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완수사권 폐지라는 가짜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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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신문

보완수사권 폐지라는 가짜 개혁

  • 이용덕
  • 등록 2026.08.06 13:47
  • 조회수 1,367

 

지난 7월 31일 검사의 직접 수사 권한을 전면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8월 4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개정안은 수사와 기소를 완전히 분리해 검사의 직접 수사를 없애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검사의 보완수사권(검사의 직접 보완수사는 폐지하고 경찰에 대한 보완수사 요구만 가능)과 직접 영장 청구권도 폐지된다.

 

10월 2일 검찰청은 해체된다. 기소와 공소 유지만 전담하는 공소청과 부패·경제·방위산업·마약·내란·외환·사이버범죄 등 6대 중대범죄 수사를 전담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설립된다. 정부와 민주당은 이것을 검찰 개혁의 완성이라 부르고 있으며, 국민의힘은 법치주의의 파괴라며 이재명의 거부권 행사를 요구하고 있다.

 

지금, 정부와 여야는 검찰과 경찰 중 어느 기관이 더 많은 힘을 가질 것인지를 검찰 개혁의 핵심 쟁점처럼 내세운다. 그러나 핵심은 권한을 어떻게 나누느냐가 아니다. 본질은 그 권한을 어떤 계급의 이해를 위해, 어떤 계급의 통제 아래 행사할 것인가에 있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가 검찰 개혁의 필수 수단?

 

정부와 민주당은 검찰 개혁을 명분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였다. 검찰이 기소권, 수사권을 다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과잉수사, 인권유린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수사권을 가진 검사가 기소권도 가지고 있으면, 수사는 곧 기소의 의미를 갖게 되어, 즉 수사한 것을 기소하지 않을 수 없게 되어 과잉수사가 일어난다고 주장했다. 기소권을 가진 사람이 수사까지 하면 ‘유죄를 받아내야 한다’는 생각에 각종 회유와 협박을 통한 수사를 할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검찰이 보완수사권을 무기로 정치적 목적의 표적 수사나 별건 수사를 자행해 왔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민주당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진 검사들이 이명박과 박근혜를 겨눴을 때는, 특별검사가 박근혜에 대해 수사권과 기소권을 행사했을 때는 열렬히 환영했다. 검찰의 칼끝이 조국을 비롯한 자기 정치세력의 위선과 비리를 겨누면 ‘과잉’수사고, 정치적 경쟁자들을 겨누면 ‘정의’인가?

 

윤석열의 내란 쿠데타가 일어났을 때, 대통령 등 고위공직자의 범죄에 대한 수사권만 보유하고 판사·검사·경찰관을 제외한 대상에 대해서는 직접 기소권이 없는 공수처는 사건을 검찰로 이송하여 기소를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엄청난 혼란이 발생했다. 이는 권력을 나누는 것만으로 그 권력의 책임 있고 정의로운 행사가 보장되지 않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 자체가 노동자 민중의 권리를 보호하거나 향상하지 않는다. 권한이 분리되면 기소 기관이 수사 내용도 제대로 모른 채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많은 중대범죄의 경우, 증거관계가 복잡하고 피의자도 전문 변호사를 동원해 자신을 방어한다. 이런 상황에서 수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파악한 사람이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지 않는다면, 국가기관 사이의 책임 전가와 부실 수사가 더 극악한 양상으로 펼쳐질 수 있다.

 

보완수사권 폐지도 검찰 개혁의 필수 수단이 될 수 없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김진주 씨, 고 김창민 영화감독 사건 유족은 경찰의 부실 수사를 거론하며 검사의 보완수사권 유지가 필요하다고 얘기했고, 광주에서 여고생을 죽인 장윤기 사건에서도 경찰의 은폐·부실 수사가 쟁점이 되면서 ‘보완수사권 유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노동자 민중은 검찰의 억압과 탄압뿐만 아니라, 경찰의 억압과 탄압도 수없이 겪어왔다. 경찰은 검찰 못지않게 썩어 있으며, 노동자 민중 위에 군림하며 노동자 민중의 권리를 억누르는 기구다. 노동자 민중이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경찰에 아무리 신고해도 경찰이 수사조차 안 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그렇기에 정당한 분노가 터져 나오는 것이다.

 

민주당 의원 홍기원은 “성폭력과 스토킹, 아동·장애인·노인 학대, 가정폭력 등의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나 보이스피싱이나 유사수신 행위, 공소시효나 구속기간이 임박한 사건”에 한해 검사의 보완수사를 허용하는 별도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별도 개정안에는 보완수사가 별건 수사로 이어지지 않도록 동일성의 원칙을 엄격히 적용하고, 보완수사 중 강제수사가 필요한 경우 지방공소청장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이 별도 개정안조차 당론으로 채택되지 않았다. 보완수사권을 무기로 한 정치적 표적 수사가 문제라면 이 개정안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검찰을 길들이려는 민주당은 무조건적인 보완수사권 폐지만 고집했다. 민주당의 정치적 맹목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안에는 '중대한 위법 수사'가 이뤄졌거나 검사의 공소권 행사로 인해 '소추재량권의 현저한 일탈'이 있을 때 법원이 유무죄를 판단하지 않고 재판을 끝낼 수 있도록 공소기각 사유를 확대하는 조항도 담겨 있다. 민주당은 현행 형사소송법 327조 2호의 규정을 구체화한 것뿐이라 하고, 국민의힘은 “이재명 재판에도 소급하여 적용하겠다는 속셈"이라 비판한다. 이재명 스스로 당당하게 재판받아 무죄를 입증하겠다고 하면 끝날 논란인데, 이재명은 아무 말이 없다.

 

검찰은 어느 계급에 의해, 어떻게 개혁되어야 하는가?

 

물론 현재의 검찰은 개혁되어야 한다. 나아가 이름만 바꾸는 게 아니라 완전히 폐지되어야 한다. 국민에게 선출되지도 않은 검사들이 주권자 위에, 노동자 민중 위에 군림하면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이들은 자본가들과 정치인들에겐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며 관대한 태도를 보이지만, 노동자 민중에게는 대단히 억압적이고 폭력적인 태도를 보인다. 자본가들의 온갖 부당노동행위, 임금체불, 산재살인, 불법파견에 대한 태도와 노동자들의 시위와 파업에 대한 태도를 비교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삼성 장학생’, ‘떡값 검사’, ‘스폰서 검사’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검찰은 수백 가지 사슬로 재벌들과 얽혀 있다. 자본가들의 온갖 착취와 불법, 범죄를 단호하게 응징하는 검찰 권한의 확대를 요구한다면, 노동자들은 당연히 지지할 수 있다. 하지만 노동자 민중의 가장 절실한 요구엔 침묵하며 오히려 억압하는 본성을 지닌 검찰에서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대중의 분노를 조금은 반영해야, 자신들의 권력을 마음껏 유지할 수 있기에 때때로 국회의원들과 정치인들을 위협하기도 하지만, 검찰 자체가 정부 핵심, 자본가 정당 핵심을 물밑에서 조종하고 권력을 좌우하려는 자본가 정치의 숨겨진 실세다. 수많은 검사가 정치권과 연줄을 대고 있으며, 정보력과 수사권을 바탕으로 정치인들을 위협하며, 자신의 힘을 과시해 권력 피라미드의 정점에 올랐다.

 

과거 윤석열은 ‘검찰 수사권의 완전한 박탈은 정치·경제·사회 분야의 힘 있는 세력들에게 치외법권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규정하면서 ‘민주주의의 퇴보이자 헌법정신의 파괴’라고 주장했는데, 검찰 권력과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술수일 뿐이었다.

 

노동자 민중이 선출하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법전 따위를 암기했을 뿐, 노동자 민중의 열악하고 비참한 처지와 담을 쌓고 안락한 부르주아적 지위를 누리는 자들이 노동자 민중과 관련된 문제에 대한 수사 및 기소권을 가질 권리는 전혀 없다.

 

검사의 자격과 기준이 로스쿨이나 사법시험 따위가 되어선 안 되며, 노동자 민중이 공수처 검사들, 중수청 검사들을 직접 선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들을 언제나 소환하고 파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들에 대한 모든 특권을 폐지해야 한다.

 

노동자 민중이 선출한 검사들, 노동자 민중의 진정한 대표성을 획득한 검사들, 노동자 민중의 통제 아래 움직이는 검사들이라면, 그들이 수사와 기소의 완전한 권한을 갖고 자본가들과 정치인들의 범죄를 처리하는 데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다. 오히려 마땅한 일이다. 사법부에서도 비슷한 원리가 적용되어야 한다. 배심원 제도를 확대해야 한다. 당연히 노동자 민중을 대표하는 배심원들이 압도적 다수여야 한다.

 

물론 이것은 자본주의 정치구조에 맞선 혁명적 정치투쟁 없이는 불가능한 일인데, 그 투쟁은 자본가 정당 모두, 검찰과 경찰 모두에 맞서는 노동자계급의 독립적인 투쟁력이 폭발적으로 향상돼야 가능하다.

 

검찰과 경찰 모두에 맞선 투쟁

 

수사권이 폐지된다고 해도 검찰의 권력이 대폭 약화할 리 없다. 검찰 대신 들어서는 공소청은 사실상 계속 기소권을 독점한다. 민주당은 아동학대와 가정폭력, 성폭력, 아동·청소년 성범죄, 스토킹, 장애인학대, 노인학대 등 약자 대상 7개 범죄의 경우 경찰이 혐의가 없다고 판단한 불송치 사건까지 공소청에 넘기는, 이른바 '전건 송치'를 도입하려 하는데, 검찰의 권한은 계속 막강할 수밖에 없다. 검찰은 사법경찰관에 대한 보완수사요구권·시정조치요구권, 재수사요구권을 갖게 된다. 경찰이 검찰에게 송치하지 않은 사건이라도, 사건 기록은 검사에게 모두 통보되고, 검사는 직권으로 3개월 이내에 경찰에 재수사 요구를 할 수 있다.

 

검찰의 권한은 대부분 유지됨에도, 노동자 민중이 검찰을 통제할 수단과 방법은 여전히 찾아볼 수 없다. 결국 이번 개편으로 국가 내부의 권력 배분이 달라지더라도, 그 기관들이 자본주의 질서를 수호하고 노동자 민중의 통제에서 벗어나 있다는 사실은 전혀 변함이 없다.

 

‘법과 질서’란 지배하는 계급이 분명한 우위를 갖고 다른 계급을 지배하기 위해 만든 것이기에, 당연히 지배계급에게 유리하게 만들어지기 마련이다. 우리는 종종 ‘법치국가’, 즉 권력자가 법에 따라 통치한다는 말에 속아 넘어가곤 하는데, 이미 자본가들에게 유리한 형태로 법이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그들은 ‘법치’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검찰과 경찰은 모두 ‘법과 질서’를 외치며 자본가들의 지배에 저항하는 노동계급과 민중의 투쟁을 무력화시키고, 그 지배를 정당화했다. 서로 견제하는 것처럼 보이고, 자신들의 권한이 침해될 때는 서로 으르렁거리며 실제 몇몇 지점에서는 대립하기도 하지만 ‘법과 질서’라는 명분으로 노동자 민중을 억누르는 데에서는 한 몸이다. 경찰이 대체인력을 비호하며 파업 노동자를 짓밟아 서광석 열사를 죽게 만들고, 검찰이 전광석화처럼 파업 노동자들에게 구속 영장을 청구한 화물연대 CU 노동자 투쟁만 떠올려봐도 분명하다.

 

따라서 노동자 민중의 권리는 검찰과 경찰의 권한 조정으로 실현될 수 없다. 검찰과 경찰 모두 억압기구로서 노동자 민중에게 폭력적이고 적대적이며, 대중의 통제를 받지 않는다. 결국 핵심은 검찰이냐 경찰이냐의 양자택일이 아니라 노동자 민중의 권리를 어떻게 보장하고 확대할 것인가다.

 

검찰과 경찰을 해체하고 노동자 민중 자신의 힘으로, 노동자 민중의 자주적 조직의 힘으로 세상을 운영해 나가지 않는다면, 노동자 민중의 해방은 절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 전이라도 노동자들의 투쟁이 어느 정도이냐에 따라 법·제도를 개선해 노동자들의 권리가 보장되는 수준이 달라졌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노동자들은 민주당과 국민의힘 어느 당에도 종속되거나 섞이지 않고 경찰과 검찰에 단호하게 맞서야 한다. 그들만의 리그에서 이루어지는 가짜 개혁은 노동자 민중에게 어떤 실질적 변화도 가져다줄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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