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자본의 이윤을 위한 국가적 동원체제를 구축하겠다고 나섰다. 노동자 민중운동은 3대 메가프로젝트를 노동권 후퇴와 막대한 공공자원의 전유를 동반하는 반노동·반생태 축적전략으로 규정하고 반대해야 한다.

사진 : 청와대 사진기자단
1873년 9월 18일, 미국 최고의 투자은행이 무너진 날
1873년 9월 18일, 미국 최대 투자은행 가운데 하나였던 ‘제이 쿡 은행’이 파산했다. 남북전쟁에서 북군의 전쟁국채를 팔아 ‘미국을 구한 은행가’라고 불린 제이 쿡은, 당대의 성장산업인 철도에 명운을 걸었다. 대륙횡단 철도가 이미 존재하는 상황이었으나, 그는 미국을 다시 한번 가로지르는 북태평양 철도(Northern Pacific Railway) 건설에 뛰어들었다. 시장에서 과잉설비라는 의구심이 번지며 철도회사 주식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자 철도채권 가격이 주저앉았고, 당대 최고의 투자은행이라 불리던 그의 은행이 지급을 정지했다. 이 파산은 공황을 촉발했다. 미국의 공황은 대서양을 건너 유럽의 위기를 증폭시켰고, 세계경제는 1890년대까지 긴 불황으로 접어들었다.
이는 이미 한 세대 전 영국이 겪은 일이었다. 1840년대 ‘철도 광풍’의 절정이던 1846년, 영국 의회가 한 해 통과시킨 철도회사 설립법만 263건, 종이 위에 그려진 노선만 9,500마일이었다. 그 노선 중 1/3은 건설되지도 않았다. 투자자들은 평균 이상의 수익을 약속하는 종이에 돈을 밀어 넣었으나, 철도회사들이 약속한 수익은 애초에 부풀려진 것이었다. 이런 환상은 1847년 공황과 함께 청산됐다.
오늘 세계는 또 하나의 ‘철도 광풍’을 경험하고 있다. 이번에는 철도가 아니라 인공지능이다.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아마존, 알파벳 등 거대 자본은 아직 안정적 수익모델조차 확립되지 않은 AI에 막대한 금액을 투자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건설과 반도체 확보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으며, 각국 정부도 막대한 보조금과 산업정책으로 이를 뒷받침한다. 철도와 마찬가지로, AI는 실제로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기술이 실제로 이윤을 낳느냐는 완전히 다른 문제다. 자본주의의 역사는 유망한 기술일수록 자본의 투기적 진출은 격렬했음을, 그 청산 비용은 어김없이 노동자 민중에게 전가되었음을 증언한다.
자본을 위한 국가적 동원
2026년 6월 29일, 이재명 정부는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대통령이 두 재벌 총수를 ‘국민 영웅’이라 부르며 허리 숙이기도 했다. 계획의 핵심은 반도체, 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는 것이다. 반도체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 400조 원씩 총 800조 원을 들여 서남권에 메모리 반도체 공장(팹) 4기를 짓고, 충청권에는 81조 원을 투입해 온양·천안의 신규 HBM팹과 청주의 HBM패키징 공장을 묶어 후공정 거점을 만든다. 동남권과 대경권은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거점으로 육성한다. AI데이터센터는 SK·GS·네이버 등이 참여해 550조 원을 들여 울산·동해·세종 등지에 1단계로 2029년까지 8.4기가와트, 2035년까지 18.4기가와트 규모를 구축한다. 피지컬 AI 분야에서는 정부가 직접 로봇을 선제 구매해 초기 시장을 구축하기로 했다.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를 대가로, 국가는 생산 조건을 제공한다. △전력망과 용수 △공장부지 △인허가 신속 처리 △반도체 특별회계 △데이터센터 전용 전기요금제 △초저리 장기임대 산업단지 등이 정부가 제공하는 목록이다. 여기에 반도체 호황이 가져다줄 초과 세수로 ‘미래대응기금’을 만들어 다시 이 프로젝트에 투입한다. 기업은 이윤을 가져가고, 자원과 위험은 사회 전체가 부담하는 구조다.
이 프로젝트에는 그야말로 막대한 자원이 투입된다. 정부 추산에 따르면 서남권 클러스터에만 전력 6.3기가와트와 하루 65만 톤의 물이 필요하다. 전력은 대형 원전 4기 이상, 용수는 인구 200만 이상의 광역시가 하루에 쓰는 물에 해당한다. 정부는 재생에너지와 LNG발전소 증설, 노후 원전 수명연장, 신규 원전과 SMR 건설 등 모든 발전원을 총동원하겠다는 계획이다. 7월 6일 점검회의에서 대통령은 ‘속도전’을 주문하면서 환경영향평가 기간 단축을 지시했고, 토지 확보에 관해서는 ‘협의 취득과 강제수용 절차를 동시에 시작하라’고 지시했다.
국가가 전력과 물과 토지를 대고, 세금으로 다시 이윤축적을 뒷받침하는 이 구조는 결국 위험은 사회화하고 이윤은 사유화하는, 자본을 위한 국가적 동원체제다.
메가특구, 노동권 예외지대
7월 5일 고위 당정협의는 ‘메가특구특별법’을 비롯한 관련 입법을 연내에 마치기로 했다. 그리고 이 법에는 노사협의를 조건으로 한 노동시간 규제 적용제외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7월 10일 출범한 민주당 ‘메가프로젝트 특위’는 주 52시간 노동시간 한도 적용예외를 포함한 ‘파격 특례’를 공론화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초 통과된 반도체특별법에서 빠진 주 52시간 적용예외 조항이 ‘특구’라는 우회로를 타고 되살아나고 있음은 물론, 적용 예외를 전국으로 확대하자는 요구와 ‘파업 없는 특구’ 요구까지 나오고 있다. 산업 육성을 명분으로 노동권 예외지대가 만들어질 위험이 현실화하고 있다.
이렇듯 메가특구는 노동권 억압을 제도화한다. ‘광주형 일자리’를 돌이켜보자. 현대차 위탁생산 공장인 광주글로벌모터스(GGM)는 기존 완성차업체 절반가량 임금을 적용하는 대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주거와 복지 등 사회적 임금을 지원한다며 ‘적정임금-적정노동시간’을 원칙으로 걸고 출발했다. 소위 ‘상생형 일자리’다. 그러나 실제로 벌어진 일은 어떠했는가. 현실에서 ‘상생’은 노동자의 권리를 제약하는 장치로 작동했다. 사측은 ‘상생협정서’를 근거로 단체교섭을 거부하거나 노조 활동을 제한했고, 선전물 훼손과 쟁의행위 방해, 노조 간부 사업장 출입 제한까지 가능한 모든 노동탄압을 자행했다. 결국 '상생형 일자리'는 일자리 창출이라는 명분으로 노동3권을 억압하는 기제였던 셈이다.
메가특구와 연결되는 더 적나라한 사례는 경제자유구역이다. 구역에 입주한 외투기업에는 파견노동자를 더 넓은 업무에 쓰고,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자유’가 허용된다. 메가특구는 이러한 예외를 AI·반도체 등 전략산업 전반으로, 훨씬 더 넓은 지역에서 확대하려는 시도다. 특정 지역과 산업에 노동법의 예외를 허용하면, 자본은 다른 지역과 사업장에도 같은 특례를 요구하며, 이는 노동권 자체의 형해화로 이어진다. 지역 간에는 더 많은 보조금과 더 낮은 규제, 더 유연한 노동조건을 제시하기 위한 경쟁이 벌어진다. 결국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명분으로 더 열악한 노동조건을 향한 질주가 벌어지는 것이다. 이렇듯 메가프로젝트에는 금융·세제지원, 규제특례, 인허가 단축, 인력양성 등 자본의 이윤을 위한 사업 항목은 빼곡한 반면, 노동자의 건강권과 안전, 알 권리에 관한 항목은 어디에도 없다.
그런데도 노동운동은 균열을 드러냈다. 6월 29일, 정부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한 직후 민주노총 광주본부는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계획을 환영하며 ‘신속한 추진을 바란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전남본부는 7월 1일 성명에서 정부와 기업이 ‘좌고우면하지 말고 즉시 착공하라’고 촉구했다. 이런 정서가 어디로부터 비롯하는지는 모두 안다. 상대적 저개발, 그로부터 비롯되는 인구유출과 지역소멸의 공포, 일자리 확대라는 기대 등이다. 그러나 일자리 확대라는 명분도 취약하기는 마찬가지다. 반도체 공장은 고도 자동화 시설인 관계로, 투자 규모에 비해 고용창출은 많지 않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반도체 산업의 취업유발계수는 2.4로, 제조업 평균 5.1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마저도 하청업체 불안정노동자를 양산해 온 것이 반도체산업의 얼룩진 이력이다.
거대한 AI 투자를 추동하는 힘
2025년 전 세계 AI 인프라 투자는 4,000억 달러를 넘어섰고, 2030년까지 누적 투자 규모는 5조 달러 이상으로 전망된다. 도대체 무엇이 이처럼 막대한 투자를 추동하는가.
첫째는 노동력 대체를 통한 이윤율 제고다. LLM이건, 피지컬 AI건, 결국 AI 투자의 목적은 노동력을 대체해 더 많은 이윤을 확보하는 것이다. 2025년 세계경제포럼 보고서 ‘일자리의 미래’에 따르면, 조사 대상 1,000여 기업 중 41%가 AI 도입에 따라 2030년까지 인력을 감축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AI 투자에 열을 올리는 빅테크들 자체가 이미 대량해고에 나서고 있기도 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25년 AI 인프라 투자 확대와 비용 절감을 이유로 9천여 명을 감원했고, 2026년에는 추가로 4,800명을 감원했다. 메타는 AI 투자 확대와 조직재편을 추진하며 8천여 명을 감원했다. 아마존 역시 자동화 구조조정 과정에서 약 1만 6천 명의 인력을 감축했다. 자본에게 AI는 무엇보다 노동비용을 절감하고 생산성을 높여 상대적 잉여가치를 확대하기 위한 수단이다.
둘째는 자본 간 경쟁이다. 자본주의에서 개별 기업의 투자 결정은 자유로운 선택이 아니다. 경쟁자들이 AI에 막대한 금액을 투자하는 와중에 투자를 멈추는 기업은, 시장에서 패배해 축출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AI가 실제로 이윤을 가져다줄 것인지가 검증되지 않았다고 해도, 자본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투자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거대 IT 기업들, 소위 ‘하이퍼 스케일러’들이 막대한 자원을 데이터센터와 AI 반도체 확보에 쏟아붓는 이유다.
셋째는 제국주의 열강투쟁 격화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전쟁은 AI가 현대전의 핵심 기술로 자리 잡았음을 드러냈고, 이제 미국과 중국에게 반도체와 AI는 또 하나의 산업이 아니라 국가안보와 직결된 전략자산이다. 군사 AI기업 팔란티어 공동창업자 알렉스 카프는 노골적으로 기술기업과 군대의 결합을 촉구했다. “실리콘밸리의 공학 엘리트는 국가 방위에 참여할 의무가 있다.” 19세기 철도가 식민지 쟁탈전과 신속한 군사력 배치의 중요 수단이었던 것처럼, 오늘날 AI는 전쟁의 핵심 기술이다. 즉, AI 투자 경쟁은 곧 제국주의 국가들의 군비경쟁이다.

팔란티어의 인공지능 플랫폼(AIP) 시연 화면
그 어떤 자본도 과잉축적의 결과를 피해갈 수 없다
최근 한국 자본주의의 호황 역시 이러한 경쟁의 산물이다. 반도체 호황, 조선업 호황, 방위산업 호황 모두 제국주의 국가들의 군비증강과 직결되어 있다. 정부가 발표한 3대 메가프로젝트는 제국주의 열강투쟁의 한복판으로 뛰어들겠다는 선언이다. 국가는 자본의 이윤축적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며, 자본은 초과이윤을 취하고, 노동자는 장시간 노동과 노동권 후퇴, 환경 파괴의 비용을 떠안는다.
그런데, AI-반도체 산업은 실제로 그렇게 막대한 이윤을 안겨줄까? 물론 AI가 엄청난 기술일 수는 있다. 또한 일정 기간 막대한 이윤을 안겨줄 수도 있다. 그렇게 AI산업에서 나오는 초과이윤을 기대하며 뛰어든다. 그러나 그 기대가 과잉축적을 낳는다. 19세기 철도산업이 그랬다. 철도는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바꾸며 당대 자본주의의 발전을 이끈 혁신적 기술이었지만, 과잉축적의 결과는 1847년과 1873년 공황으로 이어졌다. 공황 이후 살아남은 것은 소수의 거대자본이었고, 파산과 실업의 비용은 노동자 민중에게 전가되었다. 20세기 초 전기산업, 자동차산업도 마찬가지였다. AI-반도체산업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이미 우리는 AI산업 과잉축적의 중요 징후를 보고 있다. 그중 하나가 소위 ‘순환거래’다.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 오라클 등 빅테크는 서로에게 투자하고 거래한다. 매출은 산업 내부를 순환하며 서로의 이윤을 부풀린다. 이러한 구조는 실제 최종수요보다 투자 자체가 산업을 지탱하게 만들고, 과잉축적의 파국적 위험을 확대한다.
한 추산에 따르면, AI산업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자본지출(capex)은 매년 70%씩 폭증하고 있으나, 운영현금흐름은 23%만 증가하고 있다. 추세가 변하지 않을 경우, AI기업들의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최근 한국과 미국 모두에서 나타나는 주식시장의 극심한 변동성은 빅테크의 AI인프라 투자가 이미 ‘과잉’일 가능성에 대한 금융시장의 날선 의구심을 반영한다. 이런 우려에도 AI자본은 폭주하고 있다. 이런 모순 속에서, AI가 창출하는 이윤은 과연 누구의 것인가를 둘러싼 논쟁도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AI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설비투자는 영업현금흐름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기간산업 소유와 통제를 향한 계급투쟁을 확대하자
반도체산업 초과이윤으로부터 나오는 초과 세수로 국민배당금을 지급하자는 대통령실 정책실장 김용범의 제안은 ‘반시장적’이라는 거센 공세 속에서 사실상 좌초했다. 그러나 미국 풍경은 사뭇 다르다.
버니 샌더스는 2026년 6월 ‘미국 AI 국부펀드법’을 제안해 AI 대기업들이 50% 지분을 일회성 세금으로 납부하게 하고, 이를 국부펀드에 귀속시키자고 제안했다. 국부펀드는 의결권을 가진 주주로서 기업 이사회에 참여하고, AI기업이 창출한 이윤은 전 국민에게 배당하거나 의료·교육·주거 등 공공서비스에 활용한다. 법안에 따르면, 국부펀드를 운용하는 ‘민주적 AI를 위한 독립위원회’는 대통령의 지명과 상원 인준을 거쳐 구성된다. 이 위원회는 국부펀드가 보유한 주식 지분으로 △공공의 이익을 해치는 기업 결정을 막고 △공공의 복지와 안전, 공정성, 지속가능성에 부합하는 경영을 요구하며 △국부펀드를 운용한다.
흥미로운 것은 AI산업 수장들 역시 이런 흐름에 동조적이라는 점이다.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의 샘 올트먼은 미국 정부가 오픈AI 지분 일부를 보유하는 방안을 제안했고, 클로드AI를 개발한 앤트로픽 역시 기업 지분을 활용해 신생아와 노동시장 진입자, AI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에게 자본계좌를 만들어주자고 제안했다. 트럼프 정부 주요 인사들은 이런 제안을 소위 ‘트럼프 계좌(Trump Accounts)’ 재원으로 삼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계좌는 2025년부터 2028년 사이 출생한 모든 미국 시민에게 정부가 1,000달러를 출연해 장기 투자계좌를 개설해주는 제도다.)
노동강도를 높이고 노동력을 대체하며, 제국주의 국가들의 군사기술로 사용되는 AI산업 자체는 그대로 두고 AI가 창출하는 부를 일부 분배하자는 주장의 한계는 분명하다. 그러나 AI산업에서 만들어지는 이윤을 공유해야 한다는 주장이 확대되는 상황은 우연이 아니다. 만연한 불평등이 자본주의 자체의 정당성을 흔들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자유주의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다음과 같이 진단한다.
“이미 많은 젊은이들이 첫 주택을 구입할 때 부모의 지원금에 의존한다. 그러나 그 지원 규모는 대부분 부모의 재산에 달려 있다. 이는 열심히 일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약화시킨다. 그리고 이러한 믿음이 없다면 자유시장에 대한 대중의 지지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오늘날 우려스러울 만큼 많은 젊은이들이 자본주의보다 사회주의에 더 큰 호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
이 실험은 AI 확산이 가져올 격변에 대비하는 데 있어서도 특히 유용하다. AI가 경제에 미칠 영향을 가장 급진적으로 전망하는 시나리오에서는 자본 보유자들은 막대한 수익을 거두는 반면 노동자들은 매우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된다. 그러한 상황이라면 기술에 대한 직접적이고 눈에 보이는 공공 지분(public stake)이 폭주하는 불평등과 정치적 불안을 막기 위해 필요할 수도 있다.”
이 중 샌더스의 제안은 AI기업의 소유권 절반을 국가로 귀속하고, 이를 ‘민주적 AI를 위한 독립위원회’를 통해 관리하며 기업 경영에 관한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기존 재분배 정책보다 진전된 구상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러한 통제는 어디까지나 국가가 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하는 과정이며, 노동자 민중이 생산과 투자, 기술개발 방향에 대한 통제력을 행사하는 과정은 아니다. 물론, 이는 샌더스 혹은 더 급진적인 제도적 제안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계급투쟁에 달린 문제다. 1970년대 스웨덴의 임노동자기금 역시 기업 소유를 점진적으로 사회화하려는 야심찬 구상이었지만, 자본의 거센 반격과 사민당 정부의 후퇴로 법안은 대폭 축소되었고 결국 폐지되었다. 임노동자기금의 역사적 사례가 드러내듯, 산업과 생산에 대한 민주적 통제는 결국 계급투쟁을 통해 형성되는 사회적 권력의 문제다.
자본의 이윤을 위한 국가적 동원체제에 맞서, 우리는 산업을 누가 소유하고 누구를 위해 운영할 것인가, 누가 그 발전 방향을 결정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메가프로젝트가 형해화하는 노동권에 대한 방어는 물론, 막대한 공적 자원이 투입되는 기간산업을 민주적으로 통제할 권리를 요구해야 한다. 투자가 거대해질수록, 그리고 그 실패가 노동자 민중에게 전가될 위험이 커질수록 산업 통제는 더욱 절실한 요구다. 이 모든 투쟁의 출발점은, 민주노총을 비롯한 민주노조운동이 메가프로젝트를 노동권 후퇴와 막대한 공공자원의 전유를 동반하는 반노동·반생태 축적전략으로 규정하고 반대하는 데 있다. 노동시간 규제 완화를 포함한 메가특구 반노동 정책에 맞선 투쟁은 물론, 지역주민과 기후정의운동을 포함해 공동전선으로 나아가자. 바로 지금, 기간산업의 민주적 통제를 향한 투쟁을 시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