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6일 울산시 남구청 앞에서는 워릭플랭클린과 덕스어학원에 세워진 어용노조 설립신고 취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노동조합에 가입한 영어강사 노동자들이 워릭·덕스 사측과 교섭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복수노조를 빙자한 어용노조 설립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부원장이 노조위원장, 사측 관리자들이 조합원인 노동조합?
2025년 12월 11일, 민주일반노조 부산본부 외국어교육강사지회 워릭덕스분회 이주노동자들은 연차 쓸 권리 보장, 공짜 노동시간 유급 인정 등 노동기본권을 요구하며 교섭을 진행했다. 교섭은 기존 사측 교섭위원 외에 관리자들이 대거 교섭위원으로 참여하며 결렬되었다. 바로 다음 날인 12일, 워릭에서도, 덕스에서도 다른 노동조합이 만들어졌다. 민주노조 소속 이주노동자들은 모두 해고되었다. 이후 드러난 사실은 놀라웠다. 소위 ‘워릭노조’ 위원장은 인사를 총괄하는 부원장이었다. ‘덕스노조’ 조합원은 전원 사측 교섭위원이었다.
어용노조 설립신고 취소하라
이 사실이 밝혀지자, 민주일반노조 부산본부는 울산남구청에 공문을 보내 즉각 두 어용노조의 적법성을 조사하여 설립신고를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모인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공공운수노조 울산본부, 민주일반노조 부산본부, 금속노조 현대차비정규직 이수기업해고자, 공공연대노조, 연대자 피린, 담당 노무사, 울산이주민센터, 사회주의를향한전진 등은 "사용자는 어용노조를 통한 민주노조 파괴를 중단하라!", "울산남구청은 가짜노조 설립신고 취소하라"고 외쳤다.
어용노조, 단지 복수노조 설립이 아니라 노동3권 파괴
워릭·덕스 두 학원을 오가며 영어를 가르치다 노조 활동을 한다는 이유로 해고당한 줄리아 노동자는 이렇게 말했다.
"단순한 복수노조 설립이 아니다. 노동조합은 설립신고서 한 장으로 만들어지는 조직이 아니다. 노동자들이 자주적으로 결성하고,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실질이 있어야 한다."
"노동조합은 노동자가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자주적으로 만드는 조직이다. 그러나 사용자가 노동조합을 만들고, 사용자의 이익을 대표하는 자들이 노동조합의 외피를 쓰는 일은, 원어민 강사의 가입을 막으면서 민주노조의 교섭권을 빼앗는 일은 노동3권의 보장이 아니라 노동3권의 파괴다."
돌아보자. 사측 주도로 어용노조를 세우고 관리직을 조합원으로 둔갑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민주노조의 교섭권을 박탈하는 노조파괴 공작은 유성기업·갑을오토텍·SJM·삼성에버랜드·대양판지 등에서 행해졌고, 그 악랄함은 이 땅 모든 노동자의 공분을 자아냈다. 지금 워릭·덕스어학원 사측이 자행하는 어용노조 설립 공작이 성공한다면, 이는 이미 여러 사업장에서 벌어지는 이주노동자 탄압을 강화함은 물론, 정주노동자의 노동3권 행사까지 제약하는 계기가 될 공산이 다분하다.
노조한다고 이주노동자 해고한 일강
금속노조 전북지부 일강지회 이주노동자 해고 사태에서도 볼 수 있듯, 이주노동자의 노조할 권리는 비정규직 구조와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가로막는 고용허가제, 비자 및 체류 기간 제한 등으로 겹겹이 봉쇄되고 있다. 작년에 잇단 중대재해로 열악한 노동현실이 잘 알려진 자동차 부품사 일강 자본은 민주노조에 가입한 이주노동자들에게만 재계약을 거부하고 비자 연장을 거부하며 1년 계약 종료일에 맞춰 해고하고 있다. 이미 9월까지, 이주노동자 78명 중 17명이 쫓겨났다.
최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에 이주노동자 2백여 명이 가입했는데, HD현대중공업 현장 곳곳에서 재계약 거부 방침이 확인되고 있다. 작은 사업장이 밀집한 공단에서 오랫동안 이주노동자 조직화 사업을 해온 성서공단지회도 이주노동자 탄압과 해고에 맞서 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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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하는 이주노동자
워릭·덕스 노동자들은 수많은 이주노동자와 똑같이 체류권 사각지대에 있지만 매주 선전전과 집회를 한다. 주위 영어강사 이주노동자 조직화와 연대투쟁에도 힘쓴다. 울산 이수기업 집회, HD현대중공업 이주노동자 선전전과 집회, 이주노동자 전국 집회 등에 참여하며 '노동자는 하나'임을 실천하고 있다.
금속노조 전북지부 일강지회는 "이주노동자에게 비자 연장과 재계약은 단순한 행정절차가 아니라 일자리와 생계, 가족의 삶, 한국에서 살아갈 권리가 걸린 생존권의 문제"라며 노조탄압과 이주노동자 해고에 맞서고 있다. 이주노동자와 정주노동자가 함께 사내 농성, 인권위 진정, 지역 집회를 열며 단결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 성서공단지회,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그리고 다양한 지역과 사업장에서 이주·정주노동자의 크고 작은 단결이 움트며 계급적 운동의 가능성이, 민주노조운동의 혁신 가능성이 성장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이 처음 노동조합 설립신고를 한 때가 2005년이다. 그로부터 10년을 싸운 2015년, 이주노동조합(MTU, Migrant's Trade Union)은 마침내 노동조합 설립필증을 받아냈다. 오랜 기간 많은 이주단체와 노동사회단체, 노동조합이 이주노동자 권리 보장을 위해 싸우며 획득한 경험과 자신감이 오늘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
단결
이주노동자들은 해고에 굴하지 않고 노동3권을 요구하며 싸우고 있다. 이 절박한 투쟁에 함께하는 정주노동자의 단결은, 그 자체로 모든 노동자에게 노동3권을 보장하기 위한 투쟁의 전진이다. 또한, 국적과 고용형태, 성별을 이유로 노동자를 갈라놓는 차별을 허물어뜨릴 힘이기도 하다. 먼저 투쟁에 나선 이주노동자들의 깃발은, 이 땅 150만 이주노동자들에게 노동조합으로 뭉쳐 싸울 수 있다는 용기를 북돋고 있다. 정주노동자들의 연대가 절실하다. 워릭·덕스 자본이 세운 어용노조 해체와 해고자 복직, 일강 자본의 이주노동자 재계약 거부 철회, HD현대중공업 이주노동자 재계약 보장을 민주노조운동의 공동 요구로 세우고, 현장과 지역에서 연대를 확대하자.
이주노동자는 노동력 시장의 맨 아래에 있다. 이주노동자의 노조할 권리는 모든 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 수준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이주노동자와 정주노동자의 단결로 모든 노동자가 인간답게 살 권리를 쟁취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