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상세페이지
AI 국유화 논쟁과 노동자 통제의 국제주의
버니 샌더스가 6월 18일에 ‘미국 AI 국부펀드법’을 내놓은 뒤로, “AI는 누구의 것인가”라는 질문이 전 세계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각 지역에서 AI를 두고 다투는 방식은 그 지역이 전 지구적인 AI 사슬에서 차지하는 위치에 따라 정해진다. 최신 모델을 가진 미국에서는 소유가, 모델이 없는 유럽에서는 주권이, 데이터와 노동을 공급하는 남반구에서는 수탈이, 칩과 메모리를 만드는 동아시아에서는 계획이 문제시된다. 사회주의의 답은 이 가운데 하나를 고르기보다 전체를 가로지르는 것이다.
소유, 주권, 수탈, 계획
샌더스의 제안은 연매출 2억 달러가 넘는 AI 기업이 주식의 50%를 일회성 세금으로 납부하게 하여 약 7조 달러의 기금을 만들고, 대통령이 지명하는 일곱 명의 위원이 기금을 운용하여 매년 5%를 배당하자는 것이다. 69%의 미국인이 찬성했으며, 미국 좌파들은 (1) AI 모델 학습 데이터가 우리 모두에게서 추출되었으므로 집단적 소유를 주장할 도덕적 권리가 성립한다는 근거로 법안을 옹호하거나 (2) 소유가 곧 통제는 아니며 전 세계의 데이터와 노동으로 만들어진 모델을 한 국가의 기금에 귀속시키는 것은 민족주의적 함정이라는 이유로 판단을 유보하거나 (3) 노동자의 지식을 값싸게 대체해 교섭력을 무너뜨리도록 설계된 “위로부터의 계급 전쟁 무기”인 AI 자체에 반대하는 주장 등을 내놓았다. 국가를 누가 쥐고 있는지 묻지 않는 국유화는 노동자의 요구가 될 수 없으며, 국부펀드는 자신을 먹여 살리는 산업의 이윤 논리에 묶인다. 이 같은 진단에서 AI를 몰아낸다는 처방으로 비약하는 것 또한 오류다. 양쪽 모두 ‘누가 무엇을 위해 기계를 쓸 것인가’라는 질문을 생략한다. 덧붙여, ‘AI 타도’라는 구호는 이미 모델을 가진 나라에서만 가능한 사치다.
유럽에는 국유화할 자국 AI 기업이 없다. 따라서 쟁점은 주권이다. 영국의 ‘소버린 AI 펀드’는 5억 파운드 규모의 벤처 펀드이며, 유럽연합이 채택한 기술 주권 결의안과 집행위원회의 기술 주권 패키지 역시 전략적 의존 축소, 역외 관할권 배제, 규제 완화를 축으로 삼는다. 이 문서들에서 노동자는 장차 공급이 부족할 생산 요소로만 등장한다. 샌더스 이전부터 펼쳐진 유럽의 이론적 논의를 일부 살펴보면 (1) 부채와 순환 금융으로 과열된 거품이 꺼지면 가치가 사라진 칩과 희토류를 찾아 나서는 제국주의만 남을 것이라는 전망, (2) AI에 기인한 생산성 향상은 임금 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이어져야 하고 빅테크에 대한 노동자 계급의 민주적 통제가 필요하다는 요구, (3) AI와 디스토피아를 불가분의 관계로 여기고 무력한 도덕화에 빠진 좌파를 향한 비판 등이 있다. 세 번째 주장이 상기시키듯, 러다이트의 동기도 기술 적대가 아니라 자동화 앞에서 제기된 구체적인 사회적 요구였으며, 실제 노동조건 개선은 생산 수단 폐지가 아니라 전유와 사회화를 내건 조직 노동 운동으로 쟁취되었다. 8시간 노동도 주 5일제도 자연 법칙이 아니었다. 다만 이들 사이에서도 샌더스의 제안에 대한 태도는 갈리며, 그 분기는 어떤 계급이 어떤 투쟁으로 요구를 관철하는가 하는 물음 앞에서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
남반구는 수탈당한다. 대응은 두 갈래로 나타난다. 하나는 발전주의적 주권이다. 룰라 정부가 브라질 인공지능 계획의 일환으로 발표한 23억 헤알 규모의 패키지는 브라질에서 발생하는 AI 연산의 60%가 국외에서 이루어지는 현실을 뒤집겠다는 기획이다. 그러나 기술 이전, 현지 노동자 5천 명 훈련 등의 입찰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공급자는 현재 엔비디아뿐이다. 같은 패키지의 두 번째 슈퍼컴퓨터는 화웨이·아이플라이텍과의 협력으로 리우에 세워진다. 주권 선언의 실체는 두 의존 사이에서의 선택이다. 다른 갈래는 조직화다. 케냐가 AI 외주의 중심이 된 것은 높은 실업률, 고학력 청년층, 영어 사용 인구가 겹친 결과였고, 참수 영상과 아동 학대 영상을 검수한 대가는 시간당 2달러 남짓이었다. 아프리카 AI 노동자 150명이 세운 콘텐츠 검수자 노조는 2023년 메타에 정신의학적 처치를 명령한 판결을 얻어냈고, 나이로비 고등법원은 관할권이 없다는 메타의 항소를 기각하고 180명이 넘는 검수자와 데이터 라벨링 노동자의 소송을 심리하게 했다. 콜롬비아에서는 틱톡 검수 노동자의 실태가 폭로된 뒤 외주업체 텔레퍼포먼스가 4만 명의 노조 결성권을 인정하는 협약에 서명했다. 나이로비·라고스·요하네스버그의 디지털 노동자들은 범아프리카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이들은 디지털 식민주의에 맞서고 있다.
동아시아의 현재는 계획이다. 중국 정부는 소유 문제가 이미 풀렸다고 전제한다. 전체 인민이 국유 자산을 보유하므로 남은 것은 배당의 설계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형편없다. 2026년 3월 지능산력 총규모가 1,882엑사플롭스에 이르렀지만 GPU 평균 가동률은 30%에 못 미친다. 100위안을 투자하면 70위안이 헛도는, 과잉 투자의 국가판이다. 한국에서 국가는 이미 최대의 AI 투자자다. 국민성장펀드는 올해 AI에 6조 원을 배정하고 기업 증자에 지분으로 참여하지만, 전략위원회 출범식의 전면에 나선 이들은 금융위원장, 셀트리온 회장, 미래에셋 회장이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은 2,136억 원을 들여 15개 팀 가운데 다섯을 골라 데이터와 인재와 GPU를 몰아준다. 국가가 어떤 자본이 살아남을지 고른다는 점에서 이는 시장보다 계획에 가깝다. 다만 그 목표는 국가 안보와 전략 자산이고, 노동자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 국민의 참여도 이미 설계되어 있다. 국민성장펀드는 6,000억 원 규모의 국민참여형펀드를 따로 두어 개인 투자자를 모집하고 손실의 20%까지 정부가 후순위로 보전하며 장기 투자에는 소득공제 등의 혜택을 얹는다. 샌더스가 제안한 배당의 축소판이 한국에서는 이미 시행 중인 셈이다. 다만 여기에서 국민에게 주어진 자리는 주주다. 배당을 받을 권리는 있으나 무엇을 만들지 정할 권리는 없다.
인간 지성의 사적 전유
마르크스는 기계가 노동자를 압도하고 쓸모없게 만드는 경쟁자이자 적대적 힘이라고 말했지만, 노동자들이 기계와 기계의 자본주의적 사용을 구별하기까지 시간과 경험이 필요했다고도 썼다. 화면 낭독기와 실시간 자막에 의존해서 일하고 배우는 장애인에게 “AI 몰아내자” 같은 구호는 아무것도 약속하지 않으며, 오히려 우리는 격차를 줄이는 AI를 상상해야 한다. 그록의 자동화된 성폭력에 맞서는 페미니즘의 요구도 생성 모델을 폐지해서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런 방식의 사용을 금지하고 처벌할 권력을 쟁취해서 달성해야 하는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일반 지성의 사적 전유다. 역사상 처음으로 기계는 동물도 광물도 식물도 아닌 인간 지식 자체를 원료로 삼아 변형하며, 모델 훈련 데이터 수탈은 공유지 인클로저의 21세기판이다. 공유지에는 데이터센터가 들어서고, 국가는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시민 수백 명의 집을 수용한다. 그렇다면 답은 사적 전유를 끝내는 것이지, 부르주아 국가의 지분 절반도 아니고 기계 파괴도 아니다. 연방준비제도를 본뜬 샌더스의 위원회에 노동자의 자리는 없고, 기금의 배당금은 노동자를 해고하여 끌어올리는 주가에 종속된다. 대기업 회장들이 둘러앉은 한국의 전략위원회도 마찬가지다. 공적 지분의 목적은 지분의 크기가 아니라 그것을 쥔 계급이 결정한다.
사슬 전체의 국유화와 노동자 통제
우리의 요구는 네 가지다. 첫째, 어떤 공적 지분이든, 미국의 국부펀드건 한국의 국민성장펀드건, 의결권은 대통령이 지명한 위원이나 재벌 회장이 아니라 AI 노동자·데이터 노동자·이용자·관련 산업 노동조합의 대표가 행사해야 한다. 해고로 만든 배당은 필요 없다. 둘째, 알 권리, 설명 책임, 노동권을 훼손하는 AI 도입에 대한 거부권을 모든 단체 협약의 표준 요구로 삼아야 한다. 개정 노조법이 연 교섭의 문으로 AI 도입 결정을 끌어들여야 한다. 셋째, 생산성 이득은 배당이 아니라 시간으로 나누어져야 한다. AI로 생산성이 향상되었다고 주장하는 모든 작업장에서 임금 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이 필요하다. 넷째, AI 데이터 사슬에 대한 구속력 있는 국제 노동 기준을 케냐 노동자들의 요구 그대로 지지하고, 나이로비와 마닐라의 데이터 노동자, 신주와 평택과 이천의 반도체 노동자, 빅테크의 노동조합, 데이터센터에 반대하는 지역운동을 잇는 AI 사슬 국제 총회를 만들어야 한다. 세계 노동의 산물을 한 나라 국민에게 배당하는 기금은 구조적으로 제국의 임대료 징수이며, 국유화가 의미를 가지려면 그 앞에 ‘국제적’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