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선거, 왜 ‘전통적인 주부상’이 이슈입니까? - 마가(MAGA)와 기독교 민족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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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신문

미국 중간선거, 왜 ‘전통적인 주부상’이 이슈입니까? - 마가(MAGA)와 기독교 민족주의

  • 정은희
  • 등록 2026.10.23 14:17
  • 조회수 475

미국에서 ‘전통적 아내상’을 내세우는 흐름은 마가 세력의 기독교 민족주의와 맞물려 있다. 이들은 노동자 민중에게 만연한 삶의 불안을 이용해 전통적 성 역할과 가부장적 질서를 강화하려 한다. 민주당도, 신자유주의적 페미니즘도 이 반동적 정치의 대안이 아니다. 대안은 계급투쟁에 있다.

 

사진: 뉴욕타임스

 

적지 않은 미국 여성 인플루언서들이 명품을 입고 요리하는 장면을 올리며 이목을 끌고 있다. 남편에게 샌드위치를 만들어주는 장면으로 말이다. 더구나 직접 기른 채소와 가축의 고기로 요리하면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고 한다. 실제로 일부에서는 전원에서 자급자족하는 삶도 유행하고 있다. 미국의 보수적 기독교계 내부에서는, 일명 ‘트래드와이프’(tradwife, traditional wife의 약칭)라는 전통적 아내상이 오래전부터 주목받아 왔다. 이 바람을 타고 넷플릭스에는 미국 서부 개척시대를 배경으로 한 1970~80년대 드라마 <초원의 집> 리메이크 시리즈까지 나왔다.

 

전통적 성 역할을 이상화하는 흐름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남초 커뮤니티에서는 인플루언서와 팟캐스터들이 여성 참정권을 보장하는 수정헌법 19조 폐지까지 주장한다. 이들은 여성 선거권을 폐지하고 남성 가장이 가정을 대표하는 ‘가구 투표권’을 도입해야 한다고 본다. 이런 발상은 극단적인 도발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점점 더 많은 지지를 얻고 있다. 가구 투표제 지지자들은 여성 참정권이 아내와 남편 사이를 갈라놓고 성경에서 묘사하는 ‘한 몸’의 일치를 깨뜨렸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의 바탕에는 소위 ‘성경적 가부장제’가 있다. 가부장적 결혼에서 남편은 절대적 권위를 가지며, 아내는 복종하는 존재다. “하나님이 그렇게 정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반면, 이들이 보기에 페미니즘은 미국을 병들게 한 사탄 같은 ‘젠더 이데올로기’일 뿐이다. ‘십 대 임신’이나 ‘낙태’, ‘출산율 하락’, ‘약해빠진 남성들’과 ‘자녀 없는 고양이 애호가’들이 늘어난 이유가 페미니즘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이 모든 문제가 여성 평등권 운동의 성과로 1920년에 비준된, 즉 여성 참정권을 보장하는 수정헌법 19조 때문이라고 본다. 심지어 대표적인 미국 우익 싱크탱크 헤리티지 재단은 올 초 이성애 가정이 다른 가족 형태보다 우월하다고 규정했다.

 

보수적인 여성 인플루언서들도 이 백래시에 동참한다. 그들은 그동안 여성이 교육이나 직업 선택의 자유를 가질 수는 있었지만, 정작 얻을 수 있는 것은 박봉에 불안정한 일자리일 뿐이라고 지탄한다. 더구나 직장에 다녀도 집안일을 해야 하는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기는 더욱 힘든 일이 되었다며 현실을 제대로 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게다가 가정을 꾸려도 남편과 같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게 아니냐고 반문한다. 스토킹과 가정폭력, 여성살해의 위협도 강조한다. 그래서 그들은 ‘아 옛날이여’를 외치며, 차라리 남성이 돈을 벌고 여성은 집안일을 하며 아이를 키우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마가와 기독교 민족주의

 

물론 그렇지 않다. 이러한 여성상은 트럼프와 마가(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세력이 주장하는 성차별적 이데올로기로, 그들이 내세우는 ‘기독교 민족주의(Christian nationalism)’의 핵심 개념 중 하나다. 그들의 성경적 가부장제는 직장과 가정을 분리하고 해야 할 일을 성별에 따라 나누어 지정성별 여성에게 재생산 부담을 전가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백인 남성 가장이 가정을 통제하게 하고, 신격화된 지도자가 통제하는 사회를 가정한다. 여기서 지도자는 물론 트럼프를 말한다. 기독교 민족주의자들은 근본적으로 미국이 기독교 국가로 건국됐으며 기독교적 가치가 정부와 공공생활 전반에 걸쳐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기독교 민족주의자들은 탈계급적 정체성 정치를 펴온 미국 민주당을 공격하면서도, 저임금이나 불안정한 노동, 실업, 열악한 사회안전망에서 비롯된 불만은 ‘시끄러운 여성’이나 ‘불법 체류자’들에게 돌려 유권자들을 결집시키려 한다.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할 현실의 문제를 개인의 신앙과 기도로 극복해야 할 문제로 바꿔 놓기도 한다. 이들은 노동자계급이 일하고 살아갈 권리를 무자비하게 공격해 온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가 낳은 문제를 사회적 약자 탓으로 돌린다.

 

기독교 민족주의는 트럼프 정부, 특히 2기 행정부 정책에 깊이 반영되었다. 애초 백인 중심의 복음주의 기독교는, 흑인 민권운동의 여파로 1970년대 이후 백인 사립학교 같은 특권적 제도를 유지하기 어려워지자 공화당을 지지하기 시작한 경과가 있다. 트럼프는 2016년 대선 과정에서 보수적인 연방대법관을 지명해 임신중지권 보장 판결을 뒤집겠다고 약속하면서 복음주의자들의 지지를 확보했다. 트럼프는 집권 후 자신의 공약을 실현했고, 2기에는 복음주의자들과의 관계를 더욱 강화했다.

 

“인사가 곧 정책이다”라는 워싱턴 정가의 말처럼, 실제로 트럼프는 2기에 극우 기독교인들을 대거 등용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복음주의 기독교인으로 지난 3월 국방부 기도회 및 공식 석상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이란 전쟁 승리를 기원했고, 이는 중세 십자군 전쟁을 연상시킨다는 비판을 받았다. 헤그세스는 펜타곤에 종교국을 만들기도 했고, 지난 7월에는 그가 다니는 복음주의 교회 목사 더그 윌슨을 초대해 월례 예배를 맡게 했다. 윌슨 목사는 노예제를 옹호하며, 동성애를 범죄시하고, 여성 참정권 폐지를 옹호한 자다. 그 외에도 한국과의 조선업 ‘협력’을 주도하는 러셀 보트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이나 스콧 터너 주택개발부 장관, 브룩 롤린스 농무부 장관이 모두 골수 복음주의자다.

 

2026년 8월 19일, 펜타곤에서 기도회를 주재하는 피트 헤그세스

 

주요 공화당 인물들도 기독교 민족주의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새뮤얼 알리토 대법관은 최근 기독교 민족주의의 상징으로 사용되는 ‘하늘에 호소하는 깃발’을 주요 공간에 게양해 논란을 낳았다. 루이지애나 공화당 주정부는 학교 교실에 십계명 게시를 의무화했으며, 같은 법이 텍사스·사우스캐롤라이나·유타 주에서도 추진되고 있다.

 

기독교 민족주의는 지난해 살해된 찰리 커크와 같은 수많은 극우 인플루언서의 지지를 받는다. 미국의 석유·가스 재벌인 팀 던과 윌크스 형제 등 자본가들도 기독교 민족주의자들의 정치 개입을 노골적으로 후원한다. 마가 집회에서 나치식으로 경례한 일론 머스크 역시 극우 세력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한다.

 

기독교 민족주의는 유럽 극우들에게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특히 영국에서는 최근 유명 반이슬람·반이민 활동가의 기독교 개종 선언을 비롯해 기독교 민족주의가 지지세를 부쩍 늘리고 있다.

 

소수자 짓밟아 표를 모으는 공화당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와 마가 세력은 기독교 민족주의 담론을 강화하고 있다.  트럼프는 예수 행세를 하며, 백악관에서 세금으로 기독교 복음주의 예배인 ‘재헌신 250주년 기념식’을 거행하고, 좌파들에 맞서 기독교를 지키겠다고 공언했다. JD 밴스 부통령은 미국을 ‘기독교 국가’라고 규정하며 무슬림의 확산이 미국의 정체성과 문명을 말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앨라배마주 공화당 정치인들은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모든 공립학교에서 매일 아침 학생 주도의 기도 시간을 의무화하는 주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네브래스카와 애리조나 주에서는 트랜스젠더 학생 운동선수가 자신의 성정체성에 맞는 팀에서 경기하는 것을 막으려는 주민투표안이 발의됐다.

 

하지만 트럼프 2기 내내 벌인 제국주의 전쟁과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 경기 침체로 마가세력 내에서도 분열이 일어나고 있다.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의 트럼프 지지도는 2기 취임 초에 비해 20%나 떨어졌다.

 

민주당 쪽에서는 ‘노 킹스 시위’를 주도하면서 선거로 트럼프를 심판하자고 한다. 백인 성직자 수십 명도 기독교 우파에 맞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다. 민주당 여성 지지자들은 트래드와이프 유행에 제동을 건다. 대표적으로 ‘린 인 페미니즘(Lean In Feminism)’으로 신자유주의적 페미니즘을 설파해 온 전 메타(Meta) 최고운영책임자 셰릴 샌드버그는 ‘트래드와이프’ 컨텐츠가 직장 여성들에게 해를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자유주의적 사회 재편을 가속하며 노동자 민중의 삶을 짓밟고, 트럼프에게 권좌를 안긴 민주당이 구원자가 될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아무리 ‘아 옛날이여’를 외친다고 해도 신자유주의가 지배적 질서로 자리 잡기 전 일부 백인 가장들이 받았던 두툼한 월급봉투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문제를 자본가계급이 만들었다면, 이를 해결할 주체는 투쟁하는 노동자계급 자신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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