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8 여성파업의 요구와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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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신문

2026년 3.8 여성파업의 요구와 의미

  • 유지원
  • 등록 2026.03.08 16:09
  • 조회수 338

 

2026년, 우리에게는 노동자민중의 페미니즘이 필요하다

 

2026년은 격동하는 세계정세가 전쟁과 위기의 시대로 명확한 다음 발을 내딛는 해였다. 가부장적 자본주의는 쇠퇴하는 자신을 연명하기 위해 유사한 위기마다 반복해 온 필승의 카드, 즉 전쟁을 꺼냈다. 어느 나라의 어떤 노동자민중도 이 거대한 체제의 리듬 속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졌다.

 

1985년 출간된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소설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는 발행 이후 숱한 세월 동안 제국주의의 가부장적 성격을 폭로하며 여성 운동의 주요한 관용구로 쓰였다. 그러나 작금의 세계를 둘러보자. 독일에서 누구보다 강경한 반이민 정책을 내세우고 있는 극우 정당 AfD(독일을 위한 대안)의 당수 앨리스 바이델은 레즈비언 여성이다. 유색인종 동성 파트너를 둔 레즈비언 여성 정치인에 의해 독일의 수많은 이주민 여성들은 길거리로, 더 불안정하고 위험한 일자리로, 때로는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다. 극우 정당 이탈리아의 형제들 당수이며 우익 학생 운동가로 활동했던 19살부터 인터뷰지에 “무솔리니를 존경한다”고 답해 논란을 빚었던 조르자 멜로니는 이탈리아 최초의 여성 총리다. “난민을 막기 위해 군대로 해상을 봉쇄하겠다”, “동성애자와 악수를 하든 토사물에 키스를 하든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토사물에 키스를 하겠다”, “이슬람 광신도와 테러리스트를 폭행하고 살해하는 시민에게 훈장을 수여할 것”이라는 발언 모두 이탈리아 최초의 여성 총리가 공식 석방에서 발언한 말이다.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의 원내대표 마린 르펜 역시 마찬가지다. ‘프랑스 퍼스트’를 핵심 정신으로 내세운 마린 르펜은 누구보다 우익적 민족주의의 전면에 서서 프랑스 전역을 극우화의 파랑에 내던지고 있다.

 

가까운 일본에서도 비슷한 현상은 목격된다. 당선 후 초기에 일본 의회의 여남동수 내각 의지를 밝혀 한국 여성의당으로부터 환영사를 듣기도 했던 다카이치 사나에는 “유사시 대만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발언으로 아슬아슬하던 동아시아 정세를 제3차 세계대전 위기의 복판에 못 박았다. 뿐만 아니라 2026년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압승을 거두며 방위비 국내총생산(GDP) 2% 이상 증액, 장거리 미사일과 핵추진 잠수함 도입, 자위대의 사실상 군대화 등과 같은 다카이치식 안보 청사진은 더욱 전면화하는 중이다.

 

그런가 하면 한쪽에서, 가부장적 자본주의의 억압과 차별은 노동자계급 여성을 더욱 가혹하게 강타하기 시작했다. 가부장적 자본주의가 세계에 전쟁을 다시 호출했을 때 가장 먼저, 가장 잔혹하게 살해당하는 것은 태반이 민간인 여성이었다. 팔레스타인에서 학살당한 수만 명의 민간인 사망자 중 2024년 UN 집계 기준 여성과 어린이는 무려 70%다. 학살이 1년 더 지속된 2026년 2월에는 얼마나 많은 여성이 가자지구를 비롯한 팔레스타인 땅에서 전쟁 범죄에 의해 살해당했을지 차마 헤아릴 수도 없다. 

 

일자리 측면에서도 유사하다. 한국 국가데이터처 보고에 따르면 2025년 3/4분기 기준 국내 노동시장에서 남성 일자리가 4만개 감소한 반면, 여성 일자리는 17만9000개 증가했다. 연령대별로는 60대 이상에서 22만 3천개가 증가하며 가장 큰 폭의 상승을 보인 데 반해 20대 이하(20대 포함)에서는 고작 12만 7천개, 30대는 8만 5천개였다. 왜 경제가 어려워졌는데. 노동자민중을 향한 자본주의의 착취가 심화하고만 있는데 여성 일자리는 늘어났을까? 지난 2월 26일 옥스팜코리아가 발표한 '2026 옥스팜 도넛 리포트'는 국내 여성 일자리의 확대가 임금 상승으로 직결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국에서 여성은 남성과 같은 연봉을 벌기 위해 130일을 더 일해야 한다는 사실. 결혼 후 여성 노동자의 임금은 남성 노동자보다 평균 8.9% 감소했고 첫 자녀 출산 후 10년이 지나면 임금 격차가 33.4%까지 확대됐다는 사실을 담은 이 보고는 짐짓 섬뜩하기까지 하다. 한국 자본주의는 위기를 전가할 대상으로 청년보다는 중/장년의, 남성보다는 여성의 노동자를 선택했다. 지난 세계대전 당시 미국이 리벳공 로지를 전면에 내세웠던, 수많은 여성 노동자들을 전례 없는 헐값의 장시간 노동으로 군수, 농업, 운송 산업 등에 대거 인입했던 방식과 하나 다를 게 없는 상황이다.

 

2026 3.8 여성파업 요구안, 무엇을 다루는가

 

일터의 성차별 금지, 진짜 사장 책임 강화
: 세계1위 K-성별임금격차, 진짜 사장이 책임지고 채용부터 임금/업무/고용형태 등 여성과 성소수자 장애인 이주노동자의 일터의 성차별 금지
: 저임금/비정규직노동자에게 고용불안 및 임금격차 ‘보상수당’ 지급
: 성인지적 노동환경 조성과 노동재해 기준 개선
: 국제노동기구(ILO)의 ‘폭력과 괴롭힘 근절’ 190호 협약 즉각 비준

 

한국의 성별임금 격차는 집계를 시작한 이래 꾸준히 OECD 평균 하위권이었다. 한국의 끈질긴 노동자 투쟁으로 개정된 노조법 2·3조가 3월부터 실 시행에 들어간다. 2026년에는 임금 수준과 업무 내용, 고용 형태에 관계없이 원청 사장이 우리의 노동을 책임져야 한다. 

 

왜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을 원청 사장이 책임지라는 구호가 무엇보다 여성 의제의 요구여야만 할까? 여성 노동자의 대부분은 비정규직 저임금 고용 관계에 얽매여 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를 분석한 결과 2025년 8월 기준으로는 임금노동자 2241만 명 중 여성 비정규직(530만 명·50.7%)은 정규직(516만 명·49.3%)을 웃도는 수준이었다. 심지어 여성 비정규직 비율은 2022~2023년 49.7%에서 2024~2025년 50.7%로 꾸준한 상승세를 보여왔다. 보고는 아예 기간을 정한 일자리와 단시간 일자리가 여성 노동을 흡수하는 주요 통로가 되고 있다는 의미로 이 현상을 진단하기도 했다. 임금 격차 역시 어마어마했다. 남성 정규직 임금을 100으로 볼 때 남성 비정규직은 60.5%, 여성 정규직은 75.1%, 여성 비정규직은 39.0% 수준에 그쳤다. 여성의 노동은 한국에서 가장 밑바닥 노동 취급을 받고 있다. 

 

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구체적인 지배·결정권이 있는 자(원청)를 사용자로 인정하여 교섭 의무를 부여하는 것으로 노조법 2조가 개정된 지금, 필요한 것은 일터의 성차별 금지로 평등한 노동 환경을 조성할 의무와 고용불안 및 성별 임금 격차 등의 억압을 진짜 사장 원청이 해결할 책임을 부과하는 일이다. 

 

가사사용인/특수고용/프리랜서/플랫폼/장애인/이주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전면 쟁취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 여성노동자의 이름을 빼앗긴 가사사용인, 특고, 플랫폼, 프리랜서, 5인미만 사업장, 장애인에게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돌봄 공공성, 돌봄 일자리 확대
: 모든 가사돌봄 분야 국가 책임, 공공성 강화, 돌봄 일자리 대폭 창출
: 임금삭감/업무과중/야간노동 없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청년 일자리 확충하고 저녁있는 삶 보장

 

한국 사회에서 가사사용인·특수고용·프리랜서·플랫폼·장애인·이주 노동자는 여전히 ‘노동자’로 불리지 못한 채 법의 바깥에 방치돼 있다. 여성노동자의 이름을 빼앗긴 채 계약서 한 장으로, 사업자등록증 하나로, 플랫폼 앱 하나로 권리를 박탈당했다.

 

가사사용인과 돌봄 노동자, 특수고용·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 다수는 여성이다. 5인 미만 사업장, 호출형 플랫폼, 개인 위탁 계약이라는 이름 아래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 무권리 상태가 구조화되어 왔다. 근로기준법의 적용 제외는 곧 여성 노동을 ‘보조적’, ‘부차적’ 노동으로 취급해 온 역사와 맞닿아 있다. 그러므로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하라는 요구는 단지 법 조항의 문제가 아니라, 성별에 따라 위계화된 노동구조를 해체하라는 요구다. 가사사용인·특수고용·플랫폼·프리랜서·장애인·이주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전면 쟁취는 여성 의제의 중심이어야 한다.

 

한국의 장시간 노동 구조 속에서 여성 노동자들은 유급 노동만으로도 하루가 모자라다. 그 위에 가사와 돌봄이라는 무급 노동이 겹겹이 얹힌다. 쓰레기를 대신 분리수거해 주는 서비스, 새벽 배송, 세탁 대행, 방문 돌봄 서비스가 ‘라이징 산업’으로 성장했지만, 이는 여성의 이중 노동을 시장으로 전가한 결과일 뿐이다.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 여성 노동자는 원치 않는 소비를 감내해야 하고, 그 산업에서 일하는 또 다른 여성 노동자는 플랫폼에 종속되어 헐값 장시간 노동에 내몰린다. 무급이던 가사·돌봄 노동은 값싼 외주 노동으로 전환되었을 뿐, 억압의 구조는 달라지지 않았다.

 

그렇기에 이제 필요한 가사 및 돌봄 노동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사회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노동이라면, 그것은 개인 여성의 희생이 아니라 공적 책임이어야 한다. 공공 돌봄 인프라의 대폭 확충, 가사·돌봄 노동자의 직접 고용과 안정적 임금 보장, 플랫폼 종속 구조의 규제와 노동자성 인정이 즉각 시행되어야 한다.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가사와 돌봄이 필요하다면, 그 책임은 여성에게 전가될 것이 아니라 자본과 정부에 부과되어야 한다.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하라. 가사사용인·특수고용·프리랜서·플랫폼·장애인·이주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전면 보장하라. 가사와 돌봄을 시장에 떠넘기지 말고 국가가 책임져라. 여성 노동을 가장 밑바닥으로 밀어 넣는 구조를 해체하는 것, 그것이 올해 여성파업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정의 중 하나이다.

 

최저임금 확대 적용과 대폭 인상
: 특고 플랫폼 프리랜서 가사사용인 장애인 등 모든 노동자에게 최저임금법 적용
: 최저임금 ‘비혼단신노동자실태생계비’의 100%로 최저금액 적용, 물가연동제 시행
: 최저임금법 위반 사용자에게는 노동자에게 체불/위반임금 30배 보상 지급 및 벌금 부과 

 

2025년 3월 30일 한국노동연구원의 ‘고령 저소득 노동 실태와 정책 대응’ 보고서를 보자. 이 보고는 55살 이상 고령 임금노동자 가운데 저임금 노동자 비중은 2019년 30.9%, 2021년 30.2%, 2023년 33.0%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고령 노동자 10명이 있으면 3명 조금 넘게 최저임금 미만 노동자인 셈이다. 개중에서도 성별로는 55살 이상 여성 노동자의 저임금 비중은 남성보다 2배 더 높았다고 보고는 나타낸다. 여성 고령 노동자 중 저임금 비중은 2019년 44.4%, 2021년 44.5%, 2023년 47.6%로 40%대를 유지했다. 한국의 여성 고령 노동자 10명이 있다고 다시 가정할 때, 그중 네 명은 무조건 최저임금 미만 노동자라는 뜻이다. 고령 여성이 과거 결혼 또는 임신, 출산으로 인해 경력이 단절되어 현행 연금 제도에서 소외되는 경우도 부지기수임을 고려할 때, 이들은 “강제할 방법이 없다”는 이재명 정부의 핑계 이면에서 죽어가고 있다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년 여성 역시 특수고용, 플랫폼, 프리랜서 등 고용 형태의 불안정 속에서 최저임금조차 보장받지 못하기는 매한가지다. 2024년 10월 발표된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병의원 종사자를 제외한 특수고용/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 등 소위 ‘비임금 노동자’는 2018년 604만2천288명에서 2022년 837만7천56명으로 233만4천768명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에서도 성별로 보면 전체 31.3%라는 적지 않은 수가 여성이었으나, 2022년 기준 남성 비임금 노동자의 연봉은 평균 1천312만원, 여성 비임금 노동자의 연봉은 평균 944만원이었다.

 

2021년 발표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연구는 이와 같은 특수고용, 플랫폼, 프리랜서 노동자의 증가세 속에서 여성 노동자에게 어떤 억압과 차별이 가해지는지를 빠르게 직관했다. 총 1015명을 대답으로 한 2021년 연구에서부터 이미 프리랜서 계약 미체결 비율은 전체 응답자의 절반(49.2%) 정도였고, 그중 노동시장에서 저소득 여성 노동자일수록 계약 체결 확률이 낮았다고 밝혔다.

 

여성에게는 최저임금이 필요하다. 이재명 정부는 한국의 저임금 현상을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는 질문에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올리는 대신 사업장별로 적정임금을 받도록”하겠다며 “정부가 제도적으로 (적정임금 지급을) 강제할 방법은 없다”고 변명했지만. 여성 노동자들에게는 더 이상 그 변명을 들어줄 여유조차 없다. 한국의 여성 노동자에게 최저임금 확대 고용과 인상은 표현 그대로 생존의 문제다.

 

이주노동자 사업장 이동의 자유 보장, 강제단속/추방 금지
: 속헹와 뚜완에게 정의를! Free Job Change(프리 잡 체인지, 이주노동자 사업장 이동의 자유 보장) 
: 이주노동자 강제노동 금지, 미등록 강제단속 및 추방 금지 

 

한국의 이주노동 정책은 오랫동안 통제와 단속을 중심에 두어 왔다. 노동은 필요로 하면서도, 그 노동을 수행하는 사람의 권리는 체류 자격과 고용주에게 종속시켰다. 사용자를 떠날 자유가 없는 고용 구조는 사실상 복종을 강제하는 장치로 기능해 왔다. 이제는 방향을 바꿔야 한다. 노동을 제공하는 사람에게 선택권과 이동권을 보장하는 것이 출발점이어야 한다.

 

임금체불과 폭언, 산업재해가 발생해도 쉽게 벗어날 수 없다면, 그 임노동 관계는 계약이 아니라 구속에 불과하다. 저임금·고위험 업종에 집중된 이주 여성 노동자들은 체류 불안을 빌미로 한 위협에 특히 더 취약하다. 신고하지 못하고, 옮기지 못하고, 침묵을 강요당하는 구조 속에서 권리는 공백이 된다. 이동의 자유는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인권의 최소선이다.

 

최근 이재명 정부 주도 아래 APEC 맞이 이주민 단속 과정에서 발생한 고 뚜완의 사망은 결코 개인의 불운이 아니라 제도의 귀결이다. 강제 단속과 추방을 전면에 세운 정책은 노동자를 지하로 밀어 넣고, 그 결과 더 위험한 현장과 더 긴 노동시간, 더 낮은 임금으로 내몬다. 반이민 담론은 ‘치안’과 ‘보호’를 말하지만, 실제로는 가장 취약한 이들을 국가 폭력의 전면에 세운다. 그 과정에서 이주 여성들은 생계와 안전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다.

 

요구는 분명하다.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 자유화. 고용주에 종속된 허가 구조 개편. 체류 자격을 이유로 한 강제단속과 추방의 중단. 강제노동을 낳는 제도적 장치의 폐기. 미등록 여부와 무관한 기본적 노동권 보장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정부의 의무가 됐다.

 

국제적으로 극우는 이주민 남성이 정주민 여성의 안전을 위협한다고 적극 선전한다. 하지만 그들의 선전은 그 이주민 추방의 과정 속에서 이주민 여성들이 죽음과 공포로 내몰린다는 사실, 국가 폭력에 적극적으로 노출된다는 사실, 탄압을 피하기 위해 더 불안하고 위험한 노동으로 내몰린다는 사실을 철저히 배제한다. 국적과 성별은 권리의 조건이 될 수 없다. 일할 권리, 부당한 일터를 떠날 권리, 폭력과 공포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는 모두에게 동일해야 한다. 통제가 아니라 권리로, 추방이 아니라 존엄으로 정책의 기준을 다시 세우는 것. 그것이 지금 우리가 제기하는 요구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즉각 제정과 젠더차별 금지
: 성별정체성과 성적지향, 장애, 국적과 인종 등 차별 금지
: 성별정정수술 건강 보험 적용
: 비수술 성별정정 제도화 

 

세계 곳곳에서 성별을 둘로만 고정하려는 정치가 힘을 얻고 있다. 특히 트럼프 현 미국 대통령의 “내 정부가 인정하는 성별은 두 가지뿐”이라는 선언 이후 그 여파 속에서 트랜스 혐오는 국제 정세의 주요 쟁점으로 부상했다. 한국 사회 역시 그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차별은 말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가 되고 있다. 성별정체성과 성적지향, 장애, 국적과 인종을 이유로 한 차별을 방치하는 것은 또 다른 배제를 제도화하는 일이다. 일터와 학교, 의료와 주거에서 반복되는 배제는 개인의 ‘선택’이나 ‘도덕’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제정은 선택이 아니라 최소한의 안전망이다. 정부와 국회가 책임지고 제정해야 하고, 나아가 아래로부터 조직한 우리 노동자민중의 힘으로 그들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제는 조금도 더 미룰 수 없다. 성별정체성과 성적지향을 이유로 한 고용·의료·교육 차별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실효성 있는 구제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특히 트랜스젠더 당사자의 삶을 가로막는 의료·법적 장벽을 제거하고, 성별정정수술에 건강보험을 적용하여 과도한 비용이 개인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하는 것. 무엇보다 트랜스젠더의 의료 접근성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이 시급하다.

 

비수술 성별정정 제도의 도입 역시 같다. 경제적 사정, 건강 상태, 개인적 신념 등 다양한 이유로 수술을 선택하지 않는 사람도 자신의 성별정체성을 법적으로 인정받을 권리가 있다. 특정한 의료 행위를 거쳐야만 법적 성별을 인정받는 구조는 또 다른 강제다. 누구나 자신이 인지하는 성별로 호명되고 기록될 권리를 가져야 한다.

 

2026 3.8 여성파업의 요구는 분명하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즉각 제정하라. 성별정체성과 성적지향, 장애, 국적과 인종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을 전면 금지하라. 성별정정수술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라. 비수술 성별정정 제도를 제도화하라. 존재를 부정하는 정치에 맞서, 모든 사람이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법적 토대를 지금 당장 마련해야 한다.

 

비동의강간죄 도입/포괄적 성교육 의무화/임신중지에 건강보험 적용
: 비동의강간죄 도입
: 학교와 일터, 군대 등 모든 사회기관에 포괄적 성교육 의무 도입
: 임신중지에 건강보험 적용, 유산유도제 도입

 

해마다 반복되는 성폭력 통계는 이 사회가 무엇을 외면해 왔는지를 보여준다. 2024년 한 해에만 3만 건이 넘는 성범죄가 접수되었고, 피해자의 대다수는 여성이다. 그러나 법은 여전히 ‘폭행과 협박’의 존재를 중심에 두고 판단한다. 저항의 흔적이 없으면 의심받고, 관계가 있었으면 축소 해석된다. 동의하지 않았다는 사실보다 피해자가 얼마나 버텼는지가 더 크게 다뤄지는 구조는 정의와 거리가 멀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비동의강간죄다. 핵심은 단순하다. 상대방의 명시적이고 자발적인 동의가 없는 성적 행위는 범죄라는 원칙을 법에 분명히 새기는 것이다. 관계의 지속 여부, 사적 공간인지 공적 공간인지, 이전의 친밀성 여부와 무관하게 동의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 피해자가 “왜 저항하지 못했는가”를 설명해야 하는 현실을 끝내야 한다. 동의의 부재를 중심에 두는 법 개정은 피해자를 의심하는 문화를 바꾸는 첫걸음이다.

 

그러나 2024년 3월 총선 과정에서 비동의강간죄를 공약으로 제시했다가 당원의 항의가 제기되자 슬그머니 철회한 민주당의 태도는 이 문제가 얼마나 가볍게 취급되어 왔는지를 드러낸다. 성폭력은 선거용 문구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2024년 한 해에만 3만 명으로 매해 늘어가는 성폭력 피해 여성들의 "인정받지 못하는 고통", 그 고통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는 최소한의 법안 입법마저 민주당은 고작 실무적 실수로 압축하는 실정이다.

 

법 개정과 함께 반드시 병행되어야 할 과제는 포괄적 성교육의 제도화다. 동의의 의미, 성적 자기결정권, 젠더 권력 구조에 대한 이해를 학교에서부터 직장, 군대 등 모든 사회 영역에서 체계적으로 다루어야 한다. 성교육을 단편적인 생물학 지식 전달로 축소하는 한, 왜곡된 성 인식은 유지된다. 성폭력 가해 이후 엄벌만이 아니라 인식 형성 단계에서부터 우리 사회의 젠더 평등은 시작되어야 한다.

또 임신중지가 비범죄화된 지 7년이 지났는데도, 정부나 국회가 대체입법을 외면하며 권리공백 사태가 지속되고 있다. 정부와 국회의 직접적인 권리 침해로 인하여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성들의 고통이 이어지고 있고, 영아살해로도 내몰리고 있다. 최근에는 후기 임신중지를 했다는 이유로 살인죄로 기소된 권모씨가 미필적 고의가 있다는 이유로 징역3년, 집행유예 5년의 처벌을 받았을 만큼 입법공백 속에서 사법적 제재까지 받고 있고 있다. 그러나 임신중지는보편적 권리다. 정부는 더 이상 임신중지를 외면하지 말고 건강보험을 받을 수 있도록 적용하고 유산유도제를 도입하라.

 

팔레스타인 학살 지원 중단, 제국주의 전쟁 반대
: 한국석유공사, HD건설기계, 한화 등 정부와 기업의 전쟁 산업과 협력 반대
: 국방비 예산 축소

 

가자 지구에서 이어지는 파괴와 학살은 단지 한 지역의 분쟁이 아니다. 무장한 하마스 전사들의 잔혹함을 매일같이 떠들어대는 이스라엘 매체들과 달리, 실상 팔레스타인 여성과 아이들이 가자지구 및 팔레스타인 일대 희생자의 다수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은 이스라엘이 자행하는 전쟁범죄의 파렴치한 민낯을 드러낸다. 이스라엘의 허약한 핑크워싱과 제반 논리들이 가리지 못하는 것은 무고한 팔레스타인 노동자민중의 죽음과 삶의 터전이 제국주의에 의해 짓밟힌 현실이다.

 

한국은 더 이상 중립적 관찰자가 아니다. 폐허가 된 땅을 사업 구상으로 바라보는 것도 모자라 아예 적극적으로 고통 위에 이윤을 설계하겠다는 트럼프의 발상에 이재명 정부는 관찰이 아닌 동조를 택했다. 전쟁 범죄의 책임이 제대로 규명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평화’의 이름으로 참여하는 것은 사실상 질서 재편에 동참하겠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 또한 군수·에너지·건설 부문에서 전쟁 경제와 맞물려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국석유공사, HD현대건설기계, 한화 등은 글로벌 방산·중장비·에너지 시장과 연결되어 있다.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노동자민중을 살해할 때 쓰는 무기가 생산되고, 팔레스타인 노동자민중의 밭을 불태우고 집을 무너뜨릴 장비가 수출되는 동안 한국 기업들은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였다. 수익의 전제는 파괴였다. 한국석유공사, HD현대건설기계, 한화 모두 학살의 동조자였다.

 

여성파업의 정신은 제국주의자들의 총칼로 노동자민중의 삶을 파괴한 뒤 자본가계급이 그 위에 부를 쌓는 질서에 동의하지 않는다. 전쟁 경제에 복무하지 않겠다는 선언, 군사적 팽창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을 우선에 두겠다는 선택. 그것이 지금 2026 여성파업이 내놓는 분명한 입장이다.

 

싸우는 여성 노동자가 세상을 바꾼다! 2026 3.8 여성파업으로 모이자

 

2026년의 상황은 몇 가지 사실을 시사한다. 가부장적 자본주의 체제 아래에서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한다. 정확히는, 전쟁은 자본가계급을 지키고 가부장적 자본주의 체제를 수호하기 위해서라면 그 누구의 얼굴이라도 불사한다. 여성, 남성, 노인, 중년, 청년, 백인, 비백인 유색인종, 게이, 레즈비언, 바이섹슈얼, 에이 스펙트럼, 젠더퀴어 등 누구라도 적극적으로 파시스트가 될 수 있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하지만 외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우리에게는 노동자민중의 페미니즘이 필요해졌다. 다카이치 사나에가 내세운 일본 의원의 여남동수 내각 선언이나 마린 르펜이 내세운 '내셔널 페미니즘'(자국의 여성 보호 및 권리 증진이 최우선이어야 한다는 기조)는 마치 가부장적 자본주의 질서 속에서 모든 여성이 겪는 억압과 차별의 경험이 단일하며, 심지어는 자본가계급의 여성과도 그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노동자계급 여성과 정치적/실천적 연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처럼 꼬드긴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다르다. 한국 구미의 반도체 공장 KEC에서 수십 년을 근속하고도 단지 여자라는 이유 때문에 승진이 가로막혀야 했던 여성 노동자가 살아온 삶과 다카이치 사나에가 살아온 삶은 당연히 다르다. 현장에서의 안정이 보장되고 업무 중 성별/적 정체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일자리를 찾지 못해 불안정 노동으로 내몰리고, 심지어는 통계로 세어지지도 않는 죽음의 위기에 노출되어야 했던 한국의 2030 여성-성소수자 청년들과 앨리스 바이델의 경험은 당연히 다르다. 핵심은 결국 가부장적 자본주의 체제다. 저들의 목숨을, 저들의 배를 불리는 체제를 하루 더 연명하기 위해 노동자민중을 갖가지 조건으로 세분화해 다양한 굴레를 매기는 시대. 우리는 그렇기에 가부장적 자본주의 체제에서 가장 무거운 쇠사슬 중 하나를 차고 있는 여성 노동자, 성소수자 노동자의 이름으로 뭉쳐야만 한다. 

 

이제 우리는 노동자계급 여성과 성소수자의 이름으로 이 가혹한 억압과 차별에 저항하고, 전쟁 위기의 복판으로 우리의 목숨을 갈아 넣으려 하는 자본가들과 싸워야 한다. 가부장적 자본주의의 가장 근원적 작동. 유급 노동(임노동)과 무급 노동(가사, 돌봄, 재생산 등)을 모두 멈춰 세우는 여성파업으로 말이다. 2026년의 여성파업의 수많은 의미 가운데 중요한 한 가지를 고르자면. 아마도 그런 의미일 것이다. 


[참조자료]

『급부상 중인 독일 AFD 총리 후보 알리체 바이델은 누구?』, 주간조선, 김택환, 25년 1월 26일.
『이탈리아 첫 여성 총리, 멜로니가 연 극우의 시대』, 한겨레, 김도훈, 24년 6월 22일.
『멜로니·르펜 이어 다카이치…'우파 스트롱우먼' 열풍 왜』, 중앙일보, 위문희, 25년 10월 9일.
『다카이치 ‘보통국가 일본’ 가속 페달…역대급 압승이 여는 군사대국의 문』, 아시아투데이, 구필현, 26년 2월 10일.
『2025년 3분기 임금근로 일자리 2,092만개…전년 대비 13만9천개 증가, 보건·사회복지 견인』, 데일리365, 김형근, 26년 2월 24일. 
『'165년' 일해야 상위 0.1%의 연봉 번다…여성은 남성보다 '130일' 더 일해야』, 뉴시스, 정우영, 26년 2월 26일.
『프리랜서 노동실태와 특징Ⅱ - 일의 형태와 불안정성 -』, 김종진, 박관성, 21년 9월 15일.
『"특수고용·프리랜서 5년간 233만명↑…청·노년 증가율 커"』, 연합뉴스, 김치연, 24년 10월 1일. 
『55살 이상 노동자, 열 중 셋은 최저임금도 못 받아…여성은 더 열악』, 한겨레, 김혜정, 25년 3월 30일.
『여성 비정규직 530만명… 남성보다 131만명 더 많아』, 서울EN, 이현정, 25년 12월 1일.
『경찰청_성범죄 발생 및 검거 현황』, 경찰청, 25년 11월 03일 갱신 자료 기준 참조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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