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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전환점에 선 베네수엘라(원문 기사) https://www.leftvoice.org/venezuela-at-a-tipping-point/ 후안 크루즈 페레, 히메나 베르가라 2024년 8월 8일 7월의 치열한 대선 이후 베네수엘라는 쉬운 탈출구가 없는 전환점에 서 있다. 권위주의적이고 반노동자적인 마두로 정부도 극우파 야당도 베네수엘라 노동자계급에게 어떤 것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정치적 위기가 극에 달하고 있다. 7월 28일(일) 베네수엘라 중앙선관위가 니콜라스 마두로를 대선 승리자로 선언하자, 우파 야당은 중앙선관위의 판정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자체 집계 결과를 토대로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 후보를 승자로 내세웠다. 미국의 주류 언론 매체는 예상대로 마두로 정부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우파 야당을 지지하고 있다. 일부 좌파들은 계속해서 마두로를 옹호하며 이번 선거가 공정하고 투명했다고 주장한다. 베네수엘라 외부의 사람들이 너무 많은 소음 속에서 급변하는 현 상황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7월 29일 아침 베네수엘라 전역에는 침묵이 감돌았다. 어떤 축하 행사나 불만의 표시도 없었다. 하지만 늦은 아침이 되자 정적은 냄비와 프라이팬을 두드리는 소리로 바뀌었고, 몇 시간 뒤에는 전국 각지에서 수천 명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선거 조작이 있었다는 인식이 널리 퍼졌기 때문인데, 특히 광역 카라카스로 알려진 노동자·빈민 거주 지역도 마찬가지였다. 많은 사람이 수년 동안 반민주 정권과 굶주림에 지쳐 있었고, 따라서 마두로가 압도적인 선거 승리를 거둘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번 시위는 우파와 정부 모두를 놀라게 했을 것이다. 일요일 밤, 우파 야당 지도자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와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는 사람들에게 거리로 나오라고 요청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정부는 폭력적인 진압으로 대응했는데, 특히 월요일 늦게 노동자 거주 지역에서 두드러졌다. 7월 30일 화요일까지 우파는 이러한 상황을 이용하여 자발적인 시위가 자신들의 이익에 복무하도록 유도했고, 자신의 전통적인 사회적 기반인 중산층 지역을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집회를 조직했다. 7월 29일 밤부터 대규모 군경 부대가 시위대를 체포하고 괴롭히고 잔인하게 구타했으며, 정부가 후원하는 준군사 단체인 이른바 '콜렉티보스'와 협력했는데 이들은 시위가 열리는 동안 총기를 발사하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단속이 시작된 이후 최소 2,000명의 시위대가 체포되었고 수백 건의 불법 가택 급습이 보도되었다. 마두로는 심지어 구금된 시위대를 “옛날처럼 도로를 건설하기 위해” 강제 노역에 투입하고 싶다고 기자회견에서 말하기도 했다. 제국주의 압력과 차베스주의 사이의 베네수엘라 오늘날 베네수엘라의 상황을 이해하려면 거슬러 올라갈 필요가 있다. 마두로는, 1999년부터 2013년까지 베네수엘라를 통치한 중도 좌파 군 장교이자 정치가인 우고 차베스의 후계자다. 그는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가 온 나라를 뒤흔든 격변기 이후 1998년 선거에서 승리했으며, 그 결과 강력한 반제국주의 수사(修辭), 석유 대금 일부를 전유(專有)하는 국가 개입, 석유 추출주의로 자금을 조달하는 진보적인 사회경제 정책을 중심으로 지지층을 구축했다. 차베스의 정책은 불평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었지만, 그의 목표와 업적은 베네수엘라 안팎에서 크게 과장돼 있다. 그는 자신의 프로그램을 “21세기 사회주의”라고 불렀지만, 일부 유명한 국유화를 제외하고는 기업 소유권은 여전히 사적 소유로 남아 있었고, 소유주에게는 항상 시장 가치에 따라 관대한 보상이 주어졌다. 14년간의 집권 기간에 차베스는 외채를 갚지 않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중남미 지역 좌파들은 대체로 외채를 제국주의 국가들의 수탈 장치로 인식한다. 특히 FT는 그런 인식이 분명하고, 따라서 중남미 지역 전반에서 ‘외채상환 거부’를 중요한 투쟁 강령으로 내세운다. -옮긴이). 2013년 차베스가 사망한 후 마두로가 임시 대통령으로 취임했고, 그해 말 선거에서 승리했다. 그 직후 유가가 급락하면서 베네수엘라 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졌다. 마두로는 노동자계급에게는 잔인하고 대자본과 기업에게는 유리한 긴축 정책을 펼치며 위기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2018년 마두로가 내놓은 경제 계획은 최저임금을 급격히 하락시켜 월평균 3달러로 떨어뜨렸다(필자의 확인에 따르면, 2017년에는 최저임금이 월평균 13달러였다. -옮긴이). 임금은 결코 회복되지 않았다. 차베스주의와 제국주의 압력으로 베네수엘라는 평화 시기에 있는 국가 중에서 21세기 들어 가장 심각한 경제 위기에 빠졌다. (2010년대 초반 베네수엘라 인구의 약 20%에 해당하는) 500만 명 이상이 베네수엘라를 떠났고 기아와 실업, 빈곤이 전례 없는 비율에 이르렀다. 제재를 통한 제국주의의 개입은 2017년과 2019년에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역외 자산과 전 세계 유동성 은행계좌를 몰수하면서 급격히 증가했다. (쿠바에 대한 금수 조치와 마찬가지로)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상대로 이런 제재를 가한 이유는 베네수엘라 인민을 고통과 빈곤에 빠뜨려 정부에 대한 불만을 촉발하거나 강화함으로써 정부 축출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조치들은 2019년 [우파의 대부분이 동조하고 트럼프 또한 마침내 베네수엘라에서 정권 교체를 단행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고 보았던] 후안 과이도의 쿠데타 시도 과정에서 더욱 강화되었다. 게다가 차베스의 프로젝트는 민주적 참여 메커니즘을 구축하지 않았기 때문에 노동자계급과 억압받는 사람들은 의사결정에서 배제되었다. 그 대신 차베스 개인에게 집중된 하향식 통치, 베네수엘라 통합사회당이라는 단일 정당에 의한 국가 통제, 그리고 궁극적으로 그를 지지하는 군대에 의존하는 것이 특징이었다. 대부분의 좌파 조직들은 차베스주의에 포섭되었으며, 그렇지 않은 경우 탄압의 표적이 되었다. 예를 들어, 매우 반민주적인 선거법 때문에, 통상적으로 자원이 부족한 좌파 조직들은 [우파가 정치적 대표성을 가진 것과 달리] 선거에 후보를 내세울 수 없었다. <제4인터내셔널 트로츠키주의분파>(FT그룹) 소속 사회주의노동자동맹(LTS)의 지도자 밀턴 데 레온은 이렇게 설명한다. “수백만 명의 베네수엘라 인민이 극심한 빈곤에 빠진 반면, 소수의 기존·신흥 부자들은 베네수엘라에서 자신의 입지를 공고히 해 왔다. 밀레이가 아르헨티나에서 하려고 하는 일을 마두로는 이미 수행했다. 그래서 나는 아르헨티나의 '자유주의자'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부러워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왔다. 만일 야권 후보인 에드문도 곤살레스가 집권한다면 그가 해야 할 더러운 일의 상당 부분은 이미 수행된 상태일 것이다.” 차베스주의의 권위주의적 과정과 지금의 선거 양보를 제공할 능력이 사라지면서 정부는 통치를 유지하기 위해 점점 더 강압에 의존하게 되었다. 장기적인 경제 위기를 배경으로 차베스 사망 이후 마두로 정부는 보나파르트주의와 억압의 강화라는 특징을 띠었다. 따라서 오늘날 베네수엘라 정부에 대한 사회적 불만이 큰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정부가 선거 조작을 저질렀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면서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합법적이고 정당한 분노가 촉발되었고, 탄압에 대한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월요일에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였다. 민주주의를 (또는 적어도 민주주의의 최소한의 표현인 투표권 인정을) 지키기 위한 대중의 결집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파에 의해 활용되고 있다. 노골적인 선거 조작에 맞서, 보수파 ‘통합 민주주의 플랫폼’의 지도자들은 스스로를 민주주의의 옹호자로 내세운다. 하지만 이들은 합법적으로 선출된 이전 정부에 대한 군사 쿠데타와 외국의 개입을 일관되게 옹호했었다. 우파 야당 인사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는 차베스 집권 초기부터 차베스나 마두로를 무력으로 축출하려는 모든 시도를 일관되게 지지해 왔다. 마차도는 미국의 지원을 받은 2002년 쿠데타를 지지했는데, 당시 민주적으로 선출된 차베스 대통령이 군부 고위층에 의해 체포되고 사업가 페드로 카르모나로 대체되었지만 대규모 군중 동원으로 차베스가 다시 권력을 되찾았다. 2004년에는 차베스 축출을 위한 국민투표를 다시 추진했지만, 거의 20%의 표차로 패배하자 부정투표를 주장하며 공식 결과를 인정하지 않았다. 최근에는 2019년 후안 과이도의 실패한 쿠데타 시도를 지지했을 뿐만 아니라 미국의 개입을 옹호하기도 했다. 이 마지막 행위로 인해 마차도는 이번 선거에서 출마가 금지되었다. 따라서 마차도는 74세의 전직 외교관인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를 대선 후보로 직접 지명했다.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를 상대로 쿠데타를 일으키는 데 거리낌이 전혀 없었던 마차도가 다시 한 번 군대에 “베네수엘라 국민의 편에 서라”고 촉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군부는 2002년 쿠데타 실패 이후 줄곧 차베스에게 충성해 왔으며 마두로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7월 28일 선거와 부끄러운 조작극 이후 새로운 지형에 접어들고 있다. 마두로에 대한 표면적으로 견고한 지지는 충분한 수의 노동자계급이 지속적으로 결집한다면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다. 그러나 노동자계급과 국제 좌파는 마두로 정부나 우파 야당 어느 쪽에도 희망을 두지 않아야 한다. 실제로 베네수엘라의 한 좌파 단체 연합은 이번 선거 기간 동안 “노동자계급에게는 후보가 없다”는 캠페인 아래서 단결했다. 참여 단체인 사회주의노동자동맹(LTS), 모두를 위한 나라(PPT-APR), 사회주의 흐름(MS), 사회주의 자유당(PSL)은 공동 성명에서 정부와 부르주아 야당이 노동자 권리를 약화시키고 초과착취 조건을 강요하려는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또한 둘 다 청소년에 대한 경찰폭력 지지, 낙태 금지와 반성소수자 종교단체에 대한 지지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마두로는 이번 선거에서 지지를 얻기 위해 2023년부터 수천 개의 교회에 자금, 물품, 라디오 방송을 제공하는 등 복음주의 교회들에 구애하기 시작했다). 사회주의노동자동맹의 리더 앙헬 아리아스가 기자회견에서 말한 것처럼, “모든 후보가 차이는 있지만 사업가와 대형 상인, 다국적 기업과 은행가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 국제적 압력 강화 시간이 지나도 정부가 공식 개표 결과를 발표하지 못하면서 마두로에 대한 외국의 압력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미국과 그 지역적 '전선 조직' 미주기구(OAS)의 비난은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앤서니 블링컨은 8월 1일 목요일 보도자료를 통해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가 선거에서 승리했다”고 발표했다. 루이스 알마그로 미주기구 사무총장은 마두로에게 패배를 인정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미주기구 상임 총회에서 공식 투표 기록의 즉각적인 공개를 요구하는 안건에 충분한 찬성표를 모으는 데는 실패했다. 선거 결과 발표 이후 이 지역의 중도 좌파 정부들은 곤경에 처했다. 마두로 정부에 우호적인 정부들은 베네수엘라 정부가 제공한 납득할 수 없는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외국의 개입을 거부하느라 고군분투하고 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멕시코), 구스타보 페트로(콜롬비아),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브라질) 대통령은 모든 투표 집계표의 공개와 공정한 기관의 결과 검증을 요구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최근 미국 국무부는 곤살레스 우루티아를 아직 베네수엘라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았으며, 브라질·콜롬비아·멕시코 정부가 제안한 협상적 권력 이양을 위한 중재를 지지한다고 밝히며 입장을 완화했다. 미국이 강경한 정권 교체 접근 방식에서 벗어난 것은 지역 내 중국의 존재감이 커지면서 미국의 영향력이 감소한 맥락, 그리고 마두로 정부와 다른 중도 좌파 라틴 아메리카 정부들 사이에 틈을 벌리려는 시도라는 차원에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쉬운 탈출구는 없다 베네수엘라는 전환점에 서 있다. 이 갈등이 어떻게 해결되든, 우리는 정치적 사건들의 가속화를 목격하고 있다. 마두로는 탄압을 강화해야만 권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으며, 이미 그 맛보기가 일어나고 있다. 반면에 모종의 권력 이양이 합의되면 우파 정부는 노동자의 권리를 약화시키고 국내외 자본에게 유리한 퇴행적 재분배를 초래할 프로그램을 시행하려고 할 것이다. 베네수엘라 인민은 뚜렷한 탈출구가 없는 수렁에 빠져 있다. 미국의 제재는 지난 10년간 엄청난 고통을 초래했으며, 미국에서 베네수엘라에 연대하려는 노력은 무엇보다 바로 이 제재를 문제 삼아야 한다. 또한 선거 과정이 아무리 조작되거나 의심스러워 보여도 우리는 항상 외국의 개입에 반대해야 한다. 베네수엘라에서 손을 떼라! 그러나 이것이 마두로 정부에 대한 지지를 의미해서는 안 된다. 미국 좌파의 일부는 (설령 수사에 불과할지라도) 미 제국주의와 반대되는 '진영'에 자신을 배치하는 정치 지도자를 지지하는 '진영주의' 입장을 취한다. 사회주의해방당(PSL)이 대표적이다. 사회주의해방당은 더 나아가 반대편을 가리키는 압도적인 증거들을 무시한 채 차베스주의를 사회주의를 향한 '혁명적' 경로의 예로 찬양한다. 마두로의 통치를 지지함으로써, 사회주의해방당은 권위주의적이고 반민주적일 뿐만 아니라 결정적으로 자본주의 이윤을 보존하기 위해 긴축 정책을 통과시키고 노동자계급 운동과 좌파를 탄압하는 데 아무런 거리낌도 보이지 않는 정부를 정당화하고 있다. 이는 사회주의를 위한 투쟁의 장애물이다. 국제 좌파는 친쿠데타 우파를 지지하지 않으면서도 특히 마두로 정부가 사회적 시위에 대해 잔인한 탄압을 가할 때 마두로에 반대하는 분명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 차베스주의의 기괴한 퇴행에 직면하여, 좌파는 이 경험에서 결론을 도출하고 독립적이고 노동자계급적이며 사회주의적인 프로젝트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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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투쟁] “스탑 크랙다운(Stop Crackdown, 단속을 멈춰라)” - 폭력단속 강제추방 중단! 울산출입국외국인사무소 규탄 결의대회2024년 9월 3일 울산출입국사무소입구 사거리에서는 ‘폭력단속, 강제추방 중단! 울산출입국외국인사무소 규탄 결의대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는 지난 6월 20일 경주지역 공단에서 벌어진 미등록 이주노동자 폭력단속과 강제추방 사태를 규탄하고자 민주노총울산지역본부, 민주노총경북지역본부, 이주민인권을위한부산울산경남공동대책위원회, 이주노동자인권노동인권실현을위한대구경북이주연대회의가 ‘울산출입국 6.20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지금까지 싸워온 투쟁을 집중 집회로 확인하는 자리였다. 울산, 경주, 대구, 경북, 부산지역 노동자들과 이주단체, 전진 등 약 100명의 노동자가 모여서 한글 구호와 함께 영어로 ‘위 아 원(We are one, 우리는 하나다)’, ‘스탑 크랙다운(Stop Crackdown, 단속을 멈춰라)을 힘차게 외쳤다. 법무부 산하 울산출입국사무소는 지난 6월 20일 마치 인간사냥을 하듯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폭력적으로 단속했다. 그로 인해 세 명의 이주노동자가 무릎과 발목 등을 크게 다쳤고 태국 여성 노동자는 임신한 상태에서 골절에 강제추방까지 당했다. 결국 고향에 돌아간 그는 태아가 유산되는 일까지 겪고 말았다. 민주노총과 이주단체들은 울산출입국사무소 규탄 행동에 돌입했다. 7월 3일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매일 1인 시위와 현수막 걸기를 진행했고, 투쟁을 전국으로 확대해 모든 지역 출입국사무소 앞에서도 1인 시위와 현수막 선전을 이어왔다. 법무부를 찾아 규탄 기자회견도 진행했다. 첫 순서로 이춘기 경주이주노동자센터장이 6월 20일 폭력 사태와 경과를 전할 때, 집회 참가자들도 여러 날이 지났으나 여전히 생생한 분노를 함께 느꼈다. 이춘기 센터장은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가장 낮은 곳에서 모든 착취의 대상이 된다’며 ‘이주노동자에게 차별적 노예의 삶을 강요하는 국가와 자본을 향해 투쟁하자, 미등록 이주노동자도 인간의 존엄성을 인정받고 노동의 고귀함을 쟁취할 때까지 함께 나아가자’고 강조했다. ‘울산출입국 620대책위’는 아직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은 울산출입국사무소장을 면담하기 위해 6명의 동지를 먼저 출입국으로 들여보내고 집회를 이어갔다. 민주노총 최용규 울산본부장의 대회사에 이어 박준 문화노동자의 노래가 이어졌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집회에 참여한 게 어색했을 법도 한 이주노동자는 주먹을 쥐고 피켓을 들며 정주노동자의 발언과 투쟁가에 집중했다. 짧은 영상이 지나가고 휠체어가 무대 앞으로 움직였다. 6월 20일 폭력단속에 무릎뼈와 신경까지 손상되는 큰 부상을 당한 스리랑카 이주노동자가 마이크를 잡았다. ‘한국에서 더 일하고 싶었지만, 방법이 없어서 미등록으로 어느 금속 공장에서 일하게 되었다. 그러다 같이 일하는 이주노동자가 산재사고로 죽었다. 다른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떠났지만 나는 공장에 CCTV가 없었기 때문에 죽음을 증언하기 위해 남았다. 강제추방을 각오하고 경찰서에 가서 진술했다. 잡혀가진 않았다’, ‘이번에 폭력단속을 당했다. 너무 무서워서 도망치다가 넘어졌고 산 위에서 몸을 숨겼다. 무릎 신경까지 크게 다쳐 1년 넘게 치료받아야 하는 상태다. 입원 중에서 태국 여성 노동자가 유산되었다는 소식도 들었다. 왜 우리에게 이런 일이 발생하나? 미등록 이주노동자라서인가? 코로나 때도 우리는 같이 일했다. 우리는 모두 똑같은 사람이고 똑같은 노동자다. 똑같은 노동자인 우리는 노예처럼 개처럼 단속하는 게 가슴 아프다’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다음으로 이주단체 ‘함께하는세상’에서 활동하는 리샤오나 사무국장이 발언했다. ‘아침에 부산에 있는 외국인보호소에 갔는데 처음 가본 친구는 왜 보호소가 감옥이냐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울었다. 출입국관리소 직원은 2천만 원을 내면 다시 한국에 와서 일하게 해주겠다고 말했다. 왜 사람을 단속하고 장사하나? 살기 위해 이주하는 건 죄가 아니다. 이런 외국인 보호제도는 당장 바꿔야 한다. 이주노동자를 비인간적으로 대우하는 출입국은 예나 지금이나 바뀐 게 없다. 그래서 회의감이 들 때도 있지만 우리는 여기서 모여서 연대한다. 노래를 들을 때 눈물이 났다. 한국은 이주노동자를 많이 오게 만들면서 한편으로 제도적으로 미등록을 만들고 단속·추방한다. 악으로 연결된 사슬을 연대로 끊을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아보자’고 힘차게 말했다. 민주노총 김태영 경북지역본부장 투쟁사에 이어 ‘노동자는 하나, Labor is the One’을 함께 부르고 대오는 울산출입국사무소까지 짧은 행진을 이어갔다. 도착한 대오는 구호를 적은 리본을 출입국 주변에 묶었다. 소장을 겨우 만난 면담 대표자들이 내려와 ‘소장이 앞으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말뿐인 약속’이라고 보고했다. 대오는 울산출입국사무소 앞에서의 투쟁은 일단락되지만, 앞으로 더 많은 정주노동자가 이주노동자와 단결해 비인간적 인간사냥, 단속추방을 없애고 노동권을 보장받도록 투쟁하자고 결의했다. 이후 620 폭력추방 사태에 대해서는 인권위원회 제소, 국가 상대 손해배상 소송 등이 이어질 계획이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오늘도 착취와 차별, 혐오 속에 두려운 하루를 보내고 있다. 폭력단속으로 오른발을 움직일 수 없게 된 이주노동자의 말처럼 우리는 똑같은 노동자다. 리샤오나의 말처럼 이주노동자에 대한 잘못된 정책과 제도는 당장 바꿔야 한다. 모두가 외쳤듯 위 아 원! 노동자는 하나다! 스탑 크랙다운(Stop Crackdown, 단속을 멈춰라)! 미등록 이주노동자 노동권을 보장하라! 그리고 고용허가제 폐지하고 이주·정주 노동자가 단결로 착취를 끊어낼 때까지 함께 투쟁하자! Instagram에서 이 게시물 보기 사회주의를 향한 전진(@marchtosocialism)님의 공유 게시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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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여성뉴스 브리핑] 딥페이크 범죄 계속되는 동안 국가는 무얼 했나1. 딥페이크 범죄 계속되는 동안 국가는 무얼 했나 서울여성회와 서울여성회 페미니스트 대학생 연합동아리(서페대연)가 8월 29일 서울 강남구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서 ‘#너희는 우리를 능욕할 수 없다’는 제목으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국회에 불법합성(딥페이크) 성범죄 해결을 촉구했다. 흰색 가면을 쓴 채 발언에 나선 서울여성회와 서페대연은 국가의 미진한 대응 탓에 심각한 피해를 유발하는 디지털 성범죄가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정부는 이번 사건의 주범 중 하나”라며 “소라넷(성착취물 유통 사이트)부터 n번방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정부는 국민의 안전을 외면하고 변명하다가, 국민의 분노가 들끓고 나서야 대책을 마련한다고 했지만, 임시방편으로 일관해 왔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가 구조적인 성차별은 없다며 여성가족부 폐지를 시도하고 여성과 안전 예산을 없앴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해 말 2024년도 여성 폭력 방지와 피해자 지원을 위한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그런 가운데 딥페이크 성범죄가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되자 지난 8월 27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디지털 성범죄를 뿌리뽑아 달라”고 말했다. 텔레그램, 인스타그램 등 SNS(소셜미디어)가 이미 우리 일상 속으로 깊이 파고든 상황에서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성범죄의 확산은, 범죄가 아동·청소년·여성 등 모든 시민의 일상을 위협하는 것과 다름없다. 정부는 이제라도 시민의 안전한 일상을 위해 종합적 대책 마련에 시급히 나서야 한다. <참조 기사> https://www.newsis.com/view/NISX20240829_0002868121 2. 첫 월급부터 체불, 대책 없는 이주가사노동자 시범사업 서울시와 정부의 이주가사노동자 시범사업을 위해 8월 6일 입국한 필리핀 가사노동자 100명이 첫 임금에 해당하는 교육수당을 전액 지급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이 받아야 할 교육수당은 1인당 약 96만 원이다. 이 때문에 이주 가사노동자들은 40만 원이 넘는 숙소비 등 생활비 마련에 애를 먹는 처지에 내몰렸다.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은 정부 인증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인 홈스토리생활(대리주부·70명), 휴브리스(돌봄플러스·30명)와 근로계약을 맺고 9월 3일 서비스 시작 전까지 하루 8시간씩 교육을 받고 있다. 이들은 고용허가제(E-9)로 입국했고, 이들에 대한 교육수당은 사업주가 부담하기로 돼 있다. 두 서비스 제공기관은 유동성 부족으로 수당을 지급하지 못했다고 노동부는 변병했다. 서비스 이용 가정에서 이용료를 받은 뒤 그 돈으로 가사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해 왔는데, 이번 시범사업의 경우 서비스 개시 전이라 이용료를 받지 못해 임금을 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주노동자평등연대에 따르면 “애초 시범사업 설계 당시부터 교육기간 임금문제에 대한 질문에 노동부는 고용보험의 직업능력개발훈련비용으로 교육수당을 지급하므로 문제가 안 될 것”이라 답했다고 한다. 실제로 필리핀 가사노동자들의 근로계약서에는 근로계약기간은 7개월이며 “근로계약기간은 입국일부터 기산함”이라고 적시됐다. 서비스 기간은 9월 3일부터 내년 2월 말까지 6개월이므로, 근로계약서만 보면 첫 한 달의 교육기간 역시 계약서상 임금 지급 의무가 발생한다. 게다가 근로계약서엔 교육수당 지급 특수 약정이나 첫 임금을 9월 20일에 지급한다는 내용도 없다. 임금체불을 저지른 두 업체는 물론, 이들 업체를 선정한 서울시와 정부도 이번 사태를 일으킨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에 조혁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에게는 국내 노동법이 동일하게 적용되며, 내외국인을 떠나서 일반적으로 교육 과정에서 이런 일은 발생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와 정부가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서둘러 시범사업에 나선 결과, 애꿎은 노동자들만 피해를 입는 상황이다. <참조 기사>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8301506001 3. "육아휴직 쓰자 괴롭힘 시작돼"… 법 위반에도 솜방망이 처벌 지난 1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임신·출산·육아 관련 법 위반 신고 처리 현황을 공개했다. 직장갑질119는 직장에서 노동자들이 육아휴직, 육아기 노동시간 단축 등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가운데, 사측의 부당행위를 법 위반으로 신고해도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진다고 지적했다. 현황에 따르면 2020년 1월 1일부터 지난 6월 20일까지 고용노동부에 임신·출산·육아 관련 법 위반 신고가 2301건이나 접수된 가운데, 기소나 과태료 부과는 고작 129건(5.6%)에 불과했다. 기간을 2024년으로 좁히면 결과는 더 심각했다. 지난 1월 1일부터 6월 20일까지 고용노동부에 들어온 임신·출산·육아 관련 법 위반 신고 278건 가운데 25건(8.9%)만 법 위반을 인정받았다. 기소하거나 과태료를 부과한 것은 8건(2.8%)에 그쳤다. 한 제보자는 육아휴직을 신청하자 회사 측이 전 직원 앞에서 그를 타박하거나 업무꼬투리를 잡는 등 괴롭혔고, 우여곡절 끝에 육아휴직한 뒤 복직하려 했지만, 복직을 거부당하고 기존 근로계약과 현저하게 차이 나는 근로계약서에 사인하거나 퇴사할 것을 강요받았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제보자는 육아휴직 중에 복귀를 강요받았다고 주장했다. 업무 대체자가 없기 때문에 기존에 신청한 육아휴직 기간보다 빨리 복귀하라고 했다는 것었다. 육아기 단축근무를 신청했는데 회사에서는 열흘이 넘도록 계속 검토 중이라고 한다는 제보도 있었다. 이는 근로기준법 위반이지만, 지난 1월 1일부터 6월 20일까지 접수된 사건 83건 중 법 위반을 인정받은 사건은 6건(기소 5건, 시정완료 1건)이었다. 김세옥 직장갑질119 활동가는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갖가지 지원 계획들과 제도 개선 논의를 쏟아내고 있지만 일터에서 모·부성 권리 보호 제도 사용을 문제시하고 민폐 취급하는 현실을 바로잡지 않는 이상 제도를 만들고 개선해도 그것이 노동자들의 삶에 들어가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참조 기사> https://www.newsis.com/view/NISX20240901_0002870643 4. 영국 넥스트(NEXT) 노동자들, 동일임금 청구 소송 6년 만에 승리 넥스트 전현직 3,500여 명이 동일임금을 위한 6년간의 법정 투쟁에서 승리했다. 고용 재판소는 대부분이 여성인 매장 직원들이 남성인 창고 직원들보다 낮은 임금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매장 노동자들의 소송을 대리한 변호사는 이 판결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하며 체불임금은 3,000파운드 이상에 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넥스트(NEXT)는 이번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 판결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23년 사이 넥스트(NEXT)의 상담창구 직원의 77%가 여성인 반면, 창고 노동자는 52.75%가 남성이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두 직업 간 임금 차이가 “성별의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 영향”을 포함한 “직접적인 차별”에 의한 것이 아니라 “비용절감 및 이윤 증대”를 위한 노력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인정했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궁극적으로 해당 소매업체가 낮은 임금이 성별 차별의 결과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판결했고, 재정적 결정이 동일임금에 반대하는 전면적인 주장으로 사용될 수 없다고 말했다. 노동자들을 대변하는 로펌 리 데이(Leigh Day)의 변호사이자 파트너인 엘리자베스 조지(Elizabeth George)는 이번 판결이 다른 부문의 노동자들에게 “매우 고무적인 일”이 될 것이라며 “소매업은 성별분업이 이뤄지는 유일한 분야가 아니”라고 말했다. 아스다(Asda), 테스코(Tesco), 모리슨스(Morrisons), 세인즈버리(Sainsbury’s), 협동조합(Co-op) 등 영국 최대 슈퍼마켓 5곳의 노동자들도 동일임금 소송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들 기업은 시장 임금에 대해 넥스트와 같은 주장을 내세우고 있어 노동자들은 이에 맞서고 있다. 조지 변호사는 이번 판결이 의료 부문, 접객업, 건설 분야 등 추가 소송을 촉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참조 기사> https://www.bbc.com/news/articles/cj0817jd9dqo 5. 성소수자 차별과 혐오가 종교의 자유? “우리는 누구나 축복이자 선물입니다.” 2019년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 축복식을 집례했다는 이유로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로부터 징계와 출교를 당한 이동환 영광제일교회 목사가 무효를 주장하며 법원에 제기한 2건의 소송에서 상반된 결과가 나왔다. 2024년 7월 18일, 수원지법 안양지원 제11민사부는 출교 판결무효확인소송에서 감리회 경기연회재판위원회가 이 목사에게 선고한 출교 판결 효력을 정지했다. 그런데 8월 21일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정직 2년 무효확인소송에서 이 목사의 소를 부적합한 것으로 보고 소송을 종료(각하)했다. 재판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 법원이 종교단체 내부 결정에 개입할 수 있는지, 둘째, 성소수자 축복식 집례를 이유로 정직 2년과 출교 징계를 한 게 정당한지다. 수원지법 안양지원 재판부는 이 건을 법원이 판단할 수 있다고 봤다. ‘동성애 찬성·동조가 범죄’라는 조항이 교리와 일부 관련 있지만 이 목사의 재판청구권도 보장해야 하고, 정의에 관한 관념상 하자가 있는 경우까지 종교 문제라는 이유로 법원이 판단하지 않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봤다. 출교 처분에 대해서 ‘사회 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의 일탈·남용에 해당할 가능성도 상당하다’고 보았다. 나아가 동성애의 규범적 평가는 시대와 사회의 변화에 따라 바뀌어 왔다’며 모든 국민에게 평등권을 보장하는 헌법에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창세기, 레위기 등 성경의 특정 구절이 동성애를 금하는 의미로 해석해왔다”며, 법원이 “동성애 찬성·동조 처벌 조항이 위법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교단의 특성을 도외시하고 정교분리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중앙지법은 기원전에 갇힌 성경의 이해대로 성소수자 혐오를 교리이자 권리로 인정해 준 것이다. 감리교는 혐오와 검열을 계속하고 있다. 2024년 성소수자를 축복한 목사 6명을 추가로 고발했고, 이 목사의 징계가 부당하다는 내용의 성명서에 서명한 목회자 137명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이 목사는 “축복은 죄가 아니다”라며 법적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참조 기사> https://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art_id=202408260600031&dept=115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599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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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투쟁] “SNS 사진을 지우게 한다고 딥페이크가 사라질까요?” 학교 내 성폭력에 맞선 지혜복 교사의 발언지난 8월 31일(토)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의 후원행사에서 지혜복 교사가 투쟁발언을 했다. 지혜복 교사는 학생들의 증언을 통해 지난 2년 간 ‘학교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수위의’ 성희롱과 성추행이 일어났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학생들에게 해결에 나서겠다고 약속한 지혜복 교사는 철저한 피해자 보호와 함께 대대적인 성평등 교육 실시를 통해 80%의 여학생들이 당하고 있던 학교의 성차별적 구조를 바꿔가고자 했다. 그러나 피해자의 신원을 보호해야했을 담당교사는 도리어 가해학생들에게 피해학생의 이름을 알려주었고, 지혜복 교사는 상급기관에 공익신고를 했지만 돌아온 것은 “학교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허망한 답변 뿐이었다. 홀로 성차별 구조에 맞선 투쟁을 하던 지혜복 교사는 8개월 만에 인권센터의 권고조치를 받아냈지만, 작년 말 다른 학교로 부당전보돼 현재 부당전보 철회투쟁을 하고 있다. 지혜복 교사는 발언에서 딥페이크 성폭력에 대응하는 교육현장의 태도를 규탄했다. “여학생들을 모아놓고 “니들이 스스로 조심해야 된다”고 하고, 인스타그램에 올린 자기 사진을 다 지우라고 합니다. 과연 이런 걸로 지금 딥페이크가 사라질 수 있을까요? 딥페이크가 기사화되고 나서 8월 28일 날, 교육부 차관이 발표를 했습니다. 학생들과 교사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실태조사를 하고 전담조직을 만들겠답니다. 큰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똑같은 말을 합니다. 사안이 벌어지고 나서 ‘처벌을 하겠다, 색출하겠다, 조사하겠다, 범인을 잡겠다’ 공언합니다. 이런 방식으로는 절대로 해결될 수 없다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결국 이 사회는 자본의 이익만 된다면 그 어떤 형태의 인간 파괴도 서슴지 않고 상품화하며,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차별 구조 속에서 여성들은 성적 대상화되면서 끊임없이 그런 성폭력에 시달립니다. 학교 내 성폭력은 그런 우리 사회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지혜복 교사는 또한 이렇게 광범위하게 ‘성폭력 문화’가 확산되게 만든 교육의 현실을 비판했다. “(잘못된) 아이들의 모습은 저는 처벌로 절대 해결될 수 없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가해 학생들에게 교육을 하고 싶었습니다. 아이들은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면 안 되는지조차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성교육이 거의 되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아이들은 훨씬 더 온라인상의 음란물에 노출되어 있었고, 학교 내에서의 성교육은 30년 전과 다름이 없었습니다. 중앙에서 방송을 틀고. 아마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이 성장기에 경험하셨을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방송실에서 영상을 하나 틀면 교실에서 우리는 딴짓을 해도 됩니다. 그게 학교 안에서 이루어지는 성교육의 형태고요. 또 이것만으로 부족하다고 해서, 보건교사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수업을 하는데요. 거의 생물학적인 구조 이런 것들을 가르칩니다. 보건교사는 본래의 업무가 그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인건비 이런 것들 때문에 학교에서는 땜질식으로 그렇게 보건교사를 동원합니다. 이것이 학교 안에 벌어지고 있는 성평등 교육이라는 것의 수준입니다. 그래서 저는 A학교에서 벌어진 이 사안을 통해서 학교 안에 성평등 교육과정이 포괄적으로 들어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지혜복 교사가 부당전보된 것은 2년 동안 학교에 만연했던 성폭력의 현실을 알았을 때, 이를 가만히 두고보지 않고 투쟁에 나섰기 때문이다. 공익제보를 한 지혜복 교사를 내쫒는 학교 구조가 공고하게 유지되는 이상, 성폭력 문화를 재생산하는 오늘날의 교육현실은 바뀔 수 없다. 학교 내 성폭력에 맞선 교육노동자 지혜복의 투쟁이 승리해야, 성폭력이 만연한 교육현장을 바꿔나갈 수 있다. 관련기사: 딥페이크와 친족성폭력, 그리고 지혜복 Instagram에서 이 게시물 보기 사회주의를 향한 전진(@marchtosocialism)님의 공유 게시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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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투쟁] 장애인 권리를 약탈하는 오세훈 서울시장에 맞선 전장연 파리 지하철 선전전8월 29일 오전 8시 30분, 파리 올림피아드Olympiade역 14호선 승강장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파리 패럴림픽 특사단 수십명이 집결했다. 특사단은 이후 지하철을 타고, 바닥을 기면서 구호를 외치고, 파리 시민들에게 오세훈 서울시장의 권리약탈을 규탄하는 선전물을 나눠주었다. 샤틀레chatlet 역까지 ‘포체투지’ 선전전을 이어간 특사단은 이후 플랫폼 로비에서 ‘다이인(die-in)’ 퍼포먼스를 벌였다. 다이인 퍼포먼스가 이어지는 동안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마치 나치 집권시기 독일이 T4프로젝트로 장애인을 집단학살했던 것처럼,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장애인들을 다시 수용시설에 격리하려고 한다.”고 얘기했다. 곧 파리 경찰이 와서 지하철 역에서 5분 내로 해산할 것을 경고했다. 특사단의 퍼포먼스는 곧 프랑스와 올림픽이 지닌 위선을 고발하는 일이기도 했다. 이 날은 파리에서 패럴림픽이 개막한 다음날이었는데, 프랑스는 패럴림픽을 개최하며 장애인에 대한 ‘포용성’을 선전하지만, 정작 파리의 지하철은 14호선이 유일하게 엘리베이터가 설치돼있는 호선이기에 그 외에는 휠체어 접근이 불가능하다. 이날 지하철 선전전에 함께 참여한 빵과장미 활동가 샤샤Sasha도 “프랑스와 올림픽의 위선을 지적하는 동지들의 투쟁을 지지한다. 올림픽에서 마치 모든 사람들을 포용하는 것처럼 얘기하지만, 알제리 복싱선수 이마네 칼리프를 둘러싼 공격, '아프가니스탄 여성의 자유'를 외친 아프간 여성선수에 대한 배제를 우리 모두 보았다. 패럴림픽의 화려한 모습과 달리 프랑스의 장애인들은 공공교통을 이용할 수 없고, 빈곤 속에서 살아간다. 그래서 동지들의 투쟁이 곧 우리의 투쟁이다.”고 연대발언을 했다. 비장애중심주의에 맞서, 장애인도 시민으로 권리를 누리며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자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투쟁에 함께하며, 그 날의 구호를 함께 외쳐본다. Against Ablism! 비장애중심주의(에이블리즘)을 반대한다! 장애인도 시민으로 이동하는 시대로! 오세훈 서울시장은 장애인 권리 약탈을 중단하라! Instagram에서 이 게시물 보기 사회주의를 향한 전진(@marchtosocialism)님의 공유 게시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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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7기후정의행진조직위 위성정당 창당세력 배제를 둘러싼 논쟁, 어떻게 볼 것인가사진: 연합뉴스 7월 11일, 사회주의를향한전진은 907기후정의행진조직위원회 1차회의에서 민주당과 함께 위성정당을 창당한 세력에 대한 배제를 요구하는 수정동의안을 발의했다. 8월 1일 2차 조직위원회 2차회의에서 해당 수정동의안, 즉 (보수양당에 더해) “22대 총선에서 보수양당과 함께 비례위성정당을 창당한 정당 역시 참여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찬성 23표, 반대 28표, 기권 19표로 부결되었다. 이에 따라 민주당과 함께 위성정당을 창당한 정당들, 즉 기본소득당과 진보당의 기후정의행진 조직위원회 참여가 허용되었다. 배제가 아니라 논쟁과 토론이 필요하다? 8월 1일 2차 조직위원회 당일, 인권운동사랑방은 ‘세상을 바꾸는 기후정의운동을 더욱 너르고 단단하게 조직하자’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수정안이 제기된 이유에 공감하나 위성정당 창당세력 조직위 배제에는 반대한다는 의견과 함께, 향후 논쟁과 토론을 이어가자는 입장을 밝혔다. “인권운동사랑방은 보수양당과 분별되는 기후정의운동의 세력화라는 전망 속에, ‘비례위성정당 참여'에 대해 분명히 반대합니다. 하지만 기후정의운동의 수많은 투쟁 현장에서 함께 했던 동료이기도 한 이들과 함께 기후정의운동의 세력화를 위한 ‘운동 현장의 조직과 연결', ‘정치사회세력화의 경로와 방안’에 대한 논쟁과 토론을 이어나가고자 합니다.” 2차 조직위 결정 이후 플랫폼C 역시 마찬가지 취지로 입장을 발행해, 위성정당 비판과 기후정의행진 조직위 배제는 다른 문제라고 주장했다. “진보당을 배척하는 것은 전혀 다른 심급의 문제다. 연대기구는 정치적 입장, 조직형태가 다른 상이한 단체들이 참여하여, 해당 시기에 함께 투쟁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여기서 어떤 하나의 정치적 입장을 무조건 관철할 수 없고, 그렇게 하려면 연대기구가 와해되어 강력한 운동을 전개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907 조직위에는 진보당뿐만 아니라 전환의 경로, 기업 및 기득 정치권과의 재정적·정치적 독립성, 구체적 이슈에 대한 찬반 등에서 서로 다른 조직이 참여하고 있다. 다양한 쟁점은 907 조직위를 넘어서는 사회운동의 공간에서 토론과 논쟁, 운동 간 경합을 통해서 다루어질 수밖에 없다.” 이렇듯 2023년 기본소득당 조직위 배제에 찬성한 많은 단체가, 2024년 진보당이 조직위 가입 배제 대상으로 놓이자, 배제에 반대하며 2023년 자신들의 입장조차 공개 반성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진보당이 기본소득당보다 크기 때문이다. 노동자 민중운동에 대한 영향력에서도, 보유한 조직적 자원에서도 말이다. 말하자면 기본소득당을 배제해도 ‘연대기구가 와해’할 우려까지는 발생하지 않으나, 진보당에 대한 배제는 ‘와해’를 촉발할 우려까지 발생한다는 것, 그래서 ‘강력한 운동을 전개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907조직위를 넘어서는 공간’에서 토론과 논쟁을 벌여야 하는가? 아니다. 첫째, ‘논쟁과 토론’은 어떻게 촉발되었는가? 민주당과 함께 당을 만든 세력을 기후정의행진조직위에서 배제하자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부터다. 둘째, 기후정의행진조직위라는 연대기구가, 나아가 기후정의운동이 지금 강력한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가? 아니다. 기후정의행진조직위 가입단체들은 ‘전환의 경로, 기업 및 기득 정치권과의 재정적·정치적 독립성’ 등에서 각양각색이며, 그런 만큼 해당 문제들은 당연히 논쟁과 토론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에너지 요금인상’ 등 구체적 문제를 논쟁 대상에서 제외하는 접근이 아니라, 바로 그런 구체적이고 민감한 문제가 907조직위원회 내에서 논쟁되어야 한다. 민주당에 대한 태도, 또한 어떤 반성도 없이 민주당과 연대해온 세력에 대한 입장도 마찬가지다. 결국 907기후정의행진조직위 2차회의 결정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그 단위가 배제될 경우, 기후정의운동 연대체에 많은 타격을 야기할 정도로 큰 세력을 가진 단위가, 아무렇지도 않게 기후악당과 당을 만들고, 어떤 반성도 없이 다시 연대체에 가입을 신청했으며, 연대체는 이를 허용했다. ‘연대’를 위해.” 이들이 2020년 총선에 이어 2024년 다시 민주당과 당을 만들어도, 민주당 입장에 따라 신공항사업 국회표결에 찬성하거나 기권해도, 기후정의행진조직위는 이들을 조직위 일원으로 인정했다. 말하자면 이 모든 행위를 ‘기후부정의’ 규정에서 면죄했다. 이쯤 되면 9월기후정의행진조직위가 누구와 어떻게 싸우겠다는 것인지, 조직위에 민주당 가입을 불허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조차 모호해진다. 실제로 전진이 발의한 수정동의안에 반대한 단위 중에는, 민주당을 배제할 이유가 없다고 여기는 단체도 있을 것이다.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의 신규·민간 석탄화력발전소 건설과 핵발전 유지를 비롯한 그 모든 기후악행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올해 조직위 결정이 유지된다면, 우리는 향후 민주당의 조직위 참여 여부를 두고 논쟁을 벌여야 할지도 모른다. 행사가 아닌 운동이 필요하다 - 민주당과의 연대를 ‘입장’으로 반대할 것인가, ‘실천’으로 반대할 것인가? 온몸으로 느껴지는 극심한 기후위기에도, 현 국면 ‘기후악당’에 대한 노동자 민중의 분노가 결집하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기후정의운동은 하강기에 있으며 그 추세는 급격했던 확장세만큼이나 가파르다. 2022년 9월 기후정의행동은 2만 명 넘는 인원을 거리로 불러내며 하나의 가능성을 드러냈으나, 그 가능성을 운동의 확대와 현실의 변화로 연계해내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이는 단지 한국만의 현실도 아니다. 미래를위한금요일 독일지부에 따르면 2019년 9월 140만 명 이상이 독일에서 글로벌 기후파업에 참여했지만, 5년이 지난 지금은 25만 명에 불과하다. 유럽 전역에서 확대되는 ‘그린래시(기후운동에 대한 백래시)’는 기후운동 위축과 동전의 양면을 이룬다. 즉, 여전히 ‘기후’는 ‘먹고사는 데 걱정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인식되고 있으며, 극우는 전환비용을 노동자 민중에 전가해온 각국 기후정책에 대한 반감을 효과적으로 조직해냈다. 상황을 보자. 기후정의운동의 ‘적’은 기후정의운동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심지어 이제는 두려워하는 흉내, 그린워싱조차 이전보다 줄었다. 9월 어느 날 거리를 장악했다는 해방감, 그 자체만으로 운동을 확대할 수 없다는 것이 명백해진 지금, 한국 기후정의운동은 좌표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다음은 2023년 923기후정의행진 조직위원회 4차회의 안건1. <923 기후정의행진 평가> 결과 중 일부다. “9월행동이 어떤 자리가 되어야 할 것인가와 관련해, 참여자 설문조사에서도 드러나듯이, ‘운동의 흐름이나 투쟁의 현장’보다는 ‘행사’의 성격이 강하다는 점이 확인됨.” 행사가 아닌 운동이 필요하다. 그리고 행사를 벗어나지 못하는 9월 기후정의행동의 상황과 민주당에 대한 태도는 직결되어 있다. 자본을 위한 민주당의 온갖 기후악행에도 불구하고, 민주당과 함께 당을 만든 세력을 조직위 일원으로 인정한 기후정의운동에도, 윤석열의 수십 번 거부권 행사에도 민주당에 의존하며 지루한 의회 공방을 지켜보고 있을 뿐인 노동운동에게도 민주당으로부터의 독립은 핵심 문제다.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확대, 탈원전 공약 파기, 공적자금을 자본의 이윤으로 바꾸는 과정에 불과한 '한국형 그린뉴딜', 가덕도 신공항과 새만금 신공항 추진, 기업 민원창구에 불과한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구성, 전력구매계약제도(PPA) 도입으로 전력산업 민영화 가속, 민간자본 40조원으로 '에너지 고속도로'를 만들어 모두가 부자되자는 값싼 선동 … 9월기후정의행진이 한차례 집회에 그치지 않는 '운동'의 마중물이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행진할 때는ᅠ기후재난의 주범을 규탄하면서도, 행진이 마무리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기후재난ᅠ주범과 손잡는 행위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이다.” 물론, 인권운동사랑방과 플랫폼C 등 전진이 제안한 수정동의안에 반대한 단위들도 민주당과의 연대에 반대한다고 한다. 기후정의행진조직위는 다양한 단체가 함께하는 연대체이며,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취지에 동의하는 모두가 참석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민주당과의 연대는 특별한 문제다. 투쟁의 대상, '적'과 연대한 세력의 조직위 참여를 용인할 것인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들과 민주당의 연대는 내년과 내후년에도, 그리고 대선이 있을 2027년에도, 민주당이 이들을 파트너로 인정하는 한 지속될 것이다. 민주당과의 연대는 이들의 당론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진보당과 기본소득당은 지금까지 그 어떤 해명도 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하지 않을 것이다. 올해 결정을 유지하고서, 대체 위성정당 문제에 대해 어떤 논쟁과 토론을 만든다는 것인가? 기후정의운동의 ‘적’, 민주당과의 연대를 그저 ‘입장’으로 반대할 것인가, 그 입장에 근거한 ‘실천’으로 반대할 것인가? 운동의 민주당 의존성을 실천 상으로는 수용하며 입장으로 비판하는 데 그칠 것인가, 이 처참한 상황을 실천으로 지양할 것인가? 수정동의안을 둘러싼 논쟁의 본질은 이것이다. 2023.10.06.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법안 표결 강성희(진보당) 찬성, 용혜인(기본소득당) 기권 기후위기를 만든 ‘체제’, 자본주의체제와 투쟁하는 기후정의운동이 필요하다 돌아보자. 문재인정부 탄소중립위원회에 대한 입장을 두고 벌어진 논쟁과 함께 급격히 확대된 ‘기후정의’ 요구가 단지 ‘지구 온도를 내리자’는 주장이었던가? 기후정의운동은 기후위기과 그 위기를 낳은 체제의 본질은 같다는 인식을 전제했다. 탄중위해체공대위 이후 본격화한 한국 기후정의운동은 ‘기후는 기후, 노동은 노동, 여성은 여성, 정치는 정치’로 사안을 바라보지 않았다. 전통적인 환경운동 단체들의 거버넌스 중심 상층 활동에 대한 반성과 비판 역시 있었다. 기후위기라는 현상에는 자본주의체제의 모순이 집약되어 있다는 인식,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것은 자본주의와의 투쟁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인식이 탄중위해체공대위 이후 기후정의운동의 정신이었다. 바로 그랬기에 전진 같은 사회주의 정치조직도 기후정의운동 일원으로 뛰어들었다. 그런데 이번 기후정의행진조직위 2차회의에서 수정동의안에 반대한 단위들은 결국 다음과 같이 주장한 셈이다. ‘정치는 정치고, 행진은 행진이다’, ‘문턱을 높여 배제하지 마라’, ‘조직위 가입 자격은 당면 행진에 대한 동의면 족하다.’ 이런 주장이야말로 기후정의행진을 자본과 국가에 하등의 위협도 되지 못하는 행사로, 가슴조차 뛰지 않는 행사로 만든다. 퀴어축제에 미대사관 독일대사관이 주최단위로 참여하는 것에 대해선 우리는 왜 비판했을까? 그 조직위에서도 똑같이 '현실적으로' 저 대사관들의 영향력을 활용할 때 축제에 더 용이한 면을 감안한 것 아닌가? 전쟁은 전쟁이고, 축제는 축제다, 할 수 없다 비판했던 우리가, 위성정당은 위성정당이고, 행진은 행진이다,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성소수자 차별철폐 위해 그 운동 목표에만 동의하고 협력할 수 있다면 다른 운동과의 관계나 정치적 입장은 상관없다. 이런 태도는 - 언제부턴가 한국 사회 운동에 스며들어 있는 - 자기 운동에 갇혀 세계와 정세를 바라보는 총체적 관점을 확보하지 못하고 정치적 입장 상관없이 사안별로 분리해서 연합하는 '건별 연대', '도구주의적 수단적 연대'와 다를 바 없지 않은가. 채효정 동지의 비판처럼 올해 기후정의행진은 자본주의 체제와의 투쟁이라는 총체적 관점을 탈각하고 ‘행진은 행진’, ‘건별 연대’ 논리로 퇴행했다. 이것이 ‘축제는 축제’라는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 측 태도와 무엇이 다른가? 파국으로 치닫는 기후위기 앞에, 이 위기를 만든 자본주의 체제와 대적하겠다는 날 선 운동이 필요하다. 그러나 907조직위는 자본주의체제에 맞선 기후정의 계급투쟁의 한 계기로서의 907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이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행사로서의 907을 선택함으로써 9월 행진과 운동의 관성화에 일조했다. 지금, 기후정의운동은 누구와 싸우고 있는가? 물론 국가와 자본일 것이다. 그러나 투쟁 대상인 국가와 자본도, 국민의힘과 민주당도 기후정의운동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2023년 ‘SK에코플랜트’는 9월 기후정의행진을 홍보하는 여유까지 보였다. 현 국면 기후정의운동이 국가와 자본을 강제하지 못하고 있음을, 국가와 자본에 대한 날선 적대감을 결여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단면이다. 물론 이 상황이 전통적 기후-환경운동 진영 책임만은 아니다. ‘계급투쟁 없는 기후정의 운동’의 가장 큰 책임은 민주노총에 있다. 2023년 9월 23일 기후정의행진 당일, 민주노총 부스는 ‘대나무 칫솔’과 ‘친환경 비누’를 나누어주었다. 명색이 민주노조운동의 대표체가 ‘에코백과 텀블러’로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인식조차 결여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장면이다. 지금, 민주노총에는 ‘계급투쟁 없는 기후정의운동’을 넘어서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없다. 민주노총 기후위기대응특위 역시 산업국유화와 총고용보장, 노동자통제 투쟁을 위한 투쟁기구로서 역할하기는커녕, 일종의 상층 외교기구에 머물고 있다. 2023.10.26. 민주노총 기후특위 10차회의 <논의1. 923 기후정의행진 평가> 중 이런 침체 속에서 ‘적대 없는 운동’, ‘적과의 연대에 어떤 반성도 없는 세력조차 용인하는 운동’에 대한 지향이 싹트고 있다. 기후정의행진조직위 2차회의에서, 수정동의안에 반대한 단위 상당수는 전진이 누군가를 '배제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전진의 주장이 민주당은 물론 민주당과 위성정당을 만든 세력까지 조직위에서 ‘배제’하자는 것이었으니, 그다지 유의미한 비판은 아닌 셈이다. 우리는 민주당과 위성정당을 창당한 세력을 조직위에서 배제하자고 주장하며, 당면 운동이 누구와 연대해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물었다. 민주당과의 연대를 당론으로 삼고, 노동자 민중운동 전반에 그 당론을 관철하고자 하는 세력이 있다. 그리고 907기후정의행진조직위는 해당 세력의 조직위 참여를 허용했다. 배제가 아닌, 더 넓은 연대를 위해! 그러나 기후위기를 낳은 체제를 바꿀 ‘힘’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한 혁명가의 말로 글을 마무리한다. “인민전선 이론가들은 본질적으로 산수의 첫 번째 규칙, 즉 덧셈을 넘어서지 않는다: 공산주의자와 사회주의자, 무정부주의자, 자유주의자를 합하면 그 합은 개별 숫자보다 크다는 것이다. 이것이 그들 지혜의 전부다. 그러나 산수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최소한 역학이 필요하다. 힘의 평행사변형 법칙은 정치에도 적용된다. 힘의 평행사변형에서, 그 구성요소가 더 많이 갈라질수록 그 합력 또한 작아진다. 정치적 동맹자들이 서로를 반대 방향으로 당길 때, 그 합력은 0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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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정치캠프] 리플렛 발행됐습니다2024 정치캠프 리플렛이 발행됐습니다. 리플렛은 온라인과 더불어 오프라인에서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아래 연락처 혹은 지역에서 활동하는 전진 동지들에게 문의하시면 됩니다. ★리플렛 및 포스터 관련 문의: 010-2845-8588 ★ 참가신청 bit.ly/2024전진정치캠프 노동자 민중을 둘러싼 모든 상황이 위기로 치닫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중동에서 전쟁과 학살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대만해협에서, 그리고 한반도에서 언제 전쟁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위기가 확산하고 있습니다. 윤석열은 연일 '한미일 핵기반 군사동맹 강화'를 부르짖으며 전쟁의 한복판으로 달려갑니다. 정권이 거부권을 수십번 행사해도, 대대적 부자감세로 상반기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100조원을 돌파해도, 의회 내 지리한 공방이 계속될 뿐입니다. 국가와 자본에 맞선 노동자 정치투쟁이 절실한 지금에도, 그 구심은 보이지 않습니다. 의회주의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실패를 절감합니다. 무엇을 할 것인가? 2024 정치캠프 위기·전쟁·혁명에서 전망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많은 동지들의 참여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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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페이크와 친족성폭력, 그리고 지혜복최근 불법합성물(딥페이크)을 제작하고 유포하는 집단 성범죄가 드러나 여성들에게 끔찍한 고통을 가중하고 있다. 지인의 사진을 보내면 단 5초 만에 유료로 나체를 합성해 주는 텔레그램 채널 가입자는 무려 22만7천여 명이라고 한다. 초중고교까지 텔레그램 단체대화방이 밝혀졌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8월 25일까지 딥페이크 피해자 3명 중 1명이 미성년자다. 많은 여성이 극심한 공포 속에서 소셜미디어에서 사진을 삭제하고 있으며, 불안피해에 시달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누나, 여동생, 엄마 등 여성 가족 구성원의 모습을 촬영해 공유한 텔레그램 단체대화방까지 드러나면서 충격을 더하고 있다. 때문에 최근 트위터에서는 친족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친족 미투’도 터져 나오고 있다. 한 게시물은 3만 건 가까이 리트윗되었을 만큼, 상황은 심각하다. 그런데도 서울시가 2021년에 발표한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 상담사례 분석’에 따르면, 디지털 성범죄 가해 아동·청소년 10명 중 9명은 ‘범죄’라는 인식 없이 디지털 성범죄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 딥페이크 사태뿐 아니라 청소년이 겪는 성폭력은 학교와 가정, 일터를 비롯한 일상 공간에서도 심각하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상담받은 청소년 성폭력 피해자의 비율은 전체 상담자의 28.8%고, 전년도보다 3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교육부가 발표한 지난해 학교 성폭력 건수만 해도 무려 3,685건에 달한다. 한 여성단체에서는 최근 딥페이크 사태를 보며 ‘국가적 위기상태’라고 선언했는데, 바로 그 국가적 위기상태를 청소년과 학생들도 똑같이 겪고 있다. 사진| 이주영 교육과정에서 ‘성평등’ 삭제한 교육부 그러면 아동과 청소년이 이렇게 심각하게 성폭력을 겪고 있을 때 과연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과연 피해 아동과 청소년들을 보호하고 있을까? 학교부터 안전한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대책을 세우고 있을까? 포괄적 성교육을 강화하여 아동과 청소년들이 성평등 감수성과 관점을 잘 형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었을까? 절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그 반대다. 교육부는 이미 2022 개정교육과정에서 ‘성소수자’, ‘성평등’, ‘재생산’, ‘섹슈얼리티’ 표현을 삭제했으며, 여성가족부는 올해 2013년부터 10년간 진행한 비장애 학생과 장애학생이 참여하는 ‘성인권교육’ 사업 예산을 전액 삭감, 폐지했다. 이를 포함해 여성가족부 청소년 예산 90%도 중단됐다. 학교와 전국의 도서관에서는 성평등 도서들이 줄줄이 퇴출당하거나 열람이 제한되고 있다. 물론 윤석열 정권의 반여성 정책은 훨씬 광범위하다.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며 여가부를 폐지하려고 했고, 지난해 9월 김현숙 여가부 장관이 잼버리 사태로 사퇴한 뒤에는 1년 가까이 후임을 지명하지 않고 있다. 애초 강간 성립의 기준을 폭력에서 ‘비동의’로 바꾸겠다고 했지만, 국정과제에서 삭제해 버렸다. 더구나 윤석열 정권은 2024년 예산안에서 ‘여성폭력 방지·피해자 지원 예산 120억 원’, ‘19개 고용평등상담실 운영 12억1,500만 원’,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예산 71억800만 원’을 삭감하는 등 여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지원 예산을 대폭 축소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22년 성인지 교육 관련 영상제작 용역사업을 진행하면서 ‘성평등’, ‘여성혐오’ 등을 금지어로 정한 사례도 빠트릴 수 없다. 특히 인구 1천만이 살고 있는 서울시의 모습은 참상 수준이다. 서울시는 성평등지원센터를 통폐합해 버렸고, 서울시의회는 학생인권조례를 12년 만에 폐지해 버렸다. 또 성평등 기본조례는 성소수자를 지운 ‘양성평등’ 기본조례로 개정했고,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역시 폐지해 수백 명의 노동자를 거리로 내몰고 여성의 부담을 가중했다. 더구나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노동개혁 과제를 완수할 수 있는 적임자”라며 임명한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어떠한가? 그는 과거에 자신의 어머니는 16살 중학생 나이에 시집와서 애 8명 낳았다며 돈 없어 결혼 안 한다는 건 물질주의라고 했다고 한다. 또 젊은이들이 서로 사랑하지 않고 개만 사랑하고 결혼도 안 하고 애를 안 낳는다고 비난했다고 한다. 젠더폭력 무한히 재생산하는 가부장적 자본주의 이쯤이면 이 사회와 교육을 과연 누가 안전하고 제대로 된 것이라 말할 수 있을까? 특히 주로 여성인 아동, 청소년, 교사, 학부모와 가족이 성폭력과 성착취의 피해자가 되고 불안에 떨어야 하는가? 우리는 무엇이 아동과 청소년이 누군가를 성착취할 수 있고, 또 그러한 피해를 겪을 수 있게 만드는가에 대해 말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이 사회가 가부장제와 결탁해 노동자를 착취하는 가부장적 자본주의 사회이기 때문이다. 자본이 다수의 노동자를 안전하게 착취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허용하는 사회, 자본이 영원히 노동자들을 착취할 수 있도록 여성에게 임신과 출산, 양육과 돌봄의 부담을 강요하는 사회, 그래서 여성을 남성에게 예속하는 사회, 그래서 여성 노동자는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사회에서도 더 하찮기만 해야 하는 가부장적 자본주의 사회다. 그리고 여기서 교육부는 가부장적 자본주의라는 이념적 지향을 토대로 이 체제를 지탱할 엘리트 그리고 임금 노동자를 길러내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학생을 줄 세우는 입시 경쟁교육 외에 학생 인권도 교육노동자의 노동권도 성평등도 보이지 않게 된다. 즉, 이 같은 구조 속에서 누군가에게는 무참한 피해를 전가하는 성폭력이 일부 청소년들에게는 단순히 ‘놀이’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딥페이크 논란 후 오히려 가해자들이 반성은커녕 여성과 페미니스트를 공격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오프라인에서의 성폭력 또한 일부에게 ‘놀이’라는 것은 마찬가지다. 여성들이 죽든 살든 그 피해가 어떻든, 그들에게 ‘모든 생명은 소중하지 않다’. 성폭력 유발하는 체제의 정치인들이 쥔 칼자루 그러면 과연 우리는 이 사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일부에서는 성착취물 제작자에 대한 강력 처벌과 함께, 성착취물을 이용하거나 소지한 자도 처벌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물론 딥페이크 제작과 이용, 반포가 성폭력 피해를 야기한다는 점에서 이는 분명 인권 침해이자 폭력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하며, 가해의 정도에 따라 사법적 책임도 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처벌이 모든 것을 해결하지는 못한다. 무엇보다 성범죄를 야기해 온 이 체제의 정권이 휘두르는 칼자루가 정의를 말할 수는 없다. 오히려 처벌 강화는 그들이 떠받드는 이 가부장적 자본주의 체제가 구조적으로 끊임없이 재생산하는 성범죄에 대한 그들의 책임을 가장 쉽게 모면할 방법일 뿐이다. 윤석열이나 이재명이 재빠르게 유체 이탈하여 이구동성으로 처벌 강화를 말할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그것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은 학교 미투를 외면하고, 안희정, 오거돈, 박원순을 비롯한 정치인들의 성범죄를 무마하였으며, 버닝썬 게이트에 연루된 경찰을 비호하고, 김학의 별장 성범죄 의혹을 무혐의 처분한 사법권력에 깊이 연루되어 있을 뿐이다. 이 썩은 자본주의 체제를 지탱하는 한, 그 어떤 정치세력이 집권하든 성폭력은 근절될 수 없다. 그래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젠더폭력을 뿌리 뽑기 위한 계급투쟁이다. 그 점에서 딥페이크 사태에, 친밀한 관계에서의 성폭력에, 직장 내 성폭력에, 여성 폭력과 살해에 여성운동만이 아니라 노동자운동이 나서야 한다. 여성운동은 젠더폭력에 대한 정의를 부르주아 정치 세력에 의탁하는 것이 아닌 노동자운동과 함께 싸워 쟁취해야 한다. 즉, 노동자운동과 여성운동이 결합하여 젠더폭력에 맞선 계급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사진| 전병철 지혜복 교육노동자의 투쟁이 승리해야 하는 이유 이는 A학교 성폭력 사안 해결과 부당전보에 맞선 지혜복 교육노동자의 투쟁에서도 동일하다. 특히 그의 투쟁은 동시대 썩어빠진 교육 현실을 웅변하는,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싸움이다. 딥페이크 가해자의 70% 이상이 달리 10대가 아니다. 그만큼 공교육에서의 성평등은 비상사태에 처해 있다. A학교에서도 학생들의 가해행위는 제대로 통제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성폭력 사안을 해결해야 할 담당 교사는 피해를 축소하고 피해자 신원을 유출하는 2차 가해를 저질렀다. 게다가 A학교는 관할 서울시중부교육지원청과 함께 사건을 축소 은폐하고 지혜복 교사를 부당전보했으며, 서울시교육청은 법리를 조작해 지혜복 교사의 공익제보자 지위마저 부정했다. 바로 10년 이상 ‘진보교육감’이라는 타이틀을 가졌던 조희연 교육감 아래서 일어난 일이다. 이러한 사실은 왜 일부 아동과 청소년이 동료의 얼굴을 나체 사진과 합성하고, 자기 여동생과 누나, 엄마의 몸을 촬영해 인터넷에 올리는 ‘놀이’를 할 수 있는지 그 배경을 웅변한다. 즉, A학교 성폭력 사안과 부당전보는 초중등학교 불법합성물과 10대 친족 성폭력 사태와 직결되어 있으며, 이것이 바로 지혜복 교육노동자의 투쟁이 비단 A학교에서만의 투쟁이 아닌 이유다. 달리 말하면, A학교 성폭력 사안 해결과 부당전보에 맞서 투쟁해 온 교육노동자가 승리해야 학교가 바뀔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구체적인 투쟁에서 현장 노동자운동과 여성운동이 승리할 때 우리는 가부장적 자본주의 체제가 주조하는 젠더폭력을 실질적으로 뿌리 뽑을 힘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사진| 전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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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뉴라이트에 세뇌되다 : 노동자계급은 어떤 역사관으로 맞설 것인가?김건희 고백의 진실성 “다들 노무현 팔이를 많이 해서 저흰 되도록 안 하려 해요. … 오히려 저희 남편이 2011년에 봉하마을 권 여사 만나고 왔어요. … <변호인> 영화 보고 얼마나 울던지… 노통의 연설을 외울 정도로 늘 틀어놓아요.”, “전 자유한국당이 마귀라고 생각할 정도로 너무 싫어했어요. 솔직히 지금도 그래요. … 지금 국힘이 너무 싫지만 민주당이 더 싫은 거죠.”, “윤 후보는 의리를 생명처럼 생각해 여기까지 온 사람이에요. 그런 사람이 왜 대통령을 상대로 배신을 하나요. … 문 정권과 운명을 같이하고 있는 사람이었는데 저희는 조국 따위하곤 달랐어요. 문통이 실패하면 저희가 가장 먼저 제거될 운명이었죠. 간절한 맘으로 지킨 거죠.” 2022년 2월 21일, 김건희가 최재영 목사에게 보낸 카톡 내용이다. 김건희 왈, “문통에게는 가장 충신이 윤후보”였는데 특정 세력들에 의해 윤석열이 밀려난 거라고. 부르주아 정치판의 부박(浮薄)함을 이보다 더 잘 드러낼 수는 없다. 경쟁자를 딛고 내가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겠다는 탐욕만 넘쳐날 뿐, 정책도, 이념도, 철학의 차이도 없다. 저들에게 정치란 부르주아 계급독재 체제 속에서, 최고 권력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권모술수의 경연장일 뿐이다. 김건희 말대로, 윤석열도 운때가 맞아떨어졌으면 민주당 소속의 대통령이 되었을지 모른다. 뉴라이트에 세뇌된 윤석열 그러나 이런저런 이유로 국힘 소속으로 대통령이 되었으니, 이제 윤석열도 무언가 민주당과 맞설 논리로 무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윤석열의 인문‧사회학적 인식 수준이 고등학교 윤리 교과서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고등학교 전교 1등 수재들이 대학에서는 법률‧의학 전공 지식만 들입다 파고 그에 대한 과도한 사회적 보상을 받게 되었을 때, 사회문제에는 황당할 정도의 무식함과 자신감을 동시에 드러내는 건 자연스럽기까지 하다. 이런 의미에서 29일 윤석열이 “저는 솔직히 뉴라이트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고 발언한 것은 딱히 틀리지 않다.) 정치‧이념‧철학적으로 백지상태에 가까웠고, 제도권 교육에서 반공반북 이데올로기를 주입 받았을 뿐인 윤석열이 대권을 장악하며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정치 이념은 뉴라이트였다. 특히 뉴라이트의 서구 중심 문명론이, 북한‧중국‧러시아라는 야만의 동맹에 맞서 한미일 삼각동맹의 강화를 주창 중인 윤석열의 구미에 잘 들어맞았던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은 2023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독립운동은 국민이 주인인 나라, 자유와 인권, 법치가 존중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만들기 위한 건국 운동”이라고 정의했다. 이것은 소위 뉴라이트의 ‘건국절’ 주장을 그대로 차용, 승계한 것이다. 그간 윤석열은 김낙년 한국학중앙연구원장, 김주성 한국학중앙연구원 이사장, 허동현 국사편찬위원장,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김광동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장, 이배용 국가교육위원장 등 뉴라이트 인사들을 이데올로기 국가기구에 임명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이 중 김광동 같은 인물은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유족과 면담하는 자리에서 “전시에는 재판 없이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망언을 내뱉고, 5‧18 광주항쟁에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것이 자기 소신이라고 밝히는 광인이다. 윤석열의 뉴라이트 요직 등용은 얼마 전 김형석을 독립기념관장에 임명하며 절정에 이르렀다. 김형석은 26일 국회에서 “1945년에 광복이 되었느냐”는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독립기념관장 자격으로는 코멘트하지 않겠다”고 답변한 인물이다. 뉴라이트 인사들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일까? 뉴라이트 사관은 무엇인가? 역사는 현재의 시원이다. 따라서 모든 역사는 현대의 관점에서 재해석된 역사다. 그런데 한국의 주류 지배계급은 역사적 정통성이라는 관점에서 대단히 취약할 수밖에 없는데, 주지하다시피 1945년 해방 공간에서 미군정은 소련에 맞선 반공 기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 친일 부역 세력을 등용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한국의 주류 지배계급은 해방과 분단 이전 일제에 부역했던 과거 대신, 건국 이후 자본주의적 산업화와 민주화의 성공에서 자기 지배의 정당성을 발견하려 든다. 즉 “평화적으로 민주화를 이룩하고, 가난을 극복하여 세계 제10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어떤 기준으로 가늠해 보아도” “미션 임파서블을 이룩한 대한민국”의 역사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뉴라이트의 핵심 역사관은 다음의 몇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첫째, 서구중심적 문명론이다. 뉴라이트 논자들에게 중국, 조선 등의 대륙 문명은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억압했던 후진적 체제로, 자본주의 문명을 달성한 서구 해양 문명과 구별된다. 뉴라이트 논자 이영훈이 조선 노비의 역사적 특수성을 일체 간과한 채, ‘조선은 인구의 40%가 노비였던 노예제 사회’ 운운하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아이러니하게도 뉴라이트 이영훈이 이런 서구중심적 역사인식을 갖게 된 근저에는, 그가 ‘마르크스주의자’이던 시절 받아들인 스탈린의 역사발전 5단계론이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따라서 조선과 같은 수준이 낮은 문화권에서 역사의 발전을 위한 노력이란, 보다 우월한 문명을 알아채는 혜안과 그것을 신속하고 원활하게 수용하려는 노력으로 치환된다. 둘째, 바로 그래서 식민지 근대화론이 부각된다. 일본은 동아시아에서 서구 문명을 가장 빨리 수용한 선구자가 되며, 일본 제국주의가 수행한 일련의 근대화 프로젝트는 한반도에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건설할 기틀을 다진 것으로 평가된다. 조선의 3대 천재 중 하나인 이광수가 “민족을 위하여 친일을 했다”고 말했던 것처럼, 일제하 제국주의 식민 지배에 협조했던 것은 반민족 행위가 아니라 자유민주주의 국가 건설을 예비한 애국적 활동이 된다. 더 나아가 한국인의 근대화와 독립에 기여한 외국인들, 특히 미국 선교사들의 공로가 인정되어야 한다는 것도 뉴라이트들의 주장에서 빠지지 않는 얘기다. 셋째, 일제에 의한 식민지 근대화를 긍정하는 데 방해가 되는 요소, 즉 민족주의는 철저히 배격된다. 이영훈에 따르면 ‘민족은 쉽게 선동되고 오도되는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항일투쟁에 나섰다 하더라도, 그가 자유민주주의 국가 건설에 어긋나는 좌익활동을 했다면 역사적으로 결코 긍정될 수 없다. 홍범도 흉상의 철거는 그런 맥락이다. 넷째, 뉴라이트는 1987년 이전에는 서구를 따라잡기 위해 “‘일정 수준’을 넘어서는 국가권력의 남용과 심각한 인권침해”가 있었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지만, 1987년 절차적 민주주의를 달성하면서 민주주의의 여정은 완전히 종료됐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안병직은 1987년 민주화를 통해 민주주의는 완전히 확립됐으며, 이제 그 이상의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것은 “좌익적 민주주의에 대한 욕구”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민주당의 ‘반일 몰이’는 뉴라이트에 대한 올바른 반론일까? 역사의 기억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이미 몇 세대가 흘렀지만, 일제 식민지 시기 조선의 노동자 민중이 겪어야 했던 착취와 수탈의 기억은 기록과 구전으로 계승된다. 뉴라이트의 일제하 독립운동 부정과 건국절 타령에 한국민 대다수가 본능적 반감을 갖는 이유다. 민주당 세력은 기회를 만난 듯이 윤석열 정부를 맹공격하고 있다. 예컨대 조국은 “뉴라이트들은 보수도 우파도 밀정도 아닌 대놓고 일본을 위해 복무하는 자들”이라며 “그런 자들을 주요 직위에 올린 자는 밀정 왕초”라며 윤석열을 비난했다. 민주당은 28일 ‘헌법부정 및 역사왜곡행위자 공직임용금지 등에 관한 특별법’을 당론으로 발의하기도 했다. 일제 침략과 식민지 지배를 두둔하거나 친일·반민족 행위를 미화하고 정당화한 자는 공직에 임명되지 못하도록 하는 법이다. (역사학자들이 올바로 지적한 대로, 이는 물론 터무니없는 과잉 입법이다.) 그러나 민주당의 ‘반일 몰이’ 역시 제대로 된 역사 인식이라 볼 수 없다. 무엇보다도 이들은 독립운동의 정통성을 헌법 전문에 기재된 대로 “3ㆍ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에서 찾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역사를 살피면, 1920년대 초반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분열 이후 ‘임정’은 김구 등 소수 우익 독립운동세력의 근거지에 지나지 않았다. 특히 일본 제국주의가 1930년대 이르러 군국주의적 파시즘 체제를 강화하고 우익 진영 대다수가 변절하자, 민족해방운동의 주도권은 완연하게 좌익 진영으로 넘어가 있었다. 조선공산당은 일제의 가혹한 탄압으로 여러 차례 지도부가 검거되며 조직이 와해됐지만, 해방 직전까지도 국내에서 당 재건을 위해 노동자들 사이에서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또 한반도에 인접한 중국 동북 지방에서 중국 공산당과 연계해 빨치산 투쟁을 벌였던 무장투쟁 세력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독립운동에서 오로지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정통성만을 좇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들 역시 작금의 자본주의 체제가 역사의 종착점이라 보는 점에서는 여타의 자본가 정치세력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독점자본의 눈부신 성장은 한국을 제국주의 국가의 일원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욕망으로까지 뻗어나가고 있다. 민주당이 내세우는 반일 논리는 바로 이런 정서를 표현하기도 한다. 사진: MBC 노동자계급의 대중투쟁으로 뉴라이트의 헛소리를 분쇄해야 뉴라이트 논리는 노동자계급 의식과 절대 양립할 수 없다. 일찍이 2000년대 초반부터 한국의 뉴라이트는 ‘선진화’란 명목 아래 일련의 감세, 작은 정부, 차별의 정당화 등을 주문해 왔다. 이들은 자본주의의 무한 경쟁 질서를 인간의 자유가 온전히 실현된 역사의 궁극적 상태로 보기 때문이다. 예컨대 2006년 어느 뉴라이트 논자는 “사유재산과 경제적 자유가 보장될 때 인류사회는 궁극적으로 공정한 분배(실질적 평등)에 가장 근접한 결과”를 얻었다고 강변했다. 이렇게 떠들었던 자를 잡아 와서 눈앞에 오늘날의 저출생, 기후재난, 불평등 심화 데이터를 들이대야 한다. 출생률이 0.72명(2023년 기준)에 그치는 사회가 “공정한 분배(실질적 평등)에 가장 근접”한 사회란 말인가? 개소리도 정도껏 해야지! 오늘날의 자본주의는 이윤 논리로는 절대 해결할 수 없는 3대 위기에 부닥쳤다고 평가할 수 있다. 기후위기, 사회재생산 위기, 불평등 위기가 그것이다. 자본의 탐욕과 무분별한 착취를 제어하지 않고서는 자본주의 체제의 존속 자체도 불가능한 지경에 이른 상황이다. 공동체의 존속을 위협하는 반사회적 자본을 통제하는 것은 노동자계급의 대중투쟁이 다시 솟구쳐 오를 때만 가능하다. 이를 위해 노동자계급은 뉴라이트는 물론, 민주당과 같은 자본가 정치세력의 논리를 단호히 배격하고 자신의 역사관으로 튼튼히 무장해야 한다. 계급투쟁의 역사를 통해 인류는 생산력의 발전을 향유하고 인간의 자유와 평등이 확대되는 사회를 건설해 왔다. 역사는 소수의 선각자들이 아니라 아래로부터 대중이 만든다는 것, 이것이 바로 노동자계급이 확고히 견지해야 할 역사관이다. 더 나아가 제국주의 진영 간 대립이 격화되며, 한국의 제국주의적 속성이 강화되는 현실에서는 노동자 국제연대의 역사를 계승‧발전시키는 것이 또한 중요하다. 무분별한 반일 몰이에 부화뇌동할 것이 아니라, 일제 식민지 시기 조선인 사회주의자들과 헌신적으로 연대했던 일본 사회주의자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자기 집 바닥에 토굴을 파고 경성콤그룹의 이재유를 한 달 넘게 은신시켰던 경성제대 미야케 시카노스케 교수를 되새기는 것이 오늘날 노동자계급에게 필요한 역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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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정치캠프] 프로그램과 시간 안내2024 정치캠프 <위기, 전쟁, 혁명>은 이틀간에 걸쳐 경향신문사 12층에서 진행됩니다. 2개의 전체세션과 4개의 선택세션으로 구성된 프로그램은 아래와 같습니다. 각 세션 자료와 참여자 등은 추후 업데이트할 예정입니다. 관련한 정보를 놓치지 마세요. : ) ★ 참가비 | 전일 30,000원, 당일 20,000원, 해고자/학생 10,000원 ★ 문의ㅣ010-2845-8588 이청우 ★ 참여신청 | bit.ly/2024전진정치캠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