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ICE반대운동을 이끄는 디트로이트 ‘민중총회’
  • 해당된 기사를 공유합니다

온라인신문

[번역] ICE반대운동을 이끄는 디트로이트 ‘민중총회’

  • 강성윤
  • 등록 2026.05.25 14:37
  • 조회수 502

디트로이트에서 수백 명이 모인 ‘민중 총회(People's Assembly)’가 결성되어 이민세관단속국(ICE)과 트럼프 행정부에 맞설 전략을 토론하고 행동에 나서고 있다. 이들이 보여 준 민주적·독립적인 자기조직화 모델은 다른 도시에서도 본받을 만한 유용한 사례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자 공동체 공격이 갈수록 거세지면서, 전국 각지의 주민들은 어떻게 이웃을 지켜낼지, 어떻게 ICE의 단속에 맞서 방어할지 자문하고 있다. 교사, 간호사, 동네 주민들은 ICE가 들이닥칠 때 어떻게 대응할지 논의하기 위해 위원회를 꾸리고 있다. 학생들은 반ICE 집회에서 ‘권리 알기’(Know Your Rights) 전단지를 돌린다. 시카고에서는 ICE가 학교에 진입하려 한다고 판단한 교사들이 그들의 출입을 금지했다. 시카고 교원 노조는 이민 단속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생추어리 팀(sanctuary teams)’을 만들어 ICE 대응 체계를 구축했으며,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학교 앞 집회 참여자들이 다 함께 학교로 걸어 들어가는 워크인(walk-in)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다. 세인트루이스와 인디애나폴리스에서 댈러스와 LA에 이르기까지 대규모 반ICE 집회가 잇따랐다. 이런 저항과 항의 행동이 중요한 까닭은, 반동 정치가 아직 이 나라를 통째로 삼키지는 못했다는 분명한 신호이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끊임없는 행정 조치로 우리를 짓누르려 들지만, 평범한 사람들은 스스로를 조직해 맞받아칠 길을 찾아내고 있다.

 

디트로이트에서는 수백 명이 모여 ICE에 어떻게 맞설지 논의하는 ‘민중 총회’(People’s Assembly)를 결성했다. 이 자리에는 이민자, 교사, 학생, 각계각층의 노동자, 다양한 좌파 그룹이 함께했다. 이들은 ICE를 어떻게 밀어낼 것인가를 두고 여러 전략을 토론한 끝에 행동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그 후로 수백 명이 계속 모여서 합의된 전략과 전술들을 민주적인 방식으로 실행에 옮기고 있다. 이 공동전선 성격의 총회는 자기조직화가 실제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중요한 사례다.

 

이 경험에서 무엇보다 주목할 만한 점은 총회의 민주적이고 독립적인 성격을 지키기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좌파, 노동조합 운동, 공동체 세력이라는 서로 다른 경향을 하나로 묶는 일의 힘을 이해할 뿐 아니라, 그 힘이 지속되려면 운동이 스스로 힘을 통제해야 한다는 점까지 알고 있다. 우리는 민주당과 그들에게 종속된 제도권 비영리 단체 관료 및 노조 관료들의 포섭 전술을 경계하고 그에 맞서야 한다.

 

지금 토론 중인 핵심 사안 중 하나는 ICE와 트럼프 행정부에 맞설 구체적 전략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이다. 단속이 벌어질 때 활동가들을 신속하게 소집하는 대응 네트워크를 어떻게 꾸릴 것인가, 광범위한 정치 투쟁을 통해 예방에 주력할 것인가, 사람들이 자기 일터에서 조직될 수 있도록 어떻게 도울 것인가, 트럼프 행정부가 부추기는 공포의 문화와 서사에 맞서 선전과 정치 교육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등이 문제다. 이 총회의 인상적인 특징 중 하나는, 정치적으로 조율하여 여러 전략을 동시에 실행하기 위해 다수의 실행 그룹을 만들어 냈다는 점이다. 이는 토론 자체가 민주적이고 열려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ICE가 우리 공동체에서 누군가를 끌어내려 할 때 이에 맞서기 위해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을 모을 방법을 모색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전술적으로는 유연하되, 민중의 저항과 대응을 지원하고 그 역량을 키우는 데 전략적으로 집중해야 한다. ICE를 감시하는 순찰대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ICE에 맞선 집단적 대응을 스스로 조직하는 노동자와 공동체 구성원들을 전략적으로 뒷받침하고 그들의 힘을 키워 주는 방향으로 우리의 노력을 쏟아야 한다. 이것의 한 예가 바로 교사들이 학교에서 만들고 있는 생추어리 팀이다.

 

교사들의 사례는 병원과 그 밖의 일터에도 널리 알려져야 한다. 이런 위원회를 어떤 모습으로 구성할 수 있고 또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에 관해서, 한 고등학교 교사와 한 임상의의 설명이 최근 『레프트보이스』에 실렸다.

 

또한 운동은 공동체가 ICE에 대한 집단적 대응을 함께 구체화할 수 있는 장소로서의 지역 총회(neighborhood assemblies)를 적극 홍보해야 한다. 단속이 벌어질 때 1선 방어선은 언제나 그 현장에 있는 사람들, 말하자면 이웃, 동료, 학교 직원, 병원 직원, 교회 신자들이다. ICE가 들이닥치면 우리 모두가 대응할 책임이 있다. 예를 들어 어느 식당이 단속을 앞두고 문을 걸어 잠그면, 이 식당은 함께 나서서 자신을 지지해 줄 공동체를 필요로 한다. “민중 총회”는 바로 이렇게 서로 다른 집단이 한자리에서 조율하는 장이 되어야 하며, 그래야만 ICE에 가장 큰 타격을 입고 그에 맞서 싸우는 이들의 요구를 더 광범위한 운동이 더 구체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다.

 

일부 학교와 병원 행정처는 본인이 미등록 이주민이거나 미등록 가족을 둔 학생을 지지한다고 나서기도 한다. 이 같은 노력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사장과 선출직 공직자들이 움직이기를 마냥 기다리거나 거기에 기댈 수 없다. 결국 학생, 환자, 이웃의 안전을 지키는 최전선은 다름 아닌 일선 직원들이다.

 

당신이 ICE의 표적이 될 위험이 있는 이들과 같은 일터에서 일한다면, 사장이 입을 열 때까지 기다리지 말자!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ICE가 문을 두드릴 때 어떻게 할지 계획을 세우자. 동료들이 다 함께 입장을 밝히는 공동 성명을 작성하자. 다른 일터와 손을 맞잡고 민중 총회에 함께하자.

 

거듭 강조하지만, ICE를 밀어내고 우리 공동체를 안전하게 지키는 싸움은 여러 층위가 얽힌 투쟁이고, 전국 각지에서 시기와 장소에 따라 그 양상을 달리한다. 그러나 절대적으로 중요한 것은 거리에서, 학교에서, 우리의 일터에서 대중 운동과 집단 행동이 펼쳐져야 한다는 것이다.

 

예전에 피하지 못했던 함정을 피하는 것도 중요하다. 절박한 마음이 짙어지고 당장 행동해야 한다는 압박이 거센 지금과 같은 시기에는 ‘효율’을 극대화한다는 명목으로 토론을 건너뛰고 행정적 구조나 막후 조직을 세우고 싶은 유혹이 강하게 작용한다. 하지만 이런 발상이 놓치는 것은, 대중 총회와 노동자 위원회의 힘이 민주적 과정을 통해 쌓인 신뢰와 동의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이다. 이 길은 더디고 어수선할지도 모르지만 바로 이 지점에서 힘이 생겨나며, 이 힘이야말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운동의 주인이 되고 총회의 결정을 직접 실행하게 만드는 주체성의 토대가 된다. 따라서 활동가와 조직가들은 무엇이든 ‘시스템화’하려는 본능에 저항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구조나 절차 자체를 내다 버려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방법을 민주적 과정을 건너뛰기 위한 ‘지름길’로 써먹는 순간, 우리는 정작 위원회나 총회가 가진 잠재력의 발목을 잡게 된다. 우리는 새롭게 등장한 사람들을 진행 중인 운동에 끼워 넣을 부속품 정도로 여기는 본능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오히려 새로운 모임 자체를 활동가들이 참여하고 있는 하나의 독자적인 단위로 대해야 한다.

 

이민자를 향한 공격에 새로운 입법으로 응수하자는 압력도 만만치 않다. 이민자의 권리를 제도적으로 다지기 위한 입법 조치는 분명 중요하다. 이민자를 지지한다고 자처하는 지방 정부와 주 정부는 말뿐 아니라 행동으로 보호 입법을 통과시키고 ICE에 맞서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런 입법 활동조차 없는 민주당 의원들에게 우리의 희망을 걸 수는 없다. 더 중요한 점은, 의원들에게 전화를 거는 방향으로 운동을 전환하는 순간 우리의 힘은 거리에서 멀어진다는 사실이다. 안타깝지만 ICE도,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위험에 처한 우리 이웃들도 다름 아닌 거리에 있다.

 

다시 말하건대 디트로이트 민중 총회의 사례는 전국 각지의 운동이 발전시켜 나가야 할 값진 경험이다. 계급 독립성을 위해 싸우는 자기조직화 단위들을 통해서만 우리는 운동을 강화할 수 있고 포섭으로부터 지켜낼 수 있다.

 

2025년 2월 7일 Left Voice에 게재된 기사를 번역함.

글쓴이: Brian H. Silverstein and Tristan Taylor

번역: 강성윤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