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숙 조합원(첫 번째 사진에서 가장 왼쪽)이 동료들과 함께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청소 노동자들이 부당한 업무 지시를 거부하며 투쟁하고 있다. 친환경을 말하며 전기차를 생산하는 기아차의 청소 노동자들 앞에 별안간 산업폐기물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기아차 화성공장 하청업체 보광산업에 소속되어 있는 김경숙 씨, 김은희(가명) 씨와 그의 동료들은 지난 5월 초부터 피켓을 들었다.
회사는 지난 3월 말 새로 생긴 글로벌 품질센터 현장을 청소하라고 지시했다. 그동안 청소 노동자들이 하지 않았던 업무였다. 품질센터 안, 품질센터의 통행로 안은 자동차 부품 등 중량물이 많아 안전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다른 건물에서도 현장 안 청소는 전문 장비를 갖춘 다른 노동자들이 담당해 왔다. 청소 노동자들은 현장 안이 아니라 화장실과 사무실, 복도를 청소했다. 그런데 회사는 노동조합 및 해당 청소 노동자들과 어떤 협의도 없이 막무가내로 업무를 지시했다. 담당구역 업무변경 시 조합원과 협의해야 한다는 노사협의 조항은 휴지 조각이나 다름없었다.
4월 초 노동자들이 작업 지시를 거부하자 사측은 노무사를 동반해 현장 실사(맨아워 측정)를 하겠다고 했다. 업무량 과다, 노동강도 심화, 작업의 위험성이란 이유로 정당하게 작업을 거부했는데도 감시와 탄압, 협박의 수단으로 현장 실사를 강요했다.
노동자들은 감시성 현장 실사를 거부하고 회사의 사과를 요구했다. 회사는 5월 7일 조합원 간담회 때 노동조합이 현장 실사에 동의했다는 허위 정보를 유포했다. 관리소장은 조합원 각각에게 전화를 걸어 “힘들다, 투쟁하는 노동자가 이상한 행동을 하고 있다, 도와 달라”라고 얘기했다. 조합원들을 분열시키려는 행동이었다. 업체관리소장은 회사 편을 드는 대의원을 앞세워 노동자들에게 “회사를 괴롭히면 죽을 만큼 힘들게 해주겠다”라고 위협했다. 투쟁하는 노동자에게 고소, 고발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노동자들은 회사의 온갖 탄압을 이겨내며 싸우고 있다. 회사는 해고 얘기까지 꺼내고 있다. 거대 글로벌 자동차 회사 안에서 일하는 청소 노동자들의 운명은 풍전등화 상태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꿋꿋하다.
불법파견 대상에서 제외된 식당, 청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인원 부족, 과도한 업무, 저임금, 성희롱과 괴롭힘에 시달려 왔다. 불법파견 소송과 정규직화 투쟁으로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정규직화된 후, 남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열악한 현실은 은폐됐다.
10년을 일한 김경숙 씨의 기본급은 최저임금이 안 된다. 수당이 붙어야 겨우 최저임금을 맞춘다. 4년을 일한 김은희 씨의 기본급도 최저임금이 안 된다. 이런 저임금 아래 고된 업무를 강요받아 왔다. 업무 범위는 갈수록 늘어났다. 김은희 씨는 쓰레기통만 37개를 비워야 한다. 그런데도 사측은 더 많은 쓰레기통을 비우라고 한다. 그것도 산업폐기물이 담긴 쓰레기통 청소를 강요하고 있다. 더구나 노동자들은 단지 쓰레기통을 비우는 일만 하는 게 아니다. 수많은 대형 건물이 즐비한 기아자동차 화성공장의 청소 노동자 수는 대략 150여 명일 뿐이다.
빵과장미는 부당한 업무지시에 맞서 싸우고 있는 여성 조합원 김경숙 씨와 그의 투쟁을 지지하고 있는 조합원 이삭 씨를 만났다.
조합원들이 피켓시위 중이다
노동자 한 명이 하루에 처리해야 하는 쓰레기의 일부
어떤 대의원은 해당 업무가 10년 이상 동일한 조건으로 수행되어 온 일상적인 업무라고 주장한다.
그렇지 않다. 23년 8월 공장이 개축되면서 처음 업무 지시가 내려왔는데, 기존 업무에서 추가된 것이다. 신축 공장 전체를 다 청소하라고 했다. 모두 6열인데 1열에만 최대 90대의 차량이 들어간다. 너무나 부당한 지시여서 거부했다. 그랬더니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야지 왜 안 하냐라며 해고하겠다고 했다.
어떤 대의원은 조합원들과의 협의를 거쳐 업무 수행에 합의한 것인데, 기초적인 업무조차 이행되지 않아 민망하다고 주장한다.
사실이 아니다. 협의라는 말을 가장해 부당하게 업무를 지시하려고 했다. 단체협상에는 회사와 대의원이 협의한 뒤 노조에 통보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회사는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협의를 해놓고는 아무것도 지키지 않아 현장 소장에게 항의했더니 ‘내가 노력한다고 했지, 언제 지킨다고 했냐’고 그랬다.
어떤 대의원은 한 분은 쓰레기통 3개, 다른 한 분은 쓰레기통 4개만을 담당하는데도 이를 과중하다고 주장한다고 비난한다.
어떻게 봐도 3~4개라는 근거는 없다. 김은희 조합원이 청소하는 쓰레기통만 37개다. 사무실도 어마어마하게 크다.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쉬지도 못하고 계속 봐야 한다. 쓰레기 봉지에 담으면 산더미처럼 쌓인다. 그래서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또 회사는 처음에는 신공장을 ‘현장’이라고 말했는데 이후에는 현장이 아니라고 말을 바꿨다. 현장이라고 하면 불법파견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는 친환경을 말하며 전기차를 생산한다. 노동자들에게는 어떤가?
회사는 친환경을 말하지만, 노동자의 안전이나 권리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이번 논란도 전기차 생산공장 신축을 계기로 발생했다. 회사는 주종을 전기차로 바꾸면서 공장을 새로 지었다. 그러면서 청소 구역이 늘어나자 나(김경숙)를 본보기로 삼았다. 그래서 회사로서는 내가 꼭 그들이 요구하는 청소를 해야 하는 것이다. 회사는 다른 하청 업체에서는 다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내가 알아본 바로는 아무데도 하고 있지 않다.
쓰레기도 일반쓰레기만 하기로 했는데, 산업폐기물이 다 들어왔다. 휴지통에 잔뜩 쌓여 있었다. 깨진 유리나 금속, 플라스틱 등 험한 게 많다. 회사가 아무런 설명이나 보호 장비도 없이 산업폐기물 청소를 시킨 것이다. 이런 쓰레기통이 한두 개가 아니다.
사측이 조합원 개인정보를 남용하고 있다는 말이 있다.
회사에 비협조적인 조합원을 괴롭히기 위해 가족이나 지인에게 전화해 그 조합원이 너무 힘들게 한다고 비방하고 있다. 개인정보를 남용해 조합원을 통제하려 하는 것이다.
사장의 개인 비리라는 것은 무슨 내용인가?
사장이 자기 친동생을 채용해 정규직화하겠다고 했다. 몇 해 전 원청 직원들의 요구 사항을 수행하는 계약직 형태의 긴급대응팀이 만들어졌는데, 여기에 배치했다. 우리는 퇴직자들을 채용하라고 했지만, 긴급대응팀은 원청 총무과 소속이어서 안 된다고 했다. 그런데도 지난 5월 초 말을 바꿔서 사장의 친동생은 정규직화하겠다고 했다. 채용조건이 바뀌면 단협에 따라 알려야 하지만, 이것도 지키지 않았다.
그리고 원래 우리가 휴가를 내면 대체인력을 쓴다. 우리 임금을 대체인력에 주는 방식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긴급대응팀을 쓰기 시작했다. 우리에게 주지 않은 임금이 어디로 가는지 아무도 모른다. 도급비가 착복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혹이 있다.
화장실 가는 것까지 통제받고 있다는 게 맞는가?
현대차든 기아차든 다 비슷한 게 노동자에게 악독하다. 표적이 되는 노동자가 있다고 하면 극심하게 사찰한다. 우리 역시 그렇다. 화장실 몇 번 가는지까지 점검한다, 화장실도 그렇고 근무지를 이탈하면, 그 현황을 분 단위로 기록한다. 근무자 이동 동선에 따라 회사 차량이 항상 대기하며 투쟁 노동자를 관찰하는 방식이다.
여성 노동자의 노동조건은 어떤가?
환경업체는 남녀 비율이 2 대 8 정도지만, 여성 노동자를 위한 휴게실이나 화장실은 매우 부족하다. 전기차 때문에 건물을 하나 지어도 배려가 없다. 여자 화장실이 생긴 게 7~8년 전이다. 그때도 여자 화장실이 너무 멀어서 노동자들이 엄청나게 힘들어했다. 건물 한 동 규모가 거대한데, 화장실을 가기 위해 옆 건물까지 가야 했다. 비정규직 남성 노동자도 휴게실이 다 불편한 곳에 떨어져 있다. 화장실에 가려면 5분은 걸어가야 한다.
성희롱이나 성차별은 비일비재하다. 나(김경숙) 자신이 그 사례다. 성희롱 피해를 보았는데 오히려 해고된 적이 있다. 당시 투쟁을 통해 복직했는데, 원청 남성 직원을 위해 밥과 설거지를 시키더라. 원청 직원이 지나가다 중년 여성 노동자의 엉덩이를 때리고 가는 경우도 있었다. 비정규직 남성 노동자가 피해를 본 사례들도 있다. 가령 한 원청 직원은 차에서 비정규직 남성 노동자의 귓불을 만진 사례가 있다. 그래도 공론화해 봤자 제대로 처리되지 않는다. 소문만 무성해지고 가십을 계속 생산한다. 또 샤워장 청소 지시를 무표정하게 수행했다는 이유로 계속해서 민원을 제기한 원청 직원도 있었다. 괴롭히기 위해 매일 배수구에 컵라면을 버리거나 화장실 휴지통에 변을 발라 놓은 원청 직원도 있었다. 하지만 원청 직원 눈 밖에 나면 힘드니까 다들 참는다.
노동자 안전은 어떤가?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은 뒷전이다. 가령 바닥을 기계식으로 청소하는 습진차에 쓰는 세제 약품들은 매우 독하다. 자동차 공장에선 기름때를 닦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교육도 하고, 피복도 하고, 약품을 사용하게 해야 하는데 그런 건 전혀 이뤄지고 있지 않다. 주의하라는 스티커는 붙여 놓는다. 약품에 대한 설명은 그냥 유인물을 읽어주는 정도다. 카카오톡으로 안내문을 배포하는 경우도 있는데 대부분 중고령 노동자이어서 못 열어보는 경우가 많다.
이 투쟁이 왜 중요한지 말해 달라.
원청에서 나를 성희롱했던 직원이 작전을 짜 부당한 업무 지시를 밀어붙인 것을 최근 확인했다. 고분고분하지 않으니 찍어내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여성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꼭 버텨야 한다. 또 내가 무너지면, 이 부당한 업무는 전체 조합원으로 확장될 것이다. 그래서 전체 조합원을 위해서라도 꼭 승리해야 한다. 이미 투쟁에 함께하는 조합원들의 수도 적지 않다. 우리는 함께 단결하여 우리 노동자의 권리를 반드시 쟁취할 것이다.
(이 기사는 빵과장미에도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