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급투쟁이 결정한다 - 노조법 2·3조 개정안 환노위 통과 이후 노동자계급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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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신문

계급투쟁이 결정한다 - 노조법 2·3조 개정안 환노위 통과 이후 노동자계급의 과제

  • 백종성
  • 등록 2025.08.02 19:05
  • 조회수 5,276

2025년 7월 24일 <제대로 된 노조법 2·3조 개정 촉구 비정규직이제그만 기자회견> 사진: 요지경

 

노조법 개정안, 환노위 통과

 

2025년 7월 28일, 노조법 2·3조 개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했다. 환노위 통과안이 기존 노조법보다 발전한 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자를 사용자로 규정하는 ‘사용자 개념 확대’다. 개정안은 노조법 2조 2호, 사용자 정의에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그 범위에 있어서는 사용자로 본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이에 따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원청에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둘째, 노동쟁의 대상 일부 확대다. 노조법 2조 5호 개정에 따라 노동자들은 △노동자의 지위 △노동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경영상 결정 △사용자의 단체협약 위반 등에 대해서도 파업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기존 노동법은 노동쟁의를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인한 분쟁상태로 규정했다. 이 정의에 따르면 법률이나 단체협약에 따라 이미 결정된 권리의 이행을 둘러싼 분쟁, 즉 ‘권리분쟁’은 파업권 행사 대상이 될 수 없었다. 이번 개정은 기존 노조법이 쟁의행위 대상에서 배제해왔던 특정 권리분쟁 사안을 일부 포함해 노동쟁의 범위를 소폭 확장했다. 즉, “근로조건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시 쟁의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한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일부 사안을 명시해 쟁의대상을 소폭 확대한 것이다.

 

셋째, 노조법 2조 4호 라목 삭제를 통한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의 노동조합 결성권 확대, 해고자와 퇴직자 등을 조합원으로 포괄할 단결권 확대다. 현행 노조법은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에는 이를 노조법상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았다. 이 조항이 노조법 2조 4호 라목이다. 윤석열 정권이 ‘화물연대는 노조가 아니’라며 공정거래법을 동원해 화물연대 파업을 탄압했듯, 노조법 2조 4호 라목은 특수고용노동자·플랫폼노동자의 노동3권 행사를 막아왔다. 또한 박근혜 정권의 전교조 탄압에서 드러난 것처럼 해고자, 퇴직자의 노동조합 가입을 사유로 한 탄압의 근거 조항이었다. 환노위를 통과한 노조법 2·3조 개정안의 노조법 2조 4호 라목 삭제로 더 넓은 단결권 행사가 가능해졌다.

 

한계 또한 분명하다

 

환노위를 통과한 노동법 개정안의 한계 또한 다음과 같이 분명하다.

 

첫째, 환노위 통과안은 노동자 정의를 확대하지 못했다. 즉,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노조에 가입한 사람은 노동자로 보는 ‘노동자 추정조항’ 명문화에 실패했다. 주지하듯 화물노동자, 학습지교사, 택배노동자, 배달라이더, 대리운전노동자 등 특수고용노동자들과 플랫폼노동자들은 사용자에게 종속되어 일하면서도 법적 신분은 ‘개인사업자’로 취급되었다. 윤석열 정권의 화물연대 탄압처럼, 국가와 자본은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을 불법으로 규정했고, 교섭을 요청해도 자본가는 ‘당신들은 노동자가 아니’라며 교섭을 거부했다. 이런 현실을 바꾸기 위한 요구가 노동자 추정조항 신설이었다. ‘일단 원청이 고용한 노동자로 보고, 자본이 노동자성을 부정할 경우 이를 증명할 책임을 자본에 지우자’는 요구였다. 이 조항이 빠짐에 따라, ‘나는 원청 자본에 고용된 노동자’임을 입증할 책임은 여전히 노동자에게 남았다.

 

둘째, 사용자 정의 확대는 한계적이다. 환노위 통과안은 사용자 범위를 ‘노동조건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 개념에 따라 확대했으나, 명시적으로 ‘원청’을 ‘사용자’로 본다는 규정은 빠졌다. 이에 따라 ‘누가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사용자인가’를 둘러싼 공방은 필연이며, 원청은 자신이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사용자임을 부인하고자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것이다. 이미 그래왔듯, 원청은 하청구조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지휘·명령 체계를 은폐하며, 책임을 하청업체에 전가하는 방식으로 사용자성을 조직적으로 회피할 것이다. 환노위 통과안은 ‘실질적 지배력’이라는 추상적 기준만을 제시함으로써, 현장에서는 여전히 “누가 사용자냐”를 두고 끝없는 공방과 소송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2025년 7월 30일 자본가 단체 기자회견 사진: 연합뉴스

 

셋째, 노동쟁의 대상 확대 범위는 윤석열이 거부권을 행사안 노조법 2·3조 개정안보다도 후퇴했다. 윤석열의 재의요구권 행사로 폐기되었던 노조법 개정안은 △체불임금 청산 △해고자 복직 △부당노동행위 구제 등 ‘권리분쟁’ 사항을 노동쟁의 대상으로 포함했다. 즉, 아직 ‘결정’되지 않은 노동조건에 관한 사항뿐만 아니라, 법률과 단체협약에 따라 이미 결정된 권리의 실질적 보장을 둘러싼 분쟁, 곧 ‘권리분쟁’도 파업권 행사 대상으로 포함했던 것이다. 이번 환노위 통과안에 따라 단지 ‘결정’되지 않은 노동조건에 대해서만 쟁의할 수 있다는 기존의 협소한 틀은 유지되었고, 이미 확정된 권리의 실현을 위한 투쟁은 여전히 불법화될 위험에 놓여 있다.

 

넷째, 개인 책임에 따른 손배의 명문화는 그 어떤 의미로도 성과가 아니며 매우 문제적이다. 민주노총은 현 노조법 개정안을 두고 “손배 없는 시대가 열렸다”고 평가하나, 이는 사실과 거리가 멀다. 물론, 환노위 통과안이 사용자의 불법행위에 맞선 쟁의행위로 발생한 손해에 대한 배상 책임을 면제하고, 노동조합 파괴를 목적으로 한 손배청구를 금지한 점은 성과다. 그러나 손배 책임을 △노동조합 내 지위와 역할 △쟁의행위 참여 정도 △손해에 대한 관여 정도 등으로 따져 노동자 개개인에게 부여한 점은 그 어떤 미사여구로도 합리화할 수 없다. 이는 단지 투쟁 과정에서 힘이 부쳐 끝까지 따내지 못한 결과가 아니라, 노동자계급이 견지해온 요구에 대한 명백한 왜곡이다. 즉, ‘개인 책임에 따른 손배’는 ‘손배가압류 철폐’라는 핵심 요구를 흐리고, 노동자 투쟁의 집단성을 훼손하며, 가장 앞장서서 투쟁하는 노동자에게 가장 큰 희생을 강요한다는 점에서 결코 성과가 아니다. 최근 대법원은 2010년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 파업에 연대했다는 이유로, 활동가들에게 35억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책임을 확정했다. 이 판결의 취지가 바로 환노위 통과안에 담긴 ‘개인 책임에 따른 손배’다. 개인 책임에 따른 손배는 맞서 싸워야 할 대상일 뿐이다.

 

위와 같은 한계는, 민주당에 의존한 노조법 개정 과정이 노동자들의 피땀 어린 투쟁으로 만든 성과를 어떻게 굴절시켰는지를 여실히 드러낸다.

 

2022년 8월 31일 <손해배상 청구 철폐! 노조법 개정, 노란봉투법 제정 촉구 민주노총 기자회견> 사진: 노동과세계

 

계급투쟁이 결정한다

 

노조법 2·3조 개정안이 환노위 문턱을 넘었지만,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결국 노동자들의 치열한 투쟁이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3권이 한걸음 전진한 데는 치열한 투쟁이, 그리고 투쟁을 통해 쌓인 판례가 있었다. 그 중요 사례는 다음과 같다.

 

비정규·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3권 확대에 있어 중요한 계기 중 하나가, 학습지 노동자들의 싸움이 만든 성과다. 학습지 교사들은 1999년 노조 설립 이래 20년 넘게 노조할 권리를 인정받고자 싸웠다. 2018년 대법원은 학습지 노동자들의 손을 들며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는 아니더라도 노동조합법상 노동자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학습지노동자들의 투쟁이 만든 이 판결로, 특수고용노동자들도 단결권을 가지고 있음을, 노조법상 노동자에 해당함을 확인한 것이다. 해당 판례는 이번 노조법 개정안에도 반영되어,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노조법상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 현행 노조법 2조 4호 라목을 삭제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축은 원청 사용자 책임을 관철하기 위한 간접고용노동자들의 투쟁이다. 간접고용노동자들은, 치열한 투쟁으로 현행법을 뚫고 법원과 노동위원회의 의미있는 결정을 강제하며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자가 사용자’라는 개념을 쟁취해왔다. 2021년 중앙노동위원회는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들의 교섭 요구를 원청이 거부한 사건에 대해, “비록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니라도 근로조건에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권을 가진 자는 노조법상의 사용자”라고 판정했다. 이 판단은 서울행정법원 1심에서 유지되었고, 2024년 1월 고법 항소심도 CJ대한통운이 전국택배노조와 교섭을 거부한 행위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무엇보다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의 절박한 투쟁이 돌파구를 만들었다. 3년 전 여름,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은 5년간 삭감된 임금 30% 원상회복을 요구하며 원청에 맞서 절박한 파업을 벌였고, 좁디좁은 구조물에 자신을 가두고 "이대로 살 수는 없다"며 절규했다. 원청 대우조선은 이를 ‘불법파업’이라 규정하고 폭력 진압을 시도했으며, 파업 종료 후에는 무려 470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대우조선은 하청노동자들의 법적 사용자가 아니고, △그렇기에 하청노동자 파업은 불법이며, △불법 파업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쳤으니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하는 기막힌 현실이었다. 이후 진짜 사장에 맞서 노동3권 행사를 가능케 할 노조법 2·3조 개정 투쟁이 본격화했다. 파업 이후 ‘원청 사용자 책임 강화’에 국민 절반 이상(52.8%)이 동의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는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투쟁이 얼마나 큰 파장을 만들었는지 여실히 드러냈다.

 

2022년 7월 22-23일 TBS 여론조사 결과

 

2022년 12월 30일, 중앙노동위원회는 경남지방노동위원회 판정을 뒤집으며 ‘대우조선 원청은 하청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에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므로 단체교섭 의무가 있다’고 판정했다. 원청의 교섭 거부는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되었고, 마침내 2025년 7월 25일 서울행정법원도 한화오션의 교섭 의무를 인정했다. 법원은 “하청 노동자들의 노무제공이 원청 사업 수행에 필수적이고, 노동조건을 원청과 집단교섭으로 결정할 필요성이 있다면 원청을 노조법상 사용자로 볼 수 있다”며, 성과급·학자금·노동안전 같은 의제에서는 한화오션이 교섭에 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원청의 교섭의무를 규정한 판결을 투쟁으로 쟁취한 것이다.

 

2025년 7월 25일, 사법부는 현대제철과 한화오션 하청노동자들에 대한 원청의 교섭 거부를 부당노동행위로 인정했다

 

발전소 하청노동자들의 투쟁 역시 원청에 맞선 하청노동자들의 투쟁 확대의 중요 계기였다. 2024년 5월, 발전소 경상정비를 담당하는 공공운수노조 발전HPS지부 노동자들은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이후 총고용 보장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정의로운 전환’을 요구하는 의미심장한 파업이었다. 발전HPS지부 노동자들은 발전HPS 사측에 고용보장을 요구했지만, 16차례 교섭 내내 발전HPS 사측은 “원청에 가서 요구하라”는 무책임한 답변만 반복했다. 결국 조합원들은 원청인 남부발전과 직접 교섭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섰다. 2025년 태안화력 1호기를 시작으로 발전소 폐쇄가 본격화하는 지금, 발전소 비정규직노동자들은 8월과 11월 파업을 앞두고 있다. 정부와 원청 자본에 맞선 발전소 하청노동자들의 투쟁을 목적의식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발전노동자 총고용 보장, 원청이 책임져라! 사진: 공공운수노조

 

이렇듯 법과 제도를 바꾸어온 것은 계급투쟁이며,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앞서 서술했듯, 원청 자본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하청 구조를 복잡하게 재편하고, 지휘·명령 체계를 은폐할 것이다. 이를 돌파하는 길은 단결과 연대뿐이다.

 

사업장 담을 넘어, 원청 자본에 맞선 비정규직노동자 연대투쟁으로 나아가자

 

분명한 것은, 법이 몇 줄 바뀌었다고 원청 자본이 순순히 비정규직 노동자들과의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필요한 것은 원청에 맞선 더 강력한 투쟁이며, 그 과정에서 이번 환노위 통과안에 담기지 못한 △노동자 정의와 사용자 정의 확대 △노동쟁의 대상 확대 △모든 형태의 손배 철폐 쟁취를 위한 집단적 의지를 확대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비정규·특수고용노동자 공동투쟁 확대다. 사업장 벽을 허물고, 원청 자본에 맞선 비정규직노동자 공동전선을 구축하며 전 민중 앞에 원청이 진짜 사장임을 드러내자. 원청 자본이 노조법 개정의 근본 취지조차 인정하지 않고 있음을 모든 노동자 민중 앞에 드러내며 원청 사용자성 쟁취투쟁을 정치적 쟁점으로 부상시키자. 부분적이지만 노동조합을 결성할 권리가 확대됐음을 알리고, 더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조직하자. 또한, △노동자의 지위 △노동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경영상 결정 △사용자의 단체협약 위반을 포괄해 확장된 쟁의행위 범위를 토대로, 자본의 경영독재에 맞선 원하청 노동자 투쟁을 확대하자. 지금까지의 노조법 개정 투쟁과 마찬가지로, 바뀐 법을 토대로 얼마나 나아갈 수 있는지 또한 계급투쟁이 결정할 것이다.

 

사진: 금속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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