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벌을 만나다#6] 이윤 벌이 수단으로서의 대학을 넘어 장애인, 여성, 성소수자, 노동자의 대학으로 – 동덕여자대학교 재학생 연합 'A' 동지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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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신문

[말벌을 만나다#6] 이윤 벌이 수단으로서의 대학을 넘어 장애인, 여성, 성소수자, 노동자의 대학으로 – 동덕여자대학교 재학생 연합 'A' 동지를 만나다

  • 유지원
  • 등록 2025.09.15 20:16
  • 조회수 5,627

12.3 내란 이후, 투쟁의 현장에 연대하는 많은 '말벌동지'들을 만났다. 4월 4일 윤석열이 파면된 뒤에도 많은 ‘말벌동지’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때로 노동조합원이 되기도 하고, 때로 투쟁사업장에 연대하기도 하며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들은 어떤 생각으로 윤석열 퇴진 광장에 나왔을까? 그 전에 이들은 뭘 하고 있었을까? 이들은 왜 광장에서 투쟁하는 노동자들과 같은 대오에 섰을까?

 

여덟 번째 인터뷰이는 동덕여대 재학생연합 A동지다. A동지는 학측의 남녀공학 전환 통보와 고소에 맞서 싸우는 과정에 “이 싸움이 단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청년학생과 소수자 억압의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체감했다고 말한다. 지금은 총장 직선제를 비롯한 학내민주화 투쟁과 함께, 여러 투쟁 사업장과의 연대를 이어가고 있다. A동지를 만나 어떤 고민과 연대를 이어가고 있는지 들었다.

 

 

1.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단위 소개와 개인 동지의 소개를 부탁 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희는 동덕여자대학교 재학생 연합이라는 이름의 단위이고요. 작년(2024년) 11월에 동덕여자대학교 학측에서 학생 20명을 상대로 소송전에 들어가면서 처음 모이게 되었습니다. 그때는 저희가 고소 당사자는 아니더라도, 이미 신원이 특정된 고소 대상 학생들에게 "더 해라"는 식으로 요구하는 게 짐을 지우는 거란 생각을 다들 했던 거 같아요. 이제는 정말 신원이 특정되지 않은 학생들이 나설 때다. 그렇게 (같이) 싸울 마음을 먹었던 것 같고요. 그 형태라고 할 때… 개인으로 나서면 (고소당한 학생들처럼) 당연히 색출 당할 거라는 예상이 있었어요. 그래서 연합이 되어 서로를 지키잔 취지로 이렇게 모인 거예요.

 

지금까지는 꽤 많은 일을 해 온 거 같아요. 저희 학내 사안을 의제로 하는 대규모 집회도 몇 번 주최해 보았고요. 겨울에는 1인 시위도 진행했어요. 이번에 동덕여대에 등록금 인상 이슈가 있었거든요. 그래서 "등록금 올려 (학생들이) 피 말려 죽는다" 이런 식으로. 파면 직후에는 프레시안에 기고 기사도 썼었네요. 금방 생각할 때도 많은 활동을 해왔던 거 같아요. 사실 사립대학 문제라는 게 저희 학교만 아니라 모든 학교를 대상으로 하겠잖아요. 그런 취지에서 총장직선제 청원도 받았었고요.

 

지원: A 동지 개인적으로는 어떻게 동덕여대 재학생연합에 같이 하게 되셨는지 더 들을 수 있을까요?

 

A: 제 개인적으로는, 이 사태가 터지고 바로 한복판에 있진 않았어요. 어떻게 보면 소동이 약간 잦아든 다음에 깊숙이 들어오게 됐죠. 처음에 같이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이 (학교 건물) 점거를 한다고 하는 거예요. 수업 거부는 당연히 같이 하고요. 그때도 수업 거부를 할 때 이게 단순히 농땡이 치고 마는 걸로 남지 않으려면. 원래 수업을 하는 그 시간에 맞춰서 (점거) 공간에 가야 한단 생각이 있었어요. 근데 하다 보니까 이게, 만약에 학생들이 있는데 학측이 물리적으로 폭력을 써서 밀고 들어오면 어떻게 될까? 하는 걱정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사실 처음엔, 그런 걱정으로 시작한 게 큰 거 같아요. 그러면서 (학교의) 문제를 많이 알게 됐어요.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학교 본부에서도 탄압을 가하고, 네티즌이며 언론도 저희를 폭도 취급하고. 그런 상황이 심해졌어요. 그러니까 이대로 우리 싸움이 진 싸움이 되어버리면 실상 우리가 뭘 했든 그냥 폭도로만 남겠구나. 이거 절대 못 지겠다. 단지 나랑 내 학우들 뿐만 아니라 (진보적 의제에 목소리 내는 청년학생에 대한) 전체적인 사회 선례로 남겠구나. 싶었어요.

 

저희 학교 말고 다른 학교들에서도 되게 많은 투쟁이 일어나고 있잖아요. 그 투쟁들을 보면 대자보 부착 금지를 계기로 들고 일어났다거나, 학측이 학생을 일방적으로 고소했다거나. 그런 식으로 되게 양상이 비슷하거든요. 각 대학의 투쟁들이 동덕여대와 너무나도 비슷한 상황인데. 만약 동덕여대 사례가 만약에 학생 탄압의 성공 사례로 남아 버린다면 다른 모든 투쟁하는 학생들… 나아가 꼭 학생만 아니라도 기득권의 압박을 받는 소수자들이 전부 탄압받는 하나의 선례로 남는 게 아닌가 싶었어요. 약간 판례 같은 느낌으로 자리 잡을까 봐서요. 그렇게 되지 않길 원하는 마음이 컸고, 큰 것 같아요.

 

2. 동덕여자대학교는 일방적 남녀공학 통보 전에도 학내에서 발생한 학생 사망사고를 자체 일단락하는 등 여러 문제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들었는데요. 혹시 투쟁에 나서기 이전에도 동덕여대 내지는 사학 대학 형태에 문제 의식을 가지게 되신 경험이 있다면 소개 부탁 드립니다.

 

A: 저는 사실, 많은 것들을 이번 투쟁하며 알게 됐어요. 전엔 문제가 있다는 건 알았지만 기껏해야 어떤 학과들을 강제로 통폐합하려고 했다, 이 정도였죠. 이사장 이름도 잘 몰랐어요. (웃음) 3대 세습이 이루어지고 있는 학교라는 것만 알았죠. 총장직선제? 필요하지. 이 정도 생각만 있었던 거 같아요. 지금은 굉장히 오묘한 기분이에요. 이런 문제들을 알게 되어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어쨌든 예전엔 사학대학이란 형태 그 자체에 문제의식을 가지진 않았어요. 많은 대학생이 지금도 그러지 않을까요? 학교 과정이나 구조엔 대부분 관심들이 없잖아요. 아르바이트, 학교, 아르바이트. 이런 일상 속에서만 사니까요. 게다가 스펙 쌓기만도 바쁜데, 이런 문제는 누가 따로 알려주는 것도 아니죠.

 

한편으로 저한테는 다행이란 생각도 들어요. (지난 투쟁의 경험은) 학우들이랑 같이 싸우면서, 사학재단 특유의 문제들이 많은 사회 구조의 문제들과 연결되어있다는 것을 깨닫는 경험이었어요. 이전에는 전혀 몰랐던 거죠. 문제라고만 가볍게 알고.

 

알고 보니까 동덕여대에서 락카칠을 이번만 한 것도 아니더라고요. 광장에서 힘내라고 응원해주셨던 다른 학교의 선배 동지들이랑 얘기해보면 "본관 점거? 다 하는 거 아니야?" 이렇게 말씀하기도 하시고요. 총장실 점거만 해도, 특정 학번의 선배 동지가 말씀하시기를 우스갯소리로 총장실 점거는 연례행사였다 하시더라고요. 문제가 워낙 많았단 얘기이기도 하겠지만. 중요한 건 (학생들의 의사 표현에) 여태 가만 있다가 이제 와서 문제로 걸고 넘어졌다는 거죠.

 

54억이라는 게 정말 지울 수 없는 꼬리표예요. 인터넷에는 아직도 (동덕여자대학교가 기물 파손 복구 비용으로 학생들에게 청구한 비용이) 54억이다, 59억이다 이런 소리가 나와요. 학측에서 발 벗고 나서서 학생 상대로 꼬리표를 달았다고밖엔 생각할 수가 없는 거죠. (락카칠) 사태가 발생하고 일주일? 그 정도밖에 안 지났을 때였어요. 그렇게 사람들이 무섭게 걸고 넘어질지 몰랐어요. 강의실 책상 엎어만 둔 걸 부쉈다고 하고. 미디어 리터러시 수준이 이렇게나 떨어졌다는 걸 처음 느꼈어요.

 

3. 지난 11월, 동덕여자대학교 학측은 학생과 교내 노동자를 포함한 그 어느 학내 구성원과도 협의가 없는 일방적 남녀공학 형태 전환을 발표했습니다. 이에 관해 총학생회에서 입장문이 나오기도 했는데요. 일각에서는 대학이 수익 기구로 전락한 지금, 학교 경영을 그저 이윤의 수단으로 보는 시선이 강화되어 발생한 새로운 형태의 대학 구조조정이라고 보기도 했습니다. 동덕여대 재학생 연합 동지들은 이러한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총장을 비롯한 사학 경영진에 의한 일방적 남녀공학 전환에 처음에 어떤 문제의식을 갖게 되셨었는지 말씀 부탁 드립니다.

 

A: 일단 그런 시선에 어느 정도 공감해요. 학교가 학생들을 이윤추구의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거요. 찍어누를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고. 감히 (이사장 비롯한 경영진에게) 뭔가 할 수 없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요. 작년에 처장단이랑 학생회가 면담을 다섯 번이나 했어요. 속기록 보면요. 처장단이 학생 말을 끊거나 존중 없이 대화하는 모습이 계속 보여요. 그런 걸로도 보이는 거죠. 정말 이윤 추구도 추구지만 일단 (학생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고 느껴요.

 

대학에도 각 정체성들이 강하게 있잖아요. 무슨 과가 뛰어나다든가, 이런 식으로요. 여러 정체성이 있을 텐데 전 동덕여자대학교의 주된 정체성 중 두 개가 동덕'여자'대학교, 동덕여자‘대학교’인 거라고 느껴져요. 그 '여자' ‘대학’ 구성원들의 어떤 동의도 없이 학교의 정체성을 바꾸려는 행위에 큰 문제의식을 가졌고요. 사실 위기감도 만만치 않게 느꼈어요. 아, 우리(학생들의) 존재는 진짜 신경도 안 쓰네. 이걸 가만 두면 더 서슴없어지겠네. 이런 느낌이었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핵심적인 정체성도 아무 논의 없이 휙휙 바꾸는데 더 못할 짓이 어디 있겠나 싶었어요. 일종의 생존 문제인 거죠. 그래서인지 뒷세대 후배들을 위해서도 싸워야겠다고 생각한 거 같아요. 이게 우리한테는 존엄의 문제라서요.

 

4. 한편 동덕여자대학교 뿐만 아니라 다양한 여자대학교에서 여대 문제를 논의하며 생물학적 여성만이 존재하는 여자대학이야말로 여성인권이 가장 잘 보장될 수 있는 캠퍼스 형태라는 논의들이 오가기도 했는데요. 동덕여대 재학생연합 동지들은 이러한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동덕여대 재학생연합 동지들이 생각하시는 이상적인 대학이란 어떤 형태인가요?

 

A: 저희가 투쟁하고 있는 동덕여자대학교에서는 학측이 무단으로 대학 정체성을 바꾸려고 했어요. 그, 얼마 전에 SNS에서요. 그런 웃긴 장면이 돌아 다니더라고요. 어떤 익명의 계정이 여자대학교를 상대로 막 젠더 혐오, 젠더 차별 트윗을 뿌리고 다니니까. 다른 분이 "당신이 있어 여자대학교는 있어야 한다." 이렇게 올린 거예요. 저도 비슷하게 생각해요. 지금 동덕여대의 투쟁이야말로 젠더 갈라치기와 혐오에 맞서 민주적 가치를 말하는 투쟁의 시발점이고, 이 투쟁의 의미들이 더 많은 대학과 공간으로 확장돼 가야 하니까요.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대학은… 우선 건물 자체에 대한 접근성이 높고, 또 건물뿐만이 아니라 교육의 장 내에서도 장애 접근성이 높은 곳이에요. 학생이든 교직원 노동자든 할 것 없이 수업 주체가 되는 곳이고요.


그 수업 주체들의 사고에서 학벌 중심주의, 외모 지상주의 같은 게 탈피되고. 그런 상황에서 아주 자유로이 지식을 논하는 곳. 학문량에 관계없이 모르는 것을 누구나 쉽게 질문할 수 있는, 그런 분위기가 마련되는 곳. 그게 이상적인 대학이라고 생각해요.


또 교내 집회 시에 허가가 필요 없는 곳이요. 대자보 한 장도 막 떼면 안 되는 곳. 물론 학생을 언론의 먹잇감으로 던지는 곳은 안 되겠고요. 그리고 노후화된 시설도 재깍재깍, 좀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아니면 제보가 있기 전에 안전 점검을 수시로 하는 곳이었으면 좋겠어요. 시설물이 괜찮은지 안전이 보장되는 곳이어야 한다는 거죠. 교수도 충분히 많이 뽑았으면 좋겠어요. 그런 곳이 이상적인 대학이라 생각해요.


5. 동덕여대 재학생연합 동지들께서는 단순한 학내 투쟁을 넘어 다양한 투쟁사업장 동지들과 연대를 일구며 광장의 주역 중 하나로 부상하셨는데요. 거통고지회의 연대성명이 발행된 것도 그 결과 중 하나고요. 맨 처음에 어떻게 투쟁사업장 노동자들과 연대를 만들게 되셨는지 소개 부탁 드리겠습니다.

 

A: 이거는, 다른 데서도 여러 번 얘기했던 거 같은데요. 저희가 계엄 터지기 전에 이미 학내 사태가 시작됐고, 그 이후엔 학내 사안의 중간에 계엄 한복판에 놓인 상황이 되어 버렸죠. 사실 계엄 터지고 나서 학생 사이에서도 (광장 참여 여부를 두고) 말이 많았어요. 온 국민적으로 우리가 욕을 먹고 있는데 나가면 위험하지 않겠냐고요. 막 나가되 개인적으로만 나가잔 말도 있었어요. 근데, 어쨌든 최종 논의 결과는 "우리가 학내 민주주의를 부르짖고 있는 거 아니냐. 근데 이건 학내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 자체가 파괴된 상황이다. 나가는 게 오히려 당장 힘이 될 거 같다." 이거였어요. 그래서 12월 중순 즈음에 1,500명이 모여서 시국선언을 하고. 깃발 들고 나갔죠.

 

그땐 정말 광장에서의 행진 매 걸음마다 간식을 받고, 응원을 받았어요. 우리가 대중한테 전혀 지지를 못 받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거예요. 받은 그 온기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만 열심히 하다가 1월 2일에 전장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다이인 시위가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다이인 행동을 하고 행진을 하는데, 이게 웬걸. 시작한 역에서 동덕여대 혜화캠까지 행진을 해 주신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너무 감사해서 학우들을 모아 갔죠. 마무리 할 때는 심지어 동덕여대 연대 발언까지 배치해 주셨어요. 그게 실은 자기 의제로만 채워도 모자란 시간이잖아요. 그런데 저희를 챙겨주셨다는 게 너무 감사한 거예요.

 

다이인 행동 때 지혜복 선생님의 글이 대독되었던 게 기억이 나요. 그때 처음 지혜복 선생님 사안을 알게 되고, 여기에도 연대하러 가봐야겠다. 그 생각을 했어요. A학교 집회에 함께하고, 또 세종호텔 사안을 알게 됐고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세종호텔 해고자들이 어떤 일을 겪었는지 알게 됐죠. 점점 하나씩 사안들을 알게 되면서, 이 사안들이 우리가 받은 탄압과 전혀 다르지 않다고 여겼던 거 같아요. 같이 승리하면 좋겠다 싶었죠.

 

고공농성 올라가셨을 땐 특히 마음이 너무 쓰이는 거예요. 저도 학교 본관점거할 때 학측이 난방을 끊어버리면서 너무 추웠던 기억이 있거든요. 하물며 저는 그때 외벽이라도 있었지, 이 동지들은 날도 추운데 혼자 올라가 계신 거잖아요. 저 동지들한테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려 드리고 싶었어요. 그렇게 활동해 왔던 거 같아요.

 

6. 지금은 단순 공학 전환 이슈뿐 아니라 사학 대학 변혁 자체를 향한 투쟁에 더 중점화를 맞추고 계신 것으로 보입니다. 내부에서 어떤 토론과 논의를 통해 '총장 직선제'의 과제가 중점화되게 되었는지 말씀 부탁 드리겠습니다.

 

A: 저희는 사실, 공학전환 반대랑 같이 총장 직선제를 계속 말해왔어요. 지난 학생총회에서 안건으로 부쳐진 총장직선제 시행 찬성률이 90%를 넘겼을 정도니까요. 물론 학측 때문에 시행은 안 됐지만요.

중요한 건 저희가 계속 민주적 학사행정을 원해 왔다는 거예요. 이상한 얘기가 아니고, 늘 있던 논의라는 거죠. 제가 아까 학생총회 말씀 드렸는데, 그게 작년 11월 20일 일이에요. 그때 안건이 두 개였어요. 하나는 남녀공학 전환 반대, 하나는 총장직선제. 그니까 이건 언제나 저희가 말하던 의제인 거죠.

 

총장직선제를 왜 이야기해왔냐면, 이번 총장 하나가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에요. 현세대 학생들의 노력으로 공학전환 저지를 성공한다 해도, (공학전환 추친은) 이후에 언제든 다시 추진이 가능한 거예요. 그리고 이럴 수 있는 이유는, 그렇게 추진해도 학측을 막거나 견제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어있지 않기 때문이죠. 총장직선제라는 저지선 역할을 하는 카드가 있어야 졸속행정, 반민주 행정을 막을 수 있어요.

 

학생이랑 학교랑 꾸린 협의체 구조 자체도 학생이 절대 소수예요. 협의체 인원이 총 12명이면 한 3명이 학생일까요. 나머지 9명은 죄다 학측 사람이고요. 비민주적인 구조체임에도 바뀌지 않는 이유가 뭐겠어요? 안 바꿔도 되니까요. 학교 운영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되든 전혀 해를 끼치지 않으니까. 이사장 임명하면 그 비위만 맞추면 되는 거예요. 그러니 그런 문제들을 미연에 방지하고, 더 민주적인 협의체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총장이나 학교 경영진들이 학생 눈치를 보게 만들어야겠다. 그런 생각이 계속 드는 거고요.


저희는 총장 직선제를 원하는 것도 있지만. 민주적인 학생 위원이 더 많이 포함된 협의체, 학생의 의견이 더 원활하게 실질 결과에 반영될 수 있는 협의체 구성 비율을 원하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그런 민주적인 것들을 좀 전반적으로 원하고 있다. 이렇게 말씀 드릴 수 있겠네요.


7. 동덕여대 투쟁은 노학연대 복원, 사학비리 척결을 비롯한 대학의 자본화 거부 및 공공성 강화, 학내 민주주의 사수 등 지금의 청년학생들에게 필요한 여러 가치를 가장 선봉에서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국민청원 이후 앞으로의 투쟁 계획이 있으시다면 어떤 내용일까요? 소개를 부탁 드립니다.

 

A: 저희가 현재로서는 급박한 일이 없는 이상, 휴식기 가지려고 해요. 황폐화된 일상을 조금 가다듬어 보려고 하고요. 저희 연합 동지 중엔 투쟁 과정에서 빚이 생긴 동지도 있고, 신체 건강이 악화된 동지도 있어요. 정신건강 악화나 아르바이트 시간 연장은 기본이고요. 물론 당연히 긴급한 사안이 학교에 생기면 나가겠지만. 그전까지는 한 템포 쉬어 가려고요.

 

물론 그렇다고 영영 안 나타나거나 하진 않을 거예요. 개인 차원에서는 연대를 다닐 계획이에요. 일상과 투쟁의 알맞은 밸런스를 찾아가면서요. 지금은 고공에 계신 동지들 내려오는 걸 가장 보고 싶네요. 싸워줘서, 버텨줘서, 고맙고 미안하다고 말씀드리고 안아드리고 싶어요.

 

거론하고 싶은 투쟁사업장이 너무 많지만 하나하나 거론하기 어렵네요. 지혜복 선생님이 학교로 돌아가시는 걸 꼭 보고 싶어요. 참, 이랜드 문제도 해결되어야겠고. 울산 쪽에서는 이수기업 동지들이… 현대차가 워낙 거대 자본이다 보니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거 같아 마음이 많이 쓰여요. 지금 우선은 이 정도? (웃음)


8. 인터뷰를 읽으실 동지들께 남기고 싶으신 말씀이나 인터뷰 소감이 있다면 편히 들려주세요.

 

A: 일단 저는, 이 인터뷰를 읽으실 모든 동지들이 아프지 않고 춥지 않고 외롭지 않고 힘들지 않으셨으면 해요. 작년 겨울에 제가 그랬기 때문에 그런 시간들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알아요. 힘들면 옆에 있는 동지들에게 힘들다고 꼭 말해주세요.

 

저희 사안에 관심 가져주시거나 연대해주신 모든 동지들께 감사하고, 소중하단 말씀 드리고 싶어요. 여러분이 계셔서 지금까지 견딜 수 있었어요. 옆의 학우들도 저를 많이 지탱해줬지만. 스트레스 많이 받아서 예민하고 날카로워졌을 때 동지들이 함께해 주셔서 특히 기뻤어요. 무언가를 (간식이라거나) 주지 않으시더라도 안부를 물어봐 주시는 것, 더불어 보내주시는 눈빛 하나하나, 가슴에 있는 마음들 하나하나. 그걸 느끼는 것만으로도 저한텐 충분하고 감사해요.

 

저희 학내 상황이 마무리된 거 같지만. 실은 전혀 마무리되지 않았거든요. 급박하게 돌아가는 일이 없어 보이고 당장 고소도 취하했다 하니까 다들 이제 일단락되는 거 아니냐고 말씀하세요. 실제론 그렇지 않아요. 공학전환 공론화 위원회 운영이 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 사안이 실시간으로 계속 추진되고 있다는 의미거든요. 고소는 취하됐지만 수사는 계속 진행 중이기도 하고요. 학생 22명이 아예 송치된 상황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도 꾸준히, 많은 관심을 부탁 드립니다.

 

광장에서, 민주노조 동지들이 "말벌 동지들이 부르면 민주노총이 간다" 고 하셨어요. 이것이 진정 실현되는 우리의 동지애들 가꿔 나가면 좋겠습니다. 동지들의 현장 투쟁, 노동자 동지들의 말 한 마디가 어떻게 언론을 통해 악마화되는지 저도 너무 잘 알게 되었으니까요. 손이 필요하다고 하면, 우리 서로 보내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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