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한 발전산업 통합으로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향해 전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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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신문

온전한 발전산업 통합으로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향해 전진하자!

발전사 통합 흐름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월 13일 ‘나라재정 절약’ 간담회에서 “공공기관이 너무 많아서 숫자를 셀 수 없다”며 대대적 통폐합 지시를 내렸고, 이후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대통령이 공공기관 통폐합을 “제대로 하라”고 재차 주문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발전·에너지 부문이 통폐합 대상 공기업 1순위로 거론되었고, 대통령 비서실장을 팀장으로 TF가 구성될 예정이다.

 

발전산업 현장의 관심과 혼란을 의식한 듯, 발전사의 새로운 주무부서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통합과 관련해서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을 냈다. 하지만 발전사에 ‘승진 보류 및 조직개편 시 협의’하라는 정부 지시가 내려간 점을 고려할 때, 통합에 대한 논의가 물밑에서 급격하게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

 

 

발전산업 분할 체제, 이제는 끝낼 때다

 

분할된 발전사는 진즉에 통합했어야 했다. 사실 2001년 발전회사가 한전에서 분사된 것부터가 잘못이다. 매각을 위해 6개 회사로 졸솔적으로 쪼개진 발전회사는 많은 문제점을 낳았다. 노동자들이 우려한 대로였다.

 

가장 큰 문제는 연료구매비가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연료비는 전력 생산에 드는 전체 비용의 7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그런데 발전 산업이 분리되기 전에는 한국전력이 연료를 한꺼번에 사들여 가격을 낮출 수 있었지만, 분사 이후 각 발전 회사가 따로 연료를 구매하면서 협상력이 약해졌고, 연료 가격도 오르게 되었다. 발전 회사들 사이 경쟁이 과열되면서 유연탄 가격도 함께 상승했다.

 

이에 더해 각 회사가 개별적으로 유연탄을 구매하다 보니, 선박이 항구에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졌고, 이에 따라 ‘체선료’(배가 하역을 기다리는 동안 선주에게 지불하는 비용)도 늘어났다. 실제로 2008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2년에 비해 2008년에는 체선 일수가 3배 이상 증가했고, 체선료도 12억 원에서 100억 원 이상으로 뛰었다. 보고서는 이처럼 발전사들이 따로 연료를 사면서 발생한 구매 비효율과 운송 지연으로 인해, 유연탄 구매 비용만 해도 매년 5,000억 원 이상이 추가로 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불필요한 전력거래시장 개설과 관리조직의 중복적 비대화로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에 이르는 비용이 발생했고, 이는 고스란히 노동자 민중의 전기요금에 전가되었다.

 

이제 발전사 통합은 전력산업 민영화에 마침표를 찍고, 기형적 경쟁으로 촉발된 많은 문제점을 극복하는 계기여야 한다. 무엇보다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는 기후위기를 막고, 단 한 명의 해고도 없는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실현하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재생에너지 부문 분리는 공공재생에너지 확대 요구와 역행한다

 

하지만 우려스럽게도 발전사 통합은 발전노동자의 기대와는 다르게 진행되는 모양새다. 현재 유력하게 거론되는 방안은 발전 5사의 온전한 통합이 아니라, ‘화력발전 2개와 재생에너지 공기업’으로 개편하는 소위 ‘2+1방식’이다. 더불어 ‘재생에너지청’ 신설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런 어중간한 통합, 특히 재생에너지 부문 분리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재생에너지 부문을 통합하지 않는다면, 발전공기업은 석탄공사처럼 사양산업 신세로 전락해 결국 없어질 것이 뻔하다. 보다 본질적으로, 현 흐름상 재생에너지 부문을 분리하려는 속셈은 국가 주도로 민간자본의 재생에너지 진출 확대를 위한 기획일 공산이 크다. 지금까지 정부는 기업PPA(기업 자체의 전력구매계약), 각종 분산에너지 특구 지정, 해상풍력 컨소시엄 사업 등으로 재생에너지 부문에 대한 민간자본의 진출을 추동해왔다. 새로운 조직 역시 민간자본 참여 확대를 목적으로 설계될 가능성이 크며 실제 흐름 역시 그러하다. 이렇게 되면 재생에너지 부문은 민간에게 넘어가며, 공기업은 사양산업만 떠안게 되는 결과를 낳는다.

 

발전산업 전체를 통합하고, 포괄적 계획에 근거한 과감한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로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한다. 이윤을 위한 전력산업 구조 내에서,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는 재생에너지 자본의 이윤을 보장할 때만 가능하다. 따라서 자본이 이윤을 보장받지 못하면 재생에너지 전환은 멈춘다. 그럼에도 한국정부는 오로지 자본이 이익을 낼 수 있느냐를 기준으로 재생에너지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현 정부 발전사 통합안 역시 이런 흐름 안에 있어, 공공주도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취지와 거리가 멀다. 현 정부 발전사 통합안은 기후위기 대응과도, 단 한 명의 해고도 없는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과도 동떨어져 있다.

 

사진: 발전노조

 

발전사 통합과 함께 인력감축을 추진하는 이재명 정부

 

인력감축 등 구조조정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최근 기획재정부는 발전공기업 통폐합 시나리오에 따른 인력감축 및 재배치를 검토하고 있다. 발전산업 분할체제로 만들어진 한전 본사의 중복된 관리업무 등에 대한 조정은 필요하다. 그러나 발전현장에서 전력을 생산하고 발전설비를 유지·보수·감독하는 인력에 대한 감축 시도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하지만 정부는 효율과 경쟁력 강화라는 허울 아래 인력감축과 재배치를 시도할 것이며 그 모델은 민자발전이 될 공산이 크다. SK와 남동발전이 공동 출자해 만든 특수목적회사(SPC)인 고성그린파워 1·2호기의 총 발전용량은 2GW로. 태안화력 9·10호기와 같지만 교대근무 1개조 인원은 2명이 적다. 같은 용량의 중부발전 신보령 1·2호기 전체 인원은 250여 명인 반면, 고성그린파워는 190여 명이다. 인력감축을 검토하는 기획재정부 행보가 드러내듯, 정부는 발전공기업 통합과 함께 더 많은 이윤을 위한 인력 구조조정에 착수할 공산이 크다. 맞서 싸워야 한다.

 

5개로 나눠진 발전사의 통합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하지만 그저 정부에 맡겨둬서는 안 된다. 정부가 구상하는 통합은, 기후위기 대응도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도 불가능하게 만들 것이다. 또한 정부가 제시하는 통합은 노동자 구조조정까지 동반할 가능성이 크다.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발전사 통합, 노동자의 연대투쟁으로 쟁취하자

 

한판 투쟁을 준비하자. 설마 하다가는 천길 낭떨어지로 떨어질 수 있다. 현 정권의 노동자를 대하는 기본 태도는 지난 정권과 다르지 않다.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 노동부 장관은 직무급제 도입을 예고했다. 개정된 노동법 2·3조 역시 노동자 정의 확대와 손배가압류 금지 등 그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박한 요구를 온전히 담아내지 못했을뿐더러, 개정 노동법의 해석과 적용범위를 좌우할 매뉴얼 제작에 있어서도 연일 자본의 요구를 청취하며 노동자 투쟁을 억제하고자 한다.

 

노동자의 동맹군은 같은 노동자다. 석탄발전소 폐쇄로 가장 고통 받는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와 정규직 노동자가 함께 공동투쟁으로 구조조정을 박살내자. 발전사 통합은 기후정의 실현과 정의로운 전환의 계기여야 한다. 노동자 투쟁으로 올바른 발전사 통합을 쟁취하자!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와 공공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비정규직 철폐하자!

 

사진: 노동과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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