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하고 있는 이수진 동지와 소수윗 동지들의 모습
“너희는 갈라치지만 우리는 단결한다” 3월 7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는 3.8 국제여성의날을 맞아 여성파업 전야제가 열렸다. 3월 8일이 토요일이어서, 하루 전 평일에 파업, 연가, 조퇴, 동맹휴학 등의 방식으로 전국에서 150여 명의 노동자학생, 말벌 동지들이 한자리에 모여 구조적 성차별에 맞선 투쟁을 위한 결의를 다졌다. ‘평등집회를 위한 약속’으로 포문을 연 전야제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노동자가 연단에 올라 여성노동자의 현실과 투쟁상황을 생생한 목소리로 전했다.
일주일 전 23명 동지의 폭력연행을 진두지휘한 경찰이 집회 장소를 통제하려 하자 이에 거세게 항의하는 장면도 연출되었다. 하지만 참가자들은 서로의 말에 귀 기울이고 서로를 격려하며 문화노동자들의 힘있고 흥겨운 공연에 취하고 때로는 울고 웃으며 ‘함께’의 의미를 온몸으로 누렸다. 올해 여성파업의 8대 요구(돌봄노동, 생활임금, 성폭력, 재생산권리, 건강권, 이주여성노동자, 모든 혐오와 차별 반대, 비정규직 철폐)에 맞춘 발언 배치도 눈길을 끌었다.
‘여성이 봉기하는 것은 인류가 봉기하는 것’
△ 차례로 지혜복, 김현주, 김묘순 동지
성폭력 피해학생을 지원하고 공익제보했지만 A학교에서 해직되어 1년 넘게 투쟁하고 있는 교육노동자 지혜복 동지는 “우린 더 이상 폭력과 혐오, 차별에 시달리고 착취당할 수 없다. 평등과 권리를 우리 힘으로 쟁취하자”며 연대 동지들에게 환영의 인사를 전했다. 이어 마사회지부 김현주 과천지회장 동지는 “외모마저 통제하며 노동자 존엄을 침해하는 부당한 처우에 침묵하지 않도록 끝까지 싸워나가겠다”는 투쟁의지를 밝혔다. 김묘순 인덕대분회장 동지는, 바뀐 청소업체가 단협과 고용 승계를 무시하고 표적해고와 인력감축을 자행해 3월 6일 농성투쟁에 돌입했는데 원청인 학교로부터 단협을 지키겠다는 답변을 받아 “승리의 물꼬가 트였다”는 기쁜 소식을 전했다. 이어 김 동지는 “완전히 해결 안 되면 3월 12일에 집회하니 여기 동지들 많이 와서 응원해 달라”라며 유독 맛깔난 말솜씨로 큰 박수와 호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 임현경 동지
코레일네트웍스지부 임현경 동지는 ‘여성이 봉기하는 것은 인류가 봉기하는 것’이라는 제임스 오펜하임의 시 ‘빵과 장미’를 인용하며 “여성이 멈추면 세상이 멈춘다. 자본주의를 철폐하려면 여성노동자와 남성노동자가 하나의 계급으로 단결해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가 끝나지 않는 한 여성억압, 노동착취, 지독한 분열과 경쟁은 끝나지 않는다. 여성해방, 노동해방될 때까지 우리의 투쟁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평등의 이름으로 현장을 조직해 나가겠다
△ 오수영 동지
오수영 학습지노조 재능지부장은, “‘내 아이는 학원 뺑뺑이시키면서 남의 아이 가르치러 다닌다’는 학습지노동자들의 자조적인 목소리는 곧 학습지 자본이 말하는 일과 육아 병행이란 자신을 갈아넣는 것일 뿐임을 보여주는 것”이라 했다. 정작 노동자 자신의 노후 자기돌봄을 걱정할 나이가 되면 4대 보험과 퇴직금 없는 특수고용노동자의 처지를 뒤늦게 후회한다며 비임금노동자 즉 특수고용 노동자의 비율이 엄청나게 높아진 현실(860만 명)을 꼬집으며 “모두가 인간적인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117년 전 여성노동자들이 싸웠듯 우리도 여기 있는 동지들과 빵과 장미를 위해 나란히 함께 투쟁하자”고 말했다.
△ 차례로 최효, 김희라 동지
최효 쿠팡지회 동지는, “자신이 여성 고용을 창출하고 있다는 쿠팡 자본의 말은, 성평등에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전국을 로켓배송 가능한 쿠세권으로 만들려는 야욕 때문이다. 물류센터에 고용된 여성노동자가 55%인데 이들의 절반이 일용직이다. 장애인, 성소수자와 그밖에 노동자를 갈라치는 혐오에 맞서겠다. 질 낮은 비정규직 일자리 양산하는 자본에 책임을 묻겠다. 구조적 차별을 타파하는 길에 쿠팡지회가 앞장서겠다. 자본의 분열에 굴하지 않고 평등의 이름으로 현장을 조직해 나가겠다”는 힘찬 발언을 했다. 공공운수노조 사회복지지부 김희라 동지는, 대부분 민간위탁 사업장에서 불안정한 노동을 이어가며 필수노동이지만 대표적 저임금/여성다수 노동 영역인데다 결혼, 출산 계획을 묻고 용모 단정을 강요하는 등 성차별로부터 안전하지 않은 사회복지 분야의 현실을 고발했다.
존중받는 돌봄은 다르다
△ 정향숙 동지
정향숙 반올림 삼성노동자는, 출산휴가 90일 쓰기도 어려워 ‘복직하면 자리가 없을 거다’라는 관리자의 말을 들으며 불안정한 교대근무를 하는 생산직 여성노동자는 임신,출산을 하고도 ‘죄인이 된 듯한 기분을 갖는다’고 했다. “더 이상 여성노동자의 자리가 없는 세상이 되지 않게 목소리내야 한다. 성별에 따른 차별이 없는, 육아휴직이 불이익이 되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여성노동자도 당당하게 일할 수 있는 사회를 위해 힘차게 나서자”고 외쳤다.
△ 문명순 동지
문명순 아프면쉴권리공동행동(준) 서울대병원 간병노동자는, “하루 24시간, 월 25일 일하고도 최저임금의 절반밖에 받지 못한다. 연장/야간수당은 꿈도 못 꾼다. 특수고용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는다. 아파도 못 쉰다. 의보, 산재 다 특고라 제외된다. 재해-짧은 휴식-현장복귀를 반복한다. 환자 돌보며 보람 느끼지만 정작 간병노동자의 건강권은 보호받지 못한다. ‘존중받는 돌봄은 다르다’고 했다. 질 좋은 간병이 되려면 간병노동자가 돌봄노동자로 인정받고 존중받아야 한다. 더 이상 여성이라고, 특고라고 차별받지 말아야 한다”고 간병노동자의 처지를 생생히 증언했다.
△ 김형수 동지
거통고지회 김형수 동지는, “조선소에도 의외로 여성노동자가 많다. 남성노동자가 여성을 비하하는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노조가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이제는 3월 8일이 여성의날을 넘어서 차별받는 모든 노동자의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성별이분법 넘어 열린 생각으로 기념했으면 좋겠다”며 연대의 말을 건넸다.
학교가 바뀌어야 한다고 밖에서 많이 말해 달라
△ 정태영 동지
자유발언에 나선 학교 도서관 사서 노동자 정태영 동지는, “나와 같은 성소수자 청소년들은 숨어서 자라며 자긍심을 못 갖고 있다. 지혜복 동지의 싸움은 여성만이 아니라 성소수자 청소년의 권리 보장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청년 교사들은 세월호 사태를 보며 학생들을 살리려 교사가 되었지만 학교는 점점 가라앉고 있다. 학교도서관에서 여전히 성평등도서 검열이 이뤄지고 있다. 도서관이 가장 먼저 탄압받는 이유는 ‘도서관이 각성하는 시민이 탄생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도와달라. 학교가 바뀌어야 한다고 밖에서 많이 말해 달라. 성평등 도서를 대출해서 성평등도서의 필요성을 알려달라. 성평등교육 실시하여 여성해방 이룩하자!”며 울컥하는 심경을 누르며 힘찬 발언을 해 높은 호응을 이끌어냈다.
△ 허진희 동지
부산서면시장번영회 허진희 동지는, “사측은 우리를 존중하지 않지만, 우리는 잘못되지 않았다. 4년 가까이 투쟁하고 있지만 투쟁한 것 후회한 적 없다. 해고자는 올바른 말을 해서 해고된 것이다. 옵티칼, 세종호텔, 이수기업 등 투쟁하는 모든 노동자가 현장으로 돌아가길 바라고 함께 투쟁하겠다”고 흔들림 없는 투쟁의지를 보여주었다.
전야제 참가자들은 “너희는 갈라치지만 우리는 단결한다”는 슬로건을 단순히 구호로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실천으로, 온몸으로 보여주었다. 이 기세와 기운을 이어받아 3.8 여성파업 본대회에서 더 많은 노동자학생이 함께 모여 여성노동자와 성소수자의 권리를 외치고 힘을 모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