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2일, 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선반 작업을 하다 사망한 고 김충현 노동자의 1주기가 지났다. 발전산업에 만연한 위험의 외주화는 석탄발전소 폐쇄에 따른 고용불안과 맞물리며 김용균에 이어 또 다른 죽음을 초래했다.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이재명 정부 취임과 동시에 시작된 김충현 투쟁은 청와대로 대통령실을 옮긴 1년 뒤에도 여전히 정부를 상대로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1년이 지나도, 지방선거로 지역사회가 소란스러워도 석탄발전소 폐쇄 지역 노동자들과 지역 주민들의 생존권은 항상 뒷전이었다.
오는 6월 13일, 창원에서 613 정의로운 전환 노동자•시민 대행진이 열린다. 공공재생에너지 확대! 발전노동자 총고용 보장! 요구를 걸고 전국의 발전노동자, 연대 시민들이 함께 모일 예정이다. 7월에는 원청교섭 쟁취를 위한 민주노총 총파업도 예정되어 있다. 613 대행진과 7월 총파업을 앞두고 공공운수노조 한전KPS 비정규직지회 김영훈 지회장을 만나, 현재 상황과 과제를 들어보았다.
1. 지난 6월 2일 故 김충현 노동자의 1주기가 있었습니다. 김충현 대책위는 지난주를 故 김충현 1주기 추모주간으로 선포하고 1주기 추모를 진행했습니다. 지난 1년간의 투쟁을 돌아보며 느끼시는 생각이나 평가가 궁금합니다.
지난 6월 2일 김충현님의 1주기를 맞아 납골당에 참배를 하고 왔습니다. 그날 태안에 비가 많이 왔어요.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지난해 태안화력발전소 앞에서 다음 해에는 좋은 결과를 가져오겠다고 다짐했었는데, 1년 동안 투쟁을 해왔지만 아직까지 결과물이 없다는 것을 생각하니 뭐라 말씀드리기가 참 어렵더라고요.
전체 발전소까지는 아니어도 현장 노동자들이 조금씩 힘을 실어주려 하고 있어요. 지난 투쟁의 결과물들이 작게나마 모여 거대한 발전소 산업구조를 바꿀 수 있는 기틀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희 투쟁이 발전소랑 깊게 연결되어 있고, 노조가 많이 투쟁하며 그만큼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합니다. 더 열심히 해야겠죠.
(투쟁에 대해) 아직 현장 노동자들이 동요하거나 고민하고 계시는데, 대부분 노동조합에 대해 잘 모르고, 사측의 질서에 관행적으로 순응을 해왔던 분들이세요. 투쟁을 통해 노동조합에 대한 인식이나 사측에 의해 억눌려왔던 틀을 깨면서 현장에서는 ’이제는 내 일자리가 없어지겠다’, ‘이제는 참으면 안되겠구나’와 같은 인식이 생기는 것 같아요.
발전소 폐쇄가 이미 진행되고 있는 현장이 많아요. 발전소 폐쇄가 진행되고 있는데 노조에서 뒤늦게 발견한 곳, 이미 하청노동자들이 떠나고 소수만 남아있던 곳도 있었어요. 현장에 직접 방문하여 말씀을 들어보면 ‘잘 몰랐다’, ‘대응하는게 쉽지 않았다’, ‘노조를 이제야 알게 되어서 활동하겠다’는 분들이 많이 있어요. 그래서 올해에는 결과물들이 더 많아질 것 같고, 차츰차츰 한 발짝씩 더 나아가야 될 것 같습니다.
지난 1년간의 투쟁을 거치며 새롭게 조직된 현장이 있나요?
기존에는 강릉, 인천, 태안분회가 있었고, 올해 1월에 서인천, 신인천, 영흥, 삼천포, 하동 5개 분회가 새로 만들어졌어요. 태안처럼 수십명 규모의 분회는 많지 않고, 대부분 10명 내외입니다. 현장을 순회하고 선전물을 배포하면서 교류를 시작하고 자주 소식을 주고받게 된 노동자들이 생겼어요. 특히 한전KPS 하청업체로부터 해고, 임금삭감을 당하거나 노동조건이 열악한 곳에서 연락을 많이 주셨어요.
직접고용, 발전소 폐쇄 등 사안을 중심으로 노조 가입 홍보를 진행했습니다. 발전소 폐쇄에 따른 인력감축과 해고에 대응하기 위해 노조에 가입해 함께 투쟁한 곳도 있어요. 서인천이 해고를 직접 겪었는데요, 발전산업 고용안전협의체 합의문에 따르면 직접고용 대상자들인 하청노동자들은 직접고용이 되기 전까지는 고용이 유지되어야 해요. 이에 따라 원래대로라면 고용이 연장되어야 하는데, 한 업체가 일방적으로 해고 통보를 하면서 상황이 틀어진 거죠. 이걸 투쟁으로 바로잡아서 복직이 이루어졌고 이후 발전소에 현재까지도 쭉 다니시고 계십니다.
안타까운 것은 전체 발전소 현장에서 임금착복이 많이 일어나고 있어요. 하청노동자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하며 임금착복 구조들이 드러났고, 이에 관한 현장 선전전을 해오고 있습니다.
2. 김충현 투쟁을 거치며 노사전협의체가 구성되었고, 협의를 이어왔습니다. 그러나 화력발전분야 직접고용 이행 시한인 2026년 5월 31일이 지났지만, 노사전협의체 합의 및 직접고용 이행, 이행점검기구 구성은 김충현 노동자의 1주기(6월 2일)가 지난 이후에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현 상황과 원인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김충현 1주기 추모주간 투쟁의 배경에는 노사전협의체를 주관하는 정부 부처들을 압박하려는 목적이 있었어요. 특히 직접고용에 대한 노사전협의체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몇가지 쟁점들이 치열하게 오가고 있습니다. 이를 정리하기 위해 1주기 투쟁을 했지만 안타깝게도 현재까지는 쟁점이 좁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제일 핵심적인 쟁점은 노사전협의체에서 한전KPS 사측이 주도권을 최대한 가져가고자 하는 것입니다. 한전KPS는 정부와 대책위만의 결정으로 만든 합의문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합니다. 이를 기본 원칙으로 한전KPS 사측과 정규직 노조, 상급단체에서 대응을 하고 있습니다.
한전KPS 정규직 노조의 속내는 정규직으로 직접고용된 하청노동자들의 직급과 임금이 기존 정규직과 동일하거나 더 높다면 공정성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입니다. 시험을 치고 정규직이 된 입장에서 하청노동자들의 임금과 처우를 동등하거나 더 높게 쳐줄 수 없고, 하위 직급 혹은 별도의 직군으로 정규직 전환 설계를 해야한다는 것이 핵심이에요. 사실상 하청노동자들이 발전소를 떠나게 만드는 환경을 조성하려는 것으로 읽힙니다.
별정직 등 직급으로 직접고용이 이루어지면 사실 하청업체의 위계질서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언제나 발전소 현장에서 떨궈낼 수 있는 조건들이 남게 되고, 저희로서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아요. 하청노동자들은 평균 근속이 10년이 넘을 정도로 수십년간 발전소를 지켜왔습니다. 발전소가 폐쇄되는데 기존의 직급들과 다르게 설계되었던 이유로 하루아침에 발전소를 떠나야 한다는 것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정부는 한전KPS 사측과 대책위 편을 오고 가며 협상을 타결하려는게 목적인데, 저희 입장에선 정부가 한전KPS에 너무 휘둘리는 것 같아요. 공공기관의 잘못을 정부가 바로잡기 위해 강제할 건 강제해야 하고 한전KPS가 잘못한 것에 대해선 뜯어고쳐야 하는데 말이에요.
현재 한전KPS 사장 채용 공고를 하고 있고 곧 바뀔 예정인데, 기존 사장은 저희와 굉장히 대립을 해왔어요. 시기를 지켜보면서 투쟁의 방향을 정하고 강력하게 목소리 낼 순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이전까지는 현장 조직화를 최대한 하면서 노조 가입을 망설이는 분들을 상대로도 조직화를 하고, 적절한 시기에 더 강력한 투쟁으로 기회를 잡아보려 합니다.
3. 2025년 12월 31일 태안화력 1호기가 폐쇄되었습니다. 태안화력 폐쇄에 따른 발전소 인력감축과 지역사회의 침체가 예상되는 가운데, 지역과 발전소 현장의 분위기는 어떠한지 알고 싶습니다.
현장에서는 소문으로만 들어왔던 발전소 폐쇄를 직접 경험하며 불안이 강해졌어요. 폐쇄 당일 폐쇄식에서 굴뚝 연기가 꺼지는 것을 직접 보면서 현장 노동자들이 발전소 폐쇄가 진행되는 것을 체감한 것 같아요. 하청노동자들은 ‘내게 영향이 있겠구나’, ‘확실하게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일방적으로 (일터에서) 나가 떨어지겠구나’ 등의 감각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아요.
다른 분회를 통해 타 지역의 소식을 들어보면 태안의 5년, 10년 후의 미래가 (먼저 발전소 폐쇄가 진행되어온) 남부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어요. ‘저렇게 되면 안되는데’ 하며 경각심은 느끼지만 지역사회에서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지 생각하면 답이 없는 것 같아요. 지자체의 경우 태안군은 관심 밖이고, 충남도청은 요새 저희가 하도 크게 떠들어대니까 법 제정을 이야기하는데 그 내용이 지원정책에 그치는 수준이라 실용성이 의심스럽습니다.
지역사회는 참 힘든 상황이에요. 발전소 폐쇄로 자영업자분들도 더 힘들어지는 게 예상됩니다. 제가 자주 가는 식당들도 폐업했어요. 이런 악순환 속에서 젊은 사람들은 다 떠나려 하고, 지역에는 돈 많은 사람들만 남게 되면서 더욱 보수화되는 것 같아요. 이번 지방선거엔 좀 바뀌려나 기대했는데 바뀌지 않더라고요. 지역 유지들이 터줏대감처럼 자리잡고 있으니 쉽지 않아요.
4. 오는 6월 13일 정의로운 전환 노동자/시민대행진이 열립니다. 613 행진은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발전노동자 총고용 보장 요구를 담고 있으며, 이는 2024 충남행진, 2025년 531 행진/발전비정규파업의 연장선에 있기도 합니다. 613 행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나 필요를 느끼는 것은 없는지, 613 행진이 어떤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는지 궁금합니다.
613 행진은 발전소 폐쇄를 중점으로 정의로운 전환, 지역사회의 목소리 반영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태안의 경험을 떠올리면, 지역사회 이야기를 할 때 지역에 파고드는 이야기들을 했어야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아요. 지역사회에 발전소 이야기를 할 때, 자영업을 겸업하는 발전소 노동자를 통해 사안을 알리거나, 서산 등 인근 지역이나 타지에서 오신 분들을 상대로 ‘결국 우리도 발전소 때문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사람들이기에 지역사회의 일원이다.’라고 설득하는 과정이 있었어요. 한편으론 태안, 하동, 삼천포 등 발전소 지역이 살려면 지역사회가 같이 연대해 대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잖아요. 그런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문구를 잘 정해야 할 것 같아요. 발전소 이야기를 담는 동시에 시민들에게 좀 더 친근하게 와닿을 수 있는 이야기가 필요한 것 같아요.
지역사회에서 기후운동과 연계할 때 대중교통 등 명확한 정책적 로드맵이 있어야 할 것 같아요. 그런 비전이 없다면 지역사회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 같아요. 기후의제가 교통, 주거 문제 등 일상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깨닫게 만드는 이미지를 그려주는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런 부분이 작은 지역일수록 많이 모호한 것 같아요. 태안의 경우는 해상풍력을 갖고 끌고 갈 수 있는데, 다른 지역의 경우 어떤 확장성 있는 의제가 있는지 잘 모르겠네요. 단순한 소상공인 지원 등 일부에 국한된 접근보다는 확장성 있는 의제가 좀 더 보편적으로 활용될 수 있으니까요. 모든 시민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단순명료한 의제가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지난 531 행진을 했을 때 지역사회를 시끄럽게 만들어 사안을 공론화시킨 후에, 이 주제를 가지고 지역사회를 파고들고 싶었어요. 마을회관 같은 곳에 사람들을 불러모아서 인사드리며 찾아뵙고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역 주민들이) 조금씩 상황인식을 하게끔 만들어가며 어떤 것이 지역사회에서 유리한 대응이 될 수 있을지 판단을 열어놓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번 6.13 행진도 일회성 집회로만 끝나는게 아니라 이 의제를 들고 지역사회를 파고드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간담회를 진행한다거나 지역사회의 활동가들과 연계되는 등의 방식으로요.
노동조합도 많이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노동자들을 총동원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일단 발전노동자들이 모이기 쉽지 않아요. 발전사와 하청업체들이 분할되고 민영화되어 서로 경쟁하는 배경이 있는데, 의도적인 설계가 있죠. 자본의 영향이 엄청 큰 것 같아요.
현장에선 발전소 물량경쟁이 여전하고, 발전소 폐쇄에 대해 여전히 많이 체감을 못하고 있어요. 오히려 사측에 의존하게 되는 모습들을 많이 봐요. 노동조합에게 물량 따오는 것이 우리가 살길이라는 이야기들도 많이 하고요. 발전소 민간하청이 여러 캐피탈이나 사모펀드와 연계가 되어있는데, 업체를 합병시키거나 볼트온(Bolt-on)으로 묶어 덩치를 키우려 한다는 소문들이 도는 등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특히나 저희 협의체에서 정부와 한전KPS의 합의 내용 중에는 물량과 연계되는 합의들도 있어요. 정부와 사측이 대책위에 문구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 민간업체를 일부 보전한다거나 기술이전을 한다는 등으로 쉬쉬하고 있는 것도 있어요. 저희 의제와 맞물리는 것도 있어서 이렇게 흘러가면 좋지 않은 것 같아요. 발전비정규직연대도 많이 반성해야 할 것 같아요. 합의 문구를 다 까발리고 발전노동자들이 전면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잘 준비가 안 되어있는 것 같아요.
물량경쟁 문제에 대해 추가로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물량의 경우 훨씬 복잡한 이해관계가 형성되어 있어요. 정부 부처의 정책적 관행, 민간사업자들, 그리고 민간사업자들의 배후에서 자본을 투입하는 사람들까지, 이 모든 게 전체 발전소 폐쇄와 맞물려 있고 결국에는 고용과 직결되는 문제들로 이어지고 있어요.
정부는 민영화 기조를 유지하고 있고, 재생에너지 전환에 대해 말로는 중요하다 하지만 정부 돈으로는 하지 않으려 해요. 재생에너지, 특히 해상풍력 같은 경우 설비부터 해저케이블까지 비용이 만만치 않고 이 모든 걸 정부 자금으로 하려먼 세금을 걷어야 하는데 그러면 표는 안될테니 민간 자본을 끌어다 쓰는거죠. 우리 입장에선 정부, 특히 발전공기업이 천문학적인 이윤을 거두고 있는데 왜 쓰지 못한다는 건지 안타까워요.
결국엔 이 점에서 한전KPS나 발전공기업이나 정부나 똑같은 것 같아요. 한전KPS가 정규직 노조와 하청업체를 활용해 자신들의 주장을 대신 전하는 것처럼, 정부와 연계된 민간사업자들에게 ‘정부가 지원해줄테니 힘좀 써보라’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식으로 민영화 기조가 관철되고 있어요. 자본은 여기에 더해 전문 경영컨설팅을 통해 펀드와 캐피탈을 만들고, 거기에 포진된 대기업들이 덩치를 불리며 물량도 따오려 하고 많이 힘을 쓰고 있어요. 발전소 현장에선 회사가 커지면 좋은 게 아닌가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데, 노동자 입장에선 제 살 깎아먹는 일이고 많이 방어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결국 인수합병이 될 때 누구를 쳐낼지 모르는 거잖아요. 희망퇴직 등이 있을 수도 있고요. 앞을 내다보면 어렵습니다.
지금 협의체에선 발전산업 다단계 하도급 구조 개선에 동의하면서 악덕 하청업체 퇴출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정부와 발전공기업에선 한편으론 ‘하청업체 민간사업자들을 보호해야 한다’, ‘하청업체를 일방적으로 없앨 수는 없다’며 컨소시엄을 만들려 하고 있어요. 이런 것처럼 민간 사업자들에게 몰아주려 하는 것이 많은 것 같아요. 기존 하청업체 구조랑 비슷하다고 생각하는데 정경유착이 의심되어요. 하청 사장들 이름 조회해보면 전직 한전이나 한전KPS 출신이고요. 많이 우려스럽고 공론화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생각합니다. 협의체 문구가 공개될 즈음이면 이야기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물론 저들이 이면합의를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합의 문구를 갖고 이야기를 꺼내면 어딘가에서 문제가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
발전소 폐쇄를 마냥 기다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정부도 발전소를 한 번에 폐쇄하면 큰일이 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야금야금 갉아먹듯 폐쇄하는 거잖아요. 순차적인 폐쇄에 따라 늦게 아니라 5~10년 바라보고 있는게 2~3년 후에 올 것을 생각하고 더 빠르게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미 2차하청이 먼저 얻어맞으면서 이 지경이 된거고요. 직접고용과 발전소 폐쇄 중 어느 쪽이 더 빨리 올지는 잘 모르겠지만 1년 이내로도 보고 있어요. 그 다음에는 민간의 차례가 될 테니 어떻게 대응할 건지 고민을 나눌 수 있으면 좋겠어요.
613 행진을 통해 서로 얼굴을 마주치고 부대끼는 자리에 현장 조합원도 올 테니 행진을 계기로 소식들이 현장에 더 많이 퍼져나갔으면 좋겠어요. 발전노동자만의 힘으로 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어려운 일이고, 기관을 상대로 하는 투쟁이기에 사회적 여론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올해도 많이 덥다고 하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기후위기나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어 우리가 바라는 사회적 여론이 형성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5. 김충현 1주기 토론회에 제출된 발전노동자 실태조사에서도 보듯, 발전소 간접고용 구조와 위험의 외주화는 김용균, 김충현 노동자의 죽음 이후에도 지속중입니다. 민영화/외주화 철회를 통한 하청노동자 정규직화, 경상정비 업무 재공영화 등의 요구가 현장 노동자들의 큰 공감대를 얻고 있습니다. 한편, 이러한 요구는 원청교섭 투쟁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2024년 발전HPS파업, 2025년 김충현 투쟁 모두 발전공기업, 발전사 원청을 향한 투쟁을 강조해왔다고 생각합니다. 원청교섭 투쟁, 그리고 원청교섭을 핵심 의제로 삼고 있는 7월 총파업을 어떻게 마주하고 있는지 굼금합니다.
재공영화의 경우 김용균 투쟁 이후 원칙적으로 이행했어야 하는데, 재공영화 없이 임금 처우만 개선이 되는 과정에서 재공영화 요구가 형해화되었어요. 고용조건이 한전KPS에 비해서도 꿇리지 않아 한전KPS로 굳이 가야 하냐는 분위기에요.
민영화, 외주화와 관련해선 요새 협의체의 영향인지 발전사들이 민간하청에게 2차 하청을 흡수하라는 공문을 보내고 있어요. 어쨌든 이런 것도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봐야 할 것 같은데, 마찬가지로 흡수 시 조건채용 여부, 임금, 처우 등에 대한 협의가 오가고 있기 때문에 발전비정규연대가 나서서 잘 주도를 해야겠죠. 그렇지만 지금까지는 쉽지는 않은 모양이에요.
원청교섭의 경우 발전사가 5개로 분할된 상태에서 어디를 상대로 원청교섭을 요구해야 할지 통일이 안되고 있어요. 현장별로 발전사가 다르니까 개별적으로는 어려울 것 같아요. 발전사 통합 시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기도 해요. 한전KPS비정규직지회의 경우는 한전KPS와 원청교섭을 시작했습니다. 3월에 원청교섭을 요구한 후, 전남지노위에서 5월 28일에 사용자성 인정 판단 결정문이 나왔어요. 한전KPS와 소송중이다보니 항소를 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한전KPS가 현장마다 교섭공문을 붙이더라고요. 절차적으론 6월 15일이 지나가면 정식으로 교섭할 수 있는 조건입니다.
법적 절차에 따라 모든 하청업체 사무실에 원청교섭 공고가 게시된 이후에 현장에서 문의 전화들이 많이 와요. 현장에선 이런 걸 처음 겪다보니까요. 원청교섭에 대해 설명하고, 원청교섭을 위해선 노동조합이 필요함을 알리며 조직화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발전사 분할 조건에서 전국에 산재한 현장을 지회 자체의 여력으로 소화하는 것이 상당히 어려워보입니다.
하청업체 사측의 경우 역설적으로 그냥 유령회사다보니까 임금을 제외하고는 사실 노동조합 활동에 관심이 많이 없어요. 대부분 교섭을 처음 해보는 업체들이에요. 그래서 대부분의 하청업체들에서 노동조합 활동에 대해 크게 제약을 받고 있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소규모 지회이기도 하고, 5~6명이 일하는 현장에서는 한명이 빠지면 일이 안되는 조건에서 노조활동을 위해 현장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아요. 태안에서는 3~4명이 빠져도 일이 커버가 되는데 나머지 분회에선 여건 자체가 안돼요. 간부 중심으로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어요. 민간의 경우는 저희보다 훨씬 통제가 심해요. 타임오프도 인원에 비례해 작게 부여되고 소수노조다보니 제약이 많아요.
한전KPS비정규직지회 역시 7월 총파업에 집중적인 힘을 써보고자 쟁의권을 확보하려 하고 있어요. 6~7월을 거치며 분회별로 쟁의권을 확보하려 하고 있습니다. 원청교섭 자체론 쟁의권 확보가 어렵지만 하청은 가능한 상황입니다. 특히 악덕 하청업체들을 상대로 쟁의권을 확보하여 현장의 힘을 최대한 끌어가려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