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호황이라는데
조선업계가 소위 ‘초호황’을 맞이했다. 2025년 상반기 기준, 중국 조선업 세계시장 점유율은 72%에서 52%로 하락했고, 국내 조선업은 약 15% 수준에서 25.1%로 반등했다. 이러한 상승세에 힘입어 올 상반기에만 HD한국조선해양 약 1조 7,600억 원, 한화오션 약 6,300억 원, 삼성중공업 약 3,3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조선업이 2030년까지 약 30%의 점유율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런데 필자가 일하고 있는 한화오션 현장에서 ‘초호황’을 체감하기는 힘들다. 오히려 불황기보다 더한 위기감이 현장을 뒤덮고 있다. 과거 호황기에는 잔업·특근이 일상이었고, 한계 이상으로 설비를 가동했다. 그러나 한화그룹 체제에서 맞이한 이번 호황 국면에는 일감 부족으로 잔업·특근이 통제되고, 주·야간 교대가 필수적인 내업(조립) 공정조차 한시적 주간 근무로 축소했다. 이는 불황기에도 겪어보지 못한 기형적 현상이다. 물론 필자는 장시간 노동을 반대한다. 하지만 지금의 변화는 단순한 노동시간 조정이 아니라, 민영화 이후 이윤 극대화를 위한 구조조정 전략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상황이 다르다.
호황 속 구조조정, 노동강도 강화로 노동자를 쥐어짜는 한화오션 자본
2025년 3월 14일 한화오션이 제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한화오션의 가동률은 거제조선소 100.4%, 한화해양공정(산동)유한공사 95.2%, 한화오션에코텍(구 삼우중공업) 95.4%로 나타났다. 또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3월 당시 한화해양공정(산동)유한공사에 75억 원, 한화오션에코텍(구 삼우중공업)에 4,556억 원의 투자를 밝혔지만, 2024년 사업보고서에서는 산동유한공사 1,336억 원, 에코텍 540억 원으로 금액을 수정해 발표한 사실이 확인된다. 이로 미루어볼 때, 노조가 없고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 공장에 생산물량을 집중배치하는 전략이 분명히 드러난다.
애초 한화그룹의 대우조선 인수 목적은 조선이 아닌 방산에 있었다. 산업은행은 ‘방산과 조선 분리매각 불가’입장을 내세웠지만, 이는 사실상 한화로의 헐값 매각을 위한 명분에 불과했다. 당시 노동조합도, 한화가 조선을 인수하면 지배구조 개편을 통한 사업장 축소·폐쇄는 시간문제라고 판단했다.
이러한 우려는 결국 현실로 드러났다. 2024년 7월 1일, 한화오션은 필자가 소속된 조립3팀 1Bay 동편을 비롯해 주요 사업장 전반을 외주화하기 시작했다. 특히 필자의 사업장은 낮은 단가 탓에 하도급 입찰조차 없는 상황이 계속되었고, 이에 한화오션은 단가 인상이 아닌 공장 폐쇄를 선택했다. 조선업 호황 국면임에도, 핵심 라인 공장을 1년 넘게 방치하는 결정은 자본 관점에서 봐도 납득하기 어렵다. 이는 언제든지 조선업을 정리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신호다. 또한 이러한 상황에서도 거제조선소의 가동률이 100.4%1)에 달한다는 사실은, 한화오션이 노동강도 강화로 노동자를 쥐어짜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화오션은 과거 하루 9~10시간 노동으로 10의 생산량을 달성했으나, 현재 노동강도를 높여 하루 8시간 근무에 똑같은 생산량을 뽑아내며 노동자를 과로사 위험으로 내몰고 있다
1) 여기서 계산된 가동률은 맨아워(작업공수) 기준으로, 실제로 투입한 작업공수를 계획한 작업공수로 나눈 값이다.
▲ 한화오션 조립3팀 1bay 동편 공장 (2024. 7. 1부터 현재까지 비워진 상태)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현 조선업의 시스템상 내업(조립) 공정은 주·야간 교대근무가 필연적이다. 그런데 한화오션은 물량 부족을 이유로 일부 야간공정을 한시적으로 중단했다. 그렇다면 노동강도가 낮아져야 정상이지만, 자본은 최소한의 인원을 남겨둔 채 사내 교육으로 배치 중이다. 참고로 이는 노동부가 지원하는 교육으로, 임금 일부를 정부가 지원한다. 공정에서 빠진 인력을 노동부 지원금을 받는 사내교육으로 돌려, 인건비를 줄이고 보조금을 챙기는 것이다.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이처럼 조선업 ‘초호황’ 이면에, 노동자들은 불황기보다 더 가혹한 현실에 놓여 있다. 단가 인상 대신 공장 폐쇄를 선택하는 한화자본이다. 하도급 단가 후려치기, 이주노동자 저임금 초과 착취, 정부 지원 등으로 막대한 이윤을 축적하는 한편, 수주 물량을 중국 공장에 우선 배치하고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하며 노동조합이 있는 거제조선소 비중을 줄이고 있다. 노동조합의 힘을 빼는 한화오션에 맞서 지금 투쟁해야 한다. 이는 조선업 불황기에 펼쳐질 극심한 노동탄압에 대비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지금, 빼앗긴 하청노동자 상여금 550%를 되찾기 위한 연대투쟁에 나서자
조선업 호황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거제조선소 현실은 공장 폐쇄, 단가 후려치기, 저임금 착취, 과로 강요로 점철돼 있다. 지금 이에 맞선 투쟁을 벌이지 않는다면, 한화오션은 더욱 거칠게 노동자를 짓밟을 것이다. 많은 과제가 있겠지만, 필자는 자본이 불황을 이유로 삭감한 하청노동자 상여금 550% 원상회복이 최우선 과제라고 본다. 하청노동자 550% 상여금 회복은 단지 과거 노동조건을 되찾는 문제가 아니며, 비정규직 노동자만의 문제도 아니다. 이것은 비정규직이 넘쳐나는 조선소를 바꾸기 위한 투쟁의 출발점, 정규직과 비정규직, 원청과 하청, 정주노동자와 이주노동자가 함께 살기 위한 계급적 투쟁의 출발점이다.
언제까지 조선하청노동자들의 희생과 투쟁을 두고 볼 것인가? 필자도 정규직이지만, 정규직 노동자들이 단순히 잔업·특근 통제 문제만 투쟁 대상으로 삼다가는 다시 불황이 오면 투쟁 한번 못 한 채 일터에서 쫒겨날 가능성이 높다. 노조법 개정 흐름에 따라 ‘노동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경영상 결정’, ‘사용자의 단체협약 위반’ 등에 대해서도 파업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 만큼, 한화오션의 경영을 통제하기 위한 투쟁과 함께 하청노동자들의 상여금 550%를 되찾기 위한 현장 연대투쟁을 확대해야 한다. 상급단체는 관련 투쟁지침을 내려야 한다.
이미 태풍이 불고 있다. 우리의 전망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하고 함께 행동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