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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번째 책읽기모임 - "조선 자본주의 공화국" 발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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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째 책읽기모임 - "중국은 어떻게 실패하는가" 발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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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모든 공간에서 팔레스타인 연대를 조직하자사진: 11월 4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규탄 한국시민사회 2차 긴급행동 지난 11월 5일 ‘팔레스타인 동지에게 직접 듣는 팔레스타인과 중동의 현재 상황’ 긴급간담회가 진행되었다. 초대 손님인 시마, 하마드 두 동지는 팔레스타인 땅에서 쫓겨나 요르단으로 옮겨간 팔레스타인인 집안 출신이었다. 팔레스타인 동지로부터 직접 듣는 현재 가자지구의 상황은 국내 주요 언론에서 보도되는 내용보다 훨씬 심각했다. 시체들이 건물 잔해에 깔려 발견하기도 어려워 언론에서 나오는 사망자 통계보다 실제 사망자 수는 더 많고, 14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집을 잃었다. 이미 10월 16일부터 가자지구에서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깨끗한 물은 사라진 지 3주가 되었고, 10월 27일부터는 모든 통신이 끊겨서 가자지구 내에서도 주민들이 서로 연락이 불가능한 지경이다. 구호 물품 트럭 역시 이스라엘이 극심하게 통제하고 있어서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들은 사실상 구호 물품을 거의 지원받지 못해 생지옥과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 세계적으로 주된 관심이 가자지구에 쏠려있는 터라 별로 알려지지 않고 있는 이스라엘 내의 팔레스타인인 노동자와 서안지구에 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이스라엘 안에서 일하던 팔레스타인 출신 노동자들에 대해 벌어지고 있는 잔인한 탄압과 폭력적인 강제추방 조치는 다른 자리에서 쉽게 들을 수 없는 내용들이었다. 또 현재 가자지구 못지않게 서안지구에서도 이스라엘의 학살이 자행되고 있고, 서안지구에서 꾸준히 이스라엘의 학살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을 팔레스타인 동지들은 강조하였다. 이러한 지점들은 현재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문제를 단순히 지난 10월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가자지구에서의 무력 분쟁으로만 봐서는 안 되는 중요한 이유이다. 사진: 11월 4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규탄 한국시민사회 2차 긴급행동 시마와 하마드 두 동지는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전 상황에서부터 현재까지의 역사를 설명하며 소위 ‘두 국가 해법’에 대해 단호히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두 국가 해법’은 이스라엘의 무단 점령을 인정하자는 주장이기에 동의할 수 없고, 하나의 팔레스타인 국가만이 대안임을 역설했다. 세계 각국이 휴전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것에 대해서 팔레스타인 동지들은 ‘휴전’보다 중요한 것은 ‘해방’이고 이를 함께 이야기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세계의 주요 뉴스와 서방 국가 정부들의 주장이 얼마나 거짓 정보와 날조로 가득 차 있는지 알려주며 이에 대한 폭로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또 이스라엘이 건국되는 과정에서 모든 유대인을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비백인 유대계를 배제하면서 만들어졌음을 이야기하며, 이스라엘 국가는 존재 자체로 인종주의적 성격을 가지고 있고 지금의 팔레스타인인 학살과 그 배경이 일맥상통함을 설명하였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한국 동지들의 여러 질문에 대한 팔레스타인 동지들의 답변도 이어졌다. ‘한 국가’의 상과 유대인과의 공존, 이스라엘 민중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팔레스타인 동지들은 성심성의껏 답변하면서 고민과 복잡한 심경도 밝혔다. 우선 ‘두 국가’가 아닌 ‘한 국가’로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그 국가의 모습과 형태는 어떻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팔레스타인 동지들은 “팔레스타인 영토의 완전한 탈환과 팔레스타인 국가를 인정하는 모든 이들이 함께 사는 국가”라고 답변하였다. 이는 정착 행위 중단과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원래 자신들이 살던 땅으로 귀환할 권리를 포함해야 하고, 유대인들과의 공존 문제에 대해서는 어차피 이스라엘 건국 전에는 서로 함께 살아가지 않았었냐고 답했다. 이와 함께 많지는 않지만, 이스라엘 노조 중에서 팔레스타인 노동자와 연대하는 곳도 있다는 점에서 이스라엘 노동자계급과 팔레스타인 노동자계급의 계급적 연대 가능성도 모색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 민중과의 관계 문제에 대해 한 동지는,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 땅으로 이주·정착해 온 과정 자체가 곧 팔레스타인인들을 추방해 온 과정이었기 때문에 유대인들이 원래의 땅으로 돌아가는 게 자신들의 요구라고 했다. 하지만 다른 동지는 조금 생각이 다르다면서, 이스라엘의 정착 프로젝트가 시작된 지 75년이 흘렀고, 그들을 다 쫓아내는 것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이 있다고 했다. 동시에 비록 모든 이스라엘인이 시온주의자는 아닐지라도 모두 이스라엘 군대에서 복무함으로써 팔레스타인인 인종청소 실행과 정착 행위 지원에 동참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스라엘 민중과 정부를 완전히 구분해서 보기도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 (입영을 거부하는 이스라엘 사람들도 있다는 점을 뒤풀이에서 들을 수 있었다.) 이스라엘 국가권력과 이스라엘 민중을 쉽게 나눠서 접근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유대인과의 공존에 대한 팔레스타인인들의 고민을 알 수 있었다. 간담회에 참석했던 한국 활동가 중에서는 팔레스타인 문제를 단지 군사 점령 문제가 아니라 식민주의와 인종주의 문제로 분명히 규정해야 한다고 의견을 제기한 동지가 있었다. 덧붙여서 BDS운동(Boycott Divestment Sanctions Movement 보이콧, 투자철회 및 제재운동)에 동참하고 조직된 연대를 구축하자고 제안하였다. 한국에서도 ‘팔레스타인에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이 결성되고 두 차례 서울 도심 집회를 진행했으나, 아직 한국에서 팔레스타인 연대운동은 미약하고 많은 노동자와 학생들에게 팔레스타인 연대는 생소한 영역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제국주의와 인종주의에 반대하는 투쟁은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인종청소를 자행하고 있는 이스라엘에 맞서 투쟁하고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해 연대하는 것, 이것이 지금 제국주의와 인종주의에 맞선 가장 중요한 투쟁이다. 지금부터라도 각자 자신이 속한 지역, 현장, 영역에서 팔레스타인 해방의 필요성을 알리고, 이스라엘에 반대하고 팔레스타인에 연대하는 투쟁을 조직하자. 노골적으로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각종 인종차별 범죄에 동참하고 있는 한국 정부와 자본에 맞선 투쟁을 전개하고, 더 나아가 노동자 국제연대에 기반한 팔레스타인 해방 운동을 함께 해나간다면 지금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벌어지고 있는 끔찍한 집단학살을 막아내는 것도 지난 수십 년간 자행된 이스라엘의 압제로부터 팔레스타인의 해방을 쟁취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이스라엘, 그리고 이스라엘을 앞세워 중동을 통제하려는 제국주의가 팔레스타인 민중을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감옥으로 밀어넣고, 추방했으며, 학살했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도 팔레스타인 연대가 절실하다. 한국 사회주의자들과 노동자계급이 그 투쟁에 앞장서자. 사진: 11월 4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규탄 한국시민사회 2차 긴급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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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여성뉴스 브리핑] 자라, 갭, H&M, 리바이스를 만드는 방글라데시 봉제공장 노동자들. 거리 시위 벌이며 일주일 넘게 파업 중1. 2024 3.8 여성파업 조직위원회 출범 기자회견 열려 사회주의를향한전진도 함께 참여하고 있는 2024년 3.8 여성파업 조직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이 지난 1일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진행됐다. ‘역행하는 시대, 돌파하는 우리의 투쟁’을 슬로건으로 한 여성파업 조직위원회는 9월 초 초동모임을 꾸렸고, 1차 모집기간 20개의 노동조합과 단체, 개인들이 모였으며, 이후 사업을 통해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3.8 여성파업 조직위원회는 앞으로 노동조합 및 단체 워크숍과 찾아가는 여성파업을 통해 아래로부터의 여성파업을 현실화시켜내기 위한 조직사업을 진행하고, 12월 6일에는 여성파업 대토론회를 비롯해 여성파업운동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기자회견 참여자들은 여성 지우기에 나선 윤석열 정부에 대한 비판과 현실에서 벌어지는 여성에 대한 차별과 억압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 이러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우리 여성들 스스로 행동이 필요하다고 호소했으며, 2024년 3월 8일 함께 노동을 멈춰서 세상을 바꾸자고 외쳤다. <참조 기사> https://socialism.jinbo.net/bbs/board.php?bo_table=news&wr_id=598 2. 방글라데시 의류노동자 수천 명, 임금인상 요구 파업과 거리 시위 벌여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의류생산국인 방글라데시에서 의류 노동자들의 거대한 파업투쟁이 일주일 넘게 일어났다. 수천 명의 의류 노동자들은 수도 다카와 가지푸르 공업지구에서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갔다. 400만 명의 의류 노동자들은 방글라데시의 안정적 경제성장률과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최저임금 수준의 월 8,300타카(75달러)라는 저임금에 시달리는데 대부분이 여성 노동자다. 의류 노동자 샤히다 아크터는 생계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생필품) 가격을 낮추면 임금을 올릴 필요가 없다”며 높은 물가 상승에 대해 “가족을 꾸리는 데 드는 비용이 얼마인지 아는가? 아기가 생기면 더 많이 지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자들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초과노동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노조는 월 최저임금으로 208달러를 요구했는데 자본가들의 의류수출협회(BGMEA)는 90달러, 25% 인상안을 내놓자 파업시위가 시작되었다. 노동자들의 시위에 정부는 경찰을 동원해 최루탄과 고무탄을 사용했으며, 연행하고 체포하며 강경 진압했고, 그 과정에서 노동자 1명이 경찰의 고무탄에 맞아 숨졌다. 그 소식을 들은 의류 노동자들은 자본의 공장폐쇄와 경찰의 무력 진압에 맞섰다. 돌을 던지기도 하고 고속도로로 진출하기도 했다. 이번 파업으로 세계 주요 의류 브랜드의 공장이 멈췄다. “여기에는 갭, 월마트, H&M, 자라, 리바이스 등이 포함된다. 파업의 영향을 받은 공장이 600개에 달한다”고 방글라데시의류산업노조연맹 위원장 악터가 말했다. 노동자들은 직무등급을 기존 7등급에서 5등급으로 낮추고, 출산휴가를 4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하며, 배급제 도입, 근속수당과 상여금 신설 등을 요구하고 있다. 2022년 보고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의류 여성 노동자의 무려 77%는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과로에 시달려 빈혈 상태에 있다고 한다. <참조 기사> https://apnews.com/article/bangladesh-garment-workers-protest-minimum-wage-928de69317e2f39911987f9369285bdf https://www.france24.com/en/live-news/20231103-bangladesh-protests-halt-production-for-top-fashion-brands-union-1 3. 여성 고용 많은 월마트 등 미국 기업, 노동자를 저임금으로 내몰아 2020년 미국 회계감사원 보고에 따르면 보충영양 지원프로그램 스냅(snap, 이전 food stamp) 또는 메디케이드에 의존하는 노동자가 있는 상위 25개 기업 중 월마트가 1위, 아마존이 6위를 차지했다. 유엔 극빈 인권특별보고관 올리비에 드 슈터는 서한을 통해 월마트, 아마존, 도어대시 등 미국 상위 기업 자본가들이 턱없이 낮은 임금을 지급해 노동자들이 정부의 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양산하고 있다며 미국 정부에 이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유엔 극빈 인권특별보고관이 지적한 대표적 저임금 사업장의 착취 방식은 이렇다. “연방 또는 주 차원에서 법률로 최저임금을 정하는 방식, 고용주에 의한 임금 도둑질, 일방적으로 시행되는 유연근로제, 서류 미비 노동자 처우에 대한 불이익, 노조 권리 침해, 자동화 등”이다. 그에 따르면, 이는 “미국의 많은 노동자에게 강요된 현실이자 미국 노동계 전반에 걸쳐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한다. 월마트는 미국 민간기업 중 가장 많은 노동자를 고용한 사업장이자, 여성을 고용하는 최대 규모 사업장으로 월마트에 고용된 전 세계 노동자 200만 명 중 여성 노동자는 53%에 이른다. 월마트 자본은 매년 막대한 수익을 내며, 창업자인 월튼 가문은 세계 최고 부호로 추정 순자산만 2,400억 달러 이상에 달한다. 그러나 이와는 대조적으로 월마트는 노동자 저임금 문제로 오랫동안 조사받아 왔고, 노조 파괴 전력도 화려하다. 아마존은 높은 산업재해율과 노조탄압을 이유로 정부의 조사를 받고 있다. 도어대시(DoorDash)는 노동자를 개인사업자로 분류하고 대기시간을 유급 노동시간에 포함하지 않는 대표적 플랫폼 자본이다. 드 슈터는 “미국의 임금은 생활비 상승을 따라가지 못한다. 오늘날 고등학교 졸업장을 가진 노동자의 실질 임금은 거의 50년 전인 1979년보다 2.7%나 적다. 그런데 이것은 노동자의 생산성이 두 배로 증가한 기간에 일어난 일이다”라며 놀라워했다. 그는 이어 “미국 연방 최저임금은 7.25달러로 2009년 이후 변동이 없고, 20개 주의 최저임금은 이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며, 미국 여성 노동자는 극심한 불평등에 직면해 있다”고 강조했다. <참조 기사> https://www.theguardian.com/world/2023/nov/02/un-poverty-amazon-walmart-doordash-wages-unions 4. 절반으로 깎이는 월급은 어쩌고 자동육아휴직?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저출생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각종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대책이라고 내놓는 정부의 정책은 구조적인 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못한 것들이다. 31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출산휴가 후 육아휴직을 눈치 보지 않고 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자동 육아휴직제’ 도입을 추진하며,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에 따르면 출생아 100명당 육아휴직 사용자 비율은 한국이 여성 21.4명, 남성 1.3명이다. 관련 정보가 공개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19개 국가 중 사용자 수가 가장 적은 규모다. 실제 육아휴직 사용 후 승진에서 누락되거나, 불리한 처우를 당했다는 내용은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그러나 임금 문제도 육아휴직 사용 여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OECD 가족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22년 기준 육아휴직 기간 소득대체율은 한국이 44.6%로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육아휴직 급여액은 통상임금의 80%, 최대가 150만 원까지다. 최대 기존 수입이 반토막되는 상황에서 쉽사리 육아휴직을 선택할 수 없는 것이다. 특히 여성에게 독박육아가 강요되는 현실에서 성별임금격차와 사적 돌봄체계 등 구조적인 문제를 해소하지 않는 한 양육자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저임금 처지에 놓인 여성 양육자에게 독박육아 쏠림은 더욱 심화할 것이다. <참조 기사> https://www.yna.co.kr/view/AKR20231031068900530?input=1195m 5. 일하는 30대 여성 증가…또 경제적 영향만 말하는 정부 노동시장에서 30대 여성은 전통적인 약자에 속했다. 출산과 육아를 경험하는 연령대다 보니 원래 하던 일도 그만두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30대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2010년대 들어 가파르게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년 전인 2002년에는 30대 여성 100명 가운데 ‘54명’만 경제활동에 참가했다면, 올해는 어림잡아 ‘70명’이 경제활동에 참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30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아진 배경에는 해당 연령대의 유자녀 여성 비중이 감소하는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0월 30일 펴낸 ‘30대 여성 경제활동참가율 상승 배경’ 보고서에 따르면 “30대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 상승 추세는 해당 연령대의 유자녀 여성 비중 감소에 밀접하게 연동된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30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 증가는 단기적으로는 시장에 노동력 공급 둔화 속도를 늦추고 있지만, 출생률 하락으로 이어져 향후에는 생산가능인구와 노동공급 감소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경향이 장기화할수록 경제성장 둔화, 연금재정·정부재정 악화 등의 심각한 문제가 추후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전망한다. 하지만 이번 보고서처럼 정부는 저출생 현상이 야기되는 근본적 원인은 외면한 채 이의 경제적 영향만을 우려할 뿐이다. 최근에도 정부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유연근무제 등 일‧가정 양립 지원 정책을 강화하겠다고 나섰지만 ‘빛 좋은 개살구’라는 목소리가 높다. 여성의 노동을 부차화‧저평가하는 현실을 내버려 둔 채, 단지 고용 지표의 개선만 바라보는 정부 정책은 일‧가정 양립도, 저출생 대응에 대해서도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참조 기사>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114222.html 6. 내년 ‘양성평등’ 예산 삭감, 뒷걸음질 거듭하는 성평등 정책 여성가족부가 내년 예산에서 ‘양성평등’ 정책 예산을 감축한 가운데 양성평등을 포함한 여성 정책 관련 대부분의 사업 예산을 삭감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정부가 발표한 내년도 여성가족부 예산안 총액은 올해 예산안 대비 9.4%(1,475억800만 원) 증액됐지만, 양성평등 정책 예산은 2.5%(61억9,600만 원) 감액됐다. 양성평등 정책과 함께 청소년 정책은 올해 예산안 대비 6.9%(173억1,800만 원) 떨어져 사업 집행에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성가족부 여성정책국 소관 사업 중 예산이 줄어든 사업은 주로 사업평가 결과가 저조한 경우에 속했다. 이처럼 정부가 사업 실적 저조를 이유로 양성평등 정책 관련 예산을 삭감한 데 대해 여성계는 “정책적 의미를 고려하지 않고 지난해 실적 등을 이유로 예산을 삭감하는 방식은 국가가 역할을 안 하고 있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정부 예산은 정책의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그에 따라 한 나라의 자원을 어떻게 동원해 어디에 투입할지를 알려주는 지표이다. 여성정책 관련 예산삭감은 결국 국가의 성평등 정책이 후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근거다. <참조 기사> https://view.asiae.co.kr/article/2023110117304794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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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총파업 연재기고] #4 투쟁 넷째 날, 은수 씨의 마음2021년 여름,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상담노동자들은 투쟁에 돌입했다. 약 1천 가지의 업무를 하며 하루에 약 120콜씩 전화를 받았다. 화장실 가는 시간도 통제받으며 인센티브를 더 받기 위해 경주하듯 일했다. 그러나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저임금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투쟁의 결과는 ‘소속기관 전환’이었다. 온전한 직고용은 아니지만 비교적 고용 안정성이 나아지는 결과였다. 그러나 2년이 지난 2023년 11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1,600여 명의 상담사는 아직도 저임금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을 벗어나지 못했다. 기다리다 지친 노동조합원들은 원주에 위치한 국민건강보험공단 본사로 모였다. 이들은 어떤 마음으로 이곳에 모였을까, 하루하루 어떤 투쟁을 하며 그 속에서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궁금했다. ‘오늘의 투쟁’을 하루하루 돌아보기 위해 조합원을 인터뷰해서 정리하기로 했다. 투쟁 넷째 날은 경인2센터 소속이며 지회 조직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박은수 조합원을 통해 돌아보았다. 2012년 6월 20일, 은수 씨가 국가건강보험고객센터에 입사했다. 그 당시 콜 잘 받는다는 선배는 하루에 200콜도 넘게 받고 있었다. 그러나 은수 씨는 콜 수를 신경쓰지 않았다. 자신의 직업은 숫자를 올리는 게 아니라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루에 20-30콜만 받았다. 관리자는 가끔 은수 씨를 불러서 콜 수를 높이라며 압박했지만, 은수 씨는 왜 그래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답하며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곤 했다. 은수 씨는 자신의 노동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다. 국민들의 건강보험을 최전선에서 책임진다는 자부심, 정확한 정보를 공들여 전달하는 상담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이었다. 2019년 12월 21일, 노동조합 설립 총회가 대전에서 열렸다. 전국의 동료가 모인 자리에서 깃발이 순서대로 들어오고 휘날리는 걸 보며 은수 씨는 눈물을 흘렸다. 눈물의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가지 느껴지는 건 동료애였다. 각 센터의 관리자는 상담사들을 갈라치기했다. ‘다른 센터에 비해 우리 센터가 돈을 많이 준다’는 거짓말은 경인 1, 2, 3센터가 상담사들에게 서로 했던 거짓말이었다. 12개의 센터는 전국 순위를 서로 잘 받기 위해 서로를 이겨야 하는 경쟁 상대로 만들었다. 그러나 상담 노동자들은 힘을 모아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우린 동료가 되었고 동지가 되었다. 고객센터에 입사하고 처음으로 다른 센터 상담사들에게 동료애를 느꼈다는 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었다. 2023년 11월 4일, 온전한 소속기관 전환을 위한 총파업 투쟁 넷째 날이다. 경인지회 집행부는 아침부터 회의가 있었다. 농성장에서 나와서 적당한 곳을 찾았다. 둘러앉아 논의를 시작했다. 한참 회의 중인데 텔레그램이 울렸다. ‘조합원들 모두 모이세요’라는 메시지였다. ‘아, 뭔가 이상하다. 경찰 아니면 공단에서 들어오려고 하는구나’ 전속력으로 달렸다. 정확한 상황을 공유받은 것도 아니었지만 다 같이 뛰었다. 도착했을 땐 이미 경찰과 조합원이 길게 서서 대치한 상태로 고성이 오가고 있었다. 경인지회 조합원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서 함께 섰다. 누군가 말해주지 않았지만 은수 씨는 바로 깨달았다. ‘11월 8일 때문이야. 그날 결의대회를 한다니까 경찰들이 이러는 거야’ 자세히 들어보니, 경찰이 결의대회 날을 우려해서 차 벽을 세운다며 잔뜩 왔고 조합원 텐트에 손댔다고 했다. 은수 씨는 ‘내가 더 잘했어야 했는데’라는 자책이 들었다. 어제 확대 간부만 남고 조합원들이 흩어지는 걸 보며 은수 씨는 걱정이 많았다. ‘조합원들이 갑자기 많이 빠지면 바로 밀고 들어오는 거 아냐?’ 밤새 걱정한 일이 현실로 벌어졌다. 싸우고 있는데 은수 씨 바로 뒤에서 조합원 한 명이 쓰러졌다. 긴장 가득한 상황 탓에 과호흡이 온 것이다. 급히 119에 전화했고 구급차와 구급대원들이 도착했다. 그런데 경찰이 구급대원을 막아섰다. 조합원과 연대자는 경찰에게 빨리 비키라고 소리를 질렀다. 그때, 경찰 뒤로 공단 직원들이 보였다. 웃고 있었다. 팔짱을 끼고 있었다. 박수를 치는 사람도 있었다. 소름이 돋았다. 인간으로 보이지 않았다. 상황 자체가 기이했다. 구급대원을 막는 민중의 지팡이, 박수 치며 웃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직원들. 심지어 ‘단식자 한 분이 이상하대요’라고 누군가 말하는 게 들렸다. 순간 경인지회장, 부지회장의 얼굴이 떠오르며 머리가 핑 돌았다. 당황스럽고 겁이 났다. 조합원들은 경찰에게 악을 쓰며 비키라고, 구급대원이 들어오게 하라고, 쓰러진 사람이 나갈 수 있게 하라며 싸웠다. 은수 씨도 함께였다. 한 경찰은 껌을 씹으며 그런 조합원들을 비웃었다. 경찰서장이라고 밝힌 사람은 딴소리만 했다. 겨우 구급대원이 들어오고 쓰러진 두 사람을 데려갔다. 몸에 이상이 생긴 단식자는 부산지회장이었다. 얼굴색과 표정이 너무 안 좋았다. 걱정스러웠다. 경찰과의 마찰이 끝나고 이은영 지부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우리 아무한테도 빌어서 이길 생각 없습니다. 그 누구의 힘이 아니라 우리의 힘으로 승리하겠습니다’는 말이 들렸다. 다들 잠시 쉬라고 해서 흩어지는데 눈물이 났다. 펑펑 울었다. 자책감이 너무 심했다. 경인지회 농성 담당 기간이라 돌아간 경인 조합원은 딱히 없었다. 그러나 애초에 원주에 온 인원 자체가 적은 거 같았다. ‘투쟁 준비할 때 내가 조합원들을 더 설득했어야 했는데, 그래서 처음부터 우리 인원이 더 많이 왔으면 경찰이 이러지 못했을 텐데.’ 내 잘못 같았다.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누구에게, 왜 미안한지도 모르겠지만 마음엔 미안함이 가득했다. 휘몰아치는 시간이 끝난 후, 은수 씨는 경인지회 텔레그램 방에 연락을 돌렸다. 상황을 공유하고 강한 말투로 원주로 와달라고 했다. 어떤 조합원은 당장 출발했고 어떤 조합원은 밤에 출발해서 온다고 했다. 또 어떤 조합원은 일요일에 오겠다고 했다. 그러나 대부분은 일정대로 월요일에 오겠다고 했다. 은수 씨는 지금 솔직히, 조합원들에게 서운한 마음이 든다. 우리 일인데, 함께하지 않는 조합원들이 원망스러운 마음도 조금은 있다. 은수 씨는 투쟁 넷째 날인 오늘을 ‘자책의 날’이라고 정리했다. 오늘 많이 자책했고 많이 욱했다. 은수 씨는 함께하는 최선의 투쟁을 하고 싶다. 마지막 투쟁이라고 생각하고 모든 걸 쏟아붓는다면, 만약 실패하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거 같다. 조합원들도 그랬으면 좋겠다. 은수 씨는 최선을 다하는 투쟁을 다함께 하고 싶다.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의 소속기관 전환을 향한 총파업 투쟁 넷째 날, 약간은 새로운 상황이 벌어진 약간은 혼란스러운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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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투쟁] 팔레스타인 집단학살 중단하라! 팔레스타인의 해방을!2023년 11월 4일,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한국시민사회 2차 긴급행동이 진행됐습니다. 500명이 집결해 이스라엘을 향해 "즉각 휴전에 응하라"고 요구하고, 팔레스타인에서 벌이고 있는 집단학살에 대해 규탄했습니다. 특히 오늘 요르단계 팔레스타인인 아티스트인 시마(Sima)씨가 참여해, "팔레스타인들이 고향으로 돌아갈 권리를 요구하며, 요르단강에서 지중해까지 자유로운 팔레스타인을 외치는 우리와 함께 해달라"고 외쳤습니다. 또한 유대계 미국인 유재익 씨는 "유대인의 이름으로 가자를 학살하지 말라"며, “유대인으로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저지르는 범죄를 침묵하지 않겠다”고 발언했습니다. 사회주의를향한전진도 "팔레스타인 노동조합의 호소에 노동자운동이 응답해야한다!" "한국은 무기수출 즉각 중단하라!" 는 피켓을 들고 함께 행진했습니다. 전진은 이후 11월 5일, 요르단계 팔레스타인인 시마(Sima)님을 모시고 팔레스타인 상황에 대한 간담회를 진행할 예정이며, 전국노동자대회 때 노동자들에게 팔레스타인에 대한 연대를 촉구하는 캠페인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 노동조합의 호소에 노동자운동이 응답하자! 한국은 대이스라엘 무기수출 즉각 중단하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을 규탄한다! 이스라엘은 즉각 휴전에 응하라! Israel you're committing genocide! From river to the sea, Palestine will be Free! Ceasefire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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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총파업 연재기고] #3 투쟁 셋째 날, 보라 씨의 마음2021년 여름,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상담노동자들은 투쟁에 돌입했다. 약 1천 가지 업무를 하며 하루에 약 120콜씩 전화를 받았다. 화장실 가는 시간도 통제받으며 인센티브를 더 받기 위해 경주하듯 일했다. 그러나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저임금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투쟁의 결과는 ‘소속기관 전환’이었다. 온전한 직고용은 아니지만 비교적 고용안정성이 나아지는 결과였다. 그러나 2년이 지난 2023년 11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1,600여 명의 상담사는 아직도 저임금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을 벗어나지 못했다. 기다리다 지친 노동조합원들은 원주에 위치한 국민건강보험공단 본사로 모였다. 이들은 어떤 마음으로 이곳에 모였을까, 하루하루 어떤 투쟁을 하며 그 속에서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궁금했다. ‘오늘의 투쟁’을 하루하루 돌아보기 위해 조합원을 인터뷰해서 정리하기로 했다. 투쟁 셋째 날은 경인2센터 소속이며 소속기관 전환보다 더 큰 꿈을 갖고 원주에 왔다는 심보라 조합원의 시선으로 돌아보았다. 2014년 12월 23일, 보라 씨가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에 입사했다. 보라 씨는 어릴 때부터 꿈이 있었다.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인종, 국경, 나이, 성별이 다 없고 서로를 배려하고 도우며 사는 세상을 바랐다. 어릴 적 보았던 동화책이 영향을 준 건지 그 꿈을 항상 갖고 살았다. 보라 씨의 아이는 몸이 아팠다. 다른 아이들은 같은 병을 갖고 있어도 크면서 저절로 나아진다는데 보라 씨의 아이는 그렇지 않았다. 계속 몸이 불편하고 큰 병원에 다녀야 했다. 보라 씨는 아이를 돌보고 함께 있는 시간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집에서 가까우면서 빨간 날엔 쉬는 직장을 가져야 했다. 그게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였다. 보라 씨가 처음 입사했을 때만 해도 한 콜당 1분 30초 안에 상담을 끝내야 했다. 그 당시엔 지금보다 더 많은 콜을 받도록 회사의 강압적인 분위기가 강했다. 보라 씨는 하루에 240콜도 받은 적 있다. 관리자는 1시간 점심시간 중 30분만 밥 먹고 30분은 콜을 받으라고 당당히 말했다. 가끔 아이가 병원에 가야 할 때면 보라 씨는 급히 연차를 신청했다. 그러나 관리자는 ‘미리 신청 안 해서 못 씁니다’, ‘지금 콜 많은데 꼭 가야 해요?’라며 보라 씨를 막았다. 그러나 보라 씨는 “저는 지금 가야 해서 갈 겁니다. 만약 연차 쓰는 게 절대 안 될 일이면 차라리 자르세요”라며 나갔다. 관리자는 보라 씨의 성격을 알게 된 후로 강하게 붙잡진 않았다. 그러나 보라 씨만 긴급한 상황에 처하는 건 아니었다. 가끔 동료들도 비슷한 상황에 처했다. 관리자는 소위 말하는 ‘강약약강’이었다. 당당하게 말하지 못하는 사람일수록 관리자는 더욱 강하게 붙잡았다. 보라 씨는 이런 상황을 지켜보며, 노동조합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2019년 12월, 노동조합 설립 총회가 열렸다. 육아휴직 기간이었지만 보라 씨도 참석했다. 생각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있었다. 설레고 벅찼다. 1997년, 서울 거리를 가득 메우던 노동자를 떠올렸다. 그즈음 대학생 집회에서 풍물패 일원으로 북을 쳤던 자신을 떠올렸다. 떠오른 기억은 보라 씨의 마음을 ‘툭’ 건드렸다. ‘와, 이 인원이면 못 할 게 없겠어’ 생각했다. 2021년 2월과 7월, 노동조합은 ‘직접고용 쟁취’를 구호로 걸고 원주로 향했다. 보라 씨는 ‘조합이 가면, 조합원은 당연히 가는 거지’라며 망설임 없이 함께했다. 보라 씨는 노동조합을 신뢰하고 믿는다. 노동조합이 생긴 후로 동료들이 점차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관리자에게 대놓고 따지진 못할지라도 자신이 겪은 부당한 일을 노동조합에 상의하는 수준까진 사람들이 변한 것이다. 2023년 11월도 ‘조합이 가면 조합원은 당연히 간다’는 생각으로 보라 씨는 원주행을 택했다. 투쟁 둘째 날, 조합원 토론 시간이 있었다. 보라 씨는 필요하면 자신이 삭발이라도 하겠다며 결의를 드러냈다. 사실 보라 씨가 이런 결의를 가질 수 있는 건 ‘소속기관 전환’이 하고 싶어서만은 아니다. 보라 씨는 투쟁이란 건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꼭 전환해내고 싶지만, 만약 못 할지라도 이 투쟁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동조합이 만만치 않은 싸움을 한다면, 하청업체가 바뀌어도 노조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더욱 단단한 조합이 될 것이다. 일단 노동조합이 굳건하기만 하면 언젠가 반드시 소속기관을 쟁취할 수 있다고 믿는다. 보라 씨에겐 이번 투쟁에서 노동조합이 더욱 단단해지는 것이 더 큰 목표다. 2023년 11월 3일, 투쟁 셋째 날이다. 보라 씨는 하루 종일 고민이 많았다. 저녁이면 확대간부만 남고 평조합원들은 각자의 지역으로 흩어진다. 곧 다들 돌아올 거지만, 주말은 확대간부와 연대의 힘만으로 이곳을 지켜야 한다. 보라 씨는 더 높고 강한 수준의 투쟁을 하기 위해선 우선 이곳을 주말 동안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고민이 컸다. 저녁 8시, 약 600명의 조합원이 버스에 올랐다. 보라 씨는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돌아가는 조합원들이 미운 마음도 잠시 들었다. 하지만 ‘아냐. 이런 생각하면 안 돼. 동지들도 사정이 있어서 가는 건데 마음 무거울 거야’라며 감정을 떨쳐냈다. 보라 씨는 어쩔 수 없이 떠나는 사람들의 몫까지 남은 사람들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마음을 단단히 다잡고 또 다잡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비가 와서 천막을 보수하고 비닐 작업을 하느라 정신없이 바쁘기도 했다. 보라 씨에게 투쟁 셋째 날은 ‘마음을 더 다잡을 수 있었던 날’이다. 보라 씨는 어릴 적 꿈을 지금도 그대로 갖고 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길 바란다. 그 꿈을 이루는 길에 소속기관 전환이 도움이 된다면 망설임 없이 강한 투쟁도 할 수 있다. 또한 건보고객센터 노동자가 ‘사람다운 삶’으로 가까이 가게 되었을 때, 다른 노동자에게 아낌없이 연대하고 싶다. 연대함으로써 그들도 ‘사람다운 삶’을 살게 하고 싶다. 보라 씨가 바라는 세상은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사람답게 사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그런 세상이 만들어졌을 때 아이에게 ‘엄마가 이렇게 열심히 해서 세상이 바뀐 거야’라며 약간은 우쭐하게 말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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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파업조직위원회 성명] 건강보험고객센터 노동자들의 전면파업은 우리 여성노동자 모두를 위한 투쟁이다!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노동자들이 해고 없는 소속기관 전환 쟁취를 위해 2년 만에 다시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700여 명의 조합원들은 11월 1일 공단이 쳐놓은 펜스를 뚫고 원주 본사 앞마당에 농성장을 세우고 총파업 결의대회를 진행한 데 이어 쟁대위원 11명은 곡기까지 끊었다. 건보고객센터 노동자들이 투쟁을 결의한 이유는 공단이 전원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애초의 약속을 저버리고 일부를 공개경쟁 채용하겠다고 예고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노동자의 상당수를 정리해고하겠다는 구조조정안을 통보한 셈이었다. 고객센터 노동자들은 2021년 2월부터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3차례 강도 높은 파업을 진행하여 같은 해 10월 정규직 채용 합의를 쟁취했다. 고객센터 노동자들이 공단의 노동자 갈라치기와 탄압에 맞서 갖은 투쟁 끝에 쟁취한 성과였다. 하지만 공단은 지금까지 약속을 지키기는커녕 시간을 끌며 해고안을 밀어붙이려는 꼼수를 부려 왔다. 소속기관 전환 시 시험을 통해 선별 전환하겠다는 것은 곧 경쟁에서 살아남은 사람에게만 고용을 보장한다는 말과 다름없다. 이는 이미 5년 가까이 일해 온 상담사의 고용 안정과 처우 개선을 위해 공단이 약속한 소속 기관 전환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을뿐더러 노동자들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버린 처사이기도 하다. 더구나 공단은 노동자들이 ‘불법’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는 이유로 노조원 400여 명을 고소하는 악랄한 탄압까지 감행하고 있다. 고객센터 노동자들이 수행하는 상담노동은 건강보험공단 운영에 핵심적이다. 그러나 건보는 2006년 상담노동을 ‘단순노동’이라는 이유로 외주화한 뒤 저임금 불안정 노동조건을 강요하며 노동자들을 착취했다. 이 같은 노동조건 속에서 고객센터 상담노동자들은 1천여 개의 업무에 하루 약 120통의 전화를 받아야 할 만큼 고강도의 노동을 수행해야 했다.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하면 반드시 1초 안에 받아야 했으며, 각종 민원에 상사의 감독까지 포함해 살인적인 감정 노동 역시 이들의 몫이었다. 더구나 화장실조차 마음대로 가지 못한 채 인센티브 경쟁 속에서 최저임금을 받으며 일해야 했다. 이렇게 비인간적인 노동조건에서 2021년 노동자들이 투쟁 끝에 쟁취한 정규직 전환 합의는 정당한 성과였고, 공단은 조속히 이를 현실화해야 했다. 그런데도 공단은 약속을 파기한 채 오히려 구조조정안을 강요하며 노동자들의 투쟁을 불법화하고 있다. 고객센터 노동자들이 수행해 온 상담노동은 대표적인 여성 저임금 불안정 노동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투쟁은 여성 노동자의 권리 향상에 중요하다. 콜센터 상담 일자리는 대표적인 여성 다수 직종이며 상당수는 경력단절을 겪은 여성이 일하고 있다. 하지만 임금은 고작 220만 원 수준에, 업무 중 화장실을 가거나 물을 마시기도 쉽지 않은 게 여전한 현실이다. 또 감정노동자보호법이 시행된 지 5년이나 지난 현재에도 직장 내 괴롭힘이나 언어폭력, 성희롱을 당하는 노동자들이 부지기수다. 콜센터 노동자 10명 중 8명이 우울증 위험군이며 절반 가까이가 자살 충동을 겪을 만큼 이들은 전쟁 같은 일상 속에서 노동하고 있다. 이에 현장통제와 저임금, 고용불안에 맞서 인간다운 노동조건과 생활임금 쟁취를 위해, 단 한 명의 해고도 없는 소속기관 전환 쟁취를 위해 투쟁하고 있는 건보고객센터 노동자들의 요구는 정당하다. 단식을 시작한 쟁대위원들은 “할 수 있는 게 목숨을 내놓고 싸우는 것밖에 없다”,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소속기관 전환 쟁취하자!”라며 끝까지 싸울 결의를 밝혔다. 우리 여성파업조직위원회는 건보고객센터 노동자들의 파업투쟁을 적극 지지한다. 바로 이들의 투쟁이, 노동 현장에서 파업을 일굼으로써 여성 노동자의 힘을 보여주고 여성 노동의 가치를 묻고자 하는 우리의 투쟁이다. 특히 건보고객센터 노동자들의 파업은 여성혐오와 차별을 부추기며 역행하는 윤석열 정권에 맞서, 여성 노동자 스스로의 힘으로 여성억압을 박살내고 성별임금격차를 해소하며 일하는 모두의 노동권을 쟁취하기 위한 싸움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건보고객센터 노동자들의 투쟁은 자본의 노동자분열 책동에 맞서 노동자단결을 일구는 귀중한 투쟁이기도 하다. 여성파업조직위원회는 정당한 건보고객센터 노동자들의 투쟁 승리를 위해 함께 싸울 것이다. 나아가 고객센터 노동자들을 비롯해 투쟁하는 여성 노동자들과 함께 내년 3월 8일 국제 여성의 날, 여성파업을 일으켜 역행하는 이 시대를,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돌파할 것이다. 현장통제 박살내고 생활임금 쟁취하자! 단 한 명의 해고도 없는 소속기관 전환 쟁취하자! 여성파업으로 세상을 바꾸자! 2023년 11월 4일 2024년 3.8 여성파업조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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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멈추면 세상이 멈춘다! 가자, 여성파업!”“역행하는 시대, 여성파업으로 돌파하자! 투쟁!” 지난 11월 1일 오전 11시, 세종문화회관 앞. 피켓과 현수막을 든 사람들이 모였다. 한목소리로 외치는 힘찬 구호에 바삐 걷던 행인들이 속속들이 고개를 돌려 유심히 살펴본다. 그 고개 너머, 마이크를 붙든 발언자들의 결의에 찬 발언이 이어진다. ‘2024 여성파업 조직위원회’ 출범을 알리는 기자회견 현장이다. 앞선 9월 초, 2024 여성파업 준비를 위한 초동모임이 꾸려졌다. 이후 10월 13일부터 10월 27일까지 여성파업 조직위원회 1차 모집을 진행했다. 현재까지 모인 조직위는 단체 20개, 개인 7명으로, 곧 2차 모집이 이어질 예정이다. 이날 기자회견은 1차 조직위의 출범을 알리는 자리였다. 2024 여성파업이 공식적으로 처음 알려지는 기념적인 날이기도 했다. 기자회견은 사회주의를향한전진 정은희 동지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2024 여성파업 진행 경과 및 향후 계획 발표로 시작됐다. 발표를 맡은 빵과장미 정서영 동지는 9월 초동모임 결성부터 10월 조직위 발족까지 경과를 보고한 후 향후 계획을 전했다. 그에 따르면 11월부터 여성파업 참여노조 및 단체 워크샵과 ‘찾아가는 여성파업’ 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정서영 동지는 “워크샵은 여성파업 참여 당사자로서 여성파업 의미를 되새기는 자리가 될 것이며, ‘찾아가는 여성파업’은 여성 다수 사업장의 노조 혹은 단체에 직접 찾아가서 여성파업을 설명하고 조직하는 활동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12월 6일에는 여성파업의 취지와 그 가능성을 함께 살펴보는 ‘여성파업 대토론회’가 열리며, 12월부터 2월까지는 여성 노동자가 직접 여성파업에 대해 이야기하는 오픈마이크도 진행된다. 여러 조직사업을 디딤돌 삼아 2024년 3.8 여성의 날, 마침내 여성파업 본대회를 개최하려는 계획이다. 발표 후에는 결의에 찬 발언이 이어졌다. 첫 번째로 마이크를 잡은 오름 서울여성노동자회 상담활동가는 현 정부의 고용평등상담실 일방적 폐지를 고발하며, 여성파업으로 함께 힘을 합치자고 외쳤다. 그는 “정부가 고용평등상담실을 비롯해 성폭력피해자·청소년·외국인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2024년도 예산을 폐기 및 대폭 삭감했다”며 “계속되는 경기침체와 법인세·종부세 등 ‘부자 절세’로 부족해진 세수를 메우기 위해, 시민사회단체의 목을 죄며 우리 사회가 공들여 쌓아온 공공인프라를 하루아침에 망가뜨리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고용평등상담실을 통해 97년 외환위기 당시 여성차별 구조조정뿐만 아니라, 2000년 초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한 여성임금, 2018년 미투 정국 직장 내 성희롱 고발 폭발적 증가 등의 여성노동 현실을 감지하고 대응할 수 있었다”며 “이런 역할을 하는 상담실을 폐지한다는 것은 정부가 여성노동의 현실을 외면하고 정책을 포기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여성 노동자의 현실을 알려내고, 2024년 정부 예산 및 정책에서 ‘여성 지우기’에 나선 정부에 여성 노동자의 단결된 힘으로, 3.8 여성파업으로 강력히 경고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한원순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부지부장은 올해 3월 8일 있었던 덕성여대 청소노동자 파업을 소개하며 단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서울지부 조합원들과 오늘 이곳에 모인 여러 동지는 지난겨울 덕성여대에 있었다”며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엔 덕성여대 종로캠퍼스로 모여 일방적인 구조조정을 막아내고 생활임금을 쟁취하기 위한 덕성여대 투쟁을 함께했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다시 모였다. 성별화된 착취, 차별, 폭력을 이야기하고 맞서 싸우기 위해서다. 더 많은 동지, 더 많은 노동자, 더 많은 시민과 함께 내년 여성의 날 투쟁을 만들기 위해서다. 덕성에서 함께 투쟁한 것처럼, 우리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도 꼭 함께 싸우겠다”고 투쟁을 결의했다. 김진아 금속노조 구미지부 KEC지회 수석부지회장은 “여성들은 여전히 곳곳에서 차별과 모욕을 당하며 억울하게 살아가고 있다. 나 또한 수십 년간 차별 속에서 살고 있다”며 KEC의 승급 성차별 사례를 고발했다. 그는 “나는 반도체 구미공단 KEC에서 일하는 노동자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입사부터 차별받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승급이 되지 않았다”라며 “KEC는 생산직 직급이 J1, J2, J3, S4, S5 순으로 직급이 높아지며, 그에 따라 임금도 높아진다. 여성은 입사의 직급이 J1부터 시작하며 남성은 J2부터 시작한다. 여성은 근속 30년이 되어도 승급이 되지 않는다. 아무리 일을 열심히 잘해도, 남성과 동일한 업무를 하더라도 J3에서 멈춰 있다. 국가인권위 진정을 넣기 전인 2019년까지 수십 년간 S등급으로 승격이 된 여성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분노스러운 현실을 전했다. 이어서 “평균적으로 남성은 5년 정도면 승급되고, 여성들은 10년이 넘어도 승급되지 않았다. 그래서 여성과 남성의 임금 차이도 크게 나게 된다. 연봉은 수천만 원 차이가 나기도 했다”며 “대한민국에는 법이 있다. ‘근로기준법 제6조, 균등한 처우에 남녀의 성을 이유로 차별적 대우를 하지 못한다’고 되어 있으며,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 임금에는 동일한 사업 내의 동일 가치 노동에 대하여는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이렇게 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한민국 여성들은 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끝으로 “이제는 우리 여성들이 일어나서 한목소리로 외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우리 후세대도 우리같이 억울하게 차별받지 않고 조금이나마 평등한 나라에서 살 수 있지 않겠냐”고 말한 그는 “투쟁 없이 쟁취 없다. 행동 없이 어떤 것도 변화 없다.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 우리 여성들 스스로 행동이 필요하다”라며 용기를 내어 함께 투쟁하자고 호소했다. 조한진희 다른몸들 대표는 4년 전 사회서비스원에 합격했던 요양보호사의 사례를 통해 돌봄노동의 열악한 처우 및 사회서비스원 축소 문제를 고발했다. 그는 “요양보호사의 84%가 재가 노동자이고, 이들 대부분은 영세한 민간센터에 고용되어 있다. 최저임금 수준에 시급제로 일하고 있어 매달 수입이 불안정하고, 무엇보다 이용자가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고 하면 바로 해고자 신세가 된다. 그래서 이용자의 부당한 요구나 성희롱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런데 사회서비스원은 좀 달랐다. 완전월급제에 이용자가 자신을 해고한다고 실업자 신세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요양보호사들은 사회서비스원 입사를 꿈꾸는 경우가 많다”며 “그런데 그 꿈의 직장을 다니던 김춘심 님이 올해 6월 사실상 해고인 계약만료 통보를 받았다. 왜일까. 황정일 대표와 서울시의회가 서울시 사회서비스원 돌봄노동자들이 너무 많은 월급을 받고, 병가도 자주 쓰고 있다며 예산을 142억 원 삭감했기 때문이다. 황 대표는 월급제가 아닌 기본급과 성과급제로 바꿔야 하고, 병가도 제한을 두겠다고 한다. 모든 게 역행이다”고 비판했다. 끝으로 그는 “우리 사회를 만들고 지탱해온 수많은 돌봄노동자들이 파업으로 함께하길 바란다. 요양보호사, 간병인, 장애인활동지원사뿐 아니라 엄마·아내·딸의 이름으로 가족 안에서 돌봄노동을 수행하면서, 노동에 대한 인정도 받지 못하고 감정노동에 따른 고통을 호소할 장도 없이 혼자 골병드는 여성들 말이다. 노동을 하지만 노동이라고 존중받지 못하고, 파업권은커녕 최소한의 보상도 주어지지 않는 여성들,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지만 자신의 노동을 통해 가족과 사회와 세계를 만들고 유지시키는 여성들이 2024년 3월 8일 함께 노동을 멈춰서 세상을 바꾸자”며 발언을 마쳤다.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는 여성대리기사가 겪는 성차별 문제를 고발했다. 그는 “여성대리기사들과 함께 대리기사업계 성차별을 어떻게 없앨까 고민하고 있다”며 “대리기사들은 여러 이유로 차를 운전할 수 없는 사람들을 대신해 운전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그러나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여성기사가 운전한다고 하면 바꾸길 요구하는 고객이 있다. 또는 노골적으로 대리운전 연결업체에서 ‘남성전용 콜’을 만들어 손님과 연결되는 것조차 막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서 “여성들은 운전을 못 할 것이라는 편견에 갇힌 분들이 있다. 운전은 성별에 따라 다르지 않다”며 “대리기사는 특수고용노동자라 건수에 따라 소득이 달라지는데 이렇게 남성전용 콜이 있으면 일거리가 줄어들고 소득이 줄 수밖에 없다. 일자리에서의 성차별이다. 이렇듯 성차별은 여성의 노동권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고 말하면서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성별고정관념이 여성 노동권 침해의 원인이 됨을 말했다. 또한 “대리기사로 일하면서 성희롱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러나 성희롱을 예방하기보단 사전에 성폭력이 발생하지 않도록 여성기사를 아예 안 쓰기도 한다. 이른바 펜스룰”이라고 비판했다. 이어서 “얼마 전 여성대리기사모임에서 아이슬란드의 1975년 여성파업과 최근 다시 개최된 여성파업을 공부했다”며 “우리는 아이슬란드 여성들이 성평등을 요구하며 ‘24시간 파업’에 90%가 참여했다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여성들은 일터에 나가지 않았을 뿐 아니라 가사·돌봄 노동도 거부하고 함께 거리에 모였다. 하루 동안 일하고 밥하고 아이 돌보는 걸 거부한 결과 여성의 임금 등 노동조건은 나아졌고, OECD국가 중 성평등이 1위인 나라가 되었다. 여성대리기사들 모두 열광하며 한국에도 그러한 여성파업이 성사되길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끝으로 그는 “한국에서도 여성파업을 준비한다는 소식은 모두를 즐겁게 한다.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자본주의체제의 효과적인 노동착취를 위해 가부장제가 어떻게 동원되는지를 많은 여성이 보고 겪었다. 상위 1%를 위한 자본주의적 체제는 가부장체제가 존재했기에 가능했던 것”이라며 “어떤 방해와 공격을 할지 모르지만 우리는 일을 멈추고 함께 여성의 힘을 보여줄 것이다. 멈춤으로써 이 체제가 누구에 의해서 돌아가고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줄 것이다. 함께 실천하겠다”고 발언을 맺었다. 마지막 발언을 맡은 학생사회주의자연대 이정현 동지는 사회주의자 학생의 관점으로 여성의 노동을 바라보고 가부장적 자본주의를 비판했다. 그는 처음 자취 시작 후 느낀 청소의 곤란함을 이야기하면서 “이건 물론 가사노동의 어려움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지만, 내가 이 경험에서 느낀 바는 이제까지 저를 돌봐주신 어머니에 대한 감사 같은 것보다 더욱 나아간다”며 “이것은 이제까지 가부장제와 자본주의가 가정 내의 여성에게 사회의 한 기능을 전적으로 할당하고 은폐했다는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어서 “나는 나 혼자서 더러운 집에 살면 그만이다. 하지만 가정이 있는 여성 임금노동자분들은 어떠한가. 맞벌이 부부의 경우에도 여성은 통계적으로 더욱 많은 가사노동을 책임진다”고 말했다. 또한 “근대 자본주의 사회는 남성 급여노동자와 여성 가사노동자의 역할을 나누고 고강도의 노동을 강요했다. 남성 급여노동자의 노동량이 많아지는 데 비례해서 가사노동은 전적으로 여성에게 할당되고, 그리하여 자본주의는 장기적인 노동력 생산과 생활 수준을 보장할 의무를 여성들에게 전가했다”고 말하는 한편, 현대에 와서는 이러한 역할 분담마저 무너지고 여성에게는 임금노동과 가사노동 두 가지 부담이 함께 씌워진다는 비판을 가했다. 그는 “가부장제와 자본주의는 여전히 여성의 모든 노동을 부정하기 위해 철저하게 결탁하고 있다. 가부장제는 여성의 임금노동을 일시적이고 부수적인 것으로 취급하고, 청소업 등의 분야를 비숙련 노동이라며 임금을 깎으면서 가정 내 가사노동까지 무급으로 부과한다”며 “충분한 급여를 받지 못하는 불안정한 노동은 자본주의적 논리를 통해 평가절하되어 여성의 사회적 활동을 위축시키고 여성을 다시 가정에 귀속시킨다. 가부장제와 자본주의는 서로가 서로에게 체제를 유지할 동력을 제공하는 공생 관계다. 우리는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모두에 맞서 착취의 결합을 깨트리고 각각을 깨부숴야 한다"고 말하면서 함께 여성파업에 나서야 함을 외쳤다. 이날 세종문화회관 앞 광장에는 결의에 찬 단단한 목소리들이 울려 퍼졌다. 이 목소리에 대한 메아리가, 2024년 3월 8일, 광장을 가득 채운 여성들의 함성으로 돌아오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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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투쟁] 질긴 우리가 끝내 승리한다! 세종호텔 투쟁승리 문화제11월 2일, 세종호텔 부당해고 행정1심 선고를 하루 앞두고 투쟁문화제가 열렸습니다. 세종호텔 정문 앞 인도로는 수많은 관광객이 지나가고, 차도에는 세종호텔 투숙객을 태운 셔틀버스가 정차합니다. 명동은 활기를 다시 찾았고 세종호텔도 코로나 이전보다 높은 수익을 갱신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시기 경영악화를 핑계로 노동자들을 내쫒은 세종호텔은 이런 사실에도 아랑곳않고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문화제가 끝날 무렵, 세종호텔 노동자들은 행정소송 결과가 어떻게 되든 모두가 자리를 지키고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결의를 밝혔습니다. 많은 복직투쟁이 기나긴 소송과 법적 다툼의 세월을 견뎌왔습니다. 복직투쟁의 승패를 끝내 결정한 것은 투쟁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계속된 노동자들의 투쟁이었습니다. 2일 문화제 역시 답답하고 편파적인 행정, 사법 절차에 기대는 대신, 투쟁을 통해 모두가 한날 한시에 현장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서로의 의지를 노동조합과 연대단위가 함께 확인하는 자리였습니다. 법과 제도는 여태껏 그것이 절실한 세종호텔 노동자가 아닌, 사학재단, 호텔, 유통업 등 온갖 분야의 기득권을 차지한 주명건의 손을 들어왔습니다. 지노위, 중노위의 외면, 중구청의 행정폭력을 견뎌온 세종호텔 노동자들은 이번 행정소송 이후로도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사회주의를향한전진도 세종호텔 노동자들의 복직투쟁에 끝까지 함께할 것입니다. 정리해고 철회하고 현장으로 돌아가자! 사진: 명숙, 김나혜, 최종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