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이 기획한 원청교섭투쟁 인터뷰 여섯번째 순서로, 연세대분회 문유례 분회장과 연세대 노학연대모임 살맛의 윤승현 동지를 만났다. 연세대분회는 다른 9개 청소경비 대학사업장과 함께 대학당국과의 원청교섭을 요구하고 있지만, 대학당국은 "미화 노동자에게 와이파이를 제공하면 와이파이를 통해 교 전산망을 해킹할 수 있다"는 입장을 중노위에 제출하는 등 원청교섭 요구에 대한 무시로 일관하고 있다. 긴 노학 연대투쟁의 역사를 갖고 원청교섭 투쟁에 임하는 연세대분회와 노학연대 모임 살맛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1.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연세대분회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문유례: 우리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연세대분회는 연세대에서 일하는 경비, 청소, 미화 노동자 약 350명 가량 중에 270명 정도가 가입해 있습니다. 원래는 이보다 많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경비 조합원들이 정년으로 퇴직을 하면 그 인원을 충원시켜주질 않아요. 그러면서 규모가 조금 줄기는 했어요. 사업장에는 한국노총도 있지만 36명 정도라 우리가 다수 노조입니다.
저는 분회 설립 때부터 있던 사람은 아니에요. 당시 얘기는 말로만 전해 들었죠. 우리 분회 출범을 2008년에 했다고 하더라고요. 출범 연도인 2008년도부터 2010년도까지는 노조 설립 직후 학교 측 탄압이 엄청 심했어요. 그래서 2010년 당시에 일주일에서 15일 정도, 우리가 총파업을 하고 학교를 멈춰 세운 거예요. 그 뒤인 2011년에 제가 연세대학교에 입사했습니다.
2011년 후로는 당시에 산학관이라고 있었는데요. 학교 측에서 갑자기 일하던 청소 노동자들을 다른 건물로 옮겨버리고 그 건물 청소를 시간제 노동자로 채우겠다고 했어요. 그때부터 (제가) 본격적으로 분회에서 하는 집회나 시위에 참여했어요. 새벽 6시부터 나와서 몽둥이 들고, 빗자루 들고 건물 점거하던 기억이 나네요. 그렇게 싸워서 기존에 청소하던 노동자들을 다른 관으로 배치하는, 그러니까 인원 감축까진 못 막아냈지만. 시간제 노동자를 들이는 건 우리가 막아냈어요. 우리 조합원이 전일제로 들어가서 일하게 된 거죠.
2022년도에는 우리가 식대 문제로 투쟁을 했어요. 선전전 하는 거 가지고 학생이 (학습권 침해로) 고소하는 사건이 생겨서 우리 조합원들이 마음에 상처를 좀 많이 받았죠. 그 학생 개인을 원망하는 건 아니어도 사람이니까 마음에 상처가 생겼어요. 그래도 다잡고 해마다 교섭하고, 투쟁하고… 이렇게 잘 흘러오고 있습니다.
2. 연세대학교 비정규 노동문제를 고민하는 학생모임 살맛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윤승현: 연세대학교 비정규 노동문제를 고민하는 학생모임 살맛은 2008년에, 연세대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조직할 때 그 과정을 돕던 학생들의 모임으로 같이 만들어졌습니다. 애초 만들어진 목적 자체가 간접고용 노동자들과 연대하는 데에 있었다고 할 수 있죠. 전통을 살려 꾸준히 노학연대를 실천해오고 있습니다.
2013년쯤 모임 형태에서 살맛을 포함한 다양한 학내 단위들을 포괄하는 연세대 비정규 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로 모습을 바꾸기도 했는데요. 후배 활동가의 재생산이 어려워지면서 사실상 유명무실해졌었어요. 작년 2025년 2학기부터는 다시 살맛으로 돌아오면서 노학연대의 초심을 찾아가는 중입니다. 이름인 '살맛'도 선배 활동가들께서 노동자도 학생도 "살맛 나는 세상을 만들어보자"고 지으신 것으로 알고 있거든요. 요즈음에는 살맛 나는 세상을 상상하고, 실천하고, 이바지하기 위해 학내 문제뿐만 아니라 다른 학교, 다른 사업장 문제에도 연대하려고 합니다.
3. 지난 5월 6일, 서울지역 대학 원청교섭 촉구 투쟁 및 시정신청으로 고려대, 덕성여대, 동덕여대, 서울여대, 성신여대, 숙명여대, 연세대, 이화여대, 중앙대, 홍익대, 카이스트 총 10개교 사업장이 지노위에 시정 신청을 넣었습니다. 그 후로 3개월 넘는 시간이 지났고 대부분 대학에서 대학 당국이 원청사장임을 인정하는 결과가 나왔지만 연세대와 중앙대만 이례적으로 중노위 재심을 신청했는데요. 이런 학측 반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문유례: 저는 처음에 정말로, 중앙노동위원회(이하 중노위)까지 가리라고 생각을 안 했어요. 연세대가 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한 것도 나중에서야 들었죠. 결국 중노위 가서도 결과는 지노위 판단과 같거든요. 우리가 요구하는 게 4가지 정도인데, 그 4가지 전부 학교가 사용자성을 발휘하는 진짜 사장이라고 판단한 거예요.
(인터뷰어 주: 서울지부 소속 10개교 청소·경비·미화·시설 노동자들은 올해 (1) 적정인원 유지 및 결원 보충, (2) 고용보장 및 고용승계, (3) 휴게시설 개선, (4) 도서관, 보건실, 체력단련장 등 시설이용권 보장을 4대 교섭 의제로 학측에 제시했다. 이중 와이파이 사용은 시설이용권 보장의 일환으로 요구되었으며, 지방노동위원회는 해당 의제에 대해 10개교 전원을 사용자성을 발휘하는 원청사장으로 판단하였다.)
제일 많이 화가 났던 건 우리가 요구한 시설 사용권 문제를 두고 연세대가 "미화 노동자에게 와이파이를 제공하면 와이파이를 통해 학교 전산망을 해킹할 수 있다"는 입장을 중앙노동위원회에 제출했다고 들었을 때예요. 너무 열 받았어요. 정말 한마디만 해 주고 싶은 마음이 막 치솟더라니까요. 이건 우리를 완전히 무시하는 거고, 사람 취급도 안 해주는 거죠. 우리가 무슨, 와이파이 하나 쓰게 해줬다고 학교 전산망 해킹을 해요.
4. 3월에 노조법 2/3조 개정안이 시행되기 전에, 서울지부 조직 사업장 중 하나인 이화여대 로스쿨 이승욱 교수가 “하청 근로자의 노무가 원청 사업 수행에 필수적인지” 판단할 때 청소/경비 용역 노동자는 원청교섭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서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요. 대학사업장 비정규직 청소, 경비, 미화 노동자로써 대학 당국과 만나는 원청교섭이 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분회는 원청에 무엇을 요구하고 있나요?
문유례: 임금 교섭을 할 때 보면요. 늘 길어지는 이유는 하청 업체 쪽에서 "학교에서 안 해준다"고 해서예요. 6차, 7차까지 교섭이 이어지는 건 이제 아주 관례가 됐죠. 그래서 대학사업장 청소·경비·미화 노동자들에게는 원청교섭이 꼭 필요해요. 만약에 원청교섭이 이루어져서 학교와 바로 대화할 수 있다면 임금 교섭도 그렇고, 불필요하게 시간이 낭비될 필요가 없어질 테니까요.
우리 요구 중에 제일 필요한 건 단연 고용승계요. 아까도 말했다시피 정년으로 퇴직하는 TO에 대해 학교나 용역 업체가 결원 보충을 안 해주고 있어요. 그나마도 우리가 항의하고 항의해서 전일제 자리를 시간제 노동자로 겨우 채워주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전일제 노동자가 있던 자리를 4시간짜리 노동자가 때우는 셈이에요. 물론 와이파이를 포함해서 시설이용권 문제도 중요하지만요. 이런 문제들 때문에라도 우리한테는 정말 원청교섭이 필요한 거죠.
5. 조합원 동지들과 원청교섭에 대해 대화를 나눠보신 적 있으신가요? 현장에서는 주로 어떤 의견들이 나오고 있나요?
문유례: 분회 회의 때고, 현장 순회 돌 때도 계속 그런 이야기는 해요. 왜 우리한테 원청교섭이 필요한지, 왜 교섭해야 하는지 같은 거요. 대부분 조합원들은 수긍하는 분위기예요. 그렇게 (원청교섭) 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인간답게 살 수 있다. 그런 분위기라고 할까요. 원청교섭 언제 하는 거냐고 조합원들이 지금도 종종 물어봐요. 총장을 만날 수 있고 연세대 학측을 끌어낼 수 있다는 거 자체가 우리한테는 좋은 일이에요.
6. 김영훈 현 노동부장관은 3월 개정노조법 시행을 앞두고 “노사 간 대화를 제도화하여 원·하청간 격차와 갈등을 줄여나가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뒷받침 하기 위한 것”이라 설명했지만. 현실은 6월 기준으로 민주노총 산하 627개의 사업장이 교섭요구를 발송했음에도 불구하고 고작 81곳이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받고, 정부 통계상 10곳의 사업장만이 원청 사장과의 교섭 테이블에 앉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대학 사업장 비정규직 노동자로써 현실의 노조법 2/3조 개정안에 한계가 있다고 느껴지신다면 어떤 것인가요? 어떤 부분이 가장 아쉽다고 생각하실까요?
문유례: 아쉬운 점 많죠. 시행되고 있는 노조법 2·3조 개정안이라는 게, 의제를 하나하나 다 판단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너무 오래 걸려요. 왜 이렇게 만든 건지 정말 의문이에요. 노동부 장관한테도 묻고 싶죠. 이걸 좀 쉽게 만들어놨으면 좋았을 텐데요.
하나하나 다 지노위, 중노위 거쳐 판단하려고 하니까요. 예를 들어 지노위에 우리가 의제로 넣은 것 중에 휴게실 문제가 있어요. 그게 (사용자성) 인정이 되면, 연세대 학측은 딱 그 의제에 대해서만 교섭하려고 해요. 임금 같은 문제에 대해서도 사용자 판단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무조건 피해요. 이번에 교섭이 열리더라도 100% 휴게실 얘기만 가지고 교섭장에 나오려고 하겠죠. 만약에 (노동위원회 판단 없이) 하청 노동자와 원청이 바로 만날 수 있다면 이런 문제가 해결될 텐데 참 아쉬워요.
7. 대학사업장의 경우 사실 이미 지난 몇 년간의 투쟁 동안 교섭 국면에서 대학 본관을 점거하거나, 총장실을 방문하는 등 대학 사업장에서의 실질적 고용주가 대학 당국 및 총장임을 입증하는 투쟁들을 적립해왔다고 생각합니다. 대학 사업장 동지들 입장에서는 “우리는 이미 (진짜 사장을 상대로) 그렇게 싸워왔다”고 말씀하실 수 있는 부분도 상당히 있다고 느껴지는데요. 관련해서 말씀하고 싶으신 투쟁 경험이 있으시다면 들려주세요.
문유례: 일단 제일 먼저 기억나는 건 2017년 본관 점거 50일 투쟁이에요. 그리고 2024년에 연세대 본관에 천막 치고 투쟁한 거요. 노동자 입장에선 아무것도 안 하면 학교가 목소리를 절대 안 들어주니까, 행동으로 보여올 수밖에 없었죠. 우린 이미 그때부터 진짜 사장이, 총장이 나오라고 외쳐왔어요.
이 과정에서 학생 동지들 힘이 엄청 컸어요. 특히 살맛 동지들이요. 우리가 본관 점거 투쟁할 때도, 일단 투쟁이 시작되면 학교 측은 본관 문부터 걸어 잠그거든요. 그때 학생 동지가 미리 들어가 있다가 (점거할 수 있게) 문을 열어주기도 했어요. 그러다가 학교 측이 학생도 미리 못 들어가게 하는 거예요. 정년 퇴직 조합원을 포함한 8명이 들어가서 교직원이 문을 잠그려는 그 찰나에 발을 넣어 막기도 하고, 이랬죠. 돌이켜 보면 그때 우리가 참 의지가 강했고, 잘 싸웠다고 생각돼요. 싸워야 우리가 쟁취한다는 깨달음이 있었으니까요.
8. 7번 질문에서의 경험에 부쳐, 2학기 개강에 맞추어 연세대 분회 동지들의 원청교섭 투쟁 결의와 계획이 있으시다면 들려주세요.
문유례: "이건 꼭 한다"는 게 있다면 인원 감축 반대요. 결원자 자리 채우는 거랑, 고용 승계. (인터뷰어 주: 현재 연세대학교 청소·경비·미화 노동자들은 하청 업체가 바뀔 때마다 신규 입사 노동자로 처리되어 근속 수당 등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우선은 우리가 지노위, 중노위 판단에서 이겼으니 교섭이 잘 진행될 수 있게 촉구하면서 학생 동지들과 일상적인 투쟁을 이어가 봐야죠.
9. 연세대의 경우 2022년 청소노동자의 정당한 쟁의행위를 학생이 학습권 침해로 고소하면서 큰 논란이 되기도 했었는데요. 이와 같은 정서가 캠퍼스 사회의 극우화와도 크게 맞닿아 있다고 보여집니다. 원청교섭 투쟁 국면에 돌입하면 대학 당국은 학생과 노동자를 갈라치는 선동을 적극 이용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대학 당국의 악선동에 맞서 우리에겐 어떤 내용의 노학연대가 필요할까요? 22년 당시 상황을 현장 조합원 동지들은 어떻게 기억하고 계신가요?
문유례: 2022년도 학생 고소 건에 대해서 조합원들이 특별히 가슴에 담아두거나, 그 학생 개인을 미워하고 원망하지는 않아요. 우리도 생계 문제로 집회를 하는 거였고. 당시가 중간고사 기간이었다고 기억하는데 '공부 중이었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 하고 마는 거죠.
그런 학생들보단 투쟁할 때 주먹 한 번이라도 같이 솟구쳐주고 지나가는 학생들이 훨씬 많아요. 이름도 안 적고 음료수를 사다 놓고 가는 학생들도 많고요. 아직도 기억나는 건 학생회관 앞에, 라면박스에 음료수를 가득 담아서 두고 갔던 어떤 학생이에요. 우리가 투쟁하면 학생들은 다 응원한다는 생각이 있으니까 조합원들이 특별히 오래 가슴에 담아두려고 하지는 않죠.
윤승현: 2022년에도 살맛(당시 연세대 비정규 공대위)에 있었는데, 당시에도 쇼킹하긴 했던 거 같아요. 제가 느끼기에도 노학연대 동아리에 직접 참여하지는 못할지언정 지지하는 학생들이 많았거든요. 그 해에 받았던 지지 연서명도 3천개 넘게 모였을 정도예요. 그럼에도 반대한다, 불편하다는 감상을 넘어 고소까지 하다니. 노학연대라는 가치를 포함해 대학 사회의 지향점이 많이 붕괴했다고 생각했죠. 우리 세대가 연대의 필요를 많이 못 느끼고 있구나. 우리 사회가 이만큼이나 무너졌다는 걸 상징하는 사건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이번 원청교섭 의제 자체는 학생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 아닐 거라 봐요. 연세대를 위해 일하고, 연세대 안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다른 곳의 노동자가 아니라는 거잖아요. 이런 내용으로 카드 뉴스 같은 선전물을 만들어서 홍보하고, 투쟁 상황이 벌어지면 열심히 결합할 계획을 가지고 있어요. 이렇게 차근히 알려 나가다 보면 어려운 메시지는 아닐 거라고 믿습니다.
10. 두 동지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들려주세요.
윤승현: 분회장 동지께서 올해 본관 점거할 일 없을 거라고 말씀하고 계시지만요. 어떤 상황이 터져도 노학연대체로써 열심히 연대하도록 하겠습니다. 학생들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원청교섭을 알리고, 간담회 같은 자리를 더 적극적으로 준비하려고 해요. 연세대 총장 윤동섭이 나오는 그 날까지!
문유례: 윤승현 동지가 본관 점거 농성을 하자고 자꾸 꼬드겨요. (웃음) 하지만 "하게 되면 한다" 는 정신으로 임하려고 합니다. 시정신청 후로 아직까지 묵묵부답인 윤동섭 총장이 나올 때까지 최선을 다해 투쟁하고, 투쟁을 이끌어 나가겠습니다.
[문유례 연세대분회장이 원청교섭 선전전을 위해 자필로 준비한 발언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