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개악 앞에서 노정협의체 참여, 민주노총 양경수 집행부는 스스로 무장해제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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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신문

노동개악 앞에서 노정협의체 참여, 민주노총 양경수 집행부는 스스로 무장해제하는가?

민주노총 지도부는 세종호텔 노동자의 절규를 들으라

  • 차용준
  • 등록 2026.02.19 12:26
  • 조회수 212

정리해고 철회를 외치며 농성하던 세종호텔 노동자들과 연대 동지들이 집단연행 당하고 불과 9일 뒤, 민주노총 양경수 집행부가 2월 11일 이재명 정부의 노정협의체에 참여했다. 기간제 노동자 사용기한 2년에서 3년 이상으로 연장, 직무급제 확대, 전략산업 특별연장근로 확대, 지역 '메가특구' 노동시간규제 완화 등 이재명 정부의 노동개악이 본격화하는 지금, 이는 정부에 노동개악을 합의로 추진할 여지를 주는 위험천만한 선택이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노정협의체 참여를 철회하라.

 

민주노총-고용노동부 노정협의체 발족식 사진: 노동과 세계

 

이재명 정부에 대한 민주노총 양경수 집행부의 일관된 타협적 태도

 

시간을 1년 전으로 되돌려보자. 2025년 6월, 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민주노총 내부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당시 지도부는 “진보정당과 연대·연합을 실현한 후보를 지지한다”는 안건을 중앙집행위원회에 상정했다. 그럴듯한 ‘연대’의 외피를 썼지만, 그 속내를 모르는 이는 없었다. 그것은 기존 정치방침을 폐기하고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자는 안건이었으며, 민주노총을 민주당 2중대로 전락시키려는 시도였다.

 

애초 위원장이 제출한 이 안건은 강력한 반발로 부결되었다. 부결 후에도 양경수 집행부는 끝내 민주당을 지지해야 한다는 방침을 굽히지 않았고, 결국 민주노총은 창립 이래 처음으로 ‘지지 후보 없음’ 방침을 결정했다. 이렇듯 이재명 지지 안건은 2023년 9월 민주노총 정치방침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었으나 양경수 집행부는 이를 밀어붙이는데 거리낌이 없었고, 이런 흐름은 대선 이후 이재명 정부에 대한 타협주의로 이어지고 있다.

 

세종호텔 노동자의 절규 위에 세워진 ‘노정 간 신뢰 회복’이라는 기만

 

지금, 민주노총 지도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그들은 이재명 정부가 ‘노정협의체’라는 손을 내밀자마자 이를 바로 받아들였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이번 협의체 참여에 대해 “노정 간 신뢰를 복원하고, 노동 현안에 대한 실질적인 소통의 틀을 마련하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자평했다. ‘신뢰’라니, 도대체 누구를 위한 신뢰인가? 민주노총 지도부가 노정협의체 참여를 결정한 2월 11일로부터 불과 9일 전, 서울 명동 한복판 세종호텔 앞을 기억하는가?

 

정리해고 철회를 외치며 농성 중이던 노동자들은 이재명 정부의 경찰 병력에 의해 사지가 들려 끌려나갔다. 그들의 절규가 아직 길위에 남아있는데, 지도부는 그 폭력을 자행한 정권과 마주앉아 ‘노동의 미래’를 논하겠다고 한다. 투쟁하는 노동자를 짓밟는 정권과 악수하며 ‘파트너십’을 운운하는 것, 이것이 배신이 아니면 무엇인가? 어디 세종호텔뿐인가? 홈플러스 노동자들도 폐업으로 내몰리고 있고,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노동자들도 이재명 정부를 규탄하며 청와대에서 농성하고 있다.

 

투쟁 현장에 대한 공권력 투입은 자본가 정권의 본능이다. 그런데 민주노총 지도부가 그 칼날 앞에서 투쟁 대열을 정비하기는커녕, 칼자루를 쥔 자들과 “책임 있는 대화”를 하겠다고 나선 꼴이다. 이는 현장의 투쟁 동력을 약화시키고, 정권에는 ‘대화하는 정부’라는 면죄부만 쥐여주는 꼴이다.

 

2월 2일 세종호텔 해고노동자 폭력연행 사진: 세종호텔 공대위

 

이재명 정부는 이미 노동개악 추진을 본격화했다

 

민주노총 지도부가 발표한 성명서는 더욱 심각한 우려를 자아낸다. 그들은 “미국의 관세 압박, 산업 전환, AI 확산 등 대전환의 시기”를 언급하며, 이것이 “노동자에게 재앙이 될지 기회가 될지는 정부의 선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순진해서 모르는 것은 아닐 테고,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것인가? 자본주의 체제에서 경제위기가 닥칠 때, 자본가와 그들의 정부가 선택하는 ‘해법’의 본질은 노동자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것이다. 지도부가 언급한 그 ‘복합 위기’ 속에서 자본은 생존을 위해 비용절감을 부르짖을 것이다. 그 비용절감의 실체는 무엇인가? 바로 ‘고용 유연화’라는 이름의 손쉬운 해고, ‘임금체계 개편’이라는 이름의 임금 삭감, 그리고 노동시간 연장이다.

 

이재명 정부는 이미 노동개악 추진을 본격화했다. 1월 29일 ‘노동구조개혁 TF’ 출범이 알려졌고, 해당 TF는 기간제 노동자 사용기한 2년에서 3년 이상으로 연장, 직무급제 확대, 전략산업 특별연장근로 확대, 지역 '메가특구' 노동시간규제 완화를 논의하고 있다. 이는 정부가 밀어붙이는 ‘5극 3특 국가균형성장 추진전략’과 맞물려 대대적인 노동개악 관철로 이어질 수도 있다. 민주노총이 “위기 극복에 함께하겠다”며 협의체에 들어가는 순간, 정부는 이미 절반의 승리를 가져간 것이다. 이제 정부가 추진할 노동개악과 구조조정은 “민주노총과 협의를 거친 합리적 대안”으로 포장될 것이다. 지도부는 지금 노동자들을 지키러 가는 것이 아니라, 자본가계급이 직면한 위기를 노동자의 피와 땀으로 막아주는 ‘방패막이’ 역할을 하고자 하는 것이다.

 

민주노총이 있어야할 곳은 투쟁하는 노동자 곁이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지금 민주노총 지도부는 호랑이를 잡을 무기를 내려놓고, 호랑이의 먹잇감이 되기 위해 제 발로 걸어 들어가고 있다.

 

성명서에 적힌 “책임 있고 성실하게 협의에 임할 것”이라는 다짐은 어떤 의미에서는 섬뜩하기까지 하다. 누구에 대한 책임인가? ‘국가 경제’라는 명분으로 포장될 자본의 이윤 보장에 대한 책임인가? 진정한 노동조합의 책임은 자본가 정부와의 협조가 아니라, 그들의 착취와 탄압에 맞서 단결하고 투쟁하는 데 있다. 지금 지도부의 행보는 그 모든 원칙을 허물고 있다. 뻔히 보이는 노동개악과 구조조정의 불구덩이 속으로 120만 조합원을 끌고 들어가는 행위를 즉각 멈춰야 한다.

 

자본가계급과 한편이 되어 위기를 ‘관리’하려는 자들은 노동자를 대표할 자격이 없다. 민주노총이 있어야 할 곳은 따뜻한 정부청사 회의실이 아니라, 찬 바람 부는 세종호텔 농성장이고,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곁이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즉각 기만적인 노정협의체 참여를 철회하라. “자본가 정권에 맞선 독자적 투쟁”의 깃발을 다시 들어라. 그것만이 다가오는 경제 위기의 파도 앞에서 노동자의 삶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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