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장관이 아니라 노동자의 단결이 성평등을 실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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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신문

여가부 장관이 아니라 노동자의 단결이 성평등을 실현한다

  • 배예주
  • 등록 2025.09.13 19:12
  • 조회수 5,465

사진: 한겨레

 

이재명 정부 취임 100일을 앞두고 원민경 신임 여성가족부 장관이 9월 10일 취임했다. 1년 7개월 만에 윤석열 정부 김행 후보자, 이재명 정부 강선우 후보자 사퇴를 거쳐 공석이었던 자리가 채워졌다.

 

원민경 장관은 이날 “성평등 실현을 정부의 핵심 과제로 삼아 국정 전반에 평등의 가치를 세우겠다”며 “성별 임금 격차를 해소하고, 젠더폭력에 대한 신속한 대응, 섬세한 피해자 중심 지원체계, 다양한 가족 형태의 구성원 모두가 차별 없이 존중받는 포용적 가족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부조직 개편으로 여가부는 ‘성평등가족부’로 명칭을 바꾸고 확대 개편될 예정이다.

 

카드

 

신임 여가부 장관이 여성단체와 사회단체, 노동조합 등 많은 노동자 민중이 오랫동안 요구해온 차별금지법 제정, 비동의 강간죄 도입, 임신중지 약물 도입, 젠더폭력 지원 강화 등을 제기했다는 점은 진일보다. 특히 원민경 장관은 역대 장관과 달리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의미와 필요성이 매우 크다”며 차별금지법 제정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를 반영하듯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민변,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많은 단체가 그를 반기며 변화를 기대했다. 그러면 과연 신임 여가부 장관이 우리 사회를 보다 성평등하게 바꿔낼 수 있을까?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과 함께 등장한 윤석열 파면투쟁 광장에서 가장 앞장선 여성과 성소수자의 존재가 이들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게 만들었다. 특히 가장 억눌려온 성소수자 노동자 민중은 그들의 삶 자체로 한국 사회의 불평등과 억압, 착취를 증명했고, 차별금지법 제정을 통해 평등한 세상으로 한걸음 전진해야 함을 거침없이 웅변했다. 이재명 정부에게도 여성과 성소수자의 저항이 노동자 민중 투쟁 확대의 도화선이 되지 않게 제어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일 수밖에 없다. 성평등 공약이 없다는 비판에 이어, 갑질 논란으로 강선우 후보자까지 낙마하자, 이제 더 왼쪽으로 보이는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구조적 차별

 

한국 사회의 성차별은 해소될 기미가 없다. 누가 정권을 잡든, 가부장적 자본주의 사회에서 여성과 성소수자 노동자에게 가해지는 이중 삼중의 차별, 억압, 착취는 ‘0.75명’이라는 합계출산율이 드러내듯 너무도 가혹하다.

 

여성과 성소수자의 임금과 취업 문제는 그 심각성을 여실히 드러낸다. 정부기관이 최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성별 임금 현황 공시대상 기업(공공기관과 상장기업 2,980개)의 1인당 평균임금은 남성이 9,780만 원인 반면 여성은 6,773만 원이었다. 성별 임금 격차는 2023년보다 늘어 30.7%를 기록했다. 남녀의 평균임금 모두 전년보다 감소했으나, 여성의 임금 감소폭(-6.7%)이 남성(-0.8%)보다 커지면서 성별 임금격차가 확대된 것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발표 역시 마찬가지 상황을 드러낸다. 전체 노동자 평균 성별 임금은, 여성이 남성보다 월 29% 낮아 OECD 회원국 중 격차가 가장 컸다. 특히 여성 저임금노동자 비중은 23.8%로 남성(11.1%)의 2배 이상에 이르렀다.

 

성소수자 노동자는 일자리를 구하는 것부터 힘들다. 일하는 성소수자의 경우 4명 중 1명이 ‘일터 내 차별 영향’으로 우울증을 앓고 있으며, 이는 평균보다 4배나 높은 수치다. 경력단절, 성별분업 등 억압과 차별에 시달리다 노인이 된 여성의 절반 이상이 ‘빈곤’에 시달린다. ‘성소수자’ 노인은 빈곤·질병·고독에 더해, 특히 돌봄의 공백으로도 고통받는다.

 

여성살해와 성폭력은 감소하지 않는다. 성소수자 혐오는 넘쳐난다. 국민의힘은 “여가부, '성평등가족부' 명칭 변경은 양성평등 부정하는 것”이라며, 한국교회총연합은 “성평등은 제3의 성을 인정하는 이념적 용어”라며 혐오를 선동했다. 차별과 억압을 통한 착취의 강화는 가부장적 자본주의의 작동 원리이며, 이를 바꿀 수 있는 것은 계급투쟁뿐이다. 여성가족부 원민경 장관도, 고용노동부 김영훈 장관도, 가부장적 자본주의에 뿌리박힌 구조적 성차별을 개선할 수 없다.

 

노동자 단결 투쟁

 

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고 해서 노동현장과 사회 곳곳에 만연한 차별이 하루아침에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은 조직노동자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근로기준법이 있는 세상이지만 노동조합의 단결투쟁으로 근로기준법이라는 최소한의 권리 규정이 비로소 작동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차별금지법 제정은 출발일 뿐, 이를 발판으로 실질적 평등으로 한발짝 나아갈 수 있는가는 노동자계급의 단결투쟁이 결정할 것이다.

 

많은 노동현장에서 평등을 위한 실천은 여전히 부족하다. 여성과 성소수자 노동자는 이중 삼중으로 더 차별받고 억압당한다. 민주노총이 지난 탄핵광장에서 무지개 깃발을 휘날리며 노동자민중의 지지를 받았던 이유는, 성별과 성정체성으로 노동자계급을 가르며 차별·억압·착취를 강화하는 정부와 자본에 노동자의 단결로 맞서자는 바람과 열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성과 성소수자 의제는 ‘부수적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조직노동자가 투쟁에 나서자.

 

비정규직 철폐와 노동법 개정, 최저임금 인상 및 확대적용, 고용허가제 철폐가 노동자계급의 과제인 것처럼, 성적 억압과 차별에 맞선 투쟁도 노동자계급의 과제다. 성적 업압과 차별을 통해 자본은 노동자계급을 분열시키고, 착취를 강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성과 성소수자 노동자의 채용, 여성과 성소수자 노동자가 직면하는 업무·작업환경·노동안전 등에서의 차별을 드러내고 바꾸기 위한 현장투쟁, 차별금지법 제정, 임신중지약물 도입과 건강보험 적용, 성매매 비범죄화, 비동의 강간죄 도입, 가사돌봄노동 공공성 강화가 모두 노동자계급의 과제다.

 

혐오가 있는 곳에 노동자 가장 먼저 달려가자. 모든 차별에 맞서자. 더 넓게 단결하여, 노동자라서, 여성이라서, 성소수자라서, 이주민이라서, 장애인이라서, 아픈 사람이라서 차별받고 빼앗기지 않는 세상으로 뚜벅뚜벅 전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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