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 13일, 경상남도청이 있는 창원에서 “613 정의로운 전환 노동자•시민 대행진”(이하 613 대행진)이 열린다. 공공재생에너지 확대와 발전노동자 총고용 보장의 요구를 걸고 전국의 발전 노동자, 연대 시민들이 함께 모일 예정이다. 공공운수노조 발전HPS지부는 2024년 남부발전을 대상으로 한 파업 투쟁을 포함해, 발전소 폐쇄 국면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계속 싸워왔다. 613 대행진에서도 주요 주체로 나설 예정이다. 613 대행진을 앞두고 박규석 지부장과 김영구 하동지회장을 만나, 희망 고문이 반복되는 현장의 분위기·폐쇄를 명분으로 한 인력 부족의 실태·613 대행진 조직 과정에서의 고민 등을 들어보았다.
경남 하동 발전소가 올해 6월에 폐쇄가 될 예정이었다 전쟁을 이유로 갑자기 순연된 상황인데요, 폐쇄 관련 얘기가 오가는 상황 속 현장 분위기는 어떠한가요?
김영구: 중동 전쟁으로 인한 가스 공급 차질에 대비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하겠다는 명분으로 하동 1호기가 내년 3월로 폐쇄가 연기되었습니다. 향후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현장의 불확실성은 더 커졌습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시점이 되어서야 실제로 폐쇄되는지 알게 되는 상황에 저희 조합원들이 놓여있기 때문입니다. 고용불안 해소 대책 없이 폐쇄 시점만 미뤄진 상황이 ‘희망고문’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죠.
발전HPS지부는 폐쇄에 대해 발전 5사가 책임져라고 파업 투쟁을 진행했습니다. 고용 보장을 위한 TF를 꾸린다는 성과를 쟁취한 바도 있습니다. 폐쇄 시점이 다가온 지금, 관련 논의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박규석: 파업 이후 작지만 하나의 성과로, 폐쇄 시점이 오기 전 고용보장 협의체를 구성한다는 것을 HPS로부터 따냈습니다. 조합원들이 원하는 곳에 전환 배치하도록 ‘노력한다’고 한 점, 원청 남부발전을 협의체에 강제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있습니다. 올해 초에 전환 배치 논의를 위해 협의체 논의를 시작하려 했는데요, 시점이 연기되면서 협의체 논의도 미뤄졌습니다. 올해 말부터 본격 논의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노조 차원에서는 조합원들과의 개별, 집단 면담을 진행했고, 이를 기반으로 요구안은 어느 정도 정리했습니다. 조합원들과는 최대한 1:1로 면담을 진행했습니다. 개인 면담을 하니까 궁금한 점도 자주 묻고 자기 얘기도 하더라고요. 면담하면서 느낀 건데요, ‘카더라’로 도는 소문 중에 잘못된 정보가 많더라고요. 그런 것들 바로잡아주고, 최대한 조합원들이 원하는 곳으로 배치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계속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발전소의 순차적 폐쇄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한 번에 폐쇄되는 건 아니기에 대량 구조조정으로 즉시 이어지는 양상은 아니긴 한데요, 이것이 조합활동에 어떤 영향을 끼친다고 보시나요?
박규석: 말씀하신 것처럼 한 번에 모든 발전소가 폐쇄되는 건 아닙니다. 하동의 경우 1호기가 먼저 폐쇄되고 순차적으로 2, 3호기가 폐쇄되잖아요. 회사가 인원을 애초부터 적게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2호기 폐쇄 시점까지는 폐쇄에 따른 유휴 인력을 같은 발전소의 다른 호기로 배치하는 등 어느 정도 감당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발전소는 점차 폐쇄되고 노동자들이 갈 곳은 점차 줄어들 것입니다. 하동의 경우 3호기가 폐쇄되는 시점부터 실질적인 해고 흐름이 본격화할 거라 보고 있습니다. 물론 그때 되어 대응하면 너무 늦죠.
한편으론 어려운 부분이, 조금씩 하나하나 폐쇄되니 잘 와닿지 않는 거예요. 고용불안은 분명 실존하는데, 한편으론 아직 여기서 일하고 있는 거잖아요. 노동자들로 하여금 소극적인 분위기를 유도하는 게 분명히 있는 거 같아요. 올해 613 대행진에서도 우리가 가서 목소리를 내야 하는데, 폐쇄 일정이 순차적이라는 것이 투쟁 조직에도 어려움으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현재는 투쟁 동력이 약간 떨어진 상태이긴 합니다. 발전소 순차적 폐쇄가 조직에 어려움으로 작동한 부분도 있고, 다른 한편으론 저희만 싸우다 보니까 힘이 약해진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몇 년째 싸우고 있지만 피부에 와닿는 변화가 아직 없는 것도 영향을 끼치는 것 같고요. 그래도 계속 같이 싸우자고 조직해야겠죠.
폐쇄를 명분으로 인원을 뽑지 않는 것은 지역을 불문하고 나타나는 현상인 것 같습니다. 인력 부족에 따른 노동강도 증가, 안전 위협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현장에서 어떻게 느끼고 계신가요?
박규석: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이슈 때문인지 현장에 신규 인원이 잘 안 들어와요. 경력이나 기술이 검증된 사람을 데려오는 것은 더더욱 어렵습니다. 사람이 빠지면 인력을 채우는 건 회사의 당연한 의무입니다. 하지만 회사는 노동조합이 이야기하지 않으면 안 합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가만히 있으면 그게 돈이잖아요. 발전소와는 이미 인건비 계약을 다 했으니까요. 하동만 문제가 아닐 거예요. 다른 곳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제가 느끼기엔 한 20% 부족한 상태로 계속 유지되는 거 같아요.
회사가 다른 사업장으로 파견 보내는 경우도 있어요. 그러다 하동 현장에서 돌발 상황이 생기면 대처할 인원이 없는 거죠. 오버홀과 같은 공사를 할 때도 인원을 새로 뽑아야 하는데, 여기 있는 사람 그대로 쓰는 거예요. 얼마 전에 광양 SK이노베이션 E&S 발전소 물량 일부를 HPS가 수주했습니다. 그런데 하동이 폐쇄될 거라고 예상해서인지 여기 있는 사람을 광양으로 빼간 거예요. 아직은 폐쇄가 안 되었으니 빼가면 안 되잖아요. 거기서 따로 인력을 채용해야 하는 게 맞는 거죠.
최근 폐쇄가 예고된 발전소의 기동정지 빈도가 잦아졌어요. 기동정지 하는 시간 동안 누군가는 계속 대기해야 합니다. 돌발 상황이 터지면 보고하고 필요한 조치를 한다는 목적으로 사람을 세우는 거죠. 안 그래도 사람이 부족한 상태에서 누군가 대기해야 해서 빠지게 되면, 남은 인원들이 더 많은 일을 해야 하는 일도 생기고 있습니다.
HPS지부는 계속해서 원청 발전 5사가 책임지라고 싸워오고 있습니다. 동시에 HPS와도 교섭투쟁을 이어오고 있는데요, 요구안 설정 및 진행 과정과 관련하여 고민이 있으시다면?
박규석: 폐쇄 계획이 되었든, 물량에 대한 배치가 되었든, 정부와 발전소가 주는 메시지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나라에서 운영하는 발전소지 않습니까. 정부에서 책임은 당연히 져야 하죠. 실제로 저희가 정의로운 전환 내걸고 파업할 때도 회사는 ‘발전사하고 이야기해라, 우리는 힘이 없다.’라고 이야기해요. 석탄발전소 폐쇄를 정부에서 발표한 그 시점부터 현재까지 저희의 기조는 변함이 없습니다. 조합원들한테도 항상 정부 책임을 강조하면서 조직하고 있습니다.
교섭의 경우 현재 HPS를 대상으로 교섭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에 발전 비정규직들이 연계해서 같이 노정 교섭을 요구하자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쉽지 않았어요. 교섭창구단일화, 원청 사용자성 인정 등 절차도 복잡하기도 했고요.
살인적인 더위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작년엔 산불도 경남에서 크게 났고요. 우리가 위기를 실제로 체감하는 거죠. 올해 총연맹이 하는 기후정의 캠프에 갔는데요, 휴게공간, 작업중지권 등의 의제를 단체협약에 넣는 것이 필요하다는 강의를 들었습니다. 정부에서도 폭염 시 작업을 멈추고 쉬어라는 지침이 내려오잖아요. 현장에서는 이를 준수하지 않을 때가 매우 많아요. 발전소 내부는 엄청 더운데 휴게공간도 별로 없어요. 휴게공간 마련하고, 위험할 때 작업을 쉴 수 있도록 강제성을 갖게 하는 게 필요하단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노조의 힘이 지금보다 약할 때는 원청의 갑질이 더욱 심했고, 노동자들도 위험 작업을 거부하기 더욱 힘들었습니다. 저도 위험 작업 거부를 가지고 현장에서 많이 싸우기도 했어요. 인식은 많이 바뀌었지만, 그래도 현장에서 작업중지권의 강제성이 없어요. 작업자들이 위험하다고 작업 못한다고 말하면 이를 현장에서 딱 들어주도록 하는 것이 필요해요.
폐쇄가 수년 동안 지속되는 상황이지만, 일은 계속 해야 합니다. 우리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들을 계속 만들고 싸우는 것이 조합의 단결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러한 내용을 단협에 포함할 수 있도록 싸움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613 대행진을 앞두고 현장에서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요?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박규석: 613 대행진에서는 발전소 폐쇄 국면 총고용보장과 공공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핵심 요구안으로 내걸고 있습니다. 공공재생에너지 전환이란 요구를 이해 못 했던 조합원들도 초기엔 있었어요. 이것이 무엇이고 왜 필요한지 등은 인식하고 있습니다. 단어가 어려운 게 아니에요. 피부에 와닿아야 하는데 아직은 그렇지 못한 점에서 비롯한 거예요. 실제로 공공재생에너지 발전소가 우리 일자리가 될까 회의적인 조합원들이 꽤 있는 거죠.
현재 조합원들이 여유가 없어요.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노동강도도 강하고, 너무 바삐 일하기 때문입니다. 일하다가 집에 가면 곯아떨어지고 하다 보니 같이 전망을 그릴 여유가 없어요. 그럼에도 열심히 조직하고 있습니다. 폐쇄와 고용 보장의 경우 어쨌거나 우리의 일이니까 우리가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하는 과제가 많은 거 같습니다. 일상 활동도 잘 해야 하고요. 마지막으로 함께 연대해 주는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도 큽니다. 같이 하니까 저희도 힘이 납니다. 함께 613 대행진을 잘 조직하면 좋겠습니다.
김영구: 총고용보장, 고용승계 너무 중요합니다. 고용승계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기존에 100을 받았다가 폐쇄를 이유로 그만큼 못 받으면 정의롭지 않은 것입니다. 그게 후퇴하지 않는 선에서 정의로운 전환이 이뤄지는게 필요합니다. 613 대행진이 이를 위한 매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