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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여성뉴스 브리핑] “여성이 차별 없이 일하는 사회 만드는 것”이 진정한 저출생 해법1. “여성이 차별 없이 일하는 사회 만드는 것”이 진정한 저출생 해법 7월 23일 한국여성단체연합·한국여성연구소·한국여성학회가 공동주최한 ‘젠더 불평등과 저출생: 정부의 저출생 대응 담론과 정책 진단’ 토론회에서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여성 노동에 대한 차별부터 없애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이날 토론회에서 ‘성평등한 아동돌봄 정책: 여성도, 아동도 행복한 덴마크’를 주제로 발표에 나선 백경흔 이화여대 여성학과 강사는 노동시장에서의 여성의 불안정한 지위가 아이 돌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면서 현 정부의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특히 정부가 “시간제 보육이나 야간연장 보육 등 돌봄을 시간 단위로 쪼개 확장하고, 민간 시장에 의존한 돌봄 확충을 꾀하고 있다”며 “정작 아동이 부모의 안정적 돌봄을 받을 수 있는 중요한 조건인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논의는 빠졌다”고 지적했다. 백 강사는 한국과 달리 덴마크 여성들이 일․가정 양립을 실현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 주 37시간 근무 정착 ▲ 오후 4시 퇴근 ▲ 연간 5주 유급휴가 ▲ 5.8%에 불과한 성별 임금 격차(한국은 31.2%) 등 ‘일하기 좋은 환경’을 꼽았다. 흔히 ‘여성과 아동의 권리는 상충한다’는 통념이 우리 사회에 존재하지만, ‘일하기 좋은 환경’과 ‘질 좋은 공적 돌봄’을 두루 갖춘 사회에서라면 일하는 엄마와 자녀 모두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게 이번 발표의 요지다. <참조 기사> https://www.yna.co.kr/view/AKR20240723153600530?input=1195m 2. 서울시 이주 가사노동자 시범사업은 고소득층 전용 서비스? 서울시와 고용노동부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 신청 경쟁률이 열흘 만에 3대 1을 넘어섰다. 27일 서울시에 따르면, 사업 신청 가정은 시범기간 전체인 6개월 동안 가사관리사를 쓰겠다는 가정이 285곳(92.5%)으로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이용 시간은 4시간이 196가정(63.2%)으로 가장 많았다. 이번 사업 신청을 위해서 가입해야 하는 서비스 제공기관인 모바일 앱(대리주부, 돌봄플러스) 신규 회원 수도 26일 기준 2,000건을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모바일 앱 신규 가입자를 잠재적 신청자로 포함할 경우 이번 사업의 경쟁률은 벌써부터 6대 1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이번 시범사업에 대한 수요와 관심이 일정하게 확인되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일부 부유층 맞벌이 가구만을 위한 사업이 아니냐는 문제제기도 있다. 이미 온라인 맘까페 등에서는 “풀타임을 이용하면 200만 원이 넘게 드는데 감당할 수 있는 부모가 얼마나 될지 의문”, “출산 문제 해결될까, 원천적인 문제를 외면한 수박 겉핥기식 정책”이라는 등의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공공 돌봄을 위축시키고 시민들에게 돌봄의 책임을 전가하는 처사라는 비판도 거세다. 최희연 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는 지난 19일 열린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이 사업은 공식적으로 외국인을 차별대우하고 돌봄과 여성 노동의 가치를 폄하하며 개별 가정에 부담을 안기고, (정부가) 공적인 책임을 다하지 않겠다는 공공성 포기 선언”이라며 “돌봄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공공성을 확충하기 위한 정책을 고민해야 하는데 정부는 그 과정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을 값싸게 취급하며 외주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참조 기사> https://www.ekn.kr/web/view.php?key=20240725023452904 3. 신임 헌법재판관 후보 36명 중 여성은 단 4명 대법원이 7월 24일 홈페이지를 통해 오는 9월 퇴임하는 이은애 헌법재판관의 후임 재판관 후보자 36명을 공개했다. 후보자 36명은 법관 31명, 변호사 3명, 기관장 1명, 헌법재판소 소속 1명으로 구성됐다. 그런데 후보자 36명 중 여성은 총 4명(11.1%)에 그쳤다.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 추천위원회는 오는 25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후보자 36명에 대한 의견을 받는다. 추천위원회가 제출된 의견서를 바탕으로 재판관 적격 여부를 심사한 후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3배수 이상의 후보자를 추천하면 대법원장이 1명을 지명한다. 이후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윤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헌법재판관을 임명하게 된다. 2024년 7월 현재 이은애 헌법재판관을 포함한 총 8명의 헌법재판관 중 여성은 3명이다. <참조 기사> https://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50287 4. 파키스탄 여성 노동자,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려 최근 남호주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파키스탄에서 많은 여성 노동자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정서적 고갈과 불만족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키스탄은 젠더차별이 심각해 세계경제포럼(WEF)의 ‘세계성격차지수 2024년 보고서(Global Gender Gap Report 2024)’에서 146개국 중 145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2022년 세계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파키스탄의 노동력은 주로 남성(83%)으로 구성되며, 여성 노동 참여율은 2016년 24%에서 2022년 22%로 감소했다. 남호주대학교 연구진은 파키스탄의 교육과 보건 분야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 300여 명을 대상으로 직장에서의 성별에 따른 괴롭힘에 관한 설문조사와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 결과 여성 노동자는 일상적인 놀림, 모욕, 업무 배제, 저평가, 따돌림과 고립 등 언어적, 정서적, 사회적, 신체적, 성적 괴롭힘을 포함한 다양한 괴롭힘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참가자는 남성 동료가 여성 노동자에게 업무적으로 도전받을 때 “언어적 폭력이나 압력을 가해서 여성 노동자를 무너뜨리려 한다”고 말하며 직장 내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많은 여성 노동자가 가족 생계를 위해 괴롭힘과 학대를 견디고, 더 나은 성과를 내기 위해 더 많이 일하면서 스트레스와 정신 건강상 문제에 노출되고 있었다. 연구진은 성 불평등을 해소하고 여성 노동자를 괴롭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실질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코니 정(Connie Zheng) 부교수는 “여성 노동자가 직장에서 복종을 강요받았다는 게 분명했다”며 “조직적 책임과 여성 노동자에 대한 권한 부여, 직장의 사회적 지원 네트워크를 비롯한 안전한 공간 제공” 등을 과제로 제시했다. <참조 기사> https://www.news-medical.net/news/20240717/Workplace-bullying-drives-emotional-exhaustion-and-job-dissatisfaction-among-female-workers.aspx 5. 잉글랜드, 웨일즈 여성과 소녀에 대한 폭력(VAWG), ‘전염병 수준’ 영국경찰서장협의회가 보고서를 통해 잉글랜드와 웨일즈에서 지난 5년간 여성과 소녀에 대한 폭력(VAWG, Violence against Women and girls, 이하 VAWG)이 37% 증가(18/19년 조사 이후 23/24년 조사)했다며, VAWG 관련 범죄는 매일 약 2,959건 기록되며 이는 2022년 4월부터 2023년 3월까지 경찰이 기록한 범죄의 20%가량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성폭력, 가정 폭력, 스토킹, 아동 성적 학대 및 착취(CSAE), 온라인 및 기술 기반 VAWG 등의 5가지 고위험 위협으로 구분해 기록한 결과 ▲강간 및 심각한 성범죄 1만 3,135건 ▲가정 폭력 관련 범죄 4만 213건 ▲스토킹 및 괴롭힘 범죄 4만 36,196건 ▲2022년 8월부터 2023년 7월까지 10~17세 소녀를 대상으로 4만 1,540건의 CSAE 범죄가 발생했다고 보고했다. 더불어, 정확한 수치는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되나 매년 여성 12명 중 최소 1명(200만 명)이 VAWG의 피해자가 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르면 잉글랜드와 웨일즈의 성인 20명 중 1명 이상이 연간 VAWG의 가해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2023년 영국 내무부가 VAWG를 “공공 안전에 대한 국가적 위협”으로 분류하고 경찰은 이에 대해 테러에 상응하는 대응체계를 갖춰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많은 범죄가 신고되지 않고 있음을 감안하면 경찰이 접하는 사건은 빙산의 일각과 같은 추정치일 수밖에 없으며 형사 사법제도 내에서 해결해 나가고 VAWG에 대한 전체 시스템 접근 방식을 주도하기 위해 정부의 지원과 방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참조 기사> https://www.cnn.com/2024/07/23/uk/uk-police-violence-women-girls-epidemic-intl 6. 네타냐후, 팔레스타인에 연대하는 성소수자 조롱 7월 24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팔레스타인과 함께하는 성소수자들을 원색적으로 조롱하고 비난했다. 네타냐후는 “‘가자를 응원하는 게이들’이라고 쓴 것들을 들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며 “그들은 ‘케이에프시(KFC)를 응원하는 닭들’이라는 표지판을 들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네타냐후의 막말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란 정부가 동성애를 처벌하면서 팔레스타인을 지원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당신들은 이란에 유용한 공식 바보들”이라고 했다. 이러한 연설 시간을 비롯해 네타냐후가 워싱턴 D.C.에 도착한 이후부터 팔레스타인 집단학살에 반대하는 수천 명이 계속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의사당 근처에서 후추스프레이까지 사용하고 일부 사람들을 체포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유! 자유! 팔레스타인에 자유를!”, “네탸냐후는 숨을 수 없다. 집단학살을 저지르고 있다” 등을 외쳤다. 미국에서도 많은 성소수자가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아웃라이트 인터내셔널(Outright International)’과 ‘전국 성소수자 태스크포스(National LGBTQ Task Force)’는 공개적으로 이스라엘의 집단학살 중단을 요구한 단체 중 하나다. 액트 업(ACT UP), 오드레 로데 프로젝트(Audre Lorde Project), 노 프라이드 인 제노사이드(No Pride in Genocide)는 10월 7일부터 팔레스타인에 연대하는 시위를 조직해 왔다. https://www.washingtonblade.com/2024/07/24/netanyahu-mocks-gay-pro-palestinian-protes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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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대자보] 6호: 아리셀 참사, 이윤을 위한 노동자 학살을 끝내자아리셀 참사, 이윤을 위한 노동자 학살을 끝내자 참사는 우연히 발생하지 않는다 6월 24일, 화성 소재 리튬전지 공장 '아리셀'에서 발생한 화재참사로 노동자 23명이 숨졌다. 사망자 중 18명이 이주노동자다. 대다수가 인력파견업체 ‘메이셀’을 통해 투입된 노동자들이었다. 2008년 이천 냉동창고 참사,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 참사, 2020년 한익스프레스 참사, 2022년 여천NCC 참사에 이어 다시 발생한 이번 참사는 안전하게 일할 최소한의 권리조차 노동자에게 보장하지 않은 결과로 발생한 비극이다. 아리셀 공장에는 안전점검도, 안전관리자도, 안전교육도 없었다. 화재안전조사는 2022년 10월 17일이 마지막이었다. 노동자들은 최소한의 안전교육조차 받지 못했고, 작업장에 갇힌 채 뜨거운 불길 속에서 목숨을 잃었다. 참사 이틀 전에도 배터리 화재가 났지만, 아리셀 자본의 조치는 ‘입단속’이었다. 넘쳐나는 하도급 -비정규직과 이주노동자는 오늘도 죽는다 아리셀 자본이 어떤 안전조치도 없이 노동자를 투입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그럴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와 자본이 더 위험한 곳에, 더 값싸게 투입하고자 양산한 다단계 하청노동자들, 항의할 권리조차 없는 이주노동자들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노동자가 죽고 다쳐도, 진짜사장은 그 어떤 처벌도 받지 않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에게 최소한의 권리가 존재했다면, 사업주에게 왜 안전조치가 지켜지지 않는지 따질 수 있었다면 참사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넘쳐나는 하도급 속에, 오늘도 위험은 하청노동자들에게, 이주노동자들에게 전가된다. 더 많은 참사를 만들자는 윤석열 정부 “파견제도가 현실적으로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파견과 도급을 명확하게 구별하는 정부지침이 나가야 한다” - 참사 4일 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의 발언이다. 제조업 파견 금지로 자본가들에게 어려움이 많으니, 파견을 확대하자는 말이다. 넘쳐나는 다단계 하도급이 참사를 낳았는데, 노동부 장관은 하청노동자를 더 늘리자고 한다. “규제와 처벌만으로는 산업안전을 지킬 수 없다. 화학물질 특성에 맞는 소방기술을 개발하고 AI 등 과학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 7월 2일, 윤석열의 발언이다. 이 끔찍한 참사 앞에 대통령은 규제완화를 외친다. 참사 앞에 더 많은 비정규직 양산과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는 이 정부는 존재 자체가 재앙이다. 노동자의 연대로 위험의 외주화·위험의 이주화를 끝내자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조치가 있어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파견법을 철폐하고, 노조법 2·3조 개정으로 노동자가 진짜사장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한다.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추방을 멈춰야 한다.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박탈하는 고용허가제를 폐지하고, 최저임금 미적용 이주노동자 도입시도를 분쇄해야 한다. 추모와 투쟁의 물결이 확대되고 있다. 아리셀 참사의 진실을 알리고, 투쟁에 동참하자. 이윤을 위한 생산이 노동자를 죽였다. 2024년 7월 8일 사회주의를향한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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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여성뉴스 브리핑] 국회·정부 방치 속에서 벌어진 ‘36주 임신중지’ 유튜브 논란1. 국회·정부 방치 속에서 벌어진 ‘36주 임신중지’ 유튜브 논란 임신 36주째에 임신중지 수술을 했다는 경험담을 담은 유튜브 영상이 논란을 빚자 보건복지부가 경찰에 살인죄 혐의로 수사를 의뢰했다. 여성단체와 전문가들은 2019년 낙태죄 헌법 불합치 판결 이후 후속 입법 미비로 초래된 법적 공백 상태를 해소하는 등 보완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2019년 4월) 이후 5년, 형법상 낙태죄 조항 폐지(2021년 1월) 이후 3년 반이 흘렀지만, 그동안 보건복지부는 바뀐 법체계에 맞게 의료체계를 손질할 의무를 사실상 방기해 왔다. 그러면서 유독 이번 사태에만 발 빠르게 나선 것은 주무부처로서 심각한 책임회피 및 전가 행위라는 게 여성단체들의 지적이다. 지난 17일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민우회 등 10개 여성단체는 공동성명을 내고 “임신중지에 살인죄를 의뢰한 보건복지부를 규탄한다”며 “복지부는 수사 의뢰를 철회하고 명확한 보건의료 가이드와 포괄적 상담, 지원 연계 체계를 구축하라”고 촉구했다. 전문가들도 낙태죄 폐지 이후에도 계속되는 권리의 공백에 대해 한목소리로 우려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은 “정부와 국회가 저출산 논의에만 집중하면서 임신중지에 대한 논의는 제대로 하지 않고 방치했다”며 “아이를 낳을 여건이 되지 않거나 원치 않는 경우, 임신 초기에 중지를 선택할 수 있게 제반 시스템에 대한 논의도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나영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셰어 대표는 “의료체계가 임신중지 가능 여부 판단만 할 게 아니라 여성이 양육을 할 수 있도록 상담·지원을 연계하는 역할까지 포함해 제도가 설계돼야 한다”며 “처벌에만 집중하면 보건의료적으로는 더 후퇴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참조 기사>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7151759001 https://www.sedaily.com/NewsView/2DBSEPT10Z https://socialism.jinbo.net/bbs/board.php?bo_table=news&wr_id=898&sfl=wr_subject%7C%7Cwr_content%7C%7Cwr_name&stx=%EC%82%B4%EC%9D%B8%EC%A3%84&sop=and&page=1 2. ‘실업급여 반복 제한’ 재추진 나선 정부 고용노동부가 실업급여 반복 수급자의 급여를 삭감하는 내용이 담긴 고용보험법 개정을 재추진한다고 발표했다. 노동계는 지속해서 청년·취약 계층 노동자들의 생계를 위협한다는 이유로 개정을 비판해 왔는데, 올해도 이와 관련한 노·정 갈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16일 국무회의에서 지난 21대 국회 임기만료로 자동폐기된 고용보험법 개정안 등 22대 국회에서 재추진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법안들을 심의·의결했다. 고용보험법의 경우 2021년 11월 정부 제출안과 같은 내용으로 실업급여 반복 수급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따르면 5년간 3회 이상 구직급여를 지급받은 이들에 대해 수급 3회 차 10%, 4회 차 25%, 5회 차 40%, 6회 차 이상 50% 등 최대 50%까지 수급액을 깎는 것이 가능해진다. 수급 대기 기간도 기존 7일에서 최대 4주까지 연장할 수 있게 된다. 앞서 지난해 7월 당정이 실업급여 하한액(최저임금 80%)의 폐지 혹은 인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여성·청년들을 겨냥해 “실업급여를 받으면서 해외여행을 가거나 샤넬 선글라스를 산다”는 고용노동부 소속 직원의 발언은 커다란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여성과 청년을 노동권의 주체로 인정하지 않고, 일할 의지가 없거나 일을 쉬어도 생계에 지장이 없는 사람, 심지어 지나친 소비를 하는 이들이라는 편견을 정부가 앞장서 확산시켰기 때문이다. 당시 실업급여 개편 추진이 도마 위에 오르자, 정부는 우려되는 내용들은 잘 알고 있다며 다양한 의견을 들어 합리적인 개선방안을 만들도록 하겠다며 한발 물러났다. 이후 올해 들어 다시 한번 개정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이다. 이에 민주노총 청년위원회는 “청년 10명 중 4명은 평균 1년이 안 돼 실업 상태에 놓인다”며 “실업급여를 반복 수급할 수밖에 없는 사회를 만들고선 반복 수급자를 부정수급자로 치부하는 정부를 규탄한다”고 개정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참조 기사> https://www.n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7664 3. 가족 빨래까지?···필리핀 가사노동자, ‘과도한 업무’ 내몰릴 가능성 높아 (사진: 매일노동뉴스) 오는 9월부터 서울 지역에서 시범사업으로 일하게 되는 ‘필리핀 가사노동자’들이 사전 지정된 돌봄노동 외에 동거가족을 위한 가사노동까지 떠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박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개한 고용노동부와 필리핀 이주노동부의 ‘가사관리사 채용 시범사업 실행 가이드라인’은 “관리사의 직무에 필수적이고 바람직한 다른 업무를 도울 수 있다”며 “사전에 승인한 직무설명서에 명시된 업무를 넘지 않는 한 동거가족을 위해 부수적이며 가벼운 가사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필리핀 가사노동자의 업무 영역은 시범사업 준비 단계에서부터 논란이 돼 왔다. 한국 정부는 가사관리사가 아이돌봄과 가사를 함께 수행하기를 요구했고, 필리핀 정부는 ‘아이돌봄 외의 업무는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으면서 협상이 지연되기도 했다. 필리핀 4개 노총도 지난달 민주노총과 낸 성명에서 “돌봄과 가사에 요구되는 직무능력은 엄연히 다르다”며 “시범사업이 포괄하는 직무를 돌봄만으로 분명하게 규정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양국 협상 과정에서 가사노동에 대해서는 일부 열어두는 쪽으로 의견이 조율됐다. 한편 국제노동기구(ILO)가 2023년 동남아시아에서 일하는 가사 분야 이주노동자 1,2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보면, 싱가포르에서 일하는 가사 이주노동자 90%가 자신이 동의하지 않은 ‘비자발적 노동(involuntary work)’을 겪었다. 이에 추상적인 규정 탓에 한국에 온 필리핀 이주노동자들이 원치 않는 가사노동을 무방비로 떠안게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진 것이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 “취약한 위치의 이주노동자에게 부당하게 노동이 강요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직무를 상세하게 규정해야 한다”며 “개별 가정에서 여성 이주노동자 혼자 노동을 수행해야 하는 만큼 더 세심한 (인권 보호)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참조 기사> https://n.news.naver.com/article/032/0003308800?sid=102 4. 대법원, 동성 부부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인정 7월 18일과 19일 한국 사법부에서 성소수자의 권리가 진일보한 판결이 잇따라 내려졌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7월 18일 사실혼관계에 있는 성소수자 부부 소성욱 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료 부과 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동성혼이 법제화되지 않은 한국 상황에서 대법원이 동성 커플의 제도상 권리를 확정한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소성욱 씨가 건보 직장가입자인 김용민 씨의 피부양자로 등록된 사실이 2020년 《한겨레21》을 통해 알려지자, 건보공단은 그의 피부양자 자격을 박탈했다. 이번 판결은 그로부터 약 4년 만에 나온 판결이다. 부부는 기쁨을 감추지 못한 채 “사랑이 이겼다”고 외쳤다. 김용민 씨의 배우자 소성욱 씨는 “오늘의 기쁜 소식은 비단 우리 부부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함께 살고 있는 성소수자들, 평등을 바라는 시민들이 함께 기뻐하고 같이 웃을 수 있는 소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소식이 징검다리가 되어서 성소수자도 혼인제도를 평등하게 이용할 수 있는 사회가 실현되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19일에는 수원지법 안양지원 민사11부가 성소수자를 축복한 감리교회 이동환 목사에 대한 출교 처분 효력을 정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성소수자 환대목회로 재판받는 이동환 목사 공동대책위원회’는 이날 가처분 인용에 대해 입장을 내고 “이번 판결로 이동환 목사를 향한 감리회의 재판은 절차뿐 아니라 내용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었음이 명확하게 드러났다”며 “감리회는 이번 판결의 의미를 무겁게 받아들여 그간 행한 억지주장과 부당한 징계를 인정하고 출교 처분을 스스로 철회하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참조 기사> https://www.hani.co.kr/arti/society/women/1149739.html https://m.khan.co.kr/culture/religion/article/202407190943001#c2b 5. 인도, 처참한 가사노동의 현실 인도에서 17살 난 우미르 토프나가 취업소개소에 의해 일방적으로 입주 가사노동을 할 집이 변경된 후 2년간 임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한 채 하루 18시간 육아와 각종 집안일에 시달렸다. 고된 노동뿐 아니라 고용주가 휘두르는 크리켓 방망이에 맞고 가위에 목을 찔리는 등 신체적, 언어적 폭력에도 시달렸다. 겨우 보호소로 피신하고 가사노동자권리연대노조의 도움으로 소송했지만, 장기전을 감당할 수 없어 합의할 수밖에 없었다. 우미르의 이야기는 ‘가사도우미’로 일하는 수많은 이주 여성 가사노동자의 일반적인 모습이다. 가사노동자는 국가와 고용주, 사회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종종 차별, 인권유린, 성희롱, 폭력에도 직면한다. 이주노동자와 입주방식의 가사노동자는 인신매매의 위험에 처하기도 한다, 연간 400만 명의 가사노동자가 생산적 노동자로 기여하지만, 제대로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채 노동법과 국제협약, 다양한 제도로부터 소외당하고 있다. 원인은 가사노동이 임시적 고용주와 피고용인의 관계, 관계의 개별화, 가정이라는 사적 공간, 불안정한 고용조건과 가변적이고 포괄적인 노동, 근로계약부터 노동시간·업무·휴가 등 구조화되지 않은 노동체계, 법과 제도의 부재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이해관계자는 고용주, 노동자, 정부 외에 눈에 보이지 않지만 가사노동착취에 큰 영향력을 끼치는 취업소개소도 존재한다. 일을 찾는 노동자에게 해악을 끼치는 중간자본을 정부는 규제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여성의 가사돌봄노동에 대한 정치적 이해와 이 노동을 ‘무급노동’으로 보고 가사노동을 가장 하위에 있는 노동으로 간주하는 성차별적 관점도 원인으로 작동한다. 2011년 국제노동기구(ILO)는 제189조 가사노동자협약을 통과시켰고 현재까지 18개국이 비준했다. 인도는 아직 비준하지 않았다. 하지만 노동조합과 여러 단위의 노력으로 마하라슈트라주에서는 가사노동자를 공식 노동자로 인정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정부가 이미 존재하는 노동법 적용과 확대, 국제협약 비준 등에 나서야 어린 여성과 가사노동자에 대한 노예노동을 막을 수 있다. <참조 기사> https://www.deccanherald.com/india/undefined-roles-dire-realities-of-domestic-work-3104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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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에도 현장은 찜통” 쿠팡물류센터지회 정성용 지회장 인터뷰지난 7월 18일(목), 쿠팡 고양물류센터 앞에서 온도감시단 출장소를 차리고 선전전을 진행하던 쿠팡물류센터지회 정성용 지회장과 이창율 대구분회장을 만났다.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와중에도 두 사람은 ‘휴게시간’과 ‘냉난방장치’ ‘8월 1일 하루파업’ ‘체감온도’ ‘고용노동부 가이드라인’ 같은 단어가 적힌 피켓을 들고 점심시간에 오가는 노동자들을 향해 쿠팡의 ‘아이스크림 차별’을 이야기했다. 정성용 지회장으로부터 현장상황과 올해 노동조합의 투쟁계획에 대해 들었다. Q: 고양센터 3층, 3.5층을 비롯해 여러 센터에 에어컨이 생겼다고 하는데, 작년부터 노동조합이 온도감시단 활동을 하며 투쟁을 이어온 성과인 것 같다.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변화된 것에 어떤 것이 있는지 궁금하다. 정성용: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쿠팡물류센터지회의 제일 중요한 요구는 폭염대책과 관련된 요구다. 작년에 ▲휴게시간 보장, ▲냉난방장치 설치를 얘기했었다. 올해 투쟁의 성과로 현장이 좀 바뀌었다. 일단 에어컨이 여러 군데 설치됐다. 작년에 제일 뜨겁게 투쟁했던 인천 4센터, 인천 14센터에 에어컨이 설치됐다. 대구 2센터에도 설치됐다. 시흥에도 에어컨이 설치됐단 제보가 있는데 아직 직접 확인은 못 했다. 아무튼 이렇게 에어컨이 여러 곳에 설치되었다는 걸 확인하고 있고, 이 에어컨은 휴게실이 아니라, 예전에 쿠팡이 ‘물류센터 구조 상 절대 안 된다’고 했던 일하는 공간에 설치된 것이다. 물류센터 안에서도 특정 공간에만, 예컨대 인천 같은 경우는 다섯 개의 층 중에 한 층에만 설치된 거라 한계는 있지만, 그리고 비록 80여개 쿠팡 물류센터 전체에 비하면 적은 숫자이지만, 작년에 이미 설치됐던 동탄센터와 고양센터의 에어컨까지 더하면 여러 센터에 에어컨이 설치되는 성과가 있었다. 또 올해 회사가 냉방대책으로 마련한 것 중 하나가 열피난처이다. 우리가 이전부터 요구해온 것이다. 물류센터 대부분 현장 안에 휴게실이 없다. 그래서 휴게실을 만들고, 그 안에 에어컨을 설치하라는 것이다. 적어도 그 작은 휴게실 안이라도 좀 시원하게 해서, 일하다가 중간에 들어가 열기를 식힐 수 있게 하자는 게 열피난처의 의미다. 올해 우리가 파악할 수 있는 한에서 적어도 10개 이상의 물류센터에 열피난처가 설치됐다. 물론 열피난처는 한계가 있다. 많은 경우 공식적인 휴게시간이 없다보니 거기 들어가 쉬는 게 눈치가 엄청 보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심지어 그 열피난처를 비닐로 만들어놨다. 그래서 바깥에서 안에 누가 쉬고있는지 다 보인다. 쉬는 사람은 바깥 눈치를 안 볼 수가 없다. 안 그래도 바쁜 마감시간인데, 누군가 들어와 쉬고 있으면 관리자는 말할 것도 없고 노동자들끼리도 약간 눈치를 주게 된다. 이런 한계가 있고, 또 최근엔 관리자가 열피난처에서 쉬는 노동자에게 ‘왜 쉬고 있냐’라는 식의 지적을 했다는 제보가 들어와 그에 대해 사측에게 “휴게시간이 없는데 열피난처 만들면 뭐하냐” 항의했다. 휴게시간을 보장하고, 열피난처에서 쉬는 사람들을 건드릴 수 없게 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이곳은 말 그대로 ‘피난처’이기에, 더워서 쓰러질 것 같은 사람들이 열을 식혀서 온열질환을 피하자는 취지에서 만든 것이다. 그 취지에 맞게 운영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아무튼 부족하지만 에어컨이 설치된 것, 열피난처가 생긴 것이 올해 생긴 변화로 파악하고 있다. Q: 분명 의미있는 성과다. 하지만 여전히 냉난방장치가 모든 곳에 설치돼있지는 않고, 휴게시간도 부족한 것 같다. 올해 노동조합의 주요 요구는 무엇인가? 정성용: 올해에는 이런 성과도 반영하고, 한계를 극복하는 게 노동조합의 과제이고 역할이다. 그래서 두 가지 요구를 핵심적으로 걸고 있다. 적어도 폭염시기인 6~8월 동안에, (물론 가능하면 더 길게 보장되는 게 맞지만) 2시간마다 20분의 휴게시간을 공식화하라는 것이 첫 번째 요구다. 공식적인 휴게시간이 보장되면 열피난처를 둘러싼 통제 문제도 줄어들 수 있다. 두 번째는 모든 센터와 모든 층에 에어컨을 설치하라는 것이다. 예컨대 인천 4센터는 1층에 에어컨이 설치돼있다. 그런데 여기가 제일 더운 곳이 아니다. 회사는 설치의 편리성 등을 고려해 1층에 우선 설치한 것 같은데, 물론 이 자체로 성과지만, 사실 제일 더운 곳은 꼭대기인 4층과, 메자닌(복층) 구조가 있는 3.5층이다. 제일 더운 이곳에 대한 대책은 전혀 마련하고 있지 않다. 이렇게 ▲폭염시기 2시간마다 20분 휴게시간 보장 ▲모든 센터 모든 층에 에어컨 설치를 요구하며 올해에도 온도감시단 활동과 더불어 8월 1일 하루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Q. 온도감시단과 하루파업에 대한 현장의 반응은 어떠한가? 정성용: 작년 온도감시단 활동은 인천 4센터 앞에서만 진행했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조합원이 있는 센터가 작년만 해도 10개 정도 됐는데, 준비가 늦고 처음 해보는 거라 인천 4센터에서만 진행했었다. 올해에는 조합원들이 있는 모든 센터에서 온도감시단 활동과 하루파업 홍보를 진행해보는 게 목표다. 그래서 돌아가며 총 8개 센터에서 온도감시단 출장소를 설치하려 한다. 8월 1일 전에는 지난주에 대구, 이번주에 고양, 다음주에 동탄, 그리고 8월 1일 직전에는 작년에 설치했던 인천 4센터에서 일주일씩 온도감시단 출장소를 진행할 계획이다. 작년 온습도 측정결과를 보면 현장은 9월 중순까지 덥다. 회사도 9월 중순까지 얼음물을 제공한다. 그래서 우리도 8월 1일 하루파업 이후에도 계속 온도감시단 활동을 이어간다. 8월에는 신규분회가 설립된 여주, 4개의 물류센터가 모여있는 창원, 안성 4센터, 안성 5센터에서 출장소 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Q: 아까 선전전 때 들었는데, 고양센터에서 아이스크림을 가지고도 차별을 한다고 들었다. 무슨 얘기인가? 정성용: 쿠팡물류센터가 워낙 큰 현장이고, 그 안의 고용구조도 다양하다. 일부 관리자들만 정규직으로 고용이 돼있고,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계약직, 일용직 노동자다. 이런 조건에서 일용직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이 다양하게 발생한다. ‘쿠팡풀필먼트서비스’가 물류센터 노동자를 고용하는 쿠팡의 자회사다. 그런데 여기에도 고용되지 않은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있다. 식당노동자들, 파지노동자들(물류작업에서 나오는 박스를 처리하는 일), 청소노동자들, 보안노동자들(쿠팡이 휴대폰 반입을 다 금지시키려다 보니 보안게이트가 많이 설치돼있고 그만큼 보안노동자가 많다), 시설관리노동자들(레일을 수리하거나 전기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모두 다 협력업체에 외주화돼 있다. 이 노동자들도 물류노동자와 마찬가지로 똑같이 푹푹 찌는 무더운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이다. 쿠팡은 얼음물과 아이스크림을 쿠팡풀필먼트서비스 소속 계약직과 일용직에게 모두 제공한다. 그런데 협력업체 노동자들에겐 이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정책이 고양센터에서 시행되고 있어서, 모든 쿠팡노동자들의 대표로서 우리는 이에 대해 항의하고 시정을 요구하고 있다. 어제 출장소 활동을 하며 선전물을 나눠드렸는데, 그 선전물을 보고 이런 내용을 현장에서 제보해주셨다. (현장의 아이스크림 냉동고에 '쿠팡풀필먼트서비스 임직원 외 취식 금지' 문구가 적혀있다. 사진=쿠팡물류센터지회 제공) Q. 지금은 장마기간인데, 장마철에 현장은 어떤가? 그리고 장마가 끝나면 본격적인 무더위가 올 텐데 그 때 특히 일하는 게 더욱 힘들 것 같다. 정성용: 일단 장마철에도 현장은 찜통이다. 무엇보다 습도 문제가 엄청 커진다. 밖이 워낙 습하다보니 현장 내부도 습해진다. 어떤 물류센터는 심지어 물도 샌다. 물류센터는 기본적으로 환기가 잘 안 되는 구조다. 더군다나 메자닌(복층) 구조를 다각도로 설치해놓아서 환기가 더 안 된다. 그래서 습도는 올라가는데 열은 빠지지 않으면서, 오늘도 인천 4센터의 체감온도는 33도를 넘었다. 바깥 기온은 장마로 인해 20도 가까이로 떨어졌지만, 현장은 지금도 무더위 시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더군다나 비가 들이칠 때는 상품이 젖는다고 안 그래도 적은 창문까지 다 닫아버린다. 환기가 더 안 되면서 현장은 더 찜통 같은 공간이 된다. 고용노동부 고양지청장과 어제 면담을 하면서도 “(무더위 시기만이 아니라) 지금도 가봐야 한다”고 요구했다.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찾아올 때 기온이 과연 몇 도까지 올라갈지 걱정된다. 작년에 고양센터에서는 40도까지 찍었다. 대구센터는 장마철인 지난 주에 갔을 때도 체감온도가 이미 35도를 넘었다. 회사도 공식적으로 이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고 휴게시간을 약간 부여했다. 8월이 되면 얼마나 더 더울지 감이 안 잡힌다. 그래서 그럴 때 고용노동부가 직접 현장을 방문하게 해서, 찜통 같은 현장을 피부로 느껴보고, 고용노동부 가이드라인대로 휴게시간을 제공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체감온도 33도 이상일 때 매 시간 10분, 체감온도 35도 이상일 때 매 시간 15분의 휴게시간을 부여하라는 것이 고용노동부 가이드라인이다. 그러니 고용노동부가 체감온도만 측정하고 땡치는 게 아니라, 고용노동부 가이드라인을 쿠팡이 왜 지키지 않고 있는지를 감독해야 한다. 작년 같은 경우 쿠팡은 체감온도 33도일 때 하루에 15분, 또는 하루에 20분, 이런 식으로 휴게시간을 부여했다. 너무 부족하다. 그런데 올해 보니 그 15분, 20분의 휴게시간도 쪼개기 시작했다. 10분씩 두 번 쉬게 하는 등으로 말이다. 이런 방식은 물류센터 현장에는 안 맞다. 휴게실까지 갔다 오는 데만 10분 정도 걸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장노동자들은 쉬는 시간이 10분밖에 없으면 나가지 않는다. 그냥 찜통 같은 현장에서 선풍기 바람 쐬며, ‘일을 안 하는 게 쉬는 거지’라고 체념하며 그 자리에서 쉬고 있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2시간마다 20분 정도의 휴게시간은 제공돼야 제대로 휴게실에 가서 찬바람 쐬고 올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고, 이를 요구하고 있다. Q. 얼마 전 전국결집 불안정노동위원회에서 ‘쿠팡에 작업중지권이 필요하다’는 논평을 낸 것을 봤다. 쿠팡 카플렉서로 일하던 분이 폭우 속에 배송을 하다 사망한 뒤 나온 논평이다. 이런 배송기사들이 오늘 같은 폭우에는 작업을 하지 않을 수 있는 작업중지권이 필요해보인다. 한편 얼마 전 고 장덕준 노동자의 죽음에 대해 쿠팡 사측이 골프를 쳐도 그만큼은 걷는다고 해 분노를 자아냈다. CCTV화면을 보면 가슴을 움켜잡고 움직이지 못하는 장면이 나온다. 배송기사만이 아니라 물류센터 노동자에게도 작업중지권이 필요한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하시나? 정성용: 결국 로켓배송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보고 있다. 죽었다 깨어나도 로켓배송을 실현해야 한다는 게 쿠팡의 철학이자 원칙이다. 로켓배송의 시작점은 물류센터고, 캠프를 거쳐 택배노동자들이 집까지 가는 이 연결고리가 언제나 돌아가야 한다는 거다. 무리하게 하루만에 배송을 실현시키려다 보니까 각각의 과정에서 노동자들에 대한 강압적인 조치들,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모습이 나타난다. 작업중지권이 보장돼야 하는 심각한 상황 속에서도 노동자들은 그러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결국 자기도 모르게 과로를 하게 돼서 과로사로 돌아가시는 故 정슬기님도 있었고, 지난주에 폭우가 쏟아지고 하천이 넘쳐흐르는데도 배송을 하시다가 안타깝게 돌아가신 경산 카플렉서 쿠팡노동자도 있었다. 물류센터도 배송기사와 마찬가지다. 물건이 화물차로 나가는 것이 ‘마감’인데, ‘죽었다 깨도’ 마감은 쳐야 한다. 그러다보니 노동자들이 막판에 엄청 쪼이고 무리해서 일을 하게 된다. 그러다 산재사고가 발생하고, 폭염시기에 무리하다 쓰러져서 앰뷸런스에 실려간다. 얼마 전 故 장덕준님 영상에도 뛰어다니는 모습이 나왔다. 아니 왜 일을 하는데 뛰어다녀야 하나? 쿠팡은 로켓배송을 실현하고 싶고, 하지만 그 과정에서 비용은 최소화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노동자들을 최소한으로 고용한다. 그러니 노동강도는 올라가고, 과로사와 산재사고로 이어진다. 그래서 근본적으로 로켓배송의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인력을 확충해 노동강도를 낮춰야 하고, 또 자연재해나 각종 문제로 인해 실제로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지 않을 때 노동자가 작업중지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아직 쿠팡물류센터에서 작업중지권은 꿈도 꿀 수 없는 얘기이긴 하다. 레일에 보면 비상정지 스위치가 있다. 그런데 늘 우리는 “이건 절대로 누르면 안 된다”고 교육받는다. 물류센터 노동자에게 작업중지권은 아직 요원한 얘기인 것 같고, 투쟁으로 쟁취해야 할 권리인 것 같다. – 정성용: 올해엔 쿠팡 블랙리스트가 MBC뉴스데스크 보도를 통해 알려졌고, 또 쿠팡의 노동환경 문제도 널리 알려졌다. 그런데 벌써 많이 묻힌 상황이다. 쿠팡은 블랙리스트가 ‘인사평가 자료’라며 퉁치려 하고, 사회적으로는 “그거 모르고 쿠팡물류센터 다녔냐”라는 식으로, ‘회사가 그렇게 하는 건 당연하지’라는 식의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블랙리스트 문제는 정말 심각한 법 위반 문제다. 노조활동을 방해하고, 개인의 취업도 방해하고, 여러 가지 권리도 제한하는 자유로운 해고의 과정이다. 그러나 사회적으로는 그 심각성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던 것 같다. 오히려 블랙리스트 제보자들이 압수수색을 당했고, 쿠팡은 면피하려는 상황이다. 이 와중에 과로사와 산재사고 등 쿠팡의 노동현실을 드러내주는 여러 사건이 발생했다. 그런데 쿠팡은 이것 또한 물타기하고 묻으려 했다. 폭염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도 변호사들을 고용하고 자신들이 장악한 언론을 이용해 다 묻으려고 할 거 같은데, 쿠팡의 현실이 잘 알려진 상황에서 이 현실을 바꿔내지 않으면 또 이전으로 돌아갈까봐 걱정이 많이 된다. 그래서 지금 8월 1일 하루파업도 준비하고 출장소도 운영하고 있다. 이 힘이 일시적인 힘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로켓배송으로 인한 과로사, 노동강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인권이 존중되지 않는 현장을 바꿀 수 있으면 좋겠다. 쿠팡물류센터 노동자들의 힘만으로는 아직 좀 부족한 것 같다. 워낙 쿠팡이 노동현장을 분절화시키고 불안정하게 만들어서 뭉치기 어렵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사회적 관심과 힘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게끔 잘 싸워보자는 고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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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총선은 과연 극우파를 성공적으로 저지했는가?6월 14일 신인민전선 선거강령 발표 사진: AFP 2차 대전 이후 최초로 극우파 정부가 출현할 가능성 때문에 세계적인 주목을 끌었던 프랑스 총선이 7월 7일 예상 밖 결과와 함께 끝났다. 1차 투표에서 33.2%를 득표하며 1위를 했던 극우파 ‘국민연합’(RN)은 143석을 차지하며 3위로 밀려났다. 마크롱 대통령이 속한 중도우파 ‘앙상블’은 1차 투표 3위(21.3%)라는 부진을 딛고 163석으로 2위로 올라섰다. ‘불복프랑스’(LFI)·사회당·공화당·녹색당을 중심으로 결성된 신생 좌파연합 ‘신인민전선’(NPF)은 1차 투표에서 2위(28.2%)로 선전한 여세를 몰아 182석으로 깜짝 1위를 차지했다. 이번 선거는 투표율이 1차(66.7%)와 2차(67.1%) 모두 1997년 총선 이후 최고를 기록할 만큼 프랑스 국내에서도 뜨거운 관심 속에 치러졌다. 2022년 총선에 비하면 20% 가량 투표율이 치솟았다. 관심의 초점은 역시 거침없는 상승세를 보여 온 극우파 국민연합의 집권 여부였다. 2007년 총선 때만 해도 4.3%에 불과했던 극우파의 득표율이 2022년 총선 때 18.7%로 늘어났다가 올해 6월 초 유럽의회 선거에서 31.4%로 폭증했기 때문이다. 2위를 한 마크롱 세력(14.6%)과 16.8%나 차이가 나면서 선거 결과는 더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유럽의회 선거 결과가 나오던 6월 9일 밤, 프랑스 대통령 마크롱은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이라는 승부수를 꺼내 들었다. 한편으로 극우파의 기세가 탄력을 받은 상황에서 다음 총선까지 3년 동안 소수파 정부를 끌고 가는 데 대한 부담 때문이었다면, 다른 한편으로 극우파의 집권을 경계하는 표가 결집함으로써 자신의 당이 2022년 총선의 부진을 딛고 다시 과반수를 획득할 수도 있으리라는 계산에서였다. 극우파의 집권 실패와 신인민전선의 ‘성공’ 마크롱이 그런 도박을 할 수 있었던 중요한 전제는 2022년 총선 때 결성됐던 좌파 선거연합 ‘사회생태신인민연합’(NUPES)이 붕괴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끊임없는 내부 분란으로 시달리던 사회생태신인민연합은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공격과 이스라엘의 가자 침공 이후 내부 이견이 첨예화하면서 끝내 붕괴했다. 하마스의 공격을 “테러리스트 공격”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사회당의 주장을 불복프랑스가 반대하자 사회당이 전격 철수했던 것이다. 그런데 마크롱이 조기 총선을 발표하고 불과 5일 만인 6월 14일 불복프랑스·사회당·녹색당·공산당은 새 선거연합 ‘신인민전선’의 결성을 선언하면서 공동 강령을 발표했다. 사회경제 분야에서는 급진좌파 불복프랑스의 입장을 골격으로 해서 △2023년 연금개악 취소 및 퇴직 연령을 64세에서 60세로 하향 △세후 최저임금을 월 1,600유로(약 230만원)로 14% 인상 △생필품과 에너지 가격 동결 △임금과 연금의 물가연동제 △(2017년 마크롱 정부가 폐지한) 부유세 재도입 △과도한 이윤에 대한 새로운 세금 도입 △의회 투표를 생략할 수 있는 정부의 긴급명령 입법권을 헌법에서 삭제 등의 공동 강령이 만들어졌다. 반면 대외정책 분야에서는 사회당의 입장을 골격으로 해서 △러시아에 맞서 NATO 협력을 유지하며 우크라이나 계속 지원 △우크라이나에 프랑스의 직접적인 군사개입 반대 △두 국가 해법을 전제로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 △이스라엘에 무기수출 중단 △10·7 하마스 공격을 ‘테러주의 학살’로 규정 △이스라엘과 하마스 지도부에 대한 국제형사재판소 체포영장 지지 등의 공동 강령이 만들어졌다. 또한 극우파 국민연합이 이민자 수의 대폭 축소를 핵심 공약으로 내거는 데 맞서 △2023년 마크롱 정부가 개악한 이민법 취소 △망명 절차를 더 관대하고 매끄럽게 하는 이민법 개정 등을 내걸었다. 결과적으로 신인민전선은 결성 23일 만에 극우파의 집권을 저지하고 최다 의석을 차지하면서 일정한 ‘정치적 성공’을 거두었다. 그런데 신인민전선의 성공은 극우파의 집권 가능성에 맞서 신인민전선을 열렬히 지지한 노동자대중에게도 역시 성공을 뜻할까? 신인민전선의 모델 - 1936년 프랑스 인민전선 극우파의 집권을 막겠다고 결성된 신인민전선이 모델로 한 것은, 그 이름에서 바로 드러나듯이 1936년의 프랑스 인민전선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프랑스 인민전선이 처음에는 파시즘에 맞서 그럴 듯하게 출발했지만 결국에는 파시즘에게 스스로 굴복했다는 명백한 역사적 사실이 있는데도 신인민전선이 이를 모델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1933년 독일에서 히틀러의 나치당이 집권한 이후 이웃 나라 프랑스에서도 나치당과 비슷한 파시즘 세력이 거침없이 준동했다. 독일 노동자계급이 파시즘에게 패배한 핵심 이유가 공산당과 사회당의 분열에 있다고 본 프랑스 노동자대중은 파시즘에 맞선 공산당과 사회당의 단결을 아래로부터 추동해 냈다. 1935년 정치적 단결을 실현해 낸 프랑스 노동자계급이 파시즘 세력을 거리에서 육탄전을 펼쳐가며 분쇄해 냈을 때, 노동자대중의 자신감은 하늘 높이 솟구쳤다. 그런 상황에서 공산당과 사회당이 1936년 총선을 앞두고 자본가정당인 급진당을 끌어들여 인민전선을 결성했다. 57.8%를 득표하며 610석 가운데 386석(63.3%)을 차지한 인민전선의 총선 승리는 파시즘을 확실히 제압한 것처럼 보였다. 총선 직후 노동자들은 수백만 명이 참여하는 거대한 공장점거 총파업을 일으켰다. 10일 이상 프랑스를 완전히 마비시킨 총파업을 중단시키기 위해 자본가들은 (1930년대 대공황 상황임에도) △집단교섭권과 파업권의 보편적 인정 △주 48시간 임금을 지급하며 주 40시간으로 노동시간 단축 △2주간의 유급 여름휴가 등 상당한 양보를 제시했다. 1936년 총파업에 나선 르노 노동자들. '바캉스'라는 말은 프랑스 노동자들이 총파업으로 얻어낸 2주 유급휴가에서 비롯되었다 그런데 노동자들이 더욱 근본적인 변화를 향해 전진할 수도 있었을 그 상황에서, 노동자들을 설득하여 이 총파업을 중단시킨 것은 바로 인민전선이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당시 노동자들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갖고 있던 공산당이 급진당의 인민전선 이탈을 막기 위해 노동자들에게 총파업을 중단하도록 설득하여 관철시킨 것이었다. 파시즘을 막아내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자신들의 총파업이 아니라 인민전선 정부라는 잘못된 믿음 때문에 노동자들은 물러섰다. 그러나 인민전선은 세상을 바꾸는 길과는 반대로 갔다. 바로 옆 나라 스페인에서 비슷한 성격의 인민전선 정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파시즘 군부에 맞서 내전을 벌이고 있었지만, (독일의 나치 정부와 이탈리아의 파시즘 정부가 스페인 군부를 공공연히 지원한 것과 달리) 프랑스 인민전선 정부는 급진당의 반대에 가로막혀 스페인 인민전선에 대한 지원을 포기했다. 급진당은 자본가들의 지원을 받으며 1년 뒤 인민전선의 주도권을 장악했고, 급진당 주도로 재구성된 인민전선 정부는 긴축정책을 전면화하고, 그에 항의하는 노동자들의 파업과 시위를 무력 진압했다. 인민전선 정부의 정책은 국내적으로나 국제적으로나 노동자대중의 힘을 약화시키고 파시즘 세력의 힘을 키우는 결과를 낳았다. 결국 1940년 애초 인민전선 정부를 출범시켰던 그 의회가 (히틀러에게 항복한) 파시즘 군부에게 나치 부역정권을 수립하도록 전권을 부여하면서 스스로 최후를 맞이했다. 자본가정당과 연합한 인민전선 정부에 대한 환상 때문에 총파업이라는 무기를 내려놓고 수동적 방관자로 전락했던 노동자대중은 결국 그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했다. 그런데 만일 1936년 거대한 총파업에 나섰던 프랑스 노동자들이 인민전선 정부에 대한 환상을 거부하면서 (당장 권력 장악까지는 아닐지라도) 작업장을 토대로 지역별로 노동자평의회를 건설해 내면서 자본가계급과 정부를 감시하고 통제할 물질적 힘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전진했다면, 역사는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의 경제위기 신인민전선이라는 이름이 상징하듯이, 지금 프랑스의 상황은 1930년대와 비슷한 점이 적지 않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전반은 1930년대 대공황 때와 비슷하게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끝없는 경제위기에 시달리고 있다. 물론 1930년대보다는 국가의 경제 개입이 훨씬 다양하게 전개되기 때문에 경제위기의 양상이 덜 파국적이지만, 문제는 출구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럽의 위기는 미국과도 뚜렷이 대비된다. 미국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의 진원지였지만, 지난 15년 동안 기축통화 달러를 마음껏 찍어내며 자신의 경제위기를 나머지 세계로 (아직까지는 성공적으로) 전가해 왔다. 물론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의 제국주의 열강들이 여전히 몇몇 나라를 상대로 제국주의적 수탈을 지속하고 있긴 하지만, 달러화 대비 유로화가 가진 취약성은 미국과 큰 차이를 만들어 내고 있다. 경제학적으로는 벌써 수십 번 파산했어야 마땅한 달러화의 무제한 발권이 지속될 수 있는 힘은 첨단기술, 금융, 군사 부문에서 여전히 세계를 압도하는 미국의 패권에서 나온다. 그런 패권을 갖고 있지 않은 유럽은 따라서 유로화를 마음껏 찍어내며 국가개입을 극대화하는 마법을 부릴 수가 없다. 게다가 유로화는 유럽연합이 미국처럼 하나의 국가가 아니라는 또 하나의 취약점을 안고 있다. 유럽연합 27개 국가 중 19개 국가가 유로화를 공동화폐로 사용하는 상황에서, 유로존 국가들은 특정 국가가 과도하게 재정을 지출하여 유로화 가치를 떨어뜨림으로써 타국에 피해를 안길까봐 서로 민감하게 감시하고 있다. 그래서 유로존에서는 매년 정부 재정적자를 GDP 대비 3% 이내로 하고 누적된 총 정부부채를 GDP 대비 60% 이내로 유지한다는 이른바 ‘재정건전성’ 기준이 존재한다. 물론 이 기준은 수시로 무시되긴 하지만, 늘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 미국처럼 무제한 발권을 통한 국가개입을 불가능하게 하는 또 하나의 족쇄로 작용한다. 지난 15년 동안 자본주의 위기 대응에서 미국과 유럽 사이에 발생한 차이는 2008년 미국 GDP 대비 110.3%를 기록했던 유럽연합의 GDP가 2023년에는 67.1%로 축소됐다는 통계로도 확연히 드러난다. 위기 전가 공세에 맞선 노동자들의 투쟁 2008년 이후 만성화된 유럽의 경제위기는 당연하게도 그 고통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기 위한 수많은 공세를 낳았다. 그에 맞선 노동자들의 투쟁도 줄기차게 전개됐다. 특히 프랑스에서는 정권의 공세와 노동자들의 투쟁이 거대한 파노라마를 형성하며 전개돼 왔다. 2010년 우파 정권이 밀어붙인 연금개악에 프랑스 노동자들은 최대 300만 명이 참여한 총파업으로 맞섰다. 그러나 총파업의 위력을 10여 차례의 하루 경고파업과 거리시위로 제한시킨 노조 지도부 때문에 ‘60세 정년의 62세로 연장’ 등을 요지로 하는 연금개악을 저지하지 못했다. 노조 지도부가 생각한 대안은 정권교체였고, 노동조합의 강력한 지원에 힘 받은 중도좌파 사회당이 2012년 대선과 총선에서 모두 승리하며 집권했다. 그러나 사회당은 연금개악을 되돌리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2016년에는 노동시간 연장과 정리해고 자유화를 골자로 하는 노동법 개악을 추진했다. 다시 노동자들이 격렬한 총파업으로 맞섰지만, 사회당 정부는 헌법상 긴급명령 제도를 활용해 의회 표결을 생략한 채 입법을 강행했다. 이후 사회당 정부의 지지 기반이 무너져 내린 틈을 뚫고 중도우파 마크롱이 혜성처럼 나타나 권력을 장악했다. 프랑스 정치의 양대 축으로서 번갈아 공세를 폈던 우파와 중도좌파가 공히 대중의 분노 앞에 무너져 내리면서 발생한 정치적 격변이었다. 그런데 2017년 집권한 마크롱 또한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2018년의 유류세 인상은 ‘노란 조끼’ 운동이라는 광범위한 빈민층의 반란을 촉발했다. 2019년의 공공부문 연금개악 추진은 공공부문 노동조합들의 강력한 총파업에 맞닥뜨렸고 2020년 코로나가 터지면서 흐지부지되었다. 2022년 가까스로 재집권에 성공한 마크롱은 2023년 다시 ‘정년 64세로 추가 연장’을 핵심으로 하는 연금개악을 추진했다. 2023년, 그러니까 지난해 상반기 연금개악에 맞서 다시 한 번 거대한 총파업이 전개됐다. 최대 참가 인원이 350만 명으로 2010년의 규모를 능가하면서 1980년대 이후 최대 규모의 노동자투쟁이 됐다. 전통적으로 노동자투쟁의 중심 역할을 해온 대도시뿐만 아니라 프랑스 전역의 중소도시들까지도 총파업 열기로 가득 찼다. 여론조사에서 94%가 연금개악에 반대하고 65%가 연금개악 철회를 위한 경제봉쇄를 지지할 정도로 일반 대중의 지지도 압도적이었다. 2010년의 총파업이 연금개악을 저지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모두가 다 기억하는 상황에서, 일부 선진노동자들은 무기한 총파업을 건설하기 위한 운동에 착수했다. 에너지·정유·철도·청소 등 일부 부문에서는 실제로 무기한 파업이 아래로부터 시작되기도 했다. 그러나 노조 지도자들은 다시 한 번 총파업을 10여 차례의 하루 경고파업과 거리시위로 제한하면서, 더 이상 넘어서려 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그들이 생각한 대안은 ‘정권교체’였다. 그들이 생각한 정권교체의 주체는 2022년 총선 때 결성됐던 좌파 선거연합 ‘사회생태신인민연합’(NUPES)이었다. 그 중심에는 사회당의 몰락 이후 좌파의 새로운 중심으로 부상한 급진좌파 불복프랑스가 있었다. 그러나 노동자들을 명백하게 배신했던 사회당 또한 좌파 선거연합의 일원이었다. 따라서 좌파 선거연합의 집권이 또 다른 배신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었다. 이번에도 총파업이 연금개악을 막지 못하고 허망하게 소멸되자, 대중의 기대는 좌파 선거연합보다는 한 번도 집권한 적이 없는 극우파 국민연합을 향해 쏠렸다. 연금개악에 반대한다는 입장만 밝혔을 뿐 총파업 시위에는 매우 적대적이었던 극우파가 아이러니하게도 연금개악 반대투쟁의 가장 큰 정치적 수혜자가 됐다. 극우파의 지지가 가파르게 상승하자, 마크롱 정부는 그 기세를 꺾어볼 요량으로 극우파의 핵심 공약인 이민 제한을 상당 부분 수용하는 이민법 개악을 지난해 12월 강행했다. 이민 허용 기준을 강화함으로써 극우파로 쏠리는 흐름을 자기 당에 묶어 보겠다는 계산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자신의 당은 분열되고 극우파의 기세만 더 살려주는 꼴이 되었다. 바로 이런 배경 위에서 지난 6월 초 유럽의회 선거에서 국민연합이 (2022년 총선 때 18.7%에서 31.4%로 득표율이 폭증하는) 눈부신 선전을 하게 된 것이었다. 독일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에서도 극우파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는데, 구체적인 맥락은 조금씩 다르지만 큰 틀에서는 비슷한 과정의 결과였다. 2023년 프랑스 연금개악 반대투쟁 사진:AFP 무엇이 진정한 희망인가? 자본가세력과의 인민전선인가, 투쟁하는 노동자대중의 자기조직화인가? 이번 총선에서 극우파의 상승세가 집권으로 귀결되는 것을 막았다고 해서 불복프랑스를 중심으로 하는 신인민전선이 새로운 희망을 만들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불복프랑스는 지난해 연금개악 반대투쟁 때 오로지 그 정치적 수혜를 얻는 것에만 집중할 뿐 무기한 총파업을 건설하려는 노력에는 철저히 눈을 감았다. 그런 태도를 가진 불복프랑스가 설령 집권을 한들 노동자들의 열망을 진정으로 관철해 낼 수 있을까? 결코 그러지 못할 것이다. 그것은 그들의 주관적인 진실성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객관적인 역학관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무기한 총파업과 같이 노동자들의 투쟁이 폭발적으로 분출하는 상황이 열리면 노동자대중은 자본주의 일상 속에서는 감히 꿈꾸지 못하던 변화를 추구하고 실행하면서 자본주의를 결정적으로 타격할 힘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 그러한 투쟁 속에서 건설되는 노동자평의회 같은 노동자대중의 자기조직화 기관들은 노동자계급의 혁명적 잠재력을 집결하는 조직적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투쟁들이 중단되고 자본주의 일상으로 돌아오게 되면, 그래서 노동자대중의 힘이 가라앉고 자본가계급의 통제력에 압도당하는 상황에서는 노동자대중의 의식마저 부르주아 의식에 장악당하게 된다. 그렇게 무기력해진 노동자들 위에서 자본가계급이 가하는 압력은 어떤 정권에게든 거역할 수 없는 힘이 된다. 이번 선거에서 불복프랑스가 보여준 ‘정치’는 만일 그들이 집권한다면 훨씬 더 거세질 압력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불복프랑스가 주도적으로 결성한 신인민전선에 참여한 사회당은 2012년부터 5년 간 대통령을 역임하며 노동법 개악 강행 등을 주도했던 올랑드를 총선 후보로 내세웠고 결국 당선까지 시켰다. 6월 30일 오후 8시 15분, 1차 투표의 개표 결과가 나온 직후 불복프랑스를 대표하는 멜랑숑은 신인민전선 소속으로 3위를 한 모든 후보들의 사퇴를 전격 선언하며 극우파 국민연합에 맞선 이른바 ‘공화국전선’의 형성에 앞장섰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 신인민전선 후보들이 양보해 준 후보들 가운데에는 마크롱 정부의 전 총리로서 2023년 연금개악과 그 긴급명령 강행처리를 주도했던 보른, 그리고 역시 마크롱 정부의 현 내무장관으로서 노란조끼 시위부터 연금개악 반대투쟁과 경찰폭력 항의투쟁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시위에 대한 잔인한 폭력진압과 2023년 이민법 개악을 주도했던 다르마냉이 포함돼 있었다. 아르헨티나의 극우파 대통령 밀레이의 미치광이 같은 정책들이 보여주듯이, 지난 10여 년 자본주의 위기 심화와 함께 세계 곳곳에서 성장해 온 극우파의 집권은 노동자들에 대한 훨씬 더 강화된 공세를 가져올 것이다. 또한 앞으로 자본주의 위기가 더욱 심화되면 이들 극우파는 노동자의 모든 성과를 파괴하고 노동자운동의 절멸을 시도하는 파시즘의 수준으로까지 발전해 갈 것이다. 자본주의 위기가 끝없이 전개되는 상황에서는, 자본주의를 뛰어넘어 대안을 바라보지 못한다면, 결국 누군가를 희생양 삼아야만 나의 생존을 지킬 수 있다는 극우파와 파시즘의 논리가 대중에게 악마적 호소력을 갖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극우파의 전진을 저지하는 것, 파시즘으로의 진화를 가로막는 것은 오늘날 세계 노동자계급에게 사활적인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얼핏 보기에 극우파를 제외한 모든 세력과의 연합은 극우파를 저지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처럼 보인다. 그러나 바로 최근의 프랑스 사례가 보여주듯이 그러한 방법은 극우파의 전진을 저지하지 못한다. 오히려 극우파의 성장을 위한 비옥한 토양을 만들어줄 뿐이다. 극우파의 전진을 저지할 힘은 노동자계급의 혁명적 잠재력을 불러내는 데 있다. 노동자계급의 투쟁을 가장 강력하고 광범위하게 건설해 내고, 그 한복판에서 노동자대중의 자기조직화 기관을 건설해 내는 것이다. 자본가세력과 연합하는 인민전선이 무엇보다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그러한 노동자투쟁의 건설 및 노동자대중의 자기조직화와 정면으로 충돌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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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중지부 여성혐오 기사’ 문제로 바라본 노동운동과 여성운동의 결합최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가 7월 12일자 노동조합 소식지 ‘민주항해’에 여성과 장애인, 질환자 등을 혐오하는 기사를 실어 논란이 일었다. 현대중공업지부는 ‘수구 꼴페미의 나쁜 광고 즉시 철거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사용자가 설치한 산업안전 광고판에 합성된 손 모양을 남성혐오 세력의 집게손가락으로 규정하며 여성과 여성운동, 장애인, 질환자,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혐오하고 비난했다. 이후 현대중공업지부는 당일인 7월 12일과 15일 두 차례에 걸쳐 노동조합 지부장 명의의 사과문을 발표했다. 상급단체인 금속노조도 같은 날 여성위원회 명의로 사과했다. 여성위원회는 이번 일로 ‘여성위원회 차원의 노력과 분투만으로는 현장과 호흡하는 데 한계가 따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16일에는 금속노조 중앙집행위원회가 입장문을 통해 ‘성차별 철폐와 성평등 실현을 강령으로 하는 금속노조의 정신을 심각하게 훼손했고, 여성과 사회적 약자, 소수자와 연대하고 인간의 평등과 존엄을 위해 투쟁하는 민주노조의 역사와 정신을 훼손한’ 사안이라 명시하며 내부 성찰과 함께 사회적 연대와 투쟁을 약속했다. 이 일로 많은 노동자가 충격과 상처를 받았다. 무엇보다 자본과 정부에 맞서 투쟁하는 ‘민주노조’가, 곁에 있는 ‘동지’가 여성과 사회적 약자를 혐오했기 때문이다. 언론도 이번 사안의 주체가 여성혐오 정서가 퍼져있는 온라인 매체나 남성우월주의 단체, 자본가나 우익 종교단체가 아니라 ‘노동조합’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금속노조는 강령에서 모든 ‘차별과 억압에 반대’하고 ‘성평등’을 위한 투쟁을 과제로 삼고 있다. ‘여성위원회’가 있고 다양한 교육과 사업을 진행하는데도 이런 일을 막지 못했다. 더욱이 현대중공업지부는 원하청 노동자의 단결을 추구하며 올해 초 자본이 하청노동자를 감시·통제하기 위해 일방적으로 설치한 ‘안면인식기’를 정규직 노조가 직접 철거하는 등 현장투쟁을 벌여 원하청 단결의 모범을 보였는데도 말이다. 그런데 과연 집게손가락이 문제일까? 최근 집게손가락 논란이 있었던 게임업체 넥슨코리아 사안에서는 노동조합이 여성단체와 함께 페미니즘 혐오를 규탄하고 여성 노동자의 노동권 보장을 제기했다. 완성차업체 르노코리아 사안에서는 별다른 입장이 없었다가 현대중공업에서는 노동조합이 페미니즘 혐오 집게손가락 논란을 일으켰다. 문제는 집게손가락이 아니다. 혐오는 주적에 의해 그들의 피 묻은 손을 은폐하는 도구로 쓰일 뿐이다. 한국 자본주의사회에서 남성이 경험하는 고통과 부조리는 사회적 소수자의 존재와 요구에 기인하지 않는다. 그 고통은 자본주의 체제의 착취와 수탈에서 비롯된다.* 집게손가락 논란의 사과와 교육, 후속조치 이행만으로 그리고 ‘여성위원회 차원의 노력과 분투만으로는’ 여성과 사회적 소수자 차별에 맞서는 노동조합의 투쟁이 제대로 실현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착취와 억압, 성차별을 재생산하는 자본주의에 제대로 맞서지 못한 현실과 민주노조의 과제를 고민해 보자. *https://socialism.jinbo.net/bbs/board.php?bo_table=news&wr_id=896 노동조합의 사회적 역할과 여성운동 노동조합의 연이은 사과문은 민주노조 운동의 성찰과 쇄신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지부는 사과문을 통해 ‘노동조합의 사회적 지위와 그 역할, 그리고 책임감 등을 망각한 채 여성과 장애인에 대한 혐오와 멸시적인 언어들을 신중하지 못하고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표현하는 잘못된 기사를 보도함’에 대해 사과하고 ‘여성 인권과 장애인 등 모든 차별과 혐오를 배척하는 데도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올바른 기준이다. 현중지부는 ‘노동조합의 사회적 지위와 역할, 책임’에 비추어 자신의 과오를 사과했다. 금속노조의 사과문도 ‘민주노조의 역사와 정신’에 근거했다. 대중의 시선 역시 ‘노동조합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라는 반응이었다. 이미 사회적으로 노동조합이 노동자 민중의 권리를 옹호하며 사회 부조리에 맞서 싸우는 데 앞장서는 세력임을 어느 정도 입증했기 때문에 나타난 반응이다. 한 줌 자본가계급은 다수의 노동자를 착취하며 사회를 극심한 위기와 혼란으로 몰아넣고 있다. 노동자계급만이 이에 맞서 투쟁하고 억압과 착취를 근절할 수 있는 유일한 계급이다. 그러므로 노동자 대중조직인 노동조합의 투쟁이 중요하다. 현중지부가 사과문에서 옳게 밝힌 것처럼 노동조합은 ‘여성 인권과 장애인 등 모든 차별과 혐오를 배척하는’ 투쟁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노동자계급의 힘을 확장하고, 자본주의사회의 착취와 억압을 끝장낼 수 있도록 전진해야 한다. 한 줌 자본가가 아닌 노동자 민중 속에 대부분의 남성과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이 있고 다양한 사회적 약자가 있다. 성소수자와 장애인은 스무 명 중 한 명꼴이다. 그런데 노동자계급의 일부인 여성, 장애인, 사회적 소수자에게 분노의 화살을 돌리는 것은 계급의식을 잃어버린 소리다. 가부장적 자본주의가 여성과 소수자를 억압하며 노동자계급의 단결과 저항을 파괴하는 분열 전략을 펼치는 상황에서 노동자 투쟁은 모든 차별과 억압, 착취에 맞서 더욱 단결해야만 한다. 노동운동과 여성운동의 결합, 노동해방과 여성해방 투쟁에 앞장서는 것이 노동조합의 사회적 지위와 역할, 책임이다. 만약 ‘여성 차별에 반대하고 평등을 지향하는가?’라는 질문이 던져질 때, ‘아니요’라고 답할 노동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또한 민주노조 평조합원에게 ‘남성과 여성 등 노동자끼리 적대시하고 분열하길 바라는 사람은 누구인가?’라고 물으면, ‘자본가계급이다’고 답하는 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표현을 바꾸면 어떻게 될까? ‘페미니즘’이란 단어로 질문한다면, 뭔가 낯설고 심지어 반감을 갖는 노동자도 있을 것이다. 자본의 분열 이데올로기를 노동자계급의 눈으로 걸러내지 못하면 노동조합 안에 여성혐오는 또다시 단결을 해치는 방식으로 얼마든지 등장할 수 있다. 지배계급은 오래전부터 노동자 민중의 저항을 파괴하고 지배 권력을 공고히 하려는 수단으로 가부장제, 성차별을 활용해 왔다. 그 연장선에서 자본은 대중 속에 남성중심주의, 혐오 정서를 퍼뜨리며 구조적 성차별을 강화한다. 생산의 착취시스템뿐 아니라 성별 이분법과 남성중심주의로 노동자 민중을 분열시키고 진짜 적인 자본가계급을 보지 못하게 만든다. 하지만 자본에 맞선 노동자 투쟁의 역사와 정신은 ‘단결’과 ‘연대’였다. 계급과 계층, 성별 정체성과 성적 지향, 장애, 인종, 국가, 민족, 고용형태, 외모, 학력, 나이 등 온갖 근거로 차별과 억압, 착취를 정당화하는 것은 노동자의 사상일 수 없다. 페미니즘으로 표현해 보자면 ‘여성차별에 반대하고 평등을 지향하는 상태’를 일컫는 단어, 사회의 일반적 표현이 ‘페미니즘’이므로 투쟁하는 노동자가 ‘페미니스트’다. 민주노조의 정신이 ‘페미니즘’이라고 말할 수 있다. 노동조합의 현실 ‘노동자 투쟁’, ‘노동조합’이라고 할 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노동자의 성별은 무엇일까? 그리고 하는 일에 따른 예컨대 ‘금속노동자’, ‘병원노동자’, ‘운수노동자’, ‘청소노동자’, ‘가사돌봄노동’을 하는 노동자의 성별은? 남성? 남성과 여성? 남성과 여성 등 모두? 전체 임금노동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거의 절반이다. 하지만 머릿속에 떠오는 노동자의 성별에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가부장적 자본주의는 차별적 성별 노동 분업을 강요해 여성 노동자를 사회적 생산과 재생산의 이중 굴레 속으로 내몰고 있다. 27년째 공고한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성별임금 격차, 경력단절, 훨씬 높은 저임금과 단시간 노동·비정규직 비율 등은 상대적으로 더 열악한 처지에 놓인 여성 노동자의 현실을 보여준다. 게다가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으로 등장한 윤석열 정부는 노동과 여성을 표적으로 삼아 여성과 여성 노동정책을 후퇴시키며 여성을 출산과 양육의 도구로 여기고 있다. 성차별에 맞선 민주노조의 투쟁이 절실한 때다. 민주노총은 작년 4월 윤석열 정부를 평가하며 여성의 역할을 육아돌봄 전담자로 규정하고, 여성 노동을 ‘주변부 노동’으로 취급한 여성 노동정책이 가부장제의 성역할 고정관념을 더욱 심화시킨다고 진단했다. 불안정 노동 문제를 누적해 여성 노동을 하향 평준화하며 자본의 이익만 키운다고 규탄하며 이에 맞선 투쟁을 강조했다. 하지만 여전히 민주노조에서 여성문제나 여성 노동의 문제가 ‘노동’과 별개로 여겨지며 관심이 덜한 게 사실이다. 민주노총 사업장은 지금 대부분 임금 및 단체교섭 투쟁을 벌이는 중이다. 지난 7월 10일 금속노조는 그 일환으로 6만여 명이 참여하는 파업을 벌였다. 전국 곳곳에서 집회도 개최해 치솟는 물가와 노동탄압 등 윤석열을 규탄하고 단체교섭 승리를 높이 외쳤다. 그리고 이 시점을 기준으로, 앞뒤로 노동과 여성을 관통하는 커다란 노동 현안이 있었다. 하나는 7월 12일 최저임금위원회가, 민주노총이 ‘국민임투’라고 부른 2025년 최저임금을 결정한 일이다. 고물가에 실질임금이 2년 연속 감소하고 있는데 이번에도 최저임금이 물가상승률에 미치지 못하는 역대 두 번째 최저인상률(1.7%)이었다. 다른 하나는 6월 19일 윤석열 정부가 저출생과 고물가에 대응한다며 이주 가사돌봄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겠다고 선포한 것이다. 이때 민주노조의 투쟁은 어땠는가? 많은 민주노조 간부와 활동가, 노동자들이 산적한 투쟁에 발에 땀띠가 날 정도로 뛰어다닐 테지만 이러한 투쟁에서는 민주노조의 단결력과 투쟁력을 발휘하지 않았다. 최저임금 투쟁을 ‘국민임투’라고 호명했을 뿐, 조직 노동자의 절박한 투쟁으로 삼지 않았다. 지도부의 투쟁계획도 현장의 조직화도, 전략과 전술도 없이 저임금, 미조직 노동자와 단결하지 못했다. 분명 노조의 투쟁현안과 이어진 이주 여성 가사돌봄 노동자(가사사용인)에게 ‘최저임금조차 주지 않겠다’는 초법적 노예노동 착취 선포에도 불구하고 분노조차 모아내지 못했다. 민주노조가 최저임금이나 이주 여성노동자 당사자만이 아니라, 먼저 권리를 쟁취한 노동자조직으로서 위기에 내몰린 저임금·미조직·불안정·여성·이주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같이 싸운다고 상상해 보자. 단결한 노동자대오 안에 여성혐오가 발붙일 수 없을 것임은 자명하다. 오히려 노동자의 단결 투쟁을 통해 여성혐오 정서와 이를 조장하는 세력이 호되게 비판받고, 성차별에서 성평등으로 현장과 사회를 바꿔 가는 힘이 세질 것이다. 그것이 민주노조의 올바른 모습이지 않은가. 단결과 연대, 노동운동과 여성운동의 결합 차별과 혐오가 아닌 단결과 연대가 필요하다. 쇠퇴기 자본의 공격은 노동조합이 사회적 책임을 소홀히 한 사이 이제는 노골적으로 자신이 ‘사회적 약자의 편’이라고 떠드는 지경이 되고 말았다. 노동조합 기득권 세력 탓에 생긴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가장 심각한 사회 불평등으로 못 박는다. 이렇게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의 계급 불평등, 빈부격차를 감추는 이데올로기는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측면에서 노동자에 대한 착취 강화, 탄압과 단단히 결합해 정규직-비정규직, 남성-여성, 정주-이주 노동자로 분열시켜 공격의 고삐만 당겨댄다. 사업장 안에서 아무리 열심히 싸워도 이러한 상황을 돌파할 수 없다. 가장 열악한 처지에 있는 이주노동자, 여성 노동자가 더 큰 희생을 치르고 있다. 여성 노동자가 일터에서 더 많이 착취당하고, 가정에서 무급가사노동에 시달리며 이중삼중으로 더 빼앗길수록 결국 노동자계급에 대한 착취와 수탈의 정도는 커지는 것이다. 모든 이득은 자본가계급의 파이를 키울 뿐이다. 7월 17일 ‘울산 장애인 이동권 보장 전국 집중 결의대회’에서 휠체어를 탄 사회자는 민주노총을 ‘모든 투쟁의 주춧돌’이라고 표현했다. 과연 노동조합이 노동자 민중의 분노와 고통과 함께하며 사회에 저항하는 ‘투쟁의 주춧돌’이 되고 있는지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주춧돌’이 사업장 울타리 안에 박혀 있어선 안 될 일이다. 모든 ‘차별과 억압에 반대’하고 ‘성평등’을 위한 투쟁에 나서야 한다. 가부장적 자본주의에 맞서지 않는 노동자의 권리 보장은 불가능하다. 성평등한 노동권, 노동력 재생산 책임의 사회화, 성에 기반한 폭력 추방, 성적 다양성 보장과 존중을 위해 우리 일터에서 무엇을 할지, 어떻게 같이 투쟁할지 ‘성평등’의 관점으로 생각하고 접근해 가자. 여성 노동자 조직화, 노조할 권리 보장과 지원, 여성위원회 구성과 활동 강화 등 여성 노동자 주체의 목소리를 강화하며 노동자 민주주의를 성장시켜야 한다. 성차별은 물론 장애인, 이주민, 성소수자, 빈민 등 차별과 억압에 맞선 투쟁으로 노동자 투쟁을 확장하자. 노동조합이 조합주의, 개량주의, 관료주의에서 벗어나 가부장적 자본주의에 맞선 노동운동과 여성운동을 하나로 펼쳐나갈 때 평가절하한 노동력의 가치와 빼앗긴 권리와 평등을 되찾는 한 걸음을 내딛게 될 것이다. 노동자의 집게손가락으로, 우리가 싸울 대상은 바로 착취와 억압의 주범인 자본가계급임을 정확히 가리키자. 노동자계급만이 모든 착취와 억압에 맞서 평등한 세상을 열어갈 세력임을 단결 투쟁으로 증명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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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성명] 임신중지에 ‘살인죄’ 수사 의뢰한 보건복지부 규탄한다! 복지부는 수사 의뢰 철회하고 명확한 보건의료 가이드와 포괄적 상담, 지원 연계 체계 구축하라.지난 달 27일 유튜브에 업로드 되었던 한 여성의 임신 36주 차 임신중지 수술 브이로그 영상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살인죄’ 혐의를 두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5년, 형법 ‘낙태죄’가 실효를 잃고 비범죄화가 이뤄진 지 4년 차가 되어 가도록 아무 일도 하지 않은 보건복지부가 그 어느 순간보다 발 빠르게 임신중지 여성에 대한 수사와 처벌을 운운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한심하고도 심각한 면피 행위이자 책임 전가가 아닐 수 없다. 지난 5년 동안 최소한의 보건의료 체계조차 마련하지 않은 자신들의 책임을 통감하지는 못할망정, 법적 타당성에 대한 고려도 없이 임신중지에 ‘살인죄’를 운운하며 수사를 의뢰한 보건복지부를 우리는 강력히 규탄한다. 처벌은 의료환경을 위험하게 만들 뿐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 현재 많은 언론이 임신 36주 차의 임신중지에 대해 그 원인을 임신중지 비범죄화나 처벌 가능 법률의 부재로 인해 ‘예외적으로’ 발생한 것처럼 다루고 있다. 그러나 후기 임신중지는 ‘낙태죄’가 살아있던 시기에도 존재했으며, 이는 임신 기간에 따라 처벌 기준을 달리하거나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처벌하는 국가에서도 마찬가지로 발생하는 일이다. 처벌은 후기 임신중지를 전혀 줄이거나 없앨 수 없다. 임신중지에 대한 결정은 처벌 여부에 따라 고려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출산과 양육 여건에 영향을 미치는 당사자의 다양한 상황과 사회경제적 여건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 또한 2010년부터 2019년까지 북아일랜드와 호주, 필리핀, 중남미 및 아프리카 여러 국가에서 진행된 연구를 모두 분석하고 이를 종합한 결과 임신중지에 대한 처벌은 ▲더 큰 비용을 야기하고, ▲의료 행위의 음성화와 의료인의 책임 회피로 위험한 임신중지 환경만을 증가시키며, 이러한 여건으로 인해 ▲임신중지 결정 시기를 더욱 지연시킬 뿐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이와 같은 연구결과를 토대로 2022년 각국에 임신중지의 완전한 비범죄화를 권고하는 가이드(https://srhr.org/abortioncare/#translation)를 발표했다. 만약 이번 일을 명분으로 정부가 처벌 조항을 다시 만드는 시도를 한다면 이는 더욱 위험하고 비공식적인 보건의료 환경을 만드는 것이며, 건강권과 인권의 향상을 위한 국제적인 노력에도 심각하게 역행하는 조치로서 비난받게 될 것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책임은 보건의료 체계를 지연시킨 복지부에 있다 임신중지 비범죄화 이후 우리는 계속해서 보건복지부에 비범죄화에 따른 보건의료 가이드와 상담 체계, 보건의료 연계 체계를 구축하라고 요구해 왔다. 당사자의 보건의료 접근성이 낮을 수록, 사회경제적 여건과 자기결정권 보장 여건이 취약한 상황에 있을수록 초기에 임신중지를 하지 못하고 결정 시기만 지연되는 경우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의료 기관에서의 거부, 처벌과 규제 등을 빌미로 한 과도한 병원비 청구와 현금 지급 요구, 파트너나 부모 등 제3자의 개입, 폭력적 상황, 연령이나 거주 지위 등 당사자가 처한 취약한 사회경제적 상황 등은 임신중지 결정 지연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한 요인이다. 또한 임신 사실을 상당히 늦은 시기까지 인지하지 못한 경우, 임신 초기에는 출산을 계획했으나 예기치 않은 파트너와의 관계 문제나 경제적 상황, 건강 악화 등으로 양육이 어려운 상황에 이르게 된 경우에는 부득이하게 후기에라도 임신중지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임신 중 어느 시기에라도 당사자가 필요한 정보와 상담, 의료 기관 및 지원 체계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일이다. 임신중지의 합법화 또는 비범죄화를 먼저 시행한 다른 국가에서도 책임부처가 가장 중요하고 시급하게 먼저 나선 일이 바로 변화한 상황에 맞게 보건의료 여건을 정비하고 이와 같은 연계, 지원 체계를 만드는 일이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보건복지부는 무엇을 했는가. 하다못해 제대로 된 임신중지 보건의료 서비스 현황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임신의 유지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경제적 여건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지원할지에 대한 대안과 정책도 준비되지 않았으며, 건강보험 적용을 하지 않아 의료비는 병원마다 부르는 게 값이고, 유산유도제는 여전히 온라인 암시장을 떠돌고 있다. 어떠한 시스템도 구축하지 않은 채 오히려 익명출산제와 연계된 위기임신 상담 체계를 만들고 아무런 실질적인 의미가 없는 상담 수가나 마련한 것이 지금까지 보건복지부가 한 일의 전부이다. 이 정도면 정부가 오히려 후기 임신중지와 익명출산을 양산할 여건을 심화시켜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모든 책임은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보건의료 체계 구축을 방기한 복지부에 있다. 수사와 처벌이 아닌 명확한 보건의료 가이드와 권리 보장 체계를 마련하라! 우리는 문제가 된 영상의 진위 여부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낙태죄’의 폐지 이전에도, 지금도 이러한 상황이 현실에 존재한다는 사실이며, 이는 생명권과 선택권을 법적 처벌 기준으로 저울질할 문제가 아닌 실질적인 여건을 바꿔나가야할 국가의 책임에 관한 문제라는 것이다. 처벌로서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지금 정부가 해야할 일은 수사가 아니라 임신 후기에 이르기까지 결정이 지연되지 않도록 초기에 안전한 임신중지에 접근할 수 있는 보건의료, 정보, 상담,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며, 이를 위해 임신 기간과 당사자의 상황, 사회경제적 여건에 따른 명확한 보건의료적 지침과 가이드를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전국 모든 보건의료기관에 대해 제공 가능한 의료 서비스 수준을 파악하고 필요에 따라 약이나 수술을 통한 임신중지가 제 때에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의료기관 간 연계 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체계를 마련하는 데에 가장 큰 걸림돌로 존재하고 있는 건강보험 보장과 유산유도제의 도입은 최우선의 선결과제이다. 궁극적으로 어떠한 임신중지의 상황에서든, 누구나 다양한 지원 체계를 고려하고, 안전하게 임신중지 또는 출산과 양육에 대한 지원을 보장받을 수 있는 연계 체계를 마련하는 일이 가장 중요한 대안이자 앞으로의 방향이 되어야 한다. 국회는 지금까지의 낡은 형법-모자보건법의 틀을 버리고, 권리 보장을 위한 국가의 책임을 전제로 하는 새로운 법 체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생명권의 보장은 태어나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한 사회 구성원이 태어나 살아가는 과정과 사회적 여건 속에서 논의되어야 하며, 이는 임신중지 결정을 둘러싼 상황들 속에 이미 밀접하게 결부되어 있다. ‘낙태죄’ 폐지와 임신중지 비범죄화를 위한 그간의 노력은 생명권과 자기결정권에 관한 보다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전환을 위한 것이었기에, 우리는 결코 후퇴를 지켜보지 않을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즉각 수사의뢰를 철회하고,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보건의료 체계 구축에 책임을 다하라! 2024년 7월 17일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사회주의를향한전진,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 시민건강연구소,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장애여성공감, 플랫폼C,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민우회, 홈리스행동 (이상 가나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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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우유 노동자가 폭로하는 불법파견 구조의 바닥: 건국우유 불법파견/간접고용 철폐를 위해 함께 싸우자!(글쓴이는 투쟁의 미디어 '스튜디오 알'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스튜디오 알에 게시된 영상을 공유한다.) 7월 17일 건국대학교 상허문 앞에서 ‘건국우유 불법파견/간접고용 철폐를 위한 공동행동’이 출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충북 음성군 대소면 대풍산단에 위치한 건국유업·건국햄(이하 ‘건국우유’)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법파견/간접고용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고 출범 이유를 밝혔다. 기자회견과 이후 건국대학교 학생들과 함께 진행한 간담회를 통해 건국우유 불법파견 문제를 보다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중소제조업체, 고령, 이주노동자가 많은 충북 음성군 충북 음성군은 내국인 인구만 따지면 10만이 조금 안 되고, 이주노동자까지 합치면 10만이 조금 넘는 군이다. 음성군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024년 6월 25.8%로 다른 비수도권처럼 고령화가 심각하게 진행되었다. 음성군은 30년 전에는 전형적인 농촌지역이었는데, 중부고속도로 개통과 함께 산업단지가 많이 생기고 기업유치를 열심히 했어요. 그 결과로 2천개 넘는 제조업체가 있고 산업단지가 20곳이 넘는 지역이 됐습니다. 그중 대소면 대풍산업단지에 건국우유 공장이 있는 거죠. 건국우유는 99년에 음성지역에 내려왔어요 처음에 여기서 공장을 시작했고, 20년 넘게 경영을 하고 있습니다. 충북우유라고, 오랫동안 지역에 토착화돼 경영중입니다. 지역민도 많이 알고있는 공장이고요. - 윤자(음성노동인권센터 활동가) 100명 이상 고용하는 공장이 많지 않은 음성 지역에서 건국우유는 150여 명을 고용하는, ‘그나마 큰 편’에 속하는 기업이었다. 공장 안은 늘 영하 3도, 퇴근버스 1시간 대기 … 건국우유의 노동실태 이날 기자회견과 간담회를 통해, 건국우유에서 10개월 동안 불법파견 당사자로 일하다 해고된 L씨로부터, 건국우유의 노동실태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L씨는 대소면에 있는 ‘돼지인력’이란 직업소개소를 통해, 건국우유의 하청업체인 ‘(주)제이앤비맨파워’가 운영하는 대풍산업단지의 건국우유 제조공장에 파견됐다. 이 공장에선 냉장·살균 처리한 우유를 우유갑에 넣는 작업, 우유를 박스에 담는 작업, 상자 세척, 분류 및 상차 작업 등이 이뤄졌다. L씨처럼 직업소개소를 통해 파견나온 일용직 노동자들은 원·하청 노동자들과 함께 일했다. 식품제조업체의 많은 공정이 자동화됐지만, 여전히 수작업이 필요한 공정들에 L씨 같은 일용직 노동자가 동원됐다. L씨는 우유갑을 담는 초록색 플라스틱 상자를 세척하는 일을 했다. L씨는 직업소개소에서 운영하는 통근버스를 타고 건국우유 공장으로 출근했다. 직업소개소에서 버스로 8시 반까지 공장에 데려다주면, 담배 한 대 피고 9시부터 근무에 들어갔다. 근무는 저녁 6시까지였지만, 잔업이 있는 날도 많았다. 잔업을 할 때는 보통 10시까지 하는데, L씨와 동료들은 잔업하고 싶지 않은 날에도, 일용직 노동자 신분으로 잔업을 거부하면 잘릴 수 있어 어쩔 수 없이 잔업을 하곤 했다. 퇴근을 하기 위해선 퇴근버스를 다시 타야했는데, 퇴근버스가 늘 시간 맞춰 오지는 않았다. 늦을 때는 1시간씩 공장 밖에서 퇴근버스가 오기를 기다리기도 했다. 공장에서 생산하는 우유는 온도에 민감하기 때문에, 공장 안 온도는 늘 ‘마이너스 3도’에 맞춰져 있었다. 여름이나 겨울이나 L씨는 ‘마이너스 3도’인 공장에서 일했다. 추위를 피할 수 있는 휴게실은 없었고, 휴게시간은 2시간에 10분씩 주어졌다. 난로 같은 건 없었다. 여름엔 그래도 추울 땐 점심시간이나 휴게시간에 바깥에 나가면 체온을 회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겨울엔 오히려 바깥이 더 추웠기에, 영하 3도의 공장 안에서 잔업이 있는 날이면 밤 10시까지 버텨야했다. 그러다 L씨는 한창 추위가 극심하던 지난 1월, 기존에 하던 주간근무가 아닌 야간에 일을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잘리고 싶지 않아 어쩔 수 없이 한달에 20일 정도 야간에 근무를 하다 몸살감기에 걸렸다. 야간근무로 평소와 패턴이 달라진데다, 극심한 추위가 겹쳐 몸살이 난 L씨는 병원에서 일곱 번 수액을 맞으면서도 쉬지 못하고 계속 일을 했다. 병가 같은 건 없었다. 그렇게 힘겹게 일을 했는데, 건국우유가 2월 말 용역업체를 ‘제이앤비맨파워’로 교체하면서, 9개월 넘게 근무하던 L씨는 하청업체 관리자로부터 하루 아침에 해고당했다. 해고 사유에 대해 물어보며 항의를 하자, ‘제이앤비맨파워’ 소장이 나와 “나가라면 나가지 무슨 말이 많냐”고 했다. 억울함을 호소하려던 L씨는 지역신문사와 음성노동인권센터를 찾아갔고, 그렇게 건국우유를 상대로 한 투쟁이 시작됐다. ‘사람장사’만 했던 돼지인력, 건국우유의 명백한 불법파견 L씨의 임금은 직업소개소인 ‘돼지인력’을 통해 지급됐다. 하지만 L씨는 업무 기간 동안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급여명세서를 단 한 번도 받지 못했다. 주 40시간 똑같이 근무하여도 주휴수당도 지급되지 않았고, 4대 보험 가입, 연차휴가 역시 없었다. 돼지인력은 L씨가 받는 일당 10만원에서 매일 5천원의 수수료를 떼어갔다. L씨는 그냥 일당이 9만 5천원인 줄로만 알았지, 직업소개소에서 수수료를 얼마나 떼어가는지도 알지 못했다. 지난 5월, 음성노동인권센터가 건국우유, 제이앤비맨파워, 돼지인력을 ‘파견법’, ‘근로기준법’, ‘직업안정법’ 위반으로 근로감독을 요청했고, 근로감독 결과에 따라 고용노동부는 지난 7월 1일, 건국우유의 불법파견 및 노동법 위반 사실을 적발했다. 돼지인력은 L씨를 건국우유 공장에 데려다주기만 한 전형적인 ‘불법파견업체’였다. ‘정상적인’ 도급 관계라면 도급을 받은 직업소개소가 2차 하도급 업체로서 자체적인 지휘, 관리 하에 공정을 수행해야 하나, 돼지인력은 건국우유에 노동력만 보내고 지휘, 관리는 1차 하도급업체인 ‘제이앤비맨파워’에서 수행했다. 명백한 위장도급이었다. 7년 전 이미 음성에서 제기된 불법파견, 이득을 보는 원청은 책임을 피해간다 음성지역에는 이런 직업소개소가 200곳 가까이 존재하는데, 행정당국의 감독과 적발을 회피하기 위해 폐업과 재개업을 반복하고, 일부는 무등록 상태로 운영되고 있다. 이런 불법파견 구조 속에서 L씨 같은 노동자들은 열악하고 위험한 노동조건에서 일하다 쉽게 해고된다. 하지만 원청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다. 이미 7년 전에 음성노동인권센터는 음성지역에서 신세계푸드 - 삼구FS - 직업소개소로 이어지는 불법파견/간접고용 문제를 공론화했었다. 긴 세월에 걸친 법적 투쟁에 승소했지만, 무노조 상태에서 불법파견의 구조는 바뀌지 않았다. 직업소개소 사업주는 형사처벌을 받고, 도급업체인 삼구FS는 직접고용을 해야 한다는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불법파견 구조를 설계하고, 이 구조로부터 갖은 이득을 보는 원청인 신세계푸드는 어떤 법적 책임도 지지 않고 빠져나갔다. 건국우유도 마찬가지다. 건국우유 - 제이앤비맨파워 - 돼지인력으로 이어지는 불법파견/간접고용 구조 속에서 건국우유는 음성군의 이주노동자, 고령노동자를 극도의 저임금으로 착취하며 이윤을 챙겨왔다. 하지만 이번에도 법적 투쟁을 통해 불법파견 판결을 받아내더라도, 건국우유는 (1년마다 갈아치우는) 도급업체인 ‘제이앤비맨파워’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책임을 피해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지난 6월 24일 아리셀 참사는 에스코넥 - 아리셀 - 메이셀로 이어지는 불법파견 구조 속에서 노동자들이 안전교육도 받지 못한 채로 위험한 공정에 방치되어 발생한 참사였다. L씨의 증언에 따르면 건국우유 공장에서도 안전교육이 전무했다. 하지만 안전교육을 하지 않아도 건국우유는 도급업체를 1년마다 ‘갈아끼우기’ 때문에, 그다지 처벌받지 않는다. 도급업체가 새로 바뀌면 일정기간이 될 때까지는 안전교육에 대한 책임이 면제되기 때문이다. 도급업체를 ‘갈아끼우는’ 이익은 또 있다. L씨가 투쟁을 결심한 이후 5월에 근로감독이 실시됐지만, L씨는 2월 말부터 약 3개월치의 체불임금만 청구할 수 있었다. 고용노동부 자체 판단에 따라 특별근로감독을 진행한다면 3년 기간에 대한 체불임금 내역을 조사할 수 있지만 건국우유 근로감독의 경우 조사 대상 기간이 2월부터 5월까지 3개월에 불과했다. 2월 말부터 기존 도급업체가 ‘제이앤비맨파워’로 바뀌었고, 돼지인력 등 파견사업주들이 기존 도급업체 간에 있었던 근태내역 등 기록을 보관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3개월치 체불임금밖에 청구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 이전 체불임금을 책임져야 하는 기존 도급업체는 문서를 ‘털고’ 사라져버렸다. 그런데 L씨를 포함한 노동자들에게 제이앤비맨파워에서 지급해야 하는 ‘겨우’ 3개월치 체불임금만 해도 2천만원이 넘었다. 그렇다면 이런 불법파견을 통해 20년 동안 건국우유는 도대체 얼마를 ‘절약’할 수 있었을까? 불평등은 이주노동자를 향해 흐른다 아리셀 참사 때 다수의 희생자가 이주노동자로 드러났는데, 불법파견이 횡행한 음성군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음성군은 이주민 비율이 16% 이상으로, 전국 240여 지자체 중 가장 이주민 비율이 높은 도시다. 음성군에는 이주 배경을 갖고 있는 1만 6천 명 정도의 주민이 살고있다. 음성군은 대공장 밀집지역에서 밀려나온 중소기업이 밀집한 이른바 ‘저부가가치 제조산업’ 도시인데, 유해화학물질을 다루는 곳도 많고, 노동조건이 열악하고, 중소도시라 주거기반이나 교육인프라 등 공공부문도 취약하다보니 선주민이나 청년들은 잘 일하러 오지 않는다. 그래서 생기는 만성적 구인난을 메꿔주는 게 이주노동자, 고령노동자, 혹은 이른바 ‘신용불량자’이다. 이번에 건국우유에서 적발된 불법파견 대상 노동자들 서른 명 중에서 스무 명의 신원이 확인됐는데 그 중 대부분도 이주노동자였다. 음성군 200여 개의 직업소개소 중 상당수가 이주노동자를 상대로 ‘원룸장사’도 겸한다. 이주노동자들에게 ‘기숙사를 제공한다’며, 한 방에 10명씩 사람을 밀어넣으며 높은 기숙사비를 받아 이익을 취한다. 음성군은 이주노동자들의 이런 문제를 방치한 채, 그저 인구를 10만 이상으로 늘려 ‘음성시’가 되기 위해 이주노동자를 받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있다. 충북의 ‘K-유학생’ 유치 정책 등 이주민을 유입하는 데 골몰하지만, 그렇게 들어온 이주노동자들은 불법파견/간접고용 구조 속에서 L씨와 같은 고령노동자들과 함께 최소한의 법적 권리도 누리지 못하고, 질병과 위험에 취약한 환경에서 일하다 필요 없어지면 ‘쓰다 버리는’ 조건에 놓인다. 진짜사장 건국우유가 책임지도록 하는 것이 민주노조 운동의 역할 이 모든 부당함을 참을 수 없어 투쟁에 나선 L씨의 용기로부터 이 모든 사실이 알려질 수 있었다. 건국우유 불법파견/간접고용 실태는 단지 음성 건국우유 공장에서 일하는 일용직 노동자들뿐 아니라, 음성지역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무권리 상태에 놓여있는 제조업 노동자들의 처지를 보여주는 창이다. L씨의 정당한 투쟁에 함께하기 위해 17개 단체가 ‘건국우유 불법파견/간접고용 철폐를 위한 공동행동’에 동참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서울지역대학 인권연합동아리 건국대지부 소속 학생들도 “건국우유에서 나온 수익금은 학생들의 장학금으로 사용된다. 건국우유가 불법파견 구조로 노동자를 착취해 만들어낸 수익금이 장학금으로 사용된다는 사실에 문제의식을 느낀다”며, 공동행동에 참여해 함께 투쟁하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무권리 상태에 놓여있는 L씨와 같은 노동자들, 그리고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운동을 건설하는 것이 민주노조 운동의 역할이다. 그래야만 민주노조 운동은 조합주의적 한계에 갇혀 미조직 노동자들로부터 외면받는 현재 상태에서 벗어나 계급적 단결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건국우유 불법파견/간접고용 철폐를 위한 공동행동’에 민주노조 운동도 함께 참여해, 무권리 상태의 영세제조업 노동자들과 함께 싸움을 조직하자. 그리고 계급적 단결을 위한 수단으로서 ‘노조할 권리’를 위한 노조법 2조,3조 투쟁, 최저임금 투쟁을 적극 펼쳐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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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게손가락을 넘어서 변혁을 이야기하기지난 7월 12일, 한 인터넷언론 기사를 통해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소식지 ‘민주항해’에 혐오표현이 다수 사용되었음이 드러났다. 안전캠페인 포스터에 사용된 집게손가락 이미지가 “한국 남성들을 혐오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주장하며, 남성비하 광고라고 한 것이다. “정신적 문둥병”, “수구 꼴페미”라는 표현과 “페미들은 병원에서 정신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며, 포스터 철거를 요구하는 글이었다. 몇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금속노조 여성위원회는 위 소식지에 대해 사과글을 올렸다. 소식지에서 가장 문제가 된 점은 집게손가락 이미지를 ‘남성혐오’ 표현이라고 규정한 것이다. 집게손가락이 남성혐오 표현이라고 규정되는 이유는, 남성들이 주로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소위 남초 커뮤니티에서 집게손가락 이미지가 한국 남성의 특정 신체부위에 대한 조롱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초 커뮤니티 사용자들은 이 이미지를 사용한 기업들에 이 이미지가 ‘남성혐오’라며 삭제를 요청하고 더 나아가 담당 노동자 해고를 요구한다. 지난 7월 2일, 르노코리아 신차 홍보영상에서 여성 노동자가 집게손가락을 사용하는 것을 보고 많은 남성이 온라인에서 분노를 표현하며 해당 노동자 신상 공개와 해고까지 요구했다. 해당 노동자는 유튜브 채널에 영상에서 표현한 손 모양이 혐오 표현으로 해석될 줄 몰랐다며 사과문을 게시했고, 사측은 해당 노동자를 직무정지한 상태다. 2021년 GS25의 홍보포스터에 나온 집게손가락 이미지부터 시작하여 포스코, 동서식품, BBQ, 넥슨 등 대기업은 이런 논란이 제기될 때마다 회사 매출과 주가를 걱정하며 ‘집게손가락 이미지’가 남성혐오 표현임을 화급히 인정했다. 비뚤어진 효능감을 느낀 남성 온라인 커뮤니티 사용자들은 앞으로 집게손가락을 볼 때마다 이런 논란을 만들 것이다. 위기의 주범은 자본주의 체제 그러나 문제는 집게손가락이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다. 기후위기, 경제위기, 전쟁위기 등 자본주의가 초래한 위기는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노동조합과 진보적 단체 등으로 조직되어 있지 않은 대다수는 본인이 경험하는 고통과 부정의가 자본주의 체제에서 비롯한다고 인식하기 어렵다. 자본주의 체제는 ‘노력하라’고 말할 뿐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는 종종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낙인으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한국 남성들의 박탈감과 고통 뒤에는 징병제, 취업난, 치솟는 물가와 낮은 임금, 저렴하고 살기 좋은 주택의 부족, 각자도생을 강요하는 능력주의 등이 있다. 이 모든 문제는 계급투쟁으로, 함께 싸워서 해결해야 할 일이지 누군가를 혐오 대상으로 제물 삼아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체제에 맞선 대중투쟁을 만들어내지 못한 결과, 많은 남성은 여성과 장애인 등이 자신들의 설 자리를 빼앗고 있다고 쉽게 단정 짓는다. 일자리도, 공공복지도 소수자들에게 빼앗기고 있다는 정서가 만연하다.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나보다, 왜 여성·성소수자·이주민·장애인·노인·아동청소년 등 사회적 소수자가 더 나은 대우를 받아야 하는가? 나보다 사회에 기여하지도 않는 저들이, 왜 응당 나에게 돌아와야 할 혜택을 가져가는가? 이렇게 소수자들이 내는 목소리에, 나아가 소수자의 존재 자체에 불만을 가지게 된다. 이렇듯 자본주의는 정상성과 비정상성을 나누고, 소위 ‘비정상’이라고 규정되는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통해 계급지배를 강화한다. 소위 ‘남초 커뮤니티’에서는 누구를 혐오하고 낙인찍고 조롱해야 하는지 열띤 토론이 펼쳐진다. 특히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빈민 등이 이곳에서 혐오, 조롱의 대상이 되고 ‘남성’의 연대와 결속을 확인시켜 준다. 일간베스트, 디시인사이드, 에펨코리아, 이종격투기(다음카페) 등 남성들이 많이 사용하는 커뮤니티를 한 번이라도 들어가 본 사람이라면 무슨 말인지 알 것이다. 그러나 한국 남성이 경험하는 고통과 부조리는 사회적 소수자의 존재와 요구에 기인하지 않는다. 그 고통은 자본주의 체제의 착취와 수탈에서 비롯된다. 신체가 버틸 수 있는 한계까지, 저임금 장시간 고강도 노동을 견디며 자신을 희생해 ‘정상가족’의 가장이 되라는 가부장적 자본주의 규범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고통을 강요하는 자본주의 체제에 맞선 싸움을 펼쳐야 할 이때, 사회적 소수자를 혐오 대상으로 삼는 행위는 이 뒤틀린 체제의 뒤틀린 존속으로 이어질 뿐이다. 약자 혐오가 아니라 연대와 단결로 - 분노가 향해야 할 곳은 집게손가락이 아니라 이 체제다 온라인 공간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우리는 이 공간에서 사람들이 토로하는 부조리, 부정의를 면밀히 포착해야 한다. 특정한 사람들이 특정한 공간에서 사용하는 언어, 공유하는 가치관, 생산하고 소비하는 문화에서 자본의 질서와 규범이 반영되기 쉬우나, 그것을 역으로 활용하여 가부장적 자본주의의 모순을 드러내고 계급적 단결을 추동할 수도 있다. 온라인 공간에서 페미니즘 대중화를 경험하고, 분노를 표현하고 싶었던 여성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던 것처럼, ‘국정농단’에 분노한 수많은 사람이 주말마다 광화문에 나왔던 것처럼 말이다. 온라인 혐오표현을 법으로 규제하고 규율, 감독해야 하는가? 아니다. 자본이 만든 부조리와 모순을 명확히 직시할 수 있도록 연대와 자본주의에 맞선 계급투쟁을 설득하고, 사회주의 변혁을 이야기하자. 하다못해 인터넷 뉴스 댓글에도 혐오에 동조하거나 편승하지 말자고, 문제는 자본의 착취와 억압에 있다고 이야기하자. SNS에 짧게라도, 우리가 분노하는 가부장적 자본주의의 실태를 이야기하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본주의 체제가 조장하는 혐오에 맞선 노동조합의 실천이다. 우리는 가부장적 자본주의 사회 속에 살고 있기에 체제가 조장하는 소수자 혐오로부터 자유롭지 않으나, 또한 그 체제에 맞서 싸워왔으며, 또한 싸우고 있기에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 전진을 위해 가장 중요한 조직 중 하나가 노동조합이다. 7월 15일, 현대중공업지부는 여성과 장애인에 대한 혐오와 멸시적인 언어를 담은 기사를 내보낸 것에 대해 사과문을 발행했다.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단결과 연대를 위해 결성된 노동조합이 여성혐오와 억압에 맞선 투쟁에 더 앞장서야 한다. 집게손가락을 색출하자는 마녀사냥에 노동조합이 맞서야 한다. 우리의 분노를, 그 분노가 응당 향해야 할 곳으로부터 사회적 소수자에게 돌리는 자본주의에 맞서자. 착취당하고 수탈당한 사람들의 분노를 ‘집게손가락’으로 돌리는 이 사회를, 바로 그 착취당하고 수탈당한 사람들이 째려볼 수 있도록 실천하고 설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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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0원으로 먹고살 수 없다!” 식대 인상 위해 투쟁하는 대학 청소노동자들(6월 19일 홍익대학교에서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대학사업장 집중집회가 열렸다.) (글쓴이는 같은 주제의 영상을 '투쟁의 미디어 스튜디오 알'에 게시했다.) “월급 빼고 다 올랐다! 식대 인상 해결하라!” 구호가 서울지역 여러 대학에서 몇 개월째 울려퍼지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소속 대학사업장 청소, 경비, 주차관리 노동자들이 대학 곳곳에서 ‘식대 인상 투쟁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지부의 핵심적인 요구는 단돈 식대 2만원을 인상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여러 대학 당국은 반 년이 넘도록 청소노동자들의 식대 인상을 거부하고 있다. 대학 청소노동자들의 임금은 노동조합이 결성되기 전인 2008년 이전엔 무조건 최저임금이었다. 정해진 출근시간보다 일찍 출근하는 등 ’공짜노동‘을 고려하면 실제 시급은 최저임금보다도 낮았다. 그러나 2008년 무렵부터 “우리는 유령이 아니다”며 청소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고, 대학사업장 집단교섭을 통해 최초로 최저임금보다 높은 임금을 쟁취했다. 지난한 투쟁의 결과로 비록 아주 높지는 않지만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소속 서울지역 대학사업장 노동자들은 법정 최저임금보다 조금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청소노동자들의 임금은 다시 최근 몇 년간 조금씩 조금씩 상대적으로 감소해왔다. “최저임금이 460원 오르면(2023년도 최저임금), 대학과 용역업체는 시급 400원 이상 올려줄 수 없다”는 게 대학의 교섭태도였다. 그렇게 기본급은 조금씩 더 최저임금에 가깝게 수렴됐다. 2024년 최저시급은 9,620원에서 9,860원으로 240원 인상됐다. 고려대분회 김모씨는 “대학당국은 (최저시급보다) 30원을 더 올려 270원을 주겠다면서 큰소리를 친다”고 말했다. “그래봐야 시간당 270원이에요. 이 금액이 한 달로 따지면 56,000원(인상)밖에 안 돼요. 우리가 5년째 식대를 올려달라 그런 적이 없어요. 시급만 조금 올리고, 올리고 이렇게 왔는데...” - 고려대학교 청소노동자 A씨 최저임금 인상 전망은 당분간 암울하다. 얼마 전인 7월 12일 결정된 2025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1.7%로,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인 2.6%에도 미치지 못했다. 작년에 결정된 2024년 최저임금 인상률(2.5%)도 지난해 물가상승률 3.6%를 반영하지 못해 실질최저임금이 하락했는데, 올해에도 연달아 실질임금이 하락한 것이다. 최저임금이 오르지 않은 만큼, 청소노동자들의 실질임금도 하락한다. (홍익대학교 집중결의대회에 참가한 청소노동자들이 식대 인상을 요구하는 선전물을 붙이고 있다.) 끼니 당 식대 겨우 2,700원. 폭등한 물가에 끼니 거르고 반찬 가짓수 줄여야 해 청소노동자들의 식대는 지난 5년 간 12만원에서 더 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동안 물가는 계속 올라, “6,000원 하던 한 끼 식사가 오징어라도 먹으려 하면 12,000원”이 되었다. 현재 식대인 12만원은 어느 정도 금액일까? 12만원을 출근하는 날로 나누면 대략 하루에 5,400원 꼴이다. 그러나 청소노동자의 하루는 일반적인 노동과 다르다. 남들이 일을 시작하기 전인 새벽에 청소를 한차례 마쳐야 하기 때문에, 청소노동자들은 새벽 4시반~5시면 출근해 하루를 시작한다. 많은 청소노동자들은 여전히 출근과 등교가 시작되기 전에 일을 마치기 위해, 정해진 출근시간보다 일찍 나오곤 한다. 오후 4시에 일을 마치고 퇴근할 때까지 약 10~11시간을 학교에 머무르기에, 점심 한 끼가 아니라 아침과 점심 두 끼를 학교에서 해결해야 한다. 끼니별로 식대를 나누면 약 2,700원. 노동자들은 2,700원으로 아무것도 사먹을 수 없다고 입을 모아 얘기했다. “저희는 새벽부터 나와서 일을 해서 오후 4시까지 근무를 하거든요. 그러면 하루에 두 끼는 먹어야 돼요. 아침하고 점심은 먹어야 되거든요. 근데 두 끼는커녕 한 끼 값도 안 되는 거예요. 사실 편의점에 있는 도시락 값도 안 되는 거거든요. 먹을만한 사과 하나가 3,000원씩 해요. 저희는 한 끼 밥을 먹어야 되는 거거든요. 근데 세상에 밥값이 2,700원밖에 안 되는데…” - 고려대 청소노동자 A씨 빠르게 오른 물가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식대로 어려움을 겪는 건 경비, 주차관리 노동자도 마찬가지였다. “코로나 오기 전에 식당에서 보통 (한 끼에) 6천원 했었거든요? 지금은 6천원 하다가, 7천원 하다가, 8천원 하다가, 또 좀 맛있는 거 먹으려고 똑같은 식당에서 오징어 먹으면 12,000원이에요. 이런 상황을 따지면 40%, 45% 정도 오른 상황인데 식대만 해도. 그래서 아침에 8시에 출근해가지고 (저녁) 7시에 퇴근하면 딱 11시간 근무하는 거거든요. 한 끼 먹고 간식도 못 먹고, 그냥 퇴근해서 집에 가서 먹는 거예요” - 고려대학교 주차관리 노동자 B씨 “저 같은 경우에는 도시락을 싸 갖고 다녀요. 아침에는 좀 건너뛰는 편이고 점심 한 끼 먹고 집에 가서 저녁 먹고 그러는데 반찬이라고 해봐야 특별한 거 없어요. 그냥 한두 개? 요즘 김밥 한 줄에 3,500원이더라고요. (“3,500원도 싼 거에요”라고 옆에서 A씨가 거들었다.) 김밥도 못 사요. 그래서 제가 생각해낸 게 도시락 싸가지고 와서 먹는 걸로 그렇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맛으로 먹을 것 같으면 이렇게는 못 먹죠. 배고픔 때문에 먹는 건데, 그냥 겨우 먹는다고 보시면 돼요. 맛으로 먹는 게 아니라.” - 고려대학교 경비노동자 C씨 대부분 노년이고, 하루종일 몸을 움직여야 하거나, 야외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야 하는 청소, 경비, 주차관리 노동자에게 식사 문제는 곧 건강문제이기도 하다. 주차관리 노동자 B씨의 증언처럼, 밥값을 아끼기 위해 오랜 노동시간 사이 끼니를 거르는 일이 생길 경우엔 노동자의 건강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런 배경 속에 ‘식대 인상 2만원’ 요구가 등장했다. 통계청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르면, 2020년 5월부터 2024년 5월까지 과일값은 68%, 채소는 29.3%, 가공식품은 17.4%, 외식물가는 20.8% 상승했다. 물가가 다 올랐지만 그 중에서도 식료품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식료품 물가가 폭등한 상황에서, 최소한 밥값은 보장받자는 취지다. 사실 식대 인상 ‘2만원’도 너무나 소박한 요구다. 식대 인상 2만원을 달성해 봐야 끼니별로 따지면 400~500원밖에 안 된다. 식대 인상을 쟁취해도 한 끼 밥값은 3,100원 수준에 불과하다. 청소노동자가 끼니 당 2,700원 받을 때 총장은 대학 돈으로 15만원짜리 식사해 하루 세 끼 필요한 영양분은 사람마다 다르지 않다. 하지만 한 끼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식대는 불평등했다. 고려대학교 경비노동자 C씨가 반찬 한 두개 담긴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지만, 고려대학교 총장은 2024년 2월, 대학재정인 업무추진비를 사용해 ‘대학발전 오찬간담회’에서 8명이 119만 2천원짜리 식사를 했다. 고려대학교뿐 아니라 홍익대, 서강대, 성신여대, 숙명여대 등 여러 대학교에서 대학공금으로 지난 몇년 간 1인당 2만원에서 5만원이 넘는 식사를 했다. 평균 식사값은 해가 넘어갈수록 빠르게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청소노동자와 면담조차 거부하는 대학 이렇게 식사의 불평등은 점점 커지는데도, 대학당국은 대학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식대 인상 요구를 7개월 넘게 묵살하고 있다. “학교에서는 안 올려준다는 것도 아니고, 올려준다는 것도 아니고…일단은 면담도 한 번밖에 못 했어요. 이날 이때까지 학교하고는. 면담을 2차로 하기로 돼 있었는데 (학교가) "할 말이 없다"고 지금 미루고 있는 상태거든요. 그래서 면담도 지금 못 하고 있는 상태예요. 학교하고. … 할 말이 없어도 저희가 면담 신청을 하면 면담을 해줘야 되는 거 아닌가? 학교 실정이 이렇다든가, 이런 말을 해줘야 되는데. 할 말이 없어서 못 하겠다고 면담을 못 하겠다고 그러는 거는 너무 무책임하고, 우리를 구성원으로 인정 자체를 안 한다고 저는 보거든요.” - 고려대학교 청소노동자 A씨 총장을 직접 찾아간 청소노동자들 노동자들은 몇 개월 전부터 대학 집중집회를 통해 이러한 불평등과 대학의 기만을 폭로해왔다. 그리고 7월 1일에는 연세대, 이화여대에서 총장에게 면담을 요구하기 위해 찾아갔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는 결국 총무팀장과 대면해 “(다른 곳이 먼저 식대 인상에 합의하면) 두 번째로 합의를 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그나마 진전된 태도이지만, 다른 대학교가 먼저 나서기 전까진 합의하지 않겠다는 치졸한 태도다. 연세대학교에서는 7월 1일 노동자들이 본관으로 찾아가 총장면담을 요구하며 기다리자, 아예 본관을 다 폐쇄하고 다른 곳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연세대 청소노동자들은 16일째 본관 앞에서 농성을 하며 면담을 요구하고 있지만, 연세대학교 총장은 무시로 일관하고 있다. (7월 1일, 연세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이 본관에 면담을 요구하며 찾아가 현재까지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7월 16일에는 고려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이 오전 11시에 본관을 찾아갔다. 총장은 나오지 않았다. 곧이어 점심시간이 되자 고려대학교에 경찰이 들어왔다. “청소노동자들이 출입구를 막아서 건물에 갇혀있다”면서 누군가 신고를 했다고 한다. 이류한승 조직부장은 “점심시간에 밥 먹으면 똥 쌀 거잖아. 똥싸면 그거 치워야 되잖아. 너네 똥 치워주는 청소노동자들이 밥을 못 먹어서 밥값을 올려달라는데, 너네는 점심시간이라고 경찰을 부르냐?”면서 청소노동자를 대하는 대학당국의 태도에 분노를 표현했다. 결국 점심시간이 지나며 대학 측은 면담을 진행하자며 접촉해왔다. 청소노동자 A씨는 “그동안 수차례 연락을 해도 받지 않던 총무부 관계자가 본관을 찾아오니 바로 만나자고 한다”며 억울한 심정을 토로했다. (7월 16일, 고려대학교에서 청소노동자들이 총장면담을 요구하자 점심시간에 "건물에 갇혀있다"는 신고를 받고 경찰차가 등장했다.) 대학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식대 인상 요구는 생존권 쟁취를 위한 최소한의 요구이다. 대학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당한 식대 인상 투쟁에 함께하자! (고려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이 식대 인상을 요구하며 본관 앞 면담투쟁을 하고 있다.) “여기 지금 전체 미화원들이 거의 다 도시락을 싸와요. 새삼스럽게 지금 밥값이 적어져서 도시락을 싸오는 게 아니라, 그전에 원래부터가 더 (임금이) 작아 가지고…아예 밥값도 없었어요 옛날에는. 그나마 조금 조금 올려서 이제 12만원까지 온 건데. 이 12만원까지 올라온 거가, 2009년도에 밥값이 처음 생겨 가지고 지금 십 몇 년 만에 12만원인 거예요. 쬐끔 쬐끔 만원, 만원 올라가지고. 근데 지금 세상에 십 몇 년 동안에 강산이 두 번 세 번이 바뀌었는데, 저희 밥값이 12만원이라는 게 말이 돼요? 여기 고대에서 솔직한 얘기로 70살까지 근무를 하면은 평생을 여기서 지금 일하는 거거든요. 보통 들어오면 최하 10년이에요. 그러면 고대 들어와서 내내 도시락만 싸다 마는 거예요. 2만 원 더 올려준다고 별다를 것도 없어요 사실은. 삼겹살 한 근도 못 사요. 식당 가서 제가 저번에 누구 밥 좀 사주느라고 삼겹살을 샀더니 삼겹살 1인분에 식당에서도 16,000원이에요. 그것도 싼 거라데요? 세상 천지에 뭐 2만원을 갖고서 우리가 뭐 큰 영예를 누리겠다는 게 아니라 올해 2만원이라도 못 올리면, 내년에도 작년 거 식대로 받아야 되고, 후년 가도 작년 식대로 받아야 되는 거예요. 그래서 저희가 그러는 거지. 그나마 2만원이라도 안 올리면 평생을 12만원에 머물러 있어야 되기 때문에, 그래서 저희가 지금 투쟁을 하는 거거든요.” 고려대학교 청소노동자 A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