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4일, 서울시와 법무부는 특정 비자(유학생D-2, 졸업생D-10-1, 전문인력 등의 배우자F-3, 결혼이민자 가족F-1-5)를 가진 국내 체류・거주 이주민을 모집하여 가사・양육노동자로 활용하는 ‘국내 체류 외국인 가사・육아 분야 활동 시범사업]을 시행하겠다 밝혔다. 본 사업은 지난해 6월 발표한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에 포함되어 있던 정책이다. 발표 당시 가사근로자법의 적용을 받는 ‘가사노동자’와 어떠한 노동관계법의 적용도 받지 못 하는 ‘가사사용인’을 구분하여 추진한 정책으로 이미 심각한 문제제기를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정부는 쏟아지는 비판을 무시한 채 본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
한국 이주인력정책의 기본은 고용허가제이며, 차별금지협약 등 국제협약에 근거하여 근로기준법을 비롯한 노동법 적용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동안 그 어떤 정부도 감히 이 원칙을 무너뜨리거나 ‘11조 가사사용인 적용 제외’라는 근로기준법의 맹점을 악용하지 않았다. 정부는 국내 거주 중인 이주민이라고 얘기했지만 이주 노동자의 배우자, 가족 초청을 확대하면서 이 조항을 계속 적용한다면 결국 ‘돌봄서비스 분야’에서 노동법 적용을 무너뜨리고 비공식 노동자를 양산하겠다는 말과 같다. 이 정책이 전면화된다면 돌봄분야에서 일하는 이주민들은 아무런 노동법의 보호도 받지 못한 채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70년 넘게 무권리상태에서 고통받고 있는 내국인 가사노동자들에 이어 이주・가사돌봄노동자를 더욱 열악한 상황에 몰아넣으려 하는 것이다. 정부의 꼼수는 결국 최저임금법 미적용 가사・돌봄노동자 양산이다.
정부의 이러한 행태는 노동자의 노동권 보장과 돌봄의 공공성 실현이라는 정부의 역할과 책임을 망각한 처사이다. 현재 가사근로자법에 의해 노동자로 보호받는 가사노동자는 1%에 불과하다. 지금 정부가 해야할 일은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보장받는 가사노동자를 어떻게 늘릴 것인가이다. 개별 가정에 떠넘겨진 돌봄의 책임을 사회가, 정부가 책임지는 돌봄공공성 강화 역시 시급한 과제이다. 하지만 정부는 낮은 임금의 노동자를 공급할테니 가사・돌봄을 개별 가정에서 책임지라는 정책을 브레이크 없이 추진 중이다. 지금도 노동법 사각지대의 노동자는 임금 노동자의 절반에 육박하며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정부가 해야할 일은 노동법 사각지대에서 고통받는 모든 노동자에게 노동권을 보장하는 것이지 노동자를 갈라 놓으며 가사노동자의 노동권 박탈에 앞장서는 일이 아니다.
전세계적으로 돌봄의 중요성은 높아지고 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성역할 분리를 통해 돌봄을 여성에게 전가하고 있다. 돌봄을 값싸게 외주화하는 것은 돌봄이 여성이 전담해야하는 일이며, 낮은 가치를 지닌 일이라는 기존의 가부장적 관념을 더욱 강화시킬 뿐이다. 가사・돌봄 노동의 재평가가 시급한 시점에 정부는 노동의 가치를 더 끌어 내리려하고 있다. 심각한 퇴행이다. 본 정책은 또한 정부가 앞장서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주노동자에게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을 주어도 괜찮다는 정부의 제국주의적 발상은 참담하기 그지없다. 지금 대한민국 정부는 스스로 ‘국제 노예상’임을 자처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심지어 서울시가 중개파트너로 선택한 ‘이지태스크’는 가사・돌봄노동자의 중개경험이 전무할뿐 아니라 유료직업소개소 허가조차 없는 무허가 업체이다. 서울시와 업체는 아직 사업이 시작되기 전이므로 사업이 시작되기 전에 허가를 얻겠다 말했지만 너무나도 의아스러운 답변이다. 정부가 민간의 사업파트너를 선정할 때 자격도, 전문성도 없는 업체를 선정하지는 않는다. 서울시는 이 의심스러운 업체 선정 과정을 낱낱이 밝혀야할 것이다. 직업안정법 주관부처인 고용노동부도 이러한 졸속적 사업과 무허가 업체 문제에 대해 반대입장을 명백히 밝히고 적극적인 관리감독을 해야 한다.
모든 것이 총체적 부실이며 퇴행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본 시범사업은 돌봄노동 저평가 심화와 돌봄 공공성 파괴, 노동법 사각지대 가사・돌봄노동자 양산, 이주노동자 차별 강화라는 결과만을 예정하고 있다. ‘외국인 가사・육아 분야 활동 시범사업’은 한국사회가 추구하는 평등과 정의 그 어떤 가치에도 위배된다. 노동자뿐 아니라 이용자 그 누구도 만족시킬 수 없는 퇴행적 정책이다. 연대회의는 지금 당장 본 시범사업을 폐기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아울러 정부와 국회는 근로기준법 제11조 1항 ‘가사사용인 적용 제외’ 조항 폐기와 가사근로자법 확대 적용, ILO 가사노동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 협약(189호 협약) 비준을 통해 가사노동자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것을 요구한다.
- 이주가사돌봄노동자 차별하는 '외국인 가사육아 분야 활동 시범사업' 중단하라!
- 무자격 업체 통한 중개 웬말인가, 졸속적 시범사업 중단하라!
- 근로기준법 제11조 1항 ‘가사사용인 적용 제외’를 즉각 폐기하라!
- ILO 189호 가사노동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 협약을 비준하라!
- 이주가사돌봄노동자에게 최저임금 미만 차등적용 시도 중단하라!
- 이주가사돌봄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 및 최저임금법 등 노동법 적용하라!
- 서울시는 돌봄 민간화 중단하고 돌봄 공공성을 강화하라!
2025. 4. 2
이주가사돌봄노동자 권리보장을 위한 연대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