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권리 보장을 위한 진전, 모자보건법 일부개정안 발의를 환영하며 국회의 조속한 논의와 의결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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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성명/논평

[성명] 권리 보장을 위한 진전, 모자보건법 일부개정안 발의를 환영하며 국회의 조속한 논의와 의결을 요구한다.

7월 11일, 남인순 의원 외 11명의 국회의원이 모자보건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발의하여 입법예고하였다. 이 개정안은 ‘인공임신중절’이라는 용어를 ‘인공임신중지’로 수정하여 통일하고 수술만 언급되어 있던 정의 조항을 약물까지 포함할 수 있도록 개정하는 한편,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임신중지를 급여 대상으로 포함하도록 명시하였다. 또한 형법상 ‘낙태죄’가 효력을 상실한 이후에도 모자보건법에 잔존해 남아 있던 위법성 조각사유인 14조를 완전히 삭제하였다. 


이후 7월 23일에는 이수진 의원 등 10인의 대표발의로 또 다른 모자보건법 일부개정안이 발의되었다. 이 안 또한 용어를 ‘인공임신중지’로 변경하고 약물과 보험급여 실시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였으며, 지원기관의 설치·운영에 관한 조항을 신설하였다. 


우리는 이와 같은 개정 방향을 환영하며, 22대 국회에서 조속히 논의하고 의결할 것을 요구한다. 

 

모자보건법 14조의 삭제와 약을 이용한 임신중지, 건강보험 보장 등의 내용은 ‘낙태죄’의 효력 상실과 함께 즉각적으로 이뤄졌어야 할 일이다. 현행 모자보건법 제2조의 정의 조항에서 ‘인공임신중절수술’만을 언급하고 있는 것은 이 법이 제정된 1973년의 의료 수준을 반영한 것으로, 이미 1988년부터 승인되어 이제 WHO 필수의약품으로 등재된 유산유도제를 이용한 안전한 임신중지에 의학적 가이드에 크게 뒤쳐진 조항이다. 따라서 정의 조항은 현 시대의 의학적 가이드와 기준에 맞춰 수정되어야 마땅하다. 또한 임신중지 관련 의료비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것은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을 포함하여 누구라도 의료비로 인해 임신중지 시기를 지연시키게 되거나 안전하지 않은 임신중지 환경에 놓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이는 임신중지 의료비 수가를 명확히 하고 임신중지의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여 의료의 접근성과 질을 높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이다. 


무엇보다도, 모자보건법 제14조의 삭제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 조항은 '낙태죄'를 유지하는 동시에, 장애와 질병이 있는 인구를 우생학적으로 통제하고 여성의 몸과 결정권을 국가 목적에 따라 관리하려 했던 인구정책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제14조로 인해 수많은 장애인들이 강제적이거나 동의 없는 불임 시술과 임신중지를 겪어야 했고, 그 실태조차 여전히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또한 배우자의 동의를 요구하는 조항은 상대 남성에 의한 보복성 고발을 가능케 하여, 심각한 폭력 상황에서도 여성의 대응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동해왔다. '낙태죄'가 폐지된 이후에도, 의료 및 지원 현장에서는 여전히 모자보건법 제14조를 근거로 의료 서비스와 지원의 범위를 제한해 왔고, 이는 여러 문제를 초래해왔다. 여전히 상당 수의 의료기관에서 건강보험 적용 기준이 마치 법적 기준인 것처럼 말하며 환자로부터 더 비싼 의료비를 감당하게 하거나 현금 지급을 요구하고 있으며, 성폭력 피해자의 경우 피해 사실을 입증해야 지원이 가능한 절차로 인해 임신중지 시기를 지연시켜왔다. 따라서 이번 개정안에 반영된 내용들은 앞으로의 임신중지 권리 보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조치이며 그동안 ‘낙태죄’와 모자보건법을 통해 국가가 저질러 온 심각한 인권침해의 역사를 청산하는 일이기도 하다. 

 

21대 국회에서도 권리 보장 조항을 포함한 모자보건법 개정안이 여러 건 발의된 바 있으나 결국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모두 폐기되었다. 22대 국회는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즉각 발의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고 빠르게 의결하기 바란다. 나아가, 현재 발의된 개정안의 내용을 넘어 임신중지 권리 보장을 위한 상담과 지원 체계, 보건의료 연계 체계와 시스템 구축 등에 관한 내용을 포함하고 국가와 지자체의 책임을 명시하는 모자보건법 전부개정안이 발의되기를 기대한다. 또한 모자보건법 뿐만 아니라 상위법으로서 성·재생산 건강과 권리의 보장을 위한 기본법 제정 및 과거 ‘낙태죄’와 모자보건법의 한계에 머물러 있는 근로기준법, 약사법 등 관련 법의 개정도 빠르게 추진되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법안의 개정과 함께 정부 보건 당국의 실질적인 행정 조치와 인프라 마련이 조속히 실행되어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유산유도제를 즉각 승인하고,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을 전면 적용하라. 그리고 안전하고 공식적인 임신중지 지원을 위한 임상 가이드와 의료, 상담, 지원 서비스 체계 구축에 나서라. 우리는 앞으로도 국회와 정부의 변화를 촉구하며 계속해서 변화를 밀어나갈 것이다. 

 

2025년 7월 25일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 보장 네트워크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권실현을위한행동하는간호사회,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건강권실현을위한행동하는간호사회,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노동당, 녹색당, 변화된미래를만드는미혼모협회 인트리,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사회주의를향한전진,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 시민건강연구소, 여성환경연대, 인권운동사랑방,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장애여성공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탁틴내일, 트랜스젠더인권단체 조각보, 플랫폼 C,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성폭력상담소, 홈리스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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