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
지난 6월 1일, SK하이닉스 청주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유해화학물질인 불산이 누출되며 노동자 3,600여 명이 대피하고 11명이 병원으로 이송되는 사고가 벌어졌다. 같은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공장에서는 폭발사고로 노동자 5명이 사망하고 2명이 다치는 심각한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SK하이닉스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각각 반도체와 방산분야에서 한국의 대표적인 기업체로 자리매김한 대자본이다. 이른바 최첨단산업으로 각광받으며 천문학적 이윤을 누리고 있지만, 그 이윤이 바로 노동자와 시민의 생명안전을 담보로 하고 있음을 이번 사고가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에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를 비롯한 충북지역 노동조합과 사회단체들이 모여 사고 다음날인 6월 2일 SK하이닉스 청주 3공장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생명과 안전이 아니라 이윤을 앞세운 자본에게 참사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이들 기업에서 안전사고가 이번이 처음이 아닌 만큼, 정부당국 역시 관리감독 미비와 솜방망이 처벌로 사고의 되풀이를 야기했다는 점에서 중대한 책임이 있음을 지적했다.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 박옥주 본부장은 이번 사고가 “정부가 침이 마르게 자랑하는 첨단산업, 반도체와 방산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이 얼마나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지” 보여주었다고 강조하며 “두 기업 모두 수십, 수백조의 이윤을 벌어들이고 있지만 노동자의 생명을 지키는 데에는 충분한 비용과 인력, 안전시스템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규탄했다.
사진: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김국배 수석부지부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공장에서 벌어진 사고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며, 2018년에 폭발사고로 5명, 2019년에도 폭발사고로 3명의 노동자가 사망해 이번까지 포함하면 지난 8년간 대전공장에서 폭발사고로 노동자 13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사고 때마다 회사는 형식적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내놓았지만, 현장은 바뀌지 않았고 노동자의 죽음은 반복됐다. 따라서 “말뿐인 재발방지나 책임 없는 사과 말고, 책임자처벌과 노동자의 작업중지권 보장”이 필요하며, 그 책임은 기업과 정부에 있음을 강조했다.
사진: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이성우 활동가는 SK하이닉스 유해물질 누출에 관해 “반도체공장이 깨끗하고 안전하다는 이미지와 달리, 실상은 엄청나게 많은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한다”는 사실을 먼저 짚었다. 특히 이번에 누출된 불산의 경우 매우 심각한 유해물질임에도 불구하고 과거에도 반도체기업들의 누출사고가 반복됐고, 그 피해는 현장의 노동자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주민에게까지 미치는 만큼 기업의 축소 은폐를 차단하기 위해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합동조사단을 꾸리고 지역시민사회와 노동자 참여를 보장하고 진상을 명명백백히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사진: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
마지막 발언에 나선 <유해물질로부터 안전한 삶과 일터 충북노동자시민회의> 선지현 운영위원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대해 “전쟁으로 돈을 버는 기업에서 노동자까지 사망했는데, 이쯤되면 인간의 생명을 담보로 돈을 버는 기업”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는 한편, SK하이닉스 역시 주거밀집지역 바로 옆에서 공장을 운영하며 수백가지 화학물질과 독성물질을 사용하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반도체산업이 현재 천문학적 이윤을 벌어들이고 있는 것은 “수많은 인간과 비인간생명을 수탈한 결과”인 만큼, “노동자와 지역 주민, 수많은 생명체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반도체공정에서 사용하는 독성물질을 안전물질로 대체해야 하고 반도체기업들이 벌어들인 이윤을 여기에 투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중대재해로 목숨을 잃은 노동자들을 추모하는 한편, 같은날 벌어진 두 사고가 별개의 사건이 아니라 생명안전보다 이윤을 앞세운 자본과 정부가 불러온 구조적 재해라는 점을 강조했다. ‘K-방산’과 ‘반도체’라는 휘황찬란한 이름과 막대한 이윤, ‘영업비밀’이라는 커튼의 뒷면에서 노동자와 지역주민의 생명안전이 가려지고 있다. ‘이익의 사유화, 피해의 사회화’에 맞서, 유해물질과 위험공정에 대한 투명한 공개 및 안전물질․안전공정으로의 대체, 노동자와 주민이 참여하는 사고조사 및 재발방지, 중대재해에 대한 엄중한 책임과 처벌을 요구하며 투쟁을 만들어나가자.
사진: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