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26일 금요일 저녁 7시 울산 동구 일산해수욕장 광장에서 HD현대중공업 이주노동자 투쟁문화제가 열렸다. 400여 명의 이주노동자들과 200여 명의 정주노동자들이 ‘임금삭감 반대’, ‘성과차등임금제 반대’ 요구를 내걸고 모였다. 참여자들은 “나쁜 계약 철회하라”, “임금삭감 철회하라”, “밥값 차별 하지마라”, “잔업 차별 하지마라”, “성과금 차별 하지마라”, “재계약을 보장하라” 구호를 우렁차게 외쳤다. “투쟁!”이라는 절절한 함성이 울산 동구 앞바다에 울려 퍼졌다.
울산이주민센터 김현주 센터장 동지의 한국어 인사와 금속노조 성서공단지회 차민다 동지의 스리랑카어(싱할라어) 인사가 투쟁문화제의 시작을 알렸다. 스리랑카, 베트남, 태국, 방글라데시, 우즈베키스탄, 네팔 등 여러 나라 노동자들과 정주노동자들이 환호했다. 무대 차량에서는 지난 6월 13일 이주민센터에서 열린 첫 집회를 시작으로, 17일 결의대회에서 이주노동자들이 밝힌 요구와 HD현대중공업에서 이주노동자가 겪는 문제들을 다룬 영상이 상영됐다.
사진: 스튜디오R 영상 캡쳐
투쟁문화제 현장에는 HD현대중공업지부와 사내하청지회 원·하청 노동자들과 울산지역 노동자들, 45인승 버스를 가득 채운 서울 연대버스 참가자들, 그리고 대구·경주·부산·청주·화성 등 각 지역 노동자와 노동·시민·인권단체들, ‘사람이왔다’ 소속 이주단체 등 많은 단위가 참여했다. HD현중 자본이 집회 참여를 막기 위해 잔업을 시켰지만, 이주노동자들은 늦은 시간까지 계속 집회장을 찾았다. 길게 늘어선 투쟁문화제 대오 옆 인도에도 상당수 이주노동자가 함께했다.
사진: Nter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의 발언으로 문화제가 시작되었다. 양경수 위원장은 한국 사회에 만연한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혐오와 폭력에 대해 참담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번 HD현대중공업에서 발생한 문제도 이러한 현실 속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으며, 하루속히 이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만약 해결되지 않는다면 민주노총이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HD현대중공업 사측을 향해 엄중히 경고했다. 또한 이주노동자들에게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보장했다면, 사측이 이 정도까지 탄압하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주노동자들은 “투쟁”이라는 구호로 환호했다.
사진: 스튜디오R 영상 캡쳐
이후 금속노조 김형수 부위원장이 이주노동자들 각국의 언어로 인사했다. “아유보완, 사와디캅, 신짜오, 헬로우, 반갑습니다.” 김형수 부위원장은 이번 HD현대중공업 이주노동자들의 투쟁에 금속노조가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미 이주노동자들은 한국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한국 사회의 일원이라고 했다. 이제는 이주노동자들도 목소리 낼 차례가 왔고, 금속노조의 이주노동자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부서 설립 등 소식을 알리며 이주노동자들에게 당당하게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서 함께 목소리 내자고 했다. 포기하지 말고 더 나아가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함께 싸우자고 외쳤다.
사진: 코이
무대 영상에는 충북지역에서 활동하는 '삶과노동을잇는배움터 이짓'의 제안으로 '비정규직없는충북만들기운동본부'에서 조직한, HD현대중공업 이주노동자 투쟁을 지지하는 많은 동지들의 지지 인증샷이 나왔다. 이주노동자들은 누구보다 큰 목소리로 “투쟁”을 외치며 기뻐했다. 500여 노동자의 환호와 휘파람, 팔뚝질, 그리고 ‘나쁜 계약 철회하라’ 등의 피켓이 광장을 가득 메웠다. 현대중공업지부 몸짓패 차오름의 공연은 투쟁에 힘을 더했다. 이주노동자들은 피켓을 들고 붉은 깃발을 흔들었다. 각 지역에서 온 연대 동지들의 깃발과 어우러져, 밤바다는 깃발과 함성으로 뒤덮였다.
사진: 스튜디오R 영상 캡쳐
HD현대중공업 스리랑카 이주노동자 대표자들이 무대에 섰다. 한 노동자가 마이크를 잡고 스리랑카 노동자들과 만국의 노동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문화제 현장을 염탐하는 관리자들에게도 함께하자고 했다. 이어,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대기업 HD현대중공업은 악질적인 노동탄압으로도 유명하다고 했다. 그래서 임금삭감과 온갖 탄압에 맞서 이렇게 모인 것이라고 했다. HD현대중공업은 많은 이익을 챙기지만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았고, 정주노동자들도 이주노동자들처럼 탄압받을 수 있다며 저임금 나쁜 계약을 강요하는 사측에 맞서 함께 싸우자고 했다.
사진: 스튜디오R 영상 캡쳐
사진: 스튜디오R 영상 캡쳐
마이크를 잡은 스리랑카 이주노동자 대표는 현 정부의 반노동 정책도 꼬집었다. 이주노동자들이 극심하게 차별당하는 현실에 대해, 대통령이 말뿐 아니라 행동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했다. 저항할 수 없는 처지로 인해, 작년에 아주 많은 이주노동자가 본국으로 귀국했다고 한다. 한국에서 일하다 돌아온 노동자가, 심지어 이스라엘과 같이 전쟁 중인 나라로도 다시 일하러 간다고 했다. 본국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경우에는, 미등록노동자로 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중공업에 성과차등임금제를 강요하는 ‘나쁜 계약’을 철회하고 이주노동자들을 인간답게 대우하라고 요구했다. 3년 동안 삭감된 임금 30%를 회사가 모두 가져갔다며, 회사는 삭감된 모든 임금을 노동자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고 했다. 이주노동자들은 환호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국에서 이주노동자들뿐만 아니라 모든 노동자가 법적 권리를 보장받기 바란다는 말로 발언을 마무리했다. 이주노동자들은 박수와 투쟁으로 화답했다.
지난 두 번의 집회는 모두 스리랑카 노동자로 채워졌으나, 이번 집회에는 스리랑카 노동자들은 물론 100여 명의 베트남 노동자들도 참여했다(태국, 방글라데시, 우즈베키스탄, 네팔 노동자들도 참여했다). 단결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하루 전 이주노동자 기숙사 앞에서 진행된 금속노조·현대중공업지부·사내하청지회·이주노조 공동 선전전에서도, 이미 베트남 노동자들은 함께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베트남 노동자가 발언을 신청했고, 마이크를 잡았다. 성서공단지회 윤다혜 사무장 동지가 통역을 맡아주었다.
사진: 스튜디오R 영상 캡쳐
발언한 베트남 노동자는 베트남 노동자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 노동자가 임금을 삭감당하고,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다고 했다. 사측이 ‘계약 연장이나 비자 연장을 해주지 않겠다’는 등 협박을 일삼고 있으며, 조선소에서 일하는 것도 힘든데 임금도 삭감된다고 한다. 또한, 잘못된 현 제도 때문에 이주노동자들이 미등록 상태로 내몰리고 있으며, 베트남 노동자들이 이 투쟁에 함께할 수 있도록 하자고 했다. 베트남 노동자는 한국 대통령은 ‘이주노동자들도 정주노동자들처럼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으며, 사업주들 또한 노동자들을 정당하게 대우했으면 좋겠다며 발언을 마쳤다.
발언이 끝날 때마다 이주노동자들의 환호와 박수가 이어졌다. HD현대중공업의 악랄한 탄압에 대해, 이주노동자들은 할 말이 많았다. 모인 이주노동자들 모두 자신들이 원하지 않았음에도 개악된 근로계약서에 서명해야 했다는 점에 공감했다. 이주노동자들은 어쩔 수 없이 근로계약서 변경에 서명했다고 한다. 서명하지 않으면 다른 곳에 취업하지 못하게 하거나, 본국으로 쫓아내겠다는 협박을 일삼았다고 한다. 문화제 현장에서는 ‘근로계약서 변경 서명은 무효’라는 연서명이 이어졌다. 모인 이주노동자들이 서명하는 동안, 스리랑카 노동자들의 노래 공연이 이어졌다. 스리랑카 역사가 담긴 노래라고 한다. 노동자들은 일어서기도 했고, 깃발을 흔들고 피켓과 주먹을 치켜들기도 했다. 베트남 노동자의 즉석 노래 공연도 이어졌다. 문화제는 참석한 노동자들의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사진: Nter
사진: 스튜디오R 영상 캡쳐
공연 후에는 6월 13일부터 매번 연대한 경남지역 스리랑카 노동자가 발언했다. 그는 오늘의 투쟁이 힘들더라도 끝까지 싸우면 이길 수 있다고 힘을 보탰다.
끝으로 지난 이주민센터 집회, 그리고 고용노동부 앞 집회에서 밝힌 결의가 담긴 영상을 시청했다. 그리고 다음 주 일요일인 7월 5일 14시, 현대중공업 정문 앞에서 전국이주노동자 결의대회 개최를 알렸다. 대오는 투쟁의 열기 가득한 서로를 향해, 푸른 밤바다를 향해 소리쳤다. “7월 5일”, “모이자!”, “현대중공업”, “정문에서!” 참여자들은 함성과 박수, 투쟁의 외침으로 문화제를 마무리했다.
HD현대중공업에서는, 정주노동자조차 두려움 때문에 탄압에 맞서 목소리를 내기 힘들어하기도 한다. 그러나 더 열악한 조건에서도 자신이 처한 착취와 차별의 현실에 맞서 당당히 목소리 내는 이주노동자가 있다. 이주노동자들의 용기는 대단했다. 자본의 착취에 맞서 노동자가 내딛는 역사의 큰 걸음이다. 6월 26일 투쟁문화제에 참가한 참가자들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투쟁의 용기를 잃지 않고 반드시 노동자의 권리를 쟁취하도록 함께하자. 성과차등임금제, 분열과 차별, 착취에 맞서 일어선 이주노동자들 앞에 ‘단결’과 ‘연대’로 화답하자!
나쁜 계약 철회하라!
임금 삭감 철회하라!
밥값 차별 하지마라!
보너스 차별 하지마라!
잔업 차별 하지마라!
재계약을 보장하라!
투쟁!
7월 5일 모이자!
현대중공업 정문에서!
사진: N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