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은 배를 만드는 이주노동자의 ‘인물’을 봐야 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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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신문

삼성중공업은 배를 만드는 이주노동자의 ‘인물’을 봐야 한다고 한다

밥값 떼고, '인물'로 임금 정하고, 집회하면 징계하는 취업규칙 철폐를 위한 연대를!

  • 정은희
  • 등록 2026.09.03 15:09
  • 조회수 17

여느 조선소가 그렇듯, 거제 삼성중공업에도 많은 이주노동자가 정주노동자와 함께 배를 만든다. 삼성중공업 민주노조는, 사업장 이동 자유를 제한하는 또 다른 ‘현대판 노예제도’ E-7-3 비자로 입국해 함께 배를 만드는 이주노동자 차별에 맞서고자 고용노동부에 취업규칙 공개를 신청했다. 공개된 ‘외국인근로자(E-7-3) 취업규칙’은 착취 강화책의 야만성을 여실히 드러낸다.

 

 

끼니별 밥값 공제, 기숙사비 4.6배 부과, 차별을 차별이라 말하면 징계

- 삼성중공업이 만든 이주노동자 차별 취업규칙

 

삼성중공업 민주노조는 ‘이주노동자 차별 철폐’를 요구하는 현수막을 현장에 걸었다. 하지만 삼성중공업 자본은 현수막을 모조리 철거했다. 그러나 삼성중공업 민주노조는 이주노동자 차별 철폐를 위한 투쟁을 멈추지 않았다. 노동조합은 삼성중공업이 이주노동자들에게 별도로 적용해 온 취업규칙을 확보해 공개하고, 이주노동자에게 더 많은 식비와 기숙사비를 부담시키는 차별을, 또한 단체활동·집회·시위 등을 징계사유로 규정했음을 폭로했다. 나아가 삼성중공업에 대한 특별근로감독과 전국 사업장의 이주노동자 차별에 대한 전수조사를 요구했다.

 

사진: 삼성중공업 노동조합

 

삼성중공업에서 차별받는 이주노동자들은 대부분 직접고용 비정규직인 E-7-3 숙련노동자들이다. 조선업 자본가들은 고강도·저임금 노동에 따른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더 낮은 임금으로 숙련노동자를 고용하고자 이주노동자 도입 확대를 정부에 요구했고, 정부는 자본의 청원을 그대로 수용해 ‘조선업종 일반기능인력’(E-7-3) 비자를 내주었다. E-7-3는 법무부가 주관하는 외국인력 도입제도인데, E-9과 마찬가지로 이주노동자에게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박탈해 이주노동자 초과착취를 구조화한다는 점에서 그 본질은 하등 다르지 않다.

 

삼성중공업은 2024년 4월부터 E-7-3 이주노동자 직접고용을 확대하면서, 임금과 복지를 차등 적용하고 노동자의 권리행사까지 제한하는 취업규칙을 만들어 이들에게만 별도로 시행했다. 앞서 말했듯 해당 취업규칙의 문제는 심각하다. 삼성중공업은 배를 만드는 이주노동자의 ‘인물’을 봐야 한다고 한다. 정주노동자들에게는 무료로 제공하는 아침식사와 점심을 이주노동자에게는 한 끼당 3,500원씩 공제했다. 기숙사비 역시 내국인은 월 5만원이지만, 이주노동자에게는 월 23만원을 부과했다. 또 임금과 시간외노동수당의 산정기간을 달리해, 노동자가 수행한 잔업·특근 내역과 실제 지급액을 직관적으로 대조하기 어렵게 했다. 수당이 누락되거나 체불될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심지어 기본급은 ‘인물, 능력, 학력, 경험, 직책, 근무성적’ 등을 고려한 별도기준에 따라 산정하도록 정했다. 심지어 여기서 '인물'이 무엇을 뜻하는지도 명확하지 않은데, 이는 결국 회사에 대한 굴종의 정도를 기준으로 삼겠다는 지침에 다름아니다. 기본급 차별뿐 아니라, 기준도 알 수 없는 평가로 해고할 수 있게도 정해놓았다. 말 그대로 ‘나쁜 계약’이다.

 

 

취업규칙에 따르면 이주노동자는 회사의 사전 허가 없이는 정치활동은 물론, 노조 활동과 동아리 모임도 못한다. 이를 어기면 회사 마음대로 징계할 수도 있다. 그러니까, 삼성중공업은 차별을 차별이라고 말하는 것도 징계로 가로막는 것이다. 그야말로 초법적 횡포다. 뿐만 아니라, 성폭력 피해자에게 가해자에 대한 거부·주의·경고 등 문제 해결의 일차적 책임을 떠넘기는 조항도 있다. 삼성중공업은 그동안 취업규칙도 제대로 고지하지 않고 제한적 열람만 허용했다고 한다.

 

 

이렇듯 이주노동자는 정주노동자와 똑같이 일하지만, 먹고 자고 일하는 내내 온몸으로 차별당한다. 이미 노조는 산재 뒤 복직조차 하지 못한 이주노동자 다수를 상담해 왔다고 한다. 노조에 따르면 일하다 다치거나 아프면 당연히 회사가 책임져야 함에도, 삼성중공업은 산재 신청을 했다는 이유로 이주노동자를 가차 없이 해고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민주노조의 목소리

 

작년 연말에는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가 삼성중공업의 E-7-3 이주노동자에 대한 ‘쉬운 해고, 임금 갈취, 인권 침해’를 공론화한 바 있다. 그런데도 사측은 아무런 개선 없이 E-7-3 이주노동자 500명을 추가로 고용한다고 한다. 삼성중공업은 작년에만 5,400억 원이 넘는 순이익을 기록했다. 그 안에는 이주노동자들에게 빼앗은 밥값과 기숙사비도 포함되어 있다. 삼성중공업은 ESG 경영이나 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경영을 말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뼛속까지 착취적이고 차별적이다.

 

이런 현실에서 삼성중공업 민주노조가 이주노동자 차별 취업규칙을 공개하고, 삼성중공업 민주노조가 고용노동부에 전수조사와 철저한 근로감독을 요구한 것은 지극히 정당하다. 자본이 노동조건을 부당하게 변경시키지 못하도록 노동부가 취업규칙을 사전 심사해 취업규칙 개악을 거부할 수 있도록 법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삼성중공업 자본은 이주노동자에 대한 극심한 차별과 나란히 삼성중공업 민주노조 활동을 탄압해 왔다. 친기업 ‘삼성중공업사무직노조’와 단협을 체결하고 삼성중공업노조의 ‘추가 단협’을 거부하며 노동자를 갈라치고, 노동조합 간부들에게 다양한 명분으로 부당한 인사조치를 내리고 있다.

 

이주노동자 차별과 민주노조 탄압은 동전의 양면이다. 자본은 국적과 고용형태로 노동자를 가르고, 차별을 조장한다. 그렇게 열악해진 이주노동자의 노동조건은 결국 모든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끌어내리는 힘으로 작용한다. 정주노동자와 이주노동자가 국적이라는 장벽을 넘어 하나의 노동자로 단결할 때, 자본의 분할지배와 초과착취에 맞설 수 있다. 이주노동자 차별 철폐를 위한 삼성중공업 민주노조의 투쟁이 중요한 이유다.

 

이주노동자 차별을 철폐하라! 연대의 목소리를 조직하자

 

자본은 조선업 장기 불황의 피해를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며 임금과 노동조건을 후퇴시켰다. 2014년 20만 명이 넘던 노동자가 2022년에는 9만 명밖에 남지 않을 정도의 무차별적 해고와 임금삭감 공세가 벌어졌다. 그 피해가 하청노동자에게 집중되었음은 당연하다.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이대로 살 수는 없다’고 외치며 파업투쟁으로 악랄한 자본의 민낯을 세상에 고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LNG 운반선 등 건조 이윤이 높은 배들을 비롯해 선박 발주가 회복되며 조선업은 다시 호황기에 접어들었지만, 불황기 구조조정과 임금 삭감으로 만신창이가 된 현장을 떠난 노동자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자본은 다단계 하청과 극도의 저임금, 넘쳐나는 산업재해를 전혀 개선하지 않고, 일자리를 찾아 절박하게 한국에 온 이주노동자들을 대거 밀어 넣고 있다.

 

지금, 자본은 모든 제도와 방안을 활용해 이주노동자를 초과착취한다. 노동부가 주관하는 고용허가제를 통해, 법무부가 주관하는 일반기능인력(E-7-3) 제도를 통해, 또한 주거비를 임금으로 산입하는 임금제도 같은 차별정책까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주노동자들을 쥐어짠다. HD현대중공업에서는 직접고용 E-7-3 이주노동자에게 강요된 ‘나쁜 계약’과 우즈베키스탄 노동자들에 대한 ‘인신매매’ 계약을 포함해 전체 이주노동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이 드러나고 있다. 한화오션에서는 거제도 폭우로 이주노동자 기숙사 지하가 침수되었는데도 가장 뒤늦게야 배수가 시작되는 반인권적 차별이 벌어지기도 했다.

 

삼성중공업 노동자들이 이주노동자 차별철폐 투쟁을 벌이게 된 데에는 HD현대중공업 이주노동자 투쟁이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정주노동자와 이주노동자가 단결해 투쟁하는 모습을 보며 현장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차별을 없애는 행동을 실행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에, 노동자의 연대가 확장되어야 할 필요를 절감한다. 삼성중공업 이주노동자 차별 취업규칙 철폐를 위해 연대하자.

 

이주노동자가 해방되지 않으면 정주노동자도 해방될 수 없다

 

피부색에 따른 차별은 자본주의와 함께 형성되었다. 자본주의 발전 이전에는 전쟁포로나 정복민, 채무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노예가 되었지만 ‘노예’라는 신분이 특정 피부색과 결부된 것은 아니었다. 영어로 노예를 뜻하는 ‘슬레이브(slave)’의 어원 자체가 중세 유럽에서 많은 슬라브족이 노예로 팔려간 역사에서 비롯되었다. 19세기까지도 아메리카에는, 영국이나 아일랜드계 빈민들이 ‘계약노동자’로 끌려와 가혹하게 착취당해야 했다.

 

그러나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피부색은 차별의 근거로 제도화된다. 특정 노동자를 차별하고 더 열악한 조건으로 내모는 것이, 그들에 대한 초과착취뿐 아니라 노동자 전체의 노동조건을 끌어내리는 데 유리했기 때문이다. 즉, 차별은 단지 일부 노동자를 더 착취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노동자계급 전체를 더 많이 착취하기 위한 수단이었으며, 지금도 그러하다.

 

자본주의 초기, 서구가 강요한 살인적인 강제노동으로 아메리카 원주민이 급감하자, 자본은 막대한 노동력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대서양 노예무역을 확대했다. 이를 통해 ‘아프리카계’와 ‘노예’가 결부되었다. 흑인노예제가 형성된 것이다. 이후 비인간적인 노예무역과 강제노역을 당연시하기 위해, 서구는 생물학적 인종주의를 만들어 흑인을 열등화했다. 그래서 프란츠 파농도 <검은 피부, 하얀 가면>에서 “흑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백인도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흑인’이 ‘흑인’으로서 존재하는 것은 자본주의가 체계화한 차별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발전에 따라 인종적 분업과 차별은 더욱 심화했다. 노동자를 인종, 출신, 성별 등에 따라 서열화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주노동은 더 불안정하고 위험한 노동으로 자리잡았다. 삼성중공업이 이주노동자 대상 취업규칙에 기술된 ‘인물’에 따른 차별이 사실은 이미 현실에서 이뤄지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애초 이주노동자를 노예화하는 고용허가제를 폐지해야 한다. 인종이나 출신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한다. 위험을 외주화하고 이주화하는 비정규직을 철폐해야 한다. 노동자를 서열화해 차별하는 자본주의를 철폐해야 한다.

 

마르크스는 <자본론>에서 “검은 피부의 노동자에 낙인이 찍혀지고 있는 곳에서는 흰 피부의 노동자도 해방될 수 없다”고 했다. 이것은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다. 지난 7월 5일 HD현대중공업 정문 앞에서 열린 “HD현대중공업 이주노동자 나쁜 계약 철회! 임금삭감 철회! 차별처우 중단! 전국이주노동자 공동행동대회”에서 직접고용 E-7-3 스리랑카 이주노동자들을 대표해 차리타 동지는 “우리는 대한민국에 투쟁하러 온 사람들이 아니다. 그런데 이 나쁜 회사가 우리를 협박하면서 한 일들 때문에, 우리는 투쟁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삼성중공업에서처럼, 이 말은 비단 차리타 동지만의 사정이 아니다. 이주노동자들의 정당한 투쟁에 정주노동자들이 화답해야 할 때다. 그래야 정주노동자도 해방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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