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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전쟁위기와 지속되는 가자 학살
지속되는 가자학살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전역에 공중 폭격, 지상과 해상폭격을 이어가고 있고, 이로 인해 민간인 시설과 주거지 파괴, 대량 난민 발생, 민간인 사망과 부상이 증가하고 있다. 가자지구 보건부(MOH)에 따르면 10월 7일 이후 현재까지 최소 34,845명이 사망했고, 77,368명이 부상당했다.
가자지구 최대 병원인 알 시파(Al-Shifa) 병원에서는 2주간 이스라엘 점령군의 공격 이후 400여 구의 시신이 발견됐고, 가자지구 남부 나세르 병원에서는 283명의 시신이 파묻혀있던 집단무덤이 발견됐다. 4월 12일부터 15일 사이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다수의 피난민이 대피해 있는 중부 누세라트 난민촌과 라파 동부 지역을 공격하여 163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고 251명이 부상당했다. 이스라엘은 피난민이 심각하게 밀집된 라파에 대규모 지상군 투입을 공언하고 있다.
UN 팔레스타인 난민 구호기구(UNRWA)에 따르면 3월에 가자지구로 들어온 트럭은 하루 평균 161대에 불과하며, 가자 주민 절반인 110만 명이 재앙적인 식량상황에 놓여있다. 서안지구에서도 이스라엘의 불법행위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 해 10월 7일 이후 지금까지 서안지구에서 최소 489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이스라엘 점령군과 불법 정착민들에 의해 살해됐으며, 이중 124명이 어린이다.
일촉즉발의 중동 정세
몇 주 간 중동에서 전면적인 확전으로 나아가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다시 한 번 지나갔다. 이스라엘이 지난 4월 1일 시리아 다마스쿠스의 이란 대사관을 폭격하였고, 이란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모하마드 레자 자헤디 등 7명의 군인이 살해됐다. 이란은 4월 13일, 이스라엘 본토를 향해 350여기의 드론과 미사일을 발사했다. 4월 19일, 이스라엘은 핵개발 시설이 밀집되어 있는 이스파한에 드론 3기를 날려 공격하며 다시 한 번 위협을 가했다.
이란을 위시한 레바논 헤즈볼라, 시리아 정부, 예멘 후티 세력 등 이른바 ‘저항의 축’은 이스라엘과 오랫동안 국지적인 교전을 이어왔다. 10월 7일 이후 레바논의 헤즈볼라와 4천번 넘게 공격을 주고받고 있으며, 이스라엘은 12월 25일 폭격으로 다마스쿠스의 이란혁명수비대 파견군 사령관을 살해했다. 그 밖에도 여러 차례 시리아에서의 공습으로 이란혁명수비대의 고위 지휘관 여러명을 살해했다. 이란은 이에 1월 15일 이라크 북부의 모사드 기지를 폭격하기도 했다.
이스라엘과 이란은 지난 6개월 간 레바논, 시리아, 이라크 등에서 다양한 형태의 대리전을 벌여왔지만, 상대국의 영토를 직접 공격하지는 않았다. 이번에 이스라엘이 시리아의 이란 영사관을 공격한 것은 곧 이란의 영토를 공격한 것과 마찬가지이고, 전면적인 전쟁으로 나아갈 위험을 품고 있었다.
그러나 4월 13일 이란은 반격이 전면전으로 번지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부인하고 있지만, 여러 언론에서는 이란이 공격 전, 카타르, 튀르키예 등을 통해 미국에 공격예정일을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이란의 극초음속 미사일 여러 발이 네비팀 공군기지에 명중했다고 주장하고, 이스라엘은 다중미사일방어체계와 미,영 공군에 의해 대부분 요격됐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4월 19일 이스파한에 미사일과 드론으로 재반격을 했다. 이스라엘은 테헤란 공격을 포함한 보다 광범위한 반격을 계획했으나, 미국의 압력으로 수위를 낮추었다고 한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공격이 상징적인 것에 그치며 당장 전면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일단 사라졌지만, 확전의 먹구름은 한층 더 깊이 드리우고 있다.
미국의 이스라엘 원조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바이든은 미국의 팔레스타인 시위대에게 ‘제노사이드 조(집단학살자 조)’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상황이 달갑지 않다. 미시건, 미네소타, 워싱턴 주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대규모로 표현된 “uncommitted(지지후보 없음)”는,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을 굳건히 지원하고 있는 바이든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는 항의의 뜻을 보여주었다. “uncomiitted(지지후보 없음)”는 전체의 10~19%를 득표했는데, 미시건 주 같은 주요한 경합주에선 실제 대선에서도 유의미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는 수준이다. 바이든은 자신의 정치적 위기관리를 위해 ‘학살자 조’라는 오명을 벗고 싶어한다.
물론 이러한 바이든의 정책은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한 가면술일 뿐이고, 팔레스타인 민중들에게 실시간으로 가해지고 있는 집단학살을 멈추는 데에는 아무 관심이 없다. 3월 26일, 바이든 행정부는 유엔 안보리에서 그동안 휴전결의안에 반대해오던 것에서 한 발 물러나 기권을 택하며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처음으로 유엔 안보리에서 통과됐다. 그러나 며칠 후 바이든은 대규모 사상자를 내는 데 사용되는 폭탄을 포함한 수십억달러 상당의 무기 지원을 조용히 승인했다.
이스라엘이 집단학살을 지속할 수 있는 것은 전적으로 미국을 위시한 서방세계의 지원 덕분이다. 바이든이 오바마 정부의 부통령이던 시절 진행한 합의에 따라, 미국은 2026년까지 이스라엘에 매년 33억 달러의 군사지원을 하고 있다. 여기에는 전투기, 헬리콥터, 유도탄 등 가자지구 민중을 공격하는 데 사용되는 무기들이 포함된다. 한편 미국 하원은 4월 20일, 초당적인 협력 아래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대만에 안보지원을 제공하는 950억 달러의 법안 패키지를 통과시켰다. 이후 상원을 거쳐 4월 24일 바이든이 최종적으로 법안에 서명했다. 이 법안에 따라 이스라엘은 미국으로부터 약 260억 달러의 추가 원조를 받는다.
이 260억 달러에는 미사일과 로켓방어시스템의 재보급(52억 달러), 새로운 무기 구매(35억), 무기생산 강화(10억) 등이 포함돼있다. 이중 92억이 ‘인도적 지원’을 위해 배정되었는데, 하지만 이 법안은 유엔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에 대한 재정지원을 금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 2월 이스라엘이 UNRWA 직원들 일부가 10월 7일 공격에 연루돼있다는 주장을 한 뒤 서방의 다수 국가들이 UNRWA에 대한 지원을 끊어 팔레스타인의 인도적 위기가 더 심화됐다. 그러나 UN이 최근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UNRWA 직원의 연루에 대한 어떤 실질적인 증거도 제시하지 못했다.) 미국이 이번에 통과시킨 법안으로, 더 많은 무기가 이스라엘을 향하게 됐다.
한편 미국 국무부는 초정통파 유대인들의 극우적 군대인 ‘네짜 예후다’가 2022년도에 저지른 잔혹행위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에서 소셜미디어와 언론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수많은 전쟁범죄와 잔혹행위에 대해 침묵하면서, 이제야 겨우 한 가지 사건을 조사한다는 것은 바이든 행정부의 위선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집단학살로 수명을 연장하려는 네타냐후 정부
이스라엘은 라파에 지상군을 대대적으로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곧 현실화하려 한다. 여의도보다 조금 더 큰 크기의 라파에는 150만 명의 가자주민들이 절망적인 과포화와 기근 속에 놓여있다. 라파에 대한 지상군 투입은 다시 한 번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어마어마한 살해를 동반할 것이다.
네타냐후는 전쟁을 지속하고 확대할 강력한 정치적 동기를 갖고 있다. 10월 7일 이전 그가 행정부의 권력강화를 위해 추진하던 사법개혁에 대한 반대여론이 인질의 가족들을 중심으로 한 이스라엘 내 휴전시위대와 합세하며 그의 정치적 위기를 증폭시키고 있다. 지난 6개월 간 그는 100명의 인질도 구출하지 못했고, 이스라엘 군은 오히려 무차별적이고 때로는 의도적인 공격으로 인질들을 살해했다. “하마스를 절멸”시키겠다는 그의 선언은 성공을 거두지 못했고, 베니 간츠는 “시온주의 국가의 국제적 이미지 재구축”을 얘기하며 9월 조기선거를 주장하고 있다.
이란과의 교전 속에 네타냐후 내각의 지지율은 일시적으로나마 반등했다. 전쟁 지속이 네타냐후의 정치적 위기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하지만 자신의 정치적 위기가 전면화하는 것을 늦추기 위해 네타냐후는 집단학살을 지속하고, 팔레스타인인들을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에서 추방하고, 중동에서 더 큰 전쟁을 벌일 강력한 동기를 갖고 있다. 중동에서의 확전을 통해 미국이 중동에 지상군을 투입하지 않을 수 없게 끌어들이는 것이 그의 생존전략이다.
팔레스타인 해방투쟁의 확산이 중동에서의 전쟁을 막을 유일한 길
미국에서는 집단학살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급진적인 시위가 확대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컬럼비아 대학교 학생들은 팔레스타인 연대행동을 이유로 교원과 학생을 징계하는 것에 저항해 컬럼비아대 잔디밭에서 농성투쟁을 벌였다. 4월 18일, 뉴욕경찰이 100명이 넘는 농성중인 학생들을 체포하자, 미국 전역의 대학교에 12개가 넘는 캠프가 추가로 생겨났다. 학생들은 “지금당장 휴전(Ceasefire Now)”과 함께 이스라엘 기업 및 군수기업에 대한 대학의 투자철회와 시위대에 대한 완전한 사면을 요구하고 있다. 학생의 강제퇴거 명령을 받은 대학 교원 노동자가 자진해 사임하고, UAW 소속 교원노조는 파업을 벌이며 학생들과 연대행동에 나서고 있다. 팔레스타인의 해방을 외치는 학생들을 향한 탄압은 미국 제국주의가 중동에서 지난 수십년 간 이스라엘을 지원해오고, 집단학살을 지속할 수 있게 해주는 주범이란 사실을 더욱 더 많은 이들에게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
끔찍한 학살과 고문, 기근 등 모든 인간성이 말살되는 현실 속에서도, 저항하기를 멈추지 않는 팔레스타인 민중들과 함께, 한국에서도 팔레스타인 연대투쟁을 더욱 확대하자. 미국과 캐나다, 영국, 스페인 등지에선 항만봉쇄행동, 연금과 대학, 기업의 이스라엘에 대한 투자철회 요구, 무기공장의 이스라엘 거래에 대한 항의행동 등의 실천이 벌어지고 있다. 가까운 일본에서도 이토츄 상사와 이스라엘 엘빗시스템즈와의 거래를 중단시켰고, 군사거래 중단을 요구하는 더 큰 캠페인에 나서고 있다. 다른 나라의 노동자민중들이 자국의 군사거래를 향한 투쟁을 벌이듯, 우리도 한국정부의 이스라엘 군사거래를 중단시키는 투쟁에 나서자. 당면한 가자지구 학살을 중단시키고, 팔레스타인의 완전한 해방을 향한 투쟁으로 나아가는 것만이 중동에서 이스라엘이 더 큰 전쟁을 일으키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