025년 6월과 8월에도 이스라엘로 향하는 군수품 선적을 거부하고 시위를 벌였다.

    [6] ‘모든 것을 봉쇄하라’는 슬로건은 9월 10일 프랑스에서 열린 같은 이름(Bloquons Tout)의 긴축반대 시위에서 가져왔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파업·시위가 상호 높은 교감 속에서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7] CGIL은 9월 22일 총파업에 동참하라는 압력을 피하기 위해 19일 비슷한 요구를 내걸고 공공서비스 부문은 제외한 채 지역·부문별로 2시간에서 4시간의 총파업을 벌였다. 하지만 CGIL 평조합원 상당수가 9월 22일 총파업에 동참했고, 자신의 지도부에게 수천 통의 항의 이메일을 발송하는 등 강력한 항의를 보냈다.

    [8] 이탈리아 구축함은 9월 30일 수무드 선단이 가자지구 해안에 근접하자 호위를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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